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눈으로 보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영화와 소설, 역사와 철학을 가로지르는 수학적 사고법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
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7488 | 대출가능 | - |
- 등록번호
- 00017488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수학의 눈으로 보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생각의 틀, 사고의 도구로서 수학이 얼마나 흥미롭고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시험을 치르는 데만 써먹는 수학 지식이 아니라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수학적 사고력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수학적 태도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수학으로 세상에 말을 거는 실험을 시작했고, 이 책은 그 흥미로운 사고 실험의 결과물이다.
영화와 소설, 역사와 철학으로 경험하는
수학으로 생각하는 법, 수학으로 철학하는 법
2030 미래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인간과 기계의 협력이 모든 산업 분야에 빠르게 확산되며 업무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한다. 이제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간과 기계 각각의 강점과 역량을 파악하고 기계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계가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인 AI 유창성(AI Fluency)의 중요성도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놀라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최신 정보를 효과적으로 습득하는 힘, 이슈가 되는 문제에 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그 답을 수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수학의 ‘수’자만 나와도 뒷걸음치고픈 ‘수포자’라 할지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체계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았을 때부터 수학은 문제를 풀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사고를 발전시키는 가장 강력한 틀이었다. 공리-정의-증명-정리로 이어지는 논리적 엄밀성, 연역과 귀납이라는 논리구조, 구체에서 추상으로 나아가는 일반화과정 등을 바탕으로 한 수학적 사고법은 현대사회에 이르러 다양한 산업 및 학분 분야의 근간이 됐다. 플라톤은 수학적 사고야말로 이데아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갈수록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미래사회에서 플라톤의 이 말은 다시 힘을 얻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도덕과 문학, 종교와 사회에 스며들어 있는 수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총 13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의와 진리에 대한 고민과 편견과 혐오를 넘어서는 교양이 어떻게 수학과 연결되는지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실험해 보인다. 예컨대 저자는 유클리드의 《원론》에서 다루는 공리에 대해 설명하다 드라마〈라이브〉를 끌어온다. 그리고 수학의 논리구조와 닮아 있는 법이 현실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도구로 쓰일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풀어낸다. 또한 드라마 〈라이어 게임〉을 분석하면서는 100명에 한 명꼴로만 거짓말을 해도 올바른 정보와 거짓 정보가 전달될 확률이 절반이 되고 마는 디스토피아에서 우리가 인간의 선의를 믿는 게 무슨 의미인지 질문을 던진다. 그런가 하면 우리사회의 편견과 차별 문제에도 주목하여,《82년생 김지영》을 통해 통계의 대푯값에서 유의할 점을 설명하고 남녀 임금격차가 정말 과장된 것인지 지적하기도 한다. 이렇게 조금은 다른 시각과 생각의 길로 안내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수학으로 생각하는 법, 수학으로 철학하는 법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의 특징
수학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정답이 없는 세계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수학적 사고법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때 수학 문제를 푸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에서 마주치는 갈등에는 정답이 없거나 있더라도 여러 가지일 때가 많은 반면, 수학 문제에는 보통 정해진 답이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서가 아닐까. 우리는 선택의 자유가 생각보다 무거운 짐인 탓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하지 못해 힘이 들 때, 의외로 숫자와 도형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수학의 세계에서 위로를 얻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수학의 ‘분명함’에 의문을 품는다. 수학에 언제나 답이 있을까? 공리는 항상 완전무결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수학은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논리체계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논리의 출발점이 존재한다. 달리기를 하듯 선을 긋고 여기가 출발점이라고 선언하면 된다. 논리의 피라미드 제일 꼭대기에 있는 문장으로, 증명 없이 참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명제가 바로 ‘공리axiom’다. 고대 그리스 수학을 집대성한 유클리드는 저서《원론》에서 처음으로 5개의 공리와 5개의 공준을 정하고 이로부터 당시까지 알려진 모든 수학적 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재배치했다. 그 이후로 2000년 동안 쌓아온 수학 지식체계는 매우 촘촘하고 강력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에 공리체계 자체가 가진 허점들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회의, 보완, 재정의 등이 잇따랐다. 무한집합에서는 부분이 전체와 크기가 같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 칸토르는 공리체계를 신봉하는 이들에게 배척당했다. 이러한 역사를 되짚어보며 저자는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공리를 둘러싼 논쟁이 거짓을 몰아내고 진리를 획득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에 가깝다는 점이라고.
