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아이들의 계급투쟁
- 대등서명
- 子どもたちの階級闘争
- 개인저자
- 브래디 미카코 지음 ; 노수경 옮김
- 발행사항
- 서울: 사계절, 2019
- 형태사항
- 331 p. ; 21 cm
- ISBN
- 9791160945171
- 청구기호
- 338.53 브99ㅈ
- 일반주기
- 원저자명: ブレイディみかこ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
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7805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7805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어쩌면 버려진 세계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아래쪽 세계를 굴러다니는 말하지 못하는 존재들
사회 밑바닥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의 삶을 기록한 현장 보육사의 일기
부와 권력을 독점한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을 기치로 등장한 펑크 음악에 매료된 탓일까? 1996년 영국으로 건너간 브래디 미카코는 2008년의 어느 날 “평균 수입, 실업률, 질병률이 전국에서 최악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브라이턴 빈민가의 ‘무직자와 저소득자를 위한 지원센터’ 부설 무료 탁아소에 자원봉사자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어리고 가난한 여성들이 양육 보조금을 타기 위해 계속해서 낳은 아이들과 이민자의 자녀들을 돌보며 약물과 알코올 중독, 폭력과 섹스에 찌든 영국 최하층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목격한다.
이 탁아소에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 아이 앨리스, 무표정한 얼굴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켈리, 분노 조절이 어려워 화가 나면 빙글빙글 도는 잭, 엄마가 쏟아버린 맥주와 같은 황금색으로 도화지를 가득 채우는 모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제이크, 자폐증 때문에 끝 모를 흉포함을 보이는 재스민 같은 아이들이 다닌다. 사회의 밑바닥, 아니 그보다 더 아래 어두운 지하실쯤에 내던져진 이 작고 연약한 존재들은 예측할 수 없는 폭력과 폭언, 싸늘한 표정, 냉소적인 눈빛, 이상 행동 등으로 자신이 안고 태어난 불운에 저항한다.
저자는 혐오하지도 미화하지도 않으며 이들의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거기에는 구역질나는 장면도 있고, 찰나의 아름다움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가 있다.
정치에 대한 내 관심은 모두 탁아소에서 비롯했다. …… 정치란 토론하는 것도 사고하는 것도 아니다. 살아가는 것이며 생활하는 것이다. …… 저변 탁아소와 긴축 탁아소는 땅바닥과 정치학을 이어주는 장소였다. 그런 장소가 특정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 천지에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이 굴러다니고 있다는 걸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땅바닥에는 정치가 굴러다니고 있다. - 321~324쪽
현장에 단단히 뿌리를 박은 그의 글은 어떤 거창한 이론이나 통계 없이도 사회에 뚜렷이 존재하는 계급 차와 특정 계급을 배제하고 몰아내려는 견고한 벽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낮은 곳에 서 있으면 정치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가 잘 보인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펼치는 격투를 통해 좌우가 아닌 위아래로 나뉜 세계에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숙고하게 한다.
재정 지출이 줄어들면 사람의 마음도 작아진다
긴축에 침을 뱉으라
이 책은 다소 변칙적인 구성을 보인다. 저자가 처음 무료 탁아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시기(2008.9~2010.10)를 뒤로 배치하고, 보육사 자격증 취득 후 중산층 전용 민간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다 다시 이 탁아소로 돌아와 일한 시기(2015.3~2016.10)를 앞에 놓았다. 그 사이 영국에서는 2010년 5월 총선의 결과로 집권 정당이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바뀌고, 사회 전반의 복지제도가 축소되는 ‘긴축’의 바람이 불었다. 언론에서는 노동하지 않고 생활보호수당으로 먹고살면서 무절제한 생활을 하는 ‘구제불능의 언더 클래스under class’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이에 분노한 여론을 등에 업은 보수당은 생활보호수당이나 실업보험, 양육 보조금 등을 대폭 삭감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러한 긴축의 영향이 하층 계급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를 한층 극명하게 보이기 위해 ‘긴축 시대’를 앞에, 거기에 없는 무엇인가가 아직 남아 있던 ‘저변 시대’의 이야기를 뒤에 놓았다.
