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한국형 싱크탱크의 발전 전략: 세상을 바꾸는 스마트 파워
- 개인저자
- 최형두 지음
- 발행사항
- 서울 : 사회평론, 2007
- 형태사항
- 200 p.; 23 cm
- ISBN
- 9788956029009
- 청구기호
- 340.6 최946ㅎ
- 서지주기
- 참고문헌 수록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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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0408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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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10408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2007 한국 대선 VS. 2008 미국 대선
한국 대선은 재미없고, 미국 대선이 재미있는 이유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코앞이지만 사회분위기는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다. 예전 같으면 후보들을 평가하고 지지?반대하는 소리로 떠들썩했을 식당, 술집, 시장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한 후보의 일방적인 독주, 전국민적인 도덕불감증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문제는 그와 더불어 정책 선거도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후보들도 감성적인 호소에 치중할 뿐, 자신들의 공약적 차별성을 크게 내세우지 못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책적 차이가 그렇게 크지도 않다.
반면 내년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현재로서도 스펙타클하기 그지없다.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를 오마바 후보가 바싹 뒤쫓고 있고, 큰 이변이 없을 것이라고 예견되었던 공화당에서도 하커비라는 혜성이 등장해 줄리아니 후보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왜 미국에서는 이들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가 요동치는 것일까. 개인적인 매력, 철저한 후보 검증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책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찬반, 의료보험을 비롯한 복지문제에 대한 대응, 낙태, 줄기세포 연구 등 각 후보는 자신들의 가치관이 명확한 정책들로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정권 창출을 위한 ABC, 싱크탱크 설립
미국에서는 정권을 잡거나 사회의 진로를 바꾸기 위해 먼저 싱크탱크부터 만든다. 미국의 싱크탱크는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가치관과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머리로 연구를 하고 발로 뛴다.
‘힐러리의 싱크탱크’, ‘민주당의 망명정부’라고 불리는 미국진보센터(CAP)는 클린턴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존 포데스타가 설립했으며, 부시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조지 소로스가 자금을 댔다. 현재 CAP는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서, 인터넷 웹사이트에 매일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과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페이지 분량의 ‘토킹 포인트(Talking Point)’에서, 공화당에 반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쟁점들과 대안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한 보수 싱크탱크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의 맏형격인 헤리티지 재단은 아예 언론과 24시간 접촉할 수 있는 전문가 핫라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헤리티지는 자체 예산의 30~40%를 정책홍보에 사용한다. 이들은 의회 보좌관들, 보수적 성향의 정무직 공무원, 언론인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팔고 있다.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 최형두 기자가 말하는
미국 싱크탱크 분석 & 한국형 싱크탱크의 발전 전략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인 최형두 기자는 싱크탱크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워싱턴에서 많은 싱크탱크들과 접촉하며 그들을 연구했다. 그는 한국사회가 글로벌시대에 맞게 변화?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중장기적으로 연구하는 브레인, 싱크탱크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싱크탱크의 나라, 미국의 다양한 싱크탱크 활동을 참고삼아 한국에서도 싱크탱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매뉴얼 북이다. 자, 지금부터 최형두 기자의 안내에 따라 매뉴얼을 따라가보자.
1. 싱크탱크를 만드는 사람들
싱크탱크의 모태는 대부분 거액의 설립자들이다. 중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우 1916년 기업인이자 자선사업가였던 로버트 브루킹스가 16만 달러를 쾌척하면서 만들어졌다. 피츠버그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도 1910년에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을 세웠다. CAP(미국진보센터)의 경우에도 조지 소로스의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이 3년간 3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기업가들만 싱크탱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많은 유능한 관료 출신들이 싱크탱크를 만든다. 국제경제, 통상, 세계화 문제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워싱턴의 국제경제연구소(IIE)는 70년대의 유명한 핵심 경제관료 4명이 만들었다. 이들은 싱크탱크의 신뢰성과 명성을 높여주면서 또한 자신들의 재산 일부를 기부하기도 한다.
