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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

대등서명
Why the west rules-for now
발행사항
파주 :,글항아리,,2013
형태사항
1006 p. : 삽화, 도표, 지도 ; 24 cm
ISBN
9788967350543
청구기호
909 모239ㅇ
일반주기
권말부록: '사회발전에 관해' 등 원저자명: Ian Morris
서지주기
참고문헌(p. 923-979)과 색인수록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4757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4757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2010 『이코노미스트』 선정 올해의 책
2011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책
2011 라이어널 겔버 상 최종 후보
2011 겟앱스트랙트 선정 올해의 책
2011 국제팬클럽 미국본부 선정 창의적 논픽션상 수상

인류가 출현한 이후 펼쳐진 동양과 서양의
모든 역사를 통합해 재구성한 최초의 문명사

독창적 분석틀로 유사 이래 경쟁해온
동서양 문명을 비교 분석한 통합적 역사 이론
(integrated theory of history)


◆ 오늘날 서양의 지배는 지리가 결정했으며, 22세기는 동양의 시대가 될 것이다!
◆ 동양과 서양의 발전 정도를 정량화한 ‘사회발전지수’로 역사의 패턴과 문명의 법칙을 밝히고, 미래를 예측하다
◆ 생물학과 사회학은 보편적인 문명 발전을, 지리학은 특정 문명이 앞서는 이유를 입증한다
◆ 생물학, 사회학, 지리학, 역사학, 고고학, 미래학, 경제학, 통계학… 놀랄 만큼 풍부한 지식을 융합해 오늘날 서양의 패권을 파헤친 획기적 거대 담론의 탄생

▲ 개요

1)출간 의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원제: Why The West Rules-For Now, Picador, 2011)는 오늘날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동양과 서양에서 각각 전개되어온 문명을 폭넓은 시야로 날카롭게 비교하고 분석하는 통합적 역사 이론서다. 저명한 고고학자이자 역사가인 이언 모리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이 유의미해진 기원전 1만4000년부터 서기 2000년까지 장장 1만6000년 동안 유라시아 양 끝에서 유래해 경쟁한 사회들의 발전 과정을 객관적 분석틀을 통해 과학적으로 해부한다. 동서양의 사회발전 정도를 수량화한 ‘사회발전지수’는 문명 간의 흥망성쇠를 명료하게 드러내보이며, 재치 있는 문장과 명쾌한 논증은 이 방대한 문명사에 흥미진진한 내러티브를 부여한다. 저자는 오늘날 서양의 지배는 지리가 결정했으며, 22세기는 동양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금까지 출간된 통사通史 가운데 이렇게 대담한 주장과 빈틈없는 연구조사가 결합된 책은 찾기 힘들 것이다.

2) 책의 구성
이 장대한 논픽션의 첫 페이지를 저자는 당황스러운 픽션으로 채운다. 1848년 영국이 청나라의 속국이 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곧이어 저자는 묻는다. 왜 실제 역사는 이런 경로를 따르지 않았는지, 왜 서양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으며 그 결과로 오늘날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이 책은 이에 대한 답변을 구하는 대장정이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도 의미가 없을뿐더러 현생인류보다 앞서 살았던 유인원의 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가 인류의 모든 역사를 재구성해가며 서양의 지배에 관한 저자 특유의 이론을 정립해나간다. 각 장은 시대의 흐름을 따르면서, 그 시대 동양과 서양의 사회발전지수를 토대로 두 문명 간 비교 작업을 수행한다. 고고학과 통계학적 데이터로 얻은 풍부한 근거 자료와 포괄적이면서도 세부적으로는 엄밀한 테제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견제하며 경쟁하는 동서양 문명의 흥미진진한 역사는 『이코노미스트』의 추천사대로, 역사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의 고정관념을 바꾸어주기에 충분하다.

3) 논점
전체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고찰해야 현재 왜 서양이 패권을 손에 쥐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저자의 시도 이전에 선행된 이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장기고착long-term lock-in 이론: 태곳적부터 변경 불가능한 결정적 요인이 동양과 서양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 서양이 늘 동양을 앞서왔다는 가설. 카를 마르크스, 후쿠자와 유키치, 『국가의 부와 빈곤』을 쓴 경제학자 데이비드 랜즈, 『총, 균, 쇠』의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

* 단기우연short-term accident 이론: 우연적인 사건의 결과로 서양의 패권이 도래했다고 판단하는 가설. 경제학자 안드레 군더 프랑크, 역사학자 케네스 포머런츠 등.

