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
- 대등서명
- Ideology and U.S. foreign policy
- 개인저자
- 마이클 H. 헌트 지음 ; 권용립, 이현휘 옮김
- 발행사항
- 부산 : 산지니, 2007
- 형태사항
- 487 p. : 삽화 ; 23 cm
- ISBN
- 9788992235303
- 청구기호
- 349.42 헌838ㅇ
- 일반주기
- 원저자명: Michael H. Hunt
- 서지주기
- 마이클 헌트 저작 목록(p. 484-487)과 색인수록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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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2) | ||||
1자료실 | 00012996 | 대출가능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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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10 시사인 올해의책
“부시 행정부는 왜 이라크를 침공했을까?
미국은 왜 대북강경책을 고수할까?”
220년간 계속되어온 미국 외교정책의 일관성
영국 식민지로부터 독립하여 지금의 초강대국이 되어 있는 미국이 건국 이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견지해오고 있는 외교정책의 실체는 무엇인가?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이데올로기가 차지하는 지위는 무엇인가? 이 책은 이처럼 중요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를 명쾌하게 규명해준다. 미국 외교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현상만 관찰해서는 안 된다는 것, 대신 그 이면에서 미국 외교정책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어떤 거대한 ‘이념의 덩어리’(저자의 용어로 ‘이데올로기’)를 먼저 포착하고, 그것에 입각해서 눈에 보이는 미국 외교정책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데올로기의 구성 요소를 1)민족적 위대성에 대한 비전, 2)인종적 위계질서, 3)혁명에 대한 이중적 태도 등으로 요약하고, 그러한 이데올로기에 입각해서 20세기 미국 외교정책을 심층적으로 해석하는 한편, 미국 외교정책의 미래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약 20년 전에 이루어진 헌트의 통찰은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 건국 이후 200년 동안 지속해온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외교정책이 불과 몇십 년 만에 변하지는 않으며 앞으로도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변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앞으로의 미국 외교정책을 예견하는 데도 통찰력을 발휘하며, 바로 그 점이 이 책이 갖고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이해나 특정 입장에서 벗어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
한국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수많은 미국 관련 저작들이 번역 소개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지극히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어김없이 유엔기와 성조기를 들고 시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한편에서는 ‘반미출정가’를 부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이 책은 미국적 가치를 무조건 추종한다거나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성찰을 바탕으로 특정 입장에서 벗어나 진실을 추구하는 책이다. 저자인 마이클 헌트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조차도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에서 다루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과연 세월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적 경험의 차이까지 초월해서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한국인들의 관심사에도 타당하게 적용되는지(저자 서문에서...)” 검증하고, 비판적으로 읽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역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때, 역사학자인 저자가 역사학적 통찰을 통해서 현실주의의 문제점을 ‘명쾌하게’ 밝혀주는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미국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교정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관한 미국 학계의 빼어난 수작들이 국내에 별로 번역되지 못하고,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처럼 미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학자들의 책만 편식하게 된 이유
‘보수와 진보’, ‘한반도 평화’, ‘동아시아 국제정치’는 모두 한국정치와 한국외교를 둘러싼 논쟁과 담론의 핵심 주제들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논쟁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미국이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정치 민주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 추세 속에서 미국 외교에 관한 책들이 한국어로 많이 번역된 것은 이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미국에 관한 미국 학계의 빼어난 수작들은 별로 번역되지 못했습니다. 