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소설
- 개인저자
- 김연수
- 판사항
- 신판
- 발행사항
- 서울 : 작가정신, 2008
- 형태사항
- 195 p. ; 19 cm
- ISBN
- 9788972883333
- 청구기호
- 813.6 김64ㅅ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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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1936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1936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패러디의 사랑학 개론
김연수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탐구하고 실험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어떤 하나의 경향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주제와 스타일을 선보여왔다. 데뷔작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에서 『7번 국도』를 거쳐 “인문학적 상상력의 전범”을 보여준다고 격찬받은 『꾿빠이, 이상』에 이르기까지, 그는 문단의 주류를 이루는 사소설적 경향과는 멀찍이 떨어진 채 소설의 장르 관습에 대한 반성적 실험들을 시도해왔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소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적이고 ‘문체’가 승한 작가의 장기가 한층 농익은 모습으로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그가 흔들고 비틀고 눙치는 현란한 이야기 솜씨로 풀어낸 지적인 ‘사랑론’이다. 이 짧은 소설 하나를 쓰기 위해서 작가는 사랑에 관한 수많은 책을 두루 섭렵했다고 하는데, 그러한 독서와 사색의 공력은 작품 전체에 밀도 있는 사유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품의 기본 구조는 선영이라는 여자를 꼭지점으로 한 대학 동기 광수와 진우의 삼각관계다. 광수는 한때 진우의 애인이었던 선영과 결혼하는 데 성공하지만, 결혼 후 선영과 진우의 관계에 대한 질투와 의구심은 더욱 깊어만 간다. 진우는 결혼한 선영을 잊지 못해 그녀의 주위를 맴돌지만, 선영은 옛사랑의 유혹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광수에 대한 사랑을 재차 다짐한다.
이렇듯 비교적 단순한 기본 골격에 김연수 소설 특유의 양감과 질감을 부여하는 것은 에세이와 대중문화 기호들이다. 에세이가 주제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집중적인 공략을 허용한다면, 적절히 차용된 대중문화 기호들은 작품에 경쾌한 패러디의 맛을 더한다.
일찍이 밀란 쿤데라나 알랭 드 보통이 성공적으로 보여준 바 있는 ‘소설적인 에세이의 기법’은 이 작품에서도 효과적으로 구사되고 있다. 가령 광수의 진우에 대한, 진우의 광수에 대한 교차되는 질투를 설명함에 있어 작가는 단지 스토리 텔링에 그치지 않는다. 그 상황에 직접 개입하여 해설을 시도하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바쳐 사랑한다고 해도 우리가 모르는 부분은 영영 남게 된다. ‘너는 절대로 알지 못한다’를 영어로 작문하라면 ‘You never know’가 될 것이다. 하지만 대화에서 관용적으로 쓰일 때, 이 문장은 ’어쩌면‘ 혹은 ’아마도‘를 뜻한다. 질투란 상대방에 대해 모든 걸 알게 됐다고 생각한 게 착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러니까 ’어쩌면‘이나 ’아마도‘라는 부사로 시작되는 문장이 하나 둘 마음속에서 떠오를 때, 부록처럼 따라오는 감정이다.
