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다뉴브
- 대등서명
- Danubio
- 개인저자
-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 발행사항
- 서울: 문학동네, 2015
- 형태사항
- 550 p. : 지도 ; 23 cm
- ISBN
- 9788954635219
- 청구기호
- 886 M212d
- 일반주기
- 원저자명: Claudio Magris
- 주제
- 여행기[旅行記]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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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능 (1) | ||||
1자료실 | 00017923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7923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국내 첫 소개되는 이탈리아 작가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걸작 『다뉴브』
중부유럽의 젖줄 다뉴브 강을 따라 펼쳐지는 눈부신 데카메론!
세계적인 독문학자이자 ‘미스터 미텔오이로파’로 불리는 중부유럽 연구가,
‘경계의 정체성’을 가장 잘 구현한 유럽의 휴머니스트 작가
베네데토 크로체,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에곤 프리델과 비견되는 21세기 문화사가의 역작 『다뉴브』
【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선집 ∥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
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지성과 사유의 씨앗이 된 작품들,
인문 담론과 창작 실험을 매개한 작가들로 꾸려진 상상의 서가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
▼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선집】 소개 및 작품 목록
클라우디오 마그리스(Claudio Magris, 1939~ )는 2000년대부터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된 이탈리아 현대 작가이자 명망 있는 중부유럽 연구가다. 중부유럽Mitteleuropa을 연구한 세계적인 독문학자라는 명성답게 ‘미스터 미텔오이로파’라는 별칭 외에도, ‘경계의 정체성’을 가장 첨예하게 구현한 작가로서 ‘유럽의 휴머니스트’로 불린다.
문학동네에서 소개하는 두 에세이 『다뉴브Danubio』(1986)와 『작은 우주들Microcosmi』(1997)은 전 세계 비평계와 독자로부터 찬사를 끌어내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명성을 알린 대표작으로, 각각 1987년 바구타 상, 1991년 스트레가 상을 받았다.
다뉴브 강의 데카메론이자 자유에 대한 향수가 빚어낸 오디세이아
『다뉴브』는 단순히 다뉴브 강에 대한 책, 다뉴브 강의 지리나 역사 등에 대한 책이 아니다. 여기에는 여러 민족의 신화와 전통, 문학과 우화, 소소한 일상 풍경과 사건이 녹아들어 있어, 한편의 또다른 다뉴브 강의 데카메론이자 오디세이아다. 마그리스의 여행기가 보여주듯, 그의 말대로 “여행은 늘 구출작업, 사라져가고 있거나 조만간 사라질 뭔가를 서류로 남기고 수집하는 작업이며, 물에 잠기고 있는 섬에 마지막으로 상륙하는 것이다.”(350쪽) 수원지에서 하구를 향해 나아가면서, 그의 글쓰기는 격렬한 폭포수가 되기도 하고, 초원의 잔디밭처럼 머금은 물이 되기도 하고, 졸졸졸 흐르는 실개천의 물이 되기도 하면서 마침내 대하와 합류하는 여정과 함께 흘러가는 여행 기록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뉴브를 안내하는 서정적 여행가이드이자 망각의 역사와 싸우는 절박한 기록자로서의 마그리스, 또한 그는 ‘향수에 젖어 일상생활을 기록하는 문헌학자’인 동시에 시간 속에 묻혀 있는 현실의 다양한 층위를 발견하고자 하는 ‘고고학자’이기도 하다. 마그리스는 장 파울을 인용하면서 그의 방식을 따라 이 여행에서 마주치는 “낡은 서문, 연극 포스터, 역에서의 잡담 구문, 전쟁 시가곡, 장례 문구, 형이상학적 문구, 신문 스크랩, 술집 광고문과 교구의 공고문 같은 이미지들을 길에서 모아 메모”한다.(22쪽) 그는 중부유럽의 미시사에 대한 글을 소설로 풀어내고 싶어했던 욕망을 담아 이 책을 “물속에 가라앉아 숨어버린 픽션” 즉 수면 아래 잠긴 역사를 “수많은 인용과 공상”을 통해 들여다본다는 의미에서 “익사한 소설”로 지칭한 바 있다. 오랜 세월 땅에 묻혀 있다 드러난 작은 물건이나 장소를 통해 그 밑에 숨어 있는 과거의 역사, 생활, 습관, 사상 등을 발견하듯, 여행자도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것 뒤에 있는 과거의 다양한 층위를 발견하고 그 현재적 의미를 다시금 되묻는 사람이다. 이처럼 다뉴브 강둑에 어지러이 남은 어두운 존재들의 희극적이고 비극적인 작은 이야기들에서 역사를 보기에, 『다뉴브』는 일종의 다뉴브 강의 ‘데카메론’이라 할 수 있다.