미국의 유명한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CSIS는 군 출신들이 만든 싱크탱크다. 미 육사 출신의 데이비드 애브셔와 해군제독 출신의 알레이 버크가 그들이다. CSIS는 초당파적 입장을 견지하며 미국의 장래를 위해 미국이 어떠한 외교정책을 세워야 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조언한다. CSIS는 현재에도 상근자 외에 퇴역 외교관, 군인들로 구성된 엄청난 자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들에게 정보와 조언을 받고 있다.
이 밖에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국제평화와 갈등해결을 위해 미 의회가 만든 싱크탱크다. USIP는 또한 의회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라크 연구그룹의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브리핑 페이퍼, 정책분석 자료들을 제공한다. 우드로윌슨센터처럼 의회와 민간이 공동으로 설립한 싱크탱크도 있다. 스탠포드대학의 후버연구소는 ‘자유사회를 위한 아이디어’를 기치를 내걸고, 개인?경제?정치적 자유의 원칙, 사기업제도, 제한적인 연방정부의 기능을 옹호하는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 스탠포드대학뿐만이 아니라 UCLA, 버클리, 하버드 등의 유명 대학은 어김없이 정책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2. 싱크탱크의 자금, 십시일반의 힘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미국 대기업들은 싱크탱크의 설립과 운영과정에서 많은 자금을 대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못지않게 시민들의 소액기부금도 싱크탱크 예산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헤리티지재단의 경우 지원자가 무려 28만 명이나 된다. 2006년 헤리티지 연례보고서의 수입항목을 보면 총 운영수입 중 개인 기부금은 57%에 달해 대규모 재단 후원금이나 기업후원금보다 월등히 많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기업이나 정당으로부터 독립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도 소액기부자들의 기부금을 늘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민들과 기업들의 기부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배경으로는 기부장려 세금제도를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싱크탱크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재단과 기업의 지원과 함께 시민들의 소액기부도 활성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최형두 기자는 강조한다.
3. 정책생태계의 저수지 & 인재순환의 회전문
싱크탱크는 공공정책 인재들을 위한 저수지라고 할 수 있다. 싱크탱크에서 정부나 의회를 위해 필요한 인재들이 나가고 다시 싱크탱크로 들어와서 그 경험을 환류시키는 피드백 시스템인 셈이다. 미국 싱크탱크에는 박사급의 고급 두뇌와 함께 중견 고위공직자 출신들이 많다. 이들은 직접 정책을 입안?실행해 보았을 뿐 아니라 그들의 정책경험 자체가 국가적 공공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싱크탱크의 정책연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들 또한 싱크탱크에 있는 동안 많은 연구와 공부를 하고 다시 행정부에서 인재를 필요로 할 때 요직으로 진출한다. 이것이 싱크탱크-정부, 싱크탱크-의회 사이의 ‘회전문 현상’이다.
미국의 역대행정부들은 집권 즉시 싱크탱크들의 준비된 정책과 연구진들로 정부를 운영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헤리티지, 후버연구소, AEI에서 150여 명의 연구진들을 중용했고 지미 카터는 브루킹스와 CFR 연구진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빌 클린턴 행정부도 국제경제연구소(IIE)와 카네기재단이 제안했던 ‘국가경제위원회’를 도입했고, 현재 부시 행정부에도 CFR, AEI, CSIS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
최형두 기자는 지역구도로 정권을 일단 잡은 뒤에는 정책부실로 우왕좌왕해 온 한국정치에 귀감이 될 만하다고 말한다. ‘유능한 관료가 지역 안배와 코드 때문에 장관 차관을 하지 못하는 불행’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고, 아까운 관료, 정치인 출신이 싱크탱크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경륜을 사회에 다시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력 있는 관료들도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자신의 정책적 능력을 더욱 향상시켜 언제든지 싱크탱크로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4. 싱크탱크간의 치열한 경쟁
미국 싱크탱크의 생태계는 아마존 정글이나 아프리카 사파리의 동물의 왕국처럼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유명인사를 내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항상 냉정한 평가와 순위, 실제 영향력을 꾸준히 평가받고 이런 경쟁과 평가를 통해 사회적 자원이 배분된다. 신생의 소형 싱크탱크라도 분명한 연구성과와 목표를 제시하면 대형 재단에서 지금을 지원하지만 실적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미국 싱크탱크들은 미디어 감시그룹 FAIR에 의해서 매년 인용횟수, 영향력 등을 평가받아 공개된다.
