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노란집
- 발행사항
- 서울 : 열림원, 2013
- 형태사항
- 299 p. : 천연색삽화 ; 21 cm
- ISBN
- 9788970637778
- 청구기호
- 814.6 박66ㄴ
책 소개
이 잡는 풍경까지도 그립게 만드는 유머 감각
박완서, 그의 노란집에서 다시 만나는 이야기
박완서, 그가 살아온 ‘노란집’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숨겨진 보석 같은 소설들. 짤막한 소설들 한 편 한 편 속에 생을 다 옮겨다놓은 듯한 이야기들은 마치 작가가 옆에서 동화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낌이 생생하다. 여기에 더해진 글 사이사이의 일러스트들은 일상의 피로를 잔잔하게 어루만지면서 삶의 여유와 따스함을 전달해준다. 우연히도 이 『노란집』은 고 박완서의 82회 생일을 기리는 때에 출간되었다. 제목처럼 바로 이 ‘노란집’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수많은 사연들을 들려주어왔다. 『노란집』에서 어머니 품 같은 온화한 글들, 그 문장 하나하나를 마주대하는 것만으로 그리운 작가의 모습이 비추인다.
이 글 속 영감과 마나님의 일상을 행복하다거나 복이 많다거나 하기에는 너무 안일한 표현일 것 같다. 그 행복은 영감님 등떠리의 지게 자국이나 흘린 땀의 농도처럼 깊이를 알 수 없다. 어쩌면 누추해 보일 수도 있는 노년의 삶을 때로는 쾌활한 다듬잇방망이의 휘모리장단으로 때로는 유장하고 슬픈 가락으로 오묘한 풍경 속에 보여준다. 어머니가 애써 선택한 마나님이라는 호칭이 마땅한 존칭임을 알기에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잡는 풍경까지도 그립게 만드는 유머 감각과 새우젓 한 점의 의미까지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철저함을 느끼고 따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경쾌함과 진지함의 균형 감각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를 마음 깊이 아끼고 존경한다. (호원숙, 서문 중에서)
봄기운 속에, 노쇠해가는 몸뚱어리에, 쓸쓸한 막걸리 잔에
그들만의 사랑법이 담겨 있다
박완서의 『노란집』은 수수하지만 인생의 깊이와 멋과 맛이 절로 느껴지는 노부부 이야기가 담긴 짧은 소설들을 포함하고 있다. 노년의 느긋함과 너그러움, 그리고 그 따스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1장의 이야기들은 작가가 2001~2002년 계간지 <디새집>에 소개했던 글들이다. 이 밖에,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하며 삶에 대해 저버리지 않은 기대와 희망과 추억을 써내려간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봄이 얼마나 잔인한 계절이라는 걸 노부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봄기운이 시키는 대로 한다. 영감님은 오늘처럼 밝은 햇볕 속에서 베갯모 수를 놓고 있는 처녀를 담 너머로 훔쳐보던 옛날얘기를 한다. 마나님은 귀가 좀 어둡다.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미루어 저 영감이 또 소싯적 얘기를 하나 보다 짐작하고 아무러면요, 당신 한창땐 참 신수가 훤했죠, 기운도 장사고. 이렇게 동문서답을 하면서 마나님은 문득 담 너머로 자신을 훔쳐보던 잘생긴 총각과 눈이 맞았을 때처럼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렇게 되면 이건 동문서답이 아니다. 아무려면 어떠랴. 지금 노부부를 소통시키고 있는 건 말이 아니라 봄기운인 것을. (「속삭임」 중에서)
삭정이처럼 쇠퇴해가는 노년의 몸, 그러나 마나님의 손길이 닿으면 그건 살아 있는 역사가 된다. 마나님은 마치 자기만 아는 예쁜 오솔길을 걷듯이 추억을 아껴가며 영감님의 등을 정성스럽게 씻긴다. 물을 한꺼번에 좍좍 끼얹어도 안 되고, 너무 찬물도 안 된다. 영감님에게 맞는 등물은 자기만 알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에 마나님은 이 시간이 마냥 기쁘고 행복하다. (「예쁜 오솔길」 중에서)
마나님은 영감님이 혹시라도 아무도 대작할 이 없이 쓸쓸하게 막걸리를 들이켜는 일이 생긴다면 그 꼴은 정말로 못 봐줄 것 같아 영감님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지 싶고, 영감님은 마나님의 쭈그렁바가지처럼 편안한 얼굴을 바라보며 이 세상을 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요즈음 들어 부쩍 마나님 건강이 염려스러운 것, 그건 그들만의 지극한 사랑법이다. (「그들만의 사랑법」 중에서)
“내가 죽도록 현역작가이고 싶은 것은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삶의 가장 긴 동안일 수도 있는 노년기에 다만 늙었다는 이유로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다면, 그건 삶에 대한 모독이라고 작가 박완서는 ‘노년’이라는 또 다른 한 생에 대해 말한다. 아무것도 안 일어나는 삶에서 소설이 나올 수는 없다면서. 작가가 말하는 행복하게 사는 법은 지극히 소박한 데서 발견하는 즐거움이다.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기보다 들꽃을 관찰하면서 그 소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이듯이.
