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국토안보부가 내 연설문을 삼켰습니다: 트럼프 시대의 절망에 맞서
- 대등서명
- Homeland security ate my speech
- 개인저자
- 아리엘 도르프만 지음 ; 천지현 옮김
- 발행사항
- 서울:,창비,,2019
- 형태사항
- 307 p. ; 20 cm
- ISBN
- 9788936486365
- 청구기호
- 340.942 D695h
- 일반주기
- 원저자명: Ariel Dorfman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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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7201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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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번호
- 00017201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세계적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이
퇴행하는 미국을 향해 날리는 경고장
‘라틴아메리카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아리엘 도르프만의 『국토안보부가 내 연설문을 삼켰습니다: 트럼프 시대의 절망에 맞서』는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그의 정치에세이 모음집이다. 칠레의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이래 오랜 망명생활을 견디며 압제에 저항해온 실천적 지식인이자 인권운동가로서 도르프만은 트럼프 정권의 야만적 행태를 비판함과 동시에 이를 이겨낼 성숙한 시민의식을 주문한다. 트럼프 정권 출범 직전부터 직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 정권하의 어두운 앞날을 기민하게 예견하여 쏟아낸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가 저자의 인생에서 우러난 지혜와 넘치는 위트, 유려한 필력으로 버무려져 선명한 공감과 읽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그는 미국 내 정치현안을 지구적 시야에서 고찰함과 동시에 한발 더 나아가 전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폭정을 이겨낸 역사의 현장에 남은 상처와 용서의 문제까지 다채로운 주제를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자신이 한평생 벼려온 저항 정신과 평화와 자유에 대한 희망을 전하는 도르프만의 목소리는 시대에 드리운 암운에도 좌절하지 않고 화합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격조 있는 메시지다.
창비는 지난 3월 아리엘 도르프만의 삶을 곡진하게 풀어낸 회고록 『아메리카의 망명자: 칠레와 미국, 두번의 9.11 사이에서』를 출간한 데 이어 『국토안보부가 내 연설문을 삼켰습니다』를 세상에 내놓아 한국의 독자들에게 도르프만의 작품을 폭넓게 소개하고자 한다.
무찔러야 할 진짜 괴물을 직시하자:
트럼프라는 “유령”을 만들어낸 미국 사회의 심연을 고찰하다
트럼프 정권의 출현과 함께 도르프만이 가장 먼저 경계한 것은 사회에 대한 감시와 통제다. 이 정권은 좌절과 불만에 찬 다수대중을 호도해 편견과 증오를 부추겨 탄생했고, 그런 선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권의 입맛에 반하는 목소리를 통제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미국에서 그런 전체주의적 행태가 과연 가능한가? 이런 의문을 매끈하게 반박하는 글이 「국토안보부가 내 연설문을 삼켰습니다」이다. 국토안보부의 심문과정에서 저자의 현대언어학회 연설문이 압수당하는 가상의 상황을 재치있게 풀어낸 이 글은 그러나 학회 참석자들이 이를 가상이 아닌 실제로, 생생한 공포로 받아들이는 데서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국가적 위기가 닥친다면 사회가 곧장 전체주의로 이행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는 뼈아픈 통찰이 여기서 드러난다.
혐오로 편을 가르고 갈등을 조장하는 사회가 순식간에 전체주의적 폭력에 노출될 수 있음은 도르프만이 자신의 생애를 통해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독재에 밀려나는지 칠레의 쿠데타를 통해 몸으로 겪었기에 그는 닥쳐올 위험을 경고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좌절한 자들의 분노를 연민하고, “전쟁과 빈곤, 인종주의와 성불평등,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생태적 파국 같은 너무나도 명백한 망령에 맞서” “무찔러야 할 진정한 공포와 괴물을 직시하자”고 힘주어 말한다.