이렇게 수량분석으로 평가되는 것도 있지만, 국가적 의제 설정과 추진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쳤는지도 중요하다. 동구 공산정권이 붕괴한 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세계질서 설정에 혼란을 겪고 있을 때 랜드연구소는 NATO 확대라는 논의를 주도했다. 헤리티지재단은 80년대 초 탄도탄유격미사일조약 폐기와 해상미사일방어시스템 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하였고 그로 인해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처럼 미국 싱크탱크들은 자신들의 정책을 실제로 관철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한국형 싱크탱크의 새싹들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 ‘새발의 피’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도 싱크탱크의 숲을 무성하게 가꿀 새싹들이 자라나고 있다. 최형두 기자는 이 책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코리아연구원, 동아시아연구원, 희망제작소 등을 특성을 분석하고 이들이 우리 사회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SERI는, 정부 예산지원이라는 굴레 때문에 여러 제약을 받는 국책연구소와 달리, 연간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기동성, 현장성을 강조하고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삼성그룹을 의식하는 것을 그만두고, 한국사회 전체를 염두에 두는 공공연구로 방향을 잡았다. 연구소의 보고서, 이슈 페이퍼도 신속간결하고 읽기 쉬운 형식으로 구성해서 바쁜 CEO나 전문직종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코리아연구원은 모두 한국사회가 직면한 통일?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논평과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두 연구소 모두 상근연구보다는 교수, 연구원들의 자발적 협력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독립연구기관을 위한 재정기반이 척박한 한국사회의 실정 때문이다. 이는 집중적이고 재빠른 정책연구개발에는 한계가 있는 체제다. 최형두 기자가 두 연구소에 대한 큰 기대를 하면서도,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정책공작소’다. 시민사회를 위한 한국형 싱크탱크인 것이다. 인터넷을 매길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상호소통하며, 시민사회운동과 긴밀하게 호흡하고 협력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특히 진보 싱크탱크로서 정권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들로부터의 기부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희망제작소는 다른 싱크탱크와 다르게 대형 주제 대신 지역, 문화, 환경 같은 작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현장에서 풀겠다는 각오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형 싱크탱크 역사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새로운 실험사례가 될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의 무성한 숲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은 사람이 있었고, 꾸준히 작은 노력이나마 물과 거름을 준 사람이 있었으며, 나무들 또한 스스로 햇볕과 양분과 물을 잘 흡수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이제 미국 싱크탱크는 미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튼튼한 기반이자 두뇌의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싱크탱크의 숲을 키우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시작을 해야 한다. 무조건 미국식을 따라간다고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한국 토양에서 잘 자라는 수종을 개발하고, 한국의 기후와 토질에 맞게 숲을 가꿔나가야 할 것이다. 최형두 기자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조금씩 힘을 모으는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싱크탱크의 숲을 가꿔나갈 때, 한국사회의 든든한 정책공장이 만들어 질 것이다.
한국 대선은 재미없고, 미국 대선이 재미있는 이유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코앞이지만 사회분위기는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다. 예전 같으면 후보들을 평가하고 지지?반대하는 소리로 떠들썩했을 식당, 술집, 시장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한 후보의 일방적인 독주, 전국민적인 도덕불감증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문제는 그와 더불어 정책 선거도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후보들도 감성적인 호소에 치중할 뿐, 자신들의 공약적 차별성을 크게 내세우지 못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책적 차이가 그렇게 크지도 않다.