『다뉴브』에는 이처럼 작가의 현실 인식과 환상이 섞여 있다. 다뉴브 강은 어디서 처음 솟아났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하는, 이 여정의 첫머리 「홈통 문제」만 봐도 알 수 있다. 마그리스가 나일 강, 라인 강 등 여러 강의 수원 문제와 관련해 다뉴브의 수원지 문제와 관련된 정확한 고문헌 자료나 공문서 자료보다 ‘홈통’ 즉 하나의 수도꼭지에서 다뉴브 물방울이 솟았다, 라는 얼토당토않은 한 아마추어 학자의 가설을 소개하는 대목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 근거 없는 근원에서 출발해 여행자는 독일 역사에서 모든 것을 단일화하려는 전체주의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가 구현한 각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별주의 사이를 오가며, 중부유럽 문화의 혈통과 혼혈성에 대한 의문과 상상을 차근차근 다채롭게 풀어놓는다. 책에 묘사된 모든 세부 사실들은 세심하게 현실로부터 가져온 것이지만, 상상력이 이들을 새로운 몽타주, 상상의 구조로 연결하여 다른 의미를 부여해준다. 이로써 여행자는 이 세계를 묘사하고 세계를 다시 생각하며 재인식한다. 마그리스는 “자유에 대한 향수”로 써내려간 이 오디세이아의 마지막 문장을 다음과 같은 시로 맺는다. “주여, 나의 죽음이 거대한 바다로 들어가는 강물의 흐름 같게 하소서.”(539쪽)
유럽 역사에 새로운 활력과 비전을 제시한 책이자 중부유럽의 정수를 한눈에 꿰뚫는 책
마그리스의 대표작 『다뉴브』(1986)는 흑림(독일 슈바르츠발트)에서 시작해 흑해(다뉴브 삼각주)로 끝나는 여행기, 즉 다뉴브 강줄기의 물을 따라가는 여행기다. 약 3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다뉴브 강을 수원에서부터 흑해로 들어가는 거대한 하구까지 4년간 여행하며 중요한 도시들(울름, 레겐스부르크, 파사우, 린츠, 빈, 브라티슬라바, 부다페스트, 베오그라드, 루세, 부쿠레슈티, 술리나 등), 거대한 초원과 습지 풍경, 민족, 관습, 문학, 역사, 언어 문제를 살펴보고 난 후 집필한 여행 에세이다. 역사적으로 중부유럽의 뿌리를 연구할 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서 출발하여 인간 존재와 삶까지 명상하는 존재론적 경험과 사색이 집약된 책이다. 독일 슈바르츠발트 수원지에서부터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델타 삼각주까지 진주알처럼 다뉴브 강줄기에 꿰이는 여러 국경과 도시는, 그 자체로 마그리스에게 중부유럽의 혈맥을 짚어나가는 겹겹의 프레임이 된다. 독문학자로서 예리한 눈으로 스케치한 각 나라별 언어별 풍요로운 문학사 풍경을 보여줄 뿐 아니라, 중부유럽 연구가로서 역사적 통찰과 비판적 유희를 통해 통시적/공시적, 물리적/정신적 무대를 비교 시찰하며 이 강줄기로 목을 축여온 유럽의 새로운 역사적 주체들을 불러낸다.
유럽사에 새로운 활력과 비전을 제시한, 놀랍도록 박학다식하고 통찰력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은 걸작 『다뉴브』는, 30개국 이상으로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수많은 상과 공로훈장이 수여되면서 마그리스를 단번에 유럽 지성계의 현자이자 거장으로 만들었다. “글쓰기는 기록이다”라는 마그리스의 정의는 곧 여행의 정의와도 맞아떨어진다. 그는 이 여행기의 모티프 다뉴브를 따라가면서, 그 물길의 기원을 묻고 그 여정에서 만나는 인물과 사건, 역사와 민족, 시간과 장소의 수호신genius loci을 살피고 기록해나간다. 급격한 정치 변혁과 영토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소수민족의 현주소를, 흩어지고 혼재하는 이민족들의 역사적 현존을, 수없이 혼혈과 변형을 거듭하며 흘러온 다뉴브 강의 흐름과 합류시키면서, 마그리스는 민족의 다양성을 아우르는 힌터나치오날hinternational의 세계, 즉 다뉴브 연방이라는 유럽 전체의 공통 운명으로서 재인식시킨다. 총9부로 나뉜 이 책에서, 작가는 각 부마다 도시 곳곳의 명소와 그에 얽힌 인물 및 역사적 일화를 위트 있는 필치로 영원 속 찰나의 사진 한 장처럼 명징하게 포착해낸다.
