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법과 인간의 존엄성
- 대등서명
- Naturrecht und menschliche wurde
- 개인저자
- 에른스트 블로흐 지음 ; 박설호 옮김
- 발행사항
- 파주 : 열린책들, 2011
- 형태사항
- 541 p. ; 23 cm
- ISBN
- 9788932915227
- 청구기호
- 360.1 블235ㅈ
- 일반주기
- \"에른스트 블로흐 연보\"와 색인수록 원저자명: Ernst Bloch
소장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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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법의 역사적 변화상을 날카롭게 짚어 낸 또 하나의 역작!
에른스트 블로흐는 독일 현대 철학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국내에는 충분히 소개되지 못했다. 열린책들에서는 그의 마르크스주의적 비판과 메시아적 희망을 접목시킨 일생의 대작 『희망의 원리』(전 5권, 2004) 출간을 시작으로, 블로흐만의 독창적 사유 방식으로 중세와 르네상스 철학 전통을 현실 세계의 혁명적 변화를 위한 사상적 기반으로 파악하고 서술한 『서양 중세?중세 르네상스 철학 강의』(2008) 그리고 기독교 사상 속에 웅크리고 있는 인간의 저항 정신을 치밀하게 추적한 『저항과 반역의 기독교』(2009)를 그동안 번역 출간하였다.
이 책들은 모두 한신대학교 독일어문화학부의 박설호 교수가 번역한 책들로 그는 블로흐의 저작을 국내에 번역 소개해 온 거의 유일한 전문가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자연법과 인간의 존엄성』은 블로흐의 또 다른 중요한 저작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탄압하기도 보호하기도 한 법적 체계의 역사적 변화상을 날카롭고 간명하게 짚어 낸 책이다.
<무엇이 진정한 법인가?>
법의 시원을 향해 오르는 법철학의 모험!
근대국가의 성립은 실정법을 권력화한 법실증주의로 인해 가능했다. 이는 오늘날의 국가와 사회가 현존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원리로서, 법치주의를 통해 민중의 통제를 가능하게 했으며 자본이 힘을 가질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블로흐는 『자연법과 인간의 존엄성』을 통해 <무엇이 진정한 법인가?>라고 묻는 동시에 법철학의 태곳적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자연법의 근원으로 거슬러 오르는 모험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시민혁명과 사회주의, 기독교 사상과 파시즘, 성서와 그리스신화 같은 법철학의 역사를 논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주요 사건과 이슈가 등장하며, 홉스, 포이어바흐, 마르크스, 헤겔, 칸트, 루소, 흐로티위스, 아퀴나스 등 실정법과 자연법의 주요 텍스트를 만들어 낸 철학자들이 시대를 관통하며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사건과 목소리는 언제나 저마다의 정당함을 주장했지만, 결국 법 유토피아를 완성하는 데는 실패했음을 이 책은 보여 주고 있다. 실정법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해석이 반영된 사회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을 뿐, 민중은 <인간의 존엄>을 논하는 대상에서 소외되어 왔기 때문이다.
정의는 오직 동등한 계급 내에서만 유효했을 뿐, 계급 차이를 지닌 두 인간 사이에서는 처음부터 적용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이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의 개념 그리고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의 수직 구도의 계층 사회 이론에서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블로흐는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라는 울피아누스의 말을 인용합니다. 그렇지만 이 말은 이어지는 문장을 위해 끌어들인 허사에 불과합니다. 즉 노예제도는 시민의 권한을 보충해 주는 수단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로마법은 채권법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간의 역사를 고찰해 보세요. 만인이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블로흐는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 자연의 법칙이 이성의 법칙으로 대치되었음을 지적합니다. 프랑스혁명 당시에 제기된 자유, 평등, 동지애는 시토이앙의 이상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성장하는 부르주아의 이권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알투스, 루소, 흐로티위스의 자연법사상은 나중에 칸트, 피히테, 헤겔에게 법철학적 단초를 제공하였습니다. 칸트와 헤겔은 블로흐에 의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보복 이론을 계승함으로써 자연법의 이상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칸트의 법철학은 주어진 경험의 현실을 외면하며, 보복을 추상적으로 규정하였습니다, 헤겔은 예컨대 베카리아의 사형 철폐 이론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물론 헤겔의 변증법 사상은 마르크스 사상의 발전에 기여하였지만, 그의 완고하고 근엄한 법철학적 견해는 셸링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나중에 사비니를 필두로 한 〈역사법학파〉의 보수 반동주의에게 이론적 빌미를 제공하였습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저항의 기개와 탄압의 원리를 동시에 지닌 자연법의 이중성!
