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과 유토피아: 한국 근대 민중운동사
- 대등서명
- 朝鮮民衆運動の展開
- 발행사항
- 서울 : 역사비평사, 2009
- 형태사항
- 452 p. ; 23 cm
- ISBN
- 9788976967251
- 청구기호
- 911.059 조14ㅁ
- 일반주기
- 색인수록 원저자명: 趙景達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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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1583 | 대출중 | 2025.02.07 |
- 등록번호
- 00011583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중
- 2025.02.07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최초의 민중운동통사
1860년대 근대이행기부터 1945년 일제 식민 지배의 막이 내릴 때까지,
민란·갑오농민전쟁·의적의 난·3·1운동·종교운동 등 다양하고 광범하게 전개된 민중운동.
그 사례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민중의식이 어떻게 민중운동으로 전개되었는지,
사와 양반, 민의 상관관계를 통해서 살폈다.
이 시기 조선에서는 구제사상과 사士 의식이 결합된 유토피아 사상이 형성되어
정치적 운동으로 전환되어 갔다. 농촌공동체의식과 국왕관, 유교사상, 종교관 등을
초점으로 민중사학적 방법론에 입각해 민중의 일상세계를 재조명하였다.
재일사학자이자 조선근대사 연구자로 유명한 조경달 교수의 ‘이단의 민중반란’에 이은 두 번째 민중운동 연구서. 앞의 ‘이단의 민중반란’이 갑오농민전쟁에 초점을 맞추어 민중운동의 전개와 민중사상으로서의 동학 이단파의 역할을 살핀 데 반해, ‘민중과 유토피아’(원서명: ‘朝鮮民衆運動の展開:士の論理と救濟思想’)는 1860년대 개항을 전후한 시기부터 일제 식민 지배의 막이 내릴 때까지 100년 가까운 시기 동안 광범한 영역에 걸친 민중운동의 전모를 추적하였다.
저자는 반세기에 걸쳐 민주화라는 실천적 과제를 짊어져온 한국 민중사학의 성과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며, 민중운동사적 방법으로 근대이행기부터 근대에 걸친 한국의 민중운동을 그려내고자 했다. 특히 기존의 민중사 연구가 경제결정론적이고, 계급환원론적인 시각에 치우쳐 있다는 문제의식하에 민중사의 과제를 민중들의 일상생활과 그 속에서 형성된 민중의식을 해명하는 데 두었다. 이를 위해 ‘민중은 고유한 문화를 지닌 자율적 존재’라는 관점에서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포함한 생활권과 심성을 살펴 민중의 가치 세계를 발견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유교사회라는 요소와 한국 특유의 신분계층인 양반에 의해 규정되어 민중 차원에서 나타난 ‘사士 의식’의 고양과 쇠퇴에 초점을 맞추어, ‘민중의 공동체적 질서관, 국가·국왕관, 종교의식과 해방에 대한 염원, 내셔널리즘’ 등의 성격을 검토하였다.
또한, 기존의 조선 후기 민중운동에 대한 연구가 ‘홍경래의 난’이나 ‘임술민란’에 집중되고, 각 사건별로만 이루어진 한계를 넘어서, 민란뿐만 아니라 갑오농민전쟁, 활빈당과 같은 의적의 난을 비롯해, 3·1운동, 천도교·보천교 등의 종교운동까지, 사회의 모순에 저항하던 민중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사적 시각에서 접근해 한국 근대 민중운동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민중의 실상에 대한 분석적 접근으로 민중 의식을 해명,
민중운동사의 새 지평을 열다
“오늘날 한국에서 민중이나 민중사는 너무 평범한 것이거나 좀 낡은 용어가 되었다. 아래로부터의 역사학은 더 이상 참신한 구호가 아니며 역사학이 사회변혁에 기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역시 철 지난 구호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민중운동사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지난 수년간 침체되었다. 국가나 민족 중심, 지배층 중심의 역사학 연구를 반성하는 가운데 새로운 역사학을 기다리는 학계와 사회의 요구가 커졌지만, 그것은 민중사 내지 민중운동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 책에는 그러한 상황에서 민중사 또는 민중운동사를 통해 역사학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또 그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지에 대한 한 역사학자의 진지한 모색이 담겨 있다.”
