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 이응준 소설
소장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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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2106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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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현대인이 직면한 존재론적 문제를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와 활달한 상상력으로 선명하게 그려내면서 젊은 작가의 기수로 각별한 주목을 받아왔던 소설가 이응준의 두번째 소설집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이 새로운 장정으로 다시 선보인다.
일곱 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소설집은 그의 문학에 내장되어 있는 몇몇 중요한 특징들, 예컨대 세계의 어두운 무늬와 그 세계에 흩뿌려져 있는 고독한 자아의 모습, ‘추억’ 속으로 끊임없이 침잠해 들어가는 존재의 쓸쓸함, 그 주위를 유령처럼 떠도는 죽음의 모티프 등을 탐미적으로 천착한 소설들로 채워져 있다. 그의 소설은 등장인물의 내면 밑바닥으로 끝간데없이 뚫고 들어가 그 속에 도사린 존재의 본원적인 고독과 실존적 고투를 시적이고 감성적인 언어 위에 영상과도 같은 이미지로 펼쳐놓는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마치 시와 영화를 한데 결합해놓은 듯하다. 그러나 동세대의 작가들과 그가 확연히 구분되는 점은 그러한 시적인 문체와 영상 이미지를 고뇌하는 개인의 자기 인식의 문제와 결부시킴으로써 한 외로운 영혼의 낭만적 나르시시즘을 강렬하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다만 멀리 존재함으로 환상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이 소설집의 앞머리에 수록돼 있는 단편 「Lemon Tree」는 “다만 멀리 존재함으로 환상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응준 소설의 주제의식과 문체 미학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멀리 있음’과 ‘환상’, 이 두 모티프는 그의 작품에서 소설 공간을 다각도로 확장시키는 열쇠가 되고, 그의 세계 인식 방법론을 암시하며, 너무나 시적인 문체의 매력을 증명하고 있다. 시공간의 개념을 폭넓게 함축하고 있는 ‘멀리 있음’과 ‘환상’의 모티프는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때로는 추억과 기억 속으로 아득히 잠수해 들어가게 만들고, 최면시술사의 세계로, 세계의 어둠 속으로, “광년의 그리움”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미지인 혜성의 우주공간으로 한없이 끌려들어가게 한다. 마찬가지로 소설의 육체와 이미 한몸이 되어 있어 그의 소설을 시 예술로 승격시켜주고 있는 서정적 문체 역시 이 두 모티프에 의해 빚어진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한번 흘러가버리면 다시는 만회할 수 없는 흉터 같은 사랑”을 인상적인 영상으로 그려 보이고 있는 표제작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을 비롯, 이 소설집에 수록된 일곱 편의 소설들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정조는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죽음이라 할 수 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도 타인에게 다가가는 길을 끝내 발견하지 못한 채 “어둠에 갇힌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는 최면시술사의 얘기를 다룬 「Lemon Tree」, 동성애자임을 드러내지 못해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채 괴로워하다가 결국은 죽음을 택한 문화비평가 구문모의 행적을 뒤쫓는 「이교도의 풍경」, 타지에서 흘러들어와 전혀 다른 곳에 뿌리박고 살아야 하는 귀화식물의 이미지를 빌려 존재의 외로움을 구상화한 「내 가슴으로 혜성이 날아들던 날 밤의 이야기」, “생이 어쩐지 노숙처럼 여겨지는” 스물아홉 살의 남자가 느끼는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그녀에게 경배하시오」, 죽음과 그로 인한 부재가 소설의 동기이자 주제가 되고 있는 「이미 어둠의 계보를 알고 있었다」 등, 그의 전 작품은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죽음의 정황을 선명한 이미지로 담고 있다.
세계의 어두운 내면을 투사하는 탐미적 감성의 홀로그램
고독한 자아의 내면과, 타인과의 단절에서 야기되는 외로움과 세계의 어두운 풍경에 대한 그의 묘사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특히 “숨을 헐떡이며 육지로 올라오려는 애처로운 표정의, 낙타가 그리워 사막을 가는 무모한 고래”(「이교도의 풍경」)의 이미지는 소설 속에서 동성애를 암시하는 장치로 이응준의 탁월한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대목일 것이다. 문학평론가 강상희는 해설에서 이를 ‘은유의 수사학’이라 칭하였거니와, 단지 심리상태와 내면풍경을 상세히 묘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쓸쓸함의 정조를, 혹은 인간과 세계의 어두운 밑그림을 소설의 영상으로 인화하듯 찍어내고 있다는 점이 이응준 소설의 득의의 영역인 것이다.
