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 대등서명
- クラウゼヴィッツの暗?文
- 개인저자
- 히로세 다카시 지음 ; 위정훈 옮김
- 발행사항
- 서울 :,프로메테우스출판사,,2011
- 형태사항
- 338 p. : 삽화, 도표 ; 24 cm
- ISBN
- 9788991503175
- 청구기호
- 392.1 히235ㅇ
- 일반주기
- 원저자명: ??隆
- 서지주기
- 참고문헌(p. 335)과 색인수록
- 주제
- 전쟁[戰爭]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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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4840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4840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이미 20여년 전에 이성적으로 예견하고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던 한 사람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히로세 다카시.
일본에서 ‘1인 대안언론’으로 불리며 반핵평화운동가로 활동 중인 히로세 다카시의 평화사상의 초석이 된 문제작 한 편이 뒤늦게나마 국내 최초로 번역되어 독자들에게 찾아온다.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가 바로 그 책이다. 원제가 《클라우제비츠의 암호문クラウゼヴィッツの 暗?文》인 이 책은 지금도 끊임없이 발발하는 전쟁의 본질에 관해 탐구한 현재적 의미의 고발서이자, 평화운동의 새 지평을 연 책으로 회자되고 있다.
저자는 근현대사에 발발했던 전쟁의 본질에 대한 명쾌한 답을 군사학의 경전이라고까지 불리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끈으로 삼아, 전쟁이 왜 발발하며 이제껏 인간은 왜 전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지를 치밀한 자료 조사를 근거로 맵핑한 47장의 분쟁사 연속지도를 이용해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 특유의 사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논법의 종국에 이르러선 클라우제비츠가 결코 말하지 않았던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라는 미완의 대명제에 대한 응답을, 마치 포의 《도둑맞은 편지》의 마지막을 연상시키듯 의미심장한 반전과 함께 제시한다. 요컨대, 이 책은 ‘전쟁은 다른 수단을 가지고 벌이는 정치의 연속이다’라고 설파했던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대응해 또 다른 전쟁의 이유를 탐구한, 저자의 평생 테마이기도 한 ‘평화론’의 출발점인 셈이다.
1.
책의 서두는 ‘역사서는 발로 뛰면서 써야 한다’는 철칙을 갖고 세계를 순례하는 저자답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데서 출발한다.
때때로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취재가 그렇듯, 어느 날 유서를 써두고 가자지구 난민 캠프에 들어가게 된 저자는 그곳에서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한 집에서 살았던 가자의 이집트인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 혹독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고서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들의 난민 캠프 생활을 눈으로 직접 보고 돌아온 저자의 마음속엔 이러한 고통을 안겨준 이스라엘에 대한 미움이 잠시간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같은 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 만난 어느 이스라엘 부인의 손목 안쪽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나치 강제수용소의 수인번호를 보고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경이 복잡해졌다고 토로한다. 이때부터 그의 머릿속엔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라는 의문이 싹트기 시작했고, 이윽고 운명처럼 군사학의 경전으로 불리는 문제의 책과 조우하게 된다. 히틀러를 비롯한 전쟁광들은 물론이거니와 마르크스와 레닌마저도 매혹시켰다던 저 유명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바로 그것이다.
19세기 프로이센의 천재군인이었던 클라우제비츠.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전쟁의 어두운 특질을 하나둘씩 명쾌하게 풀어낸 그의 저서 《전쟁론》은 사실은 그가 죽은 뒤 그 아내와 협력자들이 유고를 정리하여 발간한 미완의 보고서이다. 그러나 《전쟁론》은 굳이 저자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각국 사관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는 가운데 수많은 군인들과 정치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으로 유명하다.
