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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00년대 일본이 추락하고 있다.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을 외치며 1945년 이래 최대의 국가개조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밀어붙인 코이즈미와 그 후계자 아베는 일본을 미국의 완전한 ‘종속국가’(client state)로 만들어버렸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편승해 지역패권을 노리는 일본은 정치, 경제, 안보, 헌법, 교육, 복지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미국의 요구를 무제한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국가 전체를 신자유주의적, 대미의존적으로 개조하는 ‘개혁’을 7년간 지속해왔다. 그 결과 대내적으로 경제불황과 사회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으며 내정간섭에 가까운 미국의 요구에 순종하는 정치에 국민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동아시아 지역은 물론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고 무책임한 강대국의 전형이 되어가고 있다.
막다른 골목에 도착한 일본 개혁
일본 및 동아시아 정치와 역사의 세계적 권위자인 개번 매코맥(호주국립대 명예교수)의 최근 연구를 모은 이 책은 1945년 이래 일본 및 동아시아의 정치경제적 변화를 거시적으로 고찰하면서, 2000년대 들어 코이즈미-아베의 ‘개혁’으로 그전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종속국가’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반(半)주권국에 가까울 정도로 미국에의 ‘종속’을 자청하는 동시에, 야스꾸니신사 참배로 상징되는 내셔널리즘을 강화하고 헌법 및 교육기본법 개정을 통해 강대국을 지향하는 형용모순은 일본의 국가정체성을 ‘정신분열적’ 상태에 빠뜨렸다. 코이즈미와 아베에 이어 후꾸다까지 총리에서 물러난 지금, 기존 정치권에서 이같은 파멸적 상황을 책임질 인물은 보이지 않으며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을 대안세력의 형성 또한 불투명한 상태다.
이 책은 현재 일본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을 1945년 전후체제에서 형성된 정체성의 혼란에서 찾는다. 천황의 전쟁책임을 면해주고 군주 자리를 보전해주면서 미국의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 점령전략과, 일본이 아시아의 다른 민족들과는 다른 독자성과 우월성을 지녔으며 따라서 아시아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준 심리전술을 분석하고 일본의 대미의존성과 내셔널리즘이 모순적으로 결합한 역사적 과정을 살펴본다.
‘일본모델’ 해체와 헌법·교육기본법 개정의 정체성 혼란
정치, 경제, 외교 등 핵심적인 국가정책의 대부분을 미국의 요구에 맞추어 전환해온 코이즈미-아베의 일본은 전후체제 이후 나름의 외형적 경제성장과 안정적인 사회복지 기반을 허물고 이른바 ‘일본모델’의 해체를 가져왔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우정국민영화로 대표되는 코이즈미의 ‘개혁’과 선거승리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재편과 정치의 쇼비즈니스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장기불황과 노동불안정성, 사회불안이 팽배하고 시민사회의 역량이 극히 약화되었다. 이와 함께 미일안보동맹이라는 전제 아래 모든 국제관계를 종속시키는 대가로 자위대의 정규군화를 미국으로부터 동의받으려는 외교 및 안보정책은 이라크 파병과 ‘신가이드라인’ 합의 등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재편에 따르는 막대한 유무형의 비용을 부담하고 자국 영토를 미군기지로 제공하는 희생을 감수하도록 했다. 또한 중국과 한국, 북한과의 관계에서 워싱턴과 일본내 네오내셔널리즘의 패권적 요구에 휘말린 탓에 좌충우돌식 강경정책과 무책임한 태도를 반복하며 지역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자격을 스스로 박탈하고 있다.
