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아시아로 간 삼성: 초국적기업 삼성과 아시아 노동자
- 발행사항
- 파주 : 후마니타스, 2008
- 형태사항
- 228 p. ; 24 cm
- ISBN
- 9788990106643
- 청구기호
- 324.592 장22ㅇ
- 서지주기
- 참고문헌 수록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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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0777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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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왜 ‘아시아로 간 삼성’에 주목하는가?
우리는 이제 시시각각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해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세계의 ‘이웃’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제적인 이슈를 다루는 방송이 웬만한 국내 시사 프로그램 시청률을 웃돌고,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관련한 소식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함께 기업의 이윤 추구가 과도하게 허용되면서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있었다. 국가 권력만큼이나 경제권력의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기업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이냐가 인권 분야에서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 것이다.
한국 경제가 규모가 커지고 세계화 속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권은 특히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넓어지고 있다. 웬만한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한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과 국민의 세금이 뒷받침되고 있다. 우리의 감시와 책임이 필요한 근거이다.
이러한 국내외적 현실이 이 책 『아시아로 간 삼성』의 기획 배경이 되었다. 해외로 간 글로벌 기업 삼성은 어떤 모습인가? 현지 국가의 정치 경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가? 우리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기업의 잘못은 비판할 줄 알면서, 해외에 나간 한국자본과 기업에 대해서는 ‘외화’ 획득에 가려진,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이중 기준’을 적용하곤 한다. 이웃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얼룩진 돈으로 우리는 떳떳하고 행복한가? 비민주적인 정권과 분쟁으로 얼룩진 나라에서 개발 과정이야 어떻든 자원만 얻어오면 되는가? 인권을 외면한 해외투자는 우리가 비난하던 제국주의의 모습이 아니던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그러면 왜 하필 삼성인가?
언제부터인가 유럽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를 안방에 앉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새벽 3시에 방송되는 첼시와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려고 그 시간을 기다리는 열성팬들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첼시 선수들의 유니폼에 찍힌 삼성 로고는 이제 익숙한 광경이다. 삼성은 첼시 유니폼에 삼성 로고를 넣기 위해 2005년 4월, 5년 동안 5,000만 파운드(당시 환율로 한화 849억 원)라는 거액의 돈을 들여 스폰서십을 맺었다. 삼성은 첼시와의 계약 후 브랜드 인지도 상승효과에 힘입어 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 휴대폰 매출은 네 배나 높아졌고 LCD TV 시장에서도 1위에 올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첼시를 후원하는 삼성 브랜드 마케팅의 성과가 마치 한국 경제의 성공인 양 받아들여질 만큼 삼성은 한국의 대표 기업이다.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한국 사회에 광범하게 영향을 미치는 삼성의 영향력은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삼성은 이제 단순히 재벌이 아니라 하이테크, 효율성, 유연성으로 특징지어지는 한국 현대화의 상징이다. 삼성은 한국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수천 명의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삼성맨을 꿈꾸며 취업 준비를 한다.
뉴스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지는 아시아 속 삼성의 모습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삼성은 말레이시아나 태국 정부로부터 노동자배려상이나 품질경영대상을 수상하는 모범 기업이다. 지난 6월 12일 중국 개혁ㆍ개방 30주년을 기념해 한ㆍ중 교류에 기여한 한국 기업을 시상하는 행사에서는 삼성 차이나가 중국 내에서 사회공헌활동을 가장 활발히 전개하는 한국 기업으로 기업국민모범상을 받기도 했다. 이것이 아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삼성의 실제 모습인가?
