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퇴보하는 기업, 조직, 국가에 대한 반응
- 대등서명
- Exit, voice, and loyalty
- 발행사항
- 서울 : 나무연필, 2016
- 형태사항
- 282 p. ; 21 cm
- ISBN
- 9791195347063
- 청구기호
- 331.12 허59ㄸ
- 일반주기
- 권말부록: 단순 도형으로 살펴본 이탈과 항의 등 색인수록 원저자명: Albert O. Hirschman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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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6046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6046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제도가 쇠퇴해갈 때의 대처에 관심을 갖는 허시먼은 ‘이탈’과 ‘항의’의 전략을 비교한다. 이들의 상호작용을 섬세하게 살핀 이 책은 현대 정치사상의 역작이다.” _말콤 글래드웰(『아웃라이어』『티핑 포인드』 저자)
“허시먼의 작업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명하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을 변화시켰다. 이 책은 그런 그의 가장 중요한 저작이다.” _캐스 선스타인(『넛지』 저자)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찾아가는 것은 이기적인 걸까?
불만을 표출하고 항의하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까?
퇴보하는 회사와 조직, 국가를 앞에 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기업이나 조직, 국가가 퇴보해갈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쇠락해가는 기업, 조직, 국가를 원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사실 ‘퇴보’는 동서고금의 인간사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직이 싫으면 떠나거나 남아서 항의하거나 아니면 충성을 다하는 게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지일 터. 하지만 어떤 때 이런 선택을 하고, 또 이들 선택이 어떻게 조합되었을 때 조직이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은 채 다시 정상 궤도로 올라설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기업을 비롯해서 갱단이나 정당뿐만 아니라 국가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조직들을 포괄해 다루고 있다. 그것은 곧 경제학과 정치학의 범주가 함께 기술되고 있으며, 두 학문에서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의 간극 또한 함께 논의된다는 뜻이다. 젊은 시절 유럽 사상사의 영향 아래에서 경제학을 연구했으며, ‘학파’나 ‘전공’으로 전형화되는 관행보다는 학문적 자유로움을 추구해온 앨버트 허시먼의 독특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허시먼이 살펴본 퇴보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사례를 살펴보자.
조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탈’ ‘항의’ ‘충성심’의 파노라마
흔히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제품에 불만이 있을 때 다른 제품을 선택하는 식으로 회사에 등을 돌리는 ‘이탈(exit)’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이때 조직을 이끌고 있는 이라면 이윤 하락과 고객 감소에 대응해 나름의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자면 기업의 흥망성쇠에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며, 경쟁 끝에 기업이 무너지더라도 새로운 진입자에 의해 시장 전체의 자원은 더욱 잘 분배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완전경쟁 체제의 가정은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독과점 시장에서 기업의 성과가 떨어질 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새로이 시장이 재편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업이 비효율과 태만에 빠진 채 시장이 지속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지 않은가. 경제학에서 주목하는 경쟁이 퇴보하는 조직의 원상회복을 위한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쟁 외에 여타의 메커니즘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의 퇴보 상황에서 정치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항의(voice)’다. 여러 방식을 통해 조직 및 관심 계층에 불만을 전달하고 이를 경고 삼아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항의는 낮은 목소리의 불평에서부터 격렬한 저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며, 우회적이기보다는 직접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다. 가족이나 국가와 같은 기초적인 사회조직의 경우에는 불만이 차오르더라도 이탈을 감행하기 어려우므로 항의가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항의가 이탈을 보완하면서 원상복구를 도모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물론 항의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망이 보일 경우에는 이탈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항의가 적극적으로 선택되기도 한다.
허시먼은 ‘이탈’과 ‘항의’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기존의 경제학과 정치학이 설명하지 못했던 현실들을 지적해나간다. 우선 고전 경제학이 가격만을 고려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본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소비자들은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에 따라서도 다양한 선택을 하며, 경쟁을 가장한 담합을 통해 경쟁을 무력화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기존 경제학이 상정한 가정의 허점을 뛰어넘어 허시먼은 예민한 고객(즉시 이탈을 선택하는 고객)과 둔감한 고객이 혼재되어 있을 때 퇴보가 억제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예민한 고객들은 기업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음이 되어주며 둔감한 고객들은 기업이 퇴보로부터 회생할 시간적 여유를 가져다주는 이들이 되는 셈이다.
