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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경제 권력과 금융패권
먹느냐 먹히느냐,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의 전모!
‘완벽한 유럽인(The Perfect European)’이라는 엽서가 있다. 15개 EU 회원국 주민들의 국민성을 풍자한 것이다. 술 소비량 최고를 자랑하는 아일랜드는 ‘술 안 마시는 사람’으로 그려져 있고, 다혈질의 이태리는 ‘감정을 잘 절제하는 이태리인’으로 묘사돼 있다. 교통사고율이 높은 프랑스는 ‘운전을 얌전하게 하는 프랑스인’으로 소개했다.
유럽연합(EU)에서 안보분야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조명진 박사가 “지역에 대한 다양한 편견이 공존하는 곳이 유럽”이라면서 소개한 내용이다. 조명진 박사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연합 집행이사회 대외국에서 동아시아 안보를 자문하는 안보 전문가다. 《블루오션전략》으로 잘 알려진 유럽경영대학원(INSEAD)의 김위찬 교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나쁜 사마리아인》 등의 저서로 유명한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의 장하준 교수 등과 함께 유럽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한인 석학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이번에 저서 《우리만 모르는 5년 후 한국경제》를 출간했다. 중국과 미국의 환율 갈등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 패권 전쟁에서 모든 국가의 금융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통찰한 책이다.
▶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PATO vs SCO’의 양극체제
금융위기는 세계가 경험한 냉전 종식이나 9.11에 의한 테러와의 전쟁과는 다른 차원의 국제 질서를 태동시키고 있다. 금융위기는 그동안 식량과 에너지에 적용되었던 안보의 범위를 확대시켜 ‘금융 안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낳았다. 각 국가가 자국 화폐에 대해서 관여하고 조정할 수 있었던 과거의 패턴과는 달리 이제는 외부 요소들에 의해 화폐 및 부동산 가치가 결정되는 시대가 됐다. 바로 ‘금융 거래 전산화’라는 기술 혁명이 자유시장 경제의 범위를 확장시킨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자 금융 거래를 시행하는 모든 국가에 영향을 끼친 것처럼, 유럽발 재정위기도 마찬가지로 전세계에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서구 세계의 위기들로 중국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의 주도적 역할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시장역할을 해주지 않고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늦추거나 중단하게 되면 중국이 그 후 폭풍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금융위기라는 변수로 인해 세계 경제 권력이 새로운 양극체제로 들어섰다. 한 축은 나토를 주축으로 한 친(親)서방세력인 일명 ‘파토(PATO, Pro-American Alliance Organization)’이며, 또 한 축은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로 이뤄진 ‘상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이다. 이전에 저자가 제3축으로 분류했던 이슬람 세력의 경우 친서방 국가들은 PATO로, 반서방 국가들은 SCO에 속하게 된다.
PATO의 경쟁 국가들은 SCO 회원국들과 이란·시리아와 같은 아랍의 반 서방 국가들과, 남미의 베네수엘라·콜롬비아·페루·브라질 같은 반미 성향의 국가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중국 영향권에 있는 수단·앙골라·잠비아·남아공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대립 양상을 저자는 ‘신 양극체제(New Bi-Polar System)’라고 부른다. 실제로 PATO와 SCO 양 진영의 이해가 충돌하는 곳은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코카서스, 발칸반도 그리고 한반도다. 더불어 오늘날 중국과 일본 사이의 조어도 영토 분쟁과 러시아와 일본 간의 북해도 분쟁도 새로운 양극체제의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
▶ 환율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경제적 시한폭탄’
1997년 외환 위기가 보여주었듯, 환율은 ‘경제적 시한폭탄(economic time bomb)’이다. 무역 전쟁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환율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년 동안 인위적으로 자국 환율을 낮게 유지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지키기에 이용해왔다. 중국이 관세로 자국 경제를 보호하려고 든다면 WTO가 개입한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 화폐를 평가절하하면서 상대적 국제경제 우위를 점유하는 것에 대해 나머지 국가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환율정책을 자국 상황에 맞춰 남용하는 국가에 대해서 관여할 수 있는 국제적 기구를 창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한 사전 조율을 G20이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전쟁은 치열히 전개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싸우면서 룰을 만들자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전쟁에도 제네바 협정 같은 룰이 존재한다. 그런데 환율 전쟁은 허점투성이의 제도가 있을 뿐 룰이 존재하지 않는 적자생존의 세계다.
