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앨런 튜링 지능에 관하여
Seminal writings on artificial intelligence
- 대등서명
- Can digital computers think? Chess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 Intelligent machinery Intelligent machinery, a heretical theory
- 개인저자
- 앨런 튜링 지음 ; 노승영 옮김 ; 곽재식 해제
- 발행사항
- 서울 : HB Press(에이치비 프레스), 2019
- 형태사항
- 159 p. ; 22 cm
- ISBN
- 9791190314008
- 청구기호
- 004.73 T938s
- 일반주기
- 원저자명: Alan Turing
- 서지주기
- 연보 수록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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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7760 | 대출가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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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17760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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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자료실
책 소개
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의 선구자 앨런 튜링
그의 주요 논문을 번역한 최초의 한국어판 출간
앨런 튜링의 주요 논문 다섯 편을 수록했다. 최초의 인공지능 선언문 [지능을 가진 기계](1948), 가장 유명한 [계산 기계와 지능](1950)을 비롯해 모두 인공지능에 관한 논문들이다. 튜링의 시대에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다섯 편의 논문에는 기계 학습, 신경망, 유전 알고리즘 등 현대 인공지능의 토대가 되는 개념들이 이미 심도 깊게 논의되고 있다. 튜링은 [계산 기계와 지능]에서 흉내 게임(이미테이션 게임)을 처음으로 제안했는데, 이는 인공지능 구현의 척도로서 '튜링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지금도 도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같은 논문에 '학습하는 기계'라는 오늘날 '머신 러닝'의 아이디어가 제시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계산 기계와 지능]은 "현대 인공지능에 시동을 건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특이하게도 튜링은 이 논문을 저명한 철학 학술지 [마인드]에 기고하였다. 이 논문은 함께 생각해 볼 것을 권하며 시작한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앨런 튜링이 문을 연 이 지적인 모험은 현재진행 중이며 그의 논문들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되었다. 과학 및 인문서로 유명한 노승영 번역가의 명철한 번역, 앨런 튜링의 업적과 인간적인 면모를 밝힌 '소설 쓰는 과학자' 곽재식의 해제가 한국어판의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 주었다.
사과를 베어 문 튜링이 만든 세상
매킨토시와 아이폰의 IT 기업 '애플 컴퓨터'의 한입 베어 문 사과가 앨런 튜링의 사과라는 의혹은 그럴 법했다. 컴퓨터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앨런 튜링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이야기에서 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먹는 장면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1954년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청산가리 중독. 죽기 전 그는 동성애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죄인이었다.
2009년 영국 정부는 고든 브라운 총리의 담화문으로 사과했고("영국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당신께 더 잘해드려야 했습니다."), 2013년 여왕은 앨런 튜링을 특별 사면했다. 그리고 2019년 50파운드 신권 지폐의 인물로 앨런 튜링이 선정되었다. 세상은 변했다. 그렇게 세상을 변화시킨 것은 앨런 튜링이었다.
1936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발표한 논문 [계산 가능한 수]에서 제안한 '튜링 기계' 개념은 그대로 오늘날의 컴퓨터가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작성 중인 컴퓨터와 당신 손에 꼭 붙어 있는 스마트폰도 튜링의 생각에서 나왔다.
"세상의 모든 컴퓨터들은 1936년 당시, 20대 초반 앨런 튜링이 떠올린 그 범용 튜링 기계를 모방해 만든 단순하고 간단한 기계인 셈이다. 다만 그 처리 용량이 무척 크고 그 속도가 대단히 빠를 뿐이다."(곽재식, '해제' 중에서)
앨런 튜링은 컴퓨터의 개념을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2차대전 시기에 세계 최초의 컴퓨터인 '콜러서스'를 개발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세계 최초는 사실 미국의 에니악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튜링이 스티븐 호킹을 제치고 영국 지폐의 인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영국은 인공지능이 이끄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선도할 자격이 영국에 있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기존 50파운드 지폐의 인물은 증기기관의 아이콘 제임스 와트였다.)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은 21세기 들어 '인공지능의 선구자'로 더욱 각광받게 되었으니까.
컴퓨터의 아버지, 외로운 인공지능의 선구자
수학을 바탕으로 컴퓨터 과학의 초석을 놓은 앨런 튜링은 한 발 더 나아가 사람의 지성과 지혜를 기계가 구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발전시킨다. 그는 2000년쯤이면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는데, 최근 들어 우리가 알파고나 자율주행차 등으로 그 실현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앨런 튜링이 '지능을 가진 기계'라는 개념을 주장하던 70년 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튜링은 1948년 최초의 인공지능 선언문이라고 할 논문 [지능을 가진 기계]를 통념에 대한 도전으로 시작해야 했다.