이 책의 본론은 1938년 한국의 삼성 노동자로 시작해서 2008년 아시아 지역 삼성 노동자의 모습으로 끝난다. 분명 삼성이 거둔 커다란 경제적 성공은 현대 아시아 자본주의가 이루어 낸 성공의 일부다. 말할 것도 없이 삼성은 또한 ‘한국’ 자본주의의 첨병으로서 한국 사회가 지난 수십 년의 근대화 과정에서 안고 살아온 다양한 전통적 모순과 90년대 이후 빠르게 확산된 세계화의 모순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삼성은 기업 경영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선진적인 기업임이 틀림없으나, 노동을 통제하는 방식은 지극히 후진적이다. 물론 삼성 말레이시아 공장의 현지화 전략에서 나타나듯이, 삼성은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의 주인으로 생각하게끔 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1960년대 제일모직 노동자들에게 하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아시아 현지 노동자들을 대한다. 이 책의 태국과 말레이시아 사례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노조 설립을 방해하기 위한 전근대적인 방식이 계속된다면, 삼성의 신화도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의 주변부 국가에서 노동자들이 정치화되고 계급으로 조직화하게 된다면 삼성의 노동통제 방식이 갖는 한계는 곧바로 드러날 것이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진출해 있는 삼성이 양보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의 정도는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독자가 상상하기 쉬운 자극적인 착취나 통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물론 기업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가진 삼성의 하청망에서 그러한 사례들은 얼마든지 존재하며 삼성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조차 삼성이 지급하는 월급으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힘겨운 경우도 있다. 그러한 사례들이 본문에서도 종종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재벌에 의한 개별 노동자들의 착취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초국적기업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이 어떻게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에서 초국적 자본의 확산과 활동 속에서 ‘하나로’, 하지만 ‘불평등하게’ 조직되는 가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바로 그것이 삼성이 이윤극대화를 위한 노동과 사회와의 투쟁에서 얻어 낸 ‘결실’과 교훈의 정수이기 때문이고 바로 그것이 보다 ‘구조화된’ 착취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아시아 노동자들에게 삼성은 어떤 기업인가
삼성이 진출한 아시아 국가에서 삼성 노동자들은 ‘삼성맨’의 자부심을 갖는 한국의 삼성 노동자들과 달리 정체성도 약하고, 회사의 이윤생산 체계 역시 아시아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포섭보다는 기계적 종속에 의존한다. 고용은 불안정하며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복지 혜택 역시 ‘삼성맨’이 누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자발적 충성심을 갖기 어려운 노동조건 때문에 이들의 회사에 대한 복종은 경제적 보상과 경쟁이라는 시장적 장치 외에도 권위적 질서에 더욱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어디에서든 기존의 권위를 이용하는 혹은 권력과 유착하는 삼성의 기업 전략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여전히 확실한 권력 주체를 가지는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에서 두드러진다. 삼성과 이들 권력과의 관계는 투자자로서 가지는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보호들이 일차적인 기반이겠지만 비공식적 호혜관계 또한 공공연히 거론된다.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무노조 경영 원칙의 고수다. 현지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반으로 한 삼성의 노조 불허 정책은 삼성전기 타이와 삼성 말레이시아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이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노동의 개별화, 유연화 전략과 노동자의 고용 불안이 맞물리면서 아시아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삼성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한 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은 한국에서 아시아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중국으로 움직이고 단순 기술에서 하이테크로,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반도체로 움직인다. 삼성은 자기 자신, 노동자, 국가, 그리고 경쟁자들에 의해 창출된 공간에서 발전해 왔다. 실제로 삼성은 시장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 그동안 삼성의 성장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삼성이 지금껏 해온 방식으로 미래의 도전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삼성이 노동자들의 정치적 권리를 배제한다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노동자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최근 몇 년간 자신들의 영혼과 단체행동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노동자들을 다루기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국제 사회는 그리 만만하지 않고, 무엇보다 아시아의 노동자들은 그리 녹녹한 상대가 아니다. 그들은 식민주의와 인종분열, 군사독재와 민간인 학살, 초국적기업의 횡포를 모두 버텨온 이들이다.
이 책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은 국내에 활동 거점을 두고 있는 국제민주연대와 홍콩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아시아노동정보센터’AMRC의 공동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아시아에서 노동 관련 자료 수집을 통해 노동운동을 지원해 온 ‘아시아노동정보센터’는 2001년 아시아 지역 단체와 노동자를 중심으로 ‘아시아초국적기업감시연대’Asia Transnational Corporation Monitoring Network를 구성했고 국제민주연대도 이 네트워크에 참여했다. 아시아 지역의 초국적기업이 같은 아시아 지역 내에서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감시하면서 노동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구성된 이 모임에서 대표적인 아시아 기업의 모습을 연구해 보기로 했다.
