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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지난 10년간 유엔을 비롯한 국내외 비정부 기구들은 결의안 채택, 인권 보고서 작성, 캠페인, 대북 방송과 전단 살포,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운동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열악하다면 근본적 책임은 당연히 북한 정권에 있다. 그러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과 북한 인권을 개선하라는 주장은 많았지만 그에 비해 실질적인 대안과 정책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남한 정부의 관심과 발언은 인권 문제 자체보다는 핵실험이나 천안함 사태 등의 안보 문제를 향한 대북 제재와 같은 고강도 압박에 치우친 경우가 많았다. 설령 북한 인권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에도 북한 ‘인권’에만 주목하고 북한과의 화해 협력, 한반도 평화 정착 등의 다른 보편 가치들을 무시하거나, 북한 인권에 대해 자유권 중심으로 접근하면서 그것을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주장하는 국제사회와 남한의 노력이 과연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새로운 대안과 정책 수립을 위해 이 책은 ‘북한 인권 정책의 과잉’과 ‘북한 인권 개선의 빈곤’ 사이의 간극을 면밀히 살핀다. 저자는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인권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리는 것보다 어떻게 해야 북한 인권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느냐는 고민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은 북한 인권의 실태나 원인 분석이 아닌 실효적 개선과 대안 제시라는 관점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청하고 있다.
기존의 북한 인권 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저자는 ‘코리아 인권’이라는 개념을 내세운다. 코리아 인권은 북한 인권이 한반도 차원의 인권으로 신장되기 위한 새로운 담론이다. 국제 인권 레짐이라는 보편적 기준을 바탕으로 남과 북의 인권 문제에 동시에 접근해 개선을 위한 건설적 방법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남북이 상대의 인권을 도구화하거나 대상화하지 않고 한반도 차원의 공동 협력 과제로 인식할 것을 전제로 한다. 코리아 인권은 평화 공존과 국제 협력을 기반으로 극단적인 두 인권관의 화해를 이끌어내 국제 인권 레짐의 보편성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남한 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며 남북관계 발전과 북한 인권 개선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동시에 추구해야 할 역사적 과제임을 역설한다.
2. 국제 인권 레짐과 북한 인권
오늘날 인권은 모든 국가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는 인권이라는 말을 자명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권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또 국가와 민족에 따라 인권의 성격은 상이하다. 또한 인권은 다른 보편적 가치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때문에 인권 침해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개선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해당 국가와 사회의 민주주의, 경제, 법치, 안보, 사회 통합, 역사적 유산 등의 요소와 인권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인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인권의 보편성에 기반을 두고 북한 인권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인권은 보편적이지만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접근 방식은 보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남한과 북한은 서로 다른 인권관을 갖고 있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과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적지 않은 견해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저자는 북한 인권 문제에 올바르게 접근하기 위해 우선 유엔을 중심으로 형성?발전해온 국제 인권 제도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것을 요구한다. 또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인권 개선에 참여하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이는 북한 인권 정책에 참여하는 주체의 자격 요건일 뿐 아니라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에 요구되는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3. 코리아 인권―남북한 인권 문제에 동시에 접근하다
코리아 인권은 새로운 북한 인권 담론이 요청되는 정세 속에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비전이다. 남북한이 국제 인권 레짐에 입각해 한반도 차원의 인권 신장을 위해 서로 협력해간다는 새로운 시각인 코리아 인권은 맥락적 보편주의, 역사구조주의, 포괄적 접근 등의 개념적 방향성 위에서 남북 간 신뢰 구축과 북한의 대외 환경 개선을 필요조건으로 삼아 북한 인권 문제를 새롭게 개념화한다. 남한은 국제사회의 다른 행위자들과 함께, 혹은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에 나서야 한다. 북한 인권 범주는 북한 인권만이 아니라 한반도 인권과 통일 문제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남한이 내부 인권 문제를 성찰하는 것은 자체 인권 개선은 물론 북한의 인권 개선 노력을 견인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정부는 유엔 회원국이자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대외적으로 국제 인권 규약을 이행하는, 높은 수준의 인권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 등의 경제적 요인과 정책 결정 집단의 인권관, 대기업 중심 성장 일변도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같은 정치적 요인들로 인한 인권 문제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헌법상의 광범위한 인권 보호 규정과 그 현실 사이에는 쉽게 메우기 힘든 간극이 있는 것이다.