반면 내년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현재로서도 스펙타클하기 그지없다.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를 오마바 후보가 바싹 뒤쫓고 있고, 큰 이변이 없을 것이라고 예견되었던 공화당에서도 하커비라는 혜성이 등장해 줄리아니 후보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왜 미국에서는 이들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가 요동치는 것일까. 개인적인 매력, 철저한 후보 검증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책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찬반, 의료보험을 비롯한 복지문제에 대한 대응, 낙태, 줄기세포 연구 등 각 후보는 자신들의 가치관이 명확한 정책들로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정권 창출을 위한 ABC, 싱크탱크 설립
미국에서는 정권을 잡거나 사회의 진로를 바꾸기 위해 먼저 싱크탱크부터 만든다. 미국의 싱크탱크는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가치관과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머리로 연구를 하고 발로 뛴다.
‘힐러리의 싱크탱크’, ‘민주당의 망명정부’라고 불리는 미국진보센터(CAP)는 클린턴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이었던 존 포데스타가 설립했으며, 부시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조지 소로스가 자금을 댔다. 현재 CAP는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서, 인터넷 웹사이트에 매일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과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페이지 분량의 ‘토킹 포인트(Talking Point)’에서, 공화당에 반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쟁점들과 대안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고 있다.
이에 대한 보수 싱크탱크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의 맏형격인 헤리티지 재단은 아예 언론과 24시간 접촉할 수 있는 전문가 핫라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헤리티지는 자체 예산의 30~40%를 정책홍보에 사용한다. 이들은 의회 보좌관들, 보수적 성향의 정무직 공무원, 언론인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팔고 있다.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 최형두 기자가 말하는
미국 싱크탱크 분석 & 한국형 싱크탱크의 발전 전략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인 최형두 기자는 싱크탱크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워싱턴에서 많은 싱크탱크들과 접촉하며 그들을 연구했다. 그는 한국사회가 글로벌시대에 맞게 변화?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중장기적으로 연구하는 브레인, 싱크탱크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싱크탱크의 나라, 미국의 다양한 싱크탱크 활동을 참고삼아 한국에서도 싱크탱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매뉴얼 북이다. 자, 지금부터 최형두 기자의 안내에 따라 매뉴얼을 따라가보자.
1. 싱크탱크를 만드는 사람들
싱크탱크의 모태는 대부분 거액의 설립자들이다. 중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우 1916년 기업인이자 자선사업가였던 로버트 브루킹스가 16만 달러를 쾌척하면서 만들어졌다. 피츠버그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도 1910년에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을 세웠다. CAP(미국진보센터)의 경우에도 조지 소로스의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이 3년간 3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기업가들만 싱크탱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많은 유능한 관료 출신들이 싱크탱크를 만든다. 국제경제, 통상, 세계화 문제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워싱턴의 국제경제연구소(IIE)는 70년대의 유명한 핵심 경제관료 4명이 만들었다. 이들은 싱크탱크의 신뢰성과 명성을 높여주면서 또한 자신들의 재산 일부를 기부하기도 한다.
미국의 유명한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CSIS는 군 출신들이 만든 싱크탱크다. 미 육사 출신의 데이비드 애브셔와 해군제독 출신의 알레이 버크가 그들이다. CSIS는 초당파적 입장을 견지하며 미국의 장래를 위해 미국이 어떠한 외교정책을 세워야 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조언한다. CSIS는 현재에도 상근자 외에 퇴역 외교관, 군인들로 구성된 엄청난 자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들에게 정보와 조언을 받고 있다.
이 밖에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국제평화와 갈등해결을 위해 미 의회가 만든 싱크탱크다. USIP는 또한 의회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라크 연구그룹의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브리핑 페이퍼, 정책분석 자료들을 제공한다. 우드로윌슨센터처럼 의회와 민간이 공동으로 설립한 싱크탱크도 있다. 스탠포드대학의 후버연구소는 ‘자유사회를 위한 아이디어’를 기치를 내걸고, 개인?경제?정치적 자유의 원칙, 사기업제도, 제한적인 연방정부의 기능을 옹호하는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 스탠포드대학뿐만이 아니라 UCLA, 버클리, 하버드 등의 유명 대학은 어김없이 정책연구소를 가지고 있다.
