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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얼어붙은 장진호: 전작장편소설

발행사항
서울 : 동서문화사, 2009
형태사항
456 p. : 삽화 ; 23 cm
ISBN
9788949705392
청구기호
813.6 고73ㅇ
일반주기
고정일의 호는 '고산'임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2104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2104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폭풍설 몰아치는 영하 40도 낭림산맥 개마고원 칼바람 속에 18일간 한국전쟁 최대의 사투가 벌어졌다. 스탈린그라드 독소전쟁 버금가는 혹독한 겨울전쟁이었다. 스미스 장군이 이끄는 25,800 미해병이 송시륜 제9병단장이 지휘하는 128,000 중공군에게 겹겹 포위되어 벌이는 생지옥 탈출사투다.
“미군을 뱀 잡듯이 죽여 버리자.” 중공군은 거세게 타들어가는 들불처럼 밀려왔다.
이때 미해병 병사들은 몰아쳐오는 폭풍의 포효를 들었다. “개마고원 얼어붙은 장진호에 들어온 인간들이여. 누구도 살아나가지 못하리. 모든 희망을 던져 버려라!”
왜 전쟁을 하는지, 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주린 짐승의 무리처럼 목숨을 버려야 하는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장진호 얼음판 위에서 미해병 병사와 중공군 병사가 마주섰다.
미해병이 묻는다.
“너는 왜 이 얼음지옥에 와서 전쟁을 하는가?”
“메이 유 파쯔(그것은 내 능력 밖이다). 그것이 인생 아닌가?”
이번에는 중공군 병사가 미해병에게 묻는다.
“너는 왜 바다 건너 먼 이곳에 와 전쟁을 하는가?”
“역사나 인생에는 선과 악이 없다. 오직 그 강약이 있을 뿐, 먼저 인간이 있고, 다음 그들이 헤쳐 나가야 할 시대가 있다.”

칼바람 눈보라! 얼어붙은 빙판! 피의 전투!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장진호에서 불어오는 살을 얼리는 칼바람이었다. 짙푸른 새벽이 오면, 저편 장진호에서 얼음장이 쩍! 쩍! 갈라지는 소리가 계곡을 울린다. 해가 비치면 빙판 위에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꽁꽁 얼어붙은 음식을 한입씩 떼어 입안에 넣는 것이 식사의 전부였다. 밤이면 체감온도 영하 50도까지 떨어졌다. 몸은 얼어오고 이는 딱딱 부딪는다. 눈물은 바로 뺨에 얼어붙는다. 찬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목구멍이 붙어버리고, 폐가 찢어지는 듯 아프다. 쉴 새 없이 기침을 하다가 피를 토한다. 동상에 걸린 손가락은 소총 방아쇠에 달라붙어 떨어져 나간다. 저벅저벅 눈길을 달려오는 수만의 발자국 소리, 혼을 빼놓는 기괴한 나팔소리. 중공군들이 거대한 해일처럼 밀려온다. 조명탄들이 터진다. 여기저기 번갯불이 되어 전장을 비췄다. 포효하는 대포가 밤하늘을 갈겨댔다. 박격포탄 기관총탄이 미친 듯이 허공을 뚫는다. 핏빛 눈보라가 소용돌이치는 인간지옥이 펼쳐졌다.