연구는 한국의 삼성, 일본의 도요타와 대만의 타퉁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 보고서는 2006년 『지구화하는 아시아 기업에서의 노동:투쟁의 초상』Labor In Globalising Asian Corporations: A Portrait of Struggle"이라는 제목으로 묶여져 나왔다. 이 책은 보고서 가운데 삼성에 대한 조사 연구 부분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을 노동과 인권의 측면에서 분석한 본격적인 국내 연구도 이제 시작인 것을 보면 노동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본 삼성 해외 계열사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시피한 것은 당연하다. 각국의 노동인권조직에서 일하면서 기업과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과 아시아에 대한 애정을 가진 필자들, 그리고 그들이 다행히 현장과 연구 경험 둘 다를 가졌기에 이 책의 출판이 가능했다. 국내 삼성 연구와 마찬가지로 ‘아시아로 간 삼성’에 대한 연구 역시 정보 접근도 어려운 불모지에서 처음 작업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가장 기본은 기업활동이 영향을 미치는 노동자에 대한 인권의 존중이며 한 사회의 구성요소로서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들은 이 기본은 외면한 채 기부금을 통한 사회공헌이 그 전부인 것처럼 의도적으로 인식하려고 한다. 삼성만 해도 매칭그랜트 제도를 도입해 현지 사회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지난달 쓰촨성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직원 2,000여 명을 파견해 복구활동을 돕기도 했고, 4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아시아 자본의 영향력은 투자량이 가리키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들의 사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집중되어 있고 수많은 노동자가 고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지 노동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해외 노동인권 문제에 발벗고 나선 국제민주연대
[국제민주연대]가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한 감시 활동을 해 온 지 10년 가까이 되었다.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는 1968년 처음 시작해 점점 늘어나 현재 한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150개국에 이르렀다.
그동안 국제민주연대의 해외 한국 기업 감시는 주로 중소기업에 맞춰져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임금 체불, 노동자 폭행 등의 열악한 인권침해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 자본의 이동이 더욱 자유로워지면서 노동자와 관련 단체들이 기업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거나 노동권 준수를 요구할 경우, 해당 기업은 공장 폐쇄나 이전 등을 통해 결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고용 불안정 문제도 나타났다. 베트남, 중국, 중남미 등 한국 기업이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이 생기고 한국 자본의 해외 이동이 확대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최근 수년 사이 해외 현지 공장을 폐쇄 또는 이전하는 과정에서 임금 미지급, 갑작스런 공장 폐쇄, 야반도주 등의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예로 방글라데시에서는 수출자유지역에서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법 개정에 대해서 한국인 기업주들이 단체로 반발하여 정부가 법 개정을 재고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개발도상국에서 최소한의 노동 인권 보장을 한국의 자본들이 방해한 셈이다. 베트남에서는 노동자들의 의료보험을 월급으로부터 공제해 온 사업주가 사실상 직장 의료보험 등록을 미루어 온 사실이 발각되어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 일도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경우는 이른바 ‘도주’ 기업들인데 인도네시아의 한 한국 기업주는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은 채 자녀의 결혼식을 핑계로 한국으로 도주했다. 그는 사실상 공장을 폐쇄했고 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고 밀린 임금과 퇴직금은 받을 길이 없었고 백여 명의 노동자들은 전기와 수도가 끊긴 무더운 공장에서 작업판을 이어붙여 새우잠을 자며 수개월에 걸쳐 농성과 살길을 찾아야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노동자들의 편은 아니어서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자본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대기업과 연관된 인권 문제는 직접적이고 가시적이기보다는 좀 더 체계적이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업이 이들 나라에서 노동 인권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고 광범위하다. 근본적으로 그들은 현지 국가권력과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 연대 활동을 해온 국제민주연대는 해외 현지 사회단체로부터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행위를 고발하는 문제제기를 자주 받는다. 이미 아시아 이웃 국가들의 눈에 한국 기업은 이미 인권침해를 일으키는 가해자의 모습으로도 비춰지고 있었다. 해외 현지 인권 운동가들은 ‘한국 기업이 다른 아시아 기업에 비해 폭력적, 군사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주요 내용
