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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1853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1853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생각하는 사회, 새로운 소통과 연대를 지향하며
한길사가 기획하는 본격 무크지 1호
성찰하는 사회, 역사는 진보한다
“우리 사회 망각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이번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남긴 의미와 가치를 도처의 영역으로 심화, 확대해야
합니다. 사회 전체의 정신영역을 고결하게 만들어내는 인문적 풍토를
지속적으로 다져나가야 합니다.” - 김민웅
“우리가 흘린 눈물은 분노의 눈물이고 결의의 눈물이며 각오의
눈물입니다. 눈물에 엉겨 있는 분노를, 정치를 바꾸고 사람 사는 세상을
일구는 힘으로 전화해내야 합니다.” - 유초하
여름이 태양으로부터 끌고 온 열기는 이제 우리 모두가 아시아의 동남쪽으로 갑자기 집단 이주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때때로 벼락같이 내려치는 빗줄기는 ‘도깨비 장마’라는 별난 이름으로 불리며 기상청의 장마 예보를 비웃기도 한다. 마당에 평상을 펴고 드러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어딘가로 낙하하는 별똥별, 그 멋진 광경을 볼 수 없게 된 지도 이미 오래다. 지금 우리는 별 없는 밤하늘이 더 익숙해진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모해간다. 이 변화가 왜 일어나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볼 사이도 없이 세월은 우리를 미궁 속으로 몰아붙이는 것만 같다. 출구를 알 수 없는 밀실에 갇히는 느낌. 우리는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생각을 깊이 해봐야 현실을 바꿀 여력도, 여지도, 그리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면 생각하는 힘이 갖는 매력은 사라져가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의식은 진화하지 못한 채 화석이 되고, 현실은 권력이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우리를 위협한다. 알고 보면 소수의 특권을 확대 재생산할 뿐인 ‘욕망의 정치’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존엄성을 폐기처분해도 되는 것처럼 여기고 있으며, 빵을 얻을 수만 있다면 역사에 대한 무지와 자연에 대한 파괴행위를 당연하게 생각해도 좋다는 식의 논리가 마치 교양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어느새 자신에 대한 희망을 쉽게 포기하며, 미래에 대한 비극적인 결론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안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많은 이들이 답답해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담론의 조성에는 소극적이고 그런 사회적 작업은 주변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가벼움과 즐거움만을 쫓는 시대에 『담론과 성찰』이라는 다소 고색창연한 제목의 무크지를 기획한다. 현실을 외면하고 어디론가 달아나 숨고 싶은 허약한 정신을 끝없이 돌려세워, 오늘의 문제를 직시하고 함께 숙의·선택해나가는 공동체의 건강한 기운을 다시 솟아나게 해보자는 노력에서다. 거창한 목표를 내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의 일상을 진지하게 주시하며 생각을 모으다보면 해결의 가닥이 잡히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노력이야 도처에서 다양하게 시도해오고 있지만, 새삼 그럴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충격이 준 사회적인 각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 내면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권력의 변화가 곧 역사의 변화로 이어질 수 없다. 이 단순한 진실이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침묵과 방관으로만 일관하지 않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한 공동체가 겪은 아무리 큰 아픔과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그 충격의 강도가 수그러들게 마련이다. 눈앞의 현실에 급급해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며, 또 각자의 관심사는 끊임없이 변한다. 남는 것은 희미한 기억으로 재구성되는 사건의 흔적뿐, 그것의 참된 의미는 잡을 수 없는 그림자처럼 모호해진다. 따라서 기억을 끊임없이 되살리고 이야기를 새롭게 펼쳐나가는 일은 소중하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 무너뜨려야 할 것과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을 지속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걸맞은 현실을 힘차게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역사의 진실을 잊고 사는 것은 역사의 변조와 왜곡을 방치·조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쉽게 역사를 망각하고, 또 그런 습관을 아무렇지 않은 듯 관대히 보아 넘겼다. 그것은 자기 정신의 성장을 스스로 가로막는 행위이며, 오늘의 시대를 제대로 성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삶의 방향성을 상실하는 일이다. 『담론과 성찰』은 부족하나마 이러한 현실에 우리 정신의 좌표를 바로 세우는 훈련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동시에 삶의 인문학이 가꾸어온 시선으로 자연과 예술의 생명력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한다. 30년 넘게 시대와 호흡하며 출판의 영역을 넓혀온 한길사가 이 일에 나선 것이 우선 반갑고 의미가 크다.