긴축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민자를 위한 영어 교실을 제외하고는 지원센터와 탁아소에 지급되던 모든 지원금이 중단되었다. 탁아소는 이민자의 아이들이 채우기 시작했고, 탁아소에 올 차비조차 없는 영국 하층 계급 아이들은 소수자가 되었다. 앞 시대의 ‘인종차별’이 이제 근면 성실하며 상승 욕구가 강한 이민자들이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허비하는 백인 하층을 혐오하고 배제하는 ‘계급차별’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4세 이전에 이미 심각하게 나타나는 발육의 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노동당 정부가 실시하던 영유아 교육 과정, 보육사를 베이비시터에서 교육자로 키워내기 위한 지원 정책들이 약화되면서 건강한 교육 현장이었던 탁아소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운영해야 하는 버려진 공간이 되었다.
과연 생활보호수당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은 긴축 이후 술과 약물을 끊고 직장을 구해 열심히 일하게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몇 년 사이 영국은 밥을 굶는 사람이 속출하는 나라가 되었고, 백인 하층과 이민자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갈등도 하고 이해도 하며 살아가던 밑바닥 사회는 혐오의 전장이 되고 말았다. ‘제힘으로주의’가 길바닥에 내버린 사람들은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굶어 죽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탁아소는 굶주린 이들을 위한 푸드 뱅크에 자리를 내주고 문을 닫았다. 탁아소가 정치에 완패했다.
좋은 복지란 사람에게 존엄을 돌려주는 일
일본의 문학평론가 구리하라 유이치로는 “일본의 소위 리버럴한 교양인들이 ‘반反긴축’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게 된 것은 브래디 미카코의 영향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저자는 전 세계적인 긴축의 흐름에 확고한 반대 의사를 표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바라는 것은 단지 정부가 다시 생활보호수당을 넉넉히 주어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일까? 저자는 금전만을 허락하는 복지는 국민을 국가의 가축으로 만들 뿐이라며 역시나 경계하는 입장을 보인다.
언더 클래스를 만들어낸 것은 대처만이 아니다. 시종일관 PR에 급급해 인기몰이 정치를 하던 토니 블레어 또한 그랬다. 마치 마약상처럼 무직자들에게 생활보호수당을 계속 쥐여주어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입 다물게 했다. …… 이 빈곤 포르노는 “동정할 거면 돈을 달라”는 식의 포르노는 아니다. 그들은 이미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을 받는 대신에 그보다 소중한 것을 빼앗겼다. - 47~48쪽
탁아소의 설립자인 애니는 이들이 잃은 것을 자존감이라 했고, 저자는 ‘아나키즘’이라 불렀다. 그리고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문화 연구자 엄기호는 ‘하층 계급 불량소녀’의 전형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일으킨 로자리와 비키를 예로 들며 “우리가 이 책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탁아소가 정치에 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람에게 존엄을 돌려주는 행위인 존중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탁아소는 약물 중독자 혹은 범죄자의 딸인 이들에게 머물 공간을 제공하고, 미래를 꿈꿀 기회를 주었다. 온갖 혐오와 배제의 말들에 맞서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을 돌려주었다.
저변 시대에는 있었으나 긴축 시대에는 사라진 것, 그것은 바로 삶이 무너져 내린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존엄을 돌려주는 일이다. 어딘가 아프거나 모자라거나 망가져 이 빈민가로 흘러든 사람들이 거칠고 투박하게나마 서로의 손을 잡는 짧은 순간, 그 잠깐의 온기를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저자의 글쓰기 역시 그들에게 존엄을 돌려주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약자를 지원한다는 것, 복지제도를 운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려 깊고, 정교하며,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넓은 시야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확인할 수 있다. 긴축에 침을 뱉으라, 그리고 게으르고 무신경한 제도에 돌을 던져라.