그 까닭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미국은 한국의 혈맹’이라는 냉전시대의 친미적 대미 인식을 탈냉전 시대에 맞게끔 교정하려는 욕구 때문에 미국의 오만과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책들이 우선 번역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미국에 대한 비난보다 성찰을 우선시하는 심도 있는 수작들이 번역 리스트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일반 독자들이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처럼 미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학자들의 책만 편식하게 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또 그러다 보니 좌파 학자들보다 사실은 더 예리하게 미국에 대한 역사적 성찰을 축적해온 1급 저작들에 대해서는 눈길을 주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둘째, 미국을 보는 한국의 독특한 방식 탓입니다. 해방 이후 한국의 지식인들은 한미관계라는 창에 비치는 미국만 미국으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한국 지식인들에게 ‘미국’은 곧 미국의 대한정책이었습니다. 미국과 미국 외교를 이처럼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외교의 바탕이 되는 미국의 역사와 정치에 대한 관심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미국의 전통과 본성을 탐색해온 중후한 저작들보다 미국 외교의 현상을 서술하고 도덕적으로 단죄하는 저널리즘적 저작들이 미국 관련 번역서의 주종을 이루게 된 또 다른 연유는 이것입니다.(옮긴이 서문 중에서)
그동안 한국 학계에서 미국관련 저서를 번역해온 관행에 대한 하나의 ‘도전’
이 책은 하워드 진이나 촘스키 등이 쓴 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워드 진이나 촘스키처럼 미국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겉으로 보면 미국을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근원적 실상을 전혀 터치하지 못하고 있다. 당면한 정책에만 몰두하여 비판하는 데 급급할 뿐, 이데올로기에 대해 어렴풋이 감지하기는 하지만 깊이 있게 천착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외교의 겉만 보고 미국을 한마디로 규정하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예를 들어 2003년 봄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자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미국을 독선의 제국, 일방주의 외교의 나라로 규정했다. 물론 부시 행정부의 명백한 독선이요 실책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독선과 그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다. 현상의 뒤에 숨어 있는 근원을 찾아내서 추적하는 자세가 성찰의 시초라고 했을 때, 상황에 따라 변하는 미국 외교의 일상은 누구나 서술할 수 있지만, 변화하는 가운데 ‘변하지 않는 무엇’을 추적하고 성찰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는 역사학자의 시선은 좀 다를 수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 마이클 헌트가 쓴 이 책은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미국 외교의 바탕을 성찰한 책들 가운데 하나이다. 어떤 분야든 좋은 책은 그 시선이 길고 또 깊은 법인데, 국제정치학과 역사학의 배경을 두루 갖춘 마이클 헌트의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1급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학계에서 번역 리스트에 올려야 할 책은 촘스키 류의 책이 아니라 헌트 책처럼 미국 그 자체를 심층적으로 천착하는 책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동안 한국 학계에서 미국관련 저서를 번역해온 관행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다.
제1장 <이데올로기 이해하기>에서는 이데올로기의 성격을 개괄적으로 검토하면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특히 미국 외교정책과 관련된 이데올로기를 중점적으로 검토하면서 이데올로기가 제기하는 개념적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줌으로써 우리가 복잡한 이데올로기의 세계를 뒤로 하고 미국 외교정책 그 자체의 혼란스러운 세계에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제2장 <미국은 위대하다는 믿음>에서는 미국 외교정책을 지배하는 세 가지 이데올로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관념, 즉 자유의 증진을 소명으로 삼는 위대한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미국의 미래를 보는 관념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 설명한다.
제3장 <인종 간의 위계질서>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을 대하는 미국인의 태도 즉, 인종적 위계질서(racial hierarchy)의 관념에 대한 설명이다. 피부색깔에 맞춰 인종의 사다리를 만들어놓고, 백인 가운데 앵글로색슨족은 가장 위쪽에, 흑인은 가장 아래에, 그 외는 가운데 배치하면서 이런 관념이 외교 정책에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있다.
제4장 <혁명은 위험하다>는 타국에서 일어나는 정치 및 사회 변혁 운동의 허용 한계치에 관한 것이다. 미국인들이 혁명을 대하는 태도는 인종적 태도와 마찬가지로 18세기 내내 상당히 일관되게 견지되었고, 미국 외교정책의 이념 속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제5장 <이데올로기와 20세기 미국 외교>에서는 20세기의 미국인이 그들의 선조들이 생각했던 미국의 확장 한계를 넘어서서 미국을 확장시켜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와 우드로 윌슨, 프랭클린 루즈벨트, 트루먼, 케네디 등이 어떠한 인종적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해외에서 일어나는 혁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 혼란에 빠진 제3세계를 방어하기 위하여 위대한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서술한다.
