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을 가져온 요인들은 크게 외부에서 온 충격, 그리고 동서독 내부의 변화와 움직임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후자인 내부적 요인들에 초점을 맞춘다. 동독 내부의 저항, 서독 언론의 영향 및 서독 정치인들의 통일 노력, 동독 내부에서 싹튼 민권운동과 정당들의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독 비밀정보기관들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독일 통일은 단순히 두 상이한 정치 체제의 합병이라기보다는 동독을 둘러싼 다양한 내외부적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동독의 ‘다면적 혁명(multifaceted revolution)’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독 주민들에 의해 시작된 이 다면적 혁명은 결과적으로 양독의 통일이 라는 정치적 변화로 이어졌다. 서독의 상품과 사상, 언론, 정치인들과 비밀 정보기관을 비롯한 인적 교류를 통해 서독은 통일에 지속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영향은 대개 마스터 플랜을 따른 것이거나 일방적으로 통일을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라기보다는 서독의 우월한 경제와 정치 제도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으며 분단을 불필요하게 없애기보다는 적어도 덜 심각하게 만들고자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였다. 서독은 때로는 뒤에서 동독의 실제 변화를 관망하거나 때로는 주도적인 위치에서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등 이중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이로 인해 자주 오해를 받았다. 서독의 역할은 독일 통일을 가능하게 한 다양한 세력들의 대단히 복잡한 상호작용의 한 부분으로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서독 정부의 상대적인 수동성은 한반도 통일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갖고 있다. 항상 정부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서독정부의 수동성은 결과적으로 여러 차원의 교류를 통해 서독 체제의 우월성을 동독 주민들에게 인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서독 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자신감과 인내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독일 통일 과정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역설적인 교훈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노력이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내심과 비전을 갖고 교류의 폭을 넓히는 것은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수적일 것이나, 그 교류의 내용과 형식에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과 북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제어: 독일, 동서독 통일, 통일 정책, 다면적 혁명, 대동독 정책

요약 Ⅰ. 들어가며 Ⅱ. 독일 통일의 전조(前兆) Ⅲ. 동독 내부의 저항 Ⅳ. 서독이 언론 및 정치 분야에서 동독에 미친 영향 1. 언론 보도를 통한 영향 – ‘언론 혁명’으로 인한 동독의 몰락 2. 서독 정치인들의 초기 통일 노력 3. 민권 운동과 정당의 영향 4. 동독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로서 서독의 제품들과 동서 체제경쟁 및 독일통일 Ⅴ. 동독에서 비밀 정보기관들의 영향과 첩보활동 1. 연방정보부와 국가보위부 2. 사민당 동독 사무소 3. 동독의 슈피겔 사건 Ⅵ. 결론: 동독의 다면적 혁명(multifaceted revolution)과 서독의 영향, 그리고 한국에의 교훈 참고문헌 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