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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옥중수고》에서 마키아벨리는 모두 100여 곳에서 언급된다. 그람시는 왜 그토록 간절하게 마키아벨리를 불러내고 있는 것일까? 실제로 그람시가 동시대든 과거에서든 가장 많이 언급한 이가 마키아벨리다. 충분히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그람시는 어떤 마키아벨리를 그렸던 것일까? ―본문에서
그람시는 왜 그토록 간절히
마키아벨리를 불러낸 것일까
그람시와 마키아벨리. 누가 봐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흔히 한국에서 마키아벨리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논리로 민중에 군림하는, 부정적인 리더상을 제시한 정치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를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사회주의 혁명이론가로 평가받는 그람시가 주목한 것은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다. 이 책은 그람시의 개념과 이론을 현대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그람시 개념 중에서도 ‘현대군주’를 중심에 두고 글을 서술해 간다. 현대군주는 그람시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창출해 낸 것이다. 그람시와 마키아벨리 관계가 예사롭지 않음을 연상시키는 개념이다.
그람시 사상과 이론의 중요한 출발점이 마키아벨리였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옥중수고》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기 때문이다. 무려 100여 곳이나 된다.
그람시가 마키아벨리에 주목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이론적인 정치를 현실의 정치로 이끌어 내는 정치학적인 이유에서다. 두 번째는 이를 위한 마키아벨리의 분석 토대가, 당대의 시대 상황과 조건 그리고 주변 세력들과의 상관관계 및 역할관계에 대한 분석과 제시였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마키아벨리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국면을 통해 설명하고, 국가 건설과 발전 및 유지의 3단계(국가 건설-체제 선택-국가의 운영과 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148쪽에서
이런 그람시의 의도는 《옥중수고》 4권 제8항 <마키아벨리와 마르크스>에서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그람시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해석 작업이 왜 중요한지 두 가지 측면에서 밝힌다. 하나는 현실의 여러 세력에 대한 연구를 위해 필요하며, 다른 하나는 국가를 형성하기 위한 정치정당에 대한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즉 파시즘 체제하에서 새로운 국가 건설의 당위성을 마키아벨리로부터 찾는 한편, 이를 위한 기초 연구로 파시즘 체제와 유사한 사회의 사회세력들 간의 관계를 규명하려던 것이다. 이는 결국 이탈리아공산당의 창당과 이를 통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그람시의 의도와 목적을 충분하게 증명한다.
그람시에게 마키아벨리는 여러 개념과 이론의 기점이었다. 그람시는 마키아벨리를 통해 정치정당과 의회 문제 및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까지 끄집어내었으며, 마키아벨리를 역사·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 문제를 해결할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람시라는 교훈
저자는 이런 그람시의 개념과 이론을 통해 “한국 사회를 치유할 근본적인 대책”을 찾고자 한다. “지배계급을 구성하는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파시즘과 유사한 체제가 반복해 출현하고 자본주의 폐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한국 사회구조 문제 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그람시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그람시가 제시한 수많은 개념 중에서 특히 파시즘 체제에 집중했는데, “파시즘 체제의 등장과 발전 그리고 그 이후 보여 주었던 연속성 등의 특성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잘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람시 당대의 파시즘은 “하나의 왜곡된 체제는 비록 그 얼굴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언제 어느 순간에 다시 역사에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는 예측을 현실에서 증명한 한 현상”이다. 멀리 갈 것 없이 한국 사회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건국 이래 전체주의적 체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박정희-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것은 우리 사회에서 전체주의적 체제 뿌리가 아주 깊고 그 때문에 언제든 이 체제가 다시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저자는 이런 체제 문제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문제 해법을 그람시-마키아벨리를 통해 찾고자 시도한다.
저자 김종법 교수(대전대)는 “그람시를 만난 이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그람시에 매료돼 20년 가까이 그람시를 연구하고 있다. 《옥중수고》 전집을 번역할 계획도 갖고 있다.
