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감정과 사회: 감정의 렌즈를 통해 본 한국사회
Emotion and society : Korean society through the lens of emotion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
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7316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7316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한국인의 ‘감정 아비투스’를 주목하다
나와 타자와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감정사회학적 성찰
감정은 단순한 내적 본능이 아니라 상호주관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 변형되고 다시 상호주관성에 개입하여 그것에 영향을 주는 사회성을 갖는다. 이 사회성의 감정은 오랜 시간적 관습을 거쳐 신체화되고, 그렇게 신체화된 감정은 일정한 성향으로서의 아비투스로 작용한다. 한국인의 삶에 뿌리박힌 습속들, 가족과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대하는 모든 태도 안에 해석되어야 할 고유한 감정의 언어가 묻어 있는 것이다.
후설, 메를로퐁티에게서 시간과 몸의 현상학을, 부르디외로부터 아비투스의 사회학을 빌려온 저자는 이 책에서 ‘신체화된 감정 아비투스의 현상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으로 독자들을 인도하며, 신체화된 ‘감정의 아비투스’에서 기인한 이방인에 대한 혐오와 다소간 관념론적인 절대적 환대 사이에서 한국사회의 공화주의가 나아갈 길을 숙고한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동 대학의 융합감성연구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저자는 이와 같은 감정 연구가 부당한 무시와 모멸, 차별, 적대, 증오로 점철되어온 인류 역사 속에서 ‘사람다움’을 회복해보고자 하는 바람의 표현이자 무엇보다도 ‘나’의 삶에 대한 반추이자 성찰이라고 말한다. 감정이 한 인간의 삶과 역사, 시대에 대한 해석학적 접근의 렌즈이자 내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의 개념과 정의, 동학에 관해 다양한 학문의 연구성과들을 정리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응축된 감정경험들을 조명해보고 있는 이 책은, 오늘날 파편화와 선동과 혐오와 억압에 의해 감정이 억눌리거나 왜곡된 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열광과 냉소, 개인의 욕망과 공동선 사이에서 중도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균형 잡힌 감정사회학 텍스트이자 삶의 미학에 대한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이 되게 하는 에너지’
감정에 대한 철학적, 사회문화적, 인지심리학적 고찰
오랜 세월 동안 감정은 ‘교정되거나 절제되고 길들여야 할’ 본능, 욕망과 동일시되었으며 특히 서구의 오랜 철학적 전통 속에서 감정은 이성보다 열등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기독교의 종교적 전통 속에서는 아예 ‘죄’의 원천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데이비드 흄을 시작으로 환기되기 시작한 감정의 중요성과 그 동학에 대한 연구는 도덕감정에 주목했던 애덤 스미스와 니체 등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감정이 이성과 마찬가지로 세계를 인지하고 판단하는 힘 자체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감정이 단순히 행위를 유발하는 동기나 매개변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논리와 실체, 힘을 갖는 ‘제3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감정의 개념적 정의에서 시작하여 철학적, 사회문화적 감정연구의 긴 역사적 과정을 돌아보고 최근 사회과학의 연구결과들과 사회생물학, 인지심리학, 뇌과학 등의 통섭적인 연구결과들을 통해 감정에 대한 더욱 확장된 견해들을 폭넓게 소개함으로써, 한국사회에 뒤엉켜 있는 복잡한 감정들의 씨줄과 날줄들을 들여다보기 위한 광범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인의 감정의 조각들을 모아 엮은 한 폭의 퀼트
한국사회의 분노, 불안, 고통, 혐오를 들여다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쇠고기 수입정책에 반대하며 벌어졌던 광화문 시위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불붙은 전국적인 시위에는 대중이 국가 리더십으로부터 느낀 모멸감과 수치감, 분노가 큰 자극이 되었다. 개별적으로 흩어진 분노는 힘없이 사그라들지만 그 분노들이 조직화되어 공분이 되거나 집합열정으로 표출될 때 사회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운동 에너지가 된다.