거침없고 날카로운 비판, 경쾌하고 따뜻한 묘사
직구와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펑크 보육사의 출세작
저자 브래디 미카코는 요즘 일본 출판계의 핫 이슈다. 영국에서 아일랜드인 배우자와 함께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그녀는 빈민가 무료 탁아소에서 보육사로 일한 경험과 이민자로서 아이를 키우며 겪는 일들, 펑크록 마니아이자 아나키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담은 책들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사히신문 논설위원 후지오 교코는 “뾰족한 펑크 문체로 썩은 정치를 겨누는 직구와, 유머와 섬세함을 마술처럼 뒤섞는 변화구를 넘나드는 투수다. 브래디 미카코는 지금 글 쓰는 이들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사회성이 0에 가까울 정도로 없기도 하고, 이렇다 할 특기도 없이 멍청하게 살아온 쓸모없는 인간”(310쪽)이라고 평가하는 그녀에게 일본의 언론과 출판계에서 끝없는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녀의 독특한 이력에 대한 관심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일상의 크고 작은 사건과 만남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글로 남기는 성실한 기록자이자, 자신이 발을 딛고 선 땅바닥, 곧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거침없이 말하는 용감한 발언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의 계급투쟁』은 브래디 미카코의 출세작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그녀의 첫 책이다.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아래쪽 세계를 굴러다니는 말하지 못하는 존재들
사회 밑바닥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의 삶을 기록한 현장 보육사의 일기
부와 권력을 독점한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을 기치로 등장한 펑크 음악에 매료된 탓일까? 1996년 영국으로 건너간 브래디 미카코는 2008년의 어느 날 “평균 수입, 실업률, 질병률이 전국에서 최악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브라이턴 빈민가의 ‘무직자와 저소득자를 위한 지원센터’ 부설 무료 탁아소에 자원봉사자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어리고 가난한 여성들이 양육 보조금을 타기 위해 계속해서 낳은 아이들과 이민자의 자녀들을 돌보며 약물과 알코올 중독, 폭력과 섹스에 찌든 영국 최하층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목격한다.
이 탁아소에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 아이 앨리스, 무표정한 얼굴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켈리, 분노 조절이 어려워 화가 나면 빙글빙글 도는 잭, 엄마가 쏟아버린 맥주와 같은 황금색으로 도화지를 가득 채우는 모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제이크, 자폐증 때문에 끝 모를 흉포함을 보이는 재스민 같은 아이들이 다닌다. 사회의 밑바닥, 아니 그보다 더 아래 어두운 지하실쯤에 내던져진 이 작고 연약한 존재들은 예측할 수 없는 폭력과 폭언, 싸늘한 표정, 냉소적인 눈빛, 이상 행동 등으로 자신이 안고 태어난 불운에 저항한다.
저자는 혐오하지도 미화하지도 않으며 이들의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 거기에는 구역질나는 장면도 있고, 찰나의 아름다움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가 있다.
정치에 대한 내 관심은 모두 탁아소에서 비롯했다. …… 정치란 토론하는 것도 사고하는 것도 아니다. 살아가는 것이며 생활하는 것이다. …… 저변 탁아소와 긴축 탁아소는 땅바닥과 정치학을 이어주는 장소였다. 그런 장소가 특정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 천지에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이 굴러다니고 있다는 걸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땅바닥에는 정치가 굴러다니고 있다. - 321~324쪽
현장에 단단히 뿌리를 박은 그의 글은 어떤 거창한 이론이나 통계 없이도 사회에 뚜렷이 존재하는 계급 차와 특정 계급을 배제하고 몰아내려는 견고한 벽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낮은 곳에 서 있으면 정치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가 잘 보인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펼치는 격투를 통해 좌우가 아닌 위아래로 나뉜 세계에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숙고하게 한다.
