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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청춘을 읽는다?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에서 출발하여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이르는 여정이기도 한 이 책을 손에 들면서 독자들이 제일 처음 던질 법한 질문이다. 한국어판의 부제가 된 책의 원제도 ‘강상중의 청춘독서노트’이다. 하지만 이미 『고민하는 힘』을 읽어본 독자라면 ‘청춘은 아름다운가?’라는 장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도 거의 같은 시기에 발표된 『청춘을 읽는다』와 『고민하는 힘』은 서로 짝이 될 만하다. 『고민하는 힘』이 ‘고민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이들을 자극하고 격려하는 ‘멘토’로서의 강상중과 만나게 해준다면, 『청춘을 읽는다』는 독서노트의 형식을 빌려서 강상중의 성장사와 함께 시대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그렇다, 이것은 독서록이면서 자서전이고 동시에 한 시대에 대한 증언이다. 그것을 뭉뚱그려서 강상중은 ‘청춘’이라고 말한다. 대단한 청춘 아닌가!
―이현우(『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도쿄대 교수 강상중, 청춘 시대의 독서 편력
이 책은 올해 초 『고민하는 힘』을 통해 일본을 넘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이름을 널리 알린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의 청춘 독서록이다. 저자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자신의 청춘 시절을 뒤흔든 다섯 권의 책을 회고하며 청춘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은 책이다. 그 책들의 풍경 속에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기까지 겪은 숱한 방황과 고투, 야구선수를 꿈꾸던 감수성 예민한 소년이 실천적 지식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그리고 격변기 한국과 일본의 시대상과 그에 대한 꼼꼼한 성찰의 기록이 아로새겨져 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는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저자는 『고민하는 힘』과 맥락을 같이하면서도 좀더 개인적이고 친근한 목소리로 젊은 날의 귀중한 독서 체험을 들려준다. 저자가 꼽은 다섯 권의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 보들레르의 『악의 꽃』, T?K生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의 사상』,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재일 한국인 2세의 청춘의 궤적
이 책에서 청춘은 책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는 강렬하고 뜨거운 빛이다. 그러나 청춘이 갖는 의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다시 책을 통해 다양한 층위로 분산되고 깊어진다. 서툴지만 진지하게 무언가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마음, 그것이 곧 저자가 말하는 청춘이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세속적 목적을 위해 사는 젊음은 결코 청춘이라 말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제2의 청춘을 살고 있는 듯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이 책에는 무엇보다 생의 무의미 앞에서 죽음까지 생각했을 만큼 깊은 방황의 늪을 허우적거리다 자기 자신, 그리고 이 세계와 당당히 맞서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재일 한국인 2세 강상중의 청춘의 궤적이 또렷이 그려져 있다. 그 농밀한 개인적 기록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가슴 한구석을 뻐근하게 한다. 청춘이란, 그리고 청춘은 읽는 일이란 그런 것이라는 듯.
소세키를 읽으며 TOKYO를 생각하다
이 책에서 첫번째로 소개되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는 청춘 시절의 저자가 도쿄라는 도시를 인식하고 관찰하는 데 일종의 눈이 되어준 책이다. 궁벽한 시골에서 올라와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는 주인공 산시로는 구마모토의 외진 시골에서 대학 입학을 위해 도쿄에 발을 디딘 강상중의 젊은 날과 고스란히 겹쳐진다. 마음속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책과 학문에 목 말라하고 사랑 때문에 방황하는 청년 산시로를 그려내며 소세키가 전쟁의 승리로 들뜬 근대 일본의 불안한 미래를 예민하게 감지했듯이, 저자는 젊은 시절 『산시로』를 읽으며 거품 가득한 호황에 취해 흥청거리는 국제도시 도쿄의 이면에 감춰진 취약성과 불길한 미래 예감을 외면하지 못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지 않을까 싶다는 저자의 냉정한 읊조림에서는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 도쿄의 골목골목을 씁쓸한 얼굴로 배회하는 한 청년의 이미지가 배어나온다.