이 책에서 고도의 논리학이며 동시에 형이상학이기도 한 고대 수학 체계부터 최근 대입 수리논술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는 저자가 일관되게 주목하는 것은 수학 그 자체라기보다는 수학적 태도다. 수학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 수학 문제를 많이 접해보는 데에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수학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도 수학적 태도를 바탕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이 곧 수학에 대한 흥미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자는 영화와 소설, 역사와 철학 등 다양한 텍스트를 분석하거나 사회문제를 이해할 때 수학적 관점이 첨가되면 어떻게 이야기가 풍부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그 바람을 실현한 장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따라 다양한 텍스트들이 수학과 맺는 의외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다 보면 새로운 방식의 이성적 사고가 주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독자들이라 할지라도 수학적 사고의 재미는 얼마든지 맛볼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집합론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칸토르는 수학의 본질은 자유로움에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좀 더 자유로운 세상, 보다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고 실현시키는 데에도 수학 혹은 수학적 사고가 나름의 몫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실제로 역사 속에서 수학, 그리고 수학적 사고가 새로운 길을 안내한 순간들에 대해 생생하게 들려주며, 우리가 진정으로 더 나은 미래를 갈망한다면 수학은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한다.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 이 물음은 학생들은 물론, 나처럼 가르치는 이에게도 큰 화두이다. 이 책은 다양한 상황에서 수학적 사고력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어떤 새로운 차원이 펼쳐지는지 흥미롭게 소개한다. 수학과 연결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식을 넘어 수학적 태도를 체득할 수 있게 된다. 마치 꿩 먹고 알 먹기처럼. 이 책은 조금 다른 시각, 새로운 생각의 길을 찾고 있는 학생들을 융합적 사고의 세계로 초대한다.
-오혜정(이의고등학교 수학교사, 《수학 언어로 문화재를 읽다》 저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수학을 하는가?
익숙한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이상하고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
근대로 넘어와 로그가 발견되면서 큰 수에 대한 계산이 가능해졌고 이는 항해술과 천문학의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큰 수의 계산이 필요해서 로그가 발견된 것일까, 로그를 발견해서 큰 수의 계산이 가능해진 것일까? 이런 질문엔 쉽게 답하기가 어렵지만 저자는 이렇게 추론한다. 큰 수를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작은 수를 계산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그리고 우주를 이해하게 되자 원자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자면 수학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는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세계와 너무 커서 볼 수 없는 세계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역사의 흐름이 바뀌던 중요한 순간순간에 수학이 어떤 물결을 일으켰는지 알려주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대동여지도가 지니는 의미를 되짚어보며 ‘알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조선의 과학기술’과 같은 주관적인 서술에서 머물지 않는다. 대신 당시 시대상황과 세계의 지도 제작 수준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동여지도의 뛰어난 점을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지도에 담긴 수학적 사고와 메르카토르 도법의 원리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저자는 단테의 《신곡》 역시 중세의 지식을 총망라한 상상의 지도로 해석한다. 《신곡》에는도덕과 욕망을 서열화한 지옥-연옥-천국의 구조를 통해 중세의 도덕관이 드러나는데 단테는 이를 시각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수학적 도구, 즉 도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지옥의 원뿔은 밑으로 갈수록 공간이 좁아진다. 독자들은 부피비는 길이비의 세제곱이라는 것을 떠올릴 때 공간이 좁아질수록 죄의 무게감은 더해진다는 것을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나이팅게일의 삶에 대한 책인 《나이팅게일의 생애》를 읽고 통계자료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우리에게 백의의 천사로만 알려진 나이팅게일은 사실 반박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근거로 군의료 체계를 고쳐나갔던 인물이기도 하다. 평생 동안 수많은 보고서를 작성했던 나이팅게일은 통계와 숫자의 힘을 기득권에 맞서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사용했다. 저자는 나이팅게일이 만든 크림전쟁에 참전한 영국군 사망원인을 나타낸 로즈 다이어그램을 소개하며 그를 독보적인 의료 행정가이자 시대를 앞서간 통계학자라고 평가한다.