"나는 '기계가 지능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탐구를 제안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물음을 논증하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치부하는데, '기계처럼 행동 한다', '순전히 기계적인 행동' 같은 상투적 문구가 이런 통념을 잘 보여준다." ([지능을 가진 기계] 중에서)
'이미테이션 게임'을 포함하고 있는 튜링의 가장 유명한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에서는 논문의 상당한 분량을 반론에 대한 반박에 할애해야 했다. 신학적 반론, 수학적 반론, 의식 논변 등 여러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반론에 선수를 쳐 반론을 제기하는 튜링의 글은 위트가 있으며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튜링이 이 논문을 저명한 철학 학술지 [마인드]에 기고하였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튜링은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 들이 컴퓨터를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 지적인 존재처럼 작동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논문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했다. 튜링은 이 논문을 (수학 논문을 쓸 때와는 달리) 빨리, 그리고 즐겁게 썼다. 내게 몇몇 구절을 큰 소리로 읽어 줄 때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고, 때로는 낄낄거리던 그의 모습이 기억난다." (튜링의 친구이자 수리논리학자인 로빈 갠디)
미래를 내다본 색다른 관점 - 곽재식 해제
앨런 튜링의 연구 결과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1950년에 발표한 [계산 기계와 지능]이 손꼽힌다. 영국과학협회 회장이기도 한 물리학자 짐 알칼릴리 교수는 이 논문이야말로 현대의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에 시동을 건 업적이라고 지목했다.
[계산 기계와 지능]을 중심으로 앨런 튜링의 현재적 가치에 대해 곽재식이 쓴 해제의 일부를 보자.
앨런 튜링은 1954년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튜링 테스트는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다양한 형태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고 있다. 특히 컴퓨터 기술이 발전한 요즘에는 인간의 지능에 도전한다거나 지능의 의미를 묻는 심각한 관점에서 살짝 벗어나서 가벼운 즐길거리와 친근한 재밋거리로 튜링 테스트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컴퓨터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편하게 필요한 작업을 하게 해 주겠다는 인공지능 비서나 인공지능 스피커는 정말로 사람을 꼭 같이 흉내 내는 컴퓨터에 도전하지 않는다. 대신에 오히려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밝히며 농담을 하기도 하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휴대전화 인공지능에게 "어느 전화기가 제일 좋아?"라고 물어 보면, "뭐라고요? 다른 전화기를 살펴 보겠다고요?"라고 대답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인기가 있다.
게다가 튜링 테스트뿐만 아니라 논문 말미에서 튜링이 짧게 언급한 기계의 학습 능력에 대한 제안도 지금 다시 보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주어진 자료에서 기계가 스스로 어떤 원리나 규칙을 찾아내며 학습해 나가는 방식은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라는 이름으로 현대 인공지능 기술의 대표적인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튜링의 논문은 발표 60년이 지난 요즘 산업계와 생활에 새로운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자유로운 생각으로서 지금은 멀어 보이는 미래를 미리 진지하게 연구하는 활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한번 더 떠올려 보게 된다. 1950년대 초 SF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과 기계 두뇌에 대한 이야기가 유행처럼 쏟아졌다. 그렇다 보니 세상에는 "컴퓨터는 인공으로 만든 두뇌 비슷한 것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과학자나 전문가들에게는 "컴퓨터는 시킨 일만 규칙대로 처리하는 기계일 뿐이며 사람의 두뇌와는 아주 다르다."고 대답하는 것 이 전문가다워 보이는 모범적인 태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튜링은 거기에서 벗어나서 과감하게 "뭐, 컴퓨터가 인공 두뇌 비슷하게 될 수도 있지요."라고 말하는 쪽이었다. '디지털 컴퓨터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BBC 라디오 강연에서 튜링은 자신이 쌓아 온 컴퓨터에 대한 이론을 차분히 펼쳐 나가면서도 결국 어느 정도의 인공지능이 가능하며 컴퓨터로 인공지능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공상처럼 들릴 꿈을 똑똑히 밝혔다.
이것은 생각하는 기계나 기계가 사람 흉내를 내는 것에 대해 단순히 몽상적인 생각을 늘어놓으며 괜히 사람들을 겁주고 선동하거나, 혹은 그저 사상적인 탐구로만 달라붙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나는 기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후련하게 밀고 나가 보는 방식으로 미래 를 따져 나가는 데는 색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식론의 심오한 세계를 고전 속에서만 탐구한 학자가 아니라, 암호 해독 장치에 들어갈 부품과 회로를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 실험해 보던 튜링이 지능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 이야기가 특히 절묘했다는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고 본다.