그러나 서양의 지배는 저자의 표현대로, ‘장기 가능성’의 발로였다. 사회발전지수에 따르면 서양이 항상 앞섰던 것은 아니며, 서양에는 산업혁명을 위한 제반 조건이 충실히 이행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완벽하게 통사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이와 함께 학제간 접근법을 택한다. 인문과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망라해 역사의 패턴과 문명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역사의 패턴과 문명의 법칙을 밝히기 위해 저자는 세 가지 도구를 활용한다. 첫째는 생물학biology이다. 특히 생태생물학과 진화생물학에 의존한다. 에너지를 획득해 생존 및 생활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인간이 발전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둘째로 사회학sociology이다. 여기서 사회학은 사회과학의 약칭으로, 개별 인간이 아니라 집단이 운영되는 방식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말한다. 이와 더불어 지리학geography이 등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생물학과 사회학이 모든 문명의 보편적인 사회발전에 대해서는 알려주는 반면, 왜 특정 사회가 다른 사회보다 앞서는지를 설명해주는 것은 지리학이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도 지리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며, 모든 사회는 지리적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도구를 유기적인 하나의 이론틀로 묶는 것은 고고학적 엄밀함과 역사학적 통합성이다. 증거를 근본으로 사고를 개진하는 고고학적인 방법론은 과학적인 설득력을 갖으며 다양한 견해를 일련의 테제로 일반화는 힘은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통합적 사고에서 기인할 것이다.

4) 특징적 내용
실로 방대한 내용이기에 저자가 내세우는 독특한 용어 두 개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다. 저자는 문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발전의 역설’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고 통찰한다. 사회는 발전할수록 오히려 발전을 저해하는 힘과 만나게 되는데, 그 힘이 바로 발전의 역설이다. 그리고 발전의 역설은 끊임없이 작동하면서 어떤 시점에서는 진정으로 혁신적인 변화로만 뚫을 수 있는 ‘단단한 천장’을 형성한다. 사회발전지수 43점은 역사상 가장 단단한 천장을 기록한 지점이다. 1세기 로마 제국이 이 천장에서 튕겨져나와 붕괴의 길을 걸은 이후 서유럽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17세기까지 이 천장을 뛰어넘어 발전을 구가한 사회는 없었기 때문이다. 11세기에 송나라가 한 번 이 천장에 닿았다가 무너지고 말았다. 저자는 송나라가 이때 43점 문턱을 돌파했더라면 산업혁명이 동양에서 일어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또 다른 하나의 용어는 ‘후진성의 이점’이다. 사회발전 수준이 변화함에 따라 한때 중요하지 않았던 지역들이 자신의 미진했던 부분에서 오히려 유리한 요소를 찾아낼 수도 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후진성의 이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17~18세기 서유럽이다. 메소포타미아에서 태동한 서양의 문명이 지중해 지역으로 옮겨갈 때까지만 해도 서유럽은 후진적인 주변부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고 대서양 경제가 지중해 경제를 대체하면서 서유럽의 지리적 약점은 어마어마한 강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해 오늘날에 이르는 패권을 움켜쥐게 된 것이다.

