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한반도의 남쪽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처럼 변할 것 같지 않던, 필자가 나서 자란 북한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설을 거스를 수는 없었던것 같다. 수많은 아사자와 탈북자를 양산한 엄혹한 시련을 겪고 나더니 사회주의는 허울만 남고 각자의 삶은 당과 수령, 국가가 아닌 자기 스스로 책임지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대에 들어섰다. 급기야 북한정권의 이념적 기초인 주체사상을 이론화한 황장엽 노동당 비서가 한국으로 망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쯤되면 세계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공산주의국가의 최후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떤 것이 북한의 진짜 모습일까, 그리고 김정일 정권의 수명을 그토록 오래 동안 연장시켜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북한의 변화는 정권의 의지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국제사회가 북한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해결해 준다면 과연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갈 것인가 등 북한체제의 본질과 전망에 관련되는 질문을 필자는 수없이 받아왔다. 필자가 본 책자를 펴내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하고 있다.

제5장 김정일 정권의 국가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