저자인 히로세 다카시는 이 책 《전쟁론》을 전쟁의 본질에 접근하는 수수께끼의 끈으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 무엇을 이용해서 전쟁을 하는가 또는 무엇을 이용해 학살했을까 → 누구의 지시를 받아 전쟁을 하는가 또는 누가 전쟁을 원하는가라고 차곡차곡 논법을 쌓아올리면서. 이러한 서술 속에서 저자는 A(Atomic 핵무기), B(Bio 생화학무기), C(Chemical 화학무기), D(Dynamite 재래식 화약무기), E(Edge 날붙이무기)로 통칭한 각종 무기가 인간에 미친 피해 사실은 물론 각국 군사첩보기관의 교육과정 및 활동, 그리고 루머의 창작과 보급을 통해 전쟁론이 바이러스처럼 확산되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책의 백미는 따로 있다. 저자가 1만 꼭지가 넘는 신문 기사와 라디오·텔레비전 등의 보도자료, 그리고 수백 점에 이르는 책과 자료를 검토해 매해마다 어떠한 전쟁이 일어났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지도로 작성한, 1945년 8월 15일 다음날부터 기록된 분쟁사 연속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 전후로 칭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이 세계가‘하루도 쉬지 않고’전쟁을 계속해왔을 뿐만 아니라 그 발생 빈도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과밀화되고 있음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이 지도는 저자가 직접 작성한 것이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세계의 전쟁을 해독한 이 47년 간의 분쟁사 연속지도는 곧 전 세계인의 학살사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 말대로 분쟁 지도에는 세계적 규모의 전쟁은 물론 국지적 분쟁 및 내전뿐만 아니라 쿠데타·암살 등의 내란에서부터 납치·테러·하이재킹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폭력행위(게발트)가 모조리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물론 이 지도 위에는 무고한 이들이 흘린 단 한 방울의 피도 흐르고 있지 않지만, 그 지도에 표시된 전장에서는 산더미 같은 시체가 쌓아올려졌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시키며 저자는 한번에 훌쩍 건너뛰지 말고 종이를 한 장씩 넘겨서 마지막 지도까지 살펴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다 보면 지도에 적혀진 그들 각 사건의 그림자 뒤에 필연적으로 작용했던, 그리고 지금도 활동 중인 거대한 손과 그들의 손에 들려진 무시무시한 무기, 그리고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 짓이겨진 수많은 무고한 민중의 생명에 대한 고발이 분명히 그 속에서 읽혀질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2.
“전쟁은 흔히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 것처럼 말해져왔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과 톨스토이의 소설에 등장하는 ‘바보 이반’ 같은 사람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저런 구실로 서로 적을 나누며 싸움을 선동해왔다. 그러나 바보 이반은? 그들에겐 애초부터 국경도, 진영도 없다. 그러니 사실상 싸울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은 이반을 부추기고 결국 전장으로 몰아가서 피를 흘리게 한다.
전쟁은 결단코 인간의 본성에 의한 결과가 아니다. 모든 분쟁의 역사 속에는 그것을 획책하고 논쟁적인 의사를 표방한 인물이 분명 떠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제2차 세계대전 후의 47년간의 분쟁사란, 뒤집어 말한다면 곧 47년간의 분쟁 선동사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중략).... 우리가 명확하게 구별해야 할 현상은 이 세계가 동측과 서측의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니라,‘클라우제비츠형 인간’과 ‘바보 이반’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인지하는 것이다.”
- 본문 가운데
이렇듯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비로소 전쟁이란‘인간의 본성’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전쟁을 지향하는 의지’를 가진 몇몇 소수의 ‘클라우제비츠형 인간’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을 부추겨 전장으로 몰아가서 결국엔 피투성이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저자가 말하는, 이른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이란 대체 어떤 이들일까? 남녀를 불문하고, 적어도 그들에겐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적’을 만들어내는 기질이다. 일찍이‘전쟁은 다른 수단을 갖고 하는 정치의 연속이다’라고 설파한 클라우제비츠에 반해, 저자는 자신이 조사한 분쟁지도를 바탕으로 그동안 겪어온 피투성이 전쟁들이 모두 이들의 ‘사업’이었다고 주장한다. 세계는 그들에 의해 동서 냉전과 민족 분열 등의 긴장 상태가 조성되었고, 그렇기에 오늘날까지 전 세계 군수 산업은 계속해서 번창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을 획책하고 실행하는 자가 악이라는 인식이 없는 경우, 세계는 계속해서 전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사실상 분쟁지도의 연속성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은 ‘A프로젝트’를 완성하면 곧장 ‘B프로젝트’를 착수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그저 단순히 연속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전체 프로그램이 그들의 ‘수입’을 위해 원활하게 진행되었으며, 동시에 금융사업과 무기사업을 통한 또 다른 이익을 지속적으로 얻기 위해 전쟁이 끊이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저자는 전쟁과 그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자본과의 연관성을, 이 책을 발표하고 난 2년 뒤 펴낸 《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와 《붉은 방패》 등의 저서 등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증명했다).
