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도서
미지의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이후의 사회를 구상하다
- 개인저자
- 김상준 지음
- 발행사항
- 서울 : 아카넷, 2009
- 형태사항
- 404 p. :. 삽화, 도표 ;. 23 cm
- ISBN
- 9788957331620
- 청구기호
- 340.22 김51ㅁ
- 키워드
- 김국신 박사 기증도서임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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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G0014454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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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G0014454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강자 독식 논리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 이념으로 '미지의 윤리'를 제안한다. 미지의 윤리는 칸트의 물 자체 이념을 새롭게 해석해 도출한 개념으로, 그동안 사회이론 분야에서 간과해온 성찰성의 윤리적 차원을 부각한다.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타자의 존재를 일깨움으로써 자기 준거의 울타리 너머를 성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미지의 윤리이다.
이어 저자는 성찰성 이론을 바탕으로 국가-시장-시민사회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시민적 사회'라는 새로운 기획을 제시한다. 시민적 사회는 국가-시장-시민사회가 시민 주도의 공공성 원리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계된 사회의 전체 상을 말한다. 여기서는 특히 '중간 경제'라는 독창적 개념을 주목할 만한데, 중간 경제는 시장, 국가 중심의 거대 경제의 한계와 피해를 수정하고 극복해 갈 방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시민적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론을 다룬다. 현실의 한국 민주주의가 어느 지점에서 가로막혀 있는가를 찾고, 그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극복해 나갈 것인지를 공공성, 세계시민사회 등의 개념을 통해 살핀다. 또한 성찰적 합의를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시민 의회'라는 새로운 헌법 기관을 구성하자는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종언의 시대 이후 우리 사회의 방향을 모색한 책
1990년대 초 공산주의권의 붕괴로 역사의 종언이 선포된 후부터 오늘날까지, 신자유주의가 세계 질서의 주요 흐름이 되었고 우리 사회도 그 속에서 부침해 왔다. 그러나 근래 신자유주의는 전 지구적 맥락에서 파탄을 맞고 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세계 질서가 모색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시점에 아카넷에서는 신자유주의 이후 우리 사회가 지향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고, 우리 사회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한 책 『미지의 민주주의』를 내놓았다.
1980년대 학생운동의 상징적 존재가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이 책의 저자 김상준은 현재 경희대학교 NGO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회학자로서, 19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1981년 서울대학교 초대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되었고, 이후 강제 징집되었다가 1985년 제대 이후부터 1992년까지 인천, 구로의 공단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그러다가 1993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2001년부터 경희대학교에 재직해 왔다. 이 책은 저자의 첫 저작으로서, 그 삶과 정신의 학문적 소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책에는 19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서 보여준 실천의 정신을 오늘날에는 학문을 통한 실천으로 이어가려는 의지가 투영되어 있다. 「책머리에」에서 저자가 밝힌 다음 내용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을 1980년대에 바친다. 이 책의 생각을 기른 8할이 1980년대일 것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나는) 미래가 없어도 희망하는 법을 배웠다. …… 현실 너머를 숨 쉬는 법을 배웠다. …… 오늘날은 오히려 철저히 계산된 미래 속에서 미래가 사라져 버린 듯 보인다. 미래의 계산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현재가 그만큼 많은 위험에 노출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 위험과 미래 계산의 무한 순환 속에서 미래는 점점 손안 그물망의 포로로 ‘안전하게’ 포획되어 들어온다. …… 미래가 뻔히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미래를 쉽게 포기해 버린다. (그리하여) 1980년대와 오늘의 청년세대 사이에 묘한 공통분모가 생겼다. …… 진정한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실의 미지성을 강조하는 이 책이 미명의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12~14쪽)
