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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독일통일(1990.10.3) 18주년에 즈음하여 의미있는 독문학 연구서가 출간되었다. 독일 보쿰대학에서 유학했고, 1993년부터 연세대 독문과에 재직중인 김용민 교수의 『독일통일과 문학』이 그것이다. 저자는 독문학자로서 독일의 통일과 그후에 일어난 독일 사회의 여러 현상과 갈등을 예의주시해왔으며, 오늘날 독일의 현실을 거울삼아 올바른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과 애정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저서는 남다른 의미를 가진 값진 성과물이라 하겠다. 저자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당시 독일에 유학중이어서 그 누구보다도 독일통일의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해 천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어떤 사회과학 연구서들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일통일 전후 상황과 문학적 대응, 독일 분단과 통일의 이면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독일의 통일 과정과 지금까지 화제로 남아 있는 논쟁들을 살펴보는 한편, 동서독인들의 정체성과 정서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화통합의 지난함에 대해 분석하고, 독일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반도 통일이 지향해야 할 바를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제1장 ‘독일통일과 문학논쟁’에서는 우선 독일의 통일 과정에 대한 개관에 이어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독일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크리스타 볼프 논쟁’ ‘신념미학 논쟁’ ‘슈타지 논쟁’ 등을 오늘의 시각으로 정리한다. 이 논쟁들은 동독의 문화와 문학, 그리고 지식인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과거극복 논쟁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더 나아가서 이 논쟁들은 지식인과 이데올로기, 지식인과 사회참여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화두를 던져준다.
제2장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대한 문학적 대응’에서는 독일통일에 대한 문학적 성찰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의 변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것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낸 동독출신 세 작가, 폴커 브라운·헬가 쾨니히스도르프·크리스토프 하인의 문학작품을 분석함으로써 통일 이후 동독 지식인들의 내면 풍경을 드러내보인다.
제3장 ‘동서독과 통일독일을 성찰하는 크리스타 볼프의 문학’은 크리스타 볼프의 작품을 통해 드러난 동독사회에 대한 비판과 개혁 가능성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서독의 귄터 그라스와 함께 독일 문학계를 대표하던 동독 출신의 크리스타 볼프는 통일 과정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작가이기도 했다. ‘크리스타 볼프 논쟁’을 야기한 소설 『남아있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대해 그녀가 어떤 입장을 지녔는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서독의 냉전 상태와 그로 인한 동독체제의 경직화를 비판한 『카산드라』와, 통일 이후에도 여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이나 이방인을 배척하고 급기야는 사회에서 배제하는 독일사회에 대한 비판을 다룬 『메데아』를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다. 『메데아』는 특히 볼프가 통일 과정에서 엄청난 시련을 겪은 후 5년 만에 처음 내놓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 작품이었다. 3장에서 폴커 브라운이나 크리스타 볼프처럼 동독의 비판적 정체성을 대표하던 기성작가들을 다루었다면, 제4장 ‘통일 이후 독일문학의 새로운 경향’에서는 1960년대에 태어나 동독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통일 이후에야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 젊은 작가들, 토마스 브루씨히·잉고 슐체의 작품을 분석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들은 동독 시절과 통일 이후의 동독사회의 변화를 선배 세대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동독의 과거극복 문제나 통일된 독일사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은 매우 자유롭고 비판적이며 동시에 발랄한데, 90년대 이후에 등장하여 많은 주목을 받은 이들의 문학은 통일독일의 새로운 문학경향을 대변하는 것이다.
제5장에서는 ‘분단문학사와 통일문학사 서술’ 문제를 다루었다. 통일문학사 서술을 위해서는 분단 시절에 동서독이 각각 상대방의 문학사를 어떻게 기술했는지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동서독 각각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상황에 따라 ‘하나의 독일문학’에서 ‘두 개의 독일문학’ 그리고 다시 ‘하나의 독일문학’으로 논의가 바뀐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다. 또한 통일 이후에 제기된 통일문학사 서술의 문제와 그동안 발표된 문학사들에서 동서독문학을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가를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고민해야 할 통일 한국문학사 서술에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도발적인 질문이 담긴 제6장 ‘희망의 담지자 또는 미래의 중추세력으로서의 동독인들?’은 동독 출신의 젊은이와 여성들의 자서전적인 글들을 분석하여 이들이 미래의 통일독일을 이끌 중추세력이 될 수 있을지 살피고 있다. 하나의 체제가 무너지고 그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체제 속에 내던져진 동독 젊은이들이 여러 시련을 겪고 살아남으면서 오히려 또래의 서독 젊은이들보다 보다 독립적이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이 습득한 성숙한 위기관리 능력은 미래를 헤쳐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엿볼 수 있다. 동독출신 여성들 역시 여성들의 자기실현이나 사회적 활동을 강조하고 그를 위한 제도를 갖추었던 동독 사회주의 사회에서 살았던 경험이 통일 이후의 삶을 헤쳐나가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울러 서독 여성들에 비해 사회적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가정과 직업을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동독 출신 여성들이 통일독일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하지만 동독 인구는 서독에 비해 4 분의 1 수준밖에 안되고 통일 전후 태어난 젊은이들은 더이상 동독 출신이라고 할 수 없기에 과연 이들이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다. 동독인구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상황을 오히려 동독의 특수성으로 보고 동독지역에 새로운 노동사회의 모델을 세우려는 흥미있는 제안도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동독인들은 새로운 사회모델을 세울 수 있는 ‘전위’가 될 수 있다는 볼프강 엥글러의 주장을 분석해 보인다.