― 역자 후기에서
민중사의 과제는 민중들의 삶, 그들이 살아온 모습과 역정이라는 관점에 서서 역사상을 재구성하는 데 있다. 민중은 투쟁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생활하는 존재라는 저자의 말처럼, 아무리 난세를 살고 어떠한 부조리한 억압과 빈곤에 처하더라도 민중은 그런 운명을 일단 최선을 다해 견뎌야 했다. 생활인으로서 일상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그들은 쉽사리 폭력적인 수단에 의존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투쟁의 국면만을 통해 민중을 보려 한다면 평범한 민중의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혹은 어떤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민중들로 하여금 목숨을 건 투쟁의 대열로 이끌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과 그 속에서 형성된 민중 의식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중의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는 곧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들의 관습, 종교, 심성, 네트워크 등 이른바 민중의 생활과 문화, 사상과 의식이라고 할 만한 내적 계기들을 발견해내기 위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사료는 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민중운동사로 시선을 돌렸다. 그에게 민중운동사가 갖는 의의는 “단순히 변혁주체의 동적 움직임만을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운동과 투쟁이라는 비일상적 세계를 통해 거꾸로 민중의 일상적 세계를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렇게 해서 민중운동사는 “역사의 전환과 방향을 통찰하는 동시에 민중의 일상세계를 투시하고자 하는 연구 영역”이 된다. 민중의 집단적 실천을 분석함으로써 거기에 담겨 있는 민중의 심성, 그들의 염원을 읽어내는 것이다. 물론, 아래로부터의 역사라고 해서 구조적 문제를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중운동이나 민중투쟁을 낳은 각 시대, 각 사회 고유의 지반과 의식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민중운동 자체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민중운동사를 시대와 사회의 전체성을 표상하는 연구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한편, 민중의 논리나 심성을 민중운동사를 매개로 해명해나가는 저자의 작업은 일본 역사학계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민중사상사 연구의 전통과 맥이 닿아 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정치문화의 존재방식을 역사학적으로 구명하는 작업인데, 그러한 저자의 연구는 방법론의 측면에서도 한국 학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새 세상, 유토피아를 향한 민중들의 열망은 어떻게 표출되었는가?
민중의 사士 의식과 한국의 정치문화
“사士 의식을 갖고 있든 아니든, 사士란 조선 민중에게 이상적인 인간상이며, 그런 의식이 강화되었을 때 민중운동은 고양되었다. 그런 의식이 침체되었을 때도 민중은 스스로가 사士가 되어야 할 유토피아를 꿈꾸면서 해방에 대한 염원을 키우고, 면종복배하면서 무언의 저항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갇힌 사士 의식은 어느 때에 일거에 분출된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적 양상은 그야말로 그러한 민중 의식에 규정된 운동의 결과이다.”
― 본문 390쪽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민중운동사 연구뿐만 아니라, 그러한 정치문화의 존재방식을 밝히는 데에도 커다란 관심을 기울였다. 주지하듯이 조선왕조시대에는 17~18세기경부터 신분제가 동요했으며, 민중의 신분 상승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민중이 양반이 되는 것이 정말로 가능한 일이었을까? 그것은 호적이나 족보상으로는 가능했다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민중은 신분상으로는 진짜 양반이 될 수 없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사士 의식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왕조시대에는 사士야말로 천하국가를 논하고 정치를 할 수 있는 주체였기 때문에, 민중의 정치적 저항은 사士 의식의 자각이 확산됨에 따라 격렬해졌다. 동시에 민중 고유의 구제救濟(유토피아)에 대한 염원도 커다란 힘을 발휘했다. 사士 의식을 갖고 유토피아를 자신의 힘으로 열어나가고자 하는 심성이야말로, 해당 시기 민중운동을 격렬하게 만들어갔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것이,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논점이다.