미지의 윤리, 미지의 민주주의 :
성찰과 합의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미지의 윤리’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의 강자 독식 논리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 이념으로 제시되는 개념이다. 서문에서
‘종언의 시대’ 담론은 삶의 지평, 역사의 지평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미지(未知)를 지운다. 모든 것이 알려져 있고, 아무것도 새로울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알려져 있다 함은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 함이다. 여기에 창조로서 미래는 없다. 이미 결정되어 있는 미래를 촘촘히 채우기만 하면 된다. 이 담론의 진정한 문제는 삶과 역사를 진부하게 만든다는 데 있지 않다. 부패하고 폭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문제다. 미지가 지워진 알려진 것들만의 세계는 침강하여 힘의 질서에 따라 퇴적한다. …… ‘역사의 종언’의 시대정신을 선명히 표징하던 신자유주의와 유전자 결정론이 ‘피로 범벅이 된 이빨과 발톱’의 자연 이미지에 사뭇 경건한 황홀감을 느낀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6쪽)
라고 밝히고 있듯이, ‘미지’는 힘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상반되는 것인데, 이는 저자가 칸트의 물 자체 개념을 새롭게 해석해 도출한 개념이다. 그리고 이 책은 사회학의 성찰성 이론을 이론적 바탕으로 삼고 있는데, 저자는 기존 사회학 이론에서 분석한 성찰성 개념이 윤리의 영역은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고 보고 그 한계를 칸트의 윤리론에 의거하여 밝힌다. 그 한계란 성찰성이 ‘자기 이해’, ‘자기 보존’, ‘자기 준거’, ‘공유된 상징 체계’, ‘내가 속한 생활 공동체의 맥락’에 국한되어, 타자를 향한 성찰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칸트의 물 자체는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타자의 존재(과부, 고아, 이방인,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등 현재의 타자뿐 아니라, 과거의 타자, 미래의 타자까지 포함된다.)를 일깨우고 그렇게 해서 윤리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데, ‘알려지지 않은(미지의) 타자에 대한 성찰’이 미지의 윤리의 핵심이고, 미지의 윤리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가 ‘미지의 민주주의’이다. 또한 ‘미지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지상(至上) 이념이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처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합의와 성찰을 통해 계속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성찰성’, ‘시민적 사회’, ‘미지의 민주주의’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이 책 전체의 이론적 바탕인 성찰성 이론을 다룬다. 성찰성이란 스스로를 돌아보는 인간 보편의 능력이자, 살아 있는 다양한 시스템들이 작동하는 피드백 원리인데, 여기서 저자는 성찰성 이론이 우주사, 생명사로 확장된 사회이론의 지평에 방향타를 제시함으로써 이 시대 메타이론의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음을 보인다. 성찰성의 다섯 차원(인지적, 전략적, 시스템적, 규범적, 윤리적 성찰성)을 밝혀 보이고, 그 중에서 특히 윤리적 성찰성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2부는 성찰성 이론의 관점에서 국가-시장-시민사회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새롭고 구체적인 사회 기획을 담고 있다. 그러한 사회 구상의 전체 상은 ‘시민적 사회’라는 개념으로 정리된다. ‘시민적 사회’는 국가와 시장이 빠진 시민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시장-시민사회가 시민 주도의 공공성 원리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계된 사회의 전체 상을 말한다. 여기서 국가-시장-시민사회의 주체들은 주요 공공사안에 대한 성찰적 합의를 추구한다. 시민적 사회란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사회를 말하지만, 그 현실 속에 상존하는 그 너머의 계기들을 지금 여기에 적극적으로 제도화해 내는 실현 가능한 대안 사회이기도 하다.