이응준 소설의 ‘은유의 수사학’은 등장인물들에게도 직접 투사돼 개성적인 인물 유형을 창조해낸다. 이응준 소설의 인물들은 외롭고, 어두운 혼돈 속에 갇혀 웅크리고 있는 존재들이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서야 겨우 자기 자신의 정체성의 실마리를 찾는, 그전에는 “나를 밝힐 수 없었”(「이교도의 풍경」)던 존재들이다. 이들은 이응준 소설의 ‘은유적 언어’의 산물이다. 이 인물들에 투사된 그의 언어는 소설의 틀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그 언어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홀로 자신의 절대적인 존재성을 주장하는 실체적 언어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가고픈 곳도, 불러주는 이도 없는 삶의 공백이 찾아올 때 이응준의 소설은 시작된다. 세계의 어두운 무늬 속으로, 고독과 추억 속으로, 바스러지는 사랑의 실핏줄 속으로 조금씩, 그러나 뜨겁게 스며들어가는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고사(枯死)되기 직전의 꿈을 안타깝게 부여잡고 생의 다른 변방을 동경한다. 그러나 결코 거기에 도달하진 못하고 생은 늘 여로(旅路)일 뿐이다.
시적인 문체, 밀도 있는 구성, 전형적인 소설 문법에 충실한 내러티브 등은 이응준 소설의 장점이자 그를 우리 소설의 미래에 거는 기대를 충족시켜줄 젊은 작가로 규정케 하는 분명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창조해낸 인물들이다. “필름이 들어 있지 않은, 그래서 어떤 풍경도 담거나 인화할 수 없는 작은 어둠이 머물고 있는 카메라 같은 존재들”(「Lemon Tree」),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대개가 이와 같은 존재들이다. 이응준은 이들을 통해 이즈음 젊은 세대와는 다른 감수성으로 사람과 세계를 독특하게 인식하고 있다. 문체와 감각에 있어서는 철저히 젊은 세대의 그것을 따르면서도 주제의식에 있어서는 그와 다른 지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 이것은 이응준 소설의 무한한 가능성의 한 일면일 것이다.
일곱 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소설집은 그의 문학에 내장되어 있는 몇몇 중요한 특징들, 예컨대 세계의 어두운 무늬와 그 세계에 흩뿌려져 있는 고독한 자아의 모습, ‘추억’ 속으로 끊임없이 침잠해 들어가는 존재의 쓸쓸함, 그 주위를 유령처럼 떠도는 죽음의 모티프 등을 탐미적으로 천착한 소설들로 채워져 있다. 그의 소설은 등장인물의 내면 밑바닥으로 끝간데없이 뚫고 들어가 그 속에 도사린 존재의 본원적인 고독과 실존적 고투를 시적이고 감성적인 언어 위에 영상과도 같은 이미지로 펼쳐놓는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마치 시와 영화를 한데 결합해놓은 듯하다. 그러나 동세대의 작가들과 그가 확연히 구분되는 점은 그러한 시적인 문체와 영상 이미지를 고뇌하는 개인의 자기 인식의 문제와 결부시킴으로써 한 외로운 영혼의 낭만적 나르시시즘을 강렬하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다만 멀리 존재함으로 환상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이 소설집의 앞머리에 수록돼 있는 단편 「Lemon Tree」는 “다만 멀리 존재함으로 환상처럼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응준 소설의 주제의식과 문체 미학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다. ‘멀리 있음’과 ‘환상’, 이 두 모티프는 그의 작품에서 소설 공간을 다각도로 확장시키는 열쇠가 되고, 그의 세계 인식 방법론을 암시하며, 너무나 시적인 문체의 매력을 증명하고 있다. 시공간의 개념을 폭넓게 함축하고 있는 ‘멀리 있음’과 ‘환상’의 모티프는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때로는 추억과 기억 속으로 아득히 잠수해 들어가게 만들고, 최면시술사의 세계로, 세계의 어둠 속으로, “광년의 그리움”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미지인 혜성의 우주공간으로 한없이 끌려들어가게 한다. 마찬가지로 소설의 육체와 이미 한몸이 되어 있어 그의 소설을 시 예술로 승격시켜주고 있는 서정적 문체 역시 이 두 모티프에 의해 빚어진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한번 흘러가버리면 다시는 만회할 수 없는 흉터 같은 사랑”을 인상적인 영상으로 그려 보이고 있는 표제작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을 비롯, 이 소설집에 수록된 일곱 편의 소설들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정조는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죽음이라 할 수 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도 타인에게 다가가는 길을 끝내 발견하지 못한 채 “어둠에 갇힌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는 최면시술사의 얘기를 다룬 「Lemon Tree」, 동성애자임을 드러내지 못해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채 괴로워하다가 결국은 죽음을 택한 문화비평가 구문모의 행적을 뒤쫓는 「이교도의 풍경」, 타지에서 흘러들어와 전혀 다른 곳에 뿌리박고 살아야 하는 귀화식물의 이미지를 빌려 존재의 외로움을 구상화한 「내 가슴으로 혜성이 날아들던 날 밤의 이야기」, “생이 어쩐지 노숙처럼 여겨지는” 스물아홉 살의 남자가 느끼는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그녀에게 경배하시오」, 죽음과 그로 인한 부재가 소설의 동기이자 주제가 되고 있는 「이미 어둠의 계보를 알고 있었다」 등, 그의 전 작품은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죽음의 정황을 선명한 이미지로 담고 있다.