독문학자, 중부유럽 연구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서 써내려간 현장감과 비전 있는 역사 인식
마그리스의 글쓰기는 ‘정신의 철학가’로서 20세기 이탈리아 지성을 뒤흔든 베네데토 크로체, 19세기의 대표적 역사가이자 미술사가인 스위스의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와 20세기의 오스트리아 문화사가 에곤 프리델에 비견된다. 『다뉴브』는 저널리스트의 르포르타주가 주는 치밀한 현장감과 역사 인식, 아직 도착하지 않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자유로운 여행자의 흥분과 향수가 뒤섞여 있는 작품이다. 그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독일어권 문학과 중부유럽을 연구해온 박식한 이 독문학자가 연거푸 끌어들이고 있는 다채로운 작품들과 작가들만으로도 놀라운 지적 향연의 장이 된다.
마그리스는 현재 슬로베니아와의 국경지대 항구도시인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출신으로, 그는 이 도시를 “시대들의 미로”로 정의한다. 이 작가에게는 늘 ‘경계의 정체성’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고대 로마인의 식민도시였던 트리에스테는 14세기 오스트리아 지배하에 있다가 일차대전 후 이탈리아에 병합되기까지 숱한 이민족 문제와 영토 관할 문제에 휩싸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마그리스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이탈리아인, 슬라브인, 크로아티아인, 오스트리아인, 아르마니아인, 그리스인, 유대인을 아우르는 경계의 도시 트리에스테에서 태어났기에, 나는 경계의 작가가 되었다.” 이러한 그의 출신 배경은, 당시 어느 국적에 속하는지 모르는 사람들, 여러 언어와 국적으로 자신을 탈바꿈한 사람들, 부정으로만 자신을 정의할 수 있고 정확히 누구라고 자신을 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향하게 한다. 『다뉴브』에서 작가는 유럽의 정치사 수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다민족 역사와 소수민의 인권과 삶의 양식을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입장에서 치밀히 스케치해낸다. 1986년 이 책이 나온 이후 달라진 오늘날의 국경과 대조해봐도, 당시 발칸반도에 불어닥친 정치사 이념 투쟁 및 인종 문제, 민족 분열과 국경 문제가 얼마나 큰 돌풍을 예고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1993년 분리되기 이전의 사회주의공화국 체코슬로바키아, 1991년 다민족 다문화 유고연방이 해체되기 전 1980년 티토 사망 이후의 격동기 현실을 마그리스는 매우 논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일례로 “여러 민족정신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라고 말한 헝가리 아방가르드 실험문학 그룹에서 활동하던 작가 레이테르 로베르트의 행적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필명으로 로베르트 라이터로 활동하던 그는 현재 루마니아의 독일 소수민으로서 프란츠 리프하르트라는 이름으로 개명해 이중, 삼중의 인간이 되어 있다. 이를 일보 전진이냐, 후퇴냐로 일갈하는 마그리스의 물음은 곧 이데올로기의 확신과 위대한 혁명의 희망으로부터 배반당한 오늘날 역사의 고아들, 인류 전체를 향한 질문이 된다.