냉철한 지성과 유쾌한 풍자가 결합된 고급 산문의 정수:
트럼프 시대 야만의 정치를 겨냥하는 칼끝 같은 목소리
도르프만이 트럼프 시대 미국에서 보는 대표적 야만 두가지는 외국인 혐오와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이다. 그 뿌리가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맹목적 욕망에 있다는 점은 같지만 인류의 생존을 건 도박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후자가 더하다. 전자를 성찰하는 저자의 어조가 한결 힘있고 통렬한 까닭은 그래서일 것이다. 도르프만은 풍자와 위트, 지적 유머를 총동원해 16세기 에스빠냐의 전제군주와 미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의 목소리를 빌려 트럼프를 ‘격려’하거나, 조지 W. 부시와 트럼프가 모두 소련의 사주를 받는 KGB 비밀요원으로서 미국을 파탄나게 하려는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한편 동네 슈퍼마켓에 산적한 각양각색의 라틴아메리카 먹거리를 둘러보며 트럼프 장벽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예견하기도 한다. 그 이름도 다 알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국적의 식재료들처럼 출신국도 언어도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혐오라는 장벽을 쌓아 이민자를 추방하려는 시도는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가시화되고 있는 지구적 재앙을 얘기하는 도르프만의 어조는 한층 엄중하고 침통하다. 세상 끝에 위치한 나라 칠레 산띠아고에 산불-폭우-식수고갈의 유례없는 자연재해가 밀어닥치고 2천 제곱마일의 빙산이 붕괴해 바다의 경관이 바뀔 상황에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 유엔 연설에서 북한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조롱하며 핵위협을 한껏 고조시킨 트럼프(2017년 9월의 이 연설 이래 상황은 급변했지만), 히로시마의 원폭에서 살아남은 나무가 전하는 인류 공멸의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알아듣지 못하는 트럼프, 자신의 정책에 반하는 전문가와 과학자 들의 입을 틀어막고 연구지원금을 끊는 트럼프의 정권에 대한 도르프만의 어조는 칼끝처럼 날카롭다.
“이 기적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불가능은 없다”:
희망은 평범한 모든 사람들에게 있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파국을 가져올지 모를 이 난국에 답을 찾기 위해 도르프만은 한편으로 인간을 억압하는 것들과의 싸움에 평생을 바친 인물들을 소환하고, 한편으로 고난을 헤쳐온 자기 생애의 장면과 역사 속의 순간들을 회고한다. 마틴 루터 킹에게서 불굴의 정신을, 빠블로 네루다의 시에서 희망을 빚는 법을 발견하고, 윌리엄 포크너를 통해 편견과 증오 속에 그릇된 선택을 한 동료 시민들의 좌절과 불만의 뿌리를 이해함으로써 그들에게 인간적 존엄성을 되돌려주는 법을 깨닫는다.
도르프만은 또한 이땅에 존재하는 무수한 평범한 영웅들에 주목한다. 암울한 수감생활 중에도 조각밭을 가꾸며 끈질기게 투쟁의 믿음을 지킨 넬슨 만델라 같은 초인적 투사만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폭정 아래서도 마음속 대통령의 사진을 벽 뒤에 감춰 지켜낸 평범한 목수에게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엘살바도르 군사정권의 살해 위협에 맞서 정의를 지키다 순교한 미국 수녀에게서, 이런 이들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지켜내는 이웃들에게서 그는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다. 도르프만이 이런 이들을 굳이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은 비탄 속에서 자칫 잃기 쉬운 동료 시민에 대한 믿음, 인간에 대한 믿음을 지키려는 몸짓이기도 하다.
정의로운 분노를 품고 전진하는 실천적 지식인:
세상 끝에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도르프만은 칠레에서 목도한 독재와 저항의 역사를 퇴행하는 미국의 상황과 병치시켜 보임으로써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가 영원불멸할 것이라는 낙관을 버리고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도르프만의 글은 과연 트럼프 시대 미국만의 이야기일까? 한국의 시민들은 도르프만이 느끼는 황망함과 비참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악명 높은 독재정권에 신음해야 했던 칠레의 역사는 또 얼마나 한국의 그것과 닮았는가? 오늘날 자유의 시간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며,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을 수호하고 가꾸어나가기 위해 부단히 경계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도르프만의 경고는 촛불로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쓴 우리 한국의 시민들에게도 서늘한 긴장감을 남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도르프만은 “세계를 향해 부패한 독재정권에 맞서는 방법의 모범을” 보여주었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이 싸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전한다. 우리 역시 편견과 혐오를 넘어 진정한 괴물과 맞설 것을 촉구하고 격려하는 연대의 메시지다. 가슴에는 정의로운 분노를 품고 지혜의 눈으로 현실을 통찰해온 도르프만의 목소리에 응답해 작금의 “비탄의 전장”에서 세계 시민들이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성찰하고 용기를 끌어모아야 할 시점이다.
