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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학원』과 학원세대

Hakwon and Hakwon generation

개인저자
장수경 지음
발행사항
서울 : 소명출판, 2013
형태사항
367 p. : 삽화, 도표 ; 21 cm
ISBN
9788956268415
청구기호
810.906 장57ㅎ
일반주기
권말부록: 등단 문인 명단과 수록작품
서지주기
참고문헌: p. 363-367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2)
1자료실00017687대출가능-
1자료실G0015355대출가능-
이용 가능 (2)
  • 등록번호
    00017687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 등록번호
    G0015355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이른바 학원문단파라는 말이 생길 법도 한 것이, 오늘날 50대의 문인들은 거의 그때의 학원에 다달이 그 이름이 빠지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투고 작품을 선고해 주던 분들은, 이미 작고하신 분들도 있지만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급의 문인들이었고, 그 덕택에 대학 재학 시절에 ??현대문학??에서 6개월 만에 시 추천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 본문 중에서

한국문학사에는 ‘학원세대’로 기억되는 특이한 세대가 있다. 우리는 1952년 11월 창간호부터 1979년 종간할 때까지 학생잡지 <학원>을 읽고 성장한 이들에 대해 ‘학원세대’ 또는 ‘학원파’라고 명명한다. 김원일, 문정희, 박동규, 이청준, 조세희, 최명희, 황동규, 황석영, 이승훈, 안도연 등 일급의 문인들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의 지성인들 가운데에는 스스로를 ‘학원세대’라고 호명하며 무한한 자긍심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학원세대들이 그토록 애독했다는 <학원>에는 도대체 어떤 문학사적이고 문화사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전쟁 중 창간된 <학원>은 청소년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한국 영화평론의 거장인 김종원은 자신에게 있어 시의 고향은 <학원>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첫사랑을 앓는 사춘기 소년처럼 <학원>에 매달려, 수업시간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뱃고동 소리를 기다”렸고 “<학원>이 나오는 한 달이 왜 그리도 길었던지 짜증스럽기조차 했”다며 학창시절 <학원>에 대해 갈급했던 심정을 밝히고 있다. 제주 4ㆍ3사건과 한국전쟁으로 아버지와 생이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십대 소년에게 유일한 위안은 시를 써서 <학원>에 투고하는 것이었다. 위약한 현실 속에서 고독한 소년에게 “시심을 피워준 사색의 꽃밭이자 신앙과 같은 안식처”였던 청소년 잡지. 전쟁으로 피폐해진 청소년들은 <학원>이라는 한 울타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작정 즐거웠고, 공감했으며 일체감을 가졌다.
진덕규(이화여대 교수)는 어린 시절 나뭇짐을 팔아 모은 돈으로 30리길을 달려가서 막 도착한 <학원>을 사던 기쁨을 평생 간직한 사람이다. 가난한 소년은 <학원>과 <사상계>가 있어 자신들의 세대와 연결될 수 있었고, 두 잡지를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지닐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 시대의 이데올로기는 그 다음 시대의 부채이며, 한 시대의 중심 논리도 비판적으로 극복되지 않는 한 보수적인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또한 비판에는 비판의 논리와 윤리가 있으며, 지식은 관념의 유희가 아니라 비판적인 회의에서 싹튼다는 것을. 진덕규는 혼란스런 청소년 시절 <학원>을 읽으며 한 시대의 지성인으로 성장하는 힘을 얻었다고 한다.
‘문학’도 입시전쟁을 치루기 위한 텍스트로 선정되지 않으면 그 제목조차 낯선 세상. 요즘 청소년들에게 문학은 수능과 논술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진실은 문학 텍스트에 대한 이해보다 학습지에 빼곡하게 정리해놓은 내용을 수학공식처럼 달달달 암기하고, 시험이 끝나는 동시에 모두 망각한다는 데 있다. 사회 전분야에서 인문학적 사고와 교양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입시관련 서적이 아닌 소설, 시집, 교양서 등을 읽고 있는 청소년을 목격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번에 출간된 <학원과 학원세대>(소명출판, 2013)는 전후 발간된 청소년 잡지인 <학원>을 통해 당대 청소년의 문학과 교양, 그리고 소통에 대한 욕망을 찾아 나서게 해준다. 1952년 11월 대구에서 김익달에 의해 창간된 <학원>은 1979년까지 30여 년 이상 장기간 발행되고, 월간지로서 방대한 양을 남겼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사의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청소년 잡지로서 국민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학원>에는 아동ㆍ청소년들의 일상, 문학에 대한 욕망, 문화적 다양성 등이 들어 있다.

