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슬라비카 총서 4
민족의 이름으로: 현대 러시아의 민족주의와 정치
- 대등서명
- In the name of the nation
- 개인저자
- 마를렌 라뤼엘 지음 ; 김태연 옮김
- 발행사항
- 서울 : 그린비출판사, 2012
- 형태사항
- 400 p. ; 23 cm
- 총서사항
- 슬라비카 총서
- ISBN
- 9788976827661
- 청구기호
- 340.21 라237ㅁ
- 일반주기
- 원저자명: Marlene Laruelle
- 서지주기
- 참고문헌(p. 355-388)과 색인 수록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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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3999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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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자료실
책 소개
민족주의, 현대 러시아를 움직이는 숨은 힘!
‘민족의 이름으로’ 만들어져 온 포스트소비에트의 정치사회사!!
다시금 소비에트 시절의 영광을 향해 전진하는 ‘강대국’으로서의 러시아, 혹은 “석유와 가스를 무기처럼 휘두르고, 인종주의자 스킨헤드의 폭력이 난무하며, KGB의 뒤를 이은 안보기관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고, 냉전 시기로 되돌아간 나라”로서의 러시아. 오늘날의 러시아를 두고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이 두 상반된 이미지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2011년의 부정선거와 이어지는 시위가 오랫동안 은폐 혹은 외면되어 왔던 러시아 사회의 여러 모순들을 수면 위로 띄워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 ‘동전의 정체’를 직시하지 않은 채 단순히 독재와 민주화의 프레임으로만 이 사태를 읽어 내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평면화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족주의, 이것이 바로 국가적 자부심과 일그러진 배타성을 함께 가진 그 동전의 실체이다. 국내 러시아 사회문화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자 야심차게 기획된 그린비출판사 슬라비카 총서의 세번째 권(시리즈 번호로는 4권)인 이 책 『민족의 이름으로』는 현대 러시아의 복잡다단한 정치·사회적 현실을 ‘러시아 국가와 국민의 욕망이 만들어 낸 합작품’으로서의 민족주의를 통해 진단해 낸 역작이다. 러시아 민족주의 연구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저자 마를렌 라뤼엘은 민족주의에 대한 고전적·이론적 논의 틀에 머물지 않고, 러시아의 여러 정치적 주체들(운동단체, 야당, 대통령 정당, 정교회, 군대 등)이 민족주의를 어떻게 나름의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민족주의의 어떤 면모가 그것을 가능케 하는지, 그것은 어떠한 효과를 불러일으켰고 또 국민들은 여기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 등 ‘현실에서 작동하는’ 민족주의의 양상들에 주목함으로써 러시아 사회를 움직이는 잠재된 욕망을 면밀히 분석해 낸다.
반식민주의로서의 민족주의 담론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혹은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서 민족이 ‘국가’로 등치되어 혼용되어 왔기 때문인지, 한국 사회에서 민족주의에 대한 이해는 다소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밝히는 것처럼 러시아 민족주의가 ‘애국주의, 강대국주의, 국가주의’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현실 또한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알아채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또한 민족주의가 단순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한 민족(혹은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된 역사적·문화적 표지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민족주의의 이질성·혼종성·유동성·변동성에 주목하는 이 책을 통해 ‘민족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어 온 폭력과 자기기만, 추동되어 온 열정과 자신감까지도 폭넓게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민족주의, 지배층이 제안하는 새로운 사회계약
소련 해체 이후 옐친의 자유주의적 개혁이 표류하고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아 가면서 러시아 사회는 혼돈에 빠져들었고 러시아인들의 마음속에는 패배감과 무력감이 자리 잡았다. 이 시기의 각종 설문조사에서 드러나듯, 그들은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했고 러시아의 그 무엇에 대해서도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270~271쪽).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 시민들은 무엇보다도 국가의 ‘정상화’, 즉 “법을 집행하는 정부의 능력이라는 의미에서 정치적 질서의 확대, 사회적 지위의 획득과 유지를 위한 치안의 확대”를 갈망했고(9쪽), 이에 화답하여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바로 ‘민족주의’였던 것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푸틴과 그에 호응한 관료집단은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의 초강대국으로서의 기억과 자부심을 각성시키면서 국가 질서를 재편해 갔고, 여기에 유가 상승이라는 호재는 침체되어 있던 경기를 끌어올렸다. 러시아인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미래를 낙관하게 되었다.