『담론과 성찰』에는 각계 인문학자들의 깊이 있는 성찰과 비판적 사유의 글들이 중심을 이룬다. 먼저 이번 제1호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주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 도정일 교수, 도종환 시인, 한정숙 교수 등이 참여한 기획좌담(「바보의 용기와 눈물의 힘」)을 엮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도자가 밟아온 미완의 정치역정과 그 공과(功過)를 살펴보고, 유례없는 추모 열기의 사회현상에 담긴 의미를 진단해보았다.
유초하 교수의 「노무현과 우리시대」는 민주주의의 후퇴 징후를 보이는 현 정부의 정책상을 지적하고 새로운 진보의 탄생과 조직화된 시민의 힘을 만들어내는 일을 촉구하고 있다. 주명철 교수의 「매체, 소통 그리고 민주주의」는 프랑스 혁명 시기와 오늘의 한국사회를 비교하며, 매체와 권력의 메커니즘과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는 소통의 문제를 함께 짚고 있다. 홍원표 교수의 「권력과 폭력」은 사회갈등의 양상으로 언제나 표출되는 폭력과 권력의 문제를 20세기의 뛰어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사상적 관점에서 우리의 지난 민주화 과정과 오늘 현실 문제를 바라본다. 권력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정치의 내용과 방향을 정립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논의가 아닐 수 없다.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의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은 역사에서 반복, 차이, 진보의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분할과 생성을 거듭하는 역사의 반복 속에서 기존의 정착된 세계를 뒤흔드는 유목민처럼 늘 사회의 변화를 꾀하는 소수자 운동의 새로운 구조와 문법에 주목한다. 즉 배제된 소수자들의 현실을 담아내는 ‘진리의 정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위의 현실 참여적 주제에서 조금 비켜나 예술과 문학적 은유로 우리 삶을 응시케 하는 다음의 글들은 인문의 향기가 진하다. 먼저 문광훈 교수의 「근대적 성찰은 어떻게 태어났나」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서 재현의 생산(화가)·대상(모델)·감상(관찰자) 삼자의 관계를 살피고, 재현의 주체이자 객체임을 의식하는 인간, 즉 성찰하는 근대적 주체의 탄생을 생각해본다. 아울러 예술적 경험을 통해 윤리적 실천과 자유의 실현에 이르는 ‘주체의 자기양식화’ 논의로 풍부히 나아간다. 이광주 명예교수의 「여행, 편력하는 삶의 토포스」는 문화사를 폭넓게 연구한 노학자답게 교양과 지성의 교육 현장으로서, 인류의 수많은 지성들이 감행했던 여행 공간의 의미를 다시 읽어내며 우리 삶의 지평을 확대한다.
박태순 작가의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은 국토인문학에 몰두해온 필자가, 우리 국토산하를 놀라울 정도의 치밀함으로 목판화에 되살려내는 김억 화백의 ‘국토백경’ 작업에 매료된 이야기다. 그는 국토개발 일변도의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릴 만한 ‘국토문예학’의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발견한다. 최영준 명예교수의 「홍천강변에서 20년」은 주말이면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지내온 지난 20년간의 체험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농촌의 가치, 자연의 삶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부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특별히 화보로 실은 두 작가의 예술작업은 주목할 만하다. 책을 여는 황헌만 사진작가의 「임진강」은 유구한 고대국가의 역사성과 분단의 현실, 그리고 자연생태 보고의 현장으로서 임진강을 생생히 탐사했다. 이태호 화백의 「억새를 대접하다」는 목탄으로 그려낸 억새의 강렬함이 인상적이다. 무엇하나 예사로 보지 않는 작가의 따스한 예술적 심성이 야생의 풀조차도 진심으로 귀히 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마음이 뜨거워진다.
고통에는 민감하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를 깊이 성찰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 『담론과 성찰』은 이런 세태에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며 희망적 담론을 만들어내는 그릇이 되었으면 한다. 현실에 쉽게 좌절하지 않는 사유의 힘을 기를 때 삶은 변화할 것이고 역사는 진보할 것이다.