2부에서는 특히 ‘중간 경제’(5장) 개념을 주목할 만하다. 오늘날 ‘사회적 경제’라고 부르는 영역, 민간 복지 경제, 지역 통화 시스템, 생산-소비 협동조합, 대안 무역 네트워크, 지역복지-사회 기여 활동을 하는 노동조합과 종교 조직, 이를 지원하는 각종 재단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저자는 이 영역을 묶어 ‘중간 경제’라고 명명하고, 중간 경제 논리의 고유한 특징을 경제행위의 동기가 자신의 필요보다는 타자의 필요를 향한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이해관계의 망에 촘촘히 묶인 기지(旣知)의 타자보다는 그러한 망에서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는 미지(未知)의 타자를 먼저 배려할 것이라는 점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근본적인 특징에서 연대성, 민주성, 자율성, 비영리성이 따라 나온다. 그런 만큼 중간 경제는 국가 경제와 시장경제 사이에 존재하면서 한편으로는 두 경제를 보완하고 다른 한편으로 견제함으로써 시장, 국가 중심의 거대 경제의 한계와 폐해를 수정하고 극복해 갈 방안이 될 수 있다.
3부 다섯 편의 글은 ‘시민적 사회’의 실현을 위한 실천적 방법론에 해당한다. ‘미지의 민주주의’란 1부에서 추출된 ‘미지의 윤리’를 도약대로 삼는 민주주의를 말한다. 3부의 글들은 주로 현실의 한국 민주주의가 막혀 있는 지점들이 어디이고, 그 원인은 무엇이며, 어떠한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인지를 공공성, 세계시민사회 등의 개념을 통해 살핀다. 또한 성찰적 합의를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시민 의회’라는 새로운 헌법 기관을 구성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3부에서는 특히 7장 ‘대한민국 민주주의 60년을 보는 시각’(9장)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2008년 촛불 집회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공공성을 진정으로 담보해 줄 수 있는 심의 민주주의 강화, 민주주의 네 층위(대의, 심의, 결사체, 참여)의 균형 있는 발전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음을 밝힌다.
이어 저자는 성찰성 이론을 바탕으로 국가-시장-시민사회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시민적 사회'라는 새로운 기획을 제시한다. 시민적 사회는 국가-시장-시민사회가 시민 주도의 공공성 원리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계된 사회의 전체 상을 말한다. 여기서는 특히 '중간 경제'라는 독창적 개념을 주목할 만한데, 중간 경제는 시장, 국가 중심의 거대 경제의 한계와 피해를 수정하고 극복해 갈 방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시민적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론을 다룬다. 현실의 한국 민주주의가 어느 지점에서 가로막혀 있는가를 찾고, 그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극복해 나갈 것인지를 공공성, 세계시민사회 등의 개념을 통해 살핀다. 또한 성찰적 합의를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시민 의회'라는 새로운 헌법 기관을 구성하자는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종언의 시대 이후 우리 사회의 방향을 모색한 책
1990년대 초 공산주의권의 붕괴로 역사의 종언이 선포된 후부터 오늘날까지, 신자유주의가 세계 질서의 주요 흐름이 되었고 우리 사회도 그 속에서 부침해 왔다. 그러나 근래 신자유주의는 전 지구적 맥락에서 파탄을 맞고 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세계 질서가 모색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시점에 아카넷에서는 신자유주의 이후 우리 사회가 지향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고, 우리 사회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한 책 『미지의 민주주의』를 내놓았다.