책 소개

역사를 새로 써야 하는 이유

이 책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픽션으로 시작한다. 1848년 영국이 청 제국의 속국으로 편입되면서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이 베이징으로 끌려가는 장면이 그것이다. 앨버트 공은 중국에서 여생을 보내고 여왕은 ‘중국 제국 이전 시대’의 마지막 유물이 되어 쓸쓸히 숨을 거둔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듯 실제 역사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 영국군이 베이징의 궁전에서 약탈한 강아지를 빅토리아에게 선물한다. 여왕은 그 강아지에게 ‘루티Looty(전리품)’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왜 역사는 앨버트를 베이징으로 보내지 않고 루티를 영국으로 보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지난 200년 동안 왜 서양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하는 대장정이다.
서양의 지배에 대한 의문에 나름의 답변을 해온 두 가지 이론이 있다. 태곳적부터 인종이나 문화와 같은 요인이 동양과 서양 사이에 크고 변경 불가능한 차이를 만들어내 산업혁명이 서양에서 일어나도록 결정했다는 이론과 서양이 동양을 지배하는 원인은 단순한 우연적 사건에 따른 결과라는 이론이다. 저자가 각각 ‘장기고착long-term lock-in’ 이론과 ‘단기우연short-term accident’ 이론이라고 부르는 가설인데, 저자에 따르면 모두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니다. 왜냐하면 동양은 550년부터 1775년까지 1000년 넘게 서양보다 사회발전 수준이 높았으며(장기이론처럼 서양의 지배는 고착되지 않았다), 산업혁명이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 일어나게 된 것은 역사의 흐름상 불가피했기 때문이다(단기이론처럼 우발적인 사건의 결과 서양이 운 좋게 패권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오늘날 서양의 지배를 논증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단지 지난 몇백 년간만을 살펴봐서는 설득력 있는 이론을 정립할 수 없으며, 장구한 역사 속 패턴과 문명의 법칙을 파악할 때에야 동양과 서양의 흥망성쇠를 통합적으로 고찰할 수 있고 미래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동서양 문명을 비교하기 위한 분석틀, ‘사회발전지수’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현생인류가 농경에 접어들면서 군락을 이뤄 정착 생활을 시작한 기원전 1만4000년부터 서기 2000년까지 1만6000년 동안 동양과 서양이 이룬 사회발전을 측정해 비교한다. 각종 통계 기록과 고고학적 지식에서 가려낸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저자가 고안한 ‘사회발전지수’는 문명 발전 수준을 수치로 환산한 것인데, 동양과 서양이 각각 진보하거나 후퇴하는 양상은 물론 둘 사이의 경쟁 구도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과학적인 분석틀이다. 사회발전지수를 산출하기 위해 선별된 네 가지 항목은 ‘에너지 획득’ ‘조직화/도시성’ ‘전쟁 수행 능력’ ‘정보기술’이다. 이 가운데 사회발전지수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항목은 에너지 획득이다. 인간은 에너지를 섭취하고 소비하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한참 오래전의 사회발전지수를 상상해보면, 조직화나 전쟁 수행 능력, 정보기술 점수는 모두 0점에 수렴할 테지만 에너지 획득은 결코 그럴 수 없다. 또한 서양의 지배를 현실로 만든 산업혁명이 에너지 혁명이었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직화는 한마디로 중앙집권화와 제도 구축 능력을 뜻하며, 정보기술은 쏟아지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하는 소통 능력과 관계된다. 이런 특징들을 파괴적 힘으로 돌린 200~300년 전 서양인의 능력이 오늘날을 서양의 시대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전쟁 수행 능력도 사회발전지수에 있어 중요한 항목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각 항목에 서기 2000년에 가능한 최고 점수로 250점으로 설정한 뒤 연대별로 점수를 매긴다. 예를 들어 2000년 현재 도쿄는 인구 2670만 명이 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이기에 동양은 조직화/도시성에 배정된 최고 점수 250점을 받는다. 인구 10만6800명(2670만 명을 250점으로 나눈 수치)당 1점을 받게 되는 식이다. 따라서 2000년 현재 서양에서 가장 큰 도시인 뉴욕의 인구는 1670만 명이므로 조직화/도시성에서 서양은 156.37점(1670만 명을 10만6800명으로 나눈 수치)을 받는다. 1900년 런던의 주민은 약 660만 명이었으므로 1900년의 서양이 받는 조직화/도시성 점수는 61.80점(660만 명을 10만6800명으로 나눈 수치)이 된다. 이 네 항목의 점수를 합산한 수치가 바로 각 시대, 각 사회의 사회발전지수가 되는 것(즉, 만점은 1000점이다).

문명의 발전을 설명하는 키워드 ‘생물학’ ‘사회학’

저자는 생물학(특히 생태생물학과 진화생물학)과 사회학(사회과학이라 불리는 학문들의 약칭)을 보편적인 사회발전 역사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제시한다. 생물학은 사회발전을 끌어올리고 사회학은 사회발전이 어떤 식으로 증가하는지를 혹은 증가하지 않는지를 구체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에너지 획득 없이는 살지 못하고 항시 더 많은 에너지를 이용해서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존재이기에, 개별 인간의 활동과 진화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생물학은 사회발전 증가의 근거가 된다. 또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인간들로 구성된 큰 집단은 개별 인간들과는 대조적으로 모두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생물학이 알려준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달리 표현하자면, 장기고착이론이 주장하듯 인종이나 문화를 잣대로 우월하거나 열등한 집단으로 나눌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물학은 사회발전의 역사성은 설명하지 못한다. 무엇이 사회 변화를 야기하며 사회 변화가 무엇을 야기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사회학이다. 변화의 원인과 내용은 사회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역사의 원동력을 저자는 이렇게 요약한다. “변화는 일을 하는 데 더 쉽고 더 이득이 많고 더 안전한 길을 찾는, 게으르고 탐욕스럽고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에 의해 야기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거의 모른다.”