1장 변화하는 삼성: 재벌에서 초국적기업으로
건어물 무역과 국수 제조로 시작해서 거대한 세계 시장 지배력과 현대적 첨단 기술, 사업 경영 수단을 갖춘 유명한 초국적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삼성의 역사를 살펴본다. 삼성이라는 기업의 역사를 노동, 국내외 시장, 그리고 정치와의 관련성 측면에서 서술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 시장 내 경쟁자들 간의 관계, 정치와 경제 사이의 관계, 그리고 국민 경제 간의 관계들의 복합체로서 삼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제2장 삼성화인가 중국화인가 : 중국 삼성전자의 노동관계
1990년 말 이전까지 중국은 국가 주도 경제개혁을 통해, 해외 직접투자를 활용, 국내 자본과 노사 관계를 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해외 자본은 주로 중국을 값싼 가공 기지로 활용해 이득을 보았지만, 중국 경제가 세계 자본주의 체계에 온전히 포섭되어 있지 않았기에 중국 국가는 세계 경제와의 경쟁에서 국내 자본을 여전히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자본 간 경쟁의 격화는 주변 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중국을 1990년대 후반 금융 위기에 빠트렸고, 이는 이들 국가와 자본이 더 많은 자유화를 향해 나아가도록 강제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세계 자본주의 시장으로의 중국의 총체적인 편입은 중국에서 해외 직접투자의 전략을 바꾸어 놓았고 이는 해외 자본과 국내 자본 간의 갈등과 중국 노동과의 갈등을 악화시켰다. 삼성은 이제까지 이런 구조적 변화들을 성공적으로 이용해 왔다.
제3장 초국적 기업에서의 노동조건 : 삼성 인디아의 경우
해외 자본에 대한 특별대우는 일반적으로 그 국가의 노동 관련법을 침해하게 되고, 결국 초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삼성 인디아에서도 사실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삼성 인디아에서는 근무 시간, 복지 방침, 계약 채용에서 대대적인 노동법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것들은 노사 관계, 임금, 직원들의 근무 조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삼성은 생산 라인 노동자들을 계약직 노동자들, 대부분 사업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출신의 이주노동자들로 충원해 의도적으로 고용을 비공식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4장 삼성 타이 : 직접적 노사관계의 회피
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 하에 전자 산업 발전 계획이 추진되면서 시장 원리를 최우선적으로 간주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이 지배적으로 되었다. 이 글에서는 삼성전기 타이의 사례 연구를 통해 전자 부분 기업이 노동을 재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술을 살펴 보았다. 다른 웰그로우 산업 지역 회사들과 비교해 볼 때, 삼성전기 타이의 노동조건은 조금 나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점차 노동 유연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삼성과 노동 간 직접 관계는 점점 감소하는 상황이다.
제5장 정부-초국적기업 동맹과 삼성 말레이시아 노동자
삼성 말레이시아는 삼성 타이와는 상반되는 사례이다. 한국에서라면 기계화되었을 매우 위험한 노동 과정이 아직도 수공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안전 장비도 없이 악취.가스.화학 약품에 노출되어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브라운관 생산의 거의 모든 과정이 로봇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의 10퍼센트만 들이면 저임금의 가내 하청 노동자들을 충분히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십분 활용하는 동시에 10년간 삼성 내에서 무노조를 보장하는 등 말레이시아 정부와의 유착 관계를 통해 노동자의 조직화를 방해하는 초국적 기업 삼성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우리는 이제 시시각각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해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세계의 ‘이웃’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제적인 이슈를 다루는 방송이 웬만한 국내 시사 프로그램 시청률을 웃돌고,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관련한 소식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함께 기업의 이윤 추구가 과도하게 허용되면서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있었다. 국가 권력만큼이나 경제권력의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기업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이냐가 인권 분야에서 중요한 과제로 제기된 것이다.
한국 경제가 규모가 커지고 세계화 속에서 한국 기업의 영향권은 특히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넓어지고 있다. 웬만한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한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과 국민의 세금이 뒷받침되고 있다. 우리의 감시와 책임이 필요한 근거이다.