그의 주요 논문을 번역한 최초의 한국어판 출간
앨런 튜링의 주요 논문 다섯 편을 수록했다. 최초의 인공지능 선언문 [지능을 가진 기계](1948), 가장 유명한 [계산 기계와 지능](1950)을 비롯해 모두 인공지능에 관한 논문들이다. 튜링의 시대에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다섯 편의 논문에는 기계 학습, 신경망, 유전 알고리즘 등 현대 인공지능의 토대가 되는 개념들이 이미 심도 깊게 논의되고 있다. 튜링은 [계산 기계와 지능]에서 흉내 게임(이미테이션 게임)을 처음으로 제안했는데, 이는 인공지능 구현의 척도로서 '튜링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지금도 도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같은 논문에 '학습하는 기계'라는 오늘날 '머신 러닝'의 아이디어가 제시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계산 기계와 지능]은 "현대 인공지능에 시동을 건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특이하게도 튜링은 이 논문을 저명한 철학 학술지 [마인드]에 기고하였다. 이 논문은 함께 생각해 볼 것을 권하며 시작한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앨런 튜링이 문을 연 이 지적인 모험은 현재진행 중이며 그의 논문들은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되었다. 과학 및 인문서로 유명한 노승영 번역가의 명철한 번역, 앨런 튜링의 업적과 인간적인 면모를 밝힌 '소설 쓰는 과학자' 곽재식의 해제가 한국어판의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 주었다.
사과를 베어 문 튜링이 만든 세상
매킨토시와 아이폰의 IT 기업 '애플 컴퓨터'의 한입 베어 문 사과가 앨런 튜링의 사과라는 의혹은 그럴 법했다. 컴퓨터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앨런 튜링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이야기에서 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먹는 장면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1954년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청산가리 중독. 죽기 전 그는 동성애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죄인이었다.
2009년 영국 정부는 고든 브라운 총리의 담화문으로 사과했고("영국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당신께 더 잘해드려야 했습니다."), 2013년 여왕은 앨런 튜링을 특별 사면했다. 그리고 2019년 50파운드 신권 지폐의 인물로 앨런 튜링이 선정되었다. 세상은 변했다. 그렇게 세상을 변화시킨 것은 앨런 튜링이었다.
1936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발표한 논문 [계산 가능한 수]에서 제안한 '튜링 기계' 개념은 그대로 오늘날의 컴퓨터가 되었다. 지금 이 글을 작성 중인 컴퓨터와 당신 손에 꼭 붙어 있는 스마트폰도 튜링의 생각에서 나왔다.
"세상의 모든 컴퓨터들은 1936년 당시, 20대 초반 앨런 튜링이 떠올린 그 범용 튜링 기계를 모방해 만든 단순하고 간단한 기계인 셈이다. 다만 그 처리 용량이 무척 크고 그 속도가 대단히 빠를 뿐이다."(곽재식, '해제' 중에서)
앨런 튜링은 컴퓨터의 개념을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2차대전 시기에 세계 최초의 컴퓨터인 '콜러서스'를 개발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세계 최초는 사실 미국의 에니악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튜링이 스티븐 호킹을 제치고 영국 지폐의 인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영국은 인공지능이 이끄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선도할 자격이 영국에 있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기존 50파운드 지폐의 인물은 증기기관의 아이콘 제임스 와트였다.)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은 21세기 들어 '인공지능의 선구자'로 더욱 각광받게 되었으니까.
컴퓨터의 아버지, 외로운 인공지능의 선구자
수학을 바탕으로 컴퓨터 과학의 초석을 놓은 앨런 튜링은 한 발 더 나아가 사람의 지성과 지혜를 기계가 구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발전시킨다. 그는 2000년쯤이면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는데, 최근 들어 우리가 알파고나 자율주행차 등으로 그 실현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앨런 튜링이 '지능을 가진 기계'라는 개념을 주장하던 70년 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튜링은 1948년 최초의 인공지능 선언문이라고 할 논문 [지능을 가진 기계]를 통념에 대한 도전으로 시작해야 했다.
