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개념어총서 what 002 - 권력
권력이란 무엇인가
- 개인저자
- 이수영 저
- 발행사항
- 서울 : 그린비출판사, 2009
- 형태사항
- 160 p : 삽화 ; 21 cm
- 총서사항
- 개념어총서 what
- ISBN
- 9788976823311(세트) 9788976823335
- 청구기호
- 300.1 이57ㄱ
- 서지주기
- 참고문헌: p. 160
- 주제
- 권력[權力], 철학(사상)[哲學]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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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2298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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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12298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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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자료실
책 소개
개념어총서 WHAT 002 이수영 지음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은 움직이고 작동하는 것이다”
―권력은 소유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풀어줄 명쾌한 입문서
<개념어총서 WHAT>의 두번째 책 『권력이란 무엇인가』(이수영 지음)는 푸코와 니체의 ‘권력’ 개념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권력이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어떻게 어느 정도로 작동하는가”로 파악해야 할 개념임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인문사회 관련 텍스트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너무나 자주 접하는 ‘권력’이라는 말에는 “누군가 권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따라붙는다. 그래서 권력을 ‘탈취’하거나 ‘넘겨’주거나 할 무엇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그 작동에 우리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개입해야 함을 잊게 만든다.
권력은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작동한다
“권력은 소유되기보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라는 푸코의 말은 이 책 『권력이란 무엇인가』의 출발점이다. 권력이 누군가에 의해 소유될 수 있는 것이라면 “좋은 사람”이 권력을 탈취하면 문제는 끝난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권력을 뺏고 빼앗기며 소유자가 바뀌어도 결코 삶이 나아지지 않는 사례를 무수히 보여 주었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권력을 혐오하거나 그것에 무관심하게 만들었다.
또한 권력은 정치가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권력은 작동한다. 저자 이수영은 니체의 권력의지 개념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특정한 가치평가는 특정한 삶의 지배의지 즉 권력의지의 표현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우리들 힘(권력)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저자 이수영은 말한다. “특정한 삶은 특정한 권력의 표현이며, 특정한 권력은 특정한 삶의 표현”이라고. 이를테면 봉건적인 가정은 위계화된 권력 구조를 받아들여야 하고, 그곳에서 여성은 가혹한 시집살이도, 남성이 휘두르는 폭력적 권력도 받아들이며 살게 된다. 이렇게 근대권력이 어떤 인간, 어떤 인간관계를 만들어 내는가를 푸코는 한마디로 “자기포기”라고 한다. 모든 인간들이 자기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말은, 이를테면 국가에 자기를 의탁하고, 정해진 규율에 자기를 맞추며, 자신의 삶을 방치하고 포기해 버리는 걸 뜻한다. 그 속에서는 어떤 저항도 어떤 변화도 없다.
동사(動詞)로서의 권력을 아는 만큼 삶도 움직인다
권력을 접수하고 빼앗는 문제라면 접수하면 끝이겠지만 권력은 접수대상이 아니라 작동하는 것이다. 즉 세상은 권력과 함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권력의 작동방식을 바꿔야 한다! 앞서 언급한 가부장적 질서 속의 여성도 ‘자기포기’의 삶만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저항을 결심하는 순간, 그 질서도 전혀 다른 질서로 바뀔 수 있거나 혹은 그녀의 저항으로 인해 생긴 일탈로 균열이 가기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자기를 확충해 가고 한 번도 되어 본 적 없는 존재로 가는 과정을 지금부터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한다.
권력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바꾸는 문제, 자신의 삶을 방치하고 포기해 버리는 게 아니라 새롭게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 권력의 새로운 형태다. 우리는 권력이 동사적 용법임을 아는 만큼, 우리 삶도 그렇게 바꿔 갈 수 있으며, 나아가 권력의 용법 자체를 바꾸는 데로 나아가게 된다.
개념어총서 WHAT 001 채운 지음 ‘재현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사는 것만이 재현에 대한 저항이다!”
사는 게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왜 나는 남들처럼 살지 못하나, 왜 나는 남들처럼 행복하지 못한가…등등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스트레스 상황으로 밀어넣는다. 왜 그럴까? 우리가 정말 행복하지 않기 때문일까? 우리의 삶이 정말 잘못되었기 때문일까? <개념어총서 WHAT>의 첫번째 책 ‘재현이란 무엇인가’(채운 지음)는 이런 갑갑함이 바로, 우리 삶 전반에 퍼져 있는 ‘재현적 사고’ 때문이라고 말한다. 척도가 되는 이상적인 삶이 하나 있고, 나머지 다양하고 이질적인 삶은 모두 그 원본을 재현(再?現)하며 사는 거라는 생각. 따라서 지금-여기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부정하고, 보다 완벽한 삶을 꿈꾸는 것이 행복이고 희망이라는 생각.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좀더 완벽한 직장, 사랑, 가정을 꿈꾸며 계속 행복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재현-표상-리프리젠테이션? 철학개념이 아니라, 일상개념이다!