기실 러시아 사회의 문제점은 그간 심심치 않게 지적되어 왔다. 체첸 등 주변 공화국들에 대한 위압적 태도, 유학생과 이주민에게 가해지는 인종 범죄, 민주 언론인에 대한 테러, 스탈린에 대한 공공연한 향수 등 배제의 메커니즘과 이에 수반되는 폭력이 낙인처럼 따라다녔지만, 러시아 국가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하는 선에서 이를 묵인하고 심지어는 조장해 왔으며, 국민들은 ‘중산층’을 향한, 그리고 ‘정상 상태’를 향한 열망으로 이러한 문제가 가져오는 불의와 불편을 눈감아 왔다. 저자에 따르면, “정상성의 추구는 러시아에서 자리를 잡은 민족주의적 열풍에서 중심적인 요인”이었다(9쪽).
이런 점에서 러시아 민족주의를 단순히 극우파가 사적 이익을 위해 몽매한 대중들 사이에 놓은 덫이라든가 삐뚤어진 애국심의 산물이라든가 혹은 사회 주변부에만 국한된 현상으로 보는 것은 섣부르고도 단편적인 시각이다. 러시아 민족주의는 힘든 분열의 시기에 사회적 응집력을 보장해 주는 동시에 시민들을 통합시키고 엘리트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권력층이 사회에 제안한 새로운 사회계약”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제 민족주의는 러시아 정치 스펙트럼 전체를 지배하게 되었고, 공인들은 민족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자신들의 선택을 변호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정당성도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러시아 민족주의는 오늘날 러시아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인 것이다.
다양한 정치적 주체들의 민족주의 활용법
푸틴은 새 천년을 앞둔 한 연설에서 “애국주의를 잃어버리면 우리는 위대한 업적을 이룰 능력을 가진 민족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라고 설파한 바 있다. 공식 석상에서 용어 사용의 민감함 때문에 ‘애국주의’라는 단어로 우회했지만, 그 실질적인 내용은 사실상 민족주의에 대한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푸틴의 소속 정당이자 의회 다수당으로서 장기 집권 중인 통합러시아당은 민족주의를 근대화·정상화·서구화라는 러시아의 세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 보면서 국민들의 사회적 요구를 애국 담론에 기반한 ‘보수적 중도주의’의 입장에서 통합해 내는 데 주력한다. 이는 4장 「보수적 중도주의로서의 민족주의: 통합러시아」의 내용을 이룬다.
이 책은 통합러시아당 이외에도 여러 정치적 주체들의 민족주의 전략을 꼼꼼히 분석해 낸다. 각 장의 제목과 부제는 이를 압축적으로 묘사하는데, 3장 「포퓰리즘으로서의 민족주의: 이의 제기 정당들」은 통합러시아당의 그늘에 가려 있는 공산당, 자민당, 조국당의 세 개 야당이 민족주의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이들은 몰인정한 엘리트를 비난하고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지지하면서 질서, 위계, 도덕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데, 이는 민족주의를 포퓰리즘으로 활용함으로써 통합러시아당의 빈틈을 노리는 전략이다. 한편 2장 「반대 세력으로서의 민족주의: 원외 진영」은 의회 밖에서 투쟁하는 극렬 민족주의/인종주의 집단을 다루는데, 스킨헤드나 불법이주반대운동 같은 단체들이 민족주의를 어떤 형태로 전유하여 자신들의 폭력의 근거로 삼았는지를 추적한다. 5장 「사회적 합의로서의 민족주의: 애국주의 브랜드」는 정교회, 학교, 군대, 관공서 등의 기타 기관들이 ‘애국’이라는 합의된 가치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처럼 이 책은 ‘민족주의’라는 거대한 주제가 실제의 정치 현실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읽히고 사용되는지를 다각도에서 분석함으로써 현대 민족주의 연구의 한 독창적 전범을 보여 준다. 러시아 정치 현실의 지형도를 조명하는 데 탁월한 시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공유되는 반제·반식민 투쟁의 도구로서의 민족주의 혹은 서유럽에서 극우 이데올로기로 폄하되는 민족주의라는 편협한 틀을 벗어나 ‘사회 전체가 합의하고 공유하는 구성물’로서의 민족주의로 그 시각과 의의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민족의 이름으로’ 만들어져 온 포스트소비에트의 정치사회사!!
