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인문에세이 04
독재의 유혹
(The) totalitarian temptation
- 대등서명
- ??的?惑
- 발행사항
- 파주 : 글항아리, 2012
- 형태사항
- 391 p. ; 23 cm
- 총서사항
- 인문에세이
- ISBN
- 9788967350253
- 청구기호
- 340.912 쉬78ㄷ
- 일반주기
- 원저자명: ?知?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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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4762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4762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지금 중국은 만족을 모르는 괴수怪獸처럼 변했다”
‘독재와 자본’의 유혹에 빠져든 중국, 쉬즈위안은 가장 양심적인
거울을 들고 그 위험한 유혹의 심층부를 비추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의 이미지 변화, 검열제도, 사회 심리 그리고 개인 반항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지난 10년 중국은 신속하게 굴기한 제국으로 인식되지만, 국내에서는 다시 국가화를 강화하고 있다. 사회의 독립 공간, 개인의 독립성, 시장과 기술이 가져온 짧은 자유가 다시 국가 권력에 삼켜지고 있으며 사회의 창조력과 열정도 제거되거나 왜곡되고 있다. 여러 부문에서 중국은 이미 만족을 모르는 괴수처럼 변했다.” _서문
“쉬즈위안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에 태어났다. 이른바 중국에서 신시기로 불리는 개혁·개방 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이념에 종속되어 현실비판적 시각을 상실했던 중국 지식인층에 새롭고 건강한 지식인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를 그에게서 찾을 수 있다.” _ 옮긴이의 말
중국을 대표하는 신예 지식인 쉬즈위안 책 국내 첫 소개
11개의 토픽으로 중국 내부의 심각한 문제들 파헤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한국은 지금 12월 대선을 향해 문재인·박근혜·안철수 후보가 민심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11월 8일부터 열리는 제18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체제가 물러나고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들어설 전망이다. 또 일본에서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현 총리 후임으로 제1야당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가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중·일 삼국의 정권 교체 배후에는 모종의 동일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그건 바로 ‘독재의 유혹’이다. 한국에서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현 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자연스럽게 박정희 독재 체제에 대한 인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선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장에 대한 처분과 관련하여 공산당 내 개방파와 신좌파 간의 권력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도 마오쩌둥毛澤東의 강권 통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최근 정계의 전체적인 우경화 경향에 편승하여 극우 편향의 아베 신조가 차기 총리 후보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일본의 극우란 무엇인가? 바로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일왕 중심의 전제주의를 그리워하는 수구적 이념이다.
무엇보다 냉정하고 균형잡힌 현실인식이 필요한 이때 중국의 떠오르는 지식인 쉬즈위안의 책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독재의 유혹』(원제: 極權的誘惑, 2010, 대만 팔기문화八旗文化)은 쉬즈위안이 가장 최근에 펴낸 사회비평집으로 칼럼니스트·경제잡지 주필·인문학 독립서점 경영 등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며 『미성숙한 국가』 등 10여권의 저서를 펴내왔던 그가 중국 사회의 구조적·시스템적·문화적·담론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부하고 날카롭게 비판한 책이다. 저자는 『메가트렌드 차이나』 『베이징 컨센서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등 중국 굴기에 대한 서구권의 대표적인 책들의 근거 없는 환상을 지적하면서 책을 시작해 총 11편의 장문의 글을 통해 “전제주의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결합된” 기괴한 거대국가의 내부 문제를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있다.
“중국은 다시 그 ‘성공’ 때문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국가 사회의 전체 분위기에 자만심이 넘쳐흐르면서 이제까지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모든 요소를 내팽개치고 있다. 중국은 대외를 향해 공부하던 대문을 걸어 잠그고 거만한 목소리로 다른 나라를 꾸짖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경제가 발전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목숨을 걸고 국유 기업을 확장하고 있다. 자유로운 사상과 개인의 창조력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다시금 교육을 통제하며 당의 선전을 통해 젊은 세대를 양육하고 있다. 권력 분산이 사회의 조화를 가져오고, 또 시민의 동정심과 주체성을 발휘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관료시스템을 통해 사회 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실패를 초래할 뿐이다. 또 중국은 정보 공개와 자아비판이 개혁의 황금시대를 창조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조화和諧’라는 명목만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압살하고 있다. 전면적인 위기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지적은 최근 일본과 한국 동남아 등 주변국가들과 전방위적으로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이 사실은 매우 위험한 자신감에 기초해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 저자는 자신의 책이 결코 ‘성세위언盛世危言’(지식인이 제공하는 국가의 위기 대처 방안)도 아니고 역사 관성慣性의 무정함에 대한 개탄도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이 책은 “세계 인식에 관한 우리의 인지認知”일 뿐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여기에 바로 이 책의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최근의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이 온몸을 던져 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디자인하려는 일체의 시도와 무관하다. 다만 저자는 구소련·독일·일본·미국이 화려한 낙관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다가 파국을 맞았는지를 두루 의식하면서 “중국의 경험이 결코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독특한 것이 아니며, 그 속에 내재된 곤경이 표면상의 번영을 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싶다”고 밝힌다.