책의 구성
이 책은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삶>에서는 마키아벨리의 삶과 사상을, 2부 <그람시의 삶과 사상>에서는 그람시 삶과 사상을 조명한다. 3부 <시대를 넘어 마주한 그람시와 마키아벨리>에서는 《옥중수고》에 인용된 마키아벨리를 통해 그람시가 전달하고자 했던 개념과 내용을 소개한다. 4부 <“새로운 군주”를 통한 21세기 그람시의 지평과 해석>에서는 그람시가 읽은 마키아벨리와 마키아벨리를 그렇게 읽은 그람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지금 무엇을 적용할 것인지도 모색한다. 5부 <그람시가 읽은 마키아벨리>에서는 《옥중수고》에서 마키아벨리에 대한 글 일부를 번역해 놓았다.
*《옥중수고》에서 마키아벨리에 관한 글들(5부 <그람시가 읽은 마키아벨리> 중에서)
모든 시대에서 마키아벨리를 너무나 선량한 “일반적 정치가”로 생각하려고 한다: 이러한 생각은 이미 정치학의 커다란 오류이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연결되어 있다. (…) 마키아벨리는 그의 시대에 맞는 전형적 인간이었으며, 그의 정치적인 기술은 부르주아 조직체와 발전을 용인케 했던 절대왕정 국민국가를 만들고자 하였던 당대의 시대정신을 대표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에게서 핵심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권력의 분화와 의회주의의 첨단 형태였다; 그의 “잔인성”은 봉건주의의 찌꺼기에 반대하는 것이지 진보적인 계급들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군주는 봉건적인 무정부 상태를 종결해야만 하는 것이며, 이는 로마공화정의 발렌티노(Valentino)가 생산자계급, 농부 및 상인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했던 방식과 동일하다.
-노트 1권 제10항. 마키아벨리에 대하여
마르크스에 의해 정치학과 역사학에 도입된 기본적인 혁신은 고정적이며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결국 정치학은 역사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유기체로 구체적인 내용으로 인식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에게서 이러한 두 가지의 기본적인 요소를 볼 수 있다: 1) 정치는 일반적인 도덕과 종교와는 다른 독자적 원리와 법률을 가진 자율적이며 독립적인 활동이며 (…) 2) 첫 번째 주장(요소)에 따라 현실적인 목표를 확정하고 연구하여 정치예술에 즉각적이고 실현 가능한 내용을 담는 것이다.
-노트 4권 제8항. 마키아벨리와 마르크스
《군주론》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은 그것이 체계적인 총론이 아니라 정치이념과 정치과학이 극적인 형태의 ‘신화’ 속에 혼합되어 만들어진 ‘생동적인’ 작품이라는 점이다. 정치과학이 마키아벨리에 이르기까지 표명된 형식들은 대부분 이상주의와 지나치게 학술적인 묘사 사이에서 고착화되어 있었다. 그런 정치과학을 마키아벨리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결합하여 교조적이고 이성적인 요소를 용병대장(condottiere)이라는 모습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자신의 개념에 상상적이고 예술적인 형식을 부여하였다.
-노트 13권 제1항. 마키아벨리 정치학에 대한 간단한 주석
마키아벨리 연구에서 제기되고 해결되어야 할 초기의 문제는 자율적인 학문으로서 정치학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정치학이 체계적인 세계(일관적이고도 수미일관한)에 대한 개념에서 차지하거나 차지해야 할 위상에 대한 (실천철학에서의) 문제이다.
-노트 13권 제10항. 마키아벨리의 정치학
마키아벨리의 한계와 부족한 점은 단지 그가 국가 또는 군대의 지도자가 아니라 “사적인 개인”이요 저술가였던 것이다. 그것은 국가나 군대 지도자 역시 일개 개인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개인과는 다르다. 개인으로서 언어를 통해 말을 하는 존재만이 아니라 그 언어로 국가의 군대와 병력을 움직이고 명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마키아벨리를 “비무장한 선구자”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맞는 말은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결코 현실을 바꾸겠다는 생각이나 의도를 품었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다. 다만 역사의 세력들을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자 했다.