2. 싱크탱크의 자금, 십시일반의 힘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미국 대기업들은 싱크탱크의 설립과 운영과정에서 많은 자금을 대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못지않게 시민들의 소액기부금도 싱크탱크 예산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헤리티지재단의 경우 지원자가 무려 28만 명이나 된다. 2006년 헤리티지 연례보고서의 수입항목을 보면 총 운영수입 중 개인 기부금은 57%에 달해 대규모 재단 후원금이나 기업후원금보다 월등히 많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기업이나 정당으로부터 독립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라도 소액기부자들의 기부금을 늘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민들과 기업들의 기부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배경으로는 기부장려 세금제도를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싱크탱크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재단과 기업의 지원과 함께 시민들의 소액기부도 활성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최형두 기자는 강조한다.
3. 정책생태계의 저수지 & 인재순환의 회전문
싱크탱크는 공공정책 인재들을 위한 저수지라고 할 수 있다. 싱크탱크에서 정부나 의회를 위해 필요한 인재들이 나가고 다시 싱크탱크로 들어와서 그 경험을 환류시키는 피드백 시스템인 셈이다. 미국 싱크탱크에는 박사급의 고급 두뇌와 함께 중견 고위공직자 출신들이 많다. 이들은 직접 정책을 입안?실행해 보았을 뿐 아니라 그들의 정책경험 자체가 국가적 공공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싱크탱크의 정책연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들 또한 싱크탱크에 있는 동안 많은 연구와 공부를 하고 다시 행정부에서 인재를 필요로 할 때 요직으로 진출한다. 이것이 싱크탱크-정부, 싱크탱크-의회 사이의 ‘회전문 현상’이다.
미국의 역대행정부들은 집권 즉시 싱크탱크들의 준비된 정책과 연구진들로 정부를 운영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헤리티지, 후버연구소, AEI에서 150여 명의 연구진들을 중용했고 지미 카터는 브루킹스와 CFR 연구진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빌 클린턴 행정부도 국제경제연구소(IIE)와 카네기재단이 제안했던 ‘국가경제위원회’를 도입했고, 현재 부시 행정부에도 CFR, AEI, CSIS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
최형두 기자는 지역구도로 정권을 일단 잡은 뒤에는 정책부실로 우왕좌왕해 온 한국정치에 귀감이 될 만하다고 말한다. ‘유능한 관료가 지역 안배와 코드 때문에 장관 차관을 하지 못하는 불행’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고, 아까운 관료, 정치인 출신이 싱크탱크를 통해 자신의 경험과 경륜을 사회에 다시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력 있는 관료들도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자신의 정책적 능력을 더욱 향상시켜 언제든지 싱크탱크로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4. 싱크탱크간의 치열한 경쟁
미국 싱크탱크의 생태계는 아마존 정글이나 아프리카 사파리의 동물의 왕국처럼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유명인사를 내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항상 냉정한 평가와 순위, 실제 영향력을 꾸준히 평가받고 이런 경쟁과 평가를 통해 사회적 자원이 배분된다. 신생의 소형 싱크탱크라도 분명한 연구성과와 목표를 제시하면 대형 재단에서 지금을 지원하지만 실적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미국 싱크탱크들은 미디어 감시그룹 FAIR에 의해서 매년 인용횟수, 영향력 등을 평가받아 공개된다.
