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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단 1쪽도 놓칠 수 없다”
출판의 현장에서 생생하게 정리한
책 만드는 사람이 알아야 할 3,000 가지의 모든 것
출판 편집자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한국판 시카고 매뉴얼!
책 만드는 편집자가 하는 3,000가지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 책의 개요
지난 20년 동안 《미학 오디세이》, 《철학과 굴뚝 청소부》, 《사도세자의 고백》, 《대담》, 《노마디즘》,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등 수많은 인문, 역사 스테디셀러 교양서를 출간해온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의 김학원 대표가 2년 동안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다시 현장에 복귀하며 한국판 시카고 매뉴얼 《편집자란 무엇인가―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를 출간하였다.
60여 년 한국 출판의 역사에서 출판인들의 회고록, 전기, 일기, 부분적인 경험을 다룬 책들은 여럿 있었지만, 사회문화적 시각으로 출판 현장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수많은 편집자들을 위한 생생하고 체계적인 매뉴얼은 부재했다. 우리시대의 출판 기획과 편집, 그리고 마케팅 일선에서 남다른 안목과 기획, 독특한 아이디어로 책의 세계에서 희망을 열어온 김학원 대표는 《편집자란 무엇인가》의 출간을 통해 ‘보이지 않았던’ 출판 편집자의 세계를 사회문화적인 시각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침체된 출판 편집의 세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이 책은 600여 종의 책을 펴내며 현장에서 기록한 1만 매가 넘은 편집일기, 2천 명 이상이 수강한 출판 기획 강의와 강의 노트, 설문과 인터뷰, 독서 등을 기반으로 한 명실공히 발로 뛰며 쓴 생생한 현장 매뉴얼이다. “집 한 채를 지으려면 3,000가지의 재료와 손길이 필요하듯 책 한 권이 완성되려면 3,000가지의 아이디어와 손질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그는 이 책에서 3,000가지에 달하는 편집자용 지침을 담았다.
미국의 출판 편집자들에게 《시카고 매뉴얼(The Chicago Manual of Style : The Essential Guide for Writers, Editors, and Publishers)》은 분야, 경력에 상관없이 책상에 비치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보는 필독서이다. 이 책이 한국판 시카고 매뉴얼로 발전하길 기대하면서 썼다. 그 태생 과정은 비슷하다. 《시카고 매뉴얼》은 1890년대 후반 시카고 대학 출판부에 다니는 편집자들과 그 지역에서 편집자 생활을 하는 편집자들이 자주 만나 토론하며 편집 매뉴얼의 필요성을 느껴 공동으로 팸플릿으로 만든 것이 씨앗이 되었다. 이 팸플릿이 편집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수많은 편집자들이 참여해 공식적으로 편집 매뉴얼을 만들어 오늘날의 《시카고 매뉴얼》로 성장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머리말〉이 짧고 〈감사의 말〉이 길다. 참여한 수많은 편집자들이 다 거론되어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내가 책임 집필했지만 다양한 편집자들의 현장 경험을 정리한 것이며, 이 책의 씨앗이 된 〈어느 출판편집자의 노트북〉은 이미 120쪽짜리 팸플릿으로 익명의 편집자에 의해 만들어져 편집자들 사이에 돌았다. 돌아다니는 팸플릿은 나 역시 1부 소장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를 교재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 원고를 2년 동안의 미국 생활에서 정리한 것이고, 이 책은 다시 편집자들의 손에 의해 5년 안에 지금의 두 배 분량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편집자들이 읽고 쓰며 성장하길 기대한다.
― 보도자료 10쪽, 〈저자 인터뷰〉에서
출판 편집자의 삶의 희로애락을 말하다
편집자 55명의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대한민국 편집자들의 자화상―이 책의 특징 1
한국에서는 독자라 불리는 일반인들은 물론 함께 일하는 저자조차도 출판 편집자의 직업 세계의 실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본, 유럽, 미국에서 발행한 출판 관련 서적에는 편집자들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실려 있지만, 한국에서는 출판 관련 서적에서조차 그들의 목소리는 소외되어 있다. 저자는 편집자의 직업정신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에서 편집자로 산다는 것’의 직업적인 실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1년차에서 22년차까지 출판의 현장에서 일하는 55명의 편집자들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편집자로 산다는 것의 실상을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수습 편집자에서 편집자까지, 그리고 책임 편집자에서 편집장까지 두 단계를 각각 1~4년차, 5년차 이상으로 나누어 설문지를 돌린 것이다.
- 뛰어난 편집자가 되기 위해 어떤 자질과 노력이 필요한가?
- 편집자 지망생 혹은 수습 편집자들을 위해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 편집자로 일하며 겪은 최악의 경험은 무엇인가?
- 편집자로 일하며 가장 기뻤을 때는 언제인가?
- 편집과 제작 공정에서 경험한 최악의 사고는? 어떻게 처리했는가?
- 가장 피하고 싶은 저자는 어떤 유형의 저자인가?
- 가장 만나고 싶은 저자는 어떤 유형의 저자인가?
- 어떤 편집자가 되고 싶은가?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편집자상은 무엇인가?
55명의 출판편집자들에게 여덟 가지 질문을 통해 편집자들이 말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 가장 힘겨운 상황, 그리고 그들이 그리는 편집자의 꿈과 포부,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편집자들의 공통점과 차이를 볼 수 있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편집자에게 필요한 최고의 덕목은 무엇일까? ‘인내심’과 ‘세심함’이 각각 1, 2등을 차지했다. ‘인내심’, ‘끈기 있게 책상에 오래 붙어 있는 인내심’,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 ‘희생정신, 묵묵히 참고 견디라는 뜻이 아니라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책을 위해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하는 자세’, ‘머리 못지않게 무거운 엉덩이’에 이어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 ‘세심함’, ‘작은 일도 그냥 넘기지 않는 세심함’을 편집자의 덕목으로 들었다. ‘관대함’, ‘긍정적인 태도’, ‘솔직한 태도’,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뻔뻔함’, ‘부지런함’, ‘진정성’, ‘겸손함’, ‘포용력’, ‘유머 감각’이 뒤를 이었다.
― 본문 349~350쪽, 〈12장 한국의 편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편집자는 편집 과정에서 저자와 일대일 대면을 통해 만난다. 그래서 가장 기뻤던 순간도 구체적이다. ‘흠모하고 존경하던 저자를 직접 만나서 그와 책 이야기를 할 때’, ‘평소 존경하던 저자를 만났을 때’, ‘새로운 생각을 가진 저자를 만났을 때’, ‘내 어린 시절 영웅의 책을 맡았을 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때’, ‘향후 1세기 동안은 우리 사회에 적잖은 의미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필자를 만나 직업상 업무와 배움을 동시에 해결했을 때’, 그리고 ‘편집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파트너십을 가진 저자를 만났을 때’, ‘저자와 깊은 소통을 이루고 오랜 인연으로 이어질 때’, ‘저자와 함께 기획하고 원고 작업할 때’, ‘알려지지 않은 저자를 발굴하여 사회적으로 빛을 보았을 때’, ‘오류의 정정만이 아니라 의견을 제시하고 저자가 이를 수용하여 저서가 질적으로 좋아졌을 때’, 편집자는 진심으로 기뻐한다.