1960~1970년대 북한은 국가 책임의 무상 배급, 무상 교육, 무상 의료 정책을 실시하는, ‘지상의 낙원’이라 스스로 선전할 정도의 국가였다. 그러나 개인의 사고와 행동의 자유가 억제되면서 자유권은 물론 사회권도 추락해버렸다. 북한은 인권 현실이 양호하다고 강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 상황이 악화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한의 인권이 다소 후퇴하고 있는 사정이라고 해도 북한의 경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 헌법은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으므로, 남한 정부가 북한 인권 상황에 관여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한이 북한의 인권을 거론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방이 상대방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직접적인 방식으로 거론하는 것은 실효적 인권 개선에 기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보편적 기준인 국제 인권 규범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대내 인권 상황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외부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낮기 때문에 남한의 인권을 먼저 신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남한 정부의 일관된 대북 정책 기조는 ‘평화 정착’과 ‘통일 환경 조성’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북한 인권 개선과 남북관계 발전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며, 이 두 과제를 추진하는 일에 있어 민족 공조와 국제 공조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개의 수레바퀴일 뿐이라는 성찰을 이끌어낸다. 남한에게 북한 문제는 바람직한 민족 통일을 준비하는 측면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한반도에 실현하는 의미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개선과 남북 관계의 발전은 선후, 경중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되며 동시에 추진해나가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그동안 전개해온 북한 인권 정책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인권에 대한 인식이 진정 보편적 인권을 실현했는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 인권 제도를 충분히 활용했는지를 되묻고 있다.
이제 북한 인권 정책은 인권의 보편적 명제와 실효적 개선이라는 두 가지 관점 모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남한에게 북한 인권은 통일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핵심 콘텐츠이자 남한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남한이 북한 인권 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해
이 책은 주로 북한 인권의 실효적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기존의 북한 인권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부각되어온 인권 문제를 둘러싼 쟁점을 분류해 소개하고 남한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기초로 대안적 북한 인권 정책에 대해 고찰한다.
저자는 대안적 북한 인권 정책을 제시하며 ‘코리아 인권’의 의의와 과제를 설명한다. 코리아 인권은 기존의 북한 인권 정책의 성과에 기초하지만 그 문제점을 비판하고, 국제 인권 제도를 활용해 남북이 협력하는 인권 개선의 방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남북 인권 협력의 틀 속에서 정부, 시민 단체, 국가 인권 기구 사이의 역할 분담을 남북관계의 발전과 연계시키는 일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북한 인권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이 상당 부분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정쟁의 대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코리아 인권은 남한 사회에서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한반도 인권회의 준비모임’이라는 진보-중도 성향의 북한 인권 관련 단체와 몇몇 인사들에 의해 이러한 시도가 시민사회에서 논의되었다. 그러나 북한 인권에 관한 그들의 대안적 접근은 논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북한 인권 논의가 국내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현상을 경계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데는 아직 미흡한 것이다.
저자는 코리아 인권의 구상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코리아 인권이 행동으로 구체화될 때까지 충족시켜야 할 필요조건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코리아 인권의 접근 틀과 추진 여건을 조성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경우, 그 추진 여건을 조성할 때까지 일어나는 인권 침해 현상에 대한 대응을 공백으로 남겨둔다. 중요한 것은 인권의 발전은 인권이 침해받는 현실의 벽을 뚫고 인간다운 삶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꿈을 원대하게 그리면서도 현실에서 직면하는 문제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리아 인권은 “남북한이 국제 인권 원리와 상호 존중의 정신 아래 인권 개선을 위해 협력해나가는 과정과 그 결과가 한반도 차원에서 나타나는 상태”이다. 이는 남북한이 상대의 인권 문제를 도구화?대상화하지 않고 한반도 차원의 공동 협력 과제로 인식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코리아 인권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남한의 주도적인 역할을 제시할 뿐 아니라 남북 공통의 인권 개선과 남북관계 발전의 문제가 사실은 동전의 양면임을 보여준다. 코리아 인권을 발판 삼아 남북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한반도 차원에서 실현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뤄낼 계기를 얻게 된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저자는 국제 인권 레짐의 보편성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한반도 인권 개선의 방법을 거시적, 장기적 관점에서 제안한다. 더불어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의지와 용기로 우리 내부의 인권 개선에 참여하고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성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유엔을 비롯한 국내외 비정부 기구들은 결의안 채택, 인권 보고서 작성, 캠페인, 대북 방송과 전단 살포,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운동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열악하다면 근본적 책임은 당연히 북한 정권에 있다. 그러나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과 북한 인권을 개선하라는 주장은 많았지만 그에 비해 실질적인 대안과 정책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남한 정부의 관심과 발언은 인권 문제 자체보다는 핵실험이나 천안함 사태 등의 안보 문제를 향한 대북 제재와 같은 고강도 압박에 치우친 경우가 많았다. 설령 북한 인권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에도 북한 ‘인권’에만 주목하고 북한과의 화해 협력, 한반도 평화 정착 등의 다른 보편 가치들을 무시하거나, 북한 인권에 대해 자유권 중심으로 접근하면서 그것을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주장하는 국제사회와 남한의 노력이 과연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점검이 필요한 때이다. 새로운 대안과 정책 수립을 위해 이 책은 ‘북한 인권 정책의 과잉’과 ‘북한 인권 개선의 빈곤’ 사이의 간극을 면밀히 살핀다. 저자는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인권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리는 것보다 어떻게 해야 북한 인권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느냐는 고민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이 책은 북한 인권의 실태나 원인 분석이 아닌 실효적 개선과 대안 제시라는 관점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청하고 있다.