또한 마그리스는 오랫동안 중부유럽Mitteleuropa의 문화와 문학을 연구한 전문가로서 ‘미스터 미텔오이로파’로 불린다. 그는 입센, 클라이스트, 슈니츨러, 뷔히너, 그릴파르처 등의 작품을 이탈리아에 번역해 소개했고, 보르헤스, 호프만, 입센, 카프카, 무질, 릴케, 요제프 로트 등에 관한 뛰어난 비평을 써서 독문학자로서 명성을 알렸다. 『다뉴브』에는 자신이 연구하고 글로써 애정을 표했던 하이데거, 마리루이제 플라이서, 무질, 카프카, 카네티, 요제프 로트, 슘페터, 그릴파르처, 프로이트, 에곤 프리델, 비트겐슈타인, 루카치, 하이든, 노보메스키, 다니엘 키슈, 모모 카포르, 요제프 어틸러 등 수많은 작가, 지식인, 예술가의 초상화가 나온다. 로마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합스부르크가의 루돌프, 요제프 1세,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마리아 테레지아, 엘리자베트(시시) 등 합스부르크가의 인물들을 비롯해 나치, 티토, 호르티, 스탈린 등의 독재자와 그들 권력에 영합했던 슈페어, 아이히만, 회스 등의 악명 높은 인물들까지 놓치지 않고 묘사한다. 무엇보다 7부 전체가 할애된 80년 남짓을 산, 마그리스의 여행 안내자 ‘안카 할머니’의 개인사를 통해 발칸반도 전체의 혼돈과 생명력을 압축해내는 작가의 통찰력은 놀랍다. 이는 이탈리아의 대표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논설위원이자, 유럽의 여러 언론사에 현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비전 있는 날카로운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이력이 모두 풍성하게 스며들어 있는 『다뉴브』는 ‘경계’와 ‘국경’과 ‘다민족 다문화’를 너머, 이 모두를 아우르는 힌터나치오날의 세계, 대하와도 같은 인류의 하모니를 향하는 강의 흐름을 따라 흑해로 나아간다. 마그리스에게 다뉴브 강은, 라인 강처럼 게르만의 순수 혈통을 고수하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서로 만나고 교차하고 섞이는 강이며,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 신화와 이데올로기가 자신의 제국 및 국가를 넘어서는 복합적 코이네의 상징으로 만들었던 ‘힌터나치오날’ 세계제국, 즉 ‘민족들을 아우르는’ 세계다. 마그리스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제국의 민족을 넘어서는 중부유럽 정책에서, 즉 민족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융합하는 보편적 전체에서, 유럽의 미래를 찾는다. 이 책 『다뉴브』는 여러 다른 나라와 민족, 문화, 언어, 전통, 국경, 정치 체제를 거치며 흐르는 다뉴브 강을 통해 유럽사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다층적이고도 복합적으로 풍성히 조망한, 여행문학의 지형을 급진적으로 바꾼 동시에 그 진수를 보여주는 역작이다.
중부유럽의 젖줄 다뉴브 강을 따라 펼쳐지는 눈부신 데카메론!
세계적인 독문학자이자 ‘미스터 미텔오이로파’로 불리는 중부유럽 연구가,
‘경계의 정체성’을 가장 잘 구현한 유럽의 휴머니스트 작가
베네데토 크로체,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에곤 프리델과 비견되는 21세기 문화사가의 역작 『다뉴브』
【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선집 ∥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
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지성과 사유의 씨앗이 된 작품들,
인문 담론과 창작 실험을 매개한 작가들로 꾸려진 상상의 서가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
▼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선집】 소개 및 작품 목록
클라우디오 마그리스(Claudio Magris, 1939~ )는 2000년대부터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된 이탈리아 현대 작가이자 명망 있는 중부유럽 연구가다. 중부유럽Mitteleuropa을 연구한 세계적인 독문학자라는 명성답게 ‘미스터 미텔오이로파’라는 별칭 외에도, ‘경계의 정체성’을 가장 첨예하게 구현한 작가로서 ‘유럽의 휴머니스트’로 불린다.
문학동네에서 소개하는 두 에세이 『다뉴브Danubio』(1986)와 『작은 우주들Microcosmi』(1997)은 전 세계 비평계와 독자로부터 찬사를 끌어내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명성을 알린 대표작으로, 각각 1987년 바구타 상, 1991년 스트레가 상을 받았다.