1980년대 학생운동의 상징적 존재가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이 책의 저자 김상준은 현재 경희대학교 NGO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회학자로서, 19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1981년 서울대학교 초대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되었고, 이후 강제 징집되었다가 1985년 제대 이후부터 1992년까지 인천, 구로의 공단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그러다가 1993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2001년부터 경희대학교에 재직해 왔다. 이 책은 저자의 첫 저작으로서, 그 삶과 정신의 학문적 소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책에는 19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서 보여준 실천의 정신을 오늘날에는 학문을 통한 실천으로 이어가려는 의지가 투영되어 있다. 「책머리에」에서 저자가 밝힌 다음 내용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이 책을 1980년대에 바친다. 이 책의 생각을 기른 8할이 1980년대일 것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나는) 미래가 없어도 희망하는 법을 배웠다. …… 현실 너머를 숨 쉬는 법을 배웠다. …… 오늘날은 오히려 철저히 계산된 미래 속에서 미래가 사라져 버린 듯 보인다. 미래의 계산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현재가 그만큼 많은 위험에 노출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 위험과 미래 계산의 무한 순환 속에서 미래는 점점 손안 그물망의 포로로 ‘안전하게’ 포획되어 들어온다. …… 미래가 뻔히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미래를 쉽게 포기해 버린다. (그리하여) 1980년대와 오늘의 청년세대 사이에 묘한 공통분모가 생겼다. …… 진정한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실의 미지성을 강조하는 이 책이 미명의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12~14쪽)
미지의 윤리, 미지의 민주주의 :
성찰과 합의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미지의 윤리’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의 강자 독식 논리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 이념으로 제시되는 개념이다. 서문에서
‘종언의 시대’ 담론은 삶의 지평, 역사의 지평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미지(未知)를 지운다. 모든 것이 알려져 있고, 아무것도 새로울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알려져 있다 함은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 함이다. 여기에 창조로서 미래는 없다. 이미 결정되어 있는 미래를 촘촘히 채우기만 하면 된다. 이 담론의 진정한 문제는 삶과 역사를 진부하게 만든다는 데 있지 않다. 부패하고 폭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문제다. 미지가 지워진 알려진 것들만의 세계는 침강하여 힘의 질서에 따라 퇴적한다. …… ‘역사의 종언’의 시대정신을 선명히 표징하던 신자유주의와 유전자 결정론이 ‘피로 범벅이 된 이빨과 발톱’의 자연 이미지에 사뭇 경건한 황홀감을 느낀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6쪽)
라고 밝히고 있듯이, ‘미지’는 힘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상반되는 것인데, 이는 저자가 칸트의 물 자체 개념을 새롭게 해석해 도출한 개념이다. 그리고 이 책은 사회학의 성찰성 이론을 이론적 바탕으로 삼고 있는데, 저자는 기존 사회학 이론에서 분석한 성찰성 개념이 윤리의 영역은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고 보고 그 한계를 칸트의 윤리론에 의거하여 밝힌다. 그 한계란 성찰성이 ‘자기 이해’, ‘자기 보존’, ‘자기 준거’, ‘공유된 상징 체계’, ‘내가 속한 생활 공동체의 맥락’에 국한되어, 타자를 향한 성찰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칸트의 물 자체는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타자의 존재(과부, 고아, 이방인,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등 현재의 타자뿐 아니라, 과거의 타자, 미래의 타자까지 포함된다.)를 일깨우고 그렇게 해서 윤리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데, ‘알려지지 않은(미지의) 타자에 대한 성찰’이 미지의 윤리의 핵심이고, 미지의 윤리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가 ‘미지의 민주주의’이다. 또한 ‘미지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지상(至上) 이념이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처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합의와 성찰을 통해 계속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성찰성’, ‘시민적 사회’, ‘미지의 민주주의’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이 책 전체의 이론적 바탕인 성찰성 이론을 다룬다. 성찰성이란 스스로를 돌아보는 인간 보편의 능력이자, 살아 있는 다양한 시스템들이 작동하는 피드백 원리인데, 여기서 저자는 성찰성 이론이 우주사, 생명사로 확장된 사회이론의 지평에 방향타를 제시함으로써 이 시대 메타이론의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음을 보인다. 성찰성의 다섯 차원(인지적, 전략적, 시스템적, 규범적, 윤리적 성찰성)을 밝혀 보이고, 그 중에서 특히 윤리적 성찰성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2부는 성찰성 이론의 관점에서 국가-시장-시민사회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새롭고 구체적인 사회 기획을 담고 있다. 그러한 사회 구상의 전체 상은 ‘시민적 사회’라는 개념으로 정리된다. ‘시민적 사회’는 국가와 시장이 빠진 시민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시장-시민사회가 시민 주도의 공공성 원리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계된 사회의 전체 상을 말한다. 여기서 국가-시장-시민사회의 주체들은 주요 공공사안에 대한 성찰적 합의를 추구한다. 시민적 사회란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사회를 말하지만, 그 현실 속에 상존하는 그 너머의 계기들을 지금 여기에 적극적으로 제도화해 내는 실현 가능한 대안 사회이기도 하다.