한 예로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와 관련된 투기는 근절해야 한다고 각국 정부들은 주장한다. 이자율이 낮은 국가의 화폐를 사들여 높은 이자율의 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약한 국가의 화폐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대신에 절상하게 만드는 캐리 트레이드는 헤지펀드들의 좋은 투기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말뿐이지, 이를 규제할 국제적 규제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국제무대에서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서는 군사력 이전에 미국과 유럽연합처럼 기축통화로 공인받을 만한 화폐가 있어야 한다. 달러와 유로화에 대한 신용도는 바로 조직적으로 짜인 신뢰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이 지속 성장 가능한 경제 그리고 신용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구축이 바로 달러와 유로를 받쳐주기에 가능한 것이다. 중국은 자본·노동력·기술력만 있으면 국제무대에서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중국이 금융 대국이 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최대의 증시와 최대 은행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기대하는 ‘신용의 구축’이다.
역설적이게도 아시아와 아랍 그리고 러시아의 거부들은 그들의 자산을 미국이나 유럽계 은행에 맡겨야 안심한다. 리먼브라더스의 몰락은 부도를 막을 자산이 없어서가 아닌, 금융시장에서 급작스런 신용도 상실의 결과다. 중국이 아무리 많은 외화를 보유한다고 해도, 중국이 세계 최고의 공산품을 만들어 낸다고 할지라도,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중국의 신용도가 공고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 패권은 요원한 이야기다. 중국이 금융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자국의 자본을 해외에 투자하는 지금의 패턴이지만, 단순히 시세차액을 노린 투기성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에서 탈피해 타국의 개인 자본이 중국의 보험 상품을 사고 중국이 운영하는 신용카드를 세계인들이 사용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나토라는 집단안보체제 속에서 결속을 강화해왔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파토 국가들을 동원하여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파견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적어도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네비 파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SCO도 유사한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회원국 간의 연합 군사훈련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중국이 수단과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 병력을 파견하고 있지만, 문제는 중국의 파병이 국제적으로 존중받는 작전활동이거나 최소한 군사 개입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파토의 해외 군사력 투입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러시아는 단독으로 체첸과 그루지야를 침공했고, 중국은 티베트와 신장성의 독립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이러한 사례는 아프가니스탄의 국제안보지원군(International Security Assistance Force, ISAF)과는 세계 여론의 반응이 다르다.
▶ 세계 경제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안보는 경제보다 우선해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안보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없으면 지탱할 수 없다. 특히 금융은 제조업과 달리 불안정적인 요소가 많아 리스크가 큰 분야다.
금융위기는 안보의 범위를 식량과 에너지에 적용했던 것을 확대해 ‘금융 안보(financial security)’라는 새로운 개념을 낳았다. 각 국가가 자국 화폐에 대해 관여하고 조정할 수 있었던 과거의 패턴과는 달리, 이제는 외부 요소들에 의해 화폐와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바로 금융거래의 전산화라는 기술혁명이 자유시장경제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금융위기의 원인들을 분석해보면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시장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 사이에 요구되는 균형이 깨졌음을 알 수 있다. 균형을 잃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국가적 금융 손실은 국가 운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금융 안보 전략이 필요한 점에서 금융 안보의 대두와 구체적 정책 구상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시장은 자금유동성에 있어서 정부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지금까지 그랬고, 규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 정부가 시장 세력의 자본이동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서 금융 안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앞으로 5년 후 2015년이 되면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생명을 다하게 된다.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는 혼동에 휩싸이게 된다. 그 시발점은 중국이 미국 달러를 더 이상 기축통화로 인정하지 않고 SCO 내에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때가 되면 미국이 차지하고 있던 힘의 균형이 무너져 G20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위안화와 유로화를 주된 결제 수단으로 삼고, 미국 달러를 3년 정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혼란 상황에서 국제 결제 수단은 유로화와 위안화뿐만 아니라 현물로 대신하는 물물교환의 양상도 함께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금을 위시한 귀금속, 철과 같은 일반 광물 그리고 오일과 식량이 공산품에 대한 결제 수단이 될 것이다.