다뉴브 강의 데카메론이자 자유에 대한 향수가 빚어낸 오디세이아
『다뉴브』는 단순히 다뉴브 강에 대한 책, 다뉴브 강의 지리나 역사 등에 대한 책이 아니다. 여기에는 여러 민족의 신화와 전통, 문학과 우화, 소소한 일상 풍경과 사건이 녹아들어 있어, 한편의 또다른 다뉴브 강의 데카메론이자 오디세이아다. 마그리스의 여행기가 보여주듯, 그의 말대로 “여행은 늘 구출작업, 사라져가고 있거나 조만간 사라질 뭔가를 서류로 남기고 수집하는 작업이며, 물에 잠기고 있는 섬에 마지막으로 상륙하는 것이다.”(350쪽) 수원지에서 하구를 향해 나아가면서, 그의 글쓰기는 격렬한 폭포수가 되기도 하고, 초원의 잔디밭처럼 머금은 물이 되기도 하고, 졸졸졸 흐르는 실개천의 물이 되기도 하면서 마침내 대하와 합류하는 여정과 함께 흘러가는 여행 기록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뉴브를 안내하는 서정적 여행가이드이자 망각의 역사와 싸우는 절박한 기록자로서의 마그리스, 또한 그는 ‘향수에 젖어 일상생활을 기록하는 문헌학자’인 동시에 시간 속에 묻혀 있는 현실의 다양한 층위를 발견하고자 하는 ‘고고학자’이기도 하다. 마그리스는 장 파울을 인용하면서 그의 방식을 따라 이 여행에서 마주치는 “낡은 서문, 연극 포스터, 역에서의 잡담 구문, 전쟁 시가곡, 장례 문구, 형이상학적 문구, 신문 스크랩, 술집 광고문과 교구의 공고문 같은 이미지들을 길에서 모아 메모”한다.(22쪽) 그는 중부유럽의 미시사에 대한 글을 소설로 풀어내고 싶어했던 욕망을 담아 이 책을 “물속에 가라앉아 숨어버린 픽션” 즉 수면 아래 잠긴 역사를 “수많은 인용과 공상”을 통해 들여다본다는 의미에서 “익사한 소설”로 지칭한 바 있다. 오랜 세월 땅에 묻혀 있다 드러난 작은 물건이나 장소를 통해 그 밑에 숨어 있는 과거의 역사, 생활, 습관, 사상 등을 발견하듯, 여행자도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것 뒤에 있는 과거의 다양한 층위를 발견하고 그 현재적 의미를 다시금 되묻는 사람이다. 이처럼 다뉴브 강둑에 어지러이 남은 어두운 존재들의 희극적이고 비극적인 작은 이야기들에서 역사를 보기에, 『다뉴브』는 일종의 다뉴브 강의 ‘데카메론’이라 할 수 있다.
『다뉴브』에는 이처럼 작가의 현실 인식과 환상이 섞여 있다. 다뉴브 강은 어디서 처음 솟아났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하는, 이 여정의 첫머리 「홈통 문제」만 봐도 알 수 있다. 마그리스가 나일 강, 라인 강 등 여러 강의 수원 문제와 관련해 다뉴브의 수원지 문제와 관련된 정확한 고문헌 자료나 공문서 자료보다 ‘홈통’ 즉 하나의 수도꼭지에서 다뉴브 물방울이 솟았다, 라는 얼토당토않은 한 아마추어 학자의 가설을 소개하는 대목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 근거 없는 근원에서 출발해 여행자는 독일 역사에서 모든 것을 단일화하려는 전체주의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가 구현한 각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별주의 사이를 오가며, 중부유럽 문화의 혈통과 혼혈성에 대한 의문과 상상을 차근차근 다채롭게 풀어놓는다. 책에 묘사된 모든 세부 사실들은 세심하게 현실로부터 가져온 것이지만, 상상력이 이들을 새로운 몽타주, 상상의 구조로 연결하여 다른 의미를 부여해준다. 이로써 여행자는 이 세계를 묘사하고 세계를 다시 생각하며 재인식한다. 마그리스는 “자유에 대한 향수”로 써내려간 이 오디세이아의 마지막 문장을 다음과 같은 시로 맺는다. “주여, 나의 죽음이 거대한 바다로 들어가는 강물의 흐름 같게 하소서.”(539쪽)
유럽 역사에 새로운 활력과 비전을 제시한 책이자 중부유럽의 정수를 한눈에 꿰뚫는 책
마그리스의 대표작 『다뉴브』(1986)는 흑림(독일 슈바르츠발트)에서 시작해 흑해(다뉴브 삼각주)로 끝나는 여행기, 즉 다뉴브 강줄기의 물을 따라가는 여행기다. 약 3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다뉴브 강을 수원에서부터 흑해로 들어가는 거대한 하구까지 4년간 여행하며 중요한 도시들(울름, 레겐스부르크, 파사우, 린츠, 빈, 브라티슬라바, 부다페스트, 베오그라드, 루세, 부쿠레슈티, 술리나 등), 거대한 초원과 습지 풍경, 민족, 관습, 문학, 역사, 언어 문제를 살펴보고 난 후 집필한 여행 에세이다. 역사적으로 중부유럽의 뿌리를 연구할 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서 출발하여 인간 존재와 삶까지 명상하는 존재론적 경험과 사색이 집약된 책이다. 독일 슈바르츠발트 수원지에서부터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델타 삼각주까지 진주알처럼 다뉴브 강줄기에 꿰이는 여러 국경과 도시는, 그 자체로 마그리스에게 중부유럽의 혈맥을 짚어나가는 겹겹의 프레임이 된다. 독문학자로서 예리한 눈으로 스케치한 각 나라별 언어별 풍요로운 문학사 풍경을 보여줄 뿐 아니라, 중부유럽 연구가로서 역사적 통찰과 비판적 유희를 통해 통시적/공시적, 물리적/정신적 무대를 비교 시찰하며 이 강줄기로 목을 축여온 유럽의 새로운 역사적 주체들을 불러낸다.