한길사가 기획하는 본격 무크지 1호
성찰하는 사회, 역사는 진보한다
“우리 사회 망각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이번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남긴 의미와 가치를 도처의 영역으로 심화, 확대해야
합니다. 사회 전체의 정신영역을 고결하게 만들어내는 인문적 풍토를
지속적으로 다져나가야 합니다.” - 김민웅
“우리가 흘린 눈물은 분노의 눈물이고 결의의 눈물이며 각오의
눈물입니다. 눈물에 엉겨 있는 분노를, 정치를 바꾸고 사람 사는 세상을
일구는 힘으로 전화해내야 합니다.” - 유초하
여름이 태양으로부터 끌고 온 열기는 이제 우리 모두가 아시아의 동남쪽으로 갑자기 집단 이주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때때로 벼락같이 내려치는 빗줄기는 ‘도깨비 장마’라는 별난 이름으로 불리며 기상청의 장마 예보를 비웃기도 한다. 마당에 평상을 펴고 드러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어딘가로 낙하하는 별똥별, 그 멋진 광경을 볼 수 없게 된 지도 이미 오래다. 지금 우리는 별 없는 밤하늘이 더 익숙해진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모해간다. 이 변화가 왜 일어나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볼 사이도 없이 세월은 우리를 미궁 속으로 몰아붙이는 것만 같다. 출구를 알 수 없는 밀실에 갇히는 느낌. 우리는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생각을 깊이 해봐야 현실을 바꿀 여력도, 여지도, 그리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면 생각하는 힘이 갖는 매력은 사라져가게 될지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의식은 진화하지 못한 채 화석이 되고, 현실은 권력이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우리를 위협한다. 알고 보면 소수의 특권을 확대 재생산할 뿐인 ‘욕망의 정치’가 휩쓸고 간 자리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존엄성을 폐기처분해도 되는 것처럼 여기고 있으며, 빵을 얻을 수만 있다면 역사에 대한 무지와 자연에 대한 파괴행위를 당연하게 생각해도 좋다는 식의 논리가 마치 교양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어느새 자신에 대한 희망을 쉽게 포기하며, 미래에 대한 비극적인 결론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안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많은 이들이 답답해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담론의 조성에는 소극적이고 그런 사회적 작업은 주변으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가벼움과 즐거움만을 쫓는 시대에 『담론과 성찰』이라는 다소 고색창연한 제목의 무크지를 기획한다. 현실을 외면하고 어디론가 달아나 숨고 싶은 허약한 정신을 끝없이 돌려세워, 오늘의 문제를 직시하고 함께 숙의·선택해나가는 공동체의 건강한 기운을 다시 솟아나게 해보자는 노력에서다. 거창한 목표를 내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의 일상을 진지하게 주시하며 생각을 모으다보면 해결의 가닥이 잡히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노력이야 도처에서 다양하게 시도해오고 있지만, 새삼 그럴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충격이 준 사회적인 각성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 내면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권력의 변화가 곧 역사의 변화로 이어질 수 없다. 이 단순한 진실이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침묵과 방관으로만 일관하지 않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한 공동체가 겪은 아무리 큰 아픔과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그 충격의 강도가 수그러들게 마련이다. 눈앞의 현실에 급급해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며, 또 각자의 관심사는 끊임없이 변한다. 남는 것은 희미한 기억으로 재구성되는 사건의 흔적뿐, 그것의 참된 의미는 잡을 수 없는 그림자처럼 모호해진다. 따라서 기억을 끊임없이 되살리고 이야기를 새롭게 펼쳐나가는 일은 소중하다. 그것을 통해 우리는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 무너뜨려야 할 것과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을 지속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걸맞은 현실을 힘차게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역사의 진실을 잊고 사는 것은 역사의 변조와 왜곡을 방치·조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쉽게 역사를 망각하고, 또 그런 습관을 아무렇지 않은 듯 관대히 보아 넘겼다. 그것은 자기 정신의 성장을 스스로 가로막는 행위이며, 오늘의 시대를 제대로 성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삶의 방향성을 상실하는 일이다. 『담론과 성찰』은 부족하나마 이러한 현실에 우리 정신의 좌표를 바로 세우는 훈련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동시에 삶의 인문학이 가꾸어온 시선으로 자연과 예술의 생명력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한다. 30년 넘게 시대와 호흡하며 출판의 영역을 넓혀온 한길사가 이 일에 나선 것이 우선 반갑고 의미가 크다.
『담론과 성찰』에는 각계 인문학자들의 깊이 있는 성찰과 비판적 사유의 글들이 중심을 이룬다. 먼저 이번 제1호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주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 도정일 교수, 도종환 시인, 한정숙 교수 등이 참여한 기획좌담(「바보의 용기와 눈물의 힘」)을 엮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도자가 밟아온 미완의 정치역정과 그 공과(功過)를 살펴보고, 유례없는 추모 열기의 사회현상에 담긴 의미를 진단해보았다.
