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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로컬리티 번역총서 L1

공간, 장소, 경계: 공간의 사회학 이론 정립을 위하여

대등서명
Räume, Orte, Grenzen
발행사항
서울 : 에코리브르, 2010
형태사항
415 p. ; 24 cm
ISBN
9788962630343 9788962630336(세트)
청구기호
331 S381r
서지주기
참고문헌(p. 371-404)과 색인(p. 405-415)수록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3930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3930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공간의 종말에서 공간의 사회학으로

“공간과 시간이 무엇이냐는 질문 저 너머 중요한 것은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다루어지느냐는 것이다. 이때 공간은 보존자의 역할을 맡게 되는 듯 보이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고정적인 것, 정체가 아니라 계속성과 지속성을 의미해야 한다.”

현대 사회학에서 ‘공간’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이 세 줄의 문장이 효과적이면서도 압축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 장소, 경계≫는 현대 사회학에서 ‘공간’이 계속성과 지속성을 획득하기까지 지나온 긴 여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이 연구에는 공간 이해가 가져오는 결과는 무엇이며, 가까움과 장소의 특권을 포기하면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 하는 물음이 중심을 이룬다.
이를 위해 지은이는 먼저 공간이 무엇을 의미하며 그동안 사회학에서는 왜 공간을 망각하고 있었는지를 살핀다. 이어서 자연과학과 철학에서 ‘공간’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살핀 다음, 고전 사회학자들이 ‘공간’을 어떤 태도로 바라보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대 사회학에서 ‘공간’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조망한다.
지은이가 이러한 탐색과 분석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은 구성주의적 공간 개념을 다룰 때 나타나는 여러 국면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따라가기 위해 정치적 공간, 도시적 공간, 가상적 공간, 신체 공간을 실례 분석하면서 정치, 도시, 가상, 몸의 주제 분야에서는 어떤 공간관이 드러나는지 질문한다. 이때 상대적 공간이라는 생각이 세계화 과정, 매개된 소통, 신체 구상에 대한 설명에서 갈수록 더 큰 의미를 띤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왜 사회학에서는 ‘공간’을 그렇게 오랫동안 망각하고 있었는가?
사회학에서 공간이 기껏해야 부차적인 의미만을 지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학문으로서 사회학의 탄생 시기, 2. 정신사적으로 오랜 전통이 되어온 공간 개념의 내포적 의미, 3. 타학문과 이루는 관계, 4. 근공간과 공간 개념의 동일시.
첫 번째 이유는 사회학의 탄생 시기가 민족국가 확립기가 일치한다는 데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사회는 사회적인 것이 일어나는 그릇[容器], 컨테이너와 같은데, 이때 사회라 함은 바로 민족국가와 동일시되었다. 이 시기에 유행하던 관념론 철학 역시 시간성을 강조하는 데 사로잡혔다. 의식철학이 워낙 높은 위상을 차지했기에 시간을 의식에 귀속시켰고, 따라서 공간은 등한시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사회란 사회변동으로 나타났으며 시간은 동적인 것으로 공간은 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공간은 변동과 변화의 성향을 지닌 사회학이론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였다. 세 번째, 공간을 희생하고 시간을 고집하는 것이 어떤 학문들과는 교환과 논의를 추구하게 했겠지만, 또 어떤 학문과는 필연적으로 그 반대 결과를 낳았다. 역사학과는 빈번하게 접촉했지만 ‘공간학 그 자체’로 간주되는 지리학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 그런데도 사회학은 시간을 완전히 역사학에 점령당하고, 단지 사회적인 것에 대한 학문으로서만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야 비로소 반성이 일고 있다. 특히 인문지리학과 이루는 관계에서. 마지막으로 근공간과 공간 개념을 동일시하는 문제는, 사회적인 것을 단지 구체적인 장소에 결부시키고 지역 고정성으로 전제하는 것에 있었다.


철학과 물리학에서는 ‘공간’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여기에서 지은이는 공간이 철학적/과학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고찰한다. 공간이 사회적 과정으로서 의미를 얻으려면 일단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데는 모두들 동의한다. 이를 전제로 살펴보면 한편에는 상대주의적 공간 개념이, 다른 한편에는 절대주의적 공간 개념이 존재하면서 논쟁을 이룬다. 이 획기적인 공간 이해를 위해 지은이는 다음과 같은 틀을 제시한다.

“우리는 공간에 대한 이러한 두 가지 견해를 서로 대립시킬 수 있다.
a) 물체세계의 저장성
b) 모든 물리적 대상의 ‘용기(容器)’로서의 공간
a)의 경우 물체가 없는 공간은 생각할 수 없다. b)의 경우 어떤 물리적 공간도 공간 안에서만 생각할 수 있다. 즉 그렇다면 공간은 분명 물리적 세계보다 상위의 실제로 나타난다.”