저자는 체제내의 ‘종속국가화’를 헌법과 교육기본법 개정논란을 통해 보여준다. 사실상 헌법의 상위에 존재하는 1951년의 미일안보조약은 헌법의 9조 평화조항과 마찰을 일으켜왔다. 워싱턴과 토오꾜오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모순을 제거하고 보편적 시민성 대신 천황제 유지를 통한 미국의 지속적 패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법적, 제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에서도 천황에 대한 충효와 애국심 강조와 함께 신자유주의적 경쟁요소 도입의 요구가 거세다. 이와 함께 역사교과서 수정 움직임과 교육현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강화, 히노마루와 키미가요 의례 강요가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헌법 및 교육기본법 수호의지도 만만치 않으며, 일본의 정체성에 대한 모순된 열망이 격화될수록 미국의 영향에 대한 순수주의자들의 반대정서가 저항을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안보 종속화의 약한고리, 오끼나와와 핵정책
일본 안보의 종속화와 패권화와 관련해 저자는 ‘오끼나와 문제’에 주목한다. 미일안보동맹의 산물인 오끼나와는 1879년 일본에 병합된 이래 1945년 미군의 공습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하고 1972년까지 미군의 직접적 관할 아래 놓여 있었다. 일본에 반환된 뒤에도 미군기지의 72%가 이 지역에 집중되었고 반환에 따른 엄청난 비용도 고스란히 떠안았다. 뿐만 아니라 ‘배려 예산’ ‘주둔국 지원’ 등의 명목으로 미군에 막대한 보조금도 계속 지불하고 있다. 오끼나와 주민들은 헌법의 평화와 지방자치 조항을 들어 정부와 긴 싸움을 이어오는 중이다. 저자는 미일관계의 일방성과 군사 우선정책의 대표적 사례인 오끼나와에서 주민의 미군기지 반대운동이 지닌 의미를 되새길 것을 권한다.
저자가 강하게 비판하는 또다른 일본의 모순은 핵 희생국이자 ‘비핵 3원칙’과 ‘평화헌법’을 가졌지만 일관되게 핵에너지와 핵재처리, 핵무기를 옹호해왔으며 국가방위전략의 핵심에 핵무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핵과 관련해 북한을 비난하지만 핵무장에 점차 접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동아시아의 핵위협 역시 높아지고 있다. 무기뿐 아니라 에너지에서도 핵 초강대국으로 진입한 지 오래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원자력 개발단지 롯까쇼 마을을 운영하고 엄청난 규모의 플루토늄과 사용후 핵폐기물을 양산하고 있다. 핵 초강대국 일본은 동북아 비핵지대라는 지역구상에는 부정적인 반면 핵클럽 가입에는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두고 이른바 핵 관료와 시민사회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으며 여기에 일본의 미래의 큰 부분이 걸려 있다고 주장한다.
막다른 골목에 도착한 일본 개혁
일본 및 동아시아 정치와 역사의 세계적 권위자인 개번 매코맥(호주국립대 명예교수)의 최근 연구를 모은 이 책은 1945년 이래 일본 및 동아시아의 정치경제적 변화를 거시적으로 고찰하면서, 2000년대 들어 코이즈미-아베의 ‘개혁’으로 그전까지와는 질적으로 다른 ‘종속국가’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반(半)주권국에 가까울 정도로 미국에의 ‘종속’을 자청하는 동시에, 야스꾸니신사 참배로 상징되는 내셔널리즘을 강화하고 헌법 및 교육기본법 개정을 통해 강대국을 지향하는 형용모순은 일본의 국가정체성을 ‘정신분열적’ 상태에 빠뜨렸다. 코이즈미와 아베에 이어 후꾸다까지 총리에서 물러난 지금, 기존 정치권에서 이같은 파멸적 상황을 책임질 인물은 보이지 않으며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을 대안세력의 형성 또한 불투명한 상태다.
이 책은 현재 일본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을 1945년 전후체제에서 형성된 정체성의 혼란에서 찾는다. 천황의 전쟁책임을 면해주고 군주 자리를 보전해주면서 미국의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 점령전략과, 일본이 아시아의 다른 민족들과는 다른 독자성과 우월성을 지녔으며 따라서 아시아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준 심리전술을 분석하고 일본의 대미의존성과 내셔널리즘이 모순적으로 결합한 역사적 과정을 살펴본다.