보들레르, 청춘의 척도
현대시의 효시로 추앙받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저자는 열일곱 살에 처음 읽었다고 고백한다. 야구부 모범생이 내향적인 성격으로 변해 방 안에 틀어박혀 탐닉하듯 책을 읽어나가게 된 것 또한 불세출의 시인 보들레르의 시집 때문이었다. 『악의 꽃』을 읽으며 저자는 비로소 청춘이라는 행로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스스로 외톨이가 된 그는 비로소 삶의 의미와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인생은 한 갑 성냥을 닮았다. 소중하게 다루는 건 어리석고,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계시와도 같은 문장을 만나고, 같은 처지의 자이니치在日 학생들과 교류하며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학생운동 등 현실 참여의 경험을 통해 전위가 아닌 후위의 역할을 자각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저자는 투박하지만 진정이 담긴 청춘의 열정을 고스란히 되살려낸다. 그는 『악의 꽃』이야말로 청춘을 재는 척도라고 말한다. 『악의 꽃』을 읽고 싶지 않을 때가 청춘이 끝난 때라는 말에서는 여전히 풋풋하고 당당한 청춘의 혈기가 느껴진다.
나가노 데쓰오 그리고 강상중
T?K生(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은 암흑과도 같았던 군사독재 시절 한국의 민주화운동 상황을 무려 15년간 저자의 신분을 감춘 채 일본의 잡지 『세카이』世界에 연재함으로써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한국 민중의 용기와 의지를 각인한 책일뿐더러, 저자의 독서 편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책이다. 1972년 스무 살이 갓 넘은 저자가 처음 서울을 방문하여 목도한 조국의 비참한 현실은 이미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던 일본과 잔인한 만큼 뚜렷이 대비되며 저자의 현실 인식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 한국 방문을 계기로 그때까지 쓰던 일본 이름 나가노 데쓰오를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으로 돌아온 뒤 한국문화연구회에 입회하고 한국학생동맹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그 경험이 계기가 된 것이다. 저자는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가리켜 청춘 시절의 자신을 단련시킨 기록이었다고 고백한다. 현재의 서울은 1972년 나가노 데쓰오라는 재일 한국인 청년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서울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하고 있지만,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변모와 함께 이 책이 한국현대사의 기념비로 계속 읽힐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자신의 입장을 갖는다는 것
전후戰後 일본 최대의 지식인으로 추앙받는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의 사상』을 두고 저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계기를 만들어준 책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청춘 시절의 자신에게는 세계로 열린 창이나 마찬가지였으며, 모든 현상을 객관적 거리를 두고 보는, 즉 자기의 입장을 갖는 법을 이 책으로부터 배웠다고 쓰고 있다. 일본을 읽어내는 정치하고 노련한 마루야마의 시선을 체험하며 젊은 날의 저자는 사회와 세계 속에 자신을 정립해나가는 방식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치사상사라는 다소 생소하고 건조한 학문에 흥미를 느끼고 그것이 사회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와 첨예하게 부딪치는 광경을 목도하면서 겪은 충격을 그는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오가며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또한 중심축이 존재하지 않고 잡거적雜居的인 일본 사상의 본질을 간파해낸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의 사상』을 되짚으며 근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정치사상적 변천 과정을 설명하고 다시금 거대한 변화 앞에 직면한 일본의 미래상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잃어버린 의미를 찾아서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함께 『고민하는 힘』에서도 삶의 방법론과 관련하여 비중 있게 다루어진 책이다. 자기혐오와 숱한 환멸 속에서 방황하며 인생의 의미를 목마르게 찾던 저자에게 한 줄기 강렬한 빛이 되어준 책이기도 하다. 독일 유학 시절 눈길을 헤치며 찾아간 베버의 묘지 앞에 선 청년 강상중은 순례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치명적 허점을 예정설이라는 신앙과 세속적 금욕에 의한 노동윤리의 결합으로 명쾌하게 반박한 베버의 문제의식과 논리를 받아들이며 저자는 자본주의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다. 그리고 베버의 자본주의 비판에 바탕을 둔 문제의식을 지표 삼아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힘주어 역설한다. 사회적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통해 심원한 통찰에 이른 베버의 문제의식은 청춘 시절 저자의 삶의 뼈대를 이루며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눈을 확장시켰던 것이다.