2부에서는 특히 ‘중간 경제’(5장) 개념을 주목할 만하다. 오늘날 ‘사회적 경제’라고 부르는 영역, 민간 복지 경제, 지역 통화 시스템, 생산-소비 협동조합, 대안 무역 네트워크, 지역복지-사회 기여 활동을 하는 노동조합과 종교 조직, 이를 지원하는 각종 재단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저자는 이 영역을 묶어 ‘중간 경제’라고 명명하고, 중간 경제 논리의 고유한 특징을 경제행위의 동기가 자신의 필요보다는 타자의 필요를 향한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이해관계의 망에 촘촘히 묶인 기지(旣知)의 타자보다는 그러한 망에서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는 미지(未知)의 타자를 먼저 배려할 것이라는 점에서 찾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근본적인 특징에서 연대성, 민주성, 자율성, 비영리성이 따라 나온다. 그런 만큼 중간 경제는 국가 경제와 시장경제 사이에 존재하면서 한편으로는 두 경제를 보완하고 다른 한편으로 견제함으로써 시장, 국가 중심의 거대 경제의 한계와 폐해를 수정하고 극복해 갈 방안이 될 수 있다.
3부 다섯 편의 글은 ‘시민적 사회’의 실현을 위한 실천적 방법론에 해당한다. ‘미지의 민주주의’란 1부에서 추출된 ‘미지의 윤리’를 도약대로 삼는 민주주의를 말한다. 3부의 글들은 주로 현실의 한국 민주주의가 막혀 있는 지점들이 어디이고, 그 원인은 무엇이며, 어떠한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인지를 공공성, 세계시민사회 등의 개념을 통해 살핀다. 또한 성찰적 합의를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시민 의회’라는 새로운 헌법 기관을 구성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3부에서는 특히 7장 ‘대한민국 민주주의 60년을 보는 시각’(9장)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2008년 촛불 집회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공공성을 진정으로 담보해 줄 수 있는 심의 민주주의 강화, 민주주의 네 층위(대의, 심의, 결사체, 참여)의 균형 있는 발전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음을 밝힌다.
목차
제1부 성찰성
제1장 청록별 명상 : 보편 윤리의 가능성을 묻다
제2장 미지의 윤리 : 아직 알려지지 않는 타자로 향하는 성찰의 빛
보론 사회학 전통 내에서 성찰성 이론의 계보
제3장 자기 이해 너머 : 사회적 자본 개념은 왜 문제인가
제2부 시민적 사회
제4장 NGO와 NPO : 공존의 열정이 필요하다
제5장 중간경제 : 대안적 경제의 논리와 영역
보론 중간경제와 소생산자, 그리고 새로운 시장
제6장 성찰적 합의 체제 : 원한 없는 합의는 가능한가
제3부 미지의 민주주의
제7장 대한민국 민주주의 60년을 보는시가
2008년 촛불에서 민주주의의 진화를 읽다
보론 촛불 후 2년 : 촛불과 바람
제8장 공공성 : 입자이자 파도으 원칙이자 과정
제9장 시민 의회 : 새로운 헌법기관을 제안한다
제10장 브리티시컬럼비아 시민의회 사례를 들어 도마의 의심을 풀다
제11장 시민 정치 : 존 롤스의 '본원적 입장' 과 주권적 시민
제12장 세계시민사회 : 완전한 시민적 정체에 관한 칸트적 입론
제13장 결론 : 질적 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이후의 사회
에필로그 : 미명을 사는 자들의 순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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