그런데 재현적 사고가 뭐 그렇게까지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사실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말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듯이 ‘다시-드러냄’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는 현상에 대한 부정, 그리고 현상 뒤의 어떤 실체나 본질에 대한 믿음이 내포되어 있다. 원본과 모사물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거리가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또 하나. 재현(Vorstellung)의 또 다른 번역어는 ‘표상’이다. ‘앞에vor-세움stellung’이라는 뜻. 주체는 대상을 자신 앞으로 호출하고 그에 대응하는 어떤 상을 대리인으로 내세운다(表?象)는 말이다. 실재 이미지와 카피 이미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재현’과 마찬가지로 ‘표상’ 역시 주체와 대상 사이의 지울 수 없는 거리를 상정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리프리젠테이션’이라는 개념으로 세계를 보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고 우리 삶과 인식과의 괴리에 시달릴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재현은 단순히 어려운 철학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틀과 일상 전체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삶속의 개념이고, 따라서 평소 일상에서 전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투쟁의 대상이다.
재현을 향한 최고의 저항, 호모 파베르(Homo faber)!
재현의 세계는 움직이지 않는 고체의 세계다. 하나의 척도를 기준으로 줄지어 서 있고, 모델로서의 원본 이외에 나머지 것들은 다 가짜고, 정해진 틀을 이탈하면 안 되고, 표준이어야 하고 평균이어야 한다. 따라서 재현의 세계 혹은 사고라는 것은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묵살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가둔다. ‘재현이란 무엇인가’는 푸코, 마그리트, 들뢰즈, 클레를 넘나들며 이런 파시즘과 다를 바 없는 재현적 세계에 대한 저항을, 그리하여 새롭게 좀 살아볼 것을 부추기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 재현에 대한 최고의 저항으로 저자가 내놓은 것은 바로 ‘호모 파베르’이다. 즉, 끊임없이 제작하고 만들어 내면서 그와 더불어 스스로 변화하고 다른 삶의 방식/비전을 주조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물론 재현의 세계를 넘어선다는 건, 그에 맞서는 더 견고한 세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현실화하는 것이고 끊임없는 ‘-되기’를 통해 사는 것이며, 이 세계 속에서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개념, 또 다른 자신을 창안하는 것이다. 호모 파베르는, 그렇게 ‘새로운 자신’은 물론이고 ‘새로운 세계’를 마땅히 구성해 나갈 수 있는 인간을 말한다.
“당신의 개념이 당신의 삶이고, 세계다!!”
―뭔가 다른 인문학 공부? ‘개념’이 답이다! <개념어총서 WHAT>!
“개념은 한마디로 당신이 살고 있는 세계다. 만약 당신이 자본주의를 살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해 당신이 형성한 개념을 통해서다. 만약 당신이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먼저 당신이 민주주의에 대한 어떤 개념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당신은 당신이 형성한 개념에 따라 만족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당신은 당신이 가진 개념에 따라 세계를 파악하고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니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꿀벌은 자신의 집을 밀랍으로 짓지만, 인간은 자기 세계를 개념으로 짓는다고.” (고병권, ‘개념어총서 가이드북’, 10쪽)
인문학, 그거 나도 한번 해보자
나의 인문학 공부 파트너, 개념어 총서 WHAT
‘권력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이수영은 인터뷰에서 인문학으로 삶을 바꿔나가는 W-ing의 여성들 이야기를 길게 했다(‘개념어총서 가이드북’, 37쪽 참고). 인문학 공부는커녕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그 집단의 여성들은 이름도 생전 처음 듣는 ‘니체’ 강의를 듣고서 감동을 받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피폐해진 여성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돈도, 집도, 직업도 아닌 자신들의 삶과 내면에 대한 성찰이었다. 이른바 ‘현장인문학’은 학문의 틀에 매이지 않은 새로운 공부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정말로, 인문학은 인생을 바꾼다는 깨달음. 바로 이것이 “나를 바꾸는 책, 세상을 바꾸는 책”을 모토로 하고 있는 그린비의 출판철학과 통하는 지점이었다.
인문학이 위기이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무작정 인문학을 좀 공부하자고만 해서는 밑도 끝도 없이 공허하기만 하니,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무려 인생을 바꾼다고 하는 그 좋은 인문학을 보다 많은 사람이 할 수 있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인문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그 결과 사람들이 인문학에 접근하는 데 가장 큰 장벽 중 하나가 바로 ‘개념’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처음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늘 벽과 같았던 개념. 일상어와는 용법이 달라도 너무 다른 개념어들은 사람들의 삶에서 인문학 공부를 쉽게 떼어 놓았다. 이 책에서는 이런 뜻으로 쓰이는 것 같다가 또 다른 책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 같고…, 뭔가 하나로 꿰어지지 않는 개념어의 헷갈리는 용법들은 인문학 초보들을 공부의 문턱에서 마냥 서성이게 했다. 모르는 개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해가 되기는커녕 연이어 또 다른 사전, 웹사이트, 참고서적을 뒤져야 했던 것. 물론 모든 개념을 다 알아야만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개념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개념을 이해하고 그 작동방식을 파악해야만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여러 텍스트들을 보다 즐겁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때문에 푸코, 들뢰즈, 베르그손같이 이름부터 부담스러운 사람들의 책을 읽고, 그들의 사상에 빠져드는 것도 바로, 개념에 대한 충실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개념에 대해 이해를 하고 좀더 즐겁게 인문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그린비 출판사는 ①단순히 개념사(史)가 아니라, 실제로 개념의 쓰임과 용법을 밝혀 누구라도 그 개념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것. ②국내의 인문환경과 독자를 고려해 집필할 수 있는 국내 필자들의 저작일 것. 이 2가지 대원칙을 가지고 인문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사회학?정치학 등의 개념어들을 골라 그 개념어들의 사용설명서를 만들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5권을 선보이게 된 <개념어총서 WHAT>은 바로 그렇게 인문학으로 세상을 한번 바꿔보겠다는 저자와 출판사가 만들어 낸 신개념 인문학 입문서이다. 시작부터 포부가 남달랐던 만큼, <개념어총서 WHAT>은 대한민국 모두의 인문학이 즐거워질 때까지 20권이고, 30권이고 계속될 것이다.