미국이 미주 대륙에서 지배적 지위에 올라서고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 해의 패권을 차지한 것은 그 어떤 역사적 필연 때문이 아니다. 미국이 1차 세계대전 이후 30년간은 친중, 반일 정책을 펴다가 태평양 전쟁 이후 30년간은 거꾸로 친일, 반중 정책을 펴게 된 것도 그 어떤 신비한 숙명 때문이 아니다. 또 미국이 유럽 대륙에서 벌어진 세력균형 게임의 주인공이 되면서 피비린내 나는 세계대전에 두 번이나 뛰어든 것, 또 기존 제국들이 붕괴한 1945년 이후의 유럽에서 힘의 공백을 메우려고 뛰어든 것도 미리 정해진 역사의 숙명이 아니었다.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이런 행보는 우연도 아니고 놀라운 것도 아니다. 검증과 정련의 과정을 거쳐 미국 민족주의의 바탕으로 녹아든 미국 외교정책 이데올로기가 20세기에 미국으로 하여금 국제정치와 해외전쟁의 덤불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360~361p)
이 책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제6장 <현대 미국 외교의 딜레마>에서는 지금까지 서술한 미국 외교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새로운 외교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다른 나라의 세력권은 부정하면서도 자신의 세력권은 따로 만드는 이중적인 태도, 다른 나라의 혁명에 대한 알레르기적 반응, 미국 문화와 근본적으로 상이한 타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이런 습성 때문에 다른 나라들만 희생된 것이 아니라 미국 스스로도 그 대가를 치렀다고 말한다. 이런 외교정책 때문에 국내적 혁신 역량은 감퇴하고, 이런 외교정책이 건강, 교육, 예술 등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앗아갔으며, 오히려 정치 경제적 이상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외교정책 이데올로기를 정립하기 위한 방편으로 두 가지 방법을 제시
외교정책 자체보다는 정책의 뿌리가 되는 민족주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미국 민족주의가 더 신중하고 절제된 외교정책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째는 교육이다. 미국 국민을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이다. 저자는 타문화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커지면 편벽한 민족주의 열정도 수그러들 것이라고 바라보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둘째는 공화주의적 사고방식을 다시 소생시키는 것이다. 해외전쟁이나 원정의 덫에 걸려 공화국이 제국으로 타락하지 않도록 하고, ‘없애야 할 괴물을 찾으러’ 해외를 배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민족주의를 문제 삼는 행위나 미국 민족주의의 바탕에 있는 ‘미국은 특별하다는 인식’에 조금이라도 도전하는 행위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그리고 미국 외교정책을 완전히 재조정하는 일은 분명히 복잡하고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더욱 새롭고 더욱 겸손한 미국의 민족적 자화상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논쟁들과 예기치 않은 문제들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미국 외교정책의 혁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인해 미국 외교의 목표가 미국의 가용 자원과 더 부합하게 될 것이고, 외교정책에 대한 대중적 지지 기반도 더 튼튼해질 것이며, 그 결과 더 민주적이고 더 인간적인 미국을 만드는 데 그들이 뚜렷하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힘을 내야 한다.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열망은 포기해야 할지 몰라도,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의 국가적 삶과 생명에 대한 자기 통제력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410-411p)
“부시 행정부는 왜 이라크를 침공했을까?
미국은 왜 대북강경책을 고수할까?”
220년간 계속되어온 미국 외교정책의 일관성
영국 식민지로부터 독립하여 지금의 초강대국이 되어 있는 미국이 건국 이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견지해오고 있는 외교정책의 실체는 무엇인가?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이데올로기가 차지하는 지위는 무엇인가? 이 책은 이처럼 중요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를 명쾌하게 규명해준다. 미국 외교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현상만 관찰해서는 안 된다는 것, 대신 그 이면에서 미국 외교정책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어떤 거대한 ‘이념의 덩어리’(저자의 용어로 ‘이데올로기’)를 먼저 포착하고, 그것에 입각해서 눈에 보이는 미국 외교정책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데올로기의 구성 요소를 1)민족적 위대성에 대한 비전, 2)인종적 위계질서, 3)혁명에 대한 이중적 태도 등으로 요약하고, 그러한 이데올로기에 입각해서 20세기 미국 외교정책을 심층적으로 해석하는 한편, 미국 외교정책의 미래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약 20년 전에 이루어진 헌트의 통찰은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 건국 이후 200년 동안 지속해온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외교정책이 불과 몇십 년 만에 변하지는 않으며 앞으로도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변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앞으로의 미국 외교정책을 예견하는 데도 통찰력을 발휘하며, 바로 그 점이 이 책이 갖고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이해나 특정 입장에서 벗어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