그러면서 저자는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어떻게 공간을 파악했는지에 대해 개관한다.
그러면서 먼저 고대의 두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다룬다. 플라톤은 존재와 생성의 두 범주가 이 세계를 기술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므로 제3의 항존자, 즉 공간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플라톤은 공간을 배타적인 제3자로서 발견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설명이 일반적인 차원에 그쳤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공간이 몸으로 점유하는 모든 장소의 총합으로서 장소 자체가 공간의 부분이며 공간의 경계는 공간을 받아들이는 몸체의 경계와 일치한다고 여겼다. 따라서 그는 체험의 철학자이다. 그는 운동을 전제하고, 그 운동의 원인을 묻는다. 즉 궁극적으로는 물체에는 모두 경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그에게서 우리는 상대적인 공간관을 엿볼 수 있고, ‘서로 연결된 관계들의 체계’로서의 공간을 인지하게 된다.
르네상스로 건너오면 공간 개념이 사물에서 독립된다. 즉 사물의 본질과 실재보다는 상호관계를 강조하면서 공간의 상대주의에 무게를 둔다. 여기서 우리는 뉴턴과 라이프니츠라는 두 거장을 만날 수 있다. 전자가 절대 공간을 설파한다면 후자는 상대 공간에 크게 기울어져 있었다. 뉴턴에 따르면, 절대 공간이 우리 인식과 관찰을 벗어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상대적이고 움직이는 공간을 관찰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공간이지만, 그 상대적인 공간을 관찰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진실한 공간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라이프니츠는 이와 정반대에 서 있다. 그에게는 공간 이념을 규정하는 데 위치 관계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러면서 그는 “엄격히 말해서 사람들은 ‘이 물체가 이 장소에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되며 ‘이 물체는 다른 물체에서 볼 때 이 장소에 있다’고 말해야만 한다”라고 말한다.
칸트는 모두를 수용하지만 그럼에도 절대적 공간에 기울어져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공간의 상대성과 시공간의 통일성을 강조한다. 그 말은 바로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관찰자의 기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저자가 사회학 이론을 다루기에 앞서 공간에 대한 철학적 과학적 입장을 먼저 개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두 입장이 공간에 대한 사회학적 사유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공간을 어떻게 복원시킬 것인가?
절대공간 개념과 상대공간의 개념 사이에 놓인 차이는 사회학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첫 번째 모델에서 공간은 자기 속에 들어 있는 물체를 위한 주머니일 뿐이다. 공간은 사물들이 담길 수 있고 그 속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는 하나의 곽이나 상자, 수용기(“container”)와 같다(Einstein). 두 번째 모델에서 공간은 어떤 단순한 사실(소여성所與性)이 아니고, 사회적 조작을 통해 비로소 한 공간이 구성된다. 우리가 보았듯이 절대공간관과 상대공간관을 추구하는 이들 사이에 벌어진 오랜 논쟁은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충돌에서 아주 첨예하게 대립했고, 그 논쟁에서 결국 뉴턴이 명백한 승자가 되었다. 그러다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면서 수용기의 절대주의적 모델은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에 의해 최종적으로 수용기 모델과 단절하고, 오래전에 사회과학에서도 결정적인 노선 조정이 있었는데도 아직까지 사회과학에서 공간관의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사회학 내부의 방치된 범주로서 공간에 대한 명제를 생각해보면, 이를 다음과 같이 섬세하게 개관할 수 있다. 즉, 이제는 우리에게 공간 표상이 전혀 없었다기보다 우리가 수용기 개념을 줄곧 은근하고 암묵적으로 수용해왔다는 것이다. 이때 수용기-공간 표상을 사회과학에 옮겨온 것은 숙명적인 가정을 낳았으니, 사회적 공간은 정치적, 경제적 공간과 겹치며 국가의 각 영토상 경계에 끝이 난다는 것이 그 숙명적인 가정이다.
다음에 이어 에밀 뒤르켕, 게오르크 짐멜, 피에르 부르디외, 앤서니 기든스, 니클라스 루맨의 사회 이론들이 다루어지는데, 이들의 이론이 선택된 이유는 물리학과 철학에서 나온 공간이론적 관념의 함축적 수용이 그들에게서 증명될 뿐 아니라 그들에게서--물론 서로 범위는 다르지만--공간의 문제에 대한 명백한 논쟁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제기된다. 각 이론가들이 절대주의적 공간관 혹은 상대주의적 공간관 중 어느 편에 동조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 둘을 혼합시켜 작업하고 있는가? 이러한 공간 개념들은 그들이 사회이론을 구상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런 개념들은 어떻게 투입되는가? 그리고 그런 투입의 결과는 무엇인가?
그러나 여기에 언급된 모든 고전 사회학자들이 취한 공간 개념을 광범위하게 다룰 수는 없다. 단 몇 줄로 요약한다.
우리는 짐멜에게서는 물리적 공간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공간이 나타나고, 용기(容器) 개념과 상대적 공간 이해가 그가 쓴 저서에 이용되고 있음을 본다. 부르디외는 특히 물리적 공간과 사회적 공간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한 데 비해, 기든스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행위자를 통한 적극적인 용기 생산이 있음을 지적한다. 루만은 다시 물리적 공간과 영토로서의 공간이라는 통상적 공간 이해를 다루는 데 비해, 슈티히베는 다시 공간 그 자체, 사회에 의해 통제받아야만 하는 공간, 자연적으로 주어진 공간으로서의 공간을 등장시킨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사회학에 공간이 복원되고 있는 사실을 규명하여 사회학 속에서 공간이 어떻게 자리를 잡을 것인가를 전망하는 것이다.


