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전설의 큐레이터, 예술가를 말하다: 큐레이터 캐서린 쿠가 사랑한 20세기 미술의 영웅들
- 대등서명
- My love affair with modern art
- 발행사항
- 파주 : 아트북스, 2009
- 형태사항
- 479 p. : 삽화, 초상 ; 22 cm
- ISBN
- 9788961960311
- 청구기호
- 609.05 쿠822ㅈ
- 일반주기
- 색인수록 원저자명: Katharine Kuh, Avis Berman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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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1892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1892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그녀는 모든 것을 보았고, 모두를 알았고, 모든 곳에 있었다!
화가 로스코와 호퍼부터 조각가 브란쿠시와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까지,
20세기 미술의 산증인 캐서린 쿠가 만난 예술가 16인의 비하인드 스토리
20세기 초,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미술이 출현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미술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함께 자라고 성장한 한 여인이 있었다.
시카고에 최초의 모던아트 갤러리를 열고, 바야흐로 미국을 중심으로 만개할 모던아트의 흐름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으며,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가 미국의 중요 미술관으로 떠오르던 시기에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모던아트의 창조자들과 특별한 교분을 나누었던 전설적인 여성 캐서린 쿠가 바로 그녀였다. 선구안 좋은 화상(畵商)이자 사려 깊은 큐레이터에 빛나는 통찰력을 지닌 비평가로서 예술가들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캐서린 쿠는 모던아트와 사랑에 빠져 평생을 보낸 열렬한 내조자였다. 그리고 이 책은 그녀가 모던아트와 나눈 사랑의 기록이다.
삶 자체가 모던아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예술과 일치되어 살았던 전설적인 여성 큐레이터가 전하는 모던아트와 예술가들에 관한 이 특별한 이야기는 큐레이터나 비평가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과 미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미술인들은 물론, 전시회에 가기를 즐기고 미술을 좋아하는, 예술과 예술가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풍부한 영감을 제공해줄 것이다.
‘20세기 미술의 조르조 바사리’, 캐서린 쿠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이자 건축가인 조르조 바사리는 그림보다 그가 남긴 저작 『가장 뛰어난 화가, 조각가, 건축가 들의 삶』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우리가 그의 저작 덕분에 조토, 치마부에,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그가 기록을 남겨두지 않았더라면 작품 외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캐서린 쿠는 바로 ‘20세기 미술의 조르조 바사리’라고 할 만하다. 캐서린 쿠는 그녀의 존재가 모던아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던아트의 모든 현장에 있었고, 모두를 알았으며, 모든 것을 보았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참여자로서 또 목격자로서” 20세기 미술의 현장에서 자신이 직접 관찰한 일들, 특히 “대개 이전에는 출판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언급 없이 죽는다면 영원히 망각 속에 묻혀 버릴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비평을 위해서 예술가와의 개인적 접촉이나 만남은 모두 피해야 한다고 보았던 미술비평가 존 캐너데이와는 정 반대의 입장에서, 캐서린 쿠는 “강한 감정과 감동, 그리고 자아의 완전한 몰입이 예술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므로 예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 예술가들과 나눈 따스한 교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예술가와 교감하며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을 필수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예술가들에 대한 기록은 비평가로서의 시선보다는 경외하는 예술가로서 한 사람의 인간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다.