다시금 소비에트 시절의 영광을 향해 전진하는 ‘강대국’으로서의 러시아, 혹은 “석유와 가스를 무기처럼 휘두르고, 인종주의자 스킨헤드의 폭력이 난무하며, KGB의 뒤를 이은 안보기관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고, 냉전 시기로 되돌아간 나라”로서의 러시아. 오늘날의 러시아를 두고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이 두 상반된 이미지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2011년의 부정선거와 이어지는 시위가 오랫동안 은폐 혹은 외면되어 왔던 러시아 사회의 여러 모순들을 수면 위로 띄워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 ‘동전의 정체’를 직시하지 않은 채 단순히 독재와 민주화의 프레임으로만 이 사태를 읽어 내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평면화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족주의, 이것이 바로 국가적 자부심과 일그러진 배타성을 함께 가진 그 동전의 실체이다. 국내 러시아 사회문화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자 야심차게 기획된 그린비출판사 슬라비카 총서의 세번째 권(시리즈 번호로는 4권)인 이 책 『민족의 이름으로』는 현대 러시아의 복잡다단한 정치·사회적 현실을 ‘러시아 국가와 국민의 욕망이 만들어 낸 합작품’으로서의 민족주의를 통해 진단해 낸 역작이다. 러시아 민족주의 연구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저자 마를렌 라뤼엘은 민족주의에 대한 고전적·이론적 논의 틀에 머물지 않고, 러시아의 여러 정치적 주체들(운동단체, 야당, 대통령 정당, 정교회, 군대 등)이 민족주의를 어떻게 나름의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민족주의의 어떤 면모가 그것을 가능케 하는지, 그것은 어떠한 효과를 불러일으켰고 또 국민들은 여기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 등 ‘현실에서 작동하는’ 민족주의의 양상들에 주목함으로써 러시아 사회를 움직이는 잠재된 욕망을 면밀히 분석해 낸다.
반식민주의로서의 민족주의 담론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혹은 단일민족의 신화 속에서 민족이 ‘국가’로 등치되어 혼용되어 왔기 때문인지, 한국 사회에서 민족주의에 대한 이해는 다소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밝히는 것처럼 러시아 민족주의가 ‘애국주의, 강대국주의, 국가주의’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현실 또한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알아채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또한 민족주의가 단순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한 민족(혹은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된 역사적·문화적 표지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민족주의의 이질성·혼종성·유동성·변동성에 주목하는 이 책을 통해 ‘민족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어 온 폭력과 자기기만, 추동되어 온 열정과 자신감까지도 폭넓게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민족주의, 지배층이 제안하는 새로운 사회계약
소련 해체 이후 옐친의 자유주의적 개혁이 표류하고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아 가면서 러시아 사회는 혼돈에 빠져들었고 러시아인들의 마음속에는 패배감과 무력감이 자리 잡았다. 이 시기의 각종 설문조사에서 드러나듯, 그들은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했고 러시아의 그 무엇에 대해서도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270~271쪽).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 시민들은 무엇보다도 국가의 ‘정상화’, 즉 “법을 집행하는 정부의 능력이라는 의미에서 정치적 질서의 확대, 사회적 지위의 획득과 유지를 위한 치안의 확대”를 갈망했고(9쪽), 이에 화답하여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바로 ‘민족주의’였던 것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푸틴과 그에 호응한 관료집단은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의 초강대국으로서의 기억과 자부심을 각성시키면서 국가 질서를 재편해 갔고, 여기에 유가 상승이라는 호재는 침체되어 있던 경기를 끌어올렸다. 러시아인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미래를 낙관하게 되었다.
기실 러시아 사회의 문제점은 그간 심심치 않게 지적되어 왔다. 체첸 등 주변 공화국들에 대한 위압적 태도, 유학생과 이주민에게 가해지는 인종 범죄, 민주 언론인에 대한 테러, 스탈린에 대한 공공연한 향수 등 배제의 메커니즘과 이에 수반되는 폭력이 낙인처럼 따라다녔지만, 러시아 국가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하는 선에서 이를 묵인하고 심지어는 조장해 왔으며, 국민들은 ‘중산층’을 향한, 그리고 ‘정상 상태’를 향한 열망으로 이러한 문제가 가져오는 불의와 불편을 눈감아 왔다. 저자에 따르면, “정상성의 추구는 러시아에서 자리를 잡은 민족주의적 열풍에서 중심적인 요인”이었다(9쪽).