유럽사에 새로운 활력과 비전을 제시한, 놀랍도록 박학다식하고 통찰력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은 걸작 『다뉴브』는, 30개국 이상으로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수많은 상과 공로훈장이 수여되면서 마그리스를 단번에 유럽 지성계의 현자이자 거장으로 만들었다. “글쓰기는 기록이다”라는 마그리스의 정의는 곧 여행의 정의와도 맞아떨어진다. 그는 이 여행기의 모티프 다뉴브를 따라가면서, 그 물길의 기원을 묻고 그 여정에서 만나는 인물과 사건, 역사와 민족, 시간과 장소의 수호신genius loci을 살피고 기록해나간다. 급격한 정치 변혁과 영토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소수민족의 현주소를, 흩어지고 혼재하는 이민족들의 역사적 현존을, 수없이 혼혈과 변형을 거듭하며 흘러온 다뉴브 강의 흐름과 합류시키면서, 마그리스는 민족의 다양성을 아우르는 힌터나치오날hinternational의 세계, 즉 다뉴브 연방이라는 유럽 전체의 공통 운명으로서 재인식시킨다. 총9부로 나뉜 이 책에서, 작가는 각 부마다 도시 곳곳의 명소와 그에 얽힌 인물 및 역사적 일화를 위트 있는 필치로 영원 속 찰나의 사진 한 장처럼 명징하게 포착해낸다.
독문학자, 중부유럽 연구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서 써내려간 현장감과 비전 있는 역사 인식
마그리스의 글쓰기는 ‘정신의 철학가’로서 20세기 이탈리아 지성을 뒤흔든 베네데토 크로체, 19세기의 대표적 역사가이자 미술사가인 스위스의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와 20세기의 오스트리아 문화사가 에곤 프리델에 비견된다. 『다뉴브』는 저널리스트의 르포르타주가 주는 치밀한 현장감과 역사 인식, 아직 도착하지 않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자유로운 여행자의 흥분과 향수가 뒤섞여 있는 작품이다. 그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독일어권 문학과 중부유럽을 연구해온 박식한 이 독문학자가 연거푸 끌어들이고 있는 다채로운 작품들과 작가들만으로도 놀라운 지적 향연의 장이 된다.
마그리스는 현재 슬로베니아와의 국경지대 항구도시인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출신으로, 그는 이 도시를 “시대들의 미로”로 정의한다. 이 작가에게는 늘 ‘경계의 정체성’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고대 로마인의 식민도시였던 트리에스테는 14세기 오스트리아 지배하에 있다가 일차대전 후 이탈리아에 병합되기까지 숱한 이민족 문제와 영토 관할 문제에 휩싸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마그리스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이탈리아인, 슬라브인, 크로아티아인, 오스트리아인, 아르마니아인, 그리스인, 유대인을 아우르는 경계의 도시 트리에스테에서 태어났기에, 나는 경계의 작가가 되었다.” 이러한 그의 출신 배경은, 당시 어느 국적에 속하는지 모르는 사람들, 여러 언어와 국적으로 자신을 탈바꿈한 사람들, 부정으로만 자신을 정의할 수 있고 정확히 누구라고 자신을 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향하게 한다. 『다뉴브』에서 작가는 유럽의 정치사 수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다민족 역사와 소수민의 인권과 삶의 양식을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입장에서 치밀히 스케치해낸다. 1986년 이 책이 나온 이후 달라진 오늘날의 국경과 대조해봐도, 당시 발칸반도에 불어닥친 정치사 이념 투쟁 및 인종 문제, 민족 분열과 국경 문제가 얼마나 큰 돌풍을 예고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1993년 분리되기 이전의 사회주의공화국 체코슬로바키아, 1991년 다민족 다문화 유고연방이 해체되기 전 1980년 티토 사망 이후의 격동기 현실을 마그리스는 매우 논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일례로 “여러 민족정신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라고 말한 헝가리 아방가르드 실험문학 그룹에서 활동하던 작가 레이테르 로베르트의 행적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필명으로 로베르트 라이터로 활동하던 그는 현재 루마니아의 독일 소수민으로서 프란츠 리프하르트라는 이름으로 개명해 이중, 삼중의 인간이 되어 있다. 이를 일보 전진이냐, 후퇴냐로 일갈하는 마그리스의 물음은 곧 이데올로기의 확신과 위대한 혁명의 희망으로부터 배반당한 오늘날 역사의 고아들, 인류 전체를 향한 질문이 된다.
