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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도서서강인문정신 017

한국 현대소설의 형성과 모색: 독서체험과 식민지 현실 사이에서

개인저자
김경수 지음
발행사항
고양 : 소나무, 2015
형태사항
335 p. ;. 23 cm
총서사항
서강인문정신
ISBN
9788971396179
청구기호
813.609 김14ㅎ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G0016009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G0016009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근대적 자아를 찾아가는 작가들의 여정

한국 현대소설은 우리의 전통적인 이야기 장르와는 달리, 식민지하에서 제국인 일본을 거쳐 수입된 서구의 근대적 이야기 장르다. 소설 장르가 인간과 사회에 대해 지난 시대와는 전적으로 다른 이해 방식을 요구하고, 서사적 목적론과 사회적 효용론의 차원에서도 이질적인 장르적 속성을 지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초창기 작가들이 당시의 삶과 현실을 담아내는 형식으로 새롭게 갱신시키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 땅에는 서구의 소설 발생의 근거가 되었던 근대적 시민사회가 성립되지 못했으며, 시민의식의 함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소설문학의 전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광수와 염상섭, 그리고 채만식 등 우리 현대소설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작가들을 주로 취급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일본유학을 통해 일본어로 번역된 서양의 근대소설과 일본의 소설을 접하고, 그것을 통해 근대적 자아에 눈을 뜬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근대화의 과정에 접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개인보다는 공동체적 질서를 우선시하는, 전근대적인 유교적 가치관이 관성적인 힘을 발휘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근대적 자아를 확립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8∼9쪽)

이 책은 국문학자인 저자가 한국 현대소설의 흐름 속에서 그동안 연구해 온 다양한 주제들을 모은 것이다. 소설이란 장르를 받아들이고 변용, 발전시켜 우리 것으로 만들기 시작한 초창기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담겨 있다.

<무정>과 <탁류> 다시 읽기

20세기 초에 이 땅의 작가들에게 주어진 근대적 자아의 형성, 근대성의 탐구, 식민지 현실이라는 조건은 21세기 우리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100여 년의 시간이 있지만 ‘자본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법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여성의 삶은 자본주의 안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가’, ‘단체, 국가와 같은 거대한 조직 속에서 개인은 자유로운가’ 같은 물음을 앞에 두면 이광수, 염상섭, 채만식, 강경애, 안회남, 계용묵 등의 작가들이 마주하고 써내려간 현실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그 세계다.
한국에서 2000년대에 들어와 식민지 시대의 문화를 다룬 콘텐츠가 증가하기 시작한 이유도 우리가 근대 사회를 처음 접하고 만들어가던 그 시기를 돌아보려는 시도일 것이다. 식민지와 남북분단이 가지는 무거움 때문에 다루지 않았던 과거 작가들의 행적과 작품들이 이른바 포스트모던, 21세기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동안 전근대적이고 작품으로서도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던 작품들에 대해 조금 다르게 접근한다. <무정>과 <탁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보자.

그간 <무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행해졌던 계몽적 사상의 생경한 표출이라는 비난은 달리 해석될 수 있다. 기존의 논의는 <무정>이 그 결말처리에 있어서 소설의 내적 구조와는 무관한 계몽적 논리가 작위적으로 결부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살펴본 것처럼 <무정>을 사춘기 인물들의 세대 정체성의 문제를 독서체험과 현실체험의 대립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작품 결말 부분의 형식의 과도한 계몽주의는 담화론상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무정>에 대한 문학적 완성도와 문학사적 평가 사이의 괴리 또한 좁혀질 수 있다. (37쪽)

기존 논의들이 내보이는 <탁류>에 대한 이런 해석상의 차이와 문제점은 기본적으로 이 작품의 중심인물인 초봉이란 여성의 삶의 과정과 그녀의 아버지 정주사와 고태수 등으로 대표되는 미두장 주변 인물들의 존재, 그리고 1930년대 말의 상황에서 군산이라는 항구도시가 차지하는 상징적 의미와 그것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각 등등, 크고 작은 이야기-선(線)들의 병행과 서술적 전략의 연관성이 충분히 고찰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이런 문제의식으로부터 <탁류>의 전반부에 상세하게 그려져 있는 식민지 시대의 사회 현실과 작품 후반부로 가면서 전경화(前景化)되는 초봉의 전락이라는 이야기를 한데 연결지어 읽음으로써, 이 작품이 그 구성에 있어서 자체로 무리 없이 완결되고 있음은 물론, 명실공히 식민지 시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임을 밝히고자 하는 글이다. (204∼205쪽)

위와 같은 시각으로 보면 안회남, 계용묵, 강경애 등의 작가들이 우리 소설사에서 가지는 의미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특히 이러한 재조명은 염상섭에 집중된다.