이 책은 이런 분노와 함께 불안, 수치, 모멸감, 혐오와 같은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감정들이 심리적, 사회적으로 작동하는 방식들을 분석하고, 이런 감정들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집단적으로 등장하고 재생산되는지에 주목한다. 한국사회에서 전쟁의 경험과 가부장주의의 고착된 기억은 어떻게 신체화되어 개인들의 정치적 보수성을 강화해왔는가? 애국의 열정과 광신적인 애국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 IMF 이후 밀어닥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은 개개인의 삶에 어떤 트라우마를 남기고 공동체를 분열시켰는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감정노동은 어떻게 해석되고 논의되어왔는가? 디지털미디어 시대의 감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혐오표현의 경계는 어디이며 표현의 자유가 용인되는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한국사회의 구성원을 묶어줄 신뢰와 연대, 즉 ‘사회적인 것(the social)’의 힘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이 책은 감정의 동학과 한국인의 감정 표현/소비에 관해 제기되어야 할 이러한 질문들을 환기하고 그 해답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이론적, 경험적 논의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누가, 왜 망각을 말하고 애도를 막는가?
권력이 두려워한 시민들의 ‘감정’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는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트라우마를 발생하게 한 구조적 배경과 전이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다양한 정책이나 제도, 문화가 구축되게 하는 사회적 과정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적 과정’은 여러 사회 집단이나 계급, 세대, 성, 지역에 따른 이해관계들과 편견, 권력이 서로 부딪히기에 지난하고 중층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시민사회, 언론과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집단은 그러한 트라우마의 성격 규정에서부터 치유방법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권력을 행사하고 투사하기 위해 갖가지 방식과 수준으로 개입하고 쟁투를 벌인다.
이 책은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이나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같이 국가적, 국민적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들의 진행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사건과 피해자에 대한 낙인찍기, 강제적인 망각 기제의 발동과 같은 압력과 애도의 부정 저변에 놓여 있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권력관계를 살핀다. 저자는 이를 통해 국가와 권력이 억압하고 침묵시키고자 했던 감정들의 실체와 의미, 곧 ‘슬픔의 사회성’이라 부를 수 있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전개하고 있다.
나와 집단을 위해 없어지기를 바라는 희생양,
한국사회의 ‘호모사케르’는 누구인가?
한 집단의 내부적 연대를 도모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그들, 내부자/외부자 등으로 이분법적인 대립구도를 설정하고 자신들을 ‘우리’와 ‘내부자’로 정체화시킨 후 ‘그들’과 ‘외부자’로 설정된 이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호모사케르는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해 죽여도 되는 생명들로서 선언된 사람들이며 살 권리가 박탈당한, 죽었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생명이다. 한국사회 역시 국가와 자기 집단의 생존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호모사케르’와 희생양을 창조하고 재생산해왔다.
이 책은 아감벤과 지라르 등의 이론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한국사회의 희생양 찾기와 혐오감정에 대해 탐색하고, ‘빨갱이’나 ‘종북좌파’, ‘파업노동자’, ‘난민’, ‘이단’, ‘동성애자’ 등에 대한 낙인찍기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또한 이 책은 최근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더욱 범람하고 있는 혐오표현들이 어떻게 우리의 이성과 감정을 마비시키는 반지성주의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우리 안의 혐오와 냉소주의를 넘어서,
십시일반 도덕감정의 힘으로 구현되는 공화주의
꽤 오랫동안 고전주의적인 공화정은 폐쇄적인 민족주의 혹은 국가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의무를 강조하는 우파적 애국 감정에 기반하는 것으로 치부되면서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되었다. 또한 민주주의 체제가 보편화하면서 공화주의는 결국 ‘민주주의’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견해들로 인해 공화주의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의 파편화, 비공동체화, 비참여, 무관심, 그리고 다양한 집단들 간의 반목과 대립이 가속화되면서 공동체의 균열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세대, 집단, 인종, 계층, 정당 등 다양한 집단의 협치와 공영을 강조하는 ‘공화’의 의미에 관한 관심이 다시 일어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하버마스, 데리다, 레비나스 등 공화와 관용의 의미를 물은 학자들의 논의를 살펴보면서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다소간 이방인이자 디아스포라라는 점을 환기하고, 타자의 윤리학을 흑백의 문제가 아니라 회색의 문제로서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십시일반의 도덕감정의 힘”으로 공화주의를 새롭게 뿌리 내리자고 말한다. 이 책은 경쟁과 파편화되는 관계들 속에 분노, 슬픔, 혐오, 냉소, 허구적 친밀성이 침윤되어가는 한국사회를 감정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면서, 구조의 수인(囚人)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에너지를 통해 운명을 개척하고 거머쥐는, ‘힘없는 자들의 힘’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나와 타자와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감정사회학적 성찰
감정은 단순한 내적 본능이 아니라 상호주관적인 과정을 통해 형성, 변형되고 다시 상호주관성에 개입하여 그것에 영향을 주는 사회성을 갖는다. 이 사회성의 감정은 오랜 시간적 관습을 거쳐 신체화되고, 그렇게 신체화된 감정은 일정한 성향으로서의 아비투스로 작용한다. 한국인의 삶에 뿌리박힌 습속들, 가족과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대하는 모든 태도 안에 해석되어야 할 고유한 감정의 언어가 묻어 있는 것이다.
