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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이매진 컨텍스트 16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 1980년대 대학의 하위문화와 대중정치

개인저자
김원 지음
발행사항
서울 : 이매진, 2011
형태사항
377 p. : 사진 ; 23 cm
ISBN
9788993985450
청구기호
377.256 김67ㅇ
서지주기
참고문헌(p. 333-342)과 색인(p. 370-374) 수록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5812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5812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혁명을 꿈꾸던 우리들에게 건네는 망각의 보고서
80년 5월에서 87년 6월을 지나 91년 5월까지,
잊혀진 학생운동의 꿈과 좌절을 증언하고 전복하며
박제된 ‘80년대’를 되살리는 기억의 정치학

91년 5월 이후, 잊혀진 것들을 다시 이야기하다

1991년 4월 26일 강경대 열사 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동지’들이 저마다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흩어져간 ‘91년 5월’. 그 5월의 투쟁은 80년대와 90년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됐고, 사람들은 80년대를 ‘정리했다’. 그 뒤로 20년이 지났다. 많은 것이 변했다. 학생운동은 껍데기만 남고, 취업 학원이 된 대학에서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채 스펙 쌓기에 몰두하며 ‘투쟁’하지 않는 ‘요새 젊은 것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한동안 들려왔다. 기성세대는 20대들에게 ‘토익책을 덮고 짱돌을 들라’고 채근했다. 그 목소리들 안에서 ‘화염병과 짱돌’은 신화화됐다. 거리로 나가 공권력과 싸우던 시대에 견주면 ‘88만원 세대’의 무기력함은 한층 더 초라해보였다.
《여공 1970, 그녀들의 反역사》를 통해 70년대 노동사의 숨겨진 주체인 여공들의 역사를 복원한 김원의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화석으로 남은 ‘80년대’를 지금-여기로 소환한다. 1999년 서른 살의 연구자이던 저자가 쓴 책에 방대한 양의 보론을 덧붙여 다시 출간한 이 책에서, 저자는 당시 운동을 한 대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꿈꾸었는지, 그리고 그 꿈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시대를 산 구술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치밀하게 추적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아직도 더 기억돼야 하는 1980년대와 그 자장 안에 있는 ‘91년 5월’을 다시 이야기하려는 작업이다.

‘혁명의 마법’에 취한 80년대, 우리는 어떻게 혁명을 꿈꾸고 또 잊었는가
막걸리와 소주, 민중가요, 풍물, 학회, 과방, ‘동지’……. ‘80년대’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이다. 80년대의 대학생들은 왜 그런 문화를 공유했을까?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은 당시의 공동체 문화와 학생운동의 이상이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양심적 지식인’이라는 70년대 대학생의 역할이 저물고, 학생들은 미래의 사회적 주체인 민중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해석해 ‘민중주의’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명했다. 이 가치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공유될 수 있게 한 기제가 위와 같은 하위문화의 의례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학생운동을 한 구술자들이 술회하는 당시 대학생의 일상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80년대의 학생들은 여자든 남자든 소박하고 단출한 복장을 하고, 커피나 맥주가 아닌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고 밤새 함께 노래하고 속내를 이야기하는 등의 ‘민중적’ 생활양식을 공유했다. 또한 거리 투쟁이나 학회, MT, 농활 등의 과정을 통해 공통의 운동 문화를 공유하면서 ‘동지애’를 형성하고, ‘쟁가’와 ‘풍물’ 같은 저항적 문화를 고안해냈다. 이 책은 학생들이 이런 의식적이고 일상적인 실천을 통해 하나의 ‘상상된 민중 공동체’를 형성했고, 그것이 당시의 학생운동을 지속하게 하는 기반이 됐다고 말한다.
‘상상된 민중 공동체’가 80년대 학생운동의 동력이었다면, 그것이 소멸하게 된 원인을 저자는 학생운동의 제도화, 그리고 ‘대중정치의 실패’에서 찾는다. 학생회 엘리트의 급진적인 관념성 위주로 조직된 운동이 결국 대중의 일상적인 계급 경험과 결합하지 못하고, 대중의 무의식적인 힘과 자발성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학생운동의 하위문화가 지니던 저항성 역시 대중의 감수성과 어울리지 못하고 학생운동이 대중과 괴리되게 만든 부정적 효과를 낳았다. 이 책은 당시 관료화되고 제도화된 학생회 조직의 문제점과 분파 갈등, 대중을 소외시킨 학생운동의 엘리트주의를 뼈아프게 지적하고 있다.