청소년 독자의 탄생과 다양한 독서에 대한 욕망
이 책은 먼저 1950년대 청소년잡지와 청소년 독자의 탄생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뤄졌는지를 조망하고 있다. 한창 전쟁 중에 창간된 <학원>은 한때 거의 10만 부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다. 당시 국내 최대 일간지인 <동아일보>가 5만 부의 판매부수를 기록한 것에 견주어볼 때, <학원>이 10만 부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은 당시 발행된 잡지들이 대부분 여러 사람에 의해 열독과 회독되었기 때문에 당시 이 땅의 중고생이던 청소년의 절반 이상인 20~30만 명의 독자를 확보한 것을 입증해준다. 이처럼 <학원>이 청소년 독자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텔레비전이나 영화, 컴퓨터, 스마트폰 등 청소년들의 오락과 교양을 충족시킬 매체가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 전쟁으로 할 일이 없어진 고급인력(지식인, 화가, 작가 등)을 총동원하면서 잡지의 권위와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잡지는 창간호부터 컬러 인쇄 방식을 도입해 원색 인쇄 시대를 처음으로 개척했고 화보, 삽화, 사진 등 시각적 매체를 적극 활용하여 청소년 독자층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시기 기획된 10대 연재소설, 5대 연작단편, 5대 연재만화 등 ‘읽을거리’와 ‘볼거리’의 비중을 현저히 늘려 청소년의 다양한 욕망을 충족시킨 것도 폭발적인 독서열풍을 일으키는 데 기초 동력이 되었다. 창간호부터 실린 김용환의 ?코주부 삼국지?를 비롯해 김성환의 ?거꾸리군 장다리군? 등 한국 만화사에서 한 획을 그을만한 작품들이 <학원>의 지면을 통해 탄생하였다. 또한 조흔파의 대표작인 명랑소설 <얄개전>을 비롯해 <에너지선생>, <고명아들>, 최요안의 <해바라기의 미소>, 유호의 <키다리 봉식이> 등의 소설들은 대단한 인기를 얻으며 영화와 방송극 등 다양한 콘텐츠로 기획ㆍ유통되는 행운을 안게 되었다. 또한 <학원>에 실린 한낙원의 <금성탐험대>, 최요안의 <무지개꽃>, 과학ㆍ모험소설과 장수철의 <비밀극장을 뒤져라>, 김내성의 <검은별>, <황금박쥐> 등 공포ㆍ추리소설들이 1970년대 이후 청소년들의 대중적인 장르로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학원세대의 문학과 청소년문학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은 ‘학원문단’과 ‘학원세대’이다. 청소년들의 독자투고란인 ‘학원문단’은 청소년이 발화자이면서 동시에 수용자였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필담의 장이 되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청소년에게 ‘학원문단’은 마음 속 소통의 광장으로 기능하였다. 청소년들은 문단의 문우랍시고 꽤 편지를 주고받던 사이로 문학을 매개로 서로간의 소통을 욕망하였다.
제6회 학원문학상에 나란히 입상한 조해일(해룡)과 조세희(민홍)는 서로에게 편지형식의 입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해룡, 호콩이라도 씹으며 밤길을 걷자”로 시작하는 조세희의 편지는 친구인 조해일(본명 조해룡)에게 수상에 대한 감정을 전하고 있다. 조해일도 “세희, 난 지금 너에게 무엇인가 끝없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가장 절친했던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친구였던 조세희와 조해룡은 고2때 산문 부분에 함께 당선되었는데, 내면의 고통과 문학에 대한 관심, 학원문학상 당선으로 인해 쫓아다닐 불편한 시선들에 대해 서로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당시 청소년들은 작품을 발표한 학생들에게 펜팔을 보내기도 했고, ‘문학’에 대한 관심을 서로 편지로 주고받으며 소통의 창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 학생들은 ‘문학’에 관심이 있는 전국의 청소년들과 소통에 대한 욕망을 ‘편지’와 독자투고를 활용해 해소하고자 하였다. 정호승은 1968년에 학원문학상을 탔는데 “당선되는 것도 좋았지만 당선소감 쓰는 게 더 좋았”다며, 당선소감을 쓰는 데 굉장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정호승은 “당선소감과 함께 사진도 나오고, 편지도 받고” 하는 학원세대 문화 자체를 즐겼다고 한다. 이처럼 ‘문학’을 중심에 둔 소통의 장으로 등장한 ‘학원문단’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청소년기 독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게 된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생산한 텍스트에 자신의 내면과 비극적인 현실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이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다른 청소년의 내면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학원문단’은 사춘기시절 청소년들의 의식을 발전적으로 재구성해 나가는 통로로 활용되었다.
<학원>의 공적은 무엇보다 1950년대 이후 한국문학사의 주요 문인들을 많이 배출하였고, 이 잡지를 읽고 성장한 문인들이 습작기 시절 자신의 문학관을 형성하는 데 직ㆍ간접으로 영향을 받은 매체로서 가치를 지닌다.
‘학원문단’은 청소년이 전문작가로 등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문학적 권위를 부여받은 작가들이 선자로 활동한 ‘학원문단’은 전후 문학의 재생산과 문학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를 대대적으로 양성하는 전위의 장이 되었다. 1950~60년대 ‘학원문단’에 글을 발표한 청소년 중에는 기성문단에 진입한 후 적극적으로 활동한 문인들이 많다. ‘학원문단’을 통해 배출된 작가로는 유경환, 이제하, 황동규, 문순태, 민용태, 이성부, 이수익, 오탁번, 정공채, 이승훈, 정호승, 김구용, 박동규, 공석하, 김이탄, 이세방, 김해순, 김원호, 정진규, 김광협, 박용삼, 정규남, 조정권, 최원식, 안도현, 남진우, 송기숙, 유현종, 이청준, 김주영, 김원일, 최인호, 황석영, 마광수, 최명희, 서종택, 전상국, 이헌구, 오경웅, 윤병구, 정채봉, 서정오, 김승옥, 조세희, 조해일, 윤후명, 김종원, 김병익, 김준오, 김이구 등이 있다. 학원세대 문인들은 등단한 이후에도 <학원>에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였고, 전후 문학 장의 구도 속에서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다.
한국사회는 6ㆍ25 전쟁과 4ㆍ19, 그리고 5ㆍ16을 거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학원>은 격동의 시기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청소년 잡지를 발간해 중ㆍ고등학생들의 문예부흥과 정서순화에 기여했고, 다양한 십대들의 문화를 기획ㆍ유통시킨 매체로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다. 또한 이 잡지는 ‘학원장학생’ 제도를 통해 선발된 학생들에게 중3부터 대학 졸업시까지 학비 전액을 지급해 주며 수백명의 인재를 발굴ㆍ양성해낸 교육의 메카였다. ‘학원문학상’과 ‘학원미술상’ 제도는 전후 위축된 한국 문단과 예술분야의 전초기지로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넘어서서 다양한 장르의 문학예술을 생산ㆍ유통ㆍ발전시키는 장이 되었다. 이 잡지를 읽고 자란 수많은 청소년들이 오늘날의 한국 문학예술이 발전하는 데 기여하였다는 점에서 <학원>의 성과는 문화사의 총체적인 보고(寶庫)로 간주할 수 있다. 나아가 전후 청소년문학에 대한 경계ㆍ특성 ㆍ개념이 불분명했던 시절 <학원>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문학의 틀을 재구조화했으며, 청소년 집단을 위한 창작물의 생산ㆍ유통을 통해 오늘날 청소년문학의 근간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장이 되었다. 또 <학원> 편집부를 거친 이들 가운데에서 김성재, 최덕교, 유경환, 박재서 등 한국 출판 문화의 주역들이 탄생했다는 것은 기획ㆍ편집 체제ㆍ생산ㆍ유통 등에서 이 잡지의 영향력이 전후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문화발전의 힘으로 작동해왔음을 입증해준다.