후설, 메를로퐁티에게서 시간과 몸의 현상학을, 부르디외로부터 아비투스의 사회학을 빌려온 저자는 이 책에서 ‘신체화된 감정 아비투스의 현상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으로 독자들을 인도하며, 신체화된 ‘감정의 아비투스’에서 기인한 이방인에 대한 혐오와 다소간 관념론적인 절대적 환대 사이에서 한국사회의 공화주의가 나아갈 길을 숙고한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동 대학의 융합감성연구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저자는 이와 같은 감정 연구가 부당한 무시와 모멸, 차별, 적대, 증오로 점철되어온 인류 역사 속에서 ‘사람다움’을 회복해보고자 하는 바람의 표현이자 무엇보다도 ‘나’의 삶에 대한 반추이자 성찰이라고 말한다. 감정이 한 인간의 삶과 역사, 시대에 대한 해석학적 접근의 렌즈이자 내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의 개념과 정의, 동학에 관해 다양한 학문의 연구성과들을 정리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응축된 감정경험들을 조명해보고 있는 이 책은, 오늘날 파편화와 선동과 혐오와 억압에 의해 감정이 억눌리거나 왜곡된 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열광과 냉소, 개인의 욕망과 공동선 사이에서 중도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균형 잡힌 감정사회학 텍스트이자 삶의 미학에 대한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이 되게 하는 에너지’
감정에 대한 철학적, 사회문화적, 인지심리학적 고찰
오랜 세월 동안 감정은 ‘교정되거나 절제되고 길들여야 할’ 본능, 욕망과 동일시되었으며 특히 서구의 오랜 철학적 전통 속에서 감정은 이성보다 열등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기독교의 종교적 전통 속에서는 아예 ‘죄’의 원천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데이비드 흄을 시작으로 환기되기 시작한 감정의 중요성과 그 동학에 대한 연구는 도덕감정에 주목했던 애덤 스미스와 니체 등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감정이 이성과 마찬가지로 세계를 인지하고 판단하는 힘 자체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감정이 단순히 행위를 유발하는 동기나 매개변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논리와 실체, 힘을 갖는 ‘제3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감정의 개념적 정의에서 시작하여 철학적, 사회문화적 감정연구의 긴 역사적 과정을 돌아보고 최근 사회과학의 연구결과들과 사회생물학, 인지심리학, 뇌과학 등의 통섭적인 연구결과들을 통해 감정에 대한 더욱 확장된 견해들을 폭넓게 소개함으로써, 한국사회에 뒤엉켜 있는 복잡한 감정들의 씨줄과 날줄들을 들여다보기 위한 광범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인의 감정의 조각들을 모아 엮은 한 폭의 퀼트
한국사회의 분노, 불안, 고통, 혐오를 들여다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의 쇠고기 수입정책에 반대하며 벌어졌던 광화문 시위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불붙은 전국적인 시위에는 대중이 국가 리더십으로부터 느낀 모멸감과 수치감, 분노가 큰 자극이 되었다. 개별적으로 흩어진 분노는 힘없이 사그라들지만 그 분노들이 조직화되어 공분이 되거나 집합열정으로 표출될 때 사회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운동 에너지가 된다.
이 책은 이런 분노와 함께 불안, 수치, 모멸감, 혐오와 같은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감정들이 심리적, 사회적으로 작동하는 방식들을 분석하고, 이런 감정들이 현재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집단적으로 등장하고 재생산되는지에 주목한다. 한국사회에서 전쟁의 경험과 가부장주의의 고착된 기억은 어떻게 신체화되어 개인들의 정치적 보수성을 강화해왔는가? 애국의 열정과 광신적인 애국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 IMF 이후 밀어닥친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은 개개인의 삶에 어떤 트라우마를 남기고 공동체를 분열시켰는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감정노동은 어떻게 해석되고 논의되어왔는가? 디지털미디어 시대의 감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혐오표현의 경계는 어디이며 표현의 자유가 용인되는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한국사회의 구성원을 묶어줄 신뢰와 연대, 즉 ‘사회적인 것(the social)’의 힘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이 책은 감정의 동학과 한국인의 감정 표현/소비에 관해 제기되어야 할 이러한 질문들을 환기하고 그 해답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이론적, 경험적 논의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누가, 왜 망각을 말하고 애도를 막는가?