3.
최근 일본의 유수 출판사에서 문고판 복간이 한창 진행 중인 히로세 다카시의 초기 논픽션들 가운데서, 저자의 세계관과 그 실천의 토대가 된 이 책《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는 1984년에 일본 신쵸샤에서 초판이 출간되어 지금까지 50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평화운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된 화제작이다. 1985년 개정판에 2년 분의 분쟁지도를 추가했다가 1992년 증보판에서는 소련 붕괴 직후인 1991년까지의 분쟁지도 6년분을 다시 추가했는데, 이번에 국내 소개되는 판본은 1992년에 출간된 증보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리비아, 그리고 북한....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은 결코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에게 전쟁이란 곧 비즈니스 자체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저자의 말마따나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 나라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런 판단력을 잃게 되는 것 같다. 서로 증오해야 할 명확한 ‘논리적 근거’가 있는가를 논의한 적도 없이 타국과 감정대립의 양상만을 보이고 있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의 선동이 우리에게 먹히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사실은 배후에 군수산업의 거대한 이권이 있고, 또한 핵무기와 원자력 생산설비를 하느라고 우리의 행복해야 할 인생이 바로 내일 끝장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출간 시기는 오래되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세계는 전쟁이 끊일 날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 책은 전혀 빛이 바래지 않을 현재적 의미의 고발서이다. 무엇보다 지금 읽어도 생생한 느낌이 드는 것은 저자가 치열한 취재를 통해 제시한 자료의 성실함과 진실성이 와 닿기 때문이 아닐는지. 혼란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세계 정세 속에서, 이 책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근현대사의 맥락과 아울러 분쟁 뒤에 도사린 정치경제적 배경 또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리라 본다.
일본에서 ‘1인 대안언론’으로 불리며 반핵평화운동가로 활동 중인 히로세 다카시의 평화사상의 초석이 된 문제작 한 편이 뒤늦게나마 국내 최초로 번역되어 독자들에게 찾아온다.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가 바로 그 책이다. 원제가 《클라우제비츠의 암호문クラウゼヴィッツの 暗?文》인 이 책은 지금도 끊임없이 발발하는 전쟁의 본질에 관해 탐구한 현재적 의미의 고발서이자, 평화운동의 새 지평을 연 책으로 회자되고 있다.
저자는 근현대사에 발발했던 전쟁의 본질에 대한 명쾌한 답을 군사학의 경전이라고까지 불리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끈으로 삼아, 전쟁이 왜 발발하며 이제껏 인간은 왜 전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지를 치밀한 자료 조사를 근거로 맵핑한 47장의 분쟁사 연속지도를 이용해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 특유의 사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논법의 종국에 이르러선 클라우제비츠가 결코 말하지 않았던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라는 미완의 대명제에 대한 응답을, 마치 포의 《도둑맞은 편지》의 마지막을 연상시키듯 의미심장한 반전과 함께 제시한다. 요컨대, 이 책은 ‘전쟁은 다른 수단을 가지고 벌이는 정치의 연속이다’라고 설파했던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대응해 또 다른 전쟁의 이유를 탐구한, 저자의 평생 테마이기도 한 ‘평화론’의 출발점인 셈이다.
1.
책의 서두는 ‘역사서는 발로 뛰면서 써야 한다’는 철칙을 갖고 세계를 순례하는 저자답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데서 출발한다.