또한 마그리스는 오랫동안 중부유럽Mitteleuropa의 문화와 문학을 연구한 전문가로서 ‘미스터 미텔오이로파’로 불린다. 그는 입센, 클라이스트, 슈니츨러, 뷔히너, 그릴파르처 등의 작품을 이탈리아에 번역해 소개했고, 보르헤스, 호프만, 입센, 카프카, 무질, 릴케, 요제프 로트 등에 관한 뛰어난 비평을 써서 독문학자로서 명성을 알렸다. 『다뉴브』에는 자신이 연구하고 글로써 애정을 표했던 하이데거, 마리루이제 플라이서, 무질, 카프카, 카네티, 요제프 로트, 슘페터, 그릴파르처, 프로이트, 에곤 프리델, 비트겐슈타인, 루카치, 하이든, 노보메스키, 다니엘 키슈, 모모 카포르, 요제프 어틸러 등 수많은 작가, 지식인, 예술가의 초상화가 나온다. 로마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합스부르크가의 루돌프, 요제프 1세,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마리아 테레지아, 엘리자베트(시시) 등 합스부르크가의 인물들을 비롯해 나치, 티토, 호르티, 스탈린 등의 독재자와 그들 권력에 영합했던 슈페어, 아이히만, 회스 등의 악명 높은 인물들까지 놓치지 않고 묘사한다. 무엇보다 7부 전체가 할애된 80년 남짓을 산, 마그리스의 여행 안내자 ‘안카 할머니’의 개인사를 통해 발칸반도 전체의 혼돈과 생명력을 압축해내는 작가의 통찰력은 놀랍다. 이는 이탈리아의 대표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논설위원이자, 유럽의 여러 언론사에 현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비전 있는 날카로운 글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그의 이력이 모두 풍성하게 스며들어 있는 『다뉴브』는 ‘경계’와 ‘국경’과 ‘다민족 다문화’를 너머, 이 모두를 아우르는 힌터나치오날의 세계, 대하와도 같은 인류의 하모니를 향하는 강의 흐름을 따라 흑해로 나아간다. 마그리스에게 다뉴브 강은, 라인 강처럼 게르만의 순수 혈통을 고수하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서로 만나고 교차하고 섞이는 강이며,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 신화와 이데올로기가 자신의 제국 및 국가를 넘어서는 복합적 코이네의 상징으로 만들었던 ‘힌터나치오날’ 세계제국, 즉 ‘민족들을 아우르는’ 세계다. 마그리스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제국의 민족을 넘어서는 중부유럽 정책에서, 즉 민족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융합하는 보편적 전체에서, 유럽의 미래를 찾는다. 이 책 『다뉴브』는 여러 다른 나라와 민족, 문화, 언어, 전통, 국경, 정치 체제를 거치며 흐르는 다뉴브 강을 통해 유럽사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다층적이고도 복합적으로 풍성히 조망한, 여행문학의 지형을 급진적으로 바꾼 동시에 그 진수를 보여주는 역작이다.
목차
1부 홈통 문제
2부 공학자 뉴베클로소프스키의 보편적인 다뉴브 강
3부 바하우에서
4부 카페 첸트랄
5부 성과 오두막
6부 판노니아
7부 안카 할머니
8부 불확실한 지도제작
9부 마토아스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