재정 지출이 줄어들면 사람의 마음도 작아진다
긴축에 침을 뱉으라
이 책은 다소 변칙적인 구성을 보인다. 저자가 처음 무료 탁아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시기(2008.9~2010.10)를 뒤로 배치하고, 보육사 자격증 취득 후 중산층 전용 민간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다 다시 이 탁아소로 돌아와 일한 시기(2015.3~2016.10)를 앞에 놓았다. 그 사이 영국에서는 2010년 5월 총선의 결과로 집권 정당이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바뀌고, 사회 전반의 복지제도가 축소되는 ‘긴축’의 바람이 불었다. 언론에서는 노동하지 않고 생활보호수당으로 먹고살면서 무절제한 생활을 하는 ‘구제불능의 언더 클래스under class’에 대해 연일 보도하고, 이에 분노한 여론을 등에 업은 보수당은 생활보호수당이나 실업보험, 양육 보조금 등을 대폭 삭감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러한 긴축의 영향이 하층 계급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를 한층 극명하게 보이기 위해 ‘긴축 시대’를 앞에, 거기에 없는 무엇인가가 아직 남아 있던 ‘저변 시대’의 이야기를 뒤에 놓았다.
긴축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민자를 위한 영어 교실을 제외하고는 지원센터와 탁아소에 지급되던 모든 지원금이 중단되었다. 탁아소는 이민자의 아이들이 채우기 시작했고, 탁아소에 올 차비조차 없는 영국 하층 계급 아이들은 소수자가 되었다. 앞 시대의 ‘인종차별’이 이제 근면 성실하며 상승 욕구가 강한 이민자들이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허비하는 백인 하층을 혐오하고 배제하는 ‘계급차별’의 양상으로 바뀌었다. 4세 이전에 이미 심각하게 나타나는 발육의 격차를 시정하기 위해 노동당 정부가 실시하던 영유아 교육 과정, 보육사를 베이비시터에서 교육자로 키워내기 위한 지원 정책들이 약화되면서 건강한 교육 현장이었던 탁아소는 남아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운영해야 하는 버려진 공간이 되었다.
과연 생활보호수당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은 긴축 이후 술과 약물을 끊고 직장을 구해 열심히 일하게 되었을까? 안타깝게도 몇 년 사이 영국은 밥을 굶는 사람이 속출하는 나라가 되었고, 백인 하층과 이민자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갈등도 하고 이해도 하며 살아가던 밑바닥 사회는 혐오의 전장이 되고 말았다. ‘제힘으로주의’가 길바닥에 내버린 사람들은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굶어 죽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탁아소는 굶주린 이들을 위한 푸드 뱅크에 자리를 내주고 문을 닫았다. 탁아소가 정치에 완패했다.
좋은 복지란 사람에게 존엄을 돌려주는 일
일본의 문학평론가 구리하라 유이치로는 “일본의 소위 리버럴한 교양인들이 ‘반反긴축’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게 된 것은 브래디 미카코의 영향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저자는 전 세계적인 긴축의 흐름에 확고한 반대 의사를 표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바라는 것은 단지 정부가 다시 생활보호수당을 넉넉히 주어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일까? 저자는 금전만을 허락하는 복지는 국민을 국가의 가축으로 만들 뿐이라며 역시나 경계하는 입장을 보인다.
언더 클래스를 만들어낸 것은 대처만이 아니다. 시종일관 PR에 급급해 인기몰이 정치를 하던 토니 블레어 또한 그랬다. 마치 마약상처럼 무직자들에게 생활보호수당을 계속 쥐여주어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입 다물게 했다. …… 이 빈곤 포르노는 “동정할 거면 돈을 달라”는 식의 포르노는 아니다. 그들은 이미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을 받는 대신에 그보다 소중한 것을 빼앗겼다. - 47~48쪽
탁아소의 설립자인 애니는 이들이 잃은 것을 자존감이라 했고, 저자는 ‘아나키즘’이라 불렀다. 그리고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문화 연구자 엄기호는 ‘하층 계급 불량소녀’의 전형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일으킨 로자리와 비키를 예로 들며 “우리가 이 책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탁아소가 정치에 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람에게 존엄을 돌려주는 행위인 존중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탁아소는 약물 중독자 혹은 범죄자의 딸인 이들에게 머물 공간을 제공하고, 미래를 꿈꿀 기회를 주었다. 온갖 혐오와 배제의 말들에 맞서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을 돌려주었다.