정치학에서 주목하는 항의 역시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허시먼은 항의의 부정적인 예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시민들의 존재가 도리어 안정적 민주주의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민적 민주주의론이라는 전통적 신념에 대한 도발이면서, 동시에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민주주의 역시 이탈과 유사하게 민감한 항의자와 둔감한 항의자를 모두 필요로 한다는 역설적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탈과 항의를 단순하게 뒤섞어 적용할 때 퇴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좋은 방식을 모두 가져다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탈과 항의의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것은, 마치 우리가 어떤 조직을 떠날 것인지 남을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만큼이나 단순하지 않다. 각 조직의 성향을 비롯해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수많은 고려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허시먼은 교육이나 대중교통 같은 공공재의 경우, 어떻게 해서든 초과 이윤을 얻으려는 광폭한 독점이 아니라 현상 유지를 바라는 게으른 독점의 경우, 두 개의 정당 시스템이 확고한 양당체제의 경우 등 다양한 사례들을 일별한다.
사실 이탈은 손쉬운 데 비해 항의는 종류와 작동 방식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하지만 조직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충성심(loyalty)’이 발동한다면 사태가 달라진다. 이탈과 항의가 모두 가능한 조직에서 충성심은 항의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즉 충성심은 이탈을 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 남아서 조직의 퇴보를 우려하는 항의의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충성심 역시 항상 항의의 원군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제품에 불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충성을 다해 제품을 구매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항의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또한 이탈과 항의가 어려우면서 강한 충성심이 요구되는 갱단의 경우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즉 충성파의 강력한 행동이 항의와 이탈이라는 근본적 퇴보 치유책을 적절한 시기에 적용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충성심이 항의로 변환되어 퇴보를 치유하는 대신 궁극적 퇴보, 즉 조직의 소멸이라는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손쉬운 이분법과 도덕으로의 후퇴를 넘어 합리적 치유책을 찾아서
‘이탈’ ‘항의’ ‘충성심’이라는 개념의 심플함에 비해 허시먼의 논의는 그리 단순치 않다. 하지만 그러한 점이 도리어 이 책이 현실에 대해 얼마나 섬세하고 풍부하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이 세 가지 개념을 통해 수많은 크고 작은 조직의 퇴보 상황을 해부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개념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양하게 변용 가능한지 그리고 이들을 겸용 내지 혼용할 때 실제 의도와 얼마나 다른 역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허시먼은 이 개념들을 이용해 손쉬운 이분법에 빠져들지도, 도덕이나 규범의 영역으로 후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경제학자로서 정치학이나 심리학 등 인접 사회과학의 생각을 받아들여 치열하게 합리성에 근거한 퇴보의 치유책을 모색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책이 허시먼의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앨버트 허시먼은 자본주의의 심화가 가져온 모순이 극대화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이 모색되던, 이른바 전간기(戰間期, 제1차 세계대전 종료 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 사이의 시기)에 유럽에서 교육을 받았다. 베를린 대학, 소르본 대학, 런던 정경 대학 등을 거쳐 1938년 약관 23세에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이때의 교육은 경제학을 뛰어넘어 다방면의 영향력 있는 저술 작업을 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허시먼은 마셜 플랜에 참여하고 콜롬비아 정부의 경제고문을 지내는 등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발전 경제학자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지나 1970년대 이후에는 예일, 컬럼비아, 하버드 대학 그리고 프린스턴고등연구소 등 아카데미에 적을 두고서 연구에 매진해나간다.
이 책은 발전 경제학자로서의 허시먼이 사회 사상가로 변모하는 계기가 된 저서이기도 하다. 개방적인 세계관에 기반한 그의 사상은 이데올로기적 정형에 갇히지 않으면서 동시에 경제학뿐만 아니라 경영, 행정, 정치, 사회, 도시계획 및 역사학 등에 폭넓게 적용할 만하다. 퇴보와 마주한 그 어떤 조직에서든 말이다.