이러한 국내외적 현실이 이 책 『아시아로 간 삼성』의 기획 배경이 되었다. 해외로 간 글로벌 기업 삼성은 어떤 모습인가? 현지 국가의 정치 경제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가? 우리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기업의 잘못은 비판할 줄 알면서, 해외에 나간 한국자본과 기업에 대해서는 ‘외화’ 획득에 가려진,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이중 기준’을 적용하곤 한다. 이웃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얼룩진 돈으로 우리는 떳떳하고 행복한가? 비민주적인 정권과 분쟁으로 얼룩진 나라에서 개발 과정이야 어떻든 자원만 얻어오면 되는가? 인권을 외면한 해외투자는 우리가 비난하던 제국주의의 모습이 아니던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그러면 왜 하필 삼성인가?
언제부터인가 유럽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를 안방에 앉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새벽 3시에 방송되는 첼시와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려고 그 시간을 기다리는 열성팬들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첼시 선수들의 유니폼에 찍힌 삼성 로고는 이제 익숙한 광경이다. 삼성은 첼시 유니폼에 삼성 로고를 넣기 위해 2005년 4월, 5년 동안 5,000만 파운드(당시 환율로 한화 849억 원)라는 거액의 돈을 들여 스폰서십을 맺었다. 삼성은 첼시와의 계약 후 브랜드 인지도 상승효과에 힘입어 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 휴대폰 매출은 네 배나 높아졌고 LCD TV 시장에서도 1위에 올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첼시를 후원하는 삼성 브랜드 마케팅의 성과가 마치 한국 경제의 성공인 양 받아들여질 만큼 삼성은 한국의 대표 기업이다.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한국 사회에 광범하게 영향을 미치는 삼성의 영향력은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삼성은 이제 단순히 재벌이 아니라 하이테크, 효율성, 유연성으로 특징지어지는 한국 현대화의 상징이다. 삼성은 한국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수천 명의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삼성맨을 꿈꾸며 취업 준비를 한다.
뉴스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지는 아시아 속 삼성의 모습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삼성은 말레이시아나 태국 정부로부터 노동자배려상이나 품질경영대상을 수상하는 모범 기업이다. 지난 6월 12일 중국 개혁ㆍ개방 30주년을 기념해 한ㆍ중 교류에 기여한 한국 기업을 시상하는 행사에서는 삼성 차이나가 중국 내에서 사회공헌활동을 가장 활발히 전개하는 한국 기업으로 기업국민모범상을 받기도 했다. 이것이 아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삼성의 실제 모습인가?
이 책의 본론은 1938년 한국의 삼성 노동자로 시작해서 2008년 아시아 지역 삼성 노동자의 모습으로 끝난다. 분명 삼성이 거둔 커다란 경제적 성공은 현대 아시아 자본주의가 이루어 낸 성공의 일부다. 말할 것도 없이 삼성은 또한 ‘한국’ 자본주의의 첨병으로서 한국 사회가 지난 수십 년의 근대화 과정에서 안고 살아온 다양한 전통적 모순과 90년대 이후 빠르게 확산된 세계화의 모순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삼성은 기업 경영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선진적인 기업임이 틀림없으나, 노동을 통제하는 방식은 지극히 후진적이다. 물론 삼성 말레이시아 공장의 현지화 전략에서 나타나듯이, 삼성은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의 주인으로 생각하게끔 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1960년대 제일모직 노동자들에게 하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아시아 현지 노동자들을 대한다. 이 책의 태국과 말레이시아 사례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노조 설립을 방해하기 위한 전근대적인 방식이 계속된다면, 삼성의 신화도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의 주변부 국가에서 노동자들이 정치화되고 계급으로 조직화하게 된다면 삼성의 노동통제 방식이 갖는 한계는 곧바로 드러날 것이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진출해 있는 삼성이 양보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의 정도는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독자가 상상하기 쉬운 자극적인 착취나 통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물론 기업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가진 삼성의 하청망에서 그러한 사례들은 얼마든지 존재하며 삼성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조차 삼성이 지급하는 월급으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힘겨운 경우도 있다. 그러한 사례들이 본문에서도 종종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재벌에 의한 개별 노동자들의 착취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초국적기업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이 어떻게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중국에서 초국적 자본의 확산과 활동 속에서 ‘하나로’, 하지만 ‘불평등하게’ 조직되는 가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바로 그것이 삼성이 이윤극대화를 위한 노동과 사회와의 투쟁에서 얻어 낸 ‘결실’과 교훈의 정수이기 때문이고 바로 그것이 보다 ‘구조화된’ 착취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아시아 노동자들에게 삼성은 어떤 기업인가
