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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도시는 역사적으로 사람들의 교류와 소통의 장소였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소통 매체가 등장하면서 도시라는 시공간적 제약의 의미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사람들의 교류 방식과 시공간 경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도시의 사회적 관계와 물리적 형태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교류와 소통의 장소로서 도시의 발전
인류의 문명사 속에서 도시를 연구했던 도시사학자 멈포드(Mumford, L.)는, 도시는 그 기원부터 사람들의 소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역사적으로 진화해왔다고 진단한다. 지금같이 발달된 교통통신 수단이 없었던 시절에 사람들 사이의 교류는 한정된 공간적 범위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도시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준다. 도시라는 좁은 공간에 사람과 시설이 집중됨으로써 물리적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교류를 최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도시의 크기 역시 당대의 교통?통신 수단의 발전 수준에 좌우되었다. 도시의 최대 크기는 유사시 시민 전체에게 재빨리 사안을 알리고 즉시 시민들을 소집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실제 고대 도시의 크기는 사람들의 보행가능 거리나 음성전달 가능 거리를, 중세 도시의 크기는 그 당시 도시의 긴급 통신 수단이었던 교회 종소리가 도달할 수 있는 거리 이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인류는 철도, 자동차 같은 교통수단과, 전신, 전화와 같은 통신 수단을 발명해왔고, 새로운 교통?통신 수단이 보급될 때마다 도시는 확장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발전 단계로 접어들곤 했다. 그리고 지금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통신 매체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기본적인 소통 수단이던 대면 접촉(face to face contacts)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는 역사적으로 사람들의 소통의 장소였다. 미래의 도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소통 매체가 등장하여 사람들의 소통 방식이 달라지면, 도시의 사회적 관계와 물리적 형태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 사이의 소통 방식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소통 방식의 변화, 대면 접촉에서 전자 접속으로
스웨덴의 학자인 해거스트란트 (H?gerstrand, T) 는 시간지리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시간대별 공간적 움직임을 포착하였다. 그의 시간지리학의 중요한 전제는 한 사람이 특정 시간에는 한 공간에만 머물 수 있으며, 동시에 다른 두 공간을 점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아무리 바빠도 우리 몸을 두 쪽으로 쪼갤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신체 접촉’이 아닌 ‘전자 접속’을 통해 동시간대에 우리 몸이 머문 장소 이외의 다른 장소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이제 몸을 두 개로 쪼개는 것도 가능해졌다. 시간지리학의 개념도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사이버공간까지 확장될 필요가 생겼다.
일상생활의 시공간 경험 역시 변화하고 있다. 한 예로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우리는 굳이 약속 시간과 장소를 사전에 명확하게 확정할 필요가 줄어들었다. 상황에 따라 휴대전화로 약속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졌기 때문이다. 또 신체 접촉과 전자 접속(예: 휴대전화 통화)을 동시에 하다 보면, 두 쪽으로 쪼개진 몸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다른 사람들과 회의 중에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는 순간 물리적 공간을 공유한 사람들과는 단절되고, 대신 멀리 떨어진 다른 공간에 있는 전화 상대방과 소통된다. 두 공간의 동시 참석에서 비롯되는 이러한 갈등은 인류의 역사에서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를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는 경험 규범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도시의 물리적 형태의 변화
소통 매체의 발달은 도시의 물리적 형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19세기 말 전화가 보급되면서 전화 한 통으로 공장을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 회사의 사무실과 공장이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무실은 도시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공장은 도시 외곽으로 분산되었다.
최근 소통 매체가 더욱 발달하면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소통해도 무방한 기능들은 더욱 더 멀리 분산되고 있다. 한 예로 미국과 영국에서 회사의 전화안내를 대행하는 콜센터는 영어가 가능한 값싼 인력을 찾아 제3세계까지 분산되는 추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대면 접촉을 필요로 하는 기능들은 여전히 도시에 집중한다.