이 같은 대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자본의 큰 흐름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고 정보 분석을 토대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따라서 식량, 에너지, 금융에 이르는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안보 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한국은 금융을 포함한 경제 정보에 외교 역량과 정보 역량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해외 정보 수집에 노하우가 있는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외교통상부, 국방부, 국정원 간에 상호 유기적인 정보 공유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G20 관련 국가들은 물론이고, 친 SCO 국가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이를 전체적으로 조정할 독립 부서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립할 필요가 있다. 대혼란을 대비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외환 포트폴리오 전략, 한국투자공사(KIC)의 활성화, 자본 유출입 규제방안 등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먹느냐 먹히느냐,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의 전모!
‘완벽한 유럽인(The Perfect European)’이라는 엽서가 있다. 15개 EU 회원국 주민들의 국민성을 풍자한 것이다. 술 소비량 최고를 자랑하는 아일랜드는 ‘술 안 마시는 사람’으로 그려져 있고, 다혈질의 이태리는 ‘감정을 잘 절제하는 이태리인’으로 묘사돼 있다. 교통사고율이 높은 프랑스는 ‘운전을 얌전하게 하는 프랑스인’으로 소개했다.
유럽연합(EU)에서 안보분야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조명진 박사가 “지역에 대한 다양한 편견이 공존하는 곳이 유럽”이라면서 소개한 내용이다. 조명진 박사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럽연합 집행이사회 대외국에서 동아시아 안보를 자문하는 안보 전문가다. 《블루오션전략》으로 잘 알려진 유럽경영대학원(INSEAD)의 김위찬 교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나쁜 사마리아인》 등의 저서로 유명한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의 장하준 교수 등과 함께 유럽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한인 석학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이번에 저서 《우리만 모르는 5년 후 한국경제》를 출간했다. 중국과 미국의 환율 갈등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 패권 전쟁에서 모든 국가의 금융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정치·경제학적 시각에서 통찰한 책이다.
▶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PATO vs SCO’의 양극체제
금융위기는 세계가 경험한 냉전 종식이나 9.11에 의한 테러와의 전쟁과는 다른 차원의 국제 질서를 태동시키고 있다. 금융위기는 그동안 식량과 에너지에 적용되었던 안보의 범위를 확대시켜 ‘금융 안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낳았다. 각 국가가 자국 화폐에 대해서 관여하고 조정할 수 있었던 과거의 패턴과는 달리 이제는 외부 요소들에 의해 화폐 및 부동산 가치가 결정되는 시대가 됐다. 바로 ‘금융 거래 전산화’라는 기술 혁명이 자유시장 경제의 범위를 확장시킨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자 금융 거래를 시행하는 모든 국가에 영향을 끼친 것처럼, 유럽발 재정위기도 마찬가지로 전세계에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서구 세계의 위기들로 중국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의 주도적 역할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시장역할을 해주지 않고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늦추거나 중단하게 되면 중국이 그 후 폭풍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금융위기라는 변수로 인해 세계 경제 권력이 새로운 양극체제로 들어섰다. 한 축은 나토를 주축으로 한 친(親)서방세력인 일명 ‘파토(PATO, Pro-American Alliance Organization)’이며, 또 한 축은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로 이뤄진 ‘상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이다. 이전에 저자가 제3축으로 분류했던 이슬람 세력의 경우 친서방 국가들은 PATO로, 반서방 국가들은 SCO에 속하게 된다.
PATO의 경쟁 국가들은 SCO 회원국들과 이란·시리아와 같은 아랍의 반 서방 국가들과, 남미의 베네수엘라·콜롬비아·페루·브라질 같은 반미 성향의 국가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중국 영향권에 있는 수단·앙골라·잠비아·남아공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대립 양상을 저자는 ‘신 양극체제(New Bi-Polar System)’라고 부른다. 실제로 PATO와 SCO 양 진영의 이해가 충돌하는 곳은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코카서스, 발칸반도 그리고 한반도다. 더불어 오늘날 중국과 일본 사이의 조어도 영토 분쟁과 러시아와 일본 간의 북해도 분쟁도 새로운 양극체제의 틀에서 이해할 수 있다.
