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의 성장과 함께 복지와 증세 논쟁은, 민주국가에서는 불가피하게 맞이하는 정치 과정이다. 조세정책은 누가, 어떤 자원을, 얼마만큼 부담할 것인가를 다루기 때문에 ‘희소 가치의 권위적 배분’을 다루는 정치과정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세정책은 그 자체가 재분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조세정책은 단순히 정책적 합리성과 경제적 효율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복지정치적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그런데, 복지국가와 사회정책에 대한 활발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복지국가의 ‘조세정치’와 ‘조세제도’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연구는 드물다.
이러한 와중에 우리나라에서 2010년 6.2지방선거 이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이 선거쟁점이 되었고, 복지는 대세가 되었다. 복지논쟁이 사회쟁점화되자, 진보진영내에서는 복지재정 확충을 이유로 대기업의 법인세와 부자증세 그리고 새로운 목적세로 ‘사회복지세’ 도입 논의가 봇물을 이루었다. 보수진영은 복지의 확대가 국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며, 오히려 감세를 통한 경제활동의 활성화를 주장하는 한편, 박근혜 정부는 세율인상 없이 세출합리화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복지바람이 한바탕 지나고 가자, 공보육과 기초연금 등 늘어나는 복지지출 때문에 서울처럼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도 지급불능을 선언하고 중앙정부와 일전을 벌일 태세다. 정부는 소득공제 축세, 주민세와 담배값 인상 등을 통해 우회적인 증세를 도모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증세는 복지와 달리 인기 없는 정책으로 비난회피(blame avoidance)적 정치행태를 불러온다. 그러나 증세없이 복지국가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일본이나 이태리 그리스처럼 거대한 빚더미를 떠안고 복지국가를 유지해 가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러나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따라야할 모델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찌해야하는가?
복지국가의 조세문제는 다분히 정치학적인 객관적 분석을 필요로 한다. 단순히 이념성과 진영논리의 울타리 안에서 다루어져서는 해법이 나오질 않는다. 따라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에 대해 학문적으로 객관화된 답을 구하고 있다. 서구복지국가는 과연 어떠한 조세정책의 조합을 통해 복지국가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였는가? 스웨덴이나 영국같이 복지국가 건설의 역사가 긴 나라들은 서로 다른 뚜렷한 특성을 보이는가? 아니면 유사한 구조를 갖게 되는가? 특정 조세체제를 형성하게 된 정치경제학적 원인은 무엇인가? 특정 조세정책레짐이 사회경제적 성과에는 어떤 차별적인 영향을 주는가? 한국 조세체제의 특징은 무엇이며 그 원인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복지국가의 부상과 함께 나타나는 조세정치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으며, 향후 전망은 어떻게 되는가?
이를 위해 저자들은 3대 복지레짐의 대표격인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스웨덴, 보수주의의 독일, 그리고 자유주의 복지국가인 영국의 조세정치와 조세제도에 대해 연구하고, OECD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조세제도의 변화와 지속에 대해 통계학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한국 조세체제의 기원과 조세정치의 부상에 대한 연구도 함께 수행되었으며, 결론에서는 현단계 한국의 증세정치를 진단하고 향후 복지증세의 방향에 대해서도 개진하고 있다. 이 책 하나로 복지국가의 조세와 정치에 대해 모두 이해하고,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증세 해법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증세와 조세정치에 관심을 갖은 이들은 이 책에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증세 문제에 대한 고민, 복지 선발국들의 해법과 한계, 그리고 이에 담긴 정치동학 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유일한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