인문학이 어렵다 해도, 사는 것보다 어려우랴
인문학에는 배울 ‘학’(學)자가 들어간다. 어려서부터 기피대상 1호가 공부였던 대다수 우리들에게 이름부터 부담스럽고 어려운 인문학. 그러나 인문학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쉽다. 연애가 안 풀릴 때는 만사가 짜증나고 심통이 나고, 정치인들이 정신줄 놓은 말과 행동을 일삼을 때는 비단 애국자가 아니었던 사람들도 나오는 건 한숨뿐, 입으로 들어가는 건 술뿐이다. “사는 게 왜 이러냐”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때에도 ‘공부’를 하면 달라질 수 있다. 애인이라면 마땅히 이 정도는 해야 하고, 남들 하는 만큼의 데이트는 해야 한다는 사랑 혹은 연애에 대한 절대적인 척도를 무시하고 뛰어 넘는 것, 하나의 완벽한 이상을 세워놓고 그것만을 바라보면서 사는 재현적 삶을 전복하며 삶의 다양한 방식들을 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채운(‘재현이란 무엇인가’)의 주장,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국가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그들의 정치놀음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고, 권력 개념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수영(‘권력이란 무엇인가’)의 주장. 이런 주장들 속에서 개념은 더이상 ‘학’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에 파고 들어와 우리를 쿡쿡 찌르면서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개념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고 관성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스스로를 옭아매고 가두는 기제로 작동하지만, 의심하고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한, 그리하여 다르게 살게 된 사람들에게는 그의 답답했던 삶을 해방시키는 도구가 된다.
삶을 바꾸는 직접행동, 개념은 동사(動詞)다!
개념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하나의 조건. 하나의 관계. 하나의 행동양식. 개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만약 당신이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거나 새로운 세계를 열고 싶다면 “당신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개념을 창조하는 일이 당신이 살아갈 삶, 당신에게 도래할 세계를 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고병권, ‘개념어총서 가이드북’, 12쪽). 어떤 가족, 어떤 국가, 어떤 사랑, 어떤 성공, 어떤 자유에 대한 개념을 갖느냐에 따라 그가 사는 곳은 달라지고, 그가 사는 방식 또한 달라진다. 이 한몸 다바쳐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기쁨인 사람에게는 국가의 어떤 폭력도 받아들일 만한 것이 되고, 사고 싶은 물건을 맘껏 사고, 먹고 싶은 것을 사먹는 것이 자유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지금의 천박한 자본주의도 파라다이스가 된다. 개념은 단순히 어떤 사물을 명명하거나 어떤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에 대한 의심이고 질문이어야 한다. 그 의심과 질문이 곧 ‘공부’이고, 살면서 한번쯤은 각자만의 개념을 만들어 보게 될 때 완성되는 것이다.
일찍이 들뢰즈는 철학을 개념의 창안으로 정의한 바 있다. 개념을 창안한다는 것은 문제를 구성하는 능력을 말한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주어진 틀 안에서 답을 찾는 노예의 행위방식을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구성하는 자유인의 생활방식!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설정 능력이고, 그것을 위하여 우리는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전혀 다른 개념의 용법을 발명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가족’에 대한 개념, ‘자유’에 대한 개념, ‘사랑’에 대한 개념이 있지만, 그 개념을 얼마나 어떻게 다르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그렇게 기존의 개념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문학은 우리의 삶을 구원할 것이며 개념은 우리의 사고를 변화시킬 것이다. 토익과 취업이 트렌드인 이때, 유행에 역주행하면서 굳이 인문학을 들고 나온 것은 바로 이런 변화의 가능성과 확신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에 정말로 필수인 것은 영어도, 상식도 아닌 ‘인문학’이다.