이렇게 수량분석으로 평가되는 것도 있지만, 국가적 의제 설정과 추진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쳤는지도 중요하다. 동구 공산정권이 붕괴한 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세계질서 설정에 혼란을 겪고 있을 때 랜드연구소는 NATO 확대라는 논의를 주도했다. 헤리티지재단은 80년대 초 탄도탄유격미사일조약 폐기와 해상미사일방어시스템 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하였고 그로 인해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처럼 미국 싱크탱크들은 자신들의 정책을 실제로 관철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한국형 싱크탱크의 새싹들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 ‘새발의 피’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도 싱크탱크의 숲을 무성하게 가꿀 새싹들이 자라나고 있다. 최형두 기자는 이 책에서 삼성경제연구소, 코리아연구원, 동아시아연구원, 희망제작소 등을 특성을 분석하고 이들이 우리 사회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SERI는, 정부 예산지원이라는 굴레 때문에 여러 제약을 받는 국책연구소와 달리, 연간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기동성, 현장성을 강조하고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삼성그룹을 의식하는 것을 그만두고, 한국사회 전체를 염두에 두는 공공연구로 방향을 잡았다. 연구소의 보고서, 이슈 페이퍼도 신속간결하고 읽기 쉬운 형식으로 구성해서 바쁜 CEO나 전문직종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코리아연구원은 모두 한국사회가 직면한 통일?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논평과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두 연구소 모두 상근연구보다는 교수, 연구원들의 자발적 협력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독립연구기관을 위한 재정기반이 척박한 한국사회의 실정 때문이다. 이는 집중적이고 재빠른 정책연구개발에는 한계가 있는 체제다. 최형두 기자가 두 연구소에 대한 큰 기대를 하면서도,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정책공작소’다. 시민사회를 위한 한국형 싱크탱크인 것이다. 인터넷을 매길 시민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상호소통하며, 시민사회운동과 긴밀하게 호흡하고 협력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특히 진보 싱크탱크로서 정권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들로부터의 기부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희망제작소는 다른 싱크탱크와 다르게 대형 주제 대신 지역, 문화, 환경 같은 작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현장에서 풀겠다는 각오다. 이는 지금까지 미국형 싱크탱크 역사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새로운 실험사례가 될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의 무성한 숲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은 사람이 있었고, 꾸준히 작은 노력이나마 물과 거름을 준 사람이 있었으며, 나무들 또한 스스로 햇볕과 양분과 물을 잘 흡수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이제 미국 싱크탱크는 미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튼튼한 기반이자 두뇌의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싱크탱크의 숲을 키우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시작을 해야 한다. 무조건 미국식을 따라간다고만 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한국 토양에서 잘 자라는 수종을 개발하고, 한국의 기후와 토질에 맞게 숲을 가꿔나가야 할 것이다. 최형두 기자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조금씩 힘을 모으는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싱크탱크의 숲을 가꿔나갈 때, 한국사회의 든든한 정책공장이 만들어 질 것이다.
목차
추천사 한승주 고려대 총장
존 햄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회장
머리말 이제 싱크탱크의 숲을 키워야 할 때
1 싱크탱크의 숲, 치열하게 경쟁하는 정책공장들
2 '미래 세대를 위한 건물', 누가 싱크탱크를 키우나
3 싱크탱크의 힘은 이사회에서 나온다
4 유능한 관료 출신들이 싱크탱크를 만들다
5 군출신들이 만든 외교안보 싱크탱크
6 정책생태계의 저수지, 의회·행정부로 통하는 회전문
7 의회가 만든 싱크탱크
8 대학이 주도하는 국가적 정책프로젝트
9 저비용 싱크네트
10 브루킹스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 작고 날렵한 싱크탱크도 있다
11 미국 우파 싱크탱크의 성공전략에서 배운다
12 싱크탱크의 독립성, 그리고 돈
13 미디어가이드, 메모, 브리프 그리고 토킹 포인트
14 재단 파워 vs. 소액 기부자
15 싱크탱크 경쟁의 생태계
16 싱크탱크의 성패, 의제를 선도하라
17 케이스 스터디 1_ 삼성경제연구소
18 케이스 스터디 2_ 코리아연구원과 동아시아연구원
19 케이스 스터디 3_ 시민참여형 싱크탱크, 희망제작소
맺음말 싱크탱크 운동을 위해서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