―이현우(『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도쿄대 교수 강상중, 청춘 시대의 독서 편력
이 책은 올해 초 『고민하는 힘』을 통해 일본을 넘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이름을 널리 알린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의 청춘 독서록이다. 저자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자신의 청춘 시절을 뒤흔든 다섯 권의 책을 회고하며 청춘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은 책이다. 그 책들의 풍경 속에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기까지 겪은 숱한 방황과 고투, 야구선수를 꿈꾸던 감수성 예민한 소년이 실천적 지식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그리고 격변기 한국과 일본의 시대상과 그에 대한 꼼꼼한 성찰의 기록이 아로새겨져 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는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저자는 『고민하는 힘』과 맥락을 같이하면서도 좀더 개인적이고 친근한 목소리로 젊은 날의 귀중한 독서 체험을 들려준다. 저자가 꼽은 다섯 권의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 보들레르의 『악의 꽃』, T?K生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의 사상』,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재일 한국인 2세의 청춘의 궤적
이 책에서 청춘은 책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는 강렬하고 뜨거운 빛이다. 그러나 청춘이 갖는 의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다시 책을 통해 다양한 층위로 분산되고 깊어진다. 서툴지만 진지하게 무언가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마음, 그것이 곧 저자가 말하는 청춘이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세속적 목적을 위해 사는 젊음은 결코 청춘이라 말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제2의 청춘을 살고 있는 듯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이 책에는 무엇보다 생의 무의미 앞에서 죽음까지 생각했을 만큼 깊은 방황의 늪을 허우적거리다 자기 자신, 그리고 이 세계와 당당히 맞서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재일 한국인 2세 강상중의 청춘의 궤적이 또렷이 그려져 있다. 그 농밀한 개인적 기록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가슴 한구석을 뻐근하게 한다. 청춘이란, 그리고 청춘은 읽는 일이란 그런 것이라는 듯.
소세키를 읽으며 TOKYO를 생각하다
이 책에서 첫번째로 소개되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는 청춘 시절의 저자가 도쿄라는 도시를 인식하고 관찰하는 데 일종의 눈이 되어준 책이다. 궁벽한 시골에서 올라와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는 주인공 산시로는 구마모토의 외진 시골에서 대학 입학을 위해 도쿄에 발을 디딘 강상중의 젊은 날과 고스란히 겹쳐진다. 마음속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책과 학문에 목 말라하고 사랑 때문에 방황하는 청년 산시로를 그려내며 소세키가 전쟁의 승리로 들뜬 근대 일본의 불안한 미래를 예민하게 감지했듯이, 저자는 젊은 시절 『산시로』를 읽으며 거품 가득한 호황에 취해 흥청거리는 국제도시 도쿄의 이면에 감춰진 취약성과 불길한 미래 예감을 외면하지 못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지 않을까 싶다는 저자의 냉정한 읊조림에서는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 도쿄의 골목골목을 씁쓸한 얼굴로 배회하는 한 청년의 이미지가 배어나온다.
보들레르, 청춘의 척도
현대시의 효시로 추앙받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저자는 열일곱 살에 처음 읽었다고 고백한다. 야구부 모범생이 내향적인 성격으로 변해 방 안에 틀어박혀 탐닉하듯 책을 읽어나가게 된 것 또한 불세출의 시인 보들레르의 시집 때문이었다. 『악의 꽃』을 읽으며 저자는 비로소 청춘이라는 행로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스스로 외톨이가 된 그는 비로소 삶의 의미와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인생은 한 갑 성냥을 닮았다. 소중하게 다루는 건 어리석고,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계시와도 같은 문장을 만나고, 같은 처지의 자이니치在日 학생들과 교류하며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학생운동 등 현실 참여의 경험을 통해 전위가 아닌 후위의 역할을 자각해가는 과정을 그리며 저자는 투박하지만 진정이 담긴 청춘의 열정을 고스란히 되살려낸다. 그는 『악의 꽃』이야말로 청춘을 재는 척도라고 말한다. 『악의 꽃』을 읽고 싶지 않을 때가 청춘이 끝난 때라는 말에서는 여전히 풋풋하고 당당한 청춘의 혈기가 느껴진다.