권력이 두려워한 시민들의 ‘감정’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는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트라우마를 발생하게 한 구조적 배경과 전이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다양한 정책이나 제도, 문화가 구축되게 하는 사회적 과정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적 과정’은 여러 사회 집단이나 계급, 세대, 성, 지역에 따른 이해관계들과 편견, 권력이 서로 부딪히기에 지난하고 중층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시민사회, 언론과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집단은 그러한 트라우마의 성격 규정에서부터 치유방법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권력을 행사하고 투사하기 위해 갖가지 방식과 수준으로 개입하고 쟁투를 벌인다.
이 책은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이나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같이 국가적, 국민적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들의 진행과정을 되짚어 보면서, 사건과 피해자에 대한 낙인찍기, 강제적인 망각 기제의 발동과 같은 압력과 애도의 부정 저변에 놓여 있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권력관계를 살핀다. 저자는 이를 통해 국가와 권력이 억압하고 침묵시키고자 했던 감정들의 실체와 의미, 곧 ‘슬픔의 사회성’이라 부를 수 있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전개하고 있다.
나와 집단을 위해 없어지기를 바라는 희생양,
한국사회의 ‘호모사케르’는 누구인가?
한 집단의 내부적 연대를 도모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그들, 내부자/외부자 등으로 이분법적인 대립구도를 설정하고 자신들을 ‘우리’와 ‘내부자’로 정체화시킨 후 ‘그들’과 ‘외부자’로 설정된 이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호모사케르는 이러한 메커니즘에 의해 죽여도 되는 생명들로서 선언된 사람들이며 살 권리가 박탈당한, 죽었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생명이다. 한국사회 역시 국가와 자기 집단의 생존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호모사케르’와 희생양을 창조하고 재생산해왔다.
이 책은 아감벤과 지라르 등의 이론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한국사회의 희생양 찾기와 혐오감정에 대해 탐색하고, ‘빨갱이’나 ‘종북좌파’, ‘파업노동자’, ‘난민’, ‘이단’, ‘동성애자’ 등에 대한 낙인찍기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또한 이 책은 최근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더욱 범람하고 있는 혐오표현들이 어떻게 우리의 이성과 감정을 마비시키는 반지성주의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우리 안의 혐오와 냉소주의를 넘어서,
십시일반 도덕감정의 힘으로 구현되는 공화주의
꽤 오랫동안 고전주의적인 공화정은 폐쇄적인 민족주의 혹은 국가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의무를 강조하는 우파적 애국 감정에 기반하는 것으로 치부되면서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되었다. 또한 민주주의 체제가 보편화하면서 공화주의는 결국 ‘민주주의’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견해들로 인해 공화주의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의 파편화, 비공동체화, 비참여, 무관심, 그리고 다양한 집단들 간의 반목과 대립이 가속화되면서 공동체의 균열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세대, 집단, 인종, 계층, 정당 등 다양한 집단의 협치와 공영을 강조하는 ‘공화’의 의미에 관한 관심이 다시 일어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하버마스, 데리다, 레비나스 등 공화와 관용의 의미를 물은 학자들의 논의를 살펴보면서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다소간 이방인이자 디아스포라라는 점을 환기하고, 타자의 윤리학을 흑백의 문제가 아니라 회색의 문제로서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십시일반의 도덕감정의 힘”으로 공화주의를 새롭게 뿌리 내리자고 말한다. 이 책은 경쟁과 파편화되는 관계들 속에 분노, 슬픔, 혐오, 냉소, 허구적 친밀성이 침윤되어가는 한국사회를 감정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면서, 구조의 수인(囚人)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에너지를 통해 운명을 개척하고 거머쥐는, ‘힘없는 자들의 힘’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목차
제1부 감정의 세계
제1장 감정의 의미와 유형
제2장 감정에 대한 다양한 접근들
제3장 감정의 현상학: 시간, 기억, 신체화된 아비투스
제2부 분노, 불안, 고통, 혐오 속의 한국사회
제4장 분노
제5장 불안과 두려움
제6장 슬픔, 비애, 고통의 트라우마
제7장 수치, 모멸 그리고 혐오
제3부 진정성과 냉소주의, 친밀성, 도덕감정
제8장 언어, 감정, 집합행동
제9장 진정성과 냉소주의
제10장 친밀성과 감정노동
제11장 이방인과 공화주의 도덕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