유초하 교수의 「노무현과 우리시대」는 민주주의의 후퇴 징후를 보이는 현 정부의 정책상을 지적하고 새로운 진보의 탄생과 조직화된 시민의 힘을 만들어내는 일을 촉구하고 있다. 주명철 교수의 「매체, 소통 그리고 민주주의」는 프랑스 혁명 시기와 오늘의 한국사회를 비교하며, 매체와 권력의 메커니즘과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는 소통의 문제를 함께 짚고 있다. 홍원표 교수의 「권력과 폭력」은 사회갈등의 양상으로 언제나 표출되는 폭력과 권력의 문제를 20세기의 뛰어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사상적 관점에서 우리의 지난 민주화 과정과 오늘 현실 문제를 바라본다. 권력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정치의 내용과 방향을 정립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논의가 아닐 수 없다.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원장의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은 역사에서 반복, 차이, 진보의 의미를 고찰하고 있다. 분할과 생성을 거듭하는 역사의 반복 속에서 기존의 정착된 세계를 뒤흔드는 유목민처럼 늘 사회의 변화를 꾀하는 소수자 운동의 새로운 구조와 문법에 주목한다. 즉 배제된 소수자들의 현실을 담아내는 ‘진리의 정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위의 현실 참여적 주제에서 조금 비켜나 예술과 문학적 은유로 우리 삶을 응시케 하는 다음의 글들은 인문의 향기가 진하다. 먼저 문광훈 교수의 「근대적 성찰은 어떻게 태어났나」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서 재현의 생산(화가)·대상(모델)·감상(관찰자) 삼자의 관계를 살피고, 재현의 주체이자 객체임을 의식하는 인간, 즉 성찰하는 근대적 주체의 탄생을 생각해본다. 아울러 예술적 경험을 통해 윤리적 실천과 자유의 실현에 이르는 ‘주체의 자기양식화’ 논의로 풍부히 나아간다. 이광주 명예교수의 「여행, 편력하는 삶의 토포스」는 문화사를 폭넓게 연구한 노학자답게 교양과 지성의 교육 현장으로서, 인류의 수많은 지성들이 감행했던 여행 공간의 의미를 다시 읽어내며 우리 삶의 지평을 확대한다.
박태순 작가의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은 국토인문학에 몰두해온 필자가, 우리 국토산하를 놀라울 정도의 치밀함으로 목판화에 되살려내는 김억 화백의 ‘국토백경’ 작업에 매료된 이야기다. 그는 국토개발 일변도의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릴 만한 ‘국토문예학’의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발견한다. 최영준 명예교수의 「홍천강변에서 20년」은 주말이면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지내온 지난 20년간의 체험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농촌의 가치, 자연의 삶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부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특별히 화보로 실은 두 작가의 예술작업은 주목할 만하다. 책을 여는 황헌만 사진작가의 「임진강」은 유구한 고대국가의 역사성과 분단의 현실, 그리고 자연생태 보고의 현장으로서 임진강을 생생히 탐사했다. 이태호 화백의 「억새를 대접하다」는 목탄으로 그려낸 억새의 강렬함이 인상적이다. 무엇하나 예사로 보지 않는 작가의 따스한 예술적 심성이 야생의 풀조차도 진심으로 귀히 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마음이 뜨거워진다.
고통에는 민감하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를 깊이 성찰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 『담론과 성찰』은 이런 세태에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며 희망적 담론을 만들어내는 그릇이 되었으면 한다. 현실에 쉽게 좌절하지 않는 사유의 힘을 기를 때 삶은 변화할 것이고 역사는 진보할 것이다.
목차
17 김민웅│성찰하는 사회, 역사는 진보한다
4 황헌만 임진강
역사의 땅, 분단의 현장을 가다
24 도정일 도종환 한정숙 김민웅 바보의 용기와 눈물의 힘
104 유초하 노무현과 우리시대
눈물에 엉긴 분노를 세상 바꾸는 힘으로
132 주명철 매체, 소통 그리고 민주주의
프랑스 혁명 시기와 오늘의 한국사회
154 홍원표 권력과 새로운 조건들
한나 아렌트의 시선으로 고찰해본 한국정치
178 이정우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
관리사외 시대를 헤쳐 나가기
198 이태호 역사를 대접하다
사람·풍경·사물에 대한 존중
210 문광훈 근대적 성찰은 어떻게 태어났나
벨라스케스의「시녀들」을 보며
246 이광주 여행, 편력하는 삶의 트포스
성지순례에서부터 지드와 레비-스트로스까지
278 박태순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김억의 국토 목파화 작업
304 최영준 홍천강변에서 20년
어느 지리학자의 주경냐독 농촌생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