이 책은 오늘날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지를 질문하도록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문학서적과 잡지들이 유통되고 있지만 정작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재창조할 수 있는 열린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잡지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고 공감하며 자신들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말한다. 성장기 청소년들이 독서를 통해 올바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한 세대를 책임 있게 이끌어가는 주체로 성장하기 위한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작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가 미래에 대한 꿈을 함께 꿀 때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제1장 해방 후 아동ㆍ청소년문학의 존재방식
1. 사회·문화적 상황과 아동매체의 변동
2. <학원>지에 대한 기존 논의의 쟁점

제2장 1950년대 청소년에 대한 인식과 계몽 지향성
1. <학원>지의 발간과 매체이념의 대두
1) 전후 분단 체제의 수립과 민족 정체성의 형성
2) 민족 주체로서 청소년의 프레임
2. 청소년 독자의 탄생과 소설의 모색
1) 다양한 소설의 실험과 장르의 분화
2) 시각적 독서로의 전환과 청소년 독자에 대한 재인식

제3장 1960년대 청소년에 대한 교양과 대중 지향성
1. ‘청소년’, ‘교양’ 그리고 매체이념의 변모
1) 조국 근대화 과제와 청소년 인재의 필요성
2) 청소년의 정체성 탐색과 개인에 대한 가치 발견
2. 독자층의 분화와 소설의 다양화
1) 청소년 대중문예지로의 전환과 전인교육의 실험
2) 하이틴 종합잡지로의 변모와 소설의 대중화

제4장 학원세대의 출현과 청소년문학
1. 소통과 문학교육의 장이 된 ‘학원문단’
1) 소통에 대한 욕망과 해소의 장
2) 전문적인 문학교육의 장
3) 청소년문학의 근간 형성
2. 신세대작가 양성의 터전이 된 ‘학원문학상’
3. 학원세대의 관심과 문학의 지평
1) 현실에 대한 비극적 성찰
2) 내면의식의 성숙
3) 역사에 대한 관심

제5장 <학원>, 학원세대의 문학과 그 이후
1. 1960년대 이후 한국문단의 토대 형성
2. 문학적 인식의 전환과 다양성 확보
3. 1970년대 이후 <학원>의 위기와 정신의 뒷면

부록:등단 문인 명단과 수록 작품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