편집자의 기여로 사후에 완성된 책
이 책의 원서는 캐서린 쿠가 사망한 지 10년도 더 지난 2006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책의 발간이 이렇게 늦어지게 된 것은 캐서린 쿠가 책의 원고를 완성하지 못한 채 사망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쿠에게서 생전에 집필을 마치지 못하면 나머지 작업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미술사학자 에이비스 버먼의 노력으로 완성되었다. 그녀는 쿠가 4분의 3 정도 완성해둔 초고와 그녀가 남긴 편지와 메모 같은 수많은 기록들, 그리고 자신이 1982년부터 쿠를 인터뷰하면서 쌓아둔 자료를 바탕으로 빈 부분을 채우고 문장을 가다듬어 결국 이 책을 완성해냈다. 단순한 편집자 이상의 역할을 해낸 에이비스 버먼의 작업은 어느 부분이 그녀가 손을 댄 것이고 어느 부분이 캐서린 쿠의 문장 그대로 살아남아 있는 것인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한결같이 이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에이비스 버먼은 캐서린 쿠의 인생과 이 책의 탄생 과정에 대해 상세하고 필요불가결한 서문을 덧붙여 이 특별한 여인과 그녀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모던아트와 함께한 인생의 기록
책은 내용상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편집자 에이비스 버먼이 쓴 긴 서문(「책을 펴내며」)이다. 캐서린 쿠가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있기에 이 부분은 인간 캐서린 쿠를 이해하고 독자들이 책의 내용으로 빠져들어 가게 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쿠는 레제의 몽파르나스 스튜디오를 방문했던 일을 얘기하면서 계단을 오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쓰지만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버먼은 그녀가 어릴 때 걸린 소아마비 때문에 평생을 고생했다고 설명하면서 이 틈새를 메워주는 식이다. 에이비스 버먼의 이 서문 덕분에 캐서린 쿠가 예술가들에게 집중하느라 빼놓았던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의 빈 부분이 메워지고 그녀의 삶에 대한 독자의 갈증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캐서린 쿠 자신이 쓴 글 두 편으로 이 책의 서론에 해당한다. 버먼의 서문에 이어지는 「솎아내고 요약하기」가 시카고 최초의 모던아트 갤러리를 열었던 미술상이자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17년을 일한 큐레이터로서 자신의 이력에 관한 회상이라면 「탐색하기, 그리고 보고 체득하기」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고찰, 미술관의 역할 등 미술세계에 관한 숙고로 이뤄져 있다. 이 두 개의 장은 쿠가 의견이 확고하고 매우 학식 있으며 활기찬 사람이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큐레이터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와 대중을 교육하고 작품을 보호해야 할 미술관의 역할 등에 관한 내용들은 큐레이터를 꿈꾸는 요즘의 독자들에게도 전혀 시대에 뒤떨어짐 없이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로 꽉 차 있다. 또한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전시에 대한 그녀의 의견도 고려해볼 만하다. 블록버스터 전시는 대중이 좀더 쉽게 미술품을 접할 수 있게 하지만 그럼으로써 귀중한 유산인 예술작품을 영구히 손상시키는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다.
세 번째 부분은 16개 장으로 이뤄진, 그녀가 잘 알았던 개별 예술가들에 관한 서로 이어지지 않는 에세이들이다. 그녀 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화들로 채워진 이 에세이들을 통해 우리는 미스 반 데어 로에, 스튜어트 데이비스, 콘스탄틴 브란쿠시, 페르낭 레제, 클리퍼드 스틸, 마크 로스코, 에드워드 호퍼 같은 다양한 인물들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예술가들 외에도 마크 토비나 앨프리드 젠슨 같은, 중요하지만 덜 알려져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포함돼 있으며, 20세기 초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술사학자 버나드 베렌슨이나 빈센트 반 고흐의 조카(테오의 아들)이자 빈센트와 같은 이름을 가졌던, 그리고 삼촌의 예술세계를 널리 알리고자 헌신했던 빈센트 빌럼 반 고흐 같은 매우 흥미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16인의 인물 연구
캐서린 쿠는 서론에서 이 책이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채워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예술의 ‘언저리’에 머물렀을 뿐이며 예술의 원천은 예술가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작가들이 말한 것을 듣고 행동하는 것을 보아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전달자가 된다. 그녀는 오직 이를 통해 ‘그들의 진실한 목소리’가 전달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 덕분에 16인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특별한 감동을 전해준다. 대부분의 글들이 전기적 사실의 나열이라기보다는 그들과 캐서린 쿠 자신이 함께 지냈던 특별한 순간들을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그런데 캐서린 쿠가 묘사하는 그 순간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예술가(혹은 인물)의 모습이 마치 옆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나고, 그들의 예술과 삶이 일관성을 띠고 의미를 지니게 된다.
“보다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다(Less Is More)”라는 경구로 유명한 카리스마 넘치는 미스 반 데어 로에는 큰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고 명성을 가져다주지도 않을 작은 프로젝트에도 중요한 건축 설계에 임할 때와 똑같이 엄격하게 작업에 임했던 인물로 그려진다. 외장에 쓰는 나무 합판의 위치를 2~3센티미터 조정할 때에도 몇 시간을 들였던 치밀한 모습에서 이 거장 건축가의 위대함이 도드라진다. 그런가 하면 구조적 통일성을 최고의 가치로 두어 편의성이나 사용자의 육체적 안락함은 간과해 건축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들에 대해서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특히 반 데어 로에의 걸작으로 꼽히지만 건축주에게는 큰 고통을 안겨주었던 ‘판스워스 하우스’의 예가 흥미롭다.