― 본문 351~352쪽, 〈12장 한국의 편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디지털 시대의 출판, 두려움을 넘어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다
- 지식과 서사의 확장을 위한 책, 출판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전망―이 책의 특징 2
원고지가 사라졌다. 저자들은 컴퓨터로 글을 쓰고, 파일 상태로 원고를 전송한다. 저자와 편집자는 편지나 전화 대신 이메일로 의견을 교환한다. 컴퓨터 화면과 조작을 통해 교정을 보고, 편집, 디자인, 조판 작업을 한다. 모든 신간의 발행, 판매, 재고부수 관리를 컴퓨터로 처리하고, 원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온라인 서점도 등장했다. 책을 구입한 고객에 대한 정보가 쌓이고, 그렇게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독자층을 선별해서 각각의 독자층에 맞는 정보를 이메일로 배달한다. 디스켓 북, 시디롬 북에 이어 전자책(e-book)과 전용 단말기가 등장했다. 디지털 기술은 콘텐츠를 전송받아서 수백 종의 신문과 잡지, 20만 권 이상의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거대한 도서관을 단말기 안에 실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20여 년 이상 지속된 책과 디지털 미디어 사이의 다양한 변화와 시도가 우리에는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를 통해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책의 역사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책을 다루는 출판의 미래는 희망적인가? 21세기 책의 미래와 관련한 편집자들의 소명과 과제는 무엇인가? 그는 이 화두를 《편집자란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새로운 세기의 출판이란 무엇인가? 출판이란 가치 잠재력을 가진 지식과 서사의 콘텐츠를 선별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적절한 구성과 편집으로 개발하여 사회와 당대인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매체에 맞는 방식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식의 교류와 확장에 기여하는 통합적인 지식 서비스 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정의에 기초해 출판의 지식 문화 산업적인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치 있는 지식과 서사의 콘텐츠를 입수한다. 온/오프의 다양한 영역에서 잠재적인 가치를 지닌 콘텐츠를 발견하여 선별하거나 저자를 찾아 제안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한다.
둘째, 콘텐츠를 개발한다. 기본적으로는 텍스트와 이미지, 필요한 경우 오디오비주얼 요소를 덧붙여 개발하고 구성?편집?디자인한다. 그 결과물을 인쇄, 전송, 다운로드 등 다양한 매체에 맞는 방식으로 제공한다.
셋째,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기본 미디어로 하여 다양한 북 콘텐츠의 교류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여러 분야의 지식 기반과 이들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
출판사는 이러한 지식과 서사의 새로운 개발과 확장, 교류와 소통의 활성화를 위한 제반 출판 활동과 인적 자원의 개발, 기초 인프라와 네트워크 구축, 공동체의 형성과 연대 활동을 조직하고 지원한다. 출판에 대한 새로운 정의, 산업적인 역할, 사회문화적인 소명을 확장하여 출판사의 상을 새롭게 개척한다.
콘텐츠의 영역을 크게 뉴스/저널/사전/백과사전 등의 참고 자료, 전문적인 콘텐츠, 교육적인 콘텐츠, 일반 단행본으로 나누어볼 때, 일반 단행본은 종이책이 상당 기간 주요한 미디어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환경, 그리고 이와 함께 찾아올 지식 기반 사회의 흐름에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차별적인 지식과 서사의 활발한 저술과 읽기를 통한 재해석, 재창조, 선별과 지원을 통해 촉진시킬 수 있는 환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본문 411~412쪽, 〈13장 디지털 혁명, 출판의 미래는 희망적인가〉에서
저자 인터뷰
김학원 대표는 2007년 7월 새로운 출판을 설계하고자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2009년 8월 10일 귀국, 다시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서 현장에 복귀했다. 출판 현장에 복귀하면서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집필한 김학원 대표를 2009년 8월 14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2년 동안의 미국 생활이 녹록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동안 미국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했는지 궁금하다.
전공과 주제가 정해진 학생이나 연구자가 아니라 좀 더 자유롭게 공부했다. 강의, 세미나, 컨퍼런스에 주로 참여했고 가능한 한 많은 저자, 연구자, 출판인들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큰 틀에서는 21세기의 출판, 미래의 출판을 상상하며 미국을 통해 세계 출판의 흐름을 관찰하고자 했다. 언어의 장벽이 컸지만, 40대 후반이라는 삶의 경험과 출판인으로서의 과정이 언어의 한계를 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역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배움의 길이었다. 내가 몸담은 콜롬비아 대학만이 아니라 하버드, 시카고, 듀크, 코넬 등 다양한 대학을 다니며 듣고 배웠다.