이 문제는 정치문화의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다. 유교적 민본주의를 원리로 한 왕조시대의 민중운동은 유교적 민본주의를 사이에 두고, 위정자와 민중, 혹은 양자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던 재지사족 등이 서로 다툼을 벌인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유교적 민본주의는 조선왕조사회에서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 정치사상이었으며, 누구나 공유하는 정치문화적 규범이었다. 이처럼 ‘사士’란 조선 민중에게 이상적인 인간상이며, ‘사士 의식’은 18세기 이래 조선의 지식인이 늘 염두에 두어야만 했던 질문으로, 이는 현대의 남북한 정치문화에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는 북한의 경우, 박규수가 개척하고자 했던 ‘전 인민의 총사화總士化’에 해당하는 ‘전인민의 인텔리화’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정치문화를 형성하고자 했으며, 남한의 경우 ‘덕망가적 질서관’과 ‘일군만민一君萬民’의 이념이 이승만 정권하에 왜곡·계승되어 가부장적 권위주의체제인 ‘일민주의一民主義’로 재생되었다가 긴 민주화투쟁 끝에 독자적인 ‘사士’ 민주주의를 성장 발전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저자는 한국의 독특한 민중 의식과 정치문화로 민중 총체가 사士가 되고자 하는 사士 민주주의라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장 방법과 과제 민중운동사의 방법|이 책의 과제
제1장 사士와 민民의 경계 ―조선 후기 평등사상의 형성
양반 지향의 형성|사士 개념의 변용|민중사상의 전환
제2장 민란시대의 개막 ―임술민란의 세계
세도정치하의 지역사회와 임술민란|궁민과 사족|덕망가적 질서관|민란의 전개과정|어진 정치와 개벽
제3장 개항기의 민란 ―원주민란의 사례
개항 후의 지역사회|제1차 소요|제2차 소요|지배의 구조와 진휼|덕망가적 질서관 재론
제4장 이단의 반란 ―갑오농민전쟁의 사士 의식
이단동학과 사士의 반란|농민군의 민본과 근왕①|농민군의 민본과 근왕②|반농민군의 민본과 근왕
제5장 대한제국기의 민란 ―사士의 주술적 속박과 그 양태
황제 독재의 성립과 사士의 주술적 속박|낙원 창조에서 황제환상으로|신구 사족의 항쟁과 민중|개화파 지식인의 민중관
제6장 의적의 시대 ―화적·활빈당의 세계
의적의 탄생|화적의 조직과 활빈당의 형성|화적·활빈당의 출자와 결합방식|의적의 행위양상|의적과 민중|반역의 논리와 의적의 성격
제7장 ‘독립만세’의 논리 ―3·1운동과 민중
이단의 소멸과 사士 의식의 후퇴|‘정감록’ 신앙과 민중운동|고종황제의 죽음과 3·1운동|‘민족대표’의 국가·민중관|만세시위운동의 전개양상|민중의 운동 논리와 주체의식
제8장 식민지시기의 동학 ―‘정감록’ 신앙과의 공명
민중운동과 신흥종교|문화정치기 동학 계통 교단들과 교리|천도교와 동학방계의 민족운동|농촌진흥운동과 신흥종교의 탄압|천도교의 전향과 봉인되지 않은 종말사상|식민지시기 민중과 신흥종교
제9장 반란의 종국구세주의 탄생 ―보천교로 모이는 민중
민중의 염원과 보천교|증산 강일순과 증산교|차경석의 출신과 증산 이후의 포교|포교와 독립운동|보천교 창건과 본격적인 포교 활동
제10장 이루지 못한 개벽 ―보천교의 친일 전향과 민중
사회비판과 친일운동의 전개|민중의 반발과 교도의 이반|만회와 혼미|말로와 민중|보천교의 활동과 민중 내셔널리즘
종장 결론|내셔널리즘과 정치문화
저자 후기|역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