문명이 다음 단계로 뛰어넘기 위한 관문, ‘발전의 역설’과 ‘묵시록의 다섯 기수’

모든 문명은 여러 차례 커다란 변혁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빙하기 말 수렵채집으로 살아가던 우리의 선조들은 지구가 따뜻해지자 새로운 기후 조건에 걸맞고 생산성이 높은 농경을 시작했다. 작은 집단으로는 안위를 지키기 어려워지자 도시와 국가라는 보다 체계적인 공동체를 구성했으며, 이후에는 더욱 강력한 조직과 제도로 무장한 제국을 설립했다. 이렇듯 사회는 발전할수록 오히려 발전을 저해하는 힘과 만나게 되는데, 저자는 이것을 ‘발전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발전의 역설은 끊임없이 작동하면서 어떤 시점에서는 진정으로 혁신적인 변화로만 뚫을 수 있는 ‘단단한 천장’을 형성한다. 사회발전지수가 이 단단한 천장을 부수고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이상 사회는 정체되거나 붕괴되고 만다. 만약 문제 해결에 실패할 경우 끔찍한 재앙들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이 재앙들을 저자는 기근, 질병, 이주, 국가실패, 기후변화로 분류하고, ‘묵시록의 다섯 기수’라는 별명을 붙인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발전의 역설이 절정에 달해 두 차례 단단한 천장을 형성했을 때 사회발전지수는 각각 24점과 43점이었다. 기원전 1200년 이후에 주변부 이민족의 이주와 기후변화 등으로 파국을 초래했던 24점 천장은 동양(중국 춘추전국시대의 강대국이었던 네 나라 진晉, 진秦, 초, 제)과 서양(아시리아와 페르시아) 모두 국가를 신정神政에서 탈피해 재조직하고 중앙집권화하는 방식으로 극복했다. 그보다도 두 번째 43점 천장이 더 중요한데, 서기 1세기에 서양의 로마 제국이 이 천장에 튕겨져 붕괴의 길을 걷고 11세기 송나라가 한 번 더 천장을 압박하지만 속절없이 무너진 이후 17~18세기에 이르러 서유럽과 중국이 이 천장을 돌파하기 전까지, 동서양 문명 모두 43점을 넘어서지 못해 붕괴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1세기경은 역사상 최초로 서양 핵심부와 동양 핵심부가 접촉을 갖게 된 시기였다. 스텝 지대의 초원길을 매개로 로마 제국과 중국이 교역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중간 지대의 유목민은 뜻밖에도 43점 문턱에 다다랐던 로마에게 완전히 새로운 동양의 병원균을 전달하면서 경제를 대혼란에 빠뜨렸다. 이와 더불어 게르만족, 고트족, 훈족 등의 이민족이 변경을 유린했다. 묵시록의 다섯 기수 가운데 질병과 이주라는 쌍두마차에 로마는 서서히 무너지고 만다. 석탄 산업과 제철업으로 번영을 구가하던 11세기 송나라 또한 전염병과 이민족의 발흥으로 힘을 잃고 만다. 산업혁명이 18세기 유럽이 아니라 11세기 송나라에서 꽃피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여진과 몽골 제국에 의해 여지없이 꺾인다. 43점 천장은 결국 17세기 머스킷 총과 대포를 보유한 청나라와 러시아가 내륙 아시아의 스텝 지대를 폐쇄하여 유목민 이주의 물결을 종식시키고 묵시록의 기수 가운데 하나를 실질적으로 제거하면서 허물어졌다. 이제 묵시록의 다섯 기수 가운데 이민족의 ‘이주’는 사라졌고, 재앙의 파급력이 그만큼 낮아진 틈을 이용해 서유럽의 모험적인 기업가들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산업혁명은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 먼저 발생하게 된 것일까?