때때로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취재가 그렇듯, 어느 날 유서를 써두고 가자지구 난민 캠프에 들어가게 된 저자는 그곳에서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한 집에서 살았던 가자의 이집트인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 혹독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고서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들의 난민 캠프 생활을 눈으로 직접 보고 돌아온 저자의 마음속엔 이러한 고통을 안겨준 이스라엘에 대한 미움이 잠시간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같은 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 만난 어느 이스라엘 부인의 손목 안쪽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나치 강제수용소의 수인번호를 보고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경이 복잡해졌다고 토로한다. 이때부터 그의 머릿속엔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라는 의문이 싹트기 시작했고, 이윽고 운명처럼 군사학의 경전으로 불리는 문제의 책과 조우하게 된다. 히틀러를 비롯한 전쟁광들은 물론이거니와 마르크스와 레닌마저도 매혹시켰다던 저 유명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바로 그것이다.
19세기 프로이센의 천재군인이었던 클라우제비츠.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하게 전쟁의 어두운 특질을 하나둘씩 명쾌하게 풀어낸 그의 저서 《전쟁론》은 사실은 그가 죽은 뒤 그 아내와 협력자들이 유고를 정리하여 발간한 미완의 보고서이다. 그러나 《전쟁론》은 굳이 저자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각국 사관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는 가운데 수많은 군인들과 정치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으로 유명하다.
저자인 히로세 다카시는 이 책 《전쟁론》을 전쟁의 본질에 접근하는 수수께끼의 끈으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 무엇을 이용해서 전쟁을 하는가 또는 무엇을 이용해 학살했을까 → 누구의 지시를 받아 전쟁을 하는가 또는 누가 전쟁을 원하는가라고 차곡차곡 논법을 쌓아올리면서. 이러한 서술 속에서 저자는 A(Atomic 핵무기), B(Bio 생화학무기), C(Chemical 화학무기), D(Dynamite 재래식 화약무기), E(Edge 날붙이무기)로 통칭한 각종 무기가 인간에 미친 피해 사실은 물론 각국 군사첩보기관의 교육과정 및 활동, 그리고 루머의 창작과 보급을 통해 전쟁론이 바이러스처럼 확산되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책의 백미는 따로 있다. 저자가 1만 꼭지가 넘는 신문 기사와 라디오·텔레비전 등의 보도자료, 그리고 수백 점에 이르는 책과 자료를 검토해 매해마다 어떠한 전쟁이 일어났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지도로 작성한, 1945년 8월 15일 다음날부터 기록된 분쟁사 연속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흔히 전후로 칭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이 세계가‘하루도 쉬지 않고’전쟁을 계속해왔을 뿐만 아니라 그 발생 빈도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과밀화되고 있음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이 지도는 저자가 직접 작성한 것이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세계의 전쟁을 해독한 이 47년 간의 분쟁사 연속지도는 곧 전 세계인의 학살사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 말대로 분쟁 지도에는 세계적 규모의 전쟁은 물론 국지적 분쟁 및 내전뿐만 아니라 쿠데타·암살 등의 내란에서부터 납치·테러·하이재킹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폭력행위(게발트)가 모조리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물론 이 지도 위에는 무고한 이들이 흘린 단 한 방울의 피도 흐르고 있지 않지만, 그 지도에 표시된 전장에서는 산더미 같은 시체가 쌓아올려졌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시키며 저자는 한번에 훌쩍 건너뛰지 말고 종이를 한 장씩 넘겨서 마지막 지도까지 살펴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다 보면 지도에 적혀진 그들 각 사건의 그림자 뒤에 필연적으로 작용했던, 그리고 지금도 활동 중인 거대한 손과 그들의 손에 들려진 무시무시한 무기, 그리고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 짓이겨진 수많은 무고한 민중의 생명에 대한 고발이 분명히 그 속에서 읽혀질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2.
“전쟁은 흔히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 것처럼 말해져왔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과 톨스토이의 소설에 등장하는 ‘바보 이반’ 같은 사람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저런 구실로 서로 적을 나누며 싸움을 선동해왔다. 그러나 바보 이반은? 그들에겐 애초부터 국경도, 진영도 없다. 그러니 사실상 싸울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은 이반을 부추기고 결국 전장으로 몰아가서 피를 흘리게 한다.