인문-실용서 <개념어총서 WHAT>과 함께하는 다른 삶의 가능성
인문서라기보다는 실용서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 <개념어총서 WHAT>. 이 책이 인문-실용서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개념을 ‘사용하자,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개념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인문-실용서, 그 힘은 각각의 개념을 온전히 장악하고 있는 저자들의 내공에 있다. 익숙한 사고에 대한 이의제기로서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공(空)이란 무엇인가’, 권력은 누가 소유하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것임을 밝히며 우리의 오해를 풀어주는 ‘권력이란 무엇인가’, 근대철학이 씌워 놓은 주체 개념을 넘어서 경계[位]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자기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주체란 무엇인가’, 들뢰즈의 주요 개념인 내재성은 어딘가의 안에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그 내재성의 철학을 통해 비좁은 삶의 틀로부터 해방될 것을 주장하는 ‘내재성이란 무엇인가’, 어떤 완벽한 이상향을 만들어 놓고 현재의 삶을 부정하는 재현적 삶과 사고를 전복하자고 말하는 ‘재현이란 무엇인가’―이 다섯 권의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오해해 왔던 개념을 명확하게 알게 해주고, 또 그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개념은 단순한 관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임을 저자들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개념’이나 ‘인문학’, ‘공부’라는 말과 안 친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고작 그걸로 어떻게 삶을 바꾸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권력’이라는 것이 사실은 한 사람 혹은 국가가 소유하고 접수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음을 아는 지금 이 순간, 지금까지의 익숙한 삶과 사고를 의심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 이건 뭔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은 달라진다. 그리고 그런 삶의 질적 변화는 다른 게 아니라 바로 공부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마는 ‘개념’은 사실 우리의 삶을 꿈틀거리며 움직이게 하는 동시에 그 스스로도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동사(動詞)인 것이고, 막연히 ‘해야 하긴 하지만 잘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부’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직접행동이 된다.
<개념어총서 WHAT>의 아주 특별한 부록, “가이드북” : 개념사용설명서가 더 쉬워진다!!
▶가이드북, 왜 만들었나?
그린비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개념어총서들의 원고를 독자의 마음으로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아, 그런데 저자는 왜 이 개념에 대해서 썼을까? 이 개념을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게 이런 뜻이었을까? ‘재현’이라는 개념과 ‘공’이라는 개념은 무관하기만 할까? ‘내재성’이 이제야 뭔지 좀 알겠는데, 이 내재성 개념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책은 뭐가 있을까? 등등. '개념어총서 WHAT'이 자칭 인문학개념사용설명서라고 나온 건데, 이대로라면 2% 부족했다. 이에, 기왕 인문학을 전파하는 김에, 제대로 좀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부담없이 재미로라도 읽을 수 있는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개념없이 살아도 전혀 문제없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개념을 알고 인문학의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완소 아이템, '개념어총서 가이드북'. 가이드북에 수록된 저자인터뷰의 영상버전은 그린비 홈페이지(www.greenbee.co.kr)에서 볼 수 있다.
▶가이드북,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①총서 각권 책소개
②책만큼 재밌는 저자 인터뷰
③책을 읽고 나서 더 읽으면 재밌을 목록들, 개념 레시피!
▶가이드북, 이 점이 정말 좋다!
①1차로 론칭하게 되는 5권에 대한 책정보가 가이드북 한 권에! 개념어총서 한 권을 읽고 나서 다른 책을 읽을까 말까 하는 사람에게 다른 개념어들을 맛볼 수 있게 연결해 주는 고리가 된다.
②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이 다 풀리는 저자 인터뷰! 저자들이 왜 이 개념을 선택해서 집필했는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 개념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고, 그래서 저자는 이 개념을 어떻게 풀어내고 싶었는지 하는 내용을 충실히 담은 인터뷰를 통해 낯선 개념어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③저자들이 직접 추천한 더 읽을 거리들! 각각의 개념을 익힌 후에 읽으면 더 쉽고 즐겁게 접속할 수 있는 다른 텍스트들을 만나본다. 이는 단순한 추천도서가 아니라 독자의 인문학 공부가 더 재밌어질 수 있는 본격 리얼 인문학 가이드이다.
▶가이드북의 포부가 있다면?
종횡으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이드’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충실한 안내서가 되어 줄 <개념어총서 가이드북>은 <개념어총서 WHAT>으로 인문학 공부를 제대로 시작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인문학에 관심없는 사람들까지도 자기 삶을 바꾸는 도구로 ‘공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끄는 매력적인 책이 될 것이다.
<개념어총서 가이드북>은, 100권 기획으로 시작된 <개념어총서 WHAT>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특별한 선물이자 친구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인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누구라도 이 가이드북 한 권으로 부담없이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하여 대한민국 모두가 인문학으로 인생역전을 꿈꾸기를!
“권력은 움직이고 작동하는 것이다”
―권력은 소유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풀어줄 명쾌한 입문서
<개념어총서 WHAT>의 두번째 책 『권력이란 무엇인가』(이수영 지음)는 푸코와 니체의 ‘권력’ 개념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권력이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어떻게 어느 정도로 작동하는가”로 파악해야 할 개념임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인문사회 관련 텍스트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너무나 자주 접하는 ‘권력’이라는 말에는 “누군가 권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따라붙는다. 그래서 권력을 ‘탈취’하거나 ‘넘겨’주거나 할 무엇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그 작동에 우리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음을, 개입해야 함을 잊게 만든다.
