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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

대등서명
To the Diamond Mountains
판사항
2판
발행사항
서울: 현실문화연구, 2019
형태사항
432 p.: 삽화; 19 cm
ISBN
9788965642244
청구기호
981.02 M877t
일반주기
원저자명: Tessa Morris-Suzuki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6975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6975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1910년, 화가 에밀리 켐프가 만난 ‘조선’
2010년, 역사학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 만난 ‘북한’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곳에 그토록 가고 싶어 했을까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는 100년의 시차를 두고 근대 초의 ‘조선’과 현대의 ‘북한’을 왕래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밀리 켐프와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한반도 곳곳을 누비며 각지의 풍광과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한다.

1910년, 영국의 여성 화가 에밀리 켐프는 조선에 첫발을 디딘다.
당시 동아시아는 오랫동안 서구가 관심을 기울였던 중국이 쇠퇴하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며 일본의 세력이 급속도로 팽창함에 따라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었다. 켐프의 여행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일본이 조선 병합의 정당성을 알리고 제국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외국인의 조선 여행을 적극 활용한 것도 주효했다. 특히 금강산은 당시부터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서 서양 여행객들이 조선을 방문하면 한 번쯤 방문하는 명소였다. 하얼빈을 거쳐 조선에 들어온 켐프 역시 평양과 서울, 부산과 원산을 거쳐 금강산을 유람했고 그 뒤 산둥반도로 건너가 서쪽을 향해 여행을 계속했다.
켐프는 여행지를 지날 때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역사적 장면을 하나하나 묘사한다. 이토 히로부미 암살 사건으로 세계가 떠들썩했을 당시 안중근이 “굉장히 차분하게 사형선고를 받아들였다”(64쪽)고 설명하거나, 식민지 근대화의 어두운 면을 점점 더 인식하게 되면서 “그들이 조선인의 가장 소중한 바람들을 짓밟고 피정복민처럼 취급하는 한 병합 계획을 부인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231쪽)고 적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에 끼친 서구의 영향에 대한 켐프의 이중적 태도는 아시아 대륙에서 일본의 영향력에 대한 이중적 태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이 평양에 건설한 급수장을 본 켐프는 “고풍스러운 저 물건, 물지게는 머잖아 추억으로 남겠지만 훌륭한 상수도 시설의 편리함은 주민들을 변화시킬 것이 분명하다”(227쪽)고 기록했고, 한양에 콜레라가 돌 때 “일본인의 훌륭한 노력”(312쪽)이 질병을 제압했음을 강조했으며, “일본 정부가 문제를 일으켜온 사람들을 철수시키고 더 훌륭한 관료 계층을 권력에 앉히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열렬히 바라 마지않는다”(312쪽)고 쓰기도 했다. 이처럼 켐프의 여행은 근대 조선의 역사적 상황과 이를 바라보는 서구인의 다면적인 시선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켐프가 다녀간 지 100여 년이 지난 2010년, 역사학자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휴전선으로 가로막힌 부산에서 원산까지의 여행길을 제외하곤 최대한 켐프의 여정을 따라 여행한다. 당시 동아시아는 켐프의 시대처럼 다시 한번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일본은 미국과의 공조 속에서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고자 하며 남북한은 군사적 긴장과 대화 국면을 반복하고 있었다.
1974년에 남한을 처음 찾은 모리스 스즈키는 이후 한국과 오랜 인연을 맺었다. 인천에서 서툴게 손빨래를 하던 모리스 스즈키는 “측은한 노력을 미덥지 못하게 지켜보다가 급기야 빨래를 낚아채서는 제대로 하는 법을 알려주었던 시골 아낙네들의 눈길”을 생생히 기억하고(195쪽), 켐프의 발자취를 따라 부산 용두산에 오르기 전에는 “인류가 만든 가장 창의적인 요리 가운데 하나”인 삼계탕을 주문한다(339쪽).
중국을 거쳐 어렵게 비자를 받은 뒤 찾아간 북한은 ‘그 옛날과 별로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다’(192쪽). 하지만 모리스 스즈키는 “말쑥한 치마와 블라우스 차림으로 커다란 유리판을 뒤에 싣고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으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여인”(205쪽)과 처음에는 수줍어했지만 “자신감이 생기자 따뜻한 미소가 해풍에 거무스름해진 그의 젊은 얼굴에서 눈부시게 빛난” 어부의 모습(376쪽)에서 아무리 통제하고 주의 깊게 안내한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것들―기차나 차장 밖 또는 좁은 뒷골목을 내려가다 스쳐 지나가며 마주하는 풍경들이나 우연한 만남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정의 마지막, 금강산