삼성이 진출한 아시아 국가에서 삼성 노동자들은 ‘삼성맨’의 자부심을 갖는 한국의 삼성 노동자들과 달리 정체성도 약하고, 회사의 이윤생산 체계 역시 아시아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포섭보다는 기계적 종속에 의존한다. 고용은 불안정하며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복지 혜택 역시 ‘삼성맨’이 누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자발적 충성심을 갖기 어려운 노동조건 때문에 이들의 회사에 대한 복종은 경제적 보상과 경쟁이라는 시장적 장치 외에도 권위적 질서에 더욱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어디에서든 기존의 권위를 이용하는 혹은 권력과 유착하는 삼성의 기업 전략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여전히 확실한 권력 주체를 가지는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에서 두드러진다. 삼성과 이들 권력과의 관계는 투자자로서 가지는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보호들이 일차적인 기반이겠지만 비공식적 호혜관계 또한 공공연히 거론된다.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무노조 경영 원칙의 고수다. 현지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반으로 한 삼성의 노조 불허 정책은 삼성전기 타이와 삼성 말레이시아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이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노동의 개별화, 유연화 전략과 노동자의 고용 불안이 맞물리면서 아시아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삼성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한 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은 한국에서 아시아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중국으로 움직이고 단순 기술에서 하이테크로,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반도체로 움직인다. 삼성은 자기 자신, 노동자, 국가, 그리고 경쟁자들에 의해 창출된 공간에서 발전해 왔다. 실제로 삼성은 시장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 그동안 삼성의 성장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삼성이 지금껏 해온 방식으로 미래의 도전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삼성이 노동자들의 정치적 권리를 배제한다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노동자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최근 몇 년간 자신들의 영혼과 단체행동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노동자들을 다루기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국제 사회는 그리 만만하지 않고, 무엇보다 아시아의 노동자들은 그리 녹녹한 상대가 아니다. 그들은 식민주의와 인종분열, 군사독재와 민간인 학살, 초국적기업의 횡포를 모두 버텨온 이들이다.
이 책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은 국내에 활동 거점을 두고 있는 국제민주연대와 홍콩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아시아노동정보센터’AMRC의 공동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아시아에서 노동 관련 자료 수집을 통해 노동운동을 지원해 온 ‘아시아노동정보센터’는 2001년 아시아 지역 단체와 노동자를 중심으로 ‘아시아초국적기업감시연대’Asia Transnational Corporation Monitoring Network를 구성했고 국제민주연대도 이 네트워크에 참여했다. 아시아 지역의 초국적기업이 같은 아시아 지역 내에서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감시하면서 노동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구성된 이 모임에서 대표적인 아시아 기업의 모습을 연구해 보기로 했다.
연구는 한국의 삼성, 일본의 도요타와 대만의 타퉁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 보고서는 2006년 『지구화하는 아시아 기업에서의 노동:투쟁의 초상』Labor In Globalising Asian Corporations: A Portrait of Struggle"이라는 제목으로 묶여져 나왔다. 이 책은 보고서 가운데 삼성에 대한 조사 연구 부분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을 노동과 인권의 측면에서 분석한 본격적인 국내 연구도 이제 시작인 것을 보면 노동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본 삼성 해외 계열사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다시피한 것은 당연하다. 각국의 노동인권조직에서 일하면서 기업과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과 아시아에 대한 애정을 가진 필자들, 그리고 그들이 다행히 현장과 연구 경험 둘 다를 가졌기에 이 책의 출판이 가능했다. 국내 삼성 연구와 마찬가지로 ‘아시아로 간 삼성’에 대한 연구 역시 정보 접근도 어려운 불모지에서 처음 작업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가장 기본은 기업활동이 영향을 미치는 노동자에 대한 인권의 존중이며 한 사회의 구성요소로서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들은 이 기본은 외면한 채 기부금을 통한 사회공헌이 그 전부인 것처럼 의도적으로 인식하려고 한다. 삼성만 해도 매칭그랜트 제도를 도입해 현지 사회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지난달 쓰촨성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직원 2,000여 명을 파견해 복구활동을 돕기도 했고, 4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아시아 자본의 영향력은 투자량이 가리키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들의 사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집중되어 있고 수많은 노동자가 고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지 노동자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해외 노동인권 문제에 발벗고 나선 국제민주연대
[국제민주연대]가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한 감시 활동을 해 온 지 10년 가까이 되었다.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는 1968년 처음 시작해 점점 늘어나 현재 한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150개국에 이르렀다.