-노트 13권 제16항.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현실주의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원칙은 그저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문헌적인” 자료만은 아니었으며, 몇몇 고독한 사상가의 전유물로 선구자들 사이에서 회람되는 비밀스런 책도 아니었다. 마키아벨리는 중세나 인문주의 시대에 볼 수 있었던 체계적으로 저술하는 저자 스타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와는 전혀 다른 행동하는 인간이었으며, 행동을 촉구하는 스타일이었다. 정당의 “강령” 스타일이었다. (…) 마키아벨리즘은 마치 실천철학이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보수적인 지배집단들의 전통적인 정치의 기술을 개선하는 데에도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것으로 인해 마키아벨리즘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혁명적 성격이 감춰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트 13권 제20항. 실천철학과 마키아벨리
현대군주, 곧 신화?군주는 실제의 한 인격체이거나 하나의 구체적인 개인일 수는 없다. 그것은 오직 유기체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이미 인정받았으며 또한 어느 정도까지는 행동을 통하여 스스로를 확인하게 되는 하나의 집단의지가, 그 속에서 하나의 구체적인 형태를 취하기 시작하는 복합적인 사회의 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기체는 이미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보여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정치정당이다. 그것은 보편적이고 전체적인 것이 되고자 하는 집단의지의 맹아들이 함께 모여 싹을 틔운 최초의 세포인 것이다.
-노트 13권 제1항. 마키아벨리 정치학에 대한 간단한 주석
마키아벨리를 해석할 때 절대왕정이 당대에는 민중의 집합체의 한 형태라는 사실과 절대왕정이 귀족들과 사제 계급들에 반대하는 부르주아들에 의해 지지받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노트 13권 제25항. 마키아벨리의 “이중성”과 “단순함”
마키아벨리가 “민중을 교육하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유일한 정
치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민중을 납득시킬 때만이 진정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한 현실적인 정치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리하여 자신의 주위를 압박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실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유형의 군주를 복종시킬 필요가 있다.
-노트 14권 제33항. 마키아벨리-《군주론》의 해석
그람시는 왜 그토록 간절히
마키아벨리를 불러낸 것일까
그람시와 마키아벨리. 누가 봐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흔히 한국에서 마키아벨리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논리로 민중에 군림하는, 부정적인 리더상을 제시한 정치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를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사회주의 혁명이론가로 평가받는 그람시가 주목한 것은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다. 이 책은 그람시의 개념과 이론을 현대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그람시 개념 중에서도 ‘현대군주’를 중심에 두고 글을 서술해 간다. 현대군주는 그람시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창출해 낸 것이다. 그람시와 마키아벨리 관계가 예사롭지 않음을 연상시키는 개념이다.
그람시 사상과 이론의 중요한 출발점이 마키아벨리였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옥중수고》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기 때문이다. 무려 100여 곳이나 된다.
그람시가 마키아벨리에 주목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마키아벨리가 강조한 이론적인 정치를 현실의 정치로 이끌어 내는 정치학적인 이유에서다. 두 번째는 이를 위한 마키아벨리의 분석 토대가, 당대의 시대 상황과 조건 그리고 주변 세력들과의 상관관계 및 역할관계에 대한 분석과 제시였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마키아벨리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국면을 통해 설명하고, 국가 건설과 발전 및 유지의 3단계(국가 건설-체제 선택-국가의 운영과 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과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148쪽에서
이런 그람시의 의도는 《옥중수고》 4권 제8항 <마키아벨리와 마르크스>에서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그람시는 마키아벨리에 대한 해석 작업이 왜 중요한지 두 가지 측면에서 밝힌다. 하나는 현실의 여러 세력에 대한 연구를 위해 필요하며, 다른 하나는 국가를 형성하기 위한 정치정당에 대한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즉 파시즘 체제하에서 새로운 국가 건설의 당위성을 마키아벨리로부터 찾는 한편, 이를 위한 기초 연구로 파시즘 체제와 유사한 사회의 사회세력들 간의 관계를 규명하려던 것이다. 이는 결국 이탈리아공산당의 창당과 이를 통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그람시의 의도와 목적을 충분하게 증명한다.