▶ 오래전부터 출판기획 강의를 해오면서 소문난 명강사로 알려져 있다. 출판 강의는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1994년으로 기억한다. 도서출판 새길 주간을 하며 출판, 기획, 편집, 마케팅에 대한 갈증을 심하게 느꼈지만 관련 책도, 체계적으로 안내해주는 사람도 부재했다. 1993년 초 주말을 이용해 일본으로가 그곳의 출판을 살펴보았는데, 일본 상지대 도서관에서 출판, 편집이라는 주제어로 책을 검색했더니 100종이 넘은 책들이 있었다. 그 중 2~30권을 구입해 주말마다 사전을 뒤져가며 보았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기초로 재정리하고, 거의 매일 편집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과정이 쌓여서 〈도서신문〉에 출판기획과 마케팅에 대해 연재를 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출판기획 강의 강좌를 개설하고 전임강사를 맡았다. 그후 출판인회의에서 서울출판학교(sbi)를 만들어 편집장과정의 책임교수를 맡아 강의했다. 얼추 13년 동안 강의실에서 만난 편집자들만 2천 명이 넘어 출판계의 다양한 정보 입수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여러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책을 쓰도록 가장 크게 자극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처음엔 내 자신의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출판의 역할, 그 중에서 편집자의 역할은 한국 사회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매우 중요한데 정작 책 만드는 편집자에 관한 체계적인 안내서들은 너무도 취약했다. 내가 주간으로 일할 당시에는 더 심했다. 대학의 교재나 소수 출판인들의 경험담 정도였다. 대학 교재는 출판의 살아 있는 현장을 담지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 편집자들은 편집자로서의 직업정신, 기능과 역할의 두 측면으로 모두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편집자에게 편집자 정신과 역할, 이 두 가지 통합적인 안내는 매우 중요하다. 편집자로서의 기본 소양이나 사회적 소명이 부재하면 전문적이 편집 기능과 역량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반면, 전문적인 기능과 역량이 취약하면 출판의 질, 책의 질이 떨어진다. 이 두 가지를 겸비한 안내서, 그리고 이에 기초한 다양한 교육, 세미나, 토론은 편집자의 사회적 역할과 전문성을 높이는 데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현장에서 편집자들과 일하고 강의실에서 만나며 이는 점점 편집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 여겼다. 이것이 책을 쓴 직접적인 동기이며, 아직 부실한 내용이지만 《편집자란 무엇인가―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라고 제목과 부제를 단 이유이기도 하다. 편집자들 스스로가 인정하는 편집의 기초서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 《편집자란 무엇인가―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는 출판인 김학원 삶의 중간 결산이라는 느낌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끝을 예측할 수 없어 중간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난 대략 3년마다 자기 정리를 해왔다. 마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모두 3년을 다녀서 몸에 배인 것 같다. 물론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할 때도 거의 주기적으로 일하고 감옥 가고를 반복했다. 이 역시 세 번을 그렇게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기 정리를 했다. 새길 3년, 푸른숲 6년, 그러니까 3년씩 두 번, 휴머니스트 6년을 하고 떠났다. 보통 3년, 잘 참으면 6년이 내 한계인 듯하다. 그러니 매번 그 때마다 내 일과 삶을 정비하고 조정하는 기간을 갖는데,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살아온 편집자 김학원의 20년을 정리한 셈이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가능한 한 절제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삽입했다. 이 책을 쓴 저자이지만 수많은 편집자들 중 한 사람으로만 나를 포함시켰을 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세대 편집자들이다.
▶ 처음 출판편집자로서 입문한 1980년대 후반부터 2009년 현재까지 책과 출판에 대한 김 대표의 생각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기본 개념에 대한 변화는 크게 없었던 것 같다. 다만 현장에서 좀 더 중요하게 여기며 경험한 초점이나 흐름의 변화는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은 대략 세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새길, 푸른숲, 그리고 휴머니스트이다. 새길은 80년대 내 삶의 일정 정도 연장이었다. 새길에 입사한 과정도 그러하고 펴냈던 책들도 책의 사회문화적 역할이 더욱 강했다. 다만 대중적인 확장을 시도했던 90년대 초반 상황을 반영한 책들이 변화의 일부라고 볼 수 있겠다. 푸른숲에서는 책의 대중적 확장, 독자와의 교감,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시, 소설, 비소설에서 인문, 역사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휴머니스트에서는 책의 사회적 역할과 함께 전문성을 고민했다.
시간과 종수가 쌓일수록 출판은 절반은 공공적인 일이라 여겼다. 이 의미는 공공성과 대중성 둘 다를 의미한다. 먹는 것을 다루는 일, 가르치는 일, 병자를 다루는 일만이 아니라 읽는 것을 다루는 일 역시 절반은 사회적 공공성이 배어 있는 일인 것 같다. 출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앞으로 더 찾고 싶은 길이다. 당장 내일의 신간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다보니 이 길을 많이 도외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하나 대중성이란 단지 소수에 대항하는 다수의 의미가 아니다. 책은 요즘의 디지털 미디어의 표현으로 이야기하지만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의 경우처럼 나와 다수, 다수와 다수, 엄청난 규모의 다수간 소통 모두 용이한 매체이다. 책의 장점은 아날로그 시대는 물론 디지털 시대에도 엄청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1000명의 독자에 한정하는 학술서라도 나와 다수, 다수와 다수가 소통할 수 있는 메시지, 문법, 구조, 스타일을 지녀야 한다. 글쓰기와 편집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책의 공공성, 대중성이다.
▶ 서장과 13개의 장으로 구성된 차례를 보니 출판 현장에서 요구되는 자질이나 방법, 그리고 태도 등이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책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어떤 것이었나?
편집자라는 직업에 세계에서 필요한 철학, 정신, 소명에서부터 구체적인 업무까지 한눈에 펼쳐 보인다는 게 핵심이었다. 가치와 실무를 분리하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출판의 역할, 책임에 대해서 무지 강하게 발언하는데 막상 출판의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출판인들이 있다. 반면 스킬은 아주 뛰어난데 출판의 소명, 방향에 대해서는 너무 어렵고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하는 출판인들이 있다. 이렇게 책을 만들다보면 나중에 발행인(사장)이 되어도 문제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장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편집자 노트로 담았다. 예컨대 사재기, 온라인 서점의 리뷰 조작, 과도한 선인세 경쟁 등을 왜 절대 하지 말아야 하고 이런 것을 지시하는 출판사에서는 왜 떠나야 하는지 적었다. 2만 명의 편집자들이 편집자의 사회적 책임감을 인식하며 일한다면 출판의 환경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책은 책 제목과 부제에서 그 성격이 드러나 있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안내서나 실용서로 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그런 안내서일 수 있겠지만 편집자들에게는 처음 시작하는 편집자들의 기본서이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수많은 편집자들이 완성해갈 것이다.
▶ 그래서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 같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데는 무수히 많은 ‘생각’과 ‘땀’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이 이 책의 독자인가?
당연히 타깃은 편집자들이다. 책의 머리말에 썼듯이 편집자 지망생, 5~7년차의 편집자, 편집장 이 세 명을 떠올리며 책을 썼다. 서장에서 소개 편집자의 삶과 단계별로 그들의 세계를 그렸다. 다만,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으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편집자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예컨대, 방송 드라마나 영화에서 편집자가 등장하면 시나리오 과정에서 이 책을 참조했으면 좋겠다. 편집자들도 자신의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이 책으로 말하길 기대한다. 나 역시 이 책으로 나의 부모, 형제, 아내,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소개할 생각이다.
▶ 당신의 책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지식 매개자로서의 출판 편집자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출판편집자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시대 출판 편집자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가?
출판 편집자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남다른 지식과 서사를 다룬다. 뉴스와 정보를 다루는 사람과 달리 지식과 서사를 다루는 사람은 이를 표현하는 미디어 형식이나 이를 실어 나르고 전파하는 미디어 환경이 달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밀접히 오간다. 이것이 책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지식과 서사를 다루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즉 저자와 저자, 저자와 독자를 오간다. 다시 말해, 좀 더 깊고 내밀한, 남다른 전문성, 안목, 관계망을 갖는다는 말이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도 변함이 없다.
▶ 다양한 국내외의 많은 편집자들을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편집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그려가고 있는가?