그동안 국제민주연대의 해외 한국 기업 감시는 주로 중소기업에 맞춰져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임금 체불, 노동자 폭행 등의 열악한 인권침해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 자본의 이동이 더욱 자유로워지면서 노동자와 관련 단체들이 기업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거나 노동권 준수를 요구할 경우, 해당 기업은 공장 폐쇄나 이전 등을 통해 결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고용 불안정 문제도 나타났다. 베트남, 중국, 중남미 등 한국 기업이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이 생기고 한국 자본의 해외 이동이 확대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최근 수년 사이 해외 현지 공장을 폐쇄 또는 이전하는 과정에서 임금 미지급, 갑작스런 공장 폐쇄, 야반도주 등의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예로 방글라데시에서는 수출자유지역에서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법 개정에 대해서 한국인 기업주들이 단체로 반발하여 정부가 법 개정을 재고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개발도상국에서 최소한의 노동 인권 보장을 한국의 자본들이 방해한 셈이다. 베트남에서는 노동자들의 의료보험을 월급으로부터 공제해 온 사업주가 사실상 직장 의료보험 등록을 미루어 온 사실이 발각되어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 일도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경우는 이른바 ‘도주’ 기업들인데 인도네시아의 한 한국 기업주는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은 채 자녀의 결혼식을 핑계로 한국으로 도주했다. 그는 사실상 공장을 폐쇄했고 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고 밀린 임금과 퇴직금은 받을 길이 없었고 백여 명의 노동자들은 전기와 수도가 끊긴 무더운 공장에서 작업판을 이어붙여 새우잠을 자며 수개월에 걸쳐 농성과 살길을 찾아야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노동자들의 편은 아니어서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자본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대기업과 연관된 인권 문제는 직접적이고 가시적이기보다는 좀 더 체계적이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업이 이들 나라에서 노동 인권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고 광범위하다. 근본적으로 그들은 현지 국가권력과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 연대 활동을 해온 국제민주연대는 해외 현지 사회단체로부터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행위를 고발하는 문제제기를 자주 받는다. 이미 아시아 이웃 국가들의 눈에 한국 기업은 이미 인권침해를 일으키는 가해자의 모습으로도 비춰지고 있었다. 해외 현지 인권 운동가들은 ‘한국 기업이 다른 아시아 기업에 비해 폭력적, 군사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주요 내용
1장 변화하는 삼성: 재벌에서 초국적기업으로
건어물 무역과 국수 제조로 시작해서 거대한 세계 시장 지배력과 현대적 첨단 기술, 사업 경영 수단을 갖춘 유명한 초국적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삼성의 역사를 살펴본다. 삼성이라는 기업의 역사를 노동, 국내외 시장, 그리고 정치와의 관련성 측면에서 서술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 시장 내 경쟁자들 간의 관계, 정치와 경제 사이의 관계, 그리고 국민 경제 간의 관계들의 복합체로서 삼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제2장 삼성화인가 중국화인가 : 중국 삼성전자의 노동관계
1990년 말 이전까지 중국은 국가 주도 경제개혁을 통해, 해외 직접투자를 활용, 국내 자본과 노사 관계를 변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해외 자본은 주로 중국을 값싼 가공 기지로 활용해 이득을 보았지만, 중국 경제가 세계 자본주의 체계에 온전히 포섭되어 있지 않았기에 중국 국가는 세계 경제와의 경쟁에서 국내 자본을 여전히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자본 간 경쟁의 격화는 주변 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중국을 1990년대 후반 금융 위기에 빠트렸고, 이는 이들 국가와 자본이 더 많은 자유화를 향해 나아가도록 강제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세계 자본주의 시장으로의 중국의 총체적인 편입은 중국에서 해외 직접투자의 전략을 바꾸어 놓았고 이는 해외 자본과 국내 자본 간의 갈등과 중국 노동과의 갈등을 악화시켰다. 삼성은 이제까지 이런 구조적 변화들을 성공적으로 이용해 왔다.
