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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관계: 사랑과 애착의 자연사

대등서명
Sous le signe du lien
발행사항
서울: 궁리출판, 2009
형태사항
402p.; 23cm
ISBN
9788958201601
청구기호
186.3 시237ㄱ
일반주기
원저자명 : Cyrulnik, Boris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지금 이용 불가 (1)
1자료실00012164대출중2024.10.25
지금 이용 불가 (1)
  • 등록번호
    00012164
    상태/반납예정일
    대출중
    2024.10.25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우리를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로 향하게 만드는 힘이야말로 삶의 원천이다.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삶을 이어갈 수 없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태어나고 오랜 동안 자기를 보호해줄 성인의 손길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아기는 먹여주고 입혀주고 보살펴주고 사랑을 주는 존재, ‘엄마’에게 의존하여 생존하고 성장한다. 이후 독립하여 사람구실을 좀 한다 생각되면, 사람들은 이제 평생 함께하며 의지할 ‘동반자’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이 사람과 평생 불타는 사랑에 취할 줄 알았건만, 결혼 후에는 ‘자식’을 보살피는 부모로서의 또 다른 차원의 관계가 형성된다. 이를테면 ‘관계 맺기’는 살아가는 방식이자, 목적이며, 의미이다.
사랑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부모-자식 간의 보살피는 사랑과, 남자-여자 간의 열정적 사랑. 『관계』는 바로 이 두 종류 사랑의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시도이다. 1부는 ‘애착’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엄마-아기-아빠’라는 삼각구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부에서는 생애 초기의 개인사를 남녀의 사랑에 적용하여, 한 개인이 어떤 대상을 사랑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불타는 사랑이 애착이라는 일상적 관계로 변하기까지 사랑의 일대기를 추적한다. 3부는 애착 대상을 상실한 고아들과, 죽음이 가까워진 노년의 삶을 통해 ‘가족’의 기능에 대해 생각거리를 던진다. 프랑스의 저명한 신경정신의학자이자 비교행동학자인 보리스 시륄니크는 동물행동학, 생물학, 정신분석학, 심리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을 월경하며, 태아 상태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둘러싼 ‘애착행동’을 해부한다. 비교행동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인간의 애착행동을 탐구한 이 책은 ‘미래 과학 상’ 수상작이며, 출간된 후 20년 동안 프랑스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관계 맺기’의 첫 심리실험실, 가정에서 당신 마음의 기원을 찾다
“나는 이 다음에 크면 엄마랑 결혼할 거야.” 남자아이들이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남녀를 불문하고 아이들의 첫사랑은 어머니다. 자궁과 탯줄로 엄마와 합일되는 10개월을 보낸 아기가, 자궁 속 바다에서 나와 세상에서 처음 관계 맺는 사람 역시 엄마다.
나는 왜 둘보다 혼자가 편할까? 나의 뜻 모를 우울증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나는 왜 이 사람을 삶의 동반자로 선택했을까? 저자는 이러한 물음을 생애 초기 당신이 엄마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가란 질문으로 대신한다. 즉 한 사람의 인성발달, 사회화 정도, 사랑의 방식은 생애 초기에 어머니와 맺은 관계가 그 원형이라는 것이다. 우울증을 앓는 성인 중에는 어린 시절 엄마와 때 이른 분리를 경험한 사람이 많다. 버림받았거나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동은 나중에 손쉽게 애정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한다. 저자는 인간세계와 동물세계를 넘나들며 길어 올린 풍부한 관찰ㆍ임상사례를 소개하며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새끼일 때 고립 상태에서 성장해 제대로 사회화를 이루지 못한 암컷 마카크원숭이가 있었다. 후에 이 암컷은 원래의 무리로 보내졌지만, 무리의 원숭이들은 이 암컷과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문제의 암컷은 자기한테 접근하는 수컷들을 물어버리곤 했고, 연구자들은 인공수정을 통해 암컷에게 새끼를 갖게 했다. “하지만 어미와 새끼 사이의 상호작용은 형편없었다. 어미는 새끼의 양식을 뺏어 먹고, 새끼의 머리를 밟고 지나가는가 하면, 새끼가 다가오면 밀어냈다. 새끼는 고약한 자기 어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불안스럽게 과도한 애착을 보였다. 이 때문에 새끼는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사회화 과정을 겪거나 그룹의 의식을 배우지도 못했다. 청소년기가 지난 다음에도 새끼는 암컷에게 구애할 줄 몰랐다.”(191쪽)
생애 초기에 아기가 엄마와 애착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면, 자라면서 놀이와 사회화의 정착이 흔들리고, 성적 실패를 가져오는 것이다. 저자는 “어미와 새끼 사이의 애착관계가 대단히 용이하게 이루어지는” 민감한 시기기 있으며, 이 시기를 놓치면 이후의 삶에 어떤 식으로 취약한 지점을 남겨놓는다고 설명한다. 특히 생후 6~8개월의 민감한 시기에, 아기가 아버지를 지각하지 못하면 아버지란 존재가 자리 잡기 힘들다는 점을 추적한 챕터는 저자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아기의 신경체계가 친숙한 이미지와 친숙하지 않은 이미지를 구분해낼 때부터, 아기는 친숙하지 않은 이미지에 모험심을 발동하기 전에 친숙한 이미지로부터 자기가 안전하다는 보장을 받고 싶어한다. 6개월이 되기 전까지 아기는 엄마가 아닌 사람도 엄마를 대체하는 인물로 받아들인다. 이 시기에 아기는 몸을 뻗대거나 심하게 굽히고, 눈을 맞추려 하지 않는다거나 발을 동동 구르고,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는 따위의 불편한 마음상태를 나타내지 않는다.
7개월이 지나 시각적 이미지가 뇌의 후두엽에 전달될 정도로 성숙해지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 시기에 아기는 새로운 대상을 쳐다보기 전에 엄마를 쳐다봐야 하며, 낯선 사람에게 팔을 내밀기 전에 엄마한테 안겨야 하고, 새로운 대상에 호기심을 갖기 전에 엄마로부터 마음을 진정시키는 얘기를 들어야 한다.
한편 아기가 아프거나 혹은 엄마가 병이 들어, 6개월째에 엄마로부터 마음을 진정시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아기는 새로운 대상을 접할 때마다 극심한 공포감을 드러낸다. 반면에 일찍부터 엄마로부터 위로와 격려의 말을 들었던 아기들은 새로운 대상이나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다. 바로 이때가 아버지란 존재가 탄생하는 시기다.” (130쪽)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랑이 변해야만 하는 몇 가지 이유들
‘둘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나곤 한다. 혹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두 남녀가 열정적인 사랑을 확인하고 죽음을 맞이하던가! 둘의 사랑 앞에 “가족 수당을 신청하고, 좋은 조건의 저리로 융자를 얻”어야 하는 비루한 현실이 고개를 들기 전에 사랑 이야기는 신속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책은 불꽃 같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흔히 정 때문에 산다고 말하는 일상적 애착이 정착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시작과 종착점을 추적한다. 또한 저자는 사랑의 뜨거운 불꽃이 꺼져야만 하는 이유를, 가족의 기능과 견주어 풀어 나간다.
쾌락의 감정은 불안을 초래한다. 결혼한 남녀가 사랑에 또다시 눈이 멀면, 둘은 자녀나 직장, 가정을 제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는 사랑을 죽임으로써, 월말의 지출문제, 육아문제, 직장문제에 주의를 기울인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가 섹스리스 부부가 되는 이유, 남자가 자기 아내보다 덜 예쁜 여인을 자극적으로 느끼는 이유, 사랑하지 않는 남녀가 결혼하는 이유 등도 바로 ‘사랑과 애착의 분리’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녀들이 부모의 생성활에 입을 다물고 싶어하는 이유도, 애착의 장소에서 성적 욕망이 억압되기 때문이다. 오래된 부부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 근친상간을 피하는 원초적 이유 역시, 둘이 오랫동안 애착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저자는 오이디푸스가 생모와 성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까닭을, 생모가 자신을 양육하지 않았고 따라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이렇듯 가정 내에서 욕망을 죽이면, 자녀들은 가정의 테두리를 벗어난 곳에서 짝을 찾고, 다른 곳에서 삶을 개척하고, 자기 자신의 가정을 만드는 모험을 펼치게 된다.