법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민중을 제어하는 가장 강력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며, 그 당위성은 인간 자신에게서 올 수도 없었다. 자연법사상은 법의 보편성과 항구성을 인간의 외부인 자연과 신에게서 찾고자 하는 끝없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블로흐는 자연법이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법 유토피아라고 규정하면서도, 그동안의 실정법들이 민중을 위한 자연법의 당위를 획득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계급 차이가 존재하는 한 실정법은 언제나 권력의 편이었기 때문이다.
법은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선언했지만, 그리스에서는 시민만이 인간일 뿐 노예는 그에 속하지 못했다. 로마법은 채권법에 기초한 성문법으로서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목표였다. 또한 천부가 내린 인권이라는 자연법은 그것을 향유하는 주체에 따라 극명하게 다르게 해석되어 왔다. 부르주아에게는 착취의 정당성을, 프롤레타리아에게는 계급 혁명의 필요성이 되었다. 또한 교회는 인간의 해방을 저세상의 <결코 도달하지 않는 날>로 연기함으로써 실제 삶에서의 해방을 사전에 차단하였고, 공개적으로 <그리스도 제국의 도래>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파시즘이라는 세계 권력을 은밀히 도왔다.
그리스신화와 기독교에 함축된 자연법의 태곳적 원류부터 고대, 중세, 근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블로흐의 사유는, 인간을 향한 권력의 합법적 탄압과 천부적 인권이 부딪치며 파생된 다양한 법철학을 독창적으로 펼쳐 보인다.
동시에 자연법을 둘러싼 아직 끝나지 않은 오해와 진실의 담론은 곧 언제라도 다시 시작될 저항의 기개가 될 수 있음을 설파한다. 블로흐는 체념과 굴종의 세계관을 탈피하여 의연한 기개로 일어날 수 있는 의지만이 법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의연하게 걷게 되었다는 자부심 그리고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자연법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간에 모든 혁명 속에 자리하는 저항적이고 반역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스파르타쿠스는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역모를 일으키지 않았다. 만약 인권이 마구잡이로 짓밟히지 않았더라면, 프랑스혁명은 발발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세상의 모든 혁명은─실러가 『빌헬름 텔』에서 언급했듯이─독재자 게슬러의 모자에 부착된 인권 모독이라는 <불편함>에 대항함으로써 출현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마르크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계급과 계급적 대립으로 이루어진 지난 시민사회 대신에 계급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그곳에서 모든 사람들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 급진적 자연법이 근본적으로 국가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은 그것이 자유의 나라, 계급 없는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자연법은 미래를 향해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경우, 바로 이 경우에 한해서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실정법 밖에서 본 구속된 인간의 존엄성
그동안 법철학자들이 자연법과 실정법의 간극을 메우려 한 것과는 달리, 블로흐는 이 책을 통해 실정법을 전면으로 비판하며 다시금 자연법을 진정한 법 유토피아로 설정하고 있다. 법적 정의가 권력자와 동일한 입법자에게서 나오는 이상 <무엇이 진정한 법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애초에 자연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법과 인간의 존엄성』은 당장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의 모든 현실과 일상을 촘촘하게 엮고 있는 실정법 밖에서, 우리 자신을 보게 하는 힘을 지닌 텍스트이다. 블로흐가 주장하는 저항의 기개가 담긴 이 책은 편향된 법실증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며 충분히 논쟁적이다.