제3장 초국적 기업에서의 노동조건 : 삼성 인디아의 경우
해외 자본에 대한 특별대우는 일반적으로 그 국가의 노동 관련법을 침해하게 되고, 결국 초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삼성 인디아에서도 사실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삼성 인디아에서는 근무 시간, 복지 방침, 계약 채용에서 대대적인 노동법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것들은 노사 관계, 임금, 직원들의 근무 조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삼성은 생산 라인 노동자들을 계약직 노동자들, 대부분 사업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출신의 이주노동자들로 충원해 의도적으로 고용을 비공식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4장 삼성 타이 : 직접적 노사관계의 회피
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 하에 전자 산업 발전 계획이 추진되면서 시장 원리를 최우선적으로 간주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모델이 지배적으로 되었다. 이 글에서는 삼성전기 타이의 사례 연구를 통해 전자 부분 기업이 노동을 재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술을 살펴 보았다. 다른 웰그로우 산업 지역 회사들과 비교해 볼 때, 삼성전기 타이의 노동조건은 조금 나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점차 노동 유연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삼성과 노동 간 직접 관계는 점점 감소하는 상황이다.
제5장 정부-초국적기업 동맹과 삼성 말레이시아 노동자
삼성 말레이시아는 삼성 타이와는 상반되는 사례이다. 한국에서라면 기계화되었을 매우 위험한 노동 과정이 아직도 수공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안전 장비도 없이 악취.가스.화학 약품에 노출되어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브라운관 생산의 거의 모든 과정이 로봇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의 10퍼센트만 들이면 저임금의 가내 하청 노동자들을 충분히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을 십분 활용하는 동시에 10년간 삼성 내에서 무노조를 보장하는 등 말레이시아 정부와의 유착 관계를 통해 노동자의 조직화를 방해하는 초국적 기업 삼성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목차
서문
한국어판 서문
1장 변화하는 삼성: 재벌에서 초국적기업으로
1. 잿더미 속에서 일어나다
2. 개발주의에 편승한 삼성
3. 수출 전사 되기 그리고 노동 전사로 살아남기
4. 삼성의 세계화와 노동의 시장화
5. 글로벌 삼성 만들기
6. 삼성 ‘주인’ 혹은 ‘노예’의 눈물과 기쁨
7. 도전 받는 무노조 정책
제2장 삼성화인가 중국화인가 : 중국 삼성전자의 노동관계
1. 재벌기업 삼성의 성장과 노사 관계의 삼성화
2. 초국적 기업 삼성의 중국 진출과 성과
3. 삼성의 자본과 노동전략: 중국 국유기업 개혁과 노동의 비정규직화
4. 세계 시장 경쟁의 강화와 중국 노동자
제3장 초국적 기업에서의 노동조건 : 삼성 인디아의 경우
1. 인도 전자산업과 한국 기업의 진출
2. 삼성전자 인디아의 노동조건
3. 저임금,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인도 노동자의 미래
제4장 삼성 타이 : 직접적 노사관계의 회피
1. 삼성의 동남아시아 거점, 태국
2. 삼성전기 타이의 노동 유연화 전략과 노조의 대응
3. 태국의 전자산업 발전 정책과 노동자
제5장 정부-초국적기업 동맹과 삼성 말레이시아 노동자
1. 삼성 말레이시아의 성공과 경영 전략
2. 삼성 말레이시아 노동자와 노동조건
3. 삼성 말레이시아의 노사관계와 무노조 전략
4. 말레이시아 정부와 외국 기업의 긴밀한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