주변부에 내재한 뜻밖의 기회, ‘후진성의 이점’

사회발전 수준이 변화하면 사회발전이 요구하는 자원도 변하게 마련이다. 그러면 한때 중요하지 않았던 지역들이 자신의 미진했던 부분에서 오히려 유리한 요소를 찾아낼 수도 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후진성의 이점’이다. 먼저 아랍 지역의 예를 보면, 7~8세기 페르시아와 비잔티움 사이의 거대한 전쟁들은 서양 핵심부에 위치한 제국에 위기를 가져왔다. 이즈음 붕괴하는 제국의 주변부에서는 이슬람교가 탄생해 지속적인 전쟁 상태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무슬림은 그들의 후진성에서 이점을 발견했는데, 바로 종교적 구원과 군사주의의 결합이었다. 조직도 목적도 부재한 세상에서 그들은 이 이질적으로 보이는 요소의 결합을 통해 세력을 확장했고, 1세기 만에 서양 핵심부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을 집어삼키게 되었다. 1000년 뒤 에드워드 기번이 숙고했듯 어쩌면 옥스퍼드의 대학에서 코란을 가르치고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새로운 서양 핵심부의 지배자들은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아랍 지역과 마찬가지로 17세기 이전까지 서유럽은 서양의 주변부에 불과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태동한 서양의 핵심부는 지중해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유럽을 미개한 지역으로 남겨두었다. 그러나 15세기 콜럼버스와 바스코 다가마를 필두로 한 탐험가이자 식민주의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자 상황은 역전되었다. 교역과 경제의 중심지는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자리를 옮겨갔고, 대서양 경제가 새로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후진 지역에 위치해 에스파냐 절대왕정과 같은 간섭에서 자유로웠던 네덜란드나 잉글랜드의 상인들은 오히려 그 후진성으로 말미암아 부를 좇아 무역과 금융 사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과학혁명으로 인해 기술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었고, 스텝 지대를 통해 침입하던 이민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대서양 경제를 창출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서유럽은 산업혁명이 일어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저자는 결론 내린다. 11세기 송나라가 칭기즈 칸에 의해 도륙되지 않았더라면 발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화석연료의 활용법, 즉 증기기관을 통해 화석연료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은 서양의 사회발전지수를 극도로 증가시켜 서양을 세계의 지배자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동양은 산업혁명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원인은 지리에 있다.

서양의 지배를 설명하는 키워드 ‘지리’

제8장의 ‘테노치티틀란의 정화’는 또 다른 픽션으로 문을 연다. 1431년 명나라의 대함대를 이끌고 아스테카 왕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에 도착해 그곳을 약탈하는 장면이다. 테노치티틀란은 실제로 약탈을 당했으나 1431년이 아니라 1521년의 일이었고, 이를 지휘한 인물은 정화가 아니라 에르난 코르테스였다. 실제 역사가 이 경로를 따른 이유는 지리 때문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저 지리가 동양인보다 서양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가닿는 데 더 용이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더라도 아메리카 대륙을 목적지로 두었을 때 거리상 중국보다는 유럽에서 가는 편이 훨씬 쉬워 보인다. 더군다나 등 뒤에 무역풍이라는 천연 엔진을 달고 있는 유럽인이 유리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잘게 쪼개진 국가들이 경쟁해야 했던 유럽과는 달리 중앙집권적인 거대한 제국이 들어서 있는 중국의 권력자 입장에서는 사실 모험을 해가면서까지 태평양을 횡단할 필요가 없었다. 중국 대륙과 주변부 그리고 정화가 실제로 원정을 다녀온 인도양만을 그들의 세계로 삼기에 족했다. 반대로 신대륙과 신학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지리적 조건은 유럽, 특히 서유럽의 사회발전지수를 끌어올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그 결과 산업혁명은 서유럽에서 최초로 발생하게 되었다.
동양의 지배를 설명하는 키워드 또한 지리다. 동양의 사회발전지수가 서양을 앞서기 시작한 550년 부근에 중국에서 벌어진 일도 지리와 관련이 있다. 위진남북조시대를 마치고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는 대운하를 건설하는데, 이 수로가 로마 제국에서 지중해가 했던 역할을 중국에 제공함으로써 동양의 지리를 변화시켰던 것이다. 대운하는 북부의 강한 국가가 남부의 새로운 경제적 개척 지대에 접근할 수 있게 했고, 남부의 경제성장이 중국 전역에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지리적 환경에 이미 결과가 내재되어 있다는 식의 결론은 저자의 논지와 전혀 다른 것이다. 저자는 사회발전과 지리의 상호작용, 양방향적 관계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팽창의 욕망이 유럽에 변화를 촉구하는 사회발전의 단계에서 지리는 유럽인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으며, 스텝 지대를 닫는 지리적 재편을 감행함으로써 사회발전은 동양과 서양 공히 탄력을 받았다.

