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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울의 공간과 내면을 탐색하는 인문학적 성찰
오늘 우리에게 ‘서울’은 무엇일까. 『서울의 인문학: 도시를 읽는 12가지 시선』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인문학적 깊이를 더한다. 문학, 역사학, 사회학, 건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들여다본 서울은 여러 겹의 시간과 공간을 품은 도시이자, 갖가지 욕망으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도시이다. 광화문, 남산, 종로, 홍대, 강남 등 서울의 여러 공간이 지닌 의미의 변화와 함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탐색하는 이 책은, 겉으로 보이는 풍경과 수치화된 자료 아래 감추어진 서울의 속살을 드러냄으로써 서울의 현재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며, 이를 통해 서울이라는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현재를 성찰하게 한다.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인구 천만의 거대도시인 서울은 다양한 표정과 오랜 역사를 지닌 복잡한 도시이자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역동적인 도시이다. 그런 만큼 우리에게 서울이 무엇인지를 묻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서울에 관한 역사적, 문화적, 사회학적 연구와 논의가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대상으로 남아 있다. 서울에 대한 기록 역시 다양한 기준의 조사와 통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것이 서울의 본모습을 모두 드러내주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어느 한 방향의 접근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면모를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서울을 진지한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특정한 분야에 갇히지 않는 다양한 방면의 관심과 시선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것을 모두 아우르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인바, 이 책이 ‘서울의 인문학’을 표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울의 인문학』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서울이라는 도시의 현재를 인문학적 성찰의 시선으로 기록하고자 한 ‘2015 서울인문학’ 프로젝트(서울연구원,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의 결과물이다. 서울의 공간적 의미의 변화뿐 아니라 그에 따른 서울시민의 내면의 궤적을 추적하는 이 작업은 문학, 역사학, 사회학, 건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 필자들의 시선을 통해 서울이라는 공간을 여러 차원에서 다각도로 조망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각각의 시선에 포착된 서울은 다양한 시공간과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곳으로, 이는 결국 서울을 구성하는 공간과 사회현상, 그리고 인간 내면에 대한 복합적인 성찰로 이어진다. 각각의 시선이 촘촘하게 교차하면서 드러내는 서울의 속살과 그에 비친 우리의 내면이 촉발하는 인문학적 통찰은 미래의 서울과 우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상상하는 데 긴요한 인문학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서울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서울의 인문학』을 구성하는 12가지 시선은 서울의 특정한 장소 또는 특정한 현상으로부터 서울이라는 도시,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현재에 대한 탐구와 성찰로 이어진다. 공간에 새겨진 정치사회적 기억을 발굴하고, 공간을 점유하는 각 세대의 삶의 양상을 탐구하며, 공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인간의 욕망을 성찰하고, 나와 타자를 구별짓는 시선을 반성하는 이 논의들은 공간에 대한 탐구가 결국 우리 자신의 현재를 되돌아보는 일과 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류보선의 「광장의 꿈, 혹은 권력의 광장에서 대화의 광장으로」는 서울의 대표적인 광장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을 다룬다. 이들 두 광장은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사회정치적 관계가 응축되어 드러나는 공간이었으며, 특히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우리 사회의 상징적인 장소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의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은 애도와 재생이 아닌 대립과 갈등의 공간으로 전락해가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필자는 ‘밀실’과 ‘광장’이 변증법적으로 지양되는 광장, ‘멈추어 서서 대화하는 곳’으로서의 광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염복규의 「‘서울 남촌’, 100년의 역사를 걷는다」는 최근 북촌과 서촌이 문화적으로 부상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이 덜한 ‘남촌’을 중심으로 공간에 남아 있는 역사적 기억과 현재의 모습을 살핀다. 일제강점기 ‘한적한 북촌’ 대 ‘북적이는 남촌’의 대비에서 시작해 일제시기 일본인의 정착지이자 식민지배의 표상이었던 남촌에 새겨진 100년의 역사를 찾으며 그 현재적 의미를 읽어내는 이 글은 상처와 환희, 굴욕과 영광이 어우러진 남촌의 역사를 어떻게 마주하고 남촌의 장소성을 현재에 어떻게 되살려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우리에게 제기한다.