이처럼 변화하는 세상에서 수학적 사고가 어떤 방식으로 의미 있게 이용되어왔는지 설명하는 저자의 글은 자연스레 수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수학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교과서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으로 학습 의욕까지 북돋는다. 저자는 적어도 수학이 사회와 어떻게 만나는지 이해한다면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세상을 변화시켜나간 사람들이 주목했던 수학을 새롭게 돌아보다 보면 독자들 역시 수학을 새롭게 ‘써먹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학 교과과정을 더 잘 파악하는 데는 물론이고, 나아가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할 가능성을 말이다.
<수학의 눈으로 보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는 이 세상의 모든 도덕과 문학, 종교와 사회에 스며들어 있는 ‘비밀스러운’ 수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에 대한 하나의 정답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수학이 삶을 해석하는 수많은 길 중 하나라는 철학을 제시한다. ‘수학을 모르는 자, 아카데미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플라톤의 뜻을 깨닫게 도와준 이 책에 찬사를 보내며, 수학이라는 낯설지만 매혹적인 학문에 도전해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박연숙(숭실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철학박사, 《소설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저자)
여자보다 남자가 수학을 더 잘할까?
객관적인 설명에도 사회적 지문이 묻어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신이 겪지 않은 문제를 이해하는 데는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누구 편인지 따지기만 바쁜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자기편이라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옹호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배척하는 사회에서 수학이 분명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갈수록 심각해지는 성별 간 대립에 주목하여 남녀 임금격차 통계가 과장됐다는 주장, 그리고 성별에 따른 수학 실력을 둘러싼 오래된 편견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만한 분석을 제시한다. 극단적으로 다른 의견들 사이에서 수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성별 임금격차가 과장됐다는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대푯값의 한계가 존재한다거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평균 소득을 예로 들어 대푯값의 한계를 알기 쉽게 설명한 후, 성별 소득구간 분포에서 85만 원 미만을 받는 여성 비율과 650만 원 이상을 받는 남성 비율을 극단적인 값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한 주당 평균 근무시간, 퇴직 소득자의 근속연수, 성/연령별 경제활동인구 등의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다양한 교란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 너머의 진실을 이야기한다. 즉, 20대에서는 별 차이를 보이지 않던 성별 경제 활동인구가 30대로 넘어가면서 급격하게 벌어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통계자료를 읽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여자보다 남자가 수학을 잘한다는 사회적 편견의 뿌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저자는 특히 통계자료는 경향성을 보여줄 뿐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데 공을 들인다. 실제로 중고등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나타낸 최신 통계자료를 보면 수학이나 과학 영역에서 성별 간 차이는 더 이상 두드러지지 않는다. 통계자료로 완벽하게 검증했다고 믿었던 사실이 뒤바뀐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실제로 몇 십 년간 누적된 데이터로 인해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편견이 최근 점점 힘을 잃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편견은 완전히 사라지는 걸까?
이 책은 사회 현상에는 절대적 명제가 존재하지 않고, 수학적으로 근거가 충분하다고 믿었던 사실조차 시대가 지나면 바뀔 수 있다는 엄중한 진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수학적 사고를 중시하면서도 편견을 경계하고 객관성을 의심해볼 것을 주문하는 저자의 글을 따라 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수학의 눈으로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될 것이다.
▷▷ 주요 내용
하나의 세계가 종말을 고한 곳에서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다
다시 <월-E>로 돌아가보자. 인간은 이성의 힘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켰고, 지구를 파괴했으며, 결국 엑시엄호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 스스로를 유폐시켰다. 공리체계도 완전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검토가 필요하다. 새로운 이론은 이전의 성과와 한계를 함께 안고 다음 단계로 도약한다. 엑시엄호는 한 세계의 종착점인 동시에 또 다른 세계의 출발점이다.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던 엑시엄호는 지구에 착륙하며 여행을 끝마친다. 엠시엄호가 여행을 멈춘 곳에서 다시 새 역사가 시작된다. 인간들이 공리로 믿고 있던 경제적 이익, 편리함, 효율성과 같은 가치를 환경, 평화, 공존, 재생, 지속가능성과 같은 가치로 대체할 수 있을까? 700년 만에 발을 내딛은 지구에 사람들이 새싹을 심으며 영화는 끝난다.(본문 34쪽)
암호해독 과정이 만들어낸 최초의 컴퓨터
암호를 만드는 건 간단하지만 복원하는 건 복잡하다.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령 문자 a, b, c를 배열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다.