2103년, 동양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문명과 역사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그 추세 또한 도출해낼 수 있다는 뜻일 터. 저자는 미래에 대한 예측을 내놓는다. 저자에 따르면 2103년에 동양의 사회발전지수는 서양을 앞설 것이라고 한다. 17세기 산업혁명 이래로 사회발전 증가 속도는 가속되고 있으므로 사실 2103년은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중국 중심의 세계체제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 공자의 전통을 앞세운 중국의 치국책이 서양의 세계 지배보다 평화로울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전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서양의 쇠퇴에 대한 불안감이 서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불어 2103년에 도달하리라 예상되는 사회발전지수가 초래할 현상에 대한 공포심도 감춰지지 않는다. 저자의 계산은 2103년 사회발전지수는 무려 5000점이 될 전망이다. 900점을 얻은 현재 인류는 원자폭탄과 환경파괴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과연 5000점을 얻은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정보기술은 우리의 정신과 기계를 융합해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낼 것인가? 저자는 에너지 획득에서 혁명을 이뤄낼 것을 주문한다. 전쟁과 환경의 위협은 에너지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으로써 극대화되었지만 단순한 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목차
이 책에 대한 찬사 서론 베이징의 앨버트 | 발모럴 성의 루티 | 고착 | 운 좋게 얻어내다 | 역사의 모습 | 나태, 두려움, 탐욕 | 위치, 위치, 위치 | 계획 제1부 제1장 동양과 서양 이전에 서양이란 무엇인가? | 태초 | 동양과 서양의 시작? | 최초의 동양인: 베이징원인 | 최초의 서양인: 네안데르탈인 | 아기 걸음마 | 다시, ‘아웃 오브 아프리카’ | 선사시대 피카소들 제2장 서양이 앞서나가다 지구온난화 | 에덴동산 | 일용할 양식 | 실낙원 | 달라진 낙원 | 가서 번성하라 | 예정설 | 에덴의 동쪽 | 끓이기와 굽기, 해골과 무덤 제3장 과거를 평가하는 방법 진화하는 고고학 | 쪼개지는 인류학 |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 언제, 어디를 측정할 것인가? | 과거의 패턴 | 스크루지의 질문 제2부 제4장 동양이 따라잡다 방 안의 코끼리 | 신과의 핫라인 | 피와 살을 갖게 된 신들 | 와일드 웨스트 | 한 형제 | 천하의 만곽 | 최고 조상 | 산산이 부서지다 | 전차 ? 데니켄의 ‘신들의 전차’가 아니라 | 묵시록의 기수 제5장 막상막하 단조로움의 이점 | 저렴한 왕위 | 변화의 바람 | 고가 전략을 향해 | 고전 | 첨단 제국들 | 최초의 접촉 제6장 쇠퇴와 몰락 최선의 선택 | 새로운 세계질서 | 구세계 교환 | 천명을 잃다 | 끔찍한 혁명 | 더 작은 세계들 | 인내와 무기력 제7장 동양의 시대 동양이 주도권을 잡다 | 전쟁과 쌀 | 측천무후의 세상 | 마지막 혈통 | 선지자의 말씀 | 중심은 지탱하지 못한다 | 압박 | 사악한 악마의 맷돌들 제8장 세계화 세 가지 커다란 문제 | 사탄의 종족 | 포, 균, 무쇠 | 다른 강물 | 테노치티틀란의 정화 | 위인과 멍청이들 | 다시 태어나기 | 고립의 이점 | 1521 제9장 서양이 따라잡다 밀물 | 헛간의 쥐 | 제국의 왕관 | 단단한 천장 | 스텝 지대를 닫다 | 대양을 열다 | 시계태엽장치처럼 | 망원경 대결 | 철칙 제10장 서양의 시대 온 세상이 원하는 것 | 증기가 가져온 기쁨 | 거대한 분기 | 그래드그라인드들 | 하나의 세계 | 네메시스 | 동양의 전쟁 | 세계의 전쟁들 | 모든 것의 시대 | 인민의 낙원 | 동풍, 서풍 제3부 제11장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 왜 서양이 지배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 것들 | 백 투 더 퓨처 | 해질녘 | 파운데이션 제12장 당분간은 역사의 묘지에서 | 차이메리카 이후 | 2103 | 최악의 시나리오 | 대경주 | 앞으로의 모습 | 둘은 만나리 부록: 사회발전에 관해 네 가지 반론 | 에너지 획득 | 조직화 | 전쟁 수행 능력 | 정보기술 | 오차 범위 | 결론 주 도판목록 더 읽을거리 참고문헌 감사의 말 옮긴이의 글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