“허시먼의 작업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명하면서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을 변화시켰다. 이 책은 그런 그의 가장 중요한 저작이다.” _캐스 선스타인(『넛지』 저자)
낡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찾아가는 것은 이기적인 걸까?
불만을 표출하고 항의하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까?
퇴보하는 회사와 조직, 국가를 앞에 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기업이나 조직, 국가가 퇴보해갈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쇠락해가는 기업, 조직, 국가를 원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사실 ‘퇴보’는 동서고금의 인간사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직이 싫으면 떠나거나 남아서 항의하거나 아니면 충성을 다하는 게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지일 터. 하지만 어떤 때 이런 선택을 하고, 또 이들 선택이 어떻게 조합되었을 때 조직이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은 채 다시 정상 궤도로 올라설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기업을 비롯해서 갱단이나 정당뿐만 아니라 국가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회의 다양한 조직들을 포괄해 다루고 있다. 그것은 곧 경제학과 정치학의 범주가 함께 기술되고 있으며, 두 학문에서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의 간극 또한 함께 논의된다는 뜻이다. 젊은 시절 유럽 사상사의 영향 아래에서 경제학을 연구했으며, ‘학파’나 ‘전공’으로 전형화되는 관행보다는 학문적 자유로움을 추구해온 앨버트 허시먼의 독특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허시먼이 살펴본 퇴보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사례를 살펴보자.
조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탈’ ‘항의’ ‘충성심’의 파노라마
흔히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제품에 불만이 있을 때 다른 제품을 선택하는 식으로 회사에 등을 돌리는 ‘이탈(exit)’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이때 조직을 이끌고 있는 이라면 이윤 하락과 고객 감소에 대응해 나름의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자면 기업의 흥망성쇠에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며, 경쟁 끝에 기업이 무너지더라도 새로운 진입자에 의해 시장 전체의 자원은 더욱 잘 분배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완전경쟁 체제의 가정은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독과점 시장에서 기업의 성과가 떨어질 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새로이 시장이 재편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업이 비효율과 태만에 빠진 채 시장이 지속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지 않은가. 경제학에서 주목하는 경쟁이 퇴보하는 조직의 원상회복을 위한 중요한 메커니즘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쟁 외에 여타의 메커니즘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의 퇴보 상황에서 정치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항의(voice)’다. 여러 방식을 통해 조직 및 관심 계층에 불만을 전달하고 이를 경고 삼아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항의는 낮은 목소리의 불평에서부터 격렬한 저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며, 우회적이기보다는 직접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다. 가족이나 국가와 같은 기초적인 사회조직의 경우에는 불만이 차오르더라도 이탈을 감행하기 어려우므로 항의가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항의가 이탈을 보완하면서 원상복구를 도모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물론 항의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망이 보일 경우에는 이탈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항의가 적극적으로 선택되기도 한다.
허시먼은 ‘이탈’과 ‘항의’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기존의 경제학과 정치학이 설명하지 못했던 현실들을 지적해나간다. 우선 고전 경제학이 가격만을 고려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본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소비자들은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에 따라서도 다양한 선택을 하며, 경쟁을 가장한 담합을 통해 경쟁을 무력화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기존 경제학이 상정한 가정의 허점을 뛰어넘어 허시먼은 예민한 고객(즉시 이탈을 선택하는 고객)과 둔감한 고객이 혼재되어 있을 때 퇴보가 억제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예민한 고객들은 기업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음이 되어주며 둔감한 고객들은 기업이 퇴보로부터 회생할 시간적 여유를 가져다주는 이들이 되는 셈이다.
정치학에서 주목하는 항의 역시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허시먼은 항의의 부정적인 예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시민들의 존재가 도리어 안정적 민주주의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민적 민주주의론이라는 전통적 신념에 대한 도발이면서, 동시에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민주주의 역시 이탈과 유사하게 민감한 항의자와 둔감한 항의자를 모두 필요로 한다는 역설적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탈과 항의를 단순하게 뒤섞어 적용할 때 퇴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좋은 방식을 모두 가져다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탈과 항의의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것은, 마치 우리가 어떤 조직을 떠날 것인지 남을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만큼이나 단순하지 않다. 각 조직의 성향을 비롯해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수많은 고려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허시먼은 교육이나 대중교통 같은 공공재의 경우, 어떻게 해서든 초과 이윤을 얻으려는 광폭한 독점이 아니라 현상 유지를 바라는 게으른 독점의 경우, 두 개의 정당 시스템이 확고한 양당체제의 경우 등 다양한 사례들을 일별한다.