『국토안보부가 내 연설문을 삼켰습니다』는 주로 2016~17년 『뉴욕타임즈』 『로스앨젤레스 타임즈』 『타임』 외 다양한 매체와 지면을 통해 발표되었던 글들을 묶은 선집이며, 수록된 글 중 「트럼프 시대 미국의 공포, 그리고 어린이들」 「네루다, 죽음 저편에서 말하다」 「이제 핵에 의한 종말인가?」 「지성을 향한 트럼프의 선전포고」 4편은 한국어판에 추가 수록한 글들이다.
※ 해외 리뷰
“라틴아메리카가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의 한 명”_『뉴스위크』
“도르프만의 비평은 개인적이며, 지적이고, 충격적이면서도 때로는 신랄할 정도로 익살스럽다.”_『뉴욕 저널 오브 북스』
“세계 최고 수준의 소설가”_『워싱턴 포스트』
“[도르프만은] 자신의 이원적 유산이 지닌 문화적 탈구와 정치적 파열에 대해 감동적인, 드물지 않게 빛나는 글을 써왔다”_『뉴욕 타임즈』
퇴행하는 미국을 향해 날리는 경고장
‘라틴아메리카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아리엘 도르프만의 『국토안보부가 내 연설문을 삼켰습니다: 트럼프 시대의 절망에 맞서』는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그의 정치에세이 모음집이다. 칠레의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이래 오랜 망명생활을 견디며 압제에 저항해온 실천적 지식인이자 인권운동가로서 도르프만은 트럼프 정권의 야만적 행태를 비판함과 동시에 이를 이겨낼 성숙한 시민의식을 주문한다. 트럼프 정권 출범 직전부터 직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 정권하의 어두운 앞날을 기민하게 예견하여 쏟아낸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가 저자의 인생에서 우러난 지혜와 넘치는 위트, 유려한 필력으로 버무려져 선명한 공감과 읽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그는 미국 내 정치현안을 지구적 시야에서 고찰함과 동시에 한발 더 나아가 전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폭정을 이겨낸 역사의 현장에 남은 상처와 용서의 문제까지 다채로운 주제를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자신이 한평생 벼려온 저항 정신과 평화와 자유에 대한 희망을 전하는 도르프만의 목소리는 시대에 드리운 암운에도 좌절하지 않고 화합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격조 있는 메시지다.
창비는 지난 3월 아리엘 도르프만의 삶을 곡진하게 풀어낸 회고록 『아메리카의 망명자: 칠레와 미국, 두번의 9.11 사이에서』를 출간한 데 이어 『국토안보부가 내 연설문을 삼켰습니다』를 세상에 내놓아 한국의 독자들에게 도르프만의 작품을 폭넓게 소개하고자 한다.
무찔러야 할 진짜 괴물을 직시하자:
트럼프라는 “유령”을 만들어낸 미국 사회의 심연을 고찰하다
트럼프 정권의 출현과 함께 도르프만이 가장 먼저 경계한 것은 사회에 대한 감시와 통제다. 이 정권은 좌절과 불만에 찬 다수대중을 호도해 편견과 증오를 부추겨 탄생했고, 그런 선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권의 입맛에 반하는 목소리를 통제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미국에서 그런 전체주의적 행태가 과연 가능한가? 이런 의문을 매끈하게 반박하는 글이 「국토안보부가 내 연설문을 삼켰습니다」이다. 국토안보부의 심문과정에서 저자의 현대언어학회 연설문이 압수당하는 가상의 상황을 재치있게 풀어낸 이 글은 그러나 학회 참석자들이 이를 가상이 아닌 실제로, 생생한 공포로 받아들이는 데서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국가적 위기가 닥친다면 사회가 곧장 전체주의로 이행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는 뼈아픈 통찰이 여기서 드러난다.