저변 시대에는 있었으나 긴축 시대에는 사라진 것, 그것은 바로 삶이 무너져 내린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존엄을 돌려주는 일이다. 어딘가 아프거나 모자라거나 망가져 이 빈민가로 흘러든 사람들이 거칠고 투박하게나마 서로의 손을 잡는 짧은 순간, 그 잠깐의 온기를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저자의 글쓰기 역시 그들에게 존엄을 돌려주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약자를 지원한다는 것, 복지제도를 운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사려 깊고, 정교하며,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넓은 시야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확인할 수 있다. 긴축에 침을 뱉으라, 그리고 게으르고 무신경한 제도에 돌을 던져라.
거침없고 날카로운 비판, 경쾌하고 따뜻한 묘사
직구와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펑크 보육사의 출세작
저자 브래디 미카코는 요즘 일본 출판계의 핫 이슈다. 영국에서 아일랜드인 배우자와 함께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는 그녀는 빈민가 무료 탁아소에서 보육사로 일한 경험과 이민자로서 아이를 키우며 겪는 일들, 펑크록 마니아이자 아나키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담은 책들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사히신문 논설위원 후지오 교코는 “뾰족한 펑크 문체로 썩은 정치를 겨누는 직구와, 유머와 섬세함을 마술처럼 뒤섞는 변화구를 넘나드는 투수다. 브래디 미카코는 지금 글 쓰는 이들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사회성이 0에 가까울 정도로 없기도 하고, 이렇다 할 특기도 없이 멍청하게 살아온 쓸모없는 인간”(310쪽)이라고 평가하는 그녀에게 일본의 언론과 출판계에서 끝없는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녀의 독특한 이력에 대한 관심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일상의 크고 작은 사건과 만남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글로 남기는 성실한 기록자이자, 자신이 발을 딛고 선 땅바닥, 곧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거침없이 말하는 용감한 발언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의 계급투쟁』은 브래디 미카코의 출세작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그녀의 첫 책이다.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며 보육사와 정치학
1부 긴축 탁아소 시절(2015. 3 - 2016. 10)
빈부격차와 분리 보육
평행우주에서 추는 블루스
아이들을 둘러싼 세계 1 - 빈곤 포르노
올리버 트위스트와 이치마쓰 인형
긴축에 침을 뱉으라
분리되는 가난
아이들을 둘러싼 세계 2 - 출세・분노・봉기
꼬마 괴물과 지상의 별들
들쭉날쭉 호박들
탁아소, 쿨한 사회 변혁의 장
갱스터 래퍼와 무슬림 공주
대량 생산된 천사들의 나라
가난과 군대
탁아소에서 본 브렉시트
아이들을 둘러싼 세계 3 - 축구와 연대
터키에서 보낸 여름휴가
푸드 뱅크와 탁아소
피날레: 다 함께 웃는 승리의 그날까지
이 책의 구성에 관하여 – 211
2부 저변 탁아소 시절(2008. 9 - 2010. 10)
저 그네를 미는 사람은 당신
분노보다 더 붉은
그 앞에 있는 것
고무장갑을 낀 요한
소설가와 저변 탁아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엄마라는 이름의 맹수, 그렇게 사라져가는 아이들
‘정상 가정’이 답은 아니야
백발의 앨리스
재능을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사람들
함께 키운 아이
우여곡절 끝엔 언제나 억수 같은 비
썩어 문드러진 세계의 사랑
나의 작은 인종차별주의자
땅에 떨어진 브라이턴 록 혹은 온센만주
또 한 명의 데비
통합교육의 문제점
추도
마치며 땅바닥과 정치학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