무엇이든 시장이 크고 산업이 선진화되어 있다면 그만큼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의미이고, 이를 편집자의 관점에서 보면 편집자의 일 자체가 세부 목차로 잘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분업화, 전문화되어 있어 장단점이 있다. 한국의 편집자들이 맨해튼에 있는 출판사에 출근하며 어떨까? 이런 생각은 자주 해보았는데 아마 다들 숨막혀 할 것 같다. 그들은 15분, 30분 단위로 업무가 쪼개져 있고 업무와 고민 역시 맡은 바에 한정되어 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출판에 대해 한국의 편집자들은 대부분 고민하는데, 물론 그 고민의 정도와 논의의 수준을 차치하고, 미국의 편집자들은 담당 부서의 직원들만 고민한다.
하지만 편집자들은 쉽게 통한다. 어떤 일을 하건 책을 만드는 일과 관련한 편집자의 일이라는 게 이 책에서 말한 3천 가지의 일 범주 안에 있어서 1시간만 이야기하면 대부분 편집자의 세계 안에서 함께 논의하게 된다. 분업화는 부럽지 않았지만 전문성은 솔직히 부러웠다. 전문성은 한국의 출판계, 한국의 편집자들이 가져야 할 방향 중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시카고에 열린 아시아학술대회에서 만난 한국관련 학술저널 《코리아 스터디》의 편집자는 미국인이었지만 한국에 대한 다양한 정보, 네트워크, 지식과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친구를 만나면 솔직히 초기엔 반가움과 섬뜩함이 동시에 몰려든다. 큰 출판사는 그 나름대로 전문적이었고, 인디펜던트(소규모 독립) 출판사들은 또 그 나름대로 전문적이며 독창적이었다. 시장이 크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반면 우리는 출판사 사장들만 개성적이고 목록은 너무 비슷하다.
▶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매뉴얼이 부족한 한국의 출판계와 관련 분야에서 다양하게 변주되고 이용될 것이다. 저자로서 이 책이 어떻게 사용되기를 바라는가?
미국의 출판 편집자들에게 《시카고 매뉴얼(The Chicago Manual of Style : The Essential Guide for Writers, Editors, and Publishers)》은 분야, 경력에 상관없이 책상에 비치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보는 필독서이다. 이 책이 한국판 시카고 매뉴얼로 발전하길 기대하면서 썼다. 그 태생 과정은 비슷하다. 《시카고 매뉴얼》은 1890년대 후반 시카고 대학 출판부에 다니는 편집자들과 그 지역에서 편집자 생활을 하는 편집자들이 자주 만나 토론하며 편집 매뉴얼의 필요성을 느껴 공동으로 팸플릿으로 만든 것이 씨앗이 되었다. 이 팸플릿이 편집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수많은 편집자들이 참여해 공식적으로 편집 매뉴얼을 만들어 오늘날의 《시카고 매뉴얼》로 성장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머리말〉이 짧고 〈감사의 말〉이 길다. 참여한 수많은 편집자들이 다 거론되어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내가 책임 집필했지만 다양한 편집자들의 현장 경험을 정리한 것이며, 이 책의 씨앗이 된 〈어느 출판편집자의 노트북〉은 이미 120쪽짜리 팸플릿으로 익명의 편집자에 의해 만들어져 편집자들 사이에 돌았다. 돌아다니는 팸플릿은 나 역시 1부 소장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를 교재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 원고를 2년 동안의 미국 생활에서 정리한 것이고, 이 책은 다시 편집자들의 손에 의해 5년 안에 지금의 두 배 분량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편집자들이 읽고 쓰며 성장하길 기대한다.
▶ 어려운 질문 하나 해야 할 것 같다. 당신은 출판의 미래! 어떻게 해야 책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을 잘 읽으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목록 쌓기’이다. 출판사, 편집자, 저자, 독자 모두 목록에 대해 재발견하고 이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쌓아갈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저자는 저자의 저서 목록, 독자는 독서 목록, 출판사와 편집자는 발행 도서 목록에 대해 깊게 연구하고 사고해야 한다. 그것이 전문성, 차별성, 독창성을 여는 길이다. 다만 이전과 달리 변화된 환경에서 출판의 미래를 사고한다면 방법론을 달리해야 한다. 어떤 과정을 통해 목록을 쌓을 것인가? 그 경로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하다. 예컨대 저자의 경우 한 종의 저서의 집필, 출간, 이후의 과정에서 독자, 편집자, 그 외 다양한 관련자와 조직들과 어떤 소통의 과정을 겪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판매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소통의 경로와 이 과정에서의 네트워크, 관계 쌓기이다. 이런 과정을 쌓으며 목록을 쌓는 저자, 출판사, 편집자는 아주 오랫동안 책을 통한 창조적 노동의 결실을 맛볼 것이다. 즉, 미래의 출판을 위해 변화해야 할 것은 종이책에서 전자책이 아니라 그보다 저작, 출판, 편집의 활동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더욱 직접적이고 밀접한 지식과 서사의 소통 과정으로 재편하는 일이다. 그 속에 출판의 희망이 있고 미래의 출판이 있다.
▶ 그렇다면 다시 묻겠다, 편집자란 어떤 존재인가?
지식과 서사의 매개자이자 재창조자이다. 미디어 환경은 매스 미디어에서 소셜 미디어로 변화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 시대에는 메시지의 전달자, 창조자만 분명했고 수신자는 익명의 대중이었다. 구시대의 미디어는 매스 미디어가 주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나와 사회, 사회와 사회, 나와 다수, 다수와 다수 등 다양한 미디어의 소통이 가능하며 소통 주체 역시 다수 대중이 아닌 특정한 개인이나 커뮤니티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의 책은 저자, 독자, 출판사, 편집자가 모두 책의 세계에서 다양한 주체가 되어 소통하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이런 시대에 편집자는 뉴스, 정보가 아닌 지식, 서사의 발굴, 섭외, 기획과 편집, 소통과 논의, 이 과정의 조직과 네트워킹의 주체로 나서야한다. 단순 매개자가 아니라 적극적 주체 즉 지식과 서사의 재창조 과정을 조직하는 연출, 관리의 역할로 그 활동의 폭을 넓혀야 한다.
출판의 현장에서 생생하게 정리한
책 만드는 사람이 알아야 할 3,000 가지의 모든 것
출판 편집자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한국판 시카고 매뉴얼!
책 만드는 편집자가 하는 3,000가지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 책의 개요
지난 20년 동안 《미학 오디세이》, 《철학과 굴뚝 청소부》, 《사도세자의 고백》, 《대담》, 《노마디즘》,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등 수많은 인문, 역사 스테디셀러 교양서를 출간해온 (주)휴머니스트 출판그룹의 김학원 대표가 2년 동안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다시 현장에 복귀하며 한국판 시카고 매뉴얼 《편집자란 무엇인가―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를 출간하였다.
