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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동아시아에서 기후변화 같은 환경 안보와 코로나19의 신종 감염병 관련 보건 안보는 이미 양질전화 임계점을 넘었고 이슈 연계성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임계점을 넘은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안보화’ 과정 중에 있다. 그리고 보건과 환경 안보는 낮은 시스템 결합도로 인해 위험이 점진적으로 발생하고, 높은 복잡성으로 인해 파급력이 무한하기에, 이러한 위협을 역내 국가들이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 때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는 엄청나다.
따라서 본 연구의 분석 초점은 이러한 보건 및 환경 이슈를 안보화하는 것이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레짐 구축과 국가 간 협력 증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가이다. 비전통 안보 이슈의 안보화로 국가 간 위험 인식의 공유가 이루어지고 해당 이슈를 다루는 원칙, 규칙, 규범과 정책 결정 절차가 형성되며, 이를 통해 레짐이 구축되고 국가 간 협력이 증진된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오존층 파괴 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의 유럽 사례와 같이 환경 이슈의 안보화가 환경 레짐 구축과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중요한 것은 비전통 안보 이슈의 안보화 전략만으로 레짐 구축과 국가 간 협력 촉진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참여 정도, 의욕 정도, 준수 정도에 대한 균형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전통 안보 협력 레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국제협력의 구체성, 국가 주권과의 충돌, 접근법과 정치적 이념의 차이,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공공재 공급과 기업의 영리 추구 사이의 충돌 등이 있다.
유럽과 동아시아의 비전통 안보 협력 사례분석에 대한 함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협약의 생존성을 고려했을 때 동아시아와 유럽의 협력 수준을 제고하여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한 협력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동북아국가 간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대립으로 비전통 안보 협력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세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비전통 안보 협약에 동아시아 국가가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안보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연성 안보 협력이 경성 안보 협력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협력을 추구하기보다, 환경 및 보건 이슈 자체가 전통적인 안보 이슈와 동등한 수준으로 격상되어 협력이 일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지역 차원의 환경과 보건 이슈에서 비전통 안보 협력을 위한 협력체 혹은 레짐을 구축하기 위해 우선 연성 지역주의에 대한 구속도, 명확도, 위임도의 세 척도를 기준으로 현실적인 목표를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우선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협력 협의체의 다자조약이나 지침을 제반 원칙으로 삼고 관련 협력 의제를 발굴해 나가야 한다. 한·중·일 3국은 기후변화와 보건문제에 있어 국가역량이 모두 높고 정책의 효율성도 높다는 점에서 협력의 이점이 있다.
한·중·일 3국의 비전통 안보 협력을 위해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역할이다. 동아시아에서 당국자 간 협의체나 회의체는 존재하나 제도화 수준이 아직은 낮아서, 국가 간 협력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여론을 통한 압력 행사와 민간협력을 통한 과학 지식 확산과 기술 교류·개발이 중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19세 이상 한일 양국 약 2천여 명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비전통 안보 이슈에 대한 인식조사를 시행하였다. 이는 안보화 과정의 궁극적 대상은 일반 시민이며, 환경·보건 이슈를 중심으로 한 협력체의 구축 과정에서도 시민들의 인식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국이 빠진 것은 권위주의 체제 특성으로 국민의 인식조사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과 그 결과가 중국 최고 지도부의 의사결정에 곧바로 반영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결과 한일 양국 시민들의 비전통 안보 이슈에 대한 위협 인식이 매우 높고,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도 타국과의 협력과 지역 레짐 구축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다. 양국 시민에 대한 인식조사를 기반으로 한일 당국은 기존 동아시아 비전통 안보 협의체와 회의체에 시민사회와 민간단체의 참여를 보장 및 지원하고 레짐 구축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과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동아시아 비전통 안보 협력과 한반도 평화구축을 연계시키기 위해 북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북한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화답을 하지 않고 있지만,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와 같은 우리 주도의 협력체를 통해 북한을 적극적으로 견인할 필요가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북한과의 비전통 안보 협력에 대한 한일 시민들의 인식은 긍정적인 응답이 다소 높았지만, 북한의 다자협력 규범에 대한 수용 측면에서 한일 시민들에 높은 수준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러한 응답 결과는 다자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협력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북한의 국제 교류 경험이 축적된다면 어느 정도 개선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비전통 안보 협력체를 실제 구축하기 위해 주요 국가 간 위험 인식은 어느 정도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후, 이제 해당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추진전략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우선 동아시아 비전통 안보 협력의 목표는 비전통 안보 협력을 통한 평화 경제 실현, 보건 의료 협력 개방형 플랫폼 구축,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지역사무소 간 협력을 통한 북한 견인, 동아시아 탄소 중립 협력 강화, 북한의 비전통 안보 협력에 대한 주도성과 적극성 활용이다. 이러한 네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전략은 기존 한·중·일의 양자협력을 아세안과의 다자협력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것과 민간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동아시아의 분산 거버넌스와 역외 거버넌스 조합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바로 예방력, 적합력, 복원력의 확보이고, 거버넌스의 중요한 특징은 동아시아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목차
Ⅰ. 서론
1. 연구 목적 및 필요성
2. 연구방법 및 범위
Ⅱ. 비전통 안보 협력 이론과 사례
1. 비전통 안보 협력 및 레짐 구축 관련 이론
2. 비전통 안보 협력 사례
3. 비전통 안보 협력 레짐 형성 과정 쟁점
4. 비전통 안보 협력과 평화·번영
Ⅲ. 동아시아 환경·보건 분야 비전통 안보 협력
1. 분야 및 이슈별 비전통 안보 협력
2. 유럽과 동아시아 지역의 비전통 안보 협력 비교: 안보 개념의 변화와 환경 보건 이슈와의 연계
3. 동아시아 비전통 안보 협력의 현실적 한계와 기회 요인: 한일 간 설문조사사례
4. 동아시아 비전통 안보 협력과 한반도 평화구축: 보건·환경 이슈 중심 남북협력 확대
Ⅳ. 동아시아 비전통 안보 협력체 구축 방안
1. 목표: 비전통 안보 협력과 평화 경제의 선순환과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통한 북한 견인
2. 추진전략: 양자협력의 다자협력으로 단계적 전환과 민간협력 플랫폼 구축, 지방정부 간 협력 강화(분산 거버넌스와 역외 거버넌스의 조합)
3. 동아시아 비전통 안보 협력체에서 레짐으로 제도화: 비전통 안보 협력을 지향하는 동아시아 인식공동체의 형성과 발전
Ⅴ. 결론: 요약과 동아시아 비전통 안보 협력을 위한 선언
2021 동아시아 비전통 안보(환경과 보건영역)협력을 위한 서울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