이런 점에서 러시아 민족주의를 단순히 극우파가 사적 이익을 위해 몽매한 대중들 사이에 놓은 덫이라든가 삐뚤어진 애국심의 산물이라든가 혹은 사회 주변부에만 국한된 현상으로 보는 것은 섣부르고도 단편적인 시각이다. 러시아 민족주의는 힘든 분열의 시기에 사회적 응집력을 보장해 주는 동시에 시민들을 통합시키고 엘리트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권력층이 사회에 제안한 새로운 사회계약”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제 민족주의는 러시아 정치 스펙트럼 전체를 지배하게 되었고, 공인들은 민족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자신들의 선택을 변호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정당성도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러시아 민족주의는 오늘날 러시아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인 것이다.
다양한 정치적 주체들의 민족주의 활용법
푸틴은 새 천년을 앞둔 한 연설에서 “애국주의를 잃어버리면 우리는 위대한 업적을 이룰 능력을 가진 민족으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다”라고 설파한 바 있다. 공식 석상에서 용어 사용의 민감함 때문에 ‘애국주의’라는 단어로 우회했지만, 그 실질적인 내용은 사실상 민족주의에 대한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푸틴의 소속 정당이자 의회 다수당으로서 장기 집권 중인 통합러시아당은 민족주의를 근대화·정상화·서구화라는 러시아의 세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로 보면서 국민들의 사회적 요구를 애국 담론에 기반한 ‘보수적 중도주의’의 입장에서 통합해 내는 데 주력한다. 이는 4장 「보수적 중도주의로서의 민족주의: 통합러시아」의 내용을 이룬다.
이 책은 통합러시아당 이외에도 여러 정치적 주체들의 민족주의 전략을 꼼꼼히 분석해 낸다. 각 장의 제목과 부제는 이를 압축적으로 묘사하는데, 3장 「포퓰리즘으로서의 민족주의: 이의 제기 정당들」은 통합러시아당의 그늘에 가려 있는 공산당, 자민당, 조국당의 세 개 야당이 민족주의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이들은 몰인정한 엘리트를 비난하고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지지하면서 질서, 위계, 도덕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데, 이는 민족주의를 포퓰리즘으로 활용함으로써 통합러시아당의 빈틈을 노리는 전략이다. 한편 2장 「반대 세력으로서의 민족주의: 원외 진영」은 의회 밖에서 투쟁하는 극렬 민족주의/인종주의 집단을 다루는데, 스킨헤드나 불법이주반대운동 같은 단체들이 민족주의를 어떤 형태로 전유하여 자신들의 폭력의 근거로 삼았는지를 추적한다. 5장 「사회적 합의로서의 민족주의: 애국주의 브랜드」는 정교회, 학교, 군대, 관공서 등의 기타 기관들이 ‘애국’이라는 합의된 가치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처럼 이 책은 ‘민족주의’라는 거대한 주제가 실제의 정치 현실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읽히고 사용되는지를 다각도에서 분석함으로써 현대 민족주의 연구의 한 독창적 전범을 보여 준다. 러시아 정치 현실의 지형도를 조명하는 데 탁월한 시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공유되는 반제·반식민 투쟁의 도구로서의 민족주의 혹은 서유럽에서 극우 이데올로기로 폄하되는 민족주의라는 편협한 틀을 벗어나 ‘사회 전체가 합의하고 공유하는 구성물’로서의 민족주의로 그 시각과 의의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목차
서문 7
1장 민족주의: 도전을 받아들이는 방식? 26
특정한 역사적 맥락: 1991년 이후의 러시아 27
외국인혐오증: 러시아의 대중적 현상 65
2장 반대 세력으로서의 민족주의: 원외 진영 92
소위 극우파: 다면적인 현실 94
사회적 동원을 찾아서: 스킨헤드 현상 112
이주자 반대: 오랫동안 기다린 이데올로기적 합의? 131
3장 포퓰리즘으로서의 민족주의: 이의 제기 정당들 152
‘건설적 반대파’: 공산당과 자민당 154
‘조국’: 올바른 생각을 지닌 민족주의의 새로운 얼굴 182
4장 보수적 중도주의로서의 민족주의: 통합러시아 209
크렘린의 비호 아래 애국주의의 재탄생 211
이데올로기를 찾고 있는 대통령 정당? 235
5장 사회적 합의로서의 민족주의: 애국주의 브랜드 268
애국주의를 통한 민족적 자부심의 공식화 270
상징자원의 고취: 도구로서의 정교회 281
민족의 은유로서의 군대 308
결론 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