신수정의 「노인에 대하여 말할 때 우리가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들」은 탑골공원에서 종묘공원으로 이어지는 ‘실버 벨트’에서 발견하는 노년 세대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 타자화된 노인의 일상과 사랑을 말한다. 노년의 생을 그린 여러 텍스트에 대한 검토를 통해, 노년 세대가 보여주는 ‘경이로운 활기’와 ‘생의 의지’를 애써 외면하고 그들을 경계선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도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가 그어놓은 그 경계선이 되레 우리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필자의 문제제기는 현대에 필요한 공존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조연정의 「이 멋진 도시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는 노량진과 고시원으로 상징되는 청년세대의 ‘유예된 삶’의 모습으로부터 우리 사회 청년 세대가 직면한 빈곤과 절망의 현실을 논의하며, 최근 젊은 세대의 소설을 통해 서울로부터 ‘거절’당한 이들이 현실에 대한 체념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정조를 바탕으로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나름의 방식으로 상상하고 소유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읽어낸다. 우리 시대의 청년 문제가 개인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와 시대 전체의 문제임을 강조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최윤영의 「새로운 이방인 서울사람들」은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서울의 현실을 고찰하면서, 특히 종래의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자 집단과는 달리 높은 한국어 구사력, 다양한 이주동기, 자발적인 한국 문화 적응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개별화된 새로운 이주자들의 출현에 주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한국인’과 ‘저들 다문화인’이라는 대립구도 속에서 이방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지적하며, 이주자들에 대해 열린 연대감이 세계화시대의 한국에 요청됨을 강조한다.
변미리의 「서울의 핫 플레이스 혹은 ‘뜨는 거리’」는 홍대앞,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서울의 이른바 ‘핫’한 장소들의 정체성이 변화되어온 흐름을 살피면서,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가 공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장소성 자체를 변질시키는 아이러니에 주목한다.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문화적 독특성을 지녔던 장소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면서 오로지 소비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되어 개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이러한 ‘핫 플레이스’의 역설은 곧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과시적 소비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지적이다.
정수진의 「청계천, 서울의 빛나는 신전」은 청계천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이어진 서울의 공간 디자인을 둘러싼 ‘서울의 꿈’, 혹은 ‘권력에의 의지’를 해부한다. 모더니티를 향한 꿈이 빚어낸 청계천 복개공사와 기능적 도시계획은 그 이면에 좁은 뒷골목으로 이루어진 모더니티의 그림자를 낳았으며,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꾸며 이루어진 청계천 복원은 익히 알려진 대로 많은 논란을 낳았다. 뒤를 이어 지어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청계천의 21세기적 변주곡인 동시에 미완성으로 남겨진 실패작’이라는 지적 역시 통렬하다.
김성홍의 「땅과 용적률의 인문학」은 공간과 건축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용적률’이라는 개념에 주목해, 이를 둘러싸고 벌어져온 서울의 ‘용적률 게임’에 담긴 땅과 자본의 역학관계를 분석한다. 서울을 초고밀도의 도시로 만들어온 이제까지의 도시개발이 최근 ‘개발’에서 ‘재생’으로의 전환을 맞으며 용적률 게임의 균열을 낳고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건축의 ‘크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조절장치를 새로이 모색해야 할 때라는 필자의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정홍수의 「보행 공간의 확장과 자발성의 공간 실천」은 서울성곽길, 북한산둘레길 등 보행 공간의 확장이라는 현상에서 ‘걷기’의 의미를 다시 사고하며 자발성의 공간적 실천을 모색한다. 압축적 근대의 ‘질주’와 소진되는 삶에 대한 반성으로서 걷기의 부상이 사유와 친밀성의 확인, 공간의 새로운 발견을 가져오며 자발성에 기초한 자유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통찰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재발견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서우석의 「‘강남스타일’이 노래한 강남」은 ‘강남’에 일약 세계적인 유명세를 가져다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통해 강남의 정체성이 변화해온 궤적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강남 키드가 문화생산의 주인공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읽어낸다. 이와 더불어 강남의 문화적 부상이라는 현상에서 강남이 지닌 이중적인 면모를 짚어내고, 강남의 에토스가 지닌 철저한 타자지향성을 발견하는 분석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김명환의 「‘대치동’,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의 소용돌이」는 한국 사교육 시장의 중심이라 할 대치동의 일상에 대한 소묘를 통해 대치동의 과도한 교육열, 과잉 개발된 주변 환경, 영어 광풍,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 아파트와 연립주택을 가르는 배제의 논리 등의 현상을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의 생존전략으로 해석한다. 결국 이는 대치동만의 현상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의 삶이 지닌 비정상적인 모습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다가온다.