권력은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작동한다
“권력은 소유되기보다 행사되는 것이며, 지배계급이 보존하는 특권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전략적 입장의 총체적 효과”라는 푸코의 말은 이 책 『권력이란 무엇인가』의 출발점이다. 권력이 누군가에 의해 소유될 수 있는 것이라면 “좋은 사람”이 권력을 탈취하면 문제는 끝난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권력을 뺏고 빼앗기며 소유자가 바뀌어도 결코 삶이 나아지지 않는 사례를 무수히 보여 주었고,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권력을 혐오하거나 그것에 무관심하게 만들었다.
또한 권력은 정치가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권력은 작동한다. 저자 이수영은 니체의 권력의지 개념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특정한 가치평가는 특정한 삶의 지배의지 즉 권력의지의 표현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우리들 힘(권력)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저자 이수영은 말한다. “특정한 삶은 특정한 권력의 표현이며, 특정한 권력은 특정한 삶의 표현”이라고. 이를테면 봉건적인 가정은 위계화된 권력 구조를 받아들여야 하고, 그곳에서 여성은 가혹한 시집살이도, 남성이 휘두르는 폭력적 권력도 받아들이며 살게 된다. 이렇게 근대권력이 어떤 인간, 어떤 인간관계를 만들어 내는가를 푸코는 한마디로 “자기포기”라고 한다. 모든 인간들이 자기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말은, 이를테면 국가에 자기를 의탁하고, 정해진 규율에 자기를 맞추며, 자신의 삶을 방치하고 포기해 버리는 걸 뜻한다. 그 속에서는 어떤 저항도 어떤 변화도 없다.
동사(動詞)로서의 권력을 아는 만큼 삶도 움직인다
권력을 접수하고 빼앗는 문제라면 접수하면 끝이겠지만 권력은 접수대상이 아니라 작동하는 것이다. 즉 세상은 권력과 함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권력의 작동방식을 바꿔야 한다! 앞서 언급한 가부장적 질서 속의 여성도 ‘자기포기’의 삶만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저항을 결심하는 순간, 그 질서도 전혀 다른 질서로 바뀔 수 있거나 혹은 그녀의 저항으로 인해 생긴 일탈로 균열이 가기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자기를 확충해 가고 한 번도 되어 본 적 없는 존재로 가는 과정을 지금부터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한다.
권력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바꾸는 문제, 자신의 삶을 방치하고 포기해 버리는 게 아니라 새롭게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 권력의 새로운 형태다. 우리는 권력이 동사적 용법임을 아는 만큼, 우리 삶도 그렇게 바꿔 갈 수 있으며, 나아가 권력의 용법 자체를 바꾸는 데로 나아가게 된다.
개념어총서 WHAT 001 채운 지음 ‘재현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사는 것만이 재현에 대한 저항이다!”
사는 게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왜 나는 남들처럼 살지 못하나, 왜 나는 남들처럼 행복하지 못한가…등등 우리는 매일 스스로를 스트레스 상황으로 밀어넣는다. 왜 그럴까? 우리가 정말 행복하지 않기 때문일까? 우리의 삶이 정말 잘못되었기 때문일까? <개념어총서 WHAT>의 첫번째 책 ‘재현이란 무엇인가’(채운 지음)는 이런 갑갑함이 바로, 우리 삶 전반에 퍼져 있는 ‘재현적 사고’ 때문이라고 말한다. 척도가 되는 이상적인 삶이 하나 있고, 나머지 다양하고 이질적인 삶은 모두 그 원본을 재현(再?現)하며 사는 거라는 생각. 따라서 지금-여기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부정하고, 보다 완벽한 삶을 꿈꾸는 것이 행복이고 희망이라는 생각.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좀더 완벽한 직장, 사랑, 가정을 꿈꾸며 계속 행복을 지연시키기 때문이다.
재현-표상-리프리젠테이션? 철학개념이 아니라, 일상개념이다!
그런데 재현적 사고가 뭐 그렇게까지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사실 재현(representation)이라는 말은 우리가 쉽게 생각하듯이 ‘다시-드러냄’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는 현상에 대한 부정, 그리고 현상 뒤의 어떤 실체나 본질에 대한 믿음이 내포되어 있다. 원본과 모사물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거리가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또 하나. 재현(Vorstellung)의 또 다른 번역어는 ‘표상’이다. ‘앞에vor-세움stellung’이라는 뜻. 주체는 대상을 자신 앞으로 호출하고 그에 대응하는 어떤 상을 대리인으로 내세운다(表?象)는 말이다. 실재 이미지와 카피 이미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재현’과 마찬가지로 ‘표상’ 역시 주체와 대상 사이의 지울 수 없는 거리를 상정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리프리젠테이션’이라는 개념으로 세계를 보는 한, 우리는 언제까지고 우리 삶과 인식과의 괴리에 시달릴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재현은 단순히 어려운 철학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틀과 일상 전체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삶속의 개념이고, 따라서 평소 일상에서 전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투쟁의 대상이다.
재현을 향한 최고의 저항, 호모 파베르(Homo faber)!