한편 재택근무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주거지의 입지 요소로 교통 접근성보다 환경 쾌적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가정 내에서 업무 공간의 필요성이 생겼다. 디지털로 전송될 수 있게 된 책이나 음반 같은 상품들은 이제 거리의 상점에서 구매되지 않고 인터넷 서버에서 다운로드 받게 되었다. 단순한 상품 거래를 온라인에 넘겨준 도시의 유통 공간은 이제 온라인에서 불가능한 신체적 체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도시의 새로운 사회적 관계 - 가상 공동체의 가능성
산업 혁명과 결합된 급속한 도시화 과정 속에서, 따뜻하고 인정 많던 농촌 공동체가 해체되고, 대신 경쟁과 이해타산, 개인주의가 팽배한 도시적 인간관계가 들어서는 것을 지켜본 많은 학자들은, 도시에서도 우애적이고 협동적인 공동체 정신을 되찾고자 노력하였다. 이상(理想)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도시계획적 실험들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 도시는 양극화의 심화, 범죄의 증가, 인간 소외 등 각종 사회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삭막한 도시 현실에서 찾기 어려운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대안, 즉 가상 공동체(virtual community) 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가상 공동체란 과거 농촌 공동체처럼 물리적 공간에 근거한 공동체가 아니라, 인터넷 같은 사이버 공간에 근거한 공동체로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간 소통의 새로운 대안 영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익명성에 따른 책임감의 상실이나, 현실 공간의 경제적 격차가 그대로 반영되는 등, 사이버 공간 역시 이상적인 소통 영역은 아니라는 반론도 많다. 그렇지만 사이버 공간은 그전에는 없던 새로운 소통 영역을 만들어준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소통 방식의 변화가 사람들의 교류 방식과 시공간 경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또 도시의 사회적 관계와 물리적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고, 미래의 도시 역시 교류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교통에 중점을 두던 종전 도시 구조는 사람들의 원활한 정보 소통, 나아가 사람들과 사물들의 의사소통까지 고려하는 쪽으로 진화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교류와 소통의 장소로서 도시의 발전
인류의 문명사 속에서 도시를 연구했던 도시사학자 멈포드(Mumford, L.)는, 도시는 그 기원부터 사람들의 소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역사적으로 진화해왔다고 진단한다. 지금같이 발달된 교통통신 수단이 없었던 시절에 사람들 사이의 교류는 한정된 공간적 범위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도시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준다. 도시라는 좁은 공간에 사람과 시설이 집중됨으로써 물리적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교류를 최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도시의 크기 역시 당대의 교통?통신 수단의 발전 수준에 좌우되었다. 도시의 최대 크기는 유사시 시민 전체에게 재빨리 사안을 알리고 즉시 시민들을 소집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실제 고대 도시의 크기는 사람들의 보행가능 거리나 음성전달 가능 거리를, 중세 도시의 크기는 그 당시 도시의 긴급 통신 수단이었던 교회 종소리가 도달할 수 있는 거리 이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인류는 철도, 자동차 같은 교통수단과, 전신, 전화와 같은 통신 수단을 발명해왔고, 새로운 교통?통신 수단이 보급될 때마다 도시는 확장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발전 단계로 접어들곤 했다. 그리고 지금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통신 매체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기본적인 소통 수단이던 대면 접촉(face to face contacts)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는 역사적으로 사람들의 소통의 장소였다. 미래의 도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소통 매체가 등장하여 사람들의 소통 방식이 달라지면, 도시의 사회적 관계와 물리적 형태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 사이의 소통 방식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소통 방식의 변화, 대면 접촉에서 전자 접속으로
스웨덴의 학자인 해거스트란트 (H?gerstrand, T) 는 시간지리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시간대별 공간적 움직임을 포착하였다. 그의 시간지리학의 중요한 전제는 한 사람이 특정 시간에는 한 공간에만 머물 수 있으며, 동시에 다른 두 공간을 점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아무리 바빠도 우리 몸을 두 쪽으로 쪼갤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신체 접촉’이 아닌 ‘전자 접속’을 통해 동시간대에 우리 몸이 머문 장소 이외의 다른 장소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이제 몸을 두 개로 쪼개는 것도 가능해졌다. 시간지리학의 개념도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사이버공간까지 확장될 필요가 생겼다.