블로흐의 『자연법과 인간의 존엄성』은 현대의 법철학적 조류를 고려한다면 비주류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현대의 법철학자들은 마르크스주의에 근거한 블로흐의 견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철학 자체가 보수적이고 권력 지향적 성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19세기의 역사법학파의 영향은 결국 카를 슈미트의 법 결정주의로 이어졌으며, 파시즘 국가에 이론적 논거를 제공하였습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물론 19세기 법학자들 가운데 안젤름 포이어바흐와 같이 진보적 보호 이론을 표방하는 자들도 많았습니다. 현대의 법철학자들 가운데 일부는 (흐로티위스의 진보적 성향을 따르는) 법적 자유주의 견해를 추종하는 반면, 일부는 (홉스와 마키아벨리의 보수적 성향을 따르는) 역사법학파의 실정법적 견해에 동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가지 조류는 약간의 차이만 드러낼 뿐이며, 이른바 자유주의라는 공통분모를 지닙니다. 이에 비하면 마르크스의 법철학 사상은 소련의 법철학인 파슈카니스가 정치적으로 제거된 이후로 거의 명맥이 끊겨 있었습니다. 블로흐의 책은 자연법의 역사를 고려할 때 바로 이러한 명맥을 이어 주는 문헌임에 틀림없습니다. 한마디로 『자연법과 인간의 존엄성』은 법의 내부에서 모든 것을 고찰하지 않고, 법의 바깥에서 법과 법 유토피아를 조감하기에 이 책은 참으로 귀중한 문헌입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목차
서문
1. 너무 많이 적용된다
2. 항상 제삼자가 결정한다
3. 법적 감정
4. 법규범에 대항하는 첫 번째 투사들
5. 에피쿠로스와 스토아학파의 자연법에 관하여
6. 스토아학파가 생각한 범죄의 이념 그리고 로마법
7. 토마스 아퀴나스의 상대적 자연법과 종교개혁의 자연법
8. 상대적 자연법에 합당한 이상: 위로부터의 정의
9. 알투스, 홉스, 흐로티위스, 상대주의의 자연법 그리고 법에 관한 입장들
10. 재론: 상대주의 자연법, 수학적 구성 그리고 자연종교와의 관련성
11. 루소의 사회계약론, 미국의 독립선언, 인간의 권리
12. 칸트와 피히테의 자연 없는 자연법: 선험적 이성의 법칙
13. 실정법 내에서의 법의 열정에 관하여 ─ 미하엘 콜하스 그리고 미노스의 근엄함
14. 안젤름 포이어바흐 그리고 사비니와 셸링의 어두운 자연에 드리워진 이성법의 운명
15. 바흐오펜, 가이아-테미스 여신 그리고 자연법
16. 대립 : 가이아-테미스 여신 그리고 자연법 사상가들에게 끼친 그들의 지속적인 영향력
17. 스틱스 강에서의 맹세 ─ 헤겔의 법철학에 담긴 중의적 개념으로서의 우주
18. 죽음 그리고 후기 자본주의의 자연법이 주장하는 가상적 삶
19. 아포리아들 그리고 삼색기에 담긴 유산: 자유, 평등, 동지애
20. 법과 자연법에 대한 마르크스의 거리감: 계급을 극복하는 핵심인 자연법의 <의연한 자세>
21. 시민의 대립 그리고 계급 없는 해결책에 담긴 주체의 법과 객체의 법: (행하는 능력, 행하는 규범)
22. 법과 도덕을 구분하거나 결합하는 문제(도덕 대신 자연법)와 둘을 가치에 합당하도록 균형 잡기
23. 형법, 비극, 범죄를 실질적으로 거부하는 일
24. 국가의 기원, 국가의 법, 〈지배의 비밀〉 그리고 그 반대 사항
25. 국가로 변한 신 그리고 공동체 속의 권리
26. 첨부 자료 | 비참한 현실을 극복하려던 독일 학자 크리스티안 토마지우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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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스트 블로흐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