염상섭, 한국 현대소설의 기원

염상섭은 식민지 시대에 활동했던 작가들 가운데 소설을 근대의 자본주의 제도와 부합하는 유일한 ‘민주적인’ 장르로 간주하고 창작에 임했던 작가다. 그는 서구의 근대적인 가치관이 범람하는 상황 속에서도 일본과도 구별되는 ‘조선적 근대소설’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소설이 근래 들어 가장 문제적인 텍스트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 책에서는 일본에서 문학을 통해 근대 사회를 담아냈다고 평가받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패러디하고, 여성의 지위와 자유연애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던 염상섭의 초기 작품부터 시조론과 조선문학, 그리고 한글맞춤법과 한자병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다룬다. 특히 염상섭의 초기 유학 시절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자료부족으로 다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몇 년 사이에 염상섭의 초기 글들이 여러 편 발견되면서 그 사상의 궤적을 더듬는 것이 가능해졌다.
더불어 저자는 염상섭의 언어의식을 탐구하는 작업을 통해 문학사적으로 중요하지만 접근하기 어려웠던, 식민지 시대 우리 작가들의 언어의식과 창작 활동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식민지 시대 조선어를 가지고 창작 활동을 해야 했던 작가들의 고심(苦心)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식민지 시대, 작가들의 문화체험

식민지 시대에 소설이란 장르를 처음 접하고 그것을 만들어간 우리 작가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작품을 만들었을까? 그것은 주로 서양문학 작품의 독서체험과 일본문학 작품의 독서체험, 더불어 영화와 연극, 신문, 잡지 등을 통한 광범위한 문화체험을 통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영향은 일방적이기보다는 자기화의 과정과 상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헨리 입센과 나쓰메 소세키, 요사노 아키코의 작품이 나혜석이나 염상섭 같은 우리 작가들에게 끼친 영향과 함께 당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가던 영화와 소설의 관계, 박태원 등의 소설가가 영화적 기법을 소설에 활용하는 모습을 소개한다. 책이 책을 만들어내는 모습, 번역과 장르 변경을 통해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의 모습에서 지금의 문화적인 고민과 현실의 출발점을 엿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1930년대 작가들의 영화체험은 초창기 춘원과 횡보 등의 작가가 서구문학의 독서체험을 통해 우리 소설의 가능성을 실천했던 것과 맞먹는 중요한 체험이라고 할 만하다. 영화체험은 그것이 카페와 댄스홀 출입, 그리고 백화점 쇼핑 등과 같이, 근대 문명이 가져다 준 여가 생활의 하나였다는 측면에서, 당시의 작가들이 일상적 삶의 차원에서 경험한 근대적 체험의 가장 구체적인 양상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작가들의 영화체험과 그 영향에 대한 고찰은 우리 근대소설의 ‘근대성’을 살펴보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108쪽)
목차

책을 펴내며
서론

1부_독서체험과 영화체험
1. 현대소설 작가의 독서체험
2. 현대소설과 영화의 교섭 양상

2부_식민지 시대 작가의 운명
1. 한 신변소설가의 삶―안회남
2. 문학적 아마추어리즘―계용묵

3부_현대소설의 여성주의적 해석
1. 현대소설의 기원과 겁탈―<무정>
2. 식민지 수탈 경제와 여성의 물화(物化) 과정―<탁류>
3. 강경애의 ‘남성적’ 독서체험

4부_염상섭 문학의 기원과 언어의식
1. 1차 유학 시기의 문학 활동
2. 시조론과 조선문학 인식
3. 한글 맞춤법과 한자에 대한 태도

발표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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