재현의 세계는 움직이지 않는 고체의 세계다. 하나의 척도를 기준으로 줄지어 서 있고, 모델로서의 원본 이외에 나머지 것들은 다 가짜고, 정해진 틀을 이탈하면 안 되고, 표준이어야 하고 평균이어야 한다. 따라서 재현의 세계 혹은 사고라는 것은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묵살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가둔다. ‘재현이란 무엇인가’는 푸코, 마그리트, 들뢰즈, 클레를 넘나들며 이런 파시즘과 다를 바 없는 재현적 세계에 대한 저항을, 그리하여 새롭게 좀 살아볼 것을 부추기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 재현에 대한 최고의 저항으로 저자가 내놓은 것은 바로 ‘호모 파베르’이다. 즉, 끊임없이 제작하고 만들어 내면서 그와 더불어 스스로 변화하고 다른 삶의 방식/비전을 주조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물론 재현의 세계를 넘어선다는 건, 그에 맞서는 더 견고한 세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현실화하는 것이고 끊임없는 ‘-되기’를 통해 사는 것이며, 이 세계 속에서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개념, 또 다른 자신을 창안하는 것이다. 호모 파베르는, 그렇게 ‘새로운 자신’은 물론이고 ‘새로운 세계’를 마땅히 구성해 나갈 수 있는 인간을 말한다.
“당신의 개념이 당신의 삶이고, 세계다!!”
―뭔가 다른 인문학 공부? ‘개념’이 답이다! <개념어총서 WHAT>!
“개념은 한마디로 당신이 살고 있는 세계다. 만약 당신이 자본주의를 살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해 당신이 형성한 개념을 통해서다. 만약 당신이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먼저 당신이 민주주의에 대한 어떤 개념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당신은 당신이 형성한 개념에 따라 만족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당신은 당신이 가진 개념에 따라 세계를 파악하고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니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꿀벌은 자신의 집을 밀랍으로 짓지만, 인간은 자기 세계를 개념으로 짓는다고.” (고병권, ‘개념어총서 가이드북’, 10쪽)
인문학, 그거 나도 한번 해보자
나의 인문학 공부 파트너, 개념어 총서 WHAT
‘권력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이수영은 인터뷰에서 인문학으로 삶을 바꿔나가는 W-ing의 여성들 이야기를 길게 했다(‘개념어총서 가이드북’, 37쪽 참고). 인문학 공부는커녕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그 집단의 여성들은 이름도 생전 처음 듣는 ‘니체’ 강의를 듣고서 감동을 받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피폐해진 여성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돈도, 집도, 직업도 아닌 자신들의 삶과 내면에 대한 성찰이었다. 이른바 ‘현장인문학’은 학문의 틀에 매이지 않은 새로운 공부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정말로, 인문학은 인생을 바꾼다는 깨달음. 바로 이것이 “나를 바꾸는 책, 세상을 바꾸는 책”을 모토로 하고 있는 그린비의 출판철학과 통하는 지점이었다.
인문학이 위기이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무작정 인문학을 좀 공부하자고만 해서는 밑도 끝도 없이 공허하기만 하니,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무려 인생을 바꾼다고 하는 그 좋은 인문학을 보다 많은 사람이 할 수 있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인문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그 결과 사람들이 인문학에 접근하는 데 가장 큰 장벽 중 하나가 바로 ‘개념’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처음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늘 벽과 같았던 개념. 일상어와는 용법이 달라도 너무 다른 개념어들은 사람들의 삶에서 인문학 공부를 쉽게 떼어 놓았다. 이 책에서는 이런 뜻으로 쓰이는 것 같다가 또 다른 책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 같고…, 뭔가 하나로 꿰어지지 않는 개념어의 헷갈리는 용법들은 인문학 초보들을 공부의 문턱에서 마냥 서성이게 했다. 모르는 개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해가 되기는커녕 연이어 또 다른 사전, 웹사이트, 참고서적을 뒤져야 했던 것. 물론 모든 개념을 다 알아야만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개념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개념을 이해하고 그 작동방식을 파악해야만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여러 텍스트들을 보다 즐겁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때문에 푸코, 들뢰즈, 베르그손같이 이름부터 부담스러운 사람들의 책을 읽고, 그들의 사상에 빠져드는 것도 바로, 개념에 대한 충실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개념에 대해 이해를 하고 좀더 즐겁게 인문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그린비 출판사는 ①단순히 개념사(史)가 아니라, 실제로 개념의 쓰임과 용법을 밝혀 누구라도 그 개념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것. ②국내의 인문환경과 독자를 고려해 집필할 수 있는 국내 필자들의 저작일 것. 이 2가지 대원칙을 가지고 인문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사회학?정치학 등의 개념어들을 골라 그 개념어들의 사용설명서를 만들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5권을 선보이게 된 <개념어총서 WHAT>은 바로 그렇게 인문학으로 세상을 한번 바꿔보겠다는 저자와 출판사가 만들어 낸 신개념 인문학 입문서이다. 시작부터 포부가 남달랐던 만큼, <개념어총서 WHAT>은 대한민국 모두의 인문학이 즐거워질 때까지 20권이고, 30권이고 계속될 것이다.