일상생활의 시공간 경험 역시 변화하고 있다. 한 예로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우리는 굳이 약속 시간과 장소를 사전에 명확하게 확정할 필요가 줄어들었다. 상황에 따라 휴대전화로 약속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졌기 때문이다. 또 신체 접촉과 전자 접속(예: 휴대전화 통화)을 동시에 하다 보면, 두 쪽으로 쪼개진 몸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다른 사람들과 회의 중에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는 순간 물리적 공간을 공유한 사람들과는 단절되고, 대신 멀리 떨어진 다른 공간에 있는 전화 상대방과 소통된다. 두 공간의 동시 참석에서 비롯되는 이러한 갈등은 인류의 역사에서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를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는 경험 규범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도시의 물리적 형태의 변화
소통 매체의 발달은 도시의 물리적 형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19세기 말 전화가 보급되면서 전화 한 통으로 공장을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 회사의 사무실과 공장이 공간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사무실은 도시 중심으로 모여들었고, 공장은 도시 외곽으로 분산되었다.
최근 소통 매체가 더욱 발달하면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소통해도 무방한 기능들은 더욱 더 멀리 분산되고 있다. 한 예로 미국과 영국에서 회사의 전화안내를 대행하는 콜센터는 영어가 가능한 값싼 인력을 찾아 제3세계까지 분산되는 추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대면 접촉을 필요로 하는 기능들은 여전히 도시에 집중한다.
한편 재택근무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주거지의 입지 요소로 교통 접근성보다 환경 쾌적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가정 내에서 업무 공간의 필요성이 생겼다. 디지털로 전송될 수 있게 된 책이나 음반 같은 상품들은 이제 거리의 상점에서 구매되지 않고 인터넷 서버에서 다운로드 받게 되었다. 단순한 상품 거래를 온라인에 넘겨준 도시의 유통 공간은 이제 온라인에서 불가능한 신체적 체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도시의 새로운 사회적 관계 - 가상 공동체의 가능성
산업 혁명과 결합된 급속한 도시화 과정 속에서, 따뜻하고 인정 많던 농촌 공동체가 해체되고, 대신 경쟁과 이해타산, 개인주의가 팽배한 도시적 인간관계가 들어서는 것을 지켜본 많은 학자들은, 도시에서도 우애적이고 협동적인 공동체 정신을 되찾고자 노력하였다. 이상(理想)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도시계획적 실험들이 그 예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 도시는 양극화의 심화, 범죄의 증가, 인간 소외 등 각종 사회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삭막한 도시 현실에서 찾기 어려운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대안, 즉 가상 공동체(virtual community) 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가상 공동체란 과거 농촌 공동체처럼 물리적 공간에 근거한 공동체가 아니라, 인터넷 같은 사이버 공간에 근거한 공동체로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간 소통의 새로운 대안 영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익명성에 따른 책임감의 상실이나, 현실 공간의 경제적 격차가 그대로 반영되는 등, 사이버 공간 역시 이상적인 소통 영역은 아니라는 반론도 많다. 그렇지만 사이버 공간은 그전에는 없던 새로운 소통 영역을 만들어준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소통 방식의 변화가 사람들의 교류 방식과 시공간 경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또 도시의 사회적 관계와 물리적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고, 미래의 도시 역시 교류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교통에 중점을 두던 종전 도시 구조는 사람들의 원활한 정보 소통, 나아가 사람들과 사물들의 의사소통까지 고려하는 쪽으로 진화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목차
프롤로그
1 교류와 소통의 장소로서 도시의 발전
01 도시의 기원
02 교통ㆍ통신의 발달과 도시의 진화
03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소통 공간의 탄생
04 디지털 기술의 도시 공간 침투
05 디지털 기술과 도시의 미래
2 디지털 기술과 소통 방식의 변화
01 소통 매체의 발달 과정
02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소통 매체
03 소통의 시공간적 맥락과 소통 매체의 선택
3 디지털 기술과 도시 경험의 변화
01 디지털 기술과 시간 지리의 확장
02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시공간 경험
03 도시 인지의 변화 - 마음속 지도에서 확장 현실로
04 도시의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변화
4 디지털 기술과 도시 형태의 변화
01 도시의 해체?
02 제조ㆍ사무 업무 입지의 변화
03 유통ㆍ상업 입지와 형태의 변화
04 주거 입지와 형태의 변화
5 디지털 시대 소통의 단절과 극복
01 농촌 공동체의 붕괴와 도시 공동체의 모색
02 가상 공동체의 가능성과 한계
03 디지털 분단과 도시의 분단
04 디지털 의존과 디지털 재앙
05 사회적 감시의 디지털 재앙
06 디지털 시대 도시 공동체 회복의 과제
에필로그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