a, b, c / a, c, b / b, a, c / b, c, a / c, a, b / c, b, a
a, b, c 셋 중에 하나를 첫 번째 문자로 고르면, 두 번째 문자는 각각 두 가지씩 선택할 수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문자가 확정되면 세 번째 문자는 저절로 고정된다. 따라서 경우의 수는 3×2×1= 6이 된다. 이를 기호로 3!이라고 쓴다. 같은 원리로 문자를 5개로 늘리면 경우의 수는 5×4×3×2×1=120이다. 기호로 쓰면 5!이다. 이를 식으로 일반화 하면 문자가 n개 있을 때, 경우의 수는 n×(n - 1)×… ×1=n!이다. n!은 n factorial(n의 계승)이라고 읽는다. 문자가 26개면 경우의 수는 무려 26!=403291461126605635584000000이다.(본문 45~46쪽)
수학과 종교는 진리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언어
파이의 이런 복합적인 태도는 관객을 아리송하게 만든다. 어떨 때는 굉장히 비상하고 영리한 수학자나 공학자 같다가 어떨 때는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운명론자 같다. 파이라는 이름처럼 수학적인 메커니즘에 익숙한 사람으로 보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대책 없이 신의 이름을 부르는 미치광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파이가 물을 마시러 처음 성당을 찾아갔을 때 신부가 건넨 말은 “너 목마르구나You must be thirsty.”였는데, 리처드 파커의 원래 이름은 목마른thirsty이었다. 파이가 진리에 목마른 사람임을 상기하길 바란다. 수학과 종교는 진리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언어라는 점에서 상통한다. 대부분은 수학의 언어와 종교의 언어가 가장 먼 대척점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조금만 살펴보아도 이 둘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종교, 수학, 과학, 철학은 그 뿌리가 같다. 파이라는 이름은 질서와 무질서, 수학적 사고와 신비주의가 공존하는 복잡한 태도를 상징한다.(본문 105쪽)
신격화된 우주를 설명하는 단테의 방식
수학적인 정교함 외에도 중세 기독교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선호한 이유가 있다. 단테가 묘사했듯이 연옥의 지상낙원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기독교의 우주를 설명하는 데 천동설이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지구를 중심에 놓는 설정은 현실세계에서 연옥을 거친 후 우주를 건너 천국에 이른다는 기독교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 효과적이다.
(…)14세기는 중세의 황혼기다. 12세기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대학은 교회가 독점하던 교육 시스템을 흔들었다. 이슬람 세계로부터 흘러들어온 고대 그리스 고전은 잠들어 있던 다양한 상상력을 깨우기 시작했다. 상업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도시를 발달시켜 자치권을 확대하려고 했다. 단테는 이 혼돈의 시기에 명확한 진리의 기준을 재정립하고자 했다. 이미 균열이 가기 시작한 중세를 옹호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단테는 그가 생각하는 사회개혁의 내용을 담아 다양한 분야의 저서를 남겼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를 썼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중세 유럽의 기독교를 종합하고 다듬어서 사람들에게 구원의 길을 보여주려고 했다.(본문 181~183쪽)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
죽음이 96시간밖에 남지 않은 소녀는 궁금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죽음이 정해져 있는 삶에도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한참 늦은 시기에 생전 하지 않던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칠십이 넘어 이혼을 하고,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죽음을 앞둔 사람이 평생 상상만 하던 곳으로 여행을 간다. 이제 곧 죽을 텐데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길 밖을 나서보지 않은 사람은 길 밖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목표물 토드와 함께 소녀를 우주로 날려 보내려던 킬러는 처음으로 격투 중에 부상을 입는다. 자신의 세계를 벗어난 킬러는 실수를 범한다. 기존의 세계는 이미 깨져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 의도치 않게 자신까지 우주로 발사되는 순간 소설은 끝이 난다. 소녀에게는 막연한 우주로 날아가는 그 순간이 구원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결말이 슬프지 않았다. 의미를 모르고 죽음만을 기다리던 삶이 아니라 끝까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며 생을 마감한 소녀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처음으로 공포로부터 해방됐을지도 모른다.(본문 199~200쪽)
곡선이 구부러진 정도를 숫자로 바꾸는 수학의 세계
미분기하학은 미적분과 벡터를 이용해서 도형의 속성을 연구한다. 기하학은 기본적으로 도형의 속성을 수량화하는 학문이다. 각, 길이, 넓이, 부피, 겉넓이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까지야 어릴 때부터 워낙 많이 이를 다루는 수학 문제를 보니 그러려니 하는데 대학에 가면 곡선이 구부러진 정도curvature(곡률)나 휜 정도torsion(비틀림)는 물론 다양한 속성을 수량화한다. 새롭게 정의한 수식이 곡선이 구부러지고 휜 정도를 훌륭하게 수량화할 때면 좀 짜릿하다. 수학은 많은 것을 숫자를 통해 설명한다.