60여 년 한국 출판의 역사에서 출판인들의 회고록, 전기, 일기, 부분적인 경험을 다룬 책들은 여럿 있었지만, 사회문화적 시각으로 출판 현장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수많은 편집자들을 위한 생생하고 체계적인 매뉴얼은 부재했다. 우리시대의 출판 기획과 편집, 그리고 마케팅 일선에서 남다른 안목과 기획, 독특한 아이디어로 책의 세계에서 희망을 열어온 김학원 대표는 《편집자란 무엇인가》의 출간을 통해 ‘보이지 않았던’ 출판 편집자의 세계를 사회문화적인 시각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침체된 출판 편집의 세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이 책은 600여 종의 책을 펴내며 현장에서 기록한 1만 매가 넘은 편집일기, 2천 명 이상이 수강한 출판 기획 강의와 강의 노트, 설문과 인터뷰, 독서 등을 기반으로 한 명실공히 발로 뛰며 쓴 생생한 현장 매뉴얼이다. “집 한 채를 지으려면 3,000가지의 재료와 손길이 필요하듯 책 한 권이 완성되려면 3,000가지의 아이디어와 손질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그는 이 책에서 3,000가지에 달하는 편집자용 지침을 담았다.
미국의 출판 편집자들에게 《시카고 매뉴얼(The Chicago Manual of Style : The Essential Guide for Writers, Editors, and Publishers)》은 분야, 경력에 상관없이 책상에 비치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보는 필독서이다. 이 책이 한국판 시카고 매뉴얼로 발전하길 기대하면서 썼다. 그 태생 과정은 비슷하다. 《시카고 매뉴얼》은 1890년대 후반 시카고 대학 출판부에 다니는 편집자들과 그 지역에서 편집자 생활을 하는 편집자들이 자주 만나 토론하며 편집 매뉴얼의 필요성을 느껴 공동으로 팸플릿으로 만든 것이 씨앗이 되었다. 이 팸플릿이 편집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수많은 편집자들이 참여해 공식적으로 편집 매뉴얼을 만들어 오늘날의 《시카고 매뉴얼》로 성장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머리말〉이 짧고 〈감사의 말〉이 길다. 참여한 수많은 편집자들이 다 거론되어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내가 책임 집필했지만 다양한 편집자들의 현장 경험을 정리한 것이며, 이 책의 씨앗이 된 〈어느 출판편집자의 노트북〉은 이미 120쪽짜리 팸플릿으로 익명의 편집자에 의해 만들어져 편집자들 사이에 돌았다. 돌아다니는 팸플릿은 나 역시 1부 소장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를 교재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 원고를 2년 동안의 미국 생활에서 정리한 것이고, 이 책은 다시 편집자들의 손에 의해 5년 안에 지금의 두 배 분량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편집자들이 읽고 쓰며 성장하길 기대한다.
― 보도자료 10쪽, 〈저자 인터뷰〉에서
출판 편집자의 삶의 희로애락을 말하다
편집자 55명의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대한민국 편집자들의 자화상―이 책의 특징 1
한국에서는 독자라 불리는 일반인들은 물론 함께 일하는 저자조차도 출판 편집자의 직업 세계의 실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본, 유럽, 미국에서 발행한 출판 관련 서적에는 편집자들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실려 있지만, 한국에서는 출판 관련 서적에서조차 그들의 목소리는 소외되어 있다. 저자는 편집자의 직업정신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에서 편집자로 산다는 것’의 직업적인 실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1년차에서 22년차까지 출판의 현장에서 일하는 55명의 편집자들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편집자로 산다는 것의 실상을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수습 편집자에서 편집자까지, 그리고 책임 편집자에서 편집장까지 두 단계를 각각 1~4년차, 5년차 이상으로 나누어 설문지를 돌린 것이다.
- 뛰어난 편집자가 되기 위해 어떤 자질과 노력이 필요한가?
- 편집자 지망생 혹은 수습 편집자들을 위해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 편집자로 일하며 겪은 최악의 경험은 무엇인가?
- 편집자로 일하며 가장 기뻤을 때는 언제인가?
- 편집과 제작 공정에서 경험한 최악의 사고는? 어떻게 처리했는가?
- 가장 피하고 싶은 저자는 어떤 유형의 저자인가?
- 가장 만나고 싶은 저자는 어떤 유형의 저자인가?
- 어떤 편집자가 되고 싶은가?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편집자상은 무엇인가?
55명의 출판편집자들에게 여덟 가지 질문을 통해 편집자들이 말하는 가장 행복한 순간, 가장 힘겨운 상황, 그리고 그들이 그리는 편집자의 꿈과 포부,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편집자들의 공통점과 차이를 볼 수 있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편집자에게 필요한 최고의 덕목은 무엇일까? ‘인내심’과 ‘세심함’이 각각 1, 2등을 차지했다. ‘인내심’, ‘끈기 있게 책상에 오래 붙어 있는 인내심’,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 ‘희생정신, 묵묵히 참고 견디라는 뜻이 아니라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책을 위해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하는 자세’, ‘머리 못지않게 무거운 엉덩이’에 이어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 ‘세심함’, ‘작은 일도 그냥 넘기지 않는 세심함’을 편집자의 덕목으로 들었다. ‘관대함’, ‘긍정적인 태도’, ‘솔직한 태도’,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뻔뻔함’, ‘부지런함’, ‘진정성’, ‘겸손함’, ‘포용력’, ‘유머 감각’이 뒤를 이었다.
― 본문 349~350쪽, 〈12장 한국의 편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편집자는 편집 과정에서 저자와 일대일 대면을 통해 만난다. 그래서 가장 기뻤던 순간도 구체적이다. ‘흠모하고 존경하던 저자를 직접 만나서 그와 책 이야기를 할 때’, ‘평소 존경하던 저자를 만났을 때’, ‘새로운 생각을 가진 저자를 만났을 때’, ‘내 어린 시절 영웅의 책을 맡았을 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때’, ‘향후 1세기 동안은 우리 사회에 적잖은 의미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필자를 만나 직업상 업무와 배움을 동시에 해결했을 때’, 그리고 ‘편집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파트너십을 가진 저자를 만났을 때’, ‘저자와 깊은 소통을 이루고 오랜 인연으로 이어질 때’, ‘저자와 함께 기획하고 원고 작업할 때’, ‘알려지지 않은 저자를 발굴하여 사회적으로 빛을 보았을 때’, ‘오류의 정정만이 아니라 의견을 제시하고 저자가 이를 수용하여 저서가 질적으로 좋아졌을 때’, 편집자는 진심으로 기뻐한다.