사회학에 공간이 돌아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사회학 속에 공간 콘셉트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징후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여러 징후들이 나타날 것은 분명하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문제 삼을 것이다.
사실 ‘국민국가의 종말’은 바로 공간의 종말을 의미했다. 근대에는 공간이 국민국가적 공간(국가의 영토)과 동일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국민국가 소멸은 곧 공간 소멸과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국민국가가 해체되는 데 개입된 매개체는 무엇일까?
현대사회에서 말하는 ‘지구화 문제’이다. 여기에서는 국민국가와 동일하게 생각했던 공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것은 공간과의 전반적인 결별을 의미했다. 이와는 반대로, 그렇다면 인간의 활동은 지구화 시대에 어디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가?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만나게 된다. 다시 말해 미디어와 지리정치학을 그 매개로 삼아 사라졌던 공간이 다시 복원된다. 이전에 분리되었던 장소들의 간극이 쉽게 채워지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고, 사회학 관점에서 보면 그 정반대로 이전에 분리되었던 장소끼리 상호 접근함으로써 비로소 공간이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간과 공간의 중첩이다. 지구화되면 될수록 공간과 시간의 동시다발성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공간적인 것이 시간적인 것이 되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늘 존재해왔던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다양하고 서로 모순되는 시간 경향과 흐름이 시간적으로 공존할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 이러한 생각이 미셸 푸코가 ‘공간의 시대’(우리는 ‘동시성의 시대’라고 말하는)에 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공간의 병존인 것이다.
그래서 지구화는 첫째, 공간의 문제를 논의 대상이 되게 하고, 둘째, 시간 문제가 공간 문제로 대체되는 현상을 다루게 한다. 거기에 새로운 ‘공간의 사회학’이 존재한다.
목차

1부 공간 이론
1. 사회학의 공간 망각에 대하여
2. 철학과 물리학의 공간 개념
2.1 고대의 공간 표상: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2.2 르네상스 철학과 무한한 공간
2.3 뉴턴과 절대공간
2.4 라이프니츠와 상대적 공간
2.5 칸트: 직관의 순수형식으로서 공간
2.6 아인슈타인과 상대적 공간
2.7 요약과 결과
3. 사회학의 공간 개념
3.1 공간의 사회적 구성-에밀 뒤르켕
3.2 공간 성질과 공간 구성물-게오르크 짐멜
3.3 물리적 공간과 사회적 공간-피에르 부르디외
3.4 공간과 근대사회 조직-앤서니 기든스
3.5 공간 부재의 사회-니클라스 루만
4.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우리는 비장소적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5. 공간의 사회학을 위하여


제2부 사례 분석
1. 정치적 공간
1.1 정치성의 영토화와 국민국가의 탄생
1.2 정치성의 탈영토화와 국민국가의 종말
1.3 정치성의 재영토화, 새로운 정치적 공간의 발명
1.4 하나의 공간이 아니라, 공간들이다: 공간 관계의 다양화에 대하여
2. 도시적 공간
2.1 도시: 문명의 장소인가 야만의 장소인가?
2.2 공적 공간의 사적 공간화
2.3 단일체로서 도시와 점증하는 파편화
2.4 도시의 탈중심화와 주변의 가치절상
2.5 도시 내 이방인-만남인가 도피인가
2.6 다른 눈으로: 과정으로서의 도시에 대하여-경험적 도시 연구에 미치는 결과
3. 가상공간
3.1 “정보고속도로”에서 “정보의 바다”로-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은유
3.2 유동적인 것의 고정화-사이버스페이스 속의 점거인가?
3.3 사이버스페이스의 발전-공간혁명인가
4. 신체 공간
4.1 신체로서 공간
4.2 공간으로서 신체
4.3 신체와 공간-경계의 위치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