저자는 『워싱턴 컨센서스』가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명확한 이념과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는 반면, 조슈아 라모의 『베이징 컨센서스』는 명확한 이념이 전혀 없다. 쉬즈위안은 이 책이 “정치인들의 담화를 영어로 번역해 중국 현실의 증거로 제출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이 책이 말하는 새로운 모델은 ‘창조적인 가치’ ‘지속가능한 성장과 평등’ ‘자주성’ 등인데 저자는 어떤 나라가 창조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은 『인민일보』 같은 관방 문건에서나 찾아볼 수 있고, 현재 중국에 대해 조그만 상식이라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재 중국의 빈부 격차는 극심하고, 사회가 형평을 잃고 있으며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사회라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도시와 농촌의 차이, 환경 파괴, 교육 실패가 이 모든 현상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만이 세계 유일의 중심 세력에 끌려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대해서도 “이 독립성이 중국 정부가 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중국 자신의 역사와 규모에 의해 저절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라고 선을 긋는다.
나아가 저자는 모든 “미래학의 본질은 현재가 과거에 결정되었듯이 미래도 현재에 결정된다는 믿음에 있다. 그러나 미래학의 바탕은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허망한 가정에 바탕한다. 그것은 ‘시간의 연속성과 변화의 연속성, 사건의 연속성을 동보적으로 매치시키고 있다’”라는 로버트 니스벳의 지적만큼 중국에 대한 세계인의 상상에 잘 어울리는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속성의 중국학’이라 할 만한 타자의 상상에 대한 쉬즈위안의 분석은 1장과 2장에 걸쳐 계속 이어진다. 결국 그는 “우리는 결국 다른 사람의 상상을 제지할 수 없다. 상상은 인류의 뿌리 깊은 약점이다. 앞에서 그렇게 많은 외국인의 우둔함과 거짓을 증거로 나열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우리가 자신을 기만하려 했기 때문에 이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의 거짓말에 몰두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타자의 상상’에서 ‘자아의 상상’으로 건너와서 저자는 공전의 히트를 친 쑹훙빙의 『화폐전쟁』 도 도마에 올리고 있다. “화폐전쟁에 대한 우려는 ‘중국 해체’의 공포로 나아갔고, 심지어 미국과의 전쟁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의 한 군사이론가는 자신이 쑹훙빙과 랑셴핑의 복제 인간이라는 듯 행동하며 “중국이 지금 C형 포위망에 갇혀 있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광기를 마주보고 쉬즈위안은 “『화폐전쟁』은 대중의 마음을 꿰뚫으며 날로 심화되는 그들의 불안한 일상생활에 모종의 해석을 가해줬다. 그렇지만 지도층은 왜 이 황당한 책에 호응했을까?” 그에 대해 저자는 “중국에서 권력을 획득한 사람은 현대세계를 분명하게 이해한 사람들이 아니고, 중국의 전통적인 게임에 더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치의 폐쇄성이 지도자들로 하여금 저절로 음모론의 신봉자가 되게 만들었다”라고 판단 내린다.
저자의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환부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쉬즈위안의 글쓰기는 과거의 한 대목을 뭉텅이로 잘라내 현재의 뭉텅이와 제시하여 온갖 환상을 깨부수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 그가 제시한, 전체주의·자본주의·집체주의 등에 대한 과거의 모든 열광이 오늘날 중국 사회와 맞닿는 단면이 너무 날카롭게 서로를 가리키고 있어, 독자들은 이 책의 비극적 정조와 세계 인식에 깊이 동조하게 된다. 쉬즈위안은 자신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쉬즈융이 사람들을 조직해 일반인들의 법적 권리를 자문해주고 그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지침을 제공하는 사회운동을 벌이다 검거된 사연을 전하고 있다. “쉬즈융과 그의 동지들은 이 사회에 무한한 책임감과 깊은 동정심을 품고 자신의 법률 지식으로 어려움에 처한 낯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이 사회의 불공정성을 완화시키고 저들 비관에 젖은 힘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와 같은 민간기구를 만들려고 할 때, 이 기구를 담당하려고 하는 정부 부서가 한 곳도 없어서, 민간 비영리 단체로는 등록할 수가 없었다. 이에 이 민간기구는 부득불 ‘베이징공익연맹 자문 유한회사’로 등록해 생존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탄식한다. 어느 날 친구의 체포소식을 들은 그는 “전제 정권은 언제나 사회적 역량 제거를 제일 중요한 임무로 삼는다”라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고야 말았다.