우리 삶의 궁극의 목표는 행복이다. 행복하려고 태어났지 불행하려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각자 선택한 행복에 이르는 길은 제각각 다르다. 창조주는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고 창조하셨고, 행복해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춰주셨다. 나이 먹어가면서 그게 눈에 보이고 실감으로 느껴지는 게 연륜이고 나잇값인가 보다. 인생도 등산이나 마찬가지로 오르막길은 길고, 절정의 입지는 좁고 누리는 시간도 순간적이니까. (「행복하게 사는 법」 중에서)
아아, 나는 너무 많이 가졌구나. 천당까지는 안 바라지만 누구나 다 가는 저승문에 들어설 때도 생전에 아무것도 안 가진 자는 당당히 고개 들고 들어가고 소유의 무게에 따라 꼬부랑꼬부랑 허리 굽히지 않으면 버러지처럼 기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U턴 지점을 이미 예전에 돌아 나의 시발점이자 소실점인 본향을 눈앞에 두고서야 겨우 그게 보이는 듯하다.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중에서)
박완서, 그의 노란집에서 다시 만나는 이야기
박완서, 그가 살아온 ‘노란집’에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숨겨진 보석 같은 소설들. 짤막한 소설들 한 편 한 편 속에 생을 다 옮겨다놓은 듯한 이야기들은 마치 작가가 옆에서 동화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낌이 생생하다. 여기에 더해진 글 사이사이의 일러스트들은 일상의 피로를 잔잔하게 어루만지면서 삶의 여유와 따스함을 전달해준다. 우연히도 이 『노란집』은 고 박완서의 82회 생일을 기리는 때에 출간되었다. 제목처럼 바로 이 ‘노란집’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수많은 사연들을 들려주어왔다. 『노란집』에서 어머니 품 같은 온화한 글들, 그 문장 하나하나를 마주대하는 것만으로 그리운 작가의 모습이 비추인다.
이 글 속 영감과 마나님의 일상을 행복하다거나 복이 많다거나 하기에는 너무 안일한 표현일 것 같다. 그 행복은 영감님 등떠리의 지게 자국이나 흘린 땀의 농도처럼 깊이를 알 수 없다. 어쩌면 누추해 보일 수도 있는 노년의 삶을 때로는 쾌활한 다듬잇방망이의 휘모리장단으로 때로는 유장하고 슬픈 가락으로 오묘한 풍경 속에 보여준다. 어머니가 애써 선택한 마나님이라는 호칭이 마땅한 존칭임을 알기에 참으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잡는 풍경까지도 그립게 만드는 유머 감각과 새우젓 한 점의 의미까지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철저함을 느끼고 따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경쾌함과 진지함의 균형 감각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를 마음 깊이 아끼고 존경한다. (호원숙, 서문 중에서)
봄기운 속에, 노쇠해가는 몸뚱어리에, 쓸쓸한 막걸리 잔에
그들만의 사랑법이 담겨 있다
박완서의 『노란집』은 수수하지만 인생의 깊이와 멋과 맛이 절로 느껴지는 노부부 이야기가 담긴 짧은 소설들을 포함하고 있다. 노년의 느긋함과 너그러움, 그리고 그 따스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1장의 이야기들은 작가가 2001~2002년 계간지 <디새집>에 소개했던 글들이다. 이 밖에,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하며 삶에 대해 저버리지 않은 기대와 희망과 추억을 써내려간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봄이 얼마나 잔인한 계절이라는 걸 노부부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봄기운이 시키는 대로 한다. 영감님은 오늘처럼 밝은 햇볕 속에서 베갯모 수를 놓고 있는 처녀를 담 너머로 훔쳐보던 옛날얘기를 한다. 마나님은 귀가 좀 어둡다.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미루어 저 영감이 또 소싯적 얘기를 하나 보다 짐작하고 아무러면요, 당신 한창땐 참 신수가 훤했죠, 기운도 장사고. 이렇게 동문서답을 하면서 마나님은 문득 담 너머로 자신을 훔쳐보던 잘생긴 총각과 눈이 맞았을 때처럼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렇게 되면 이건 동문서답이 아니다. 아무려면 어떠랴. 지금 노부부를 소통시키고 있는 건 말이 아니라 봄기운인 것을. (「속삭임」 중에서)