애착의 결핍, 애착의 과잉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법
책은 애착의 결핍이 아이의 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을 비추는 동시에, 과잉애착이 만든 병리현상에 주목하기도 한다. 엄마와 아기의 애정적 융합관계는 아기에게 안정감을 부여하지만, 아이가 두렵고도 짜릿한 사회적 모험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엄마와 아기의 단단한 융합관계를 외부세상으로 돌려줄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랑의 형태가 애초부터 애정의 울타리에 갇히면, 아이는 제대로 세상 정복에 나서지 못한다. 아기의 모든 감각이 엄마와의 애정적 융합관계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아기는 엄마를 지각하면서도 그 주변은 지각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아기는 오로지 애정이 넘치는 세계만을 접하게 된다. 그야말로 밀월관계가 숨 막힐 정도로 지속되다가, 마침내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엄마를 증오하게 되고 엄마와 떨어져서 살 수 있는 힘을 주지 않았다고 비난하기에 이른다. “엄마는 내가 혼자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해주지 못했고, 엄마만을 바라보며 살게 만들었다……. 나는 엄마를 증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와 떨어져 살 수도 없다…….”*
아이가 세상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지만, 그 아이가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하고 자기 바깥의 세계를 탐험하려면 바로 그 사랑이 죽어야만 한다. 사랑이 개입되지 않는 대상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그 사랑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다면, 이 융합관계는 기형 쌍생아와 같은 세계를 만들어낸다.” (217쪽)

마지막 3부 ‘애착의 부재’ 장에서 저자는 가족 없는 아이들의 사례로 자신의 개인사를 마치 삼인칭의 이야기인 양 적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부모가 집단수용소에 끌려간 후 버려진 아이로 자란 저자가 동물행동학, 언어의 생물학적 기능, 트라우마와 치유에 관한 대중서를 발표해온 것은, 그의 작품활동이 그의 역사성과 치유에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설명해주는지도 모른다. 그가 누차 강조하듯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관계에 따른 장애를 회복할 수도, 혹은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저자는 말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트라우마(애정적 결핍)가 회복될 수 있음을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시트로 가득한 사회는 궁핍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은 저자의 말마따나 “너무나 평탄하여 슬픔이 느껴질 정도”의 고독일 게다. 배우자나 가족이 있다거나, 법이 인정한 가족관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가족적이거나 우애가 넘치는 누군가와 생을 함께 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들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물론 때로 관계가 어긋나 좌절하고, 상대에게 아픔을 안기기도 하겠지만, 인간에겐 관계를 회복할 능력이 있다. 그러니 고독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아 모험하라는 것, 바로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다.
목차
들어가며 애착을 둘러싼 몇 가지 비밀을 찾아서 -비교행동학적 태도를 중심으로 1부 어머니 탄생 이전의 생애 의미의 탄생 개인사의 생물학 아버지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2부 부부 성이 나타날 때 사랑의 흔적에서 평온한 애착으로 한 쌍이 만들어지는 방법 섹스의 죽음 3부 애착의 부재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들, 왕자 같은 아이들 애착, 후속과 결말 나오며 어째서 결론을 내려야 하는가 주 옮긴이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