중국은 현재 빈익빈 부익부가 심각한 상태다. 어떠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못가진 자들과 파산한 시민들도 “신자유주의 체제를 향해 비판의 화살을 겨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 독재 시대를 그리워하며 그 시대가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사회적 보장이 많았다”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최근 마오쩌둥의 유산은 청산되어야 한다는 구세대들과 달리 마오쩌둥을 우상화하고 그의 발언을 대자보로 시내 곳곳에 붙이며 “우리에겐 마오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중국 젊은이들의 열광은 이른바 ‘독재의 유혹’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풍경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문호 루쉰이 일찍이 ‘노예 근성’이라고 지적했듯 쉬즈위안은 “폭압적인 권력과 일방적인 이념교육을 통해 국민의 독립적 사고력과 개개인의 자발성을 제거한 뒤 자신이 노예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게 하는” 독재체제에 가공할 만한 위협에 맞서 싸울 것을 동시대인들에게 요청한다. 이런 쉬즈위안의 주장을 최종적으로 갈무리 하면서 역자 김영문 박사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쉬즈위안은 21세기에 중국이 세계 여러 나라와 평화적으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특수성을 강조하기보다 세계의 보편성을 인정하고 그 가치에 공감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는 민주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류빈옌, 후수리, 쉬즈융, 위제, 류샤오보 등 비판적 지식인을 매우 고귀하게 평가한다. 중국의 미래는 이들에 의해 훨씬 더 보편적, 평화적, 세계적, 민주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젊은 비판적 지식인의 대열에 쉬즈위안이 서 있다.”
‘독재와 자본’의 유혹에 빠져든 중국, 쉬즈위안은 가장 양심적인
거울을 들고 그 위험한 유혹의 심층부를 비추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의 이미지 변화, 검열제도, 사회 심리 그리고 개인 반항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지난 10년 중국은 신속하게 굴기한 제국으로 인식되지만, 국내에서는 다시 국가화를 강화하고 있다. 사회의 독립 공간, 개인의 독립성, 시장과 기술이 가져온 짧은 자유가 다시 국가 권력에 삼켜지고 있으며 사회의 창조력과 열정도 제거되거나 왜곡되고 있다. 여러 부문에서 중국은 이미 만족을 모르는 괴수처럼 변했다.” _서문
“쉬즈위안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에 태어났다. 이른바 중국에서 신시기로 불리는 개혁·개방 시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이념에 종속되어 현실비판적 시각을 상실했던 중국 지식인층에 새롭고 건강한 지식인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를 그에게서 찾을 수 있다.” _ 옮긴이의 말
중국을 대표하는 신예 지식인 쉬즈위안 책 국내 첫 소개
11개의 토픽으로 중국 내부의 심각한 문제들 파헤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한국은 지금 12월 대선을 향해 문재인·박근혜·안철수 후보가 민심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11월 8일부터 열리는 제18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체제가 물러나고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들어설 전망이다. 또 일본에서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현 총리 후임으로 제1야당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가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중·일 삼국의 정권 교체 배후에는 모종의 동일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그건 바로 ‘독재의 유혹’이다. 한국에서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현 여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자연스럽게 박정희 독재 체제에 대한 인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선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장에 대한 처분과 관련하여 공산당 내 개방파와 신좌파 간의 권력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도 마오쩌둥毛澤東의 강권 통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최근 정계의 전체적인 우경화 경향에 편승하여 극우 편향의 아베 신조가 차기 총리 후보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일본의 극우란 무엇인가? 바로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일왕 중심의 전제주의를 그리워하는 수구적 이념이다.