이러한 방식은 보조적 역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라인을 이끌어간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작품 전면에 부각되어 있다. 쿤데라의 말을 빌자면, 스토리에 에세이가 삽입된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삶의 단편들이 하나의 예, 분석되어야 할 상황으로 에세이 속에 삽입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방식은 인물들의(또는 작가의) 자유로운 사변 전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즉 작가가 의도한 ‘사랑학’에 독자들이 직격으로 몰입해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광수의 낭만적 사랑론에 대해 진우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들먹이며 울리히 백과 벡-게른샤임 부부의 논리로 반박하는가 하면, 광수의 ‘쫀쫀한’ 강박사고를 프로이트의 『일상생활의 정신병리』에 맞춰 해석하기도 한다. 주인공 광수는 ‘낭만적 사랑’, 즉 상대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모든 것을 갖는 게 사랑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진우는 그와 반대로 냉정하고 속물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사랑에 관한 한 그에게 가장 적합한 말은 소설의 제목에도 있듯 “사랑이라니!”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사람의 사고 역시 실은 별 차이가 없음이 후반부에 드러난다. 소설 전반에는 진우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광수를 비아냥거리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선영의 뿌리침에 좌절하여 자신 역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소리치게 된다. 이렇듯 사랑이란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여기에 양념처럼 뿌려져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것은 곳곳에 등장하는 대중문화 기호들이다. 술 취한 진우는 친구 광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옛 애인 선영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다음 “선영아, 사랑해”(한때 유행했던 인터넷 여성 포털사이트의 광고카피) 하고 고백한다. 그녀가 같이 자자고 애원하는 손길을 뿌리치자 진우가 허탈감에 젖어 묻는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대사) 마지막 선영의 대답은?
“아, 미치고 환장하겠네. 누렁소나 황소나. 좋아하는 게 사랑하는 거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
“야, 꿩 다르고 닭 다른데 그게 어떻게 같냐?”
“그러면 좋다, 선영아. 결혼은 닭하고 하고 나하고는 연애하자. 그럼 되잖아, 어때?”
“너도 소설가라고 결혼이 미친 짓인 줄 아니?”
이만교의 소설 및 엄정화 주연의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렇게 김연수는 대중문화의 기호들을 소설 속에 도입하여 경쾌하게 비틂으로써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그것은 주로 대중문화를 통해 전파되고 감염되는 이 시대의 사랑법 또는 사랑론에 대한 유쾌한 풍자이기도 하다.
결국 작가가 정의하는 ‘사랑’이란 “‘사랑가’를 부르며 바지 지퍼를 내리거나 브래지어 호크를 푸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일”이다. 현학적이면서도 따뜻한 웃음과 해학으로 가득 찬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통해 또 하나의 사랑학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연수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탐구하고 실험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어떤 하나의 경향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주제와 스타일을 선보여왔다. 데뷔작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에서 『7번 국도』를 거쳐 “인문학적 상상력의 전범”을 보여준다고 격찬받은 『꾿빠이, 이상』에 이르기까지, 그는 문단의 주류를 이루는 사소설적 경향과는 멀찍이 떨어진 채 소설의 장르 관습에 대한 반성적 실험들을 시도해왔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소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적이고 ‘문체’가 승한 작가의 장기가 한층 농익은 모습으로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니, 선영아』는 그가 흔들고 비틀고 눙치는 현란한 이야기 솜씨로 풀어낸 지적인 ‘사랑론’이다. 이 짧은 소설 하나를 쓰기 위해서 작가는 사랑에 관한 수많은 책을 두루 섭렵했다고 하는데, 그러한 독서와 사색의 공력은 작품 전체에 밀도 있는 사유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품의 기본 구조는 선영이라는 여자를 꼭지점으로 한 대학 동기 광수와 진우의 삼각관계다. 광수는 한때 진우의 애인이었던 선영과 결혼하는 데 성공하지만, 결혼 후 선영과 진우의 관계에 대한 질투와 의구심은 더욱 깊어만 간다. 진우는 결혼한 선영을 잊지 못해 그녀의 주위를 맴돌지만, 선영은 옛사랑의 유혹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광수에 대한 사랑을 재차 다짐한다.
이렇듯 비교적 단순한 기본 골격에 김연수 소설 특유의 양감과 질감을 부여하는 것은 에세이와 대중문화 기호들이다. 에세이가 주제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집중적인 공략을 허용한다면, 적절히 차용된 대중문화 기호들은 작품에 경쾌한 패러디의 맛을 더한다.