혐오로 편을 가르고 갈등을 조장하는 사회가 순식간에 전체주의적 폭력에 노출될 수 있음은 도르프만이 자신의 생애를 통해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독재에 밀려나는지 칠레의 쿠데타를 통해 몸으로 겪었기에 그는 닥쳐올 위험을 경고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좌절한 자들의 분노를 연민하고, “전쟁과 빈곤, 인종주의와 성불평등,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생태적 파국 같은 너무나도 명백한 망령에 맞서” “무찔러야 할 진정한 공포와 괴물을 직시하자”고 힘주어 말한다.
냉철한 지성과 유쾌한 풍자가 결합된 고급 산문의 정수:
트럼프 시대 야만의 정치를 겨냥하는 칼끝 같은 목소리
도르프만이 트럼프 시대 미국에서 보는 대표적 야만 두가지는 외국인 혐오와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이다. 그 뿌리가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맹목적 욕망에 있다는 점은 같지만 인류의 생존을 건 도박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후자가 더하다. 전자를 성찰하는 저자의 어조가 한결 힘있고 통렬한 까닭은 그래서일 것이다. 도르프만은 풍자와 위트, 지적 유머를 총동원해 16세기 에스빠냐의 전제군주와 미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의 목소리를 빌려 트럼프를 ‘격려’하거나, 조지 W. 부시와 트럼프가 모두 소련의 사주를 받는 KGB 비밀요원으로서 미국을 파탄나게 하려는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한편 동네 슈퍼마켓에 산적한 각양각색의 라틴아메리카 먹거리를 둘러보며 트럼프 장벽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예견하기도 한다. 그 이름도 다 알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국적의 식재료들처럼 출신국도 언어도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혐오라는 장벽을 쌓아 이민자를 추방하려는 시도는 무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가시화되고 있는 지구적 재앙을 얘기하는 도르프만의 어조는 한층 엄중하고 침통하다. 세상 끝에 위치한 나라 칠레 산띠아고에 산불-폭우-식수고갈의 유례없는 자연재해가 밀어닥치고 2천 제곱마일의 빙산이 붕괴해 바다의 경관이 바뀔 상황에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 유엔 연설에서 북한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조롱하며 핵위협을 한껏 고조시킨 트럼프(2017년 9월의 이 연설 이래 상황은 급변했지만), 히로시마의 원폭에서 살아남은 나무가 전하는 인류 공멸의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알아듣지 못하는 트럼프, 자신의 정책에 반하는 전문가와 과학자 들의 입을 틀어막고 연구지원금을 끊는 트럼프의 정권에 대한 도르프만의 어조는 칼끝처럼 날카롭다.
“이 기적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불가능은 없다”:
희망은 평범한 모든 사람들에게 있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파국을 가져올지 모를 이 난국에 답을 찾기 위해 도르프만은 한편으로 인간을 억압하는 것들과의 싸움에 평생을 바친 인물들을 소환하고, 한편으로 고난을 헤쳐온 자기 생애의 장면과 역사 속의 순간들을 회고한다. 마틴 루터 킹에게서 불굴의 정신을, 빠블로 네루다의 시에서 희망을 빚는 법을 발견하고, 윌리엄 포크너를 통해 편견과 증오 속에 그릇된 선택을 한 동료 시민들의 좌절과 불만의 뿌리를 이해함으로써 그들에게 인간적 존엄성을 되돌려주는 법을 깨닫는다.
도르프만은 또한 이땅에 존재하는 무수한 평범한 영웅들에 주목한다. 암울한 수감생활 중에도 조각밭을 가꾸며 끈질기게 투쟁의 믿음을 지킨 넬슨 만델라 같은 초인적 투사만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폭정 아래서도 마음속 대통령의 사진을 벽 뒤에 감춰 지켜낸 평범한 목수에게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엘살바도르 군사정권의 살해 위협에 맞서 정의를 지키다 순교한 미국 수녀에게서, 이런 이들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지켜내는 이웃들에게서 그는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다. 도르프만이 이런 이들을 굳이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은 비탄 속에서 자칫 잃기 쉬운 동료 시민에 대한 믿음, 인간에 대한 믿음을 지키려는 몸짓이기도 하다.