그람시에게 마키아벨리는 여러 개념과 이론의 기점이었다. 그람시는 마키아벨리를 통해 정치정당과 의회 문제 및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까지 끄집어내었으며, 마키아벨리를 역사·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 문제를 해결할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람시라는 교훈
저자는 이런 그람시의 개념과 이론을 통해 “한국 사회를 치유할 근본적인 대책”을 찾고자 한다. “지배계급을 구성하는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파시즘과 유사한 체제가 반복해 출현하고 자본주의 폐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한국 사회구조 문제 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그람시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그람시가 제시한 수많은 개념 중에서 특히 파시즘 체제에 집중했는데, “파시즘 체제의 등장과 발전 그리고 그 이후 보여 주었던 연속성 등의 특성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잘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람시 당대의 파시즘은 “하나의 왜곡된 체제는 비록 그 얼굴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언제 어느 순간에 다시 역사에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는 예측을 현실에서 증명한 한 현상”이다. 멀리 갈 것 없이 한국 사회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건국 이래 전체주의적 체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박정희-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것은 우리 사회에서 전체주의적 체제 뿌리가 아주 깊고 그 때문에 언제든 이 체제가 다시 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저자는 이런 체제 문제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문제 해법을 그람시-마키아벨리를 통해 찾고자 시도한다.
저자 김종법 교수(대전대)는 “그람시를 만난 이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그람시에 매료돼 20년 가까이 그람시를 연구하고 있다. 《옥중수고》 전집을 번역할 계획도 갖고 있다.
책의 구성
이 책은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삶>에서는 마키아벨리의 삶과 사상을, 2부 <그람시의 삶과 사상>에서는 그람시 삶과 사상을 조명한다. 3부 <시대를 넘어 마주한 그람시와 마키아벨리>에서는 《옥중수고》에 인용된 마키아벨리를 통해 그람시가 전달하고자 했던 개념과 내용을 소개한다. 4부 <“새로운 군주”를 통한 21세기 그람시의 지평과 해석>에서는 그람시가 읽은 마키아벨리와 마키아벨리를 그렇게 읽은 그람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지금 무엇을 적용할 것인지도 모색한다. 5부 <그람시가 읽은 마키아벨리>에서는 《옥중수고》에서 마키아벨리에 대한 글 일부를 번역해 놓았다.
*《옥중수고》에서 마키아벨리에 관한 글들(5부 <그람시가 읽은 마키아벨리> 중에서)
모든 시대에서 마키아벨리를 너무나 선량한 “일반적 정치가”로 생각하려고 한다: 이러한 생각은 이미 정치학의 커다란 오류이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연결되어 있다. (…) 마키아벨리는 그의 시대에 맞는 전형적 인간이었으며, 그의 정치적인 기술은 부르주아 조직체와 발전을 용인케 했던 절대왕정 국민국가를 만들고자 하였던 당대의 시대정신을 대표하고 있다. 마키아벨리에게서 핵심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권력의 분화와 의회주의의 첨단 형태였다; 그의 “잔인성”은 봉건주의의 찌꺼기에 반대하는 것이지 진보적인 계급들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군주는 봉건적인 무정부 상태를 종결해야만 하는 것이며, 이는 로마공화정의 발렌티노(Valentino)가 생산자계급, 농부 및 상인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했던 방식과 동일하다.
-노트 1권 제10항. 마키아벨리에 대하여
마르크스에 의해 정치학과 역사학에 도입된 기본적인 혁신은 고정적이며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결국 정치학은 역사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유기체로 구체적인 내용으로 인식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에게서 이러한 두 가지의 기본적인 요소를 볼 수 있다: 1) 정치는 일반적인 도덕과 종교와는 다른 독자적 원리와 법률을 가진 자율적이며 독립적인 활동이며 (…) 2) 첫 번째 주장(요소)에 따라 현실적인 목표를 확정하고 연구하여 정치예술에 즉각적이고 실현 가능한 내용을 담는 것이다.
-노트 4권 제8항. 마키아벨리와 마르크스
《군주론》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은 그것이 체계적인 총론이 아니라 정치이념과 정치과학이 극적인 형태의 ‘신화’ 속에 혼합되어 만들어진 ‘생동적인’ 작품이라는 점이다. 정치과학이 마키아벨리에 이르기까지 표명된 형식들은 대부분 이상주의와 지나치게 학술적인 묘사 사이에서 고착화되어 있었다. 그런 정치과학을 마키아벨리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결합하여 교조적이고 이성적인 요소를 용병대장(condottiere)이라는 모습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자신의 개념에 상상적이고 예술적인 형식을 부여하였다.