기존의 북한 인권 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저자는 ‘코리아 인권’이라는 개념을 내세운다. 코리아 인권은 북한 인권이 한반도 차원의 인권으로 신장되기 위한 새로운 담론이다. 국제 인권 레짐이라는 보편적 기준을 바탕으로 남과 북의 인권 문제에 동시에 접근해 개선을 위한 건설적 방법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남북이 상대의 인권을 도구화하거나 대상화하지 않고 한반도 차원의 공동 협력 과제로 인식할 것을 전제로 한다. 코리아 인권은 평화 공존과 국제 협력을 기반으로 극단적인 두 인권관의 화해를 이끌어내 국제 인권 레짐의 보편성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남한 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며 남북관계 발전과 북한 인권 개선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동시에 추구해야 할 역사적 과제임을 역설한다.
2. 국제 인권 레짐과 북한 인권
오늘날 인권은 모든 국가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는 인권이라는 말을 자명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인권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또 국가와 민족에 따라 인권의 성격은 상이하다. 또한 인권은 다른 보편적 가치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때문에 인권 침해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개선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해당 국가와 사회의 민주주의, 경제, 법치, 안보, 사회 통합, 역사적 유산 등의 요소와 인권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인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인권의 보편성에 기반을 두고 북한 인권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인권은 보편적이지만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접근 방식은 보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남한과 북한은 서로 다른 인권관을 갖고 있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과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적지 않은 견해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저자는 북한 인권 문제에 올바르게 접근하기 위해 우선 유엔을 중심으로 형성?발전해온 국제 인권 제도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것을 요구한다. 또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인권 개선에 참여하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이는 북한 인권 정책에 참여하는 주체의 자격 요건일 뿐 아니라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에 요구되는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3. 코리아 인권―남북한 인권 문제에 동시에 접근하다
코리아 인권은 새로운 북한 인권 담론이 요청되는 정세 속에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비전이다. 남북한이 국제 인권 레짐에 입각해 한반도 차원의 인권 신장을 위해 서로 협력해간다는 새로운 시각인 코리아 인권은 맥락적 보편주의, 역사구조주의, 포괄적 접근 등의 개념적 방향성 위에서 남북 간 신뢰 구축과 북한의 대외 환경 개선을 필요조건으로 삼아 북한 인권 문제를 새롭게 개념화한다. 남한은 국제사회의 다른 행위자들과 함께, 혹은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에 나서야 한다. 북한 인권 범주는 북한 인권만이 아니라 한반도 인권과 통일 문제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남한이 내부 인권 문제를 성찰하는 것은 자체 인권 개선은 물론 북한의 인권 개선 노력을 견인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정부는 유엔 회원국이자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대외적으로 국제 인권 규약을 이행하는, 높은 수준의 인권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나 미국발 금융위기 등의 경제적 요인과 정책 결정 집단의 인권관, 대기업 중심 성장 일변도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 같은 정치적 요인들로 인한 인권 문제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헌법상의 광범위한 인권 보호 규정과 그 현실 사이에는 쉽게 메우기 힘든 간극이 있는 것이다.