― 본문 351~352쪽, 〈12장 한국의 편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디지털 시대의 출판, 두려움을 넘어 새로운 도전의 길을 열다
- 지식과 서사의 확장을 위한 책, 출판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전망―이 책의 특징 2
원고지가 사라졌다. 저자들은 컴퓨터로 글을 쓰고, 파일 상태로 원고를 전송한다. 저자와 편집자는 편지나 전화 대신 이메일로 의견을 교환한다. 컴퓨터 화면과 조작을 통해 교정을 보고, 편집, 디자인, 조판 작업을 한다. 모든 신간의 발행, 판매, 재고부수 관리를 컴퓨터로 처리하고, 원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온라인 서점도 등장했다. 책을 구입한 고객에 대한 정보가 쌓이고, 그렇게 쌓인 정보를 바탕으로 독자층을 선별해서 각각의 독자층에 맞는 정보를 이메일로 배달한다. 디스켓 북, 시디롬 북에 이어 전자책(e-book)과 전용 단말기가 등장했다. 디지털 기술은 콘텐츠를 전송받아서 수백 종의 신문과 잡지, 20만 권 이상의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거대한 도서관을 단말기 안에 실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20여 년 이상 지속된 책과 디지털 미디어 사이의 다양한 변화와 시도가 우리에는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는 이를 통해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책의 역사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책을 다루는 출판의 미래는 희망적인가? 21세기 책의 미래와 관련한 편집자들의 소명과 과제는 무엇인가? 그는 이 화두를 《편집자란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새로운 세기의 출판이란 무엇인가? 출판이란 가치 잠재력을 가진 지식과 서사의 콘텐츠를 선별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적절한 구성과 편집으로 개발하여 사회와 당대인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매체에 맞는 방식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식의 교류와 확장에 기여하는 통합적인 지식 서비스 활동을 말한다. 이러한 정의에 기초해 출판의 지식 문화 산업적인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치 있는 지식과 서사의 콘텐츠를 입수한다. 온/오프의 다양한 영역에서 잠재적인 가치를 지닌 콘텐츠를 발견하여 선별하거나 저자를 찾아 제안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한다.
둘째, 콘텐츠를 개발한다. 기본적으로는 텍스트와 이미지, 필요한 경우 오디오비주얼 요소를 덧붙여 개발하고 구성?편집?디자인한다. 그 결과물을 인쇄, 전송, 다운로드 등 다양한 매체에 맞는 방식으로 제공한다.
셋째,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기본 미디어로 하여 다양한 북 콘텐츠의 교류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여러 분야의 지식 기반과 이들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
출판사는 이러한 지식과 서사의 새로운 개발과 확장, 교류와 소통의 활성화를 위한 제반 출판 활동과 인적 자원의 개발, 기초 인프라와 네트워크 구축, 공동체의 형성과 연대 활동을 조직하고 지원한다. 출판에 대한 새로운 정의, 산업적인 역할, 사회문화적인 소명을 확장하여 출판사의 상을 새롭게 개척한다.
콘텐츠의 영역을 크게 뉴스/저널/사전/백과사전 등의 참고 자료, 전문적인 콘텐츠, 교육적인 콘텐츠, 일반 단행본으로 나누어볼 때, 일반 단행본은 종이책이 상당 기간 주요한 미디어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환경, 그리고 이와 함께 찾아올 지식 기반 사회의 흐름에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차별적인 지식과 서사의 활발한 저술과 읽기를 통한 재해석, 재창조, 선별과 지원을 통해 촉진시킬 수 있는 환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 본문 411~412쪽, 〈13장 디지털 혁명, 출판의 미래는 희망적인가〉에서
저자 인터뷰
김학원 대표는 2007년 7월 새로운 출판을 설계하고자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2009년 8월 10일 귀국, 다시 책을 만드는 편집자로서 현장에 복귀했다. 출판 현장에 복귀하면서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집필한 김학원 대표를 2009년 8월 14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2년 동안의 미국 생활이 녹록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동안 미국에서 어떻게 공부하고 생활했는지 궁금하다.
전공과 주제가 정해진 학생이나 연구자가 아니라 좀 더 자유롭게 공부했다. 강의, 세미나, 컨퍼런스에 주로 참여했고 가능한 한 많은 저자, 연구자, 출판인들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큰 틀에서는 21세기의 출판, 미래의 출판을 상상하며 미국을 통해 세계 출판의 흐름을 관찰하고자 했다. 언어의 장벽이 컸지만, 40대 후반이라는 삶의 경험과 출판인으로서의 과정이 언어의 한계를 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역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배움의 길이었다. 내가 몸담은 콜롬비아 대학만이 아니라 하버드, 시카고, 듀크, 코넬 등 다양한 대학을 다니며 듣고 배웠다.
▶ 오래전부터 출판기획 강의를 해오면서 소문난 명강사로 알려져 있다. 출판 강의는 언제부터 시작했는가?
1994년으로 기억한다. 도서출판 새길 주간을 하며 출판, 기획, 편집, 마케팅에 대한 갈증을 심하게 느꼈지만 관련 책도, 체계적으로 안내해주는 사람도 부재했다. 1993년 초 주말을 이용해 일본으로가 그곳의 출판을 살펴보았는데, 일본 상지대 도서관에서 출판, 편집이라는 주제어로 책을 검색했더니 100종이 넘은 책들이 있었다. 그 중 2~30권을 구입해 주말마다 사전을 뒤져가며 보았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기초로 재정리하고, 거의 매일 편집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과정이 쌓여서 〈도서신문〉에 출판기획과 마케팅에 대해 연재를 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출판기획 강의 강좌를 개설하고 전임강사를 맡았다. 그후 출판인회의에서 서울출판학교(sbi)를 만들어 편집장과정의 책임교수를 맡아 강의했다. 얼추 13년 동안 강의실에서 만난 편집자들만 2천 명이 넘어 출판계의 다양한 정보 입수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여러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책을 쓰도록 가장 크게 자극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처음엔 내 자신의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출판의 역할, 그 중에서 편집자의 역할은 한국 사회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매우 중요한데 정작 책 만드는 편집자에 관한 체계적인 안내서들은 너무도 취약했다. 내가 주간으로 일할 당시에는 더 심했다. 대학의 교재나 소수 출판인들의 경험담 정도였다. 대학 교재는 출판의 살아 있는 현장을 담지 못했다. 이런 환경에서 편집자들은 편집자로서의 직업정신, 기능과 역할의 두 측면으로 모두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편집자에게 편집자 정신과 역할, 이 두 가지 통합적인 안내는 매우 중요하다. 편집자로서의 기본 소양이나 사회적 소명이 부재하면 전문적이 편집 기능과 역량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반면, 전문적인 기능과 역량이 취약하면 출판의 질, 책의 질이 떨어진다. 이 두 가지를 겸비한 안내서, 그리고 이에 기초한 다양한 교육, 세미나, 토론은 편집자의 사회적 역할과 전문성을 높이는 데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현장에서 편집자들과 일하고 강의실에서 만나며 이는 점점 편집자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 여겼다. 이것이 책을 쓴 직접적인 동기이며, 아직 부실한 내용이지만 《편집자란 무엇인가―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라고 제목과 부제를 단 이유이기도 하다. 편집자들 스스로가 인정하는 편집의 기초서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 《편집자란 무엇인가―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는 출판인 김학원 삶의 중간 결산이라는 느낌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끝을 예측할 수 없어 중간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난 대략 3년마다 자기 정리를 해왔다. 마치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모두 3년을 다녀서 몸에 배인 것 같다. 물론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할 때도 거의 주기적으로 일하고 감옥 가고를 반복했다. 이 역시 세 번을 그렇게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기 정리를 했다. 새길 3년, 푸른숲 6년, 그러니까 3년씩 두 번, 휴머니스트 6년을 하고 떠났다. 보통 3년, 잘 참으면 6년이 내 한계인 듯하다. 그러니 매번 그 때마다 내 일과 삶을 정비하고 조정하는 기간을 갖는데,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살아온 편집자 김학원의 20년을 정리한 셈이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가능한 한 절제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삽입했다. 이 책을 쓴 저자이지만 수많은 편집자들 중 한 사람으로만 나를 포함시켰을 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세대 편집자들이다.