인문학이 어렵다 해도, 사는 것보다 어려우랴
인문학에는 배울 ‘학’(學)자가 들어간다. 어려서부터 기피대상 1호가 공부였던 대다수 우리들에게 이름부터 부담스럽고 어려운 인문학. 그러나 인문학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쉽다. 연애가 안 풀릴 때는 만사가 짜증나고 심통이 나고, 정치인들이 정신줄 놓은 말과 행동을 일삼을 때는 비단 애국자가 아니었던 사람들도 나오는 건 한숨뿐, 입으로 들어가는 건 술뿐이다. “사는 게 왜 이러냐”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때에도 ‘공부’를 하면 달라질 수 있다. 애인이라면 마땅히 이 정도는 해야 하고, 남들 하는 만큼의 데이트는 해야 한다는 사랑 혹은 연애에 대한 절대적인 척도를 무시하고 뛰어 넘는 것, 하나의 완벽한 이상을 세워놓고 그것만을 바라보면서 사는 재현적 삶을 전복하며 삶의 다양한 방식들을 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채운(‘재현이란 무엇인가’)의 주장,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국가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그들의 정치놀음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고, 권력 개념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수영(‘권력이란 무엇인가’)의 주장. 이런 주장들 속에서 개념은 더이상 ‘학’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에 파고 들어와 우리를 쿡쿡 찌르면서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개념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고 관성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스스로를 옭아매고 가두는 기제로 작동하지만, 의심하고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한, 그리하여 다르게 살게 된 사람들에게는 그의 답답했던 삶을 해방시키는 도구가 된다.
삶을 바꾸는 직접행동, 개념은 동사(動詞)다!
개념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하나의 조건. 하나의 관계. 하나의 행동양식. 개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만약 당신이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거나 새로운 세계를 열고 싶다면 “당신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개념을 창조하는 일이 당신이 살아갈 삶, 당신에게 도래할 세계를 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고병권, ‘개념어총서 가이드북’, 12쪽). 어떤 가족, 어떤 국가, 어떤 사랑, 어떤 성공, 어떤 자유에 대한 개념을 갖느냐에 따라 그가 사는 곳은 달라지고, 그가 사는 방식 또한 달라진다. 이 한몸 다바쳐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기쁨인 사람에게는 국가의 어떤 폭력도 받아들일 만한 것이 되고, 사고 싶은 물건을 맘껏 사고, 먹고 싶은 것을 사먹는 것이 자유라고 믿는 사람에게는 지금의 천박한 자본주의도 파라다이스가 된다. 개념은 단순히 어떤 사물을 명명하거나 어떤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에 대한 의심이고 질문이어야 한다. 그 의심과 질문이 곧 ‘공부’이고, 살면서 한번쯤은 각자만의 개념을 만들어 보게 될 때 완성되는 것이다.
일찍이 들뢰즈는 철학을 개념의 창안으로 정의한 바 있다. 개념을 창안한다는 것은 문제를 구성하는 능력을 말한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 주어진 틀 안에서 답을 찾는 노예의 행위방식을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구성하는 자유인의 생활방식!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설정 능력이고, 그것을 위하여 우리는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전혀 다른 개념의 용법을 발명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가족’에 대한 개념, ‘자유’에 대한 개념, ‘사랑’에 대한 개념이 있지만, 그 개념을 얼마나 어떻게 다르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바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그렇게 기존의 개념을 다르게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문학은 우리의 삶을 구원할 것이며 개념은 우리의 사고를 변화시킬 것이다. 토익과 취업이 트렌드인 이때, 유행에 역주행하면서 굳이 인문학을 들고 나온 것은 바로 이런 변화의 가능성과 확신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에 정말로 필수인 것은 영어도, 상식도 아닌 ‘인문학’이다.
인문-실용서 <개념어총서 WHAT>과 함께하는 다른 삶의 가능성
인문서라기보다는 실용서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 <개념어총서 WHAT>. 이 책이 인문-실용서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개념을 ‘사용하자,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개념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인문-실용서, 그 힘은 각각의 개념을 온전히 장악하고 있는 저자들의 내공에 있다. 익숙한 사고에 대한 이의제기로서의 개념을 이야기하는 ‘공(空)이란 무엇인가’, 권력은 누가 소유하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것임을 밝히며 우리의 오해를 풀어주는 ‘권력이란 무엇인가’, 근대철학이 씌워 놓은 주체 개념을 넘어서 경계[位]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자기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주체란 무엇인가’, 들뢰즈의 주요 개념인 내재성은 어딘가의 안에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그 내재성의 철학을 통해 비좁은 삶의 틀로부터 해방될 것을 주장하는 ‘내재성이란 무엇인가’, 어떤 완벽한 이상향을 만들어 놓고 현재의 삶을 부정하는 재현적 삶과 사고를 전복하자고 말하는 ‘재현이란 무엇인가’―이 다섯 권의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오해해 왔던 개념을 명확하게 알게 해주고, 또 그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개념은 단순한 관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임을 저자들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개념’이나 ‘인문학’, ‘공부’라는 말과 안 친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고작 그걸로 어떻게 삶을 바꾸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권력’이라는 것이 사실은 한 사람 혹은 국가가 소유하고 접수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음을 아는 지금 이 순간, 지금까지의 익숙한 삶과 사고를 의심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 이건 뭔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은 달라진다. 그리고 그런 삶의 질적 변화는 다른 게 아니라 바로 공부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마는 ‘개념’은 사실 우리의 삶을 꿈틀거리며 움직이게 하는 동시에 그 스스로도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동사(動詞)인 것이고, 막연히 ‘해야 하긴 하지만 잘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부’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직접행동이 된다.