-노트 13권 제1항. 마키아벨리 정치학에 대한 간단한 주석
마키아벨리 연구에서 제기되고 해결되어야 할 초기의 문제는 자율적인 학문으로서 정치학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정치학이 체계적인 세계(일관적이고도 수미일관한)에 대한 개념에서 차지하거나 차지해야 할 위상에 대한 (실천철학에서의) 문제이다.
-노트 13권 제10항. 마키아벨리의 정치학
마키아벨리의 한계와 부족한 점은 단지 그가 국가 또는 군대의 지도자가 아니라 “사적인 개인”이요 저술가였던 것이다. 그것은 국가나 군대 지도자 역시 일개 개인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개인과는 다르다. 개인으로서 언어를 통해 말을 하는 존재만이 아니라 그 언어로 국가의 군대와 병력을 움직이고 명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마키아벨리를 “비무장한 선구자”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맞는 말은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결코 현실을 바꾸겠다는 생각이나 의도를 품었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다. 다만 역사의 세력들을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자 했다.
-노트 13권 제16항. 마키아벨리의 정치적 현실주의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원칙은 그저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문헌적인” 자료만은 아니었으며, 몇몇 고독한 사상가의 전유물로 선구자들 사이에서 회람되는 비밀스런 책도 아니었다. 마키아벨리는 중세나 인문주의 시대에 볼 수 있었던 체계적으로 저술하는 저자 스타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와는 전혀 다른 행동하는 인간이었으며, 행동을 촉구하는 스타일이었다. 정당의 “강령” 스타일이었다. (…) 마키아벨리즘은 마치 실천철학이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보수적인 지배집단들의 전통적인 정치의 기술을 개선하는 데에도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것으로 인해 마키아벨리즘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혁명적 성격이 감춰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트 13권 제20항. 실천철학과 마키아벨리
현대군주, 곧 신화?군주는 실제의 한 인격체이거나 하나의 구체적인 개인일 수는 없다. 그것은 오직 유기체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이미 인정받았으며 또한 어느 정도까지는 행동을 통하여 스스로를 확인하게 되는 하나의 집단의지가, 그 속에서 하나의 구체적인 형태를 취하기 시작하는 복합적인 사회의 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기체는 이미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보여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정치정당이다. 그것은 보편적이고 전체적인 것이 되고자 하는 집단의지의 맹아들이 함께 모여 싹을 틔운 최초의 세포인 것이다.
-노트 13권 제1항. 마키아벨리 정치학에 대한 간단한 주석
마키아벨리를 해석할 때 절대왕정이 당대에는 민중의 집합체의 한 형태라는 사실과 절대왕정이 귀족들과 사제 계급들에 반대하는 부르주아들에 의해 지지받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노트 13권 제25항. 마키아벨리의 “이중성”과 “단순함”
마키아벨리가 “민중을 교육하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유일한 정
치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민중을 납득시킬 때만이 진정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한 현실적인 정치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리하여 자신의 주위를 압박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실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유형의 군주를 복종시킬 필요가 있다.
-노트 14권 제33항. 마키아벨리-《군주론》의 해석
목차
책을 내며 4
프롤로그 10
1부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삶
근대 정치학의 시작과 마키아벨리 17
마키아벨리 사상의 출발점과 논지들 22
《군주론》 에 나타난 근대국가 개념 31
2부 그람시의 삶과 사상
그람시의 생애 39
그람시가 남긴 유산 50
3부 시대를 넘어 마주한 그람시와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 시대와 그람시의 시대 61
마키아벨리를 통해 본 그람시의 생각 76
4부 “새로운 군주”를 통한 21세기 그람시의 지평과 해석
그람시에게 마키아벨리란? 143
21세기 마키아벨리와 그람시 147
21세기 한국 사회와 그람시 155
5부 그람시가 읽은 마키아벨리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