무엇보다 냉정하고 균형잡힌 현실인식이 필요한 이때 중국의 떠오르는 지식인 쉬즈위안의 책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독재의 유혹』(원제: 極權的誘惑, 2010, 대만 팔기문화八旗文化)은 쉬즈위안이 가장 최근에 펴낸 사회비평집으로 칼럼니스트·경제잡지 주필·인문학 독립서점 경영 등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며 『미성숙한 국가』 등 10여권의 저서를 펴내왔던 그가 중국 사회의 구조적·시스템적·문화적·담론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부하고 날카롭게 비판한 책이다. 저자는 『메가트렌드 차이나』 『베이징 컨센서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등 중국 굴기에 대한 서구권의 대표적인 책들의 근거 없는 환상을 지적하면서 책을 시작해 총 11편의 장문의 글을 통해 “전제주의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결합된” 기괴한 거대국가의 내부 문제를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있다.
“중국은 다시 그 ‘성공’ 때문에 무너질 가능성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국가 사회의 전체 분위기에 자만심이 넘쳐흐르면서 이제까지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모든 요소를 내팽개치고 있다. 중국은 대외를 향해 공부하던 대문을 걸어 잠그고 거만한 목소리로 다른 나라를 꾸짖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경제가 발전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목숨을 걸고 국유 기업을 확장하고 있다. 자유로운 사상과 개인의 창조력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다시금 교육을 통제하며 당의 선전을 통해 젊은 세대를 양육하고 있다. 권력 분산이 사회의 조화를 가져오고, 또 시민의 동정심과 주체성을 발휘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관료시스템을 통해 사회 변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실패를 초래할 뿐이다. 또 중국은 정보 공개와 자아비판이 개혁의 황금시대를 창조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조화和諧’라는 명목만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압살하고 있다. 전면적인 위기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지적은 최근 일본과 한국 동남아 등 주변국가들과 전방위적으로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이 사실은 매우 위험한 자신감에 기초해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 저자는 자신의 책이 결코 ‘성세위언盛世危言’(지식인이 제공하는 국가의 위기 대처 방안)도 아니고 역사 관성慣性의 무정함에 대한 개탄도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이 책은 “세계 인식에 관한 우리의 인지認知”일 뿐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여기에 바로 이 책의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최근의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이 온몸을 던져 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디자인하려는 일체의 시도와 무관하다. 다만 저자는 구소련·독일·일본·미국이 화려한 낙관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다가 파국을 맞았는지를 두루 의식하면서 “중국의 경험이 결코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독특한 것이 아니며, 그 속에 내재된 곤경이 표면상의 번영을 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싶다”고 밝힌다.
저자는 『워싱턴 컨센서스』가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명확한 이념과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는 반면, 조슈아 라모의 『베이징 컨센서스』는 명확한 이념이 전혀 없다. 쉬즈위안은 이 책이 “정치인들의 담화를 영어로 번역해 중국 현실의 증거로 제출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이 책이 말하는 새로운 모델은 ‘창조적인 가치’ ‘지속가능한 성장과 평등’ ‘자주성’ 등인데 저자는 어떤 나라가 창조성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은 『인민일보』 같은 관방 문건에서나 찾아볼 수 있고, 현재 중국에 대해 조그만 상식이라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재 중국의 빈부 격차는 극심하고, 사회가 형평을 잃고 있으며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사회라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도시와 농촌의 차이, 환경 파괴, 교육 실패가 이 모든 현상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만이 세계 유일의 중심 세력에 끌려들어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대해서도 “이 독립성이 중국 정부가 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중국 자신의 역사와 규모에 의해 저절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라고 선을 긋는다.