▶ 처음 출판편집자로서 입문한 1980년대 후반부터 2009년 현재까지 책과 출판에 대한 김 대표의 생각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기본 개념에 대한 변화는 크게 없었던 것 같다. 다만 현장에서 좀 더 중요하게 여기며 경험한 초점이나 흐름의 변화는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은 대략 세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새길, 푸른숲, 그리고 휴머니스트이다. 새길은 80년대 내 삶의 일정 정도 연장이었다. 새길에 입사한 과정도 그러하고 펴냈던 책들도 책의 사회문화적 역할이 더욱 강했다. 다만 대중적인 확장을 시도했던 90년대 초반 상황을 반영한 책들이 변화의 일부라고 볼 수 있겠다. 푸른숲에서는 책의 대중적 확장, 독자와의 교감,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시, 소설, 비소설에서 인문, 역사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휴머니스트에서는 책의 사회적 역할과 함께 전문성을 고민했다.
시간과 종수가 쌓일수록 출판은 절반은 공공적인 일이라 여겼다. 이 의미는 공공성과 대중성 둘 다를 의미한다. 먹는 것을 다루는 일, 가르치는 일, 병자를 다루는 일만이 아니라 읽는 것을 다루는 일 역시 절반은 사회적 공공성이 배어 있는 일인 것 같다. 출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앞으로 더 찾고 싶은 길이다. 당장 내일의 신간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다보니 이 길을 많이 도외시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하나 대중성이란 단지 소수에 대항하는 다수의 의미가 아니다. 책은 요즘의 디지털 미디어의 표현으로 이야기하지만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의 경우처럼 나와 다수, 다수와 다수, 엄청난 규모의 다수간 소통 모두 용이한 매체이다. 책의 장점은 아날로그 시대는 물론 디지털 시대에도 엄청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1000명의 독자에 한정하는 학술서라도 나와 다수, 다수와 다수가 소통할 수 있는 메시지, 문법, 구조, 스타일을 지녀야 한다. 글쓰기와 편집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책의 공공성, 대중성이다.
▶ 서장과 13개의 장으로 구성된 차례를 보니 출판 현장에서 요구되는 자질이나 방법, 그리고 태도 등이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책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어떤 것이었나?
편집자라는 직업에 세계에서 필요한 철학, 정신, 소명에서부터 구체적인 업무까지 한눈에 펼쳐 보인다는 게 핵심이었다. 가치와 실무를 분리하지 않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것이 아주 중요하다.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출판의 역할, 책임에 대해서 무지 강하게 발언하는데 막상 출판의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출판인들이 있다. 반면 스킬은 아주 뛰어난데 출판의 소명, 방향에 대해서는 너무 어렵고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하는 출판인들이 있다. 이렇게 책을 만들다보면 나중에 발행인(사장)이 되어도 문제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장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편집자 노트로 담았다. 예컨대 사재기, 온라인 서점의 리뷰 조작, 과도한 선인세 경쟁 등을 왜 절대 하지 말아야 하고 이런 것을 지시하는 출판사에서는 왜 떠나야 하는지 적었다. 2만 명의 편집자들이 편집자의 사회적 책임감을 인식하며 일한다면 출판의 환경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책은 책 제목과 부제에서 그 성격이 드러나 있다. 그런 점에서 단순한 안내서나 실용서로 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그런 안내서일 수 있겠지만 편집자들에게는 처음 시작하는 편집자들의 기본서이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수많은 편집자들이 완성해갈 것이다.
▶ 그래서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것 같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데는 무수히 많은 ‘생각’과 ‘땀’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어떤 분들이 이 책의 독자인가?
당연히 타깃은 편집자들이다. 책의 머리말에 썼듯이 편집자 지망생, 5~7년차의 편집자, 편집장 이 세 명을 떠올리며 책을 썼다. 서장에서 소개 편집자의 삶과 단계별로 그들의 세계를 그렸다. 다만,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으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편집자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예컨대, 방송 드라마나 영화에서 편집자가 등장하면 시나리오 과정에서 이 책을 참조했으면 좋겠다. 편집자들도 자신의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이 책으로 말하길 기대한다. 나 역시 이 책으로 나의 부모, 형제, 아내,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소개할 생각이다.
▶ 당신의 책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지식 매개자로서의 출판 편집자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출판편집자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시대 출판 편집자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가?
출판 편집자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남다른 지식과 서사를 다룬다. 뉴스와 정보를 다루는 사람과 달리 지식과 서사를 다루는 사람은 이를 표현하는 미디어 형식이나 이를 실어 나르고 전파하는 미디어 환경이 달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밀접히 오간다. 이것이 책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지식과 서사를 다루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즉 저자와 저자, 저자와 독자를 오간다. 다시 말해, 좀 더 깊고 내밀한, 남다른 전문성, 안목, 관계망을 갖는다는 말이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도 변함이 없다.
▶ 다양한 국내외의 많은 편집자들을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편집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그려가고 있는가?