정의로운 분노를 품고 전진하는 실천적 지식인:
세상 끝에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도르프만은 칠레에서 목도한 독재와 저항의 역사를 퇴행하는 미국의 상황과 병치시켜 보임으로써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가 영원불멸할 것이라는 낙관을 버리고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도르프만의 글은 과연 트럼프 시대 미국만의 이야기일까? 한국의 시민들은 도르프만이 느끼는 황망함과 비참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악명 높은 독재정권에 신음해야 했던 칠레의 역사는 또 얼마나 한국의 그것과 닮았는가? 오늘날 자유의 시간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며,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을 수호하고 가꾸어나가기 위해 부단히 경계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도르프만의 경고는 촛불로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쓴 우리 한국의 시민들에게도 서늘한 긴장감을 남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도르프만은 “세계를 향해 부패한 독재정권에 맞서는 방법의 모범을” 보여주었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이 싸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전한다. 우리 역시 편견과 혐오를 넘어 진정한 괴물과 맞설 것을 촉구하고 격려하는 연대의 메시지다. 가슴에는 정의로운 분노를 품고 지혜의 눈으로 현실을 통찰해온 도르프만의 목소리에 응답해 작금의 “비탄의 전장”에서 세계 시민들이 어떤 희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성찰하고 용기를 끌어모아야 할 시점이다.
『국토안보부가 내 연설문을 삼켰습니다』는 주로 2016~17년 『뉴욕타임즈』 『로스앨젤레스 타임즈』 『타임』 외 다양한 매체와 지면을 통해 발표되었던 글들을 묶은 선집이며, 수록된 글 중 「트럼프 시대 미국의 공포, 그리고 어린이들」 「네루다, 죽음 저편에서 말하다」 「이제 핵에 의한 종말인가?」 「지성을 향한 트럼프의 선전포고」 4편은 한국어판에 추가 수록한 글들이다.
※ 해외 리뷰
“라틴아메리카가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의 한 명”_『뉴스위크』
“도르프만의 비평은 개인적이며, 지적이고, 충격적이면서도 때로는 신랄할 정도로 익살스럽다.”_『뉴욕 저널 오브 북스』
“세계 최고 수준의 소설가”_『워싱턴 포스트』
“[도르프만은] 자신의 이원적 유산이 지닌 문화적 탈구와 정치적 파열에 대해 감동적인, 드물지 않게 빛나는 글을 써왔다”_『뉴욕 타임즈』
목차
한국어판 서문
책머리에: 미국에 애도를
제1부/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
16세기 에스빠냐의 군주 펠리뻬 2세가 도널드 트럼프 각하에게 보내는 서한
미국, 프랑켄슈타인을 만나다
나의 어머니와 트럼프의 국경선
라틴아메리카 음식과 트럼프 장벽의 실패
포크너가 미국에 던지는 질문
제2부/ 역사의 심판
미국이여, 이제 칠레의 마음을 알겠는가
콰이강은 라틴아메리카와 포토맥을 지난다: 고문받는 자의 심정
15대 미국 대통령 제임스 뷰캐넌이 도널드 J. 트럼프에게 보내는 격려의 말
세상 끝에서 보내는 메시지
이아고를 고문해야겠는가
트럼프 시대 미국의 공포, 그리고 어린이들
이제 핵에 의한 종말인가?
임무 완수: 부시 동지가 트럼프 동지에게
제3부/ 역사 속 저항의 증인들
마틴 루터 킹의 행진은 계속된다
만델라를 찾아서
진리가 그녀를 자유롭게 하리니
갇힌 몸으로 세르반떼스를 읽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춤추는 우주
네루다, 죽음 저편에서 말하다
칠레에서 멜빌을 다시 읽다
제4부/ 무엇을 할 것인가
국토안보부가 내 연설문을 삼켰습니다
좌파 나라의 앨리스: 춤을 출 거야, 말거야?
그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폭정을 이겨냈다: 힘을 내자, 동지여
히로시마 은행나뭇잎의 속삭임
지성을 향한 트럼프의 선전포고
옮긴이의 말
수록글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