1960~1970년대 북한은 국가 책임의 무상 배급, 무상 교육, 무상 의료 정책을 실시하는, ‘지상의 낙원’이라 스스로 선전할 정도의 국가였다. 그러나 개인의 사고와 행동의 자유가 억제되면서 자유권은 물론 사회권도 추락해버렸다. 북한은 인권 현실이 양호하다고 강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 상황이 악화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한의 인권이 다소 후퇴하고 있는 사정이라고 해도 북한의 경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 헌법은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으므로, 남한 정부가 북한 인권 상황에 관여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한이 북한의 인권을 거론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방이 상대방의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직접적인 방식으로 거론하는 것은 실효적 인권 개선에 기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보편적 기준인 국제 인권 규범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대내 인권 상황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외부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설득력이 낮기 때문에 남한의 인권을 먼저 신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남한 정부의 일관된 대북 정책 기조는 ‘평화 정착’과 ‘통일 환경 조성’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북한 인권 개선과 남북관계 발전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며, 이 두 과제를 추진하는 일에 있어 민족 공조와 국제 공조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개의 수레바퀴일 뿐이라는 성찰을 이끌어낸다. 남한에게 북한 문제는 바람직한 민족 통일을 준비하는 측면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한반도에 실현하는 의미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개선과 남북 관계의 발전은 선후, 경중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되며 동시에 추진해나가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그동안 전개해온 북한 인권 정책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인권에 대한 인식이 진정 보편적 인권을 실현했는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 인권 제도를 충분히 활용했는지를 되묻고 있다.
이제 북한 인권 정책은 인권의 보편적 명제와 실효적 개선이라는 두 가지 관점 모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남한에게 북한 인권은 통일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핵심 콘텐츠이자 남한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남한이 북한 인권 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해
이 책은 주로 북한 인권의 실효적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기존의 북한 인권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남한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부각되어온 인권 문제를 둘러싼 쟁점을 분류해 소개하고 남한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기초로 대안적 북한 인권 정책에 대해 고찰한다.
저자는 대안적 북한 인권 정책을 제시하며 ‘코리아 인권’의 의의와 과제를 설명한다. 코리아 인권은 기존의 북한 인권 정책의 성과에 기초하지만 그 문제점을 비판하고, 국제 인권 제도를 활용해 남북이 협력하는 인권 개선의 방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남북 인권 협력의 틀 속에서 정부, 시민 단체, 국가 인권 기구 사이의 역할 분담을 남북관계의 발전과 연계시키는 일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북한 인권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이 상당 부분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정쟁의 대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코리아 인권은 남한 사회에서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니다. ‘한반도 인권회의 준비모임’이라는 진보-중도 성향의 북한 인권 관련 단체와 몇몇 인사들에 의해 이러한 시도가 시민사회에서 논의되었다. 그러나 북한 인권에 관한 그들의 대안적 접근은 논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북한 인권 논의가 국내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현상을 경계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데는 아직 미흡한 것이다.
저자는 코리아 인권의 구상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코리아 인권이 행동으로 구체화될 때까지 충족시켜야 할 필요조건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코리아 인권의 접근 틀과 추진 여건을 조성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경우, 그 추진 여건을 조성할 때까지 일어나는 인권 침해 현상에 대한 대응을 공백으로 남겨둔다. 중요한 것은 인권의 발전은 인권이 침해받는 현실의 벽을 뚫고 인간다운 삶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꿈을 원대하게 그리면서도 현실에서 직면하는 문제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리아 인권은 “남북한이 국제 인권 원리와 상호 존중의 정신 아래 인권 개선을 위해 협력해나가는 과정과 그 결과가 한반도 차원에서 나타나는 상태”이다. 이는 남북한이 상대의 인권 문제를 도구화?대상화하지 않고 한반도 차원의 공동 협력 과제로 인식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코리아 인권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남한의 주도적인 역할을 제시할 뿐 아니라 남북 공통의 인권 개선과 남북관계 발전의 문제가 사실은 동전의 양면임을 보여준다. 코리아 인권을 발판 삼아 남북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한반도 차원에서 실현하고,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뤄낼 계기를 얻게 된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저자는 국제 인권 레짐의 보편성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한반도 인권 개선의 방법을 거시적, 장기적 관점에서 제안한다. 더불어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의지와 용기로 우리 내부의 인권 개선에 참여하고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성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말
제1장 국제 인권 제도의 현황과 추세
제2장 기존의 북한 인권 논의 비판
제3장 코리아 인권의 필요성과 방향
맺는 말 - 코리아 인권의 의의와 과제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