삼촌과 같은 이름을 가졌던 빈센트 반 고흐의 조카, 즉 테오의 아들 빈센트 빌럼 반 고흐의 이야기는 특히 이제까지 몰랐던 새로운 정보를 전한다. 캐서린 쿠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열릴 반 고흐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엔지니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빈센트 반 고흐의 조카를 만나보고는 수많은 자화상을 통해 잘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의 얼굴과 너무나 닮은 것에 놀란다. 조카는 삼촌의 작품을 지키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작품을 거의 팔지 않았고, 전후에는 삼촌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빈센트 반 고흐가 곧 태어날 조카를 위해 그린 것이었으며 조카는 이 그림을 죽을 때까지 소장했다는 마음 찡한 이야기도 알게 된다.
20세기 조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거장 조각가 브란쿠시의 「끝없는 기둥」에 얽힌 에피소드는 그가 얼마나 철저한 장인이자 예술가였는지를 보여준다. 브란쿠시의 고향 트르구 지우에 세워진 「끝없는 기둥」을 규모를 더욱 장대하게 하여 시카고에 설치하려는 계획을 세우던 그는 건강이 악화되고 만다. 이 프로젝트를 살리고 싶었던 여러 사람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직접 하나하나 챙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제자에게도 대신 작업을 맡기기를 거부한다.
마크 로스코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특별히 감동적인 부분이다. 젊은 시절에는 인습타파론자로서 자신의 작품에 몰두한 채 미술관과 비평가를 위시한 미술세계를 거침없이 비판했던 로스코는 죽음에 가까워지면서는 자신의 지위에 대해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심리적 갈등에 괴로워하는 심약한 인물이 되었다. 캐서린 쿠는 그의 절친한 친구였지만 그가 자멸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로스코에 관한 이야기에서, 캐서린 쿠는 그 누구보다도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인물로서 로스코를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로스코의 예술을 이해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앵그리 맨’이란 별명으로 불렸을 만큼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던 클리퍼드 스틸도 캐서린과는 어긋남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을 때보다 여러 점을 동시에 봐야 한다고 생각해 생전에 큰돈을 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거의 팔지 않았고,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 전체를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결국 그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아직도 스틸의 작품들은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람 좋고 관대했던 프란츠 클라인과의 일화도 흥미롭다. 당시의 다른 추상표현주의 화가들과 달리 과도한 자의식에 시달리지 않았던 클라인은 작품 제목을 짓는 데 있어서도 무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비슷해 보이는 그림에는 모두 같은 제목을 달아주는 버릇이 있었고, 남들이 적당한 제목을 지어 붙여주는 것에도 이의가 없었다. 가까이에 작업실이 있었던 윌렘 데 쿠닝과의 일화도 재미있다. ‘지붕 몇 개’ 거리만큼 떨어져 있었기에 이들은 서로의 작업실을 방문할 때 굳이 아래로 내려가는 수고를 겪지 않고 지붕을 건너곤 했다고 한다.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겼던 에드워드 호퍼의 성격은 멕시코에서의 우연한 만남에 관한 이야기에서 잘 드러난다. 여행을 와서도 “유명한 기념물도 없고, 예스럽고 진기하거나 그림처럼 아름다운 관광 명소도 없는” 곳을 찾던 호퍼는 캐서린의 조언으로 살티요라는 작은 마을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전형적인 호퍼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그 마을을 발견하기 전에는 멕시코를 혐오하던 호퍼는 이후에도 네 번이나 멕시코를 다시 찾았다. 결국 캐서린이 그의 예술 세계에 큰 도움을 주게 된 셈이다.
그 외에도 20세기 새로운 기계문명을 찬양했던 페르낭 레제, 재즈에 매료돼 작품에 녹여낸 스튜어트 데이비스, 20세기 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술사학자 버나드 베렌슨, 마크 로스코의 은밀한 친구였던 앨프리드 젠슨, 자신이 정착할 곳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었던 이사무 노구치, 미국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스위스 바젤에 정착했던 마크 토비, 린든 존슨 대통령의 성격마저 담아낸 초상을 만들어낸 조각가 자크 립시츠, 훌륭한 교사로서 많은 학생들을 키워낸 한스 호프만, 마찬가지로 훌륭한 교육자이자 색채이론에 통달한 화가였던 요제프 알베르스가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화가 로스코와 호퍼부터 조각가 브란쿠시와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까지,
20세기 미술의 산증인 캐서린 쿠가 만난 예술가 16인의 비하인드 스토리
20세기 초,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미술이 출현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미술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함께 자라고 성장한 한 여인이 있었다.