한국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수많은 미국 관련 저작들이 번역 소개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지극히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되면 어김없이 유엔기와 성조기를 들고 시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한편에서는 ‘반미출정가’를 부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이 책은 미국적 가치를 무조건 추종한다거나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성찰을 바탕으로 특정 입장에서 벗어나 진실을 추구하는 책이다. 저자인 마이클 헌트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조차도 “『이데올로기와 미국 외교』에서 다루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과연 세월뿐만 아니라 문화와 역사적 경험의 차이까지 초월해서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한국인들의 관심사에도 타당하게 적용되는지(저자 서문에서...)” 검증하고, 비판적으로 읽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역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때, 역사학자인 저자가 역사학적 통찰을 통해서 현실주의의 문제점을 ‘명쾌하게’ 밝혀주는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미국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교정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관한 미국 학계의 빼어난 수작들이 국내에 별로 번역되지 못하고,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처럼 미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학자들의 책만 편식하게 된 이유
‘보수와 진보’, ‘한반도 평화’, ‘동아시아 국제정치’는 모두 한국정치와 한국외교를 둘러싼 논쟁과 담론의 핵심 주제들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논쟁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미국이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정치 민주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 추세 속에서 미국 외교에 관한 책들이 한국어로 많이 번역된 것은 이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미국에 관한 미국 학계의 빼어난 수작들은 별로 번역되지 못했습니다. 그 까닭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미국은 한국의 혈맹’이라는 냉전시대의 친미적 대미 인식을 탈냉전 시대에 맞게끔 교정하려는 욕구 때문에 미국의 오만과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책들이 우선 번역 대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미국에 대한 비난보다 성찰을 우선시하는 심도 있는 수작들이 번역 리스트에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일반 독자들이 노엄 촘스키나 하워드 진처럼 미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드러낸 학자들의 책만 편식하게 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또 그러다 보니 좌파 학자들보다 사실은 더 예리하게 미국에 대한 역사적 성찰을 축적해온 1급 저작들에 대해서는 눈길을 주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둘째, 미국을 보는 한국의 독특한 방식 탓입니다. 해방 이후 한국의 지식인들은 한미관계라는 창에 비치는 미국만 미국으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한국 지식인들에게 ‘미국’은 곧 미국의 대한정책이었습니다. 미국과 미국 외교를 이처럼 구별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외교의 바탕이 되는 미국의 역사와 정치에 대한 관심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미국의 전통과 본성을 탐색해온 중후한 저작들보다 미국 외교의 현상을 서술하고 도덕적으로 단죄하는 저널리즘적 저작들이 미국 관련 번역서의 주종을 이루게 된 또 다른 연유는 이것입니다.(옮긴이 서문 중에서)
그동안 한국 학계에서 미국관련 저서를 번역해온 관행에 대한 하나의 ‘도전’
이 책은 하워드 진이나 촘스키 등이 쓴 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워드 진이나 촘스키처럼 미국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겉으로 보면 미국을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근원적 실상을 전혀 터치하지 못하고 있다. 당면한 정책에만 몰두하여 비판하는 데 급급할 뿐, 이데올로기에 대해 어렴풋이 감지하기는 하지만 깊이 있게 천착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외교의 겉만 보고 미국을 한마디로 규정하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예를 들어 2003년 봄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자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미국을 독선의 제국, 일방주의 외교의 나라로 규정했다. 물론 부시 행정부의 명백한 독선이요 실책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독선과 그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다. 현상의 뒤에 숨어 있는 근원을 찾아내서 추적하는 자세가 성찰의 시초라고 했을 때, 상황에 따라 변하는 미국 외교의 일상은 누구나 서술할 수 있지만, 변화하는 가운데 ‘변하지 않는 무엇’을 추적하고 성찰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는 역사학자의 시선은 좀 다를 수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 마이클 헌트가 쓴 이 책은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미국 외교의 바탕을 성찰한 책들 가운데 하나이다. 어떤 분야든 좋은 책은 그 시선이 길고 또 깊은 법인데, 국제정치학과 역사학의 배경을 두루 갖춘 마이클 헌트의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1급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학계에서 번역 리스트에 올려야 할 책은 촘스키 류의 책이 아니라 헌트 책처럼 미국 그 자체를 심층적으로 천착하는 책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동안 한국 학계에서 미국관련 저서를 번역해온 관행에 대한 하나의 ‘도전’이다.
제1장 <이데올로기 이해하기>에서는 이데올로기의 성격을 개괄적으로 검토하면서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특히 미국 외교정책과 관련된 이데올로기를 중점적으로 검토하면서 이데올로기가 제기하는 개념적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줌으로써 우리가 복잡한 이데올로기의 세계를 뒤로 하고 미국 외교정책 그 자체의 혼란스러운 세계에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제2장 <미국은 위대하다는 믿음>에서는 미국 외교정책을 지배하는 세 가지 이데올로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관념, 즉 자유의 증진을 소명으로 삼는 위대한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미국의 미래를 보는 관념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 설명한다.
제3장 <인종 간의 위계질서>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을 대하는 미국인의 태도 즉, 인종적 위계질서(racial hierarchy)의 관념에 대한 설명이다. 피부색깔에 맞춰 인종의 사다리를 만들어놓고, 백인 가운데 앵글로색슨족은 가장 위쪽에, 흑인은 가장 아래에, 그 외는 가운데 배치하면서 이런 관념이 외교 정책에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있다.