<개념어총서 WHAT>의 아주 특별한 부록, “가이드북” : 개념사용설명서가 더 쉬워진다!!
▶가이드북, 왜 만들었나?
그린비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개념어총서들의 원고를 독자의 마음으로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아, 그런데 저자는 왜 이 개념에 대해서 썼을까? 이 개념을 나는 이렇게 이해했는데,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게 이런 뜻이었을까? ‘재현’이라는 개념과 ‘공’이라는 개념은 무관하기만 할까? ‘내재성’이 이제야 뭔지 좀 알겠는데, 이 내재성 개념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책은 뭐가 있을까? 등등. '개념어총서 WHAT'이 자칭 인문학개념사용설명서라고 나온 건데, 이대로라면 2% 부족했다. 이에, 기왕 인문학을 전파하는 김에, 제대로 좀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부담없이 재미로라도 읽을 수 있는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개념없이 살아도 전혀 문제없다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개념을 알고 인문학의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완소 아이템, '개념어총서 가이드북'. 가이드북에 수록된 저자인터뷰의 영상버전은 그린비 홈페이지(www.greenbee.co.kr)에서 볼 수 있다.
▶가이드북,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①총서 각권 책소개
②책만큼 재밌는 저자 인터뷰
③책을 읽고 나서 더 읽으면 재밌을 목록들, 개념 레시피!
▶가이드북, 이 점이 정말 좋다!
①1차로 론칭하게 되는 5권에 대한 책정보가 가이드북 한 권에! 개념어총서 한 권을 읽고 나서 다른 책을 읽을까 말까 하는 사람에게 다른 개념어들을 맛볼 수 있게 연결해 주는 고리가 된다.
②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이 다 풀리는 저자 인터뷰! 저자들이 왜 이 개념을 선택해서 집필했는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 개념을 어떻게 오해하고 있고, 그래서 저자는 이 개념을 어떻게 풀어내고 싶었는지 하는 내용을 충실히 담은 인터뷰를 통해 낯선 개념어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③저자들이 직접 추천한 더 읽을 거리들! 각각의 개념을 익힌 후에 읽으면 더 쉽고 즐겁게 접속할 수 있는 다른 텍스트들을 만나본다. 이는 단순한 추천도서가 아니라 독자의 인문학 공부가 더 재밌어질 수 있는 본격 리얼 인문학 가이드이다.
▶가이드북의 포부가 있다면?
종횡으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이드’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충실한 안내서가 되어 줄 <개념어총서 가이드북>은 <개념어총서 WHAT>으로 인문학 공부를 제대로 시작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물론이고, 인문학에 관심없는 사람들까지도 자기 삶을 바꾸는 도구로 ‘공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끄는 매력적인 책이 될 것이다.
<개념어총서 가이드북>은, 100권 기획으로 시작된 <개념어총서 WHAT>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특별한 선물이자 친구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인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누구라도 이 가이드북 한 권으로 부담없이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하여 대한민국 모두가 인문학으로 인생역전을 꿈꾸기를!
목차
1. 권력을 사유하는 이유 : 우리는 누구인가?
권력에 대한 80년대 상상력 : 혁명의 좌절과 허무의 심연 | 2008년 5월 2일 : 촛불봉기와 근대권력의 문턱
2. 실체적 권력에서 기능적 권력으로
노예를 부리는 주인의 이미지를 벗어나라 |고전주의 시대 : 조직화된 생사여탈의 절대권력 | 근대 : 보게 하고 말하게 하는, 하지만 보이지 않고 말하지 않는 파놉티콘
3. 불모의 권력에서 생산의 권력으로
공개된 신체의 진실과 권력의 화려함 | 위험인물의 탄생 : 이성/광기를 가로지르는 비정상의 영역 | 일람표와 시간표 : 규율된 신체를 제조하다 | 시험 : 미시적 교정과 처벌의 기술 | 지식인 : 양심의 대변자에서 삶의 전략적 요리가로
4. 사회의 국가화에서 국가의 통치화로
권력의 참모본부는 없다! | 통치성 : 인구와 통계학과 정치경제학의 만남 | 사목권력 :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 생정치 : 인구에 대한 확률적 관리
5. 주체성의 새로운 형식과 자유의 코뮌적 실천
해방이론을 넘어, 권력과 자유의 대립을 넘어 | 근대적 자기 테크놀로지 : 너를 포기하라 | 자기 배려 : 단 한 번도 되어 본 적이 없는 존재 되기 | 새롭고 자유로운 주체 : 코뮌적으로 실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