▶ 환율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경제적 시한폭탄’
1997년 외환 위기가 보여주었듯, 환율은 ‘경제적 시한폭탄(economic time bomb)’이다. 무역 전쟁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환율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수년 동안 인위적으로 자국 환율을 낮게 유지해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지키기에 이용해왔다. 중국이 관세로 자국 경제를 보호하려고 든다면 WTO가 개입한다. 하지만 중국이 자국 화폐를 평가절하하면서 상대적 국제경제 우위를 점유하는 것에 대해 나머지 국가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환율정책을 자국 상황에 맞춰 남용하는 국가에 대해서 관여할 수 있는 국제적 기구를 창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한 사전 조율을 G20이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전쟁은 치열히 전개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싸우면서 룰을 만들자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전쟁에도 제네바 협정 같은 룰이 존재한다. 그런데 환율 전쟁은 허점투성이의 제도가 있을 뿐 룰이 존재하지 않는 적자생존의 세계다.
한 예로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와 관련된 투기는 근절해야 한다고 각국 정부들은 주장한다. 이자율이 낮은 국가의 화폐를 사들여 높은 이자율의 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약한 국가의 화폐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대신에 절상하게 만드는 캐리 트레이드는 헤지펀드들의 좋은 투기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말뿐이지, 이를 규제할 국제적 규제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국제무대에서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서는 군사력 이전에 미국과 유럽연합처럼 기축통화로 공인받을 만한 화폐가 있어야 한다. 달러와 유로화에 대한 신용도는 바로 조직적으로 짜인 신뢰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이 지속 성장 가능한 경제 그리고 신용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구축이 바로 달러와 유로를 받쳐주기에 가능한 것이다. 중국은 자본·노동력·기술력만 있으면 국제무대에서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중국이 금융 대국이 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최대의 증시와 최대 은행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기대하는 ‘신용의 구축’이다.
역설적이게도 아시아와 아랍 그리고 러시아의 거부들은 그들의 자산을 미국이나 유럽계 은행에 맡겨야 안심한다. 리먼브라더스의 몰락은 부도를 막을 자산이 없어서가 아닌, 금융시장에서 급작스런 신용도 상실의 결과다. 중국이 아무리 많은 외화를 보유한다고 해도, 중국이 세계 최고의 공산품을 만들어 낸다고 할지라도,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중국의 신용도가 공고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 패권은 요원한 이야기다. 중국이 금융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자국의 자본을 해외에 투자하는 지금의 패턴이지만, 단순히 시세차액을 노린 투기성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에서 탈피해 타국의 개인 자본이 중국의 보험 상품을 사고 중국이 운영하는 신용카드를 세계인들이 사용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나토라는 집단안보체제 속에서 결속을 강화해왔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파토 국가들을 동원하여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파견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적어도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네비 파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SCO도 유사한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회원국 간의 연합 군사훈련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중국이 수단과 같은 아프리카 국가에 병력을 파견하고 있지만, 문제는 중국의 파병이 국제적으로 존중받는 작전활동이거나 최소한 군사 개입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즉, 파토의 해외 군사력 투입은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러시아는 단독으로 체첸과 그루지야를 침공했고, 중국은 티베트와 신장성의 독립 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이러한 사례는 아프가니스탄의 국제안보지원군(International Security Assistance Force, ISAF)과는 세계 여론의 반응이 다르다.
▶ 세계 경제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으려면
안보는 경제보다 우선해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안보는 경제력의 뒷받침이 없으면 지탱할 수 없다. 특히 금융은 제조업과 달리 불안정적인 요소가 많아 리스크가 큰 분야다.
