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이후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전환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지구화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지구상의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유엔 회원국으로,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의 회원국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WTO 회원국으로 지구적인 정치경제 질서에 편입되어 있다. 이러한국제적 흐름에서 고립된 섬으로 남아 있는 나라가 북한과 쿠바라고 하겠다.유엔 회원국 중 국제통화기금 및 세계은행의 회원국이 아닌 나라는 이 두나라밖에 없다. 북한의 경우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추진한 핵개발이 핵심적 걸림돌이 되었다. 북한은 미국과 핵폐기를 둘러싼 대립과 협상을 수차례 반복하는 과정에서 핵능력을 대폭 강화했지만 그 대가로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감수해야만 했다. 탈냉전 이후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여 왔다.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과 새로운 에너지 개발이 결합된 제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고 할 정도로 그 변화의 깊이와 폭은 상상을 넘어설 정도이다. 제레미 리프킨(JeremyRifkin)은 “태양력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인터넷 기술이 결합하는 것”을 3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아직 이러한 변화가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난 20 년간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은 것이 ‘지식’과 ‘정보’이다. 지식경제, 지식산업, 정보산업, 정보사회 등의 용어는 너무 많이 사용되어서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북한에서도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 이용이 많아지고 있고 휴대폰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정보통신은 자국에서만 이용할 수 있게끔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이용자들은 국외의 정보나 지식에 자유로이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또한 유일지배체제로 인해 북한에서는 정보 및 지식의 생산과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지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정보통신 이용 인구가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게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한 문제는 거의 해결되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이렇게 상당히 오랫동안 폐쇄적 체제가 유지되면서 북한의 개발역량은 상당히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북한의 개발역량은 어떠한 상태에 있는가? 우리는 개발역량을 가장 단순하게 개인 차원과제도적 차원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개인 차원에서는 경제발전을 추진할 전문가들이 제대로 양성되어 있지 못한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하겠다.북한의 교육은 아직도 이데올로기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체계를 통해 배출된 정책 전문가, 관료, 학자들은 시장경제 및 세계경제에 대한 전문성을 제대로 갖출 수가 없는 것이다. 제도적 차원에서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한 자본주의 비판담론이 공식담론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고, 북한의 헌법 및 법률은 시장경제의 핵심인 개인의 소유권을 보장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장경제의 주요요소인 가격, 환율, 금융, 무역 등과 관련한 제도가 아직 발전되어 있지 못하다. 이렇게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와 부합하지 않는 북한의 개발역량은 북한이 본격적으로 경제발전을 추진하게 될 경우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북한도 이러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어서국제기구에 협력을 요청한 바 있고, 이에 따라 몇몇 국제기구가 북한의역량발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북한의 역량발전을지원한 국제기구로는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UNESCAP) 등이 있고, 양자 공여기구로는 유럽연합(EU)과 스위스개발협력청(SDC), 민간단체로는 유럽 및 미국 NGO가 있다. 일찍부터 북한의역량발전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한 이들 기구의 노력은 매우 높이 평가된다.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의 역량발전 지원 프로그램이 어떠한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구들 사이의 협력이 매우 낮았다는 점, 그리고 교육 대상이 대부분 기술 관료 또는 하위실무자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교육에 참여한 개개인들을 넘어서서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명확해 보인다. 한편 국제사회에서는 원조 효과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수원국의 오너십(ownership)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오너십은 두 가지의 측면에서 검토되어져야 하는데, 하나는 수원국이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조건에 대한 것과 다른 하나는 수원국이 오너십을 행사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한 것이다. 오너십의 조건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공여국 중심의 원조 관행을 개선하려는 것으로 나아갔고, 오너십 역량과 관련해서는 수원국의 역량발전을 상위의 의제로 올려놓았다. 현재 북한은 핵개발로 인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고 있어서 대북개발협력은 당장 눈앞의 과제가 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지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대북개발협력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북한의 역량발전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부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역량발전과 관련해서 국제기구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북한의 역량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다음과 같이 단계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국제기구의 대북한 역량발전 지원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 우리 정부와 국제기구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남북관계가 경색된 현재의 상황에서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두 번째 단계는 북핵 문제에 있어서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지면서 대북개발협력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국제기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에 대한 체계적인 역량발전 지원프로그램을 디자인하여 추진하는 것이다. 이것은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부터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중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종합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국제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본 연구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Ⅱ장에서는 국가역량 및 역량발전에 대한 기본적 인식과 주요국제기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역량 평가 방법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국제기구가 중점을 두고 있는 역량발전 의제와 구체적 활동을 살펴보고,이에 기초해서 북한에 대한 역량발전 지원을 추진할 때 각 국제기구가 갖는협력 상대로서의 특징과 장점을 검토하였다. 제Ⅲ장에서는 북한의 현재 공공부문 행정체계에 대한 현황을 분석하고 북한의 역량발전을 위한 국제협력의 가능성 타진과 문제점을 진단한다. 또한 그동안 북한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제사회의 역량발전 지원사업을 살펴보고, 시장경제교육, 공공행정, 그리고 무역에서의 북한의 국가 역량과 국제사회의 지원 프로그램을 검토하였다. 마지막으로 제Ⅳ장에서는 앞서의 논의에 기초해서 북한의 개발역량 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는데, 현 단계에서의 국제협력 방안과 북핵 문제 진전 이후의 국제협력 방안으로 나눠서 검토하였다.

Ⅰ. 서론 Ⅱ. 개발협력에서 역량발전과 지원 프로그램 1. 개발협력에서 국가역량과 역량발전 가. 국가역량과 역량발전의 관계 나. 역량발전을 위한 기술협력 다. 세계은행의 국가역량 평가 2. 국제기구의 역량발전 지원 프로그램 가. 세계은행 나. 국제통화기금 다. 아시아개발은행 3. 대북역량발전 지원 및 국제협력에의 시사점 Ⅲ. 북한의 개발역량 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부문별 사례연구 1. 북한 개발역량 분석의 필요성 2. 북한 개발역량의 구조와 특징: 공공행정부문을 중심으로 가. 북한 공공행정체계 개관: 당·군·정 간의 통치방식의 재구성 나. 북한의 인사행정 다. 북한의 재무행정 라. 북한 공공행정의 역량에 대한 평가 및 문제점 3. 북한 개발역량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 부문별 현황 가. 시장경제교육 나. 공공행정 다. 무역 4. 북한 개발역량을 위한 국제협력의 한계 및 시사점 가. 북한 개발역량 프로그램의 한계 나. 북한 개발역량의 국제협력에의 시사점 Ⅳ. 북한의 역량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 1. 북한의 역량발전을 위한 목표와 기본 접근방법 2. 북한의 역량발전을 위한 국제협력의 추진전략 3. 현 단계 북한 역량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 4. 북한개발지원그룹 결성 이후 국제협력 방안 가. 북한의 공공행정 역량발전: 통계역량발전을 위한 프로그램 나. 북한의 시장경제교육 및 무역에 관한 역량발전: 경제교육 관련 연구 역량발전을 위한 프로그램 Ⅴ. 결론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