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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느림보 마음

대등서명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시인 문태준 첫 산문집
개인저자
문태준 지음
발행사항
서울 : 마음의숲, 2009
형태사항
264 p. ; 21 cm
ISBN
9788992783194
청구기호
814.6 문832ㄴ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1676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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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번호
    00011676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느릿한 풍경이 그린 언어, 구석구석 시가 되는 문장들

문태준은 한국 문단의 느림보 시인이다. 그의 시는 조미료와 향신료를 듬뿍 뿌린 듯 강하고 달콤한 요즘 문단에서 은근한 사람냄새, 자연냄새를 풍겨 각별하다. 그의 시는 “우리 서정시를 위무의 성소聖所로 이끄는 언어의 축복”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란 바깥에서 얻어온 것들이기에 다시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이 보여주듯 한국 문단의 서정성을 살찌우는 대표 시인이다.
시인 문태준의 첫 산문집 『느림보 마음』이 「마음의숲」에서 출간되었다. 그에게 시가 바깥으로부터 얻어와 오래도록 정제시켜 얻어낸 결과물이라면, 그에게 산문은 빌려온 세상을 세필로 꼼꼼히 그려낸 커다란 화폭과도 같다. 그럼에도 한 생각 한 생각을 옮겨 적은 문태준의 산문은 청량하고 또한 여백이 많다. 마치 여름의 대나무 숲길이나 겨울의 눈보라 부는 들판을 보는 듯하다. 빽빽한 활자 사이사이를 헤집으면 그의 마음이 비워놓은 적적한 공간, 침묵의 공간, 느림의 공간, 닿음의 공간들을 볼 수 있다. 그가 느릿한 언어로 그려낸 풍경들은 고혹적이다. 이는 독자들이 느린 걸음으로 세상을 걸어가게 한다. 구석구석 시가 되는 이 책의 아름다운 문장들은 한 발짝 비켜서는 법, 입에 향기로운 말을 담는 법, 느릿느릿 걸어가는 법을 잘 아는 시인의 느리디느린 마음을 담고 있다. 신속한 세상에 던지는 느림보 시인의 마음을 어두운 자리나 진자리가 아닌 마른자리에 두고 볼 일이다. 그리고 그곳에 나를 살게 할 일이다.


한국 문단의 새로운 진화

시인 문태준의 시정詩情은 『느림보 마음』에도 드러난다. 대상을 순결하고 아름답게 바라보는 그만의 독창적인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창조한 기막힌 시적 표현들은 우회적 표현과 묘사를 통해 아름답게 드러난다. 그래서 최고의 경지에 위치한다.
그의 산문에는 향기가 있다. 푸릇한 대지를 달리는, 한갓진 오후의 정취를, 울긋불긋 얼굴색을 바꿔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희로애락喜怒哀樂 등. 마치 독자에게 말을 거는 ‘대화’가 있다. 우리는 삶의 그림을 쓱쓱 읽어 내려가는 착각을 하게 된다. 막힘이 없다. 눈앞에서 그려진다. 이렇듯 사물화된, 객관화된 그의 문투는 대화를 이끈다. 오래된 것 속에 담긴 새로운 것과의 만남을 이끈다. 이것이 진화된 관점이다. 그의 산문에서 풍기는 구수한 냄새는 바로 그가 그린 삶의 그림이다. 섬세하게 묘사된 서정이다. 신선한 충격이다.
국한된 시각의 진화가 아닐까, 라고 단정할 수도 있겠으나 다변화된 21세기의 서정은 고만고만한 시골 정서만을 담고 있지 않다. 우리가 여기서 시인 문태준과 엇비슷하게, 그리고 좀 더 깊은 눈으로 산문을 들여다봐야 하는 게 있다면 진화된 서정성이다. 그의 눈이 글문大文을 열고 닫는 섬세한 묘사, 발효된 된장처럼 눅신한 문체, 긴 호흡이 주는 감동이다.
예를 들어 『느림보 마음』에서 보이는 수식어는 소박한 그의 마음을 담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모양’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을 낮추고 있다. 여기서 모양은 모든 마주하는 삶을 말한다. 모양의 들고남이 투영된 시인 문태준의 시선이다. 그의 글에서 보여지 듯 그의 자아는 늘 낮은 곳에서 숨 쉰다. 숫기 없는 소년처럼. 자연에서 나고 자란 그의 글이 자연을 닮은 까닭이다. 고향의 냄새, 아버지와의 추억, 저릿한 어린 시절의 풍경. 낮은 목소리로 깊은 말을 전하는 그의 글은 삶, 비움, 느림에 관한 이야기로 독자들로 하여금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삶을 바라보게 한다. 이것이 시인 문태준만이 갖는 서정성이다.
성난 코뿔소처럼 앞만 보고 두서없이 달리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쩌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추진력이 아니라, 한 박자 쉬며 마음을 달래는 잠시의 여유일지도 모른다. 느림보 시인 문태준은 이 책을 통해 마음의 느림, 닿음, 걸음, 열애를 말한다. 그로써 마음의 ‘빈방’을 만들고 그곳, 청정한 비움의 방에서 마음도 쉬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빠른 세상에 던지는 시인 문태준의 느린 생각_문장 속으로