"나는 '기계가 지능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탐구를 제안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물음을 논증하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치부하는데, '기계처럼 행동 한다', '순전히 기계적인 행동' 같은 상투적 문구가 이런 통념을 잘 보여준다." ([지능을 가진 기계] 중에서)
'이미테이션 게임'을 포함하고 있는 튜링의 가장 유명한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에서는 논문의 상당한 분량을 반론에 대한 반박에 할애해야 했다. 신학적 반론, 수학적 반론, 의식 논변 등 여러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반론에 선수를 쳐 반론을 제기하는 튜링의 글은 위트가 있으며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튜링이 이 논문을 저명한 철학 학술지 [마인드]에 기고하였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튜링은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 들이 컴퓨터를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 지적인 존재처럼 작동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논문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했다. 튜링은 이 논문을 (수학 논문을 쓸 때와는 달리) 빨리, 그리고 즐겁게 썼다. 내게 몇몇 구절을 큰 소리로 읽어 줄 때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고, 때로는 낄낄거리던 그의 모습이 기억난다." (튜링의 친구이자 수리논리학자인 로빈 갠디)
미래를 내다본 색다른 관점 - 곽재식 해제
앨런 튜링의 연구 결과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1950년에 발표한 [계산 기계와 지능]이 손꼽힌다. 영국과학협회 회장이기도 한 물리학자 짐 알칼릴리 교수는 이 논문이야말로 현대의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에 시동을 건 업적이라고 지목했다.
[계산 기계와 지능]을 중심으로 앨런 튜링의 현재적 가치에 대해 곽재식이 쓴 해제의 일부를 보자.
앨런 튜링은 1954년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튜링 테스트는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다양한 형태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고 있다. 특히 컴퓨터 기술이 발전한 요즘에는 인간의 지능에 도전한다거나 지능의 의미를 묻는 심각한 관점에서 살짝 벗어나서 가벼운 즐길거리와 친근한 재밋거리로 튜링 테스트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컴퓨터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편하게 필요한 작업을 하게 해 주겠다는 인공지능 비서나 인공지능 스피커는 정말로 사람을 꼭 같이 흉내 내는 컴퓨터에 도전하지 않는다. 대신에 오히려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밝히며 농담을 하기도 하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휴대전화 인공지능에게 "어느 전화기가 제일 좋아?"라고 물어 보면, "뭐라고요? 다른 전화기를 살펴 보겠다고요?"라고 대답한다는 등의 이야기는 인기가 있다.
게다가 튜링 테스트뿐만 아니라 논문 말미에서 튜링이 짧게 언급한 기계의 학습 능력에 대한 제안도 지금 다시 보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주어진 자료에서 기계가 스스로 어떤 원리나 규칙을 찾아내며 학습해 나가는 방식은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라는 이름으로 현대 인공지능 기술의 대표적인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튜링의 논문은 발표 60년이 지난 요즘 산업계와 생활에 새로운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자유로운 생각으로서 지금은 멀어 보이는 미래를 미리 진지하게 연구하는 활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한번 더 떠올려 보게 된다. 1950년대 초 SF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과 기계 두뇌에 대한 이야기가 유행처럼 쏟아졌다. 그렇다 보니 세상에는 "컴퓨터는 인공으로 만든 두뇌 비슷한 것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과학자나 전문가들에게는 "컴퓨터는 시킨 일만 규칙대로 처리하는 기계일 뿐이며 사람의 두뇌와는 아주 다르다."고 대답하는 것 이 전문가다워 보이는 모범적인 태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튜링은 거기에서 벗어나서 과감하게 "뭐, 컴퓨터가 인공 두뇌 비슷하게 될 수도 있지요."라고 말하는 쪽이었다. '디지털 컴퓨터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BBC 라디오 강연에서 튜링은 자신이 쌓아 온 컴퓨터에 대한 이론을 차분히 펼쳐 나가면서도 결국 어느 정도의 인공지능이 가능하며 컴퓨터로 인공지능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공상처럼 들릴 꿈을 똑똑히 밝혔다.
이것은 생각하는 기계나 기계가 사람 흉내를 내는 것에 대해 단순히 몽상적인 생각을 늘어놓으며 괜히 사람들을 겁주고 선동하거나, 혹은 그저 사상적인 탐구로만 달라붙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나는 기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후련하게 밀고 나가 보는 방식으로 미래 를 따져 나가는 데는 색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식론의 심오한 세계를 고전 속에서만 탐구한 학자가 아니라, 암호 해독 장치에 들어갈 부품과 회로를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 실험해 보던 튜링이 지능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 이야기가 특히 절묘했다는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고 본다.
목차
해제-곽재식
1. 지능을 가진 기계 Intelligent Machinery (1948년)
2. 계산 기계와 지능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 (1950년)
3. 지능을 가진 기계라는 이단적 이론 Intelligent Machinery, a Heretical Theory (1951년경)
4. 디지털 컴퓨터가 생각할 수 있을까? Can Digital Computers Think? (1951년)
5. 체스 Chess (1953년)
옮긴이 후기
앨런 튜링의 주요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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