금융위기는 안보의 범위를 식량과 에너지에 적용했던 것을 확대해 ‘금융 안보(financial security)’라는 새로운 개념을 낳았다. 각 국가가 자국 화폐에 대해 관여하고 조정할 수 있었던 과거의 패턴과는 달리, 이제는 외부 요소들에 의해 화폐와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바로 금융거래의 전산화라는 기술혁명이 자유시장경제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금융위기의 원인들을 분석해보면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시장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 사이에 요구되는 균형이 깨졌음을 알 수 있다. 균형을 잃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국가적 금융 손실은 국가 운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금융 안보 전략이 필요한 점에서 금융 안보의 대두와 구체적 정책 구상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시장은 자금유동성에 있어서 정부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지금까지 그랬고, 규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 정부가 시장 세력의 자본이동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서 금융 안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앞으로 5년 후 2015년이 되면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생명을 다하게 된다. 의심할 여지없이 세계는 혼동에 휩싸이게 된다. 그 시발점은 중국이 미국 달러를 더 이상 기축통화로 인정하지 않고 SCO 내에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때가 되면 미국이 차지하고 있던 힘의 균형이 무너져 G20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위안화와 유로화를 주된 결제 수단으로 삼고, 미국 달러를 3년 정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혼란 상황에서 국제 결제 수단은 유로화와 위안화뿐만 아니라 현물로 대신하는 물물교환의 양상도 함께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금을 위시한 귀금속, 철과 같은 일반 광물 그리고 오일과 식량이 공산품에 대한 결제 수단이 될 것이다.
이 같은 대혼란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자본의 큰 흐름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고 정보 분석을 토대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따라서 식량, 에너지, 금융에 이르는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안보 정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한국은 금융을 포함한 경제 정보에 외교 역량과 정보 역량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해외 정보 수집에 노하우가 있는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외교통상부, 국방부, 국정원 간에 상호 유기적인 정보 공유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G20 관련 국가들은 물론이고, 친 SCO 국가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이를 전체적으로 조정할 독립 부서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립할 필요가 있다. 대혼란을 대비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외환 포트폴리오 전략, 한국투자공사(KIC)의 활성화, 자본 유출입 규제방안 등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_금융위기 이후 변화하고 있는 패권 구도
제1장_신 양극체제에서의 경제 블록
_금융위기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_오바마 행정부의 등장과 구성
_건재한 골드만삭스
_군산복합체를 통한 나토의 결속 강화
_유태 자본과 헤지펀드
_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팁: 최강의 정보 조직 ‘모사드’
제2장_미국과 EU의 금융 환경
_서구 세계의 금융 파워
_유로화의 도입과 진전
_그리스 재정위기와 독일의 역할
_유럽발 재정 위기: 유로화 죽이기의 시작인가?
_떠오르는 독일
팁: 국제 관계와 원유가 등락
제3장_상해협력기구의 용트림
_상해협력기구의 확장
_화교 자본, 친 유태 자본에 도전장을 던지다
_금융 대국이 되기 위한 조건
_중국 경제의 성공 배경
_중국경제의 취약점
_중국 경제 전망
_타격 입은 러시아의 에너지산업
_러시아의 실세
_체제우선주의의 함정
팁: 크레믈린까지 번진 산불 재앙
제4장_G2: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_IMF 내 중국의 위상과 한계
_위안화 절상 문제
_외환 대체 방법으로서 금
_미국 이외의 국채 매입
팁: 금값의 향방과 금의 주인들
제5장_신 양극체제에서의 패권 충돌
_둘로 나뉜 이슬람 세계
_아프가니스탄: 지정학적 이해 충돌 지역
_아프리카: 천연 자원 확보에 따른 이해상충 지역
_코카서스: 에너지 안보의 이해관계 충돌 지역
_발칸반도: 역사적 갈등이 잠재된 지역
팁: 코소보 분쟁의 역사적 배경
제6장_신 양극체제의 최전방: 한국의 선택
_국제 안보 차원의 대응
_금융 안보 차원의 대응
_G20이 탈출구가 될 수 있는가
_환율 전쟁
_한국 경제,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팁: 천안함 사건 이후의 한반도 주변 정세
에필로그_계속되고 있는 금융 패권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