켐프와 모리스 스즈키의 한반도 여정은 금강산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호랑이가 출몰하는 숲, 근사한 사찰, 빨아들일 것 같은 협곡에 대한 묘사”로 금강산의 명성을 영어권에 퍼트린 이후, 조선을 찾은 외국 여행자들은 금강산을 찾곤 했다. 켐프 역시 다른 여행자들과 마찬가지로 원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갔다. 켐프 일행은 “온갖 종류의 거대한 짐승 모습처럼 검고 기기묘묘해 보이는 바위”(386쪽)를 지나 “몰려드는 구름으로 뒤덮인 험준한 협곡을 올라가는 동안 매혹적인 꽃들에 넋을 잃고”(388쪽) 바라보았다. “진귀한 새들이 숲속 깊은 곳에서 지저귀고 있었고 숲의 보물들은 끝이 없는 것 같은”(389쪽) 금강산에 매혹되었던 켐프는 금강산의 명승고적을 다 둘러보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한양으로 돌아가야 했다.
켐프의 길을 따라 원산에 들른 모리스 스즈키는 금강산으로 걸음을 옮기며 북한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원산은 여전히 아름다운 항구도시지만, 소형주택들은 창이 뒤틀려 있고 길거리는 사람들이 ‘150일 전투’를 위해 밭에 나간 탓에 텅 비어 있었다. 모리스 스즈키는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면서도 분단 상황에서 어렵게 삶을 이어나가는 북한 사람들과, 그들을 냉소적으로만 바라보는 주변국을 생각하며 “남쪽으로 이 산들이 끝나는 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이 되어 있는 국경선을 따라 여전히 철조망이 뻗어 있다”(403쪽)고 말한다.

에밀리 켐프가 1910년에 간 길을 100년 뒤 거듭한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긴 여행을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의 여행은 우리 역시 가고 싶지만 가지 못했던 곳을 보게 해주는 것은 물론, 평화란 편견과 냉소를 걷어내고 사람들이 직접 만날 때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 평화가 분기점에 놓인 지금, 독자들은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에 담긴 두 여성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분단의 역사를 세심하게 이해하고 북한에 대한 시각을 새로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발간에 부쳐

프롤로그_압록강 노동절의 풍경
CHAPTER 1_ 여정을 시작하며: 하얼빈과 후난을 향해
CHAPTER 2_ 만주의 유령: 창춘과 선양
CHAPTER 3_ 성스러운 산: 랴오양과 첸산
CHAPTER 4_ 국경지대: 선양에서 단둥까지
CHAPTER 5_ 다리를 건너: 신의주와 그 너머로
CHAPTER 6_ 시간의 흐름 뒤바꾸기
CHAPTER 7_ 새로운 예루살렘: 평양
CHAPTER 8_ 분단의 슬픈 현실: 개성, 도라산, 그리고 휴전선
CHAPTER 9_ 시해당한 왕비의 궁전에서: 서울
CHAPTER 10_ 역사의 상처가 새겨진 섬들: 부산까지
CHAPTER 11_ 금강산 가는 길: 원산 남쪽
CHAPTER 12_ 희망으로 나아가기

감사의 말
역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