죽이고 죽는 것이 정의란 말인가
‘입가에 버찌 얼룩을 묻힌 채 그대로 땅 속에 묻혔습니다. 제가 농담을 하면 크게 입을 벌리고 웃었습니다. 열정이 넘쳤던 나머지 죽게 된 것입니다.’
평온하게 잠든 쿠니의 젊고 싱싱한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버클리는 피로 물든 그의 입가를 손으로 훔쳤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있고 볼은 밀랍빛이며, 콧구멍과 입과 눈은 장밋빛 피로 젖어 있다.
수많은 영웅들이 죽어갔다. 그들은 자유를 위해, 전우들을 위해 죽었다. 이제 그들은 쉴 자리에 들어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해방시킨 땅에서, 그들이 명예를 지켜 온 깃발 아래에서 고이 잠들었다. 버클리는 쿠니의 눈 밑을 가만히 두드렸다. “안녕!”하고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만이 영원과 잇닿아 있을 뿐이다.
전장에선 죽이고 죽는 것이 정의였다. 적을 죽이는 것이 대의(大義)가 되어버렸다. 그들은 서로 보는 대로 죽였다. 그가 죽었을 때, 전우들은 그를 눈얼음 속에 묻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다니겠지… 가벼운 그의 몸은 부피가 느껴지지 않아 땅을 거의 누르지도 못하겠지. 그가 이처럼 너무나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그대 나팔을 불어라, 고귀한 사자들을 위해! 외롭고 초라한 자들이 누구이랴. 오히려 죽음을 통해 그대들은 금보다 더 귀한 선물로 거듭나리라! 거듭나리라!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과 서사
살아남은 병사들의 기억은 장진호 바깥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집단적 기억, 역사의 서사를 구성하는 인물은 그 지옥을 체험하지 않은 살아남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 기억이 공유되지 않으면, 장진호에서 스러져간 수많은 영혼들은 세상에서 잊히고 말리라. 그들의 존재는 기억 저편 세계의 외부로 내던져져 역사로부터 망각되리라. 작가는 성난 파도와도 같은 질곡의 시대를 헤쳐왔다. 이제 그는 한 사람의 원숙한 서사자가 되었다. 그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한국전쟁, 그것은 이 민족에게 무엇을 가져왔는가! 얼어붙은 장진호 얼음장 밑에 묻힌 군인들의 속삭임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는 조국의 명령으로 죽었습니다. 그 죽음엔 향기가 없었습니다. 달콤하지도 않았습니다. 품위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말을 믿고 얼어붙은 지옥 장진호로 걸어 들어갔던 겁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우리는 이제 그 거짓을 믿지 않으렵니다. 그 많은 기만들을, 낡은 거짓말들과 새로운 오명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즐겁게 노래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합니다. 지하 불길이 땅속에서 내달리며 용솟음칩니다. 용암이 분출하면 낭림산맥 개마고원 들풀과 큰 나무들을 모조리 태워버릴 것입니다. 그리하면 더는 썩을 것도 없어지겠지요. 들풀은 뿌리가 깊지 못하고 꽃잎이 아름답지 못합니다. 그러나 수분을 빨아들이고, 썩은 사람의 피와 살을 흡수하여 저마다 생존을 다툽니다. 살아서 짓밟히고 잘리고 죽어서 썩어 없어질 때까지.”

눈보라치는 흥남부두
12월 11일 마지막 철수부대가 흥남부두에 들어올 때까지 중공군 제9군단 26,000명 사상자와 미해병 제1사단 7,000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작가는 장진호 전투에서 스러져간 잠들지 못한 영혼 앞에 성스러운 레퀴엠을 바친다. 그가 참담한 비극을 이렇게 눈부시게 쓸 수 있었던 것은, 어릴 적 그의 가슴에, 그의 뇌리에 이미 전쟁의 상흔이 깊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소설 타락시대에 묵묵히 자신의 그 기억과 서사를 놀랍도록 예리하고 섬세한 필치로 써내려갔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도 개마고원 골짜기에 쏟아지던 포화처럼 봄여름이면 석남화가 피었다 진다. 곧 겨울바람이 불면, 얼어붙은 장진호 빙판 위로 겨울철새들이 말없이 힘차게 날아가리라. 그 골짜기 그 호수 곳곳에 1950년 12월 겨울전쟁에서 스러져간 미해병 병사들과 중공군 병사들을 위한 레퀴엠이 아름답고도 장엄하게 울리리라.
목차

프롤로그―장진호 레퀴엠을 쓰면서
1 그 겨울 전장으로 … 21
2 이범신 … 49
3 0의 시간 … 78
4 하갈우리 … 107
5 불과 얼음 … 133
6 피의 수확 … 155
7 저 핏빛 새벽놀 … 175
8 유담리 … 194
9 하늘을 나는 화차 … 208
10 썬뿌요우지아 … 246
11 병사들의 꿈 … 266
12 나팔 꽹과리 피리 … 287
13 순간 그리고 영원 … 307
14 빙판의 혈전 … 332
15 고토리 … 348
16 불바다 … 370
17 황초령 다리 … 383
18 전쟁이여 가라 … 406
에필로그―장진호에 스러져 간 병사들의 노래 … 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