사실 이탈은 손쉬운 데 비해 항의는 종류와 작동 방식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하지만 조직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충성심(loyalty)’이 발동한다면 사태가 달라진다. 이탈과 항의가 모두 가능한 조직에서 충성심은 항의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즉 충성심은 이탈을 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 남아서 조직의 퇴보를 우려하는 항의의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충성심 역시 항상 항의의 원군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제품에 불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충성을 다해 제품을 구매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항의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또한 이탈과 항의가 어려우면서 강한 충성심이 요구되는 갱단의 경우도 이와 유사할 것이다. 즉 충성파의 강력한 행동이 항의와 이탈이라는 근본적 퇴보 치유책을 적절한 시기에 적용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충성심이 항의로 변환되어 퇴보를 치유하는 대신 궁극적 퇴보, 즉 조직의 소멸이라는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손쉬운 이분법과 도덕으로의 후퇴를 넘어 합리적 치유책을 찾아서
‘이탈’ ‘항의’ ‘충성심’이라는 개념의 심플함에 비해 허시먼의 논의는 그리 단순치 않다. 하지만 그러한 점이 도리어 이 책이 현실에 대해 얼마나 섬세하고 풍부하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즉 이 세 가지 개념을 통해 수많은 크고 작은 조직의 퇴보 상황을 해부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개념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양하게 변용 가능한지 그리고 이들을 겸용 내지 혼용할 때 실제 의도와 얼마나 다른 역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허시먼은 이 개념들을 이용해 손쉬운 이분법에 빠져들지도, 도덕이나 규범의 영역으로 후퇴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경제학자로서 정치학이나 심리학 등 인접 사회과학의 생각을 받아들여 치열하게 합리성에 근거한 퇴보의 치유책을 모색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책이 허시먼의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앨버트 허시먼은 자본주의의 심화가 가져온 모순이 극대화되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이 모색되던, 이른바 전간기(戰間期, 제1차 세계대전 종료 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 사이의 시기)에 유럽에서 교육을 받았다. 베를린 대학, 소르본 대학, 런던 정경 대학 등을 거쳐 1938년 약관 23세에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이때의 교육은 경제학을 뛰어넘어 다방면의 영향력 있는 저술 작업을 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허시먼은 마셜 플랜에 참여하고 콜롬비아 정부의 경제고문을 지내는 등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발전 경제학자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지나 1970년대 이후에는 예일, 컬럼비아, 하버드 대학 그리고 프린스턴고등연구소 등 아카데미에 적을 두고서 연구에 매진해나간다.
이 책은 발전 경제학자로서의 허시먼이 사회 사상가로 변모하는 계기가 된 저서이기도 하다. 개방적인 세계관에 기반한 그의 사상은 이데올로기적 정형에 갇히지 않으면서 동시에 경제학뿐만 아니라 경영, 행정, 정치, 사회, 도시계획 및 역사학 등에 폭넓게 적용할 만하다. 퇴보와 마주한 그 어떤 조직에서든 말이다.
목차
옮긴이의 글 | 허시먼이 인도하는 ‘화이부동’의 정치경제학
머리말
1장 서론과 이론적 배경
2장 이탈
3장 항의
4장 이탈과 항의를 결합할 때 겪는 특별한 어려움
5장 게으른 독점은 어떻게 경쟁을 악용하는가
6장 공간적 복점과 양당체제의 역학 관계에 대하여
7장 충성심의 이론
8장 미국의 이데올로기와 관행을 통해 살펴본 이탈과 항의
9장 이탈과 항의의 최적 조합은 왜 어려운가
부록
A. 단순 도형으로 살펴본 이탈과 항의
B. 이탈과 항의 사이의 선택
C. 반전 현상
D. 몇몇 전문가적 재화의 가격 상승과 품질 하락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E. 가입 조건의 엄격성이 집단 활동에 미치는 효과: 실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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