시카고에 최초의 모던아트 갤러리를 열고, 바야흐로 미국을 중심으로 만개할 모던아트의 흐름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으며,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가 미국의 중요 미술관으로 떠오르던 시기에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모던아트의 창조자들과 특별한 교분을 나누었던 전설적인 여성 캐서린 쿠가 바로 그녀였다. 선구안 좋은 화상(畵商)이자 사려 깊은 큐레이터에 빛나는 통찰력을 지닌 비평가로서 예술가들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캐서린 쿠는 모던아트와 사랑에 빠져 평생을 보낸 열렬한 내조자였다. 그리고 이 책은 그녀가 모던아트와 나눈 사랑의 기록이다.
삶 자체가 모던아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예술과 일치되어 살았던 전설적인 여성 큐레이터가 전하는 모던아트와 예술가들에 관한 이 특별한 이야기는 큐레이터나 비평가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과 미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미술인들은 물론, 전시회에 가기를 즐기고 미술을 좋아하는, 예술과 예술가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풍부한 영감을 제공해줄 것이다.
‘20세기 미술의 조르조 바사리’, 캐서린 쿠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이자 건축가인 조르조 바사리는 그림보다 그가 남긴 저작 『가장 뛰어난 화가, 조각가, 건축가 들의 삶』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우리가 그의 저작 덕분에 조토, 치마부에,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그가 기록을 남겨두지 않았더라면 작품 외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거장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캐서린 쿠는 바로 ‘20세기 미술의 조르조 바사리’라고 할 만하다. 캐서린 쿠는 그녀의 존재가 모던아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던아트의 모든 현장에 있었고, 모두를 알았으며, 모든 것을 보았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참여자로서 또 목격자로서” 20세기 미술의 현장에서 자신이 직접 관찰한 일들, 특히 “대개 이전에는 출판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언급 없이 죽는다면 영원히 망각 속에 묻혀 버릴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비평을 위해서 예술가와의 개인적 접촉이나 만남은 모두 피해야 한다고 보았던 미술비평가 존 캐너데이와는 정 반대의 입장에서, 캐서린 쿠는 “강한 감정과 감동, 그리고 자아의 완전한 몰입이 예술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므로 예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 예술가들과 나눈 따스한 교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예술가와 교감하며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을 필수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예술가들에 대한 기록은 비평가로서의 시선보다는 경외하는 예술가로서 한 사람의 인간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다.
편집자의 기여로 사후에 완성된 책
이 책의 원서는 캐서린 쿠가 사망한 지 10년도 더 지난 2006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 책의 발간이 이렇게 늦어지게 된 것은 캐서린 쿠가 책의 원고를 완성하지 못한 채 사망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쿠에게서 생전에 집필을 마치지 못하면 나머지 작업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미술사학자 에이비스 버먼의 노력으로 완성되었다. 그녀는 쿠가 4분의 3 정도 완성해둔 초고와 그녀가 남긴 편지와 메모 같은 수많은 기록들, 그리고 자신이 1982년부터 쿠를 인터뷰하면서 쌓아둔 자료를 바탕으로 빈 부분을 채우고 문장을 가다듬어 결국 이 책을 완성해냈다. 단순한 편집자 이상의 역할을 해낸 에이비스 버먼의 작업은 어느 부분이 그녀가 손을 댄 것이고 어느 부분이 캐서린 쿠의 문장 그대로 살아남아 있는 것인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한결같이 이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에이비스 버먼은 캐서린 쿠의 인생과 이 책의 탄생 과정에 대해 상세하고 필요불가결한 서문을 덧붙여 이 특별한 여인과 그녀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모던아트와 함께한 인생의 기록
책은 내용상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편집자 에이비스 버먼이 쓴 긴 서문(「책을 펴내며」)이다. 캐서린 쿠가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있기에 이 부분은 인간 캐서린 쿠를 이해하고 독자들이 책의 내용으로 빠져들어 가게 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쿠는 레제의 몽파르나스 스튜디오를 방문했던 일을 얘기하면서 계단을 오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쓰지만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버먼은 그녀가 어릴 때 걸린 소아마비 때문에 평생을 고생했다고 설명하면서 이 틈새를 메워주는 식이다. 에이비스 버먼의 이 서문 덕분에 캐서린 쿠가 예술가들에게 집중하느라 빼놓았던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의 빈 부분이 메워지고 그녀의 삶에 대한 독자의 갈증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캐서린 쿠 자신이 쓴 글 두 편으로 이 책의 서론에 해당한다. 버먼의 서문에 이어지는 「솎아내고 요약하기」가 시카고 최초의 모던아트 갤러리를 열었던 미술상이자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17년을 일한 큐레이터로서 자신의 이력에 관한 회상이라면 「탐색하기, 그리고 보고 체득하기」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고찰, 미술관의 역할 등 미술세계에 관한 숙고로 이뤄져 있다. 이 두 개의 장은 쿠가 의견이 확고하고 매우 학식 있으며 활기찬 사람이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큐레이터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와 대중을 교육하고 작품을 보호해야 할 미술관의 역할 등에 관한 내용들은 큐레이터를 꿈꾸는 요즘의 독자들에게도 전혀 시대에 뒤떨어짐 없이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로 꽉 차 있다. 또한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전시에 대한 그녀의 의견도 고려해볼 만하다. 블록버스터 전시는 대중이 좀더 쉽게 미술품을 접할 수 있게 하지만 그럼으로써 귀중한 유산인 예술작품을 영구히 손상시키는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다.