전쟁은 결단코 인간의 본성에 의한 결과가 아니다. 모든 분쟁의 역사 속에는 그것을 획책하고 논쟁적인 의사를 표방한 인물이 분명 떠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제2차 세계대전 후의 47년간의 분쟁사란, 뒤집어 말한다면 곧 47년간의 분쟁 선동사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중략).... 우리가 명확하게 구별해야 할 현상은 이 세계가 동측과 서측의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니라,‘클라우제비츠형 인간’과 ‘바보 이반’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인지하는 것이다.”
- 본문 가운데
이렇듯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비로소 전쟁이란‘인간의 본성’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전쟁을 지향하는 의지’를 가진 몇몇 소수의 ‘클라우제비츠형 인간’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을 부추겨 전장으로 몰아가서 결국엔 피투성이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저자가 말하는, 이른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이란 대체 어떤 이들일까? 남녀를 불문하고, 적어도 그들에겐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적’을 만들어내는 기질이다. 일찍이‘전쟁은 다른 수단을 갖고 하는 정치의 연속이다’라고 설파한 클라우제비츠에 반해, 저자는 자신이 조사한 분쟁지도를 바탕으로 그동안 겪어온 피투성이 전쟁들이 모두 이들의 ‘사업’이었다고 주장한다. 세계는 그들에 의해 동서 냉전과 민족 분열 등의 긴장 상태가 조성되었고, 그렇기에 오늘날까지 전 세계 군수 산업은 계속해서 번창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을 획책하고 실행하는 자가 악이라는 인식이 없는 경우, 세계는 계속해서 전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사실상 분쟁지도의 연속성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은 ‘A프로젝트’를 완성하면 곧장 ‘B프로젝트’를 착수하는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그저 단순히 연속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전체 프로그램이 그들의 ‘수입’을 위해 원활하게 진행되었으며, 동시에 금융사업과 무기사업을 통한 또 다른 이익을 지속적으로 얻기 위해 전쟁이 끊이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저자는 전쟁과 그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자본과의 연관성을, 이 책을 발표하고 난 2년 뒤 펴낸 《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와 《붉은 방패》 등의 저서 등을 통해 더 구체적으로 증명했다).
3.
최근 일본의 유수 출판사에서 문고판 복간이 한창 진행 중인 히로세 다카시의 초기 논픽션들 가운데서, 저자의 세계관과 그 실천의 토대가 된 이 책《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는 1984년에 일본 신쵸샤에서 초판이 출간되어 지금까지 50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평화운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된 화제작이다. 1985년 개정판에 2년 분의 분쟁지도를 추가했다가 1992년 증보판에서는 소련 붕괴 직후인 1991년까지의 분쟁지도 6년분을 다시 추가했는데, 이번에 국내 소개되는 판본은 1992년에 출간된 증보판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리비아, 그리고 북한....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은 결코 전쟁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에게 전쟁이란 곧 비즈니스 자체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저자의 말마따나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 나라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런 판단력을 잃게 되는 것 같다. 서로 증오해야 할 명확한 ‘논리적 근거’가 있는가를 논의한 적도 없이 타국과 감정대립의 양상만을 보이고 있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의 선동이 우리에게 먹히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사실은 배후에 군수산업의 거대한 이권이 있고, 또한 핵무기와 원자력 생산설비를 하느라고 우리의 행복해야 할 인생이 바로 내일 끝장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출간 시기는 오래되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세계는 전쟁이 끊일 날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 책은 전혀 빛이 바래지 않을 현재적 의미의 고발서이다. 무엇보다 지금 읽어도 생생한 느낌이 드는 것은 저자가 치열한 취재를 통해 제시한 자료의 성실함과 진실성이 와 닿기 때문이 아닐는지. 혼란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세계 정세 속에서, 이 책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근현대사의 맥락과 아울러 분쟁 뒤에 도사린 정치경제적 배경 또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하리라 본다.
목차
제1장 천재 클라우제비츠
제2장 첫 번째 여벌 열쇠
제3장 A......
제4장 B.C.D.E......X
제5장 CIA
제6장 KGB
제7장 클라우제비츠의 대원리
부록 1 프리드만의 암호문 해독법
부록 2 수소폭탄 제조법
후기
옮긴이의 말
인용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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