제4장 <혁명은 위험하다>는 타국에서 일어나는 정치 및 사회 변혁 운동의 허용 한계치에 관한 것이다. 미국인들이 혁명을 대하는 태도는 인종적 태도와 마찬가지로 18세기 내내 상당히 일관되게 견지되었고, 미국 외교정책의 이념 속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제5장 <이데올로기와 20세기 미국 외교>에서는 20세기의 미국인이 그들의 선조들이 생각했던 미국의 확장 한계를 넘어서서 미국을 확장시켜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와 우드로 윌슨, 프랭클린 루즈벨트, 트루먼, 케네디 등이 어떠한 인종적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해외에서 일어나는 혁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 혼란에 빠진 제3세계를 방어하기 위하여 위대한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서술한다.
미국이 미주 대륙에서 지배적 지위에 올라서고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 해의 패권을 차지한 것은 그 어떤 역사적 필연 때문이 아니다. 미국이 1차 세계대전 이후 30년간은 친중, 반일 정책을 펴다가 태평양 전쟁 이후 30년간은 거꾸로 친일, 반중 정책을 펴게 된 것도 그 어떤 신비한 숙명 때문이 아니다. 또 미국이 유럽 대륙에서 벌어진 세력균형 게임의 주인공이 되면서 피비린내 나는 세계대전에 두 번이나 뛰어든 것, 또 기존 제국들이 붕괴한 1945년 이후의 유럽에서 힘의 공백을 메우려고 뛰어든 것도 미리 정해진 역사의 숙명이 아니었다.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이런 행보는 우연도 아니고 놀라운 것도 아니다. 검증과 정련의 과정을 거쳐 미국 민족주의의 바탕으로 녹아든 미국 외교정책 이데올로기가 20세기에 미국으로 하여금 국제정치와 해외전쟁의 덤불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360~361p)
이 책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제6장 <현대 미국 외교의 딜레마>에서는 지금까지 서술한 미국 외교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새로운 외교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다른 나라의 세력권은 부정하면서도 자신의 세력권은 따로 만드는 이중적인 태도, 다른 나라의 혁명에 대한 알레르기적 반응, 미국 문화와 근본적으로 상이한 타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이런 습성 때문에 다른 나라들만 희생된 것이 아니라 미국 스스로도 그 대가를 치렀다고 말한다. 이런 외교정책 때문에 국내적 혁신 역량은 감퇴하고, 이런 외교정책이 건강, 교육, 예술 등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앗아갔으며, 오히려 정치 경제적 이상은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외교정책 이데올로기를 정립하기 위한 방편으로 두 가지 방법을 제시
외교정책 자체보다는 정책의 뿌리가 되는 민족주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미국 민족주의가 더 신중하고 절제된 외교정책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째는 교육이다. 미국 국민을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이다. 저자는 타문화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커지면 편벽한 민족주의 열정도 수그러들 것이라고 바라보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둘째는 공화주의적 사고방식을 다시 소생시키는 것이다. 해외전쟁이나 원정의 덫에 걸려 공화국이 제국으로 타락하지 않도록 하고, ‘없애야 할 괴물을 찾으러’ 해외를 배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민족주의를 문제 삼는 행위나 미국 민족주의의 바탕에 있는 ‘미국은 특별하다는 인식’에 조금이라도 도전하는 행위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그리고 미국 외교정책을 완전히 재조정하는 일은 분명히 복잡하고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더욱 새롭고 더욱 겸손한 미국의 민족적 자화상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논쟁들과 예기치 않은 문제들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미국 외교정책의 혁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인해 미국 외교의 목표가 미국의 가용 자원과 더 부합하게 될 것이고, 외교정책에 대한 대중적 지지 기반도 더 튼튼해질 것이며, 그 결과 더 민주적이고 더 인간적인 미국을 만드는 데 그들이 뚜렷하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힘을 내야 한다.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열망은 포기해야 할지 몰라도,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의 국가적 삶과 생명에 대한 자기 통제력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410-411p)
목차
옮긴이 서문
한국 독자들에게
서론
제1장 이데올로기 이해하기
제2장 미국은 위대하다는 믿음
제3장 인종 간의 위계질서
제4장 혁명은 위험하다
제5장 이데올로기와 20세기 미국 외교
제6장 현대 미국 외교의 딜레마
미국 외교사 연구문헌 평론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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