결론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장 ‘독일통일에 비추어본 한반도 통일방안’은 저자의 고심과 깊은 통찰이 담긴 장으로 주목을 요한다. 앞장에서 분석한 독일통일과 문화적 갈등, 그리고 사전준비 없이 진행되어 많은 문제점을 노출한 독일통일의 예를 한반도에 어떻게 원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독일통일의 경험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과 애써 피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독일통일이 가져온 많은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저자는 깊은 애정을 가지고 한반도 통일이 어떠한 단계와 과정을 거쳐 어떠한 모습으로 완성되어야 하는지 그동안 고민하고 생각해온 내용들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이런 고민들을 통해 한반도 통일이 독일처럼 많은 시행착오와 많은 후유증을 양산하지 않고 부드럽고 지혜롭게 그리고 인류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세계사적 사건으로 완수될 수 있기를 소망하는 것으로 이 책은 마무리된다.
이 책은 독일문학을 통해 독일통일 과정과 그 이후의 문제점들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하고 정리한 것만으로도 전공자를 비롯해 일반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거기에 더해 우리가 당면한 남북관계나 통일문제에 대한 실감있는 제안이 담겨 있는 것은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우리에겐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통일문제에 대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현싯점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아주 클 뿐만 아니라 경청해야 할 대목이 갈피마다 담겨 있는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제1장 독일통일과 문학논쟁
1. 독일의 통일 과정
2. 통일 과정에서의 동독 지식인의 역할
3. 통일 과정에서의 문학논쟁
4. 통일독일의 문학논쟁 결산
제2장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대한 문학적 대응
1. 통일을 다룬 가장 상징적인 텍스트 ― 폴커 브라운 「소유물」
2. 통일독일 사회의 문제점 ― 헬가 쾨니히스도르프 『아프리카 옆에서』와 크리스토프 하인 『란도』
3. 독일문제를 성찰하는 폴커 브라운의 시 세 편
제3장 동서독과 통일독일을 성찰하는 크리스타 볼프의 문학
1. 동독사회 비판과 개혁 가능성 ― 『남아 있는 것』
2. 신화를 통한 동독사회 비판 ― 『카산드라』
3. 통일독일 사회에 대한 문학적 성찰 ― 『메데아. 목소리들』
제4장 통일 이후 독일문학의 새로운 경향
1. 통일 이후 등장한 새로운 문학 경향
2. 동독인이 제기한 새로운 과거극복 ― 토마스 브루씨히 『우리 같은 영웅들』
3. 회상을 통한 과거의 복권 ― 토마스 브루씨히 『존넨알레』
4. 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삶과 운명 ― 잉고 슐체 『간단한 이야기들』
제5장 분단문학사와 통일문학사 서술
1. 통일 이전 동서독 문학의 성격에 대한 논의
2. 통일 이후 분단문학사 및 통일문학사 서술 문제
제6장 희망의 담지자 또는 미래의 중추세력으로서의 구동독인들?
1. 통일독일 사회에 적응한 동독 젊은이들의 이야기 ― 야나 헨젤 『동쪽 지역 아이들』
2. 동독 여성들의 새로운 가능성 ― 마르티나 렐린 『물론 나는 동독여자다!』
3. 독일의 미래는 구동독인들에게 ― 볼프강 엥글러 『전위로서의 동독인들』
제7장 독일통일에 비추어본 한반도 통일방안
1. 독일통일의 명암
2. 독일통일의 교훈과 한반도 통일의 기본원칙
3. 한반도 통일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들
4. 한반도 통일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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