삭정이처럼 쇠퇴해가는 노년의 몸, 그러나 마나님의 손길이 닿으면 그건 살아 있는 역사가 된다. 마나님은 마치 자기만 아는 예쁜 오솔길을 걷듯이 추억을 아껴가며 영감님의 등을 정성스럽게 씻긴다. 물을 한꺼번에 좍좍 끼얹어도 안 되고, 너무 찬물도 안 된다. 영감님에게 맞는 등물은 자기만 알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에 마나님은 이 시간이 마냥 기쁘고 행복하다. (「예쁜 오솔길」 중에서)
마나님은 영감님이 혹시라도 아무도 대작할 이 없이 쓸쓸하게 막걸리를 들이켜는 일이 생긴다면 그 꼴은 정말로 못 봐줄 것 같아 영감님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지 싶고, 영감님은 마나님의 쭈그렁바가지처럼 편안한 얼굴을 바라보며 이 세상을 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요즈음 들어 부쩍 마나님 건강이 염려스러운 것, 그건 그들만의 지극한 사랑법이다. (「그들만의 사랑법」 중에서)
“내가 죽도록 현역작가이고 싶은 것은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삶의 가장 긴 동안일 수도 있는 노년기에 다만 늙었다는 이유로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다면, 그건 삶에 대한 모독이라고 작가 박완서는 ‘노년’이라는 또 다른 한 생에 대해 말한다. 아무것도 안 일어나는 삶에서 소설이 나올 수는 없다면서. 작가가 말하는 행복하게 사는 법은 지극히 소박한 데서 발견하는 즐거움이다.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기보다 들꽃을 관찰하면서 그 소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이듯이.
우리 삶의 궁극의 목표는 행복이다. 행복하려고 태어났지 불행하려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각자 선택한 행복에 이르는 길은 제각각 다르다. 창조주는 우리가 행복하길 바라고 창조하셨고, 행복해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춰주셨다. 나이 먹어가면서 그게 눈에 보이고 실감으로 느껴지는 게 연륜이고 나잇값인가 보다. 인생도 등산이나 마찬가지로 오르막길은 길고, 절정의 입지는 좁고 누리는 시간도 순간적이니까. (「행복하게 사는 법」 중에서)
아아, 나는 너무 많이 가졌구나. 천당까지는 안 바라지만 누구나 다 가는 저승문에 들어설 때도 생전에 아무것도 안 가진 자는 당당히 고개 들고 들어가고 소유의 무게에 따라 꼬부랑꼬부랑 허리 굽히지 않으면 버러지처럼 기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U턴 지점을 이미 예전에 돌아 나의 시발점이자 소실점인 본향을 눈앞에 두고서야 겨우 그게 보이는 듯하다.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중에서)
목차
서문
그들만의 사랑법
속삭임/ 토라짐/ 동부인/ 나의 보배덩어리 시절/ 휘모리장단/ 그들만의 사랑법/ 그들의 추수/
영감님의 사치/ 마나님의 허영/ 꿈은 사라지고/ 봄볕 등에 지고/ 예쁜 오솔길/ 한여름 낮의 꿈
행복하게 사는 법
행복하게 사는 법/ 친절한 사람과의 소통/ 할아버지의 웃음/ 선택/ 책에 굶주렸던 시절의 행복/
나의 환상적 피서법/ 천국과 지옥/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오해/ 소리/ 나귀를 끌 것인가, 탈 것인가/ 마상馬上에서/
남편 기 살리기/ 현실과 비현실/ 치매와 왕따/ 배려
내리막길의 어려움
하찮은 것에서 배우기/ 내리막길의 어려움/ 시냇가에서/ 눈독, 손독을 좀 덜 들이자/
우리 마당의 부활절 무렵/ 내가 가장 좋아하는 덕담/ 세기말이 있긴 있나/ 우리의 저력/
봄이 오는 소리/ 내려다보며 살기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쓴다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쓴다/ 심심하면 왜 안 되나/ 현대의 천국/ 겨울 정경/
산후우울증이 회복될 무렵/ 정직한 아이의 도벽/ 소설가의 그림 보기 그림 읽기/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데
황홀한 선물
우리가 잃어버린 진정 소중한 것/ 황홀한 만남/ 동숭동 캠퍼스의 추억/ 우리 동네/
가장 확실한 암호/ 황홀한 선물/ 봄의 끄트머리, 여름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