세 번째 부분은 16개 장으로 이뤄진, 그녀가 잘 알았던 개별 예술가들에 관한 서로 이어지지 않는 에세이들이다. 그녀 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일화들로 채워진 이 에세이들을 통해 우리는 미스 반 데어 로에, 스튜어트 데이비스, 콘스탄틴 브란쿠시, 페르낭 레제, 클리퍼드 스틸, 마크 로스코, 에드워드 호퍼 같은 다양한 인물들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예술가들 외에도 마크 토비나 앨프리드 젠슨 같은, 중요하지만 덜 알려져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포함돼 있으며, 20세기 초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술사학자 버나드 베렌슨이나 빈센트 반 고흐의 조카(테오의 아들)이자 빈센트와 같은 이름을 가졌던, 그리고 삼촌의 예술세계를 널리 알리고자 헌신했던 빈센트 빌럼 반 고흐 같은 매우 흥미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16인의 인물 연구
캐서린 쿠는 서론에서 이 책이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채워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예술의 ‘언저리’에 머물렀을 뿐이며 예술의 원천은 예술가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작가들이 말한 것을 듣고 행동하는 것을 보아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전달자가 된다. 그녀는 오직 이를 통해 ‘그들의 진실한 목소리’가 전달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 덕분에 16인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특별한 감동을 전해준다. 대부분의 글들이 전기적 사실의 나열이라기보다는 그들과 캐서린 쿠 자신이 함께 지냈던 특별한 순간들을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그런데 캐서린 쿠가 묘사하는 그 순간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예술가(혹은 인물)의 모습이 마치 옆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나고, 그들의 예술과 삶이 일관성을 띠고 의미를 지니게 된다.
“보다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다(Less Is More)”라는 경구로 유명한 카리스마 넘치는 미스 반 데어 로에는 큰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고 명성을 가져다주지도 않을 작은 프로젝트에도 중요한 건축 설계에 임할 때와 똑같이 엄격하게 작업에 임했던 인물로 그려진다. 외장에 쓰는 나무 합판의 위치를 2~3센티미터 조정할 때에도 몇 시간을 들였던 치밀한 모습에서 이 거장 건축가의 위대함이 도드라진다. 그런가 하면 구조적 통일성을 최고의 가치로 두어 편의성이나 사용자의 육체적 안락함은 간과해 건축주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들에 대해서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특히 반 데어 로에의 걸작으로 꼽히지만 건축주에게는 큰 고통을 안겨주었던 ‘판스워스 하우스’의 예가 흥미롭다.
삼촌과 같은 이름을 가졌던 빈센트 반 고흐의 조카, 즉 테오의 아들 빈센트 빌럼 반 고흐의 이야기는 특히 이제까지 몰랐던 새로운 정보를 전한다. 캐서린 쿠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열릴 반 고흐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엔지니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빈센트 반 고흐의 조카를 만나보고는 수많은 자화상을 통해 잘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의 얼굴과 너무나 닮은 것에 놀란다. 조카는 삼촌의 작품을 지키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작품을 거의 팔지 않았고, 전후에는 삼촌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꽃이 핀 아몬드 나무」는 빈센트 반 고흐가 곧 태어날 조카를 위해 그린 것이었으며 조카는 이 그림을 죽을 때까지 소장했다는 마음 찡한 이야기도 알게 된다.