나가노 데쓰오 그리고 강상중
T?K生(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은 암흑과도 같았던 군사독재 시절 한국의 민주화운동 상황을 무려 15년간 저자의 신분을 감춘 채 일본의 잡지 『세카이』世界에 연재함으로써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한국 민중의 용기와 의지를 각인한 책일뿐더러, 저자의 독서 편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책이다. 1972년 스무 살이 갓 넘은 저자가 처음 서울을 방문하여 목도한 조국의 비참한 현실은 이미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던 일본과 잔인한 만큼 뚜렷이 대비되며 저자의 현실 인식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 한국 방문을 계기로 그때까지 쓰던 일본 이름 나가노 데쓰오를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한국 이름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으로 돌아온 뒤 한국문화연구회에 입회하고 한국학생동맹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그 경험이 계기가 된 것이다. 저자는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가리켜 청춘 시절의 자신을 단련시킨 기록이었다고 고백한다. 현재의 서울은 1972년 나가노 데쓰오라는 재일 한국인 청년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서울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하고 있지만,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변모와 함께 이 책이 한국현대사의 기념비로 계속 읽힐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자신의 입장을 갖는다는 것
전후戰後 일본 최대의 지식인으로 추앙받는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의 사상』을 두고 저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계기를 만들어준 책이라고 말한다. 이 책이 청춘 시절의 자신에게는 세계로 열린 창이나 마찬가지였으며, 모든 현상을 객관적 거리를 두고 보는, 즉 자기의 입장을 갖는 법을 이 책으로부터 배웠다고 쓰고 있다. 일본을 읽어내는 정치하고 노련한 마루야마의 시선을 체험하며 젊은 날의 저자는 사회와 세계 속에 자신을 정립해나가는 방식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정치사상사라는 다소 생소하고 건조한 학문에 흥미를 느끼고 그것이 사회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와 첨예하게 부딪치는 광경을 목도하면서 겪은 충격을 그는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오가며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또한 중심축이 존재하지 않고 잡거적雜居的인 일본 사상의 본질을 간파해낸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의 사상』을 되짚으며 근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정치사상적 변천 과정을 설명하고 다시금 거대한 변화 앞에 직면한 일본의 미래상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잃어버린 의미를 찾아서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함께 『고민하는 힘』에서도 삶의 방법론과 관련하여 비중 있게 다루어진 책이다. 자기혐오와 숱한 환멸 속에서 방황하며 인생의 의미를 목마르게 찾던 저자에게 한 줄기 강렬한 빛이 되어준 책이기도 하다. 독일 유학 시절 눈길을 헤치며 찾아간 베버의 묘지 앞에 선 청년 강상중은 순례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치명적 허점을 예정설이라는 신앙과 세속적 금욕에 의한 노동윤리의 결합으로 명쾌하게 반박한 베버의 문제의식과 논리를 받아들이며 저자는 자본주의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다. 그리고 베버의 자본주의 비판에 바탕을 둔 문제의식을 지표 삼아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힘주어 역설한다. 사회적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통해 심원한 통찰에 이른 베버의 문제의식은 청춘 시절 저자의 삶의 뼈대를 이루며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눈을 확장시켰던 것이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머리말
1장 TOKYO가 다 뭐냐!
-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
2장 영광스러운 후위後衛
- 보들레르의 >악의 꽃>
3장 역사는 후퇴하지 않는다
- T.K生의 <한국으로부터의 통신>
4장 노병은 흔들리지 않는다
-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의 사상>
5장 자본주의는 어디로 가는가
-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맺음말
옮긴이의 사사로운 뒷글
해제 - 강상중의 청춘적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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