80년대와 90년대의 경계, ‘91년 5월’에 묻힌 트라우마를 읽다
초판 발간 뒤 12년 만에 새로 출간되는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은 91년 5월로 상징되는 학생운동의 퇴조를 비판적으로 회고하는 3편의 보론을 실어 더 깊은 분석을 하고 있다. 첫 번째 보론은 제도 정치로 입성한 학생운동 출신 386세대의 권력 지향성을 낱낱이 들여다본다. 자기반성이나 비판 없이 새로운 담론을 들고 제도 정치로 귀환해 권력화된 386세대의 문제는 이미 80년대에 뿌려진 씨앗, 즉 학생운동 진영 내부의 권력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다른 두 편의 글은 아직 더 이야기돼야 할, 역사화되지 않은 ‘91년 5월’에 관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논의하고 있다. 저자는 91년 5월을 80년대와 90년대의 결절점으로 사고하며 91년 5월 투쟁이 만들어낸 집단적 기억과 그 경험이 현재에 미치는 파장을 기록한다. 또 그 시기에 생산된 기사, 운동 조직의 문건, 당시 불리던 투쟁가, 91년 5월의 상징적인 사진 등과 당시 학생회 지도부이던 소설가 김별아의 자전적 소설 《개인적 체험》을 사료로 삼아 거대 담론으로서 91년 5월이 아닌, 당시 운동 주체들의 일상 세계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이런 작업을 통해 침묵 속에 묻혀 있던 91년 5월 투쟁의 군사주의와 남성중심주의적 문화 안에서 여성 활동가들이 한 경험을 기술하고, 학생들의 연이은 분신이 당시 운동 주체들에게 남긴 상흔과 혼란을 추적한다. 요컨대 보론을 통해 더 풍성해진 논의는 ‘박제된 80년대’의 유산을 발굴해 동시대를 고민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2011년의 죽음을 마주하기 위해 1991년의 죽음을 기억하다
91년 5월, ‘분신 정국’이라 불린 그 거리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은 절망과 분노와 꿈을 한 몸에 품고 목숨을 던졌다. 남은 사람들은 상처와 분노와 혼란을 안고 전경이 휘두르는 쇠파이프와 맞섰다. 그리고 2011년, 해마다 200여 명의 대학생들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 죽음들은 ‘열사’가 되지도, 대중에게 기억되지도 못한다. 공권력보다 더 교묘해진, 살인적인 등록금과 취업 전쟁과 노동 유연화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는 뿔뿔이 흩어진 개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죽음들에 분노하고 그것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것들의 기억》은 20년 전의 실패를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혁명의 마법’에 취해 있던 80년대와 그 마침표를 찍은 91년 5월에 관해 되돌아보고 재해석하는 이 책은 20여 년 전의 ‘역사’를 단순히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특정한 기억으로만 재구성돼 정전화되거나 그 시대를 산 개인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은 ‘80년대’를 다시 꺼내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는 이 책의 시도는, 학생운동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모든 운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유효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목차

개정판 머리말 ‘80년대’라는 트라우마는 기억될 수 있는가 5
초판 머리말 무관심과 망각의 강을 떠올리며 9

프롤로그 그때, 그 사람들
나의 삶, 나의 꿈이었던 민중 21
지울 수 없는 가슴의 상처, 먹물 자국 28
미안해……, 난 내가 너무 잘 사는 것 같아 32
너희가 교수를 아느냐 36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39
우리가 하나가 된다는 것 45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47
머리만 커져버린 운동 51
대중과 전위? 54
생매스 59

1부 잊혀진 것들에 대한 회상
1장 잔치는 끝났는가 68
2장 대학생과 유기적 지식인 72
3장 구술사와 ‘그 사람들의 목소리’ 77

2부 1980년대 한국 대학생의 운동 문화
1장 발명된 공동체 ― ‘80년대’와 상상적 민중 공동체 82
2장 공동체의 하위문화 89
1. 자신들만의 정체성 93
2. 동지들 ― 전투적이고 헌신적인 인간의 창출 116
3. 급진적 의례의 전통 123
4. 경험의 공유 ― 운동의 통과의례, 의례가 된 투쟁 132
해설1 공동체, 민중 그리고 전통 145
해설2 하위문화 150

3부 급진적 정치의 한계 ― 제도화
1장 급진적 정치의 기원 ― 학생운동의 정치관 156
2장 거리의 정치의 소멸 ― 정상 정치로 전환하기 161
3장 대중정치에 실패한 조직화 ― 공식 조직의 문제들 171
1. 관료화되고 제도화된 학생회 조직 171
2. 학생회 선거의 제도화와 분파 갈등 182
3. 코드화된 대중 ― 대중정치의 좌절 190
해설3 제도화와 대중정치 205

에필로그 광기의 복원을 위하여
퇴조의 시간 ― 학생운동 212
매일 쌀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해…… 213

보론
1. 학생 권력 ― 무반성의 신화들 218
2. 1991년 5월 투쟁, 80년대와 90년대의 결절점 241
3. 1991년 5월 투쟁의 담론과 일상 267

부록
1. 구술 면접의 내용 329
2. 참고문헌 333
3. 주 343
4. 찾아보기 370

초판 발문 왜 한국 학생운동은 침몰했는가 ─ ‘광기의 복원’을 위하여 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