일찍이 밀란 쿤데라나 알랭 드 보통이 성공적으로 보여준 바 있는 ‘소설적인 에세이의 기법’은 이 작품에서도 효과적으로 구사되고 있다. 가령 광수의 진우에 대한, 진우의 광수에 대한 교차되는 질투를 설명함에 있어 작가는 단지 스토리 텔링에 그치지 않는다. 그 상황에 직접 개입하여 해설을 시도하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바쳐 사랑한다고 해도 우리가 모르는 부분은 영영 남게 된다. ‘너는 절대로 알지 못한다’를 영어로 작문하라면 ‘You never know’가 될 것이다. 하지만 대화에서 관용적으로 쓰일 때, 이 문장은 ’어쩌면‘ 혹은 ’아마도‘를 뜻한다. 질투란 상대방에 대해 모든 걸 알게 됐다고 생각한 게 착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러니까 ’어쩌면‘이나 ’아마도‘라는 부사로 시작되는 문장이 하나 둘 마음속에서 떠오를 때, 부록처럼 따라오는 감정이다.
이러한 방식은 보조적 역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라인을 이끌어간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작품 전면에 부각되어 있다. 쿤데라의 말을 빌자면, 스토리에 에세이가 삽입된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삶의 단편들이 하나의 예, 분석되어야 할 상황으로 에세이 속에 삽입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방식은 인물들의(또는 작가의) 자유로운 사변 전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즉 작가가 의도한 ‘사랑학’에 독자들이 직격으로 몰입해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광수의 낭만적 사랑론에 대해 진우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들먹이며 울리히 백과 벡-게른샤임 부부의 논리로 반박하는가 하면, 광수의 ‘쫀쫀한’ 강박사고를 프로이트의 『일상생활의 정신병리』에 맞춰 해석하기도 한다. 주인공 광수는 ‘낭만적 사랑’, 즉 상대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모든 것을 갖는 게 사랑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진우는 그와 반대로 냉정하고 속물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사랑에 관한 한 그에게 가장 적합한 말은 소설의 제목에도 있듯 “사랑이라니!”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사람의 사고 역시 실은 별 차이가 없음이 후반부에 드러난다. 소설 전반에는 진우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광수를 비아냥거리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선영의 뿌리침에 좌절하여 자신 역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소리치게 된다. 이렇듯 사랑이란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여기에 양념처럼 뿌려져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것은 곳곳에 등장하는 대중문화 기호들이다. 술 취한 진우는 친구 광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옛 애인 선영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다음 “선영아, 사랑해”(한때 유행했던 인터넷 여성 포털사이트의 광고카피) 하고 고백한다. 그녀가 같이 자자고 애원하는 손길을 뿌리치자 진우가 허탈감에 젖어 묻는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대사) 마지막 선영의 대답은?
“아, 미치고 환장하겠네. 누렁소나 황소나. 좋아하는 게 사랑하는 거지. 뭐가 그렇게 복잡해?”
“야, 꿩 다르고 닭 다른데 그게 어떻게 같냐?”
“그러면 좋다, 선영아. 결혼은 닭하고 하고 나하고는 연애하자. 그럼 되잖아, 어때?”
“너도 소설가라고 결혼이 미친 짓인 줄 아니?”
이만교의 소설 및 엄정화 주연의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렇게 김연수는 대중문화의 기호들을 소설 속에 도입하여 경쾌하게 비틂으로써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그것은 주로 대중문화를 통해 전파되고 감염되는 이 시대의 사랑법 또는 사랑론에 대한 유쾌한 풍자이기도 하다.
결국 작가가 정의하는 ‘사랑’이란 “‘사랑가’를 부르며 바지 지퍼를 내리거나 브래지어 호크를 푸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일”이다. 현학적이면서도 따뜻한 웃음과 해학으로 가득 찬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를 통해 또 하나의 사랑학을 만나게 될 것이다.
목차
사랑이라니, 선영아 - 011
작품 해설 -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