(…)곡률은 한 점에서 정의한다. 위 그림과 같이 곡선 위의 한 점 A에서 곡선에 접하는 원을 여럿 그린다. 그 원들 가운데 가장 큰 원의 반지름을 r이라고 하면, 점 A에서 곡선의 곡률을 1/r로 정한다. 이렇게 정의를 하면 왼쪽 곡선 위의 점 A에서는 r이 크니까 반대로 곡률이 작고, 오른쪽 곡선 위의 점 A에서는 r이 작으니까 반대로 곡률은 크게 나온다. 직선의 경우에는 직선 위의 한 점에서 직선에 접하는 원의 반지름이 무한히 커지기 때문에 곡률이 0이 된다.(본문 208~209쪽)
목차
프롤로그
수학으로 알게 된 것들
1. 수학의 출발점으로 날아간 로봇〈월-E〉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학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유클리드의 《원론》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이유
하나의 세계가 종말은 고한 곳에서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다
2. 기계 같은 인간, 인간 같은 기계 〈이미테이션 게임〉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거든.”
암호해독 과정이 만들어낸 최초의 컴퓨터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
3. 수학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라이어 게임〉
확률이론은 게임에서 시작됐다
당신은 게임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수학은 가치중립적일까?
4. 수학의 언어와 현실의 언어 〈라이브〉
수학은 애매한 정의를 사용하지 않는다
매뉴얼 안에서 다툼을 벌이는 사람들
수학은 역사와 동떨어진 채 존재할 수 있을까?
5. 종교와 수학은 양립 가능할까? 〈라이프 오브 파이〉
무리수라는 말에는 감정이 들어 있다
수학과 종교는 진리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언어
존재하지만 증명하기 어려운 것들에 접근하는 방법
6. 세상을 지키려는 수학, 세상을 바꾸려는 수학 《장미의 이름》
“수학 없이는 미로를 만들 수 없다.”
질문이 필요 없는 사회에서 수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학적 방법론을 정식화한 알하이삼의 업적
수학의 본질은 자유로움에 있다
7. 대동여지도는 수학적으로 훌륭한 지도였을까?
지도에 담긴 수학적 사고
태양이 우물에 빠진 날
김정호는 뛰어난 데이터 수집분석가다
8. 가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지도 《신곡》
사후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중세의 지식을 총망라한 상상의 지도
신격화된 우주를 설명하는 단테의 방식
9. 직선을 벗어난 소녀와 킬러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모든 곡선은 직선이야.”
두 개의 세계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
10. 쾌락을 숫자로 측정할 수 있을까? 〈21그램〉, 〈스모크〉
영혼의 무게는 21그램
곡선이 구부러진 정도를 숫자로 바꾸는 세계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인생이다
11. 통계가 이야기하는 성별 임금격차의 진실 《82년생 김지영》
여성들은 왜 분노하는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계
여성의 경력단절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인가?
12. 나이팅게일에게 왜 통계가 중요했을까?
백의의 천사 혹은 시대를 앞서간 통계학자
영국군을 살린 로즈 다이어그램
변화의 필요성을 숫자로 설명하는 법
13. 수학이 잘못된 편견을 강화할 수도 있을까? 《아주 친밀한 폭력》
여자보다 남자가 수학을 더 잘할까?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행동을 결정한다
여성의 공간지각 능력이 발달하지 못하는 사회적 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