각 4장으로 그려진 시인 문태준의 산문 『느림보 마음』은 구석구석 삶의 여백을 두고 있다. 느릿한 거북의 무거운 등딱지 같은 삶의 짐을 내려놓을 수 없는 우리는 욕심을 덜어낸 빈 공간, 즉 마음의 쉼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으로 공존하는 모든 대상을 아우른다.
시인 문태준의 산문은 풍경화다. 그 속에 우리를 넣어 평소 쉬어갈 수 없던 곳에서 몸을 눕혀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꿈 많은 소년처럼. 나무 위에서, 바위에 올라앉아, 시냇가에 발을 담그며, 때로는 뒤로 걸어가며,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마음을 놓고.
『느림보 마음』은 너무 빠른 세상에 던지는 느림보 시인 문태준이 그린 풍경화다. 서정성의 산물이다. 또한 느릿느릿 말을 뱉고 멈춰 생각하고 다시 정립된 마음을 긁어모으는 시인 문태준 자신의 모습이다.


느린 마음
나는 깊은 강의 흐름을 보며 상자와도 같은 상점과도 같은 나의 마음을 무엇으로 채울까 생각하곤 합니다. 나는 되도록 한 구석을 비워 둡니다. 다 채우지 않습니다. 덜 채운 그곳을 적적한 곳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마음 한 구석은 비워 두어야합니다. 그럴 때만 우리의 마음도 숨을 쉴 수 있습니다.

느린 열애
쓰다듬는다는 것은 ‘내 마음이 좀 그렇다’는 뜻입니다. 말로 다 할 수 없어 그냥 쓰다듬을 뿐입니다. 말을 해도 고작 입속말로 웅얼웅얼하는 것입니다. 밥상 둘레에 앉은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가난한 아버지의 손길 같은 것. 강보에 아이를 받는 어머니의 반갑고 촉촉한 눈길 같은 것. 동생의 손을 꼬옥 잡고 데려가는 예닐곱 살 누이의 마음 같은 것. 으리으리하지는 않지만 조그맣고 작은 넓이로 둘러싸는 것. 차마 잘라 말할 수 없는 것. 그런 일을 쓰다듬는 일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느린 닿음
우리는 바깥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몸이 그렇고 마음이 그렇습니다. 한 사람의 체구는 하루에도 수많은 공간과 시간을 만납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우리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이 외부와의 접촉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세계의 누구도 고립된 공간에 감금된 채로 온전히 남겨질 수는 없습니다. 귀와 눈과 혀와 코로 이 우주를 만납니다. 심장이 붉게 뛰는 한 우리는 마라토너처럼 수많은 우울의 파도와 기쁨으로 돌아오는 메아리를 지속적으로 만납니다.

느린 걸음
내 삶의 리듬은 내가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자주할 일입니다. 지금 나를 이곳에 데려온 당사자는 바로 나인 것입니다. 내가 내 삶의 중심입니다. 나를 단속하면서 나를 자유롭게 할 일입니다.


시인 문태준은 시인과 문학 평론가 등 120여 명의 문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총 16회의 추천을 받아 가장 좋은 시인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불교방송에서 성전 스님이 진행하는 「행복한 미소」와 「영화음악실」 담당 PD로 일하고 있다.
목차

시작하는 글

1 느린 마음
아름다운 주름 생각
자라와 고니
시원하고 푸른 한 바가지 우물물 같은 휴식
여름의 근면
무언가를 새롭게 기다리는 손
가을 과일이 익는 속도만큼
물고기가 달을 읽는 소리를 듣다
들밥
강아지 대신 거북
따뜻한 마중
움직이고 흘러가는 수레와 배와 물고기
내 아버지의 천만당부
오늘 종일 하늘이 하는 이 무일푼의 일
진흙덩어리 속 진흙게
깊은 강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2 느린 열매
햇배 파는 집
봄비처럼 통통한 호기심
밥상을 차리는 일
한 생각 청정한 마음이 곧 도량
새벽에 홀로 앉아
따뜻한 화로 같은 고향
쓰다듬는 것이 열애입니다
이별에게
한난을 바라보는 시간
이제 오느냐
바닷가 해변과 모래집과 물울타리와
초동일 아침
설날 생각
매병과 연못
마지막 말씀

3 느린 닿음
자연을 밥벌이시킨 타샤 튜더
물새의 깃털보다 부드러운 촉감
차츰, 조용히, 차근차근하게 밝은 쪽으로
젖니 난 아기를 안고
강보처럼 감싸던 달빛
비 오시는 모양을 바라보며
그쵸, 라는 별명의 여덟 살
빛바랜 사진
들꽃과 하얀 컾 잔과 종이 카네이션
청보리밭에 앉아
누나는 나를 업고 나는 별을 업고
삼 년 만에 돌아온 제비
노모
굼뜸과 일곱 살
상여가 지나가는 오전

4 느린 걸음
신발
아, 24일
걸음의 속도
새해 새날 아침에
저 들찔레처럼
대중목욕탕집 가족처럼
당일과 공일
어머니와 시골절
햇빛 텃밭
사랑의 고백
해녀와 함께 바닷가로
가을 편지
아내라는 여인
더듬대고 어슬렁거리고 깡마르게
나의 작은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