나아가 저자는 모든 “미래학의 본질은 현재가 과거에 결정되었듯이 미래도 현재에 결정된다는 믿음에 있다. 그러나 미래학의 바탕은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허망한 가정에 바탕한다. 그것은 ‘시간의 연속성과 변화의 연속성, 사건의 연속성을 동보적으로 매치시키고 있다’”라는 로버트 니스벳의 지적만큼 중국에 대한 세계인의 상상에 잘 어울리는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속성의 중국학’이라 할 만한 타자의 상상에 대한 쉬즈위안의 분석은 1장과 2장에 걸쳐 계속 이어진다. 결국 그는 “우리는 결국 다른 사람의 상상을 제지할 수 없다. 상상은 인류의 뿌리 깊은 약점이다. 앞에서 그렇게 많은 외국인의 우둔함과 거짓을 증거로 나열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우리가 자신을 기만하려 했기 때문에 이처럼 다른 나라 사람들의 거짓말에 몰두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
‘타자의 상상’에서 ‘자아의 상상’으로 건너와서 저자는 공전의 히트를 친 쑹훙빙의 『화폐전쟁』 도 도마에 올리고 있다. “화폐전쟁에 대한 우려는 ‘중국 해체’의 공포로 나아갔고, 심지어 미국과의 전쟁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의 한 군사이론가는 자신이 쑹훙빙과 랑셴핑의 복제 인간이라는 듯 행동하며 “중국이 지금 C형 포위망에 갇혀 있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광기를 마주보고 쉬즈위안은 “『화폐전쟁』은 대중의 마음을 꿰뚫으며 날로 심화되는 그들의 불안한 일상생활에 모종의 해석을 가해줬다. 그렇지만 지도층은 왜 이 황당한 책에 호응했을까?” 그에 대해 저자는 “중국에서 권력을 획득한 사람은 현대세계를 분명하게 이해한 사람들이 아니고, 중국의 전통적인 게임에 더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치의 폐쇄성이 지도자들로 하여금 저절로 음모론의 신봉자가 되게 만들었다”라고 판단 내린다.
저자의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환부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쉬즈위안의 글쓰기는 과거의 한 대목을 뭉텅이로 잘라내 현재의 뭉텅이와 제시하여 온갖 환상을 깨부수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 그가 제시한, 전체주의·자본주의·집체주의 등에 대한 과거의 모든 열광이 오늘날 중국 사회와 맞닿는 단면이 너무 날카롭게 서로를 가리키고 있어, 독자들은 이 책의 비극적 정조와 세계 인식에 깊이 동조하게 된다. 쉬즈위안은 자신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쉬즈융이 사람들을 조직해 일반인들의 법적 권리를 자문해주고 그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지침을 제공하는 사회운동을 벌이다 검거된 사연을 전하고 있다. “쉬즈융과 그의 동지들은 이 사회에 무한한 책임감과 깊은 동정심을 품고 자신의 법률 지식으로 어려움에 처한 낯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이 사회의 불공정성을 완화시키고 저들 비관에 젖은 힘없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와 같은 민간기구를 만들려고 할 때, 이 기구를 담당하려고 하는 정부 부서가 한 곳도 없어서, 민간 비영리 단체로는 등록할 수가 없었다. 이에 이 민간기구는 부득불 ‘베이징공익연맹 자문 유한회사’로 등록해 생존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탄식한다. 어느 날 친구의 체포소식을 들은 그는 “전제 정권은 언제나 사회적 역량 제거를 제일 중요한 임무로 삼는다”라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고야 말았다.
중국은 현재 빈익빈 부익부가 심각한 상태다. 어떠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못가진 자들과 파산한 시민들도 “신자유주의 체제를 향해 비판의 화살을 겨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 독재 시대를 그리워하며 그 시대가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사회적 보장이 많았다”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최근 마오쩌둥의 유산은 청산되어야 한다는 구세대들과 달리 마오쩌둥을 우상화하고 그의 발언을 대자보로 시내 곳곳에 붙이며 “우리에겐 마오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중국 젊은이들의 열광은 이른바 ‘독재의 유혹’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풍경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문호 루쉰이 일찍이 ‘노예 근성’이라고 지적했듯 쉬즈위안은 “폭압적인 권력과 일방적인 이념교육을 통해 국민의 독립적 사고력과 개개인의 자발성을 제거한 뒤 자신이 노예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게 하는” 독재체제에 가공할 만한 위협에 맞서 싸울 것을 동시대인들에게 요청한다. 이런 쉬즈위안의 주장을 최종적으로 갈무리 하면서 역자 김영문 박사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쉬즈위안은 21세기에 중국이 세계 여러 나라와 평화적으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특수성을 강조하기보다 세계의 보편성을 인정하고 그 가치에 공감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는 민주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류빈옌, 후수리, 쉬즈융, 위제, 류샤오보 등 비판적 지식인을 매우 고귀하게 평가한다. 중국의 미래는 이들에 의해 훨씬 더 보편적, 평화적, 세계적, 민주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젊은 비판적 지식인의 대열에 쉬즈위안이 서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역사의 함정?
제1장 미래의 권력
제2장 타자의 상상
제3장 의심스러운 회고
제4장 음모와 공황
제5장 특수성의 유혹
제6장 중국 특색에서 중국 모델로
제7장 문화의 결락
제8장 머독과 구글
제9장 류빈옌에서 후수리까지
제10장 고독한 반항자
제11장 우리 이 세대
주註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