20세기 조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거장 조각가 브란쿠시의 「끝없는 기둥」에 얽힌 에피소드는 그가 얼마나 철저한 장인이자 예술가였는지를 보여준다. 브란쿠시의 고향 트르구 지우에 세워진 「끝없는 기둥」을 규모를 더욱 장대하게 하여 시카고에 설치하려는 계획을 세우던 그는 건강이 악화되고 만다. 이 프로젝트를 살리고 싶었던 여러 사람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직접 하나하나 챙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제자에게도 대신 작업을 맡기기를 거부한다.
마크 로스코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특별히 감동적인 부분이다. 젊은 시절에는 인습타파론자로서 자신의 작품에 몰두한 채 미술관과 비평가를 위시한 미술세계를 거침없이 비판했던 로스코는 죽음에 가까워지면서는 자신의 지위에 대해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심리적 갈등에 괴로워하는 심약한 인물이 되었다. 캐서린 쿠는 그의 절친한 친구였지만 그가 자멸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에서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로스코에 관한 이야기에서, 캐서린 쿠는 그 누구보다도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인물로서 로스코를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로스코의 예술을 이해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앵그리 맨’이란 별명으로 불렸을 만큼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던 클리퍼드 스틸도 캐서린과는 어긋남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을 때보다 여러 점을 동시에 봐야 한다고 생각해 생전에 큰돈을 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거의 팔지 않았고,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 전체를 기증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결국 그런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아직도 스틸의 작품들은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람 좋고 관대했던 프란츠 클라인과의 일화도 흥미롭다. 당시의 다른 추상표현주의 화가들과 달리 과도한 자의식에 시달리지 않았던 클라인은 작품 제목을 짓는 데 있어서도 무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비슷해 보이는 그림에는 모두 같은 제목을 달아주는 버릇이 있었고, 남들이 적당한 제목을 지어 붙여주는 것에도 이의가 없었다. 가까이에 작업실이 있었던 윌렘 데 쿠닝과의 일화도 재미있다. ‘지붕 몇 개’ 거리만큼 떨어져 있었기에 이들은 서로의 작업실을 방문할 때 굳이 아래로 내려가는 수고를 겪지 않고 지붕을 건너곤 했다고 한다.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겼던 에드워드 호퍼의 성격은 멕시코에서의 우연한 만남에 관한 이야기에서 잘 드러난다. 여행을 와서도 “유명한 기념물도 없고, 예스럽고 진기하거나 그림처럼 아름다운 관광 명소도 없는” 곳을 찾던 호퍼는 캐서린의 조언으로 살티요라는 작은 마을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전형적인 호퍼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그 마을을 발견하기 전에는 멕시코를 혐오하던 호퍼는 이후에도 네 번이나 멕시코를 다시 찾았다. 결국 캐서린이 그의 예술 세계에 큰 도움을 주게 된 셈이다.
그 외에도 20세기 새로운 기계문명을 찬양했던 페르낭 레제, 재즈에 매료돼 작품에 녹여낸 스튜어트 데이비스, 20세기 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술사학자 버나드 베렌슨, 마크 로스코의 은밀한 친구였던 앨프리드 젠슨, 자신이 정착할 곳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었던 이사무 노구치, 미국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스위스 바젤에 정착했던 마크 토비, 린든 존슨 대통령의 성격마저 담아낸 초상을 만들어낸 조각가 자크 립시츠, 훌륭한 교사로서 많은 학생들을 키워낸 한스 호프만, 마찬가지로 훌륭한 교육자이자 색채이론에 통달한 화가였던 요제프 알베르스가 또 다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목차
책을 펴내며
서론|솎아내고 요약하기
탐색하기, 그리고 보고 체득하기
시카고의 미스 반 데어 로에
두 명의 빈센트 반 고흐
페르낭 레제-현재를 개척하기
스튜어트 데이비스와 재즈 커넥션
콘스탄틴 브란쿠시―생략과 재구성
버나드 베렌슨―세 번의 만남
마크 로스코―어둠과 빛의 초상
앨프리드 젠슨―태양과 경쟁하기
클리퍼드 스틸―미술계의 ‘앵그리 맨’
이사무 노구치―집을 찾아서
바젤의 마크 토비
프란츠 클라인과 보낸 하루
백악관의 자크 립시츠
프로빈스타운의 한스 호프만
요제프 알베르스―주도면밀한 색채
에드워드 호퍼―빛을 반사하는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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