무엇이든 시장이 크고 산업이 선진화되어 있다면 그만큼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의미이고, 이를 편집자의 관점에서 보면 편집자의 일 자체가 세부 목차로 잘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분업화, 전문화되어 있어 장단점이 있다. 한국의 편집자들이 맨해튼에 있는 출판사에 출근하며 어떨까? 이런 생각은 자주 해보았는데 아마 다들 숨막혀 할 것 같다. 그들은 15분, 30분 단위로 업무가 쪼개져 있고 업무와 고민 역시 맡은 바에 한정되어 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출판에 대해 한국의 편집자들은 대부분 고민하는데, 물론 그 고민의 정도와 논의의 수준을 차치하고, 미국의 편집자들은 담당 부서의 직원들만 고민한다.
하지만 편집자들은 쉽게 통한다. 어떤 일을 하건 책을 만드는 일과 관련한 편집자의 일이라는 게 이 책에서 말한 3천 가지의 일 범주 안에 있어서 1시간만 이야기하면 대부분 편집자의 세계 안에서 함께 논의하게 된다. 분업화는 부럽지 않았지만 전문성은 솔직히 부러웠다. 전문성은 한국의 출판계, 한국의 편집자들이 가져야 할 방향 중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시카고에 열린 아시아학술대회에서 만난 한국관련 학술저널 《코리아 스터디》의 편집자는 미국인이었지만 한국에 대한 다양한 정보, 네트워크, 지식과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친구를 만나면 솔직히 초기엔 반가움과 섬뜩함이 동시에 몰려든다. 큰 출판사는 그 나름대로 전문적이었고, 인디펜던트(소규모 독립) 출판사들은 또 그 나름대로 전문적이며 독창적이었다. 시장이 크다는 이유로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반면 우리는 출판사 사장들만 개성적이고 목록은 너무 비슷하다.
▶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매뉴얼이 부족한 한국의 출판계와 관련 분야에서 다양하게 변주되고 이용될 것이다. 저자로서 이 책이 어떻게 사용되기를 바라는가?
미국의 출판 편집자들에게 《시카고 매뉴얼(The Chicago Manual of Style : The Essential Guide for Writers, Editors, and Publishers)》은 분야, 경력에 상관없이 책상에 비치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보는 필독서이다. 이 책이 한국판 시카고 매뉴얼로 발전하길 기대하면서 썼다. 그 태생 과정은 비슷하다. 《시카고 매뉴얼》은 1890년대 후반 시카고 대학 출판부에 다니는 편집자들과 그 지역에서 편집자 생활을 하는 편집자들이 자주 만나 토론하며 편집 매뉴얼의 필요성을 느껴 공동으로 팸플릿으로 만든 것이 씨앗이 되었다. 이 팸플릿이 편집자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수많은 편집자들이 참여해 공식적으로 편집 매뉴얼을 만들어 오늘날의 《시카고 매뉴얼》로 성장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머리말〉이 짧고 〈감사의 말〉이 길다. 참여한 수많은 편집자들이 다 거론되어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내가 책임 집필했지만 다양한 편집자들의 현장 경험을 정리한 것이며, 이 책의 씨앗이 된 〈어느 출판편집자의 노트북〉은 이미 120쪽짜리 팸플릿으로 익명의 편집자에 의해 만들어져 편집자들 사이에 돌았다. 돌아다니는 팸플릿은 나 역시 1부 소장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를 교재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 원고를 2년 동안의 미국 생활에서 정리한 것이고, 이 책은 다시 편집자들의 손에 의해 5년 안에 지금의 두 배 분량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편집자들이 읽고 쓰며 성장하길 기대한다.
▶ 어려운 질문 하나 해야 할 것 같다. 당신은 출판의 미래! 어떻게 해야 책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을 잘 읽으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목록 쌓기’이다. 출판사, 편집자, 저자, 독자 모두 목록에 대해 재발견하고 이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쌓아갈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저자는 저자의 저서 목록, 독자는 독서 목록, 출판사와 편집자는 발행 도서 목록에 대해 깊게 연구하고 사고해야 한다. 그것이 전문성, 차별성, 독창성을 여는 길이다. 다만 이전과 달리 변화된 환경에서 출판의 미래를 사고한다면 방법론을 달리해야 한다. 어떤 과정을 통해 목록을 쌓을 것인가? 그 경로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하다. 예컨대 저자의 경우 한 종의 저서의 집필, 출간, 이후의 과정에서 독자, 편집자, 그 외 다양한 관련자와 조직들과 어떤 소통의 과정을 겪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판매부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소통의 경로와 이 과정에서의 네트워크, 관계 쌓기이다. 이런 과정을 쌓으며 목록을 쌓는 저자, 출판사, 편집자는 아주 오랫동안 책을 통한 창조적 노동의 결실을 맛볼 것이다. 즉, 미래의 출판을 위해 변화해야 할 것은 종이책에서 전자책이 아니라 그보다 저작, 출판, 편집의 활동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더욱 직접적이고 밀접한 지식과 서사의 소통 과정으로 재편하는 일이다. 그 속에 출판의 희망이 있고 미래의 출판이 있다.
▶ 그렇다면 다시 묻겠다, 편집자란 어떤 존재인가?
지식과 서사의 매개자이자 재창조자이다. 미디어 환경은 매스 미디어에서 소셜 미디어로 변화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 시대에는 메시지의 전달자, 창조자만 분명했고 수신자는 익명의 대중이었다. 구시대의 미디어는 매스 미디어가 주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나와 사회, 사회와 사회, 나와 다수, 다수와 다수 등 다양한 미디어의 소통이 가능하며 소통 주체 역시 다수 대중이 아닌 특정한 개인이나 커뮤니티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의 책은 저자, 독자, 출판사, 편집자가 모두 책의 세계에서 다양한 주체가 되어 소통하는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이런 시대에 편집자는 뉴스, 정보가 아닌 지식, 서사의 발굴, 섭외, 기획과 편집, 소통과 논의, 이 과정의 조직과 네트워킹의 주체로 나서야한다. 단순 매개자가 아니라 적극적 주체 즉 지식과 서사의 재창조 과정을 조직하는 연출, 관리의 역할로 그 활동의 폭을 넓혀야 한다.
목차
머리말
감사의 말
서장 편집자의 세계
1장 저자, 어떻게 찾고 섭외하는가?
2장 원고, 어떻게 읽고 편집하는가?
3장 기획, 신간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개발하는가?
4장 신간 기획안, 어떻게 입안하고 결정하는가?
5장 출판계약, 저자와 출판사는 어떤 역할과 책임을 갖는가?
6장 제목과 표지, 책을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7장 머리말에서 찾아보기까지, 책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8장 홍보, 독자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9장 미래의 편집자를 위한 조언
10장 출판의 중추, 편집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11장 도서 목록을 어떻게 개발하고 확장하는가?
12장 한국의 편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13장 디지털 혁명, 출판의 미래는 희망적인가?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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