‘일본모델’ 해체와 헌법·교육기본법 개정의 정체성 혼란
정치, 경제, 외교 등 핵심적인 국가정책의 대부분을 미국의 요구에 맞추어 전환해온 코이즈미-아베의 일본은 전후체제 이후 나름의 외형적 경제성장과 안정적인 사회복지 기반을 허물고 이른바 ‘일본모델’의 해체를 가져왔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우정국민영화로 대표되는 코이즈미의 ‘개혁’과 선거승리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재편과 정치의 쇼비즈니스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장기불황과 노동불안정성, 사회불안이 팽배하고 시민사회의 역량이 극히 약화되었다. 이와 함께 미일안보동맹이라는 전제 아래 모든 국제관계를 종속시키는 대가로 자위대의 정규군화를 미국으로부터 동의받으려는 외교 및 안보정책은 이라크 파병과 ‘신가이드라인’ 합의 등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재편에 따르는 막대한 유무형의 비용을 부담하고 자국 영토를 미군기지로 제공하는 희생을 감수하도록 했다. 또한 중국과 한국, 북한과의 관계에서 워싱턴과 일본내 네오내셔널리즘의 패권적 요구에 휘말린 탓에 좌충우돌식 강경정책과 무책임한 태도를 반복하며 지역공동체의 성원으로서 자격을 스스로 박탈하고 있다.
저자는 체제내의 ‘종속국가화’를 헌법과 교육기본법 개정논란을 통해 보여준다. 사실상 헌법의 상위에 존재하는 1951년의 미일안보조약은 헌법의 9조 평화조항과 마찰을 일으켜왔다. 워싱턴과 토오꾜오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모순을 제거하고 보편적 시민성 대신 천황제 유지를 통한 미국의 지속적 패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법적, 제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에서도 천황에 대한 충효와 애국심 강조와 함께 신자유주의적 경쟁요소 도입의 요구가 거세다. 이와 함께 역사교과서 수정 움직임과 교육현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강화, 히노마루와 키미가요 의례 강요가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헌법 및 교육기본법 수호의지도 만만치 않으며, 일본의 정체성에 대한 모순된 열망이 격화될수록 미국의 영향에 대한 순수주의자들의 반대정서가 저항을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안보 종속화의 약한고리, 오끼나와와 핵정책
일본 안보의 종속화와 패권화와 관련해 저자는 ‘오끼나와 문제’에 주목한다. 미일안보동맹의 산물인 오끼나와는 1879년 일본에 병합된 이래 1945년 미군의 공습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하고 1972년까지 미군의 직접적 관할 아래 놓여 있었다. 일본에 반환된 뒤에도 미군기지의 72%가 이 지역에 집중되었고 반환에 따른 엄청난 비용도 고스란히 떠안았다. 뿐만 아니라 ‘배려 예산’ ‘주둔국 지원’ 등의 명목으로 미군에 막대한 보조금도 계속 지불하고 있다. 오끼나와 주민들은 헌법의 평화와 지방자치 조항을 들어 정부와 긴 싸움을 이어오는 중이다. 저자는 미일관계의 일방성과 군사 우선정책의 대표적 사례인 오끼나와에서 주민의 미군기지 반대운동이 지닌 의미를 되새길 것을 권한다.
저자가 강하게 비판하는 또다른 일본의 모순은 핵 희생국이자 ‘비핵 3원칙’과 ‘평화헌법’을 가졌지만 일관되게 핵에너지와 핵재처리, 핵무기를 옹호해왔으며 국가방위전략의 핵심에 핵무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핵과 관련해 북한을 비난하지만 핵무장에 점차 접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동아시아의 핵위협 역시 높아지고 있다. 무기뿐 아니라 에너지에서도 핵 초강대국으로 진입한 지 오래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원자력 개발단지 롯까쇼 마을을 운영하고 엄청난 규모의 플루토늄과 사용후 핵폐기물을 양산하고 있다. 핵 초강대국 일본은 동북아 비핵지대라는 지역구상에는 부정적인 반면 핵클럽 가입에는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저자는 일본의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두고 이른바 핵 관료와 시민사회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으며 여기에 일본의 미래의 큰 부분이 걸려 있다고 주장한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서문
1장 영원한 12살?
2장 의존적인 초강대국
3장 '일본모델'의 해체
4장 부시의 세계 속의 일본
5장 아시아의 일본
6장 헌법과 교육기본법
7장 오끼나와 : 처분과 저항
8장 핵보유국 일본
9장 정신분열증 국가?
주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