세계의 어두운 내면을 투사하는 탐미적 감성의 홀로그램
고독한 자아의 내면과, 타인과의 단절에서 야기되는 외로움과 세계의 어두운 풍경에 대한 그의 묘사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특히 “숨을 헐떡이며 육지로 올라오려는 애처로운 표정의, 낙타가 그리워 사막을 가는 무모한 고래”(「이교도의 풍경」)의 이미지는 소설 속에서 동성애를 암시하는 장치로 이응준의 탁월한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대목일 것이다. 문학평론가 강상희는 해설에서 이를 ‘은유의 수사학’이라 칭하였거니와, 단지 심리상태와 내면풍경을 상세히 묘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쓸쓸함의 정조를, 혹은 인간과 세계의 어두운 밑그림을 소설의 영상으로 인화하듯 찍어내고 있다는 점이 이응준 소설의 득의의 영역인 것이다.
이응준 소설의 ‘은유의 수사학’은 등장인물들에게도 직접 투사돼 개성적인 인물 유형을 창조해낸다. 이응준 소설의 인물들은 외롭고, 어두운 혼돈 속에 갇혀 웅크리고 있는 존재들이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서야 겨우 자기 자신의 정체성의 실마리를 찾는, 그전에는 “나를 밝힐 수 없었”(「이교도의 풍경」)던 존재들이다. 이들은 이응준 소설의 ‘은유적 언어’의 산물이다. 이 인물들에 투사된 그의 언어는 소설의 틀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작용할 뿐만 아니라 그 언어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홀로 자신의 절대적인 존재성을 주장하는 실체적 언어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가고픈 곳도, 불러주는 이도 없는 삶의 공백이 찾아올 때 이응준의 소설은 시작된다. 세계의 어두운 무늬 속으로, 고독과 추억 속으로, 바스러지는 사랑의 실핏줄 속으로 조금씩, 그러나 뜨겁게 스며들어가는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고사(枯死)되기 직전의 꿈을 안타깝게 부여잡고 생의 다른 변방을 동경한다. 그러나 결코 거기에 도달하진 못하고 생은 늘 여로(旅路)일 뿐이다.
시적인 문체, 밀도 있는 구성, 전형적인 소설 문법에 충실한 내러티브 등은 이응준 소설의 장점이자 그를 우리 소설의 미래에 거는 기대를 충족시켜줄 젊은 작가로 규정케 하는 분명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창조해낸 인물들이다. “필름이 들어 있지 않은, 그래서 어떤 풍경도 담거나 인화할 수 없는 작은 어둠이 머물고 있는 카메라 같은 존재들”(「Lemon Tree」),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대개가 이와 같은 존재들이다. 이응준은 이들을 통해 이즈음 젊은 세대와는 다른 감수성으로 사람과 세계를 독특하게 인식하고 있다. 문체와 감각에 있어서는 철저히 젊은 세대의 그것을 따르면서도 주제의식에 있어서는 그와 다른 지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 이것은 이응준 소설의 무한한 가능성의 한 일면일 것이다.
목차
Lemon Tree
이교도의 풍경
내 가슴으로 혜성이 날아들던 날 밤의 이야기
그녀에게 경배하시오
이미 어둠의 계보를 알고 있었다
지평선에서 헤어지다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
해설 | 강상희(문학평론가) 순결한 낭만주의의 비의 혹은 슬픈 시선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