이성백의 「공동체사회론의 철학적 재성찰」은 서구사회에서 시도되었던 공동체 이론을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사유한다. 19세기 후반 현대사회의 부정성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제기된 공동체사회의 이념이 개인의 자유의 문제를 경시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실패한 경험을 되돌아보며, 개인의 자유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공동체사회의 이념을 모색하는 시도는 오늘날 서울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는 도시공동체운동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오늘 우리에게 ‘서울’은 무엇일까. 『서울의 인문학: 도시를 읽는 12가지 시선』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인문학적 깊이를 더한다. 문학, 역사학, 사회학, 건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들여다본 서울은 여러 겹의 시간과 공간을 품은 도시이자, 갖가지 욕망으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도시이다. 광화문, 남산, 종로, 홍대, 강남 등 서울의 여러 공간이 지닌 의미의 변화와 함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탐색하는 이 책은, 겉으로 보이는 풍경과 수치화된 자료 아래 감추어진 서울의 속살을 드러냄으로써 서울의 현재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며, 이를 통해 서울이라는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현재를 성찰하게 한다.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인구 천만의 거대도시인 서울은 다양한 표정과 오랜 역사를 지닌 복잡한 도시이자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역동적인 도시이다. 그런 만큼 우리에게 서울이 무엇인지를 묻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서울에 관한 역사적, 문화적, 사회학적 연구와 논의가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서울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대상으로 남아 있다. 서울에 대한 기록 역시 다양한 기준의 조사와 통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것이 서울의 본모습을 모두 드러내주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어느 한 방향의 접근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면모를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서울을 진지한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특정한 분야에 갇히지 않는 다양한 방면의 관심과 시선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것을 모두 아우르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인바, 이 책이 ‘서울의 인문학’을 표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울의 인문학』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서울이라는 도시의 현재를 인문학적 성찰의 시선으로 기록하고자 한 ‘2015 서울인문학’ 프로젝트(서울연구원,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의 결과물이다. 서울의 공간적 의미의 변화뿐 아니라 그에 따른 서울시민의 내면의 궤적을 추적하는 이 작업은 문학, 역사학, 사회학, 건축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 필자들의 시선을 통해 서울이라는 공간을 여러 차원에서 다각도로 조망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각각의 시선에 포착된 서울은 다양한 시공간과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곳으로, 이는 결국 서울을 구성하는 공간과 사회현상, 그리고 인간 내면에 대한 복합적인 성찰로 이어진다. 각각의 시선이 촘촘하게 교차하면서 드러내는 서울의 속살과 그에 비친 우리의 내면이 촉발하는 인문학적 통찰은 미래의 서울과 우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상상하는 데 긴요한 인문학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서울은 어떻게 변해왔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서울의 인문학』을 구성하는 12가지 시선은 서울의 특정한 장소 또는 특정한 현상으로부터 서울이라는 도시,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현재에 대한 탐구와 성찰로 이어진다. 공간에 새겨진 정치사회적 기억을 발굴하고, 공간을 점유하는 각 세대의 삶의 양상을 탐구하며, 공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인간의 욕망을 성찰하고, 나와 타자를 구별짓는 시선을 반성하는 이 논의들은 공간에 대한 탐구가 결국 우리 자신의 현재를 되돌아보는 일과 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류보선의 「광장의 꿈, 혹은 권력의 광장에서 대화의 광장으로」는 서울의 대표적인 광장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을 다룬다. 이들 두 광장은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사회정치적 관계가 응축되어 드러나는 공간이었으며, 특히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우리 사회의 상징적인 장소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의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은 애도와 재생이 아닌 대립과 갈등의 공간으로 전락해가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필자는 ‘밀실’과 ‘광장’이 변증법적으로 지양되는 광장, ‘멈추어 서서 대화하는 곳’으로서의 광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염복규의 「‘서울 남촌’, 100년의 역사를 걷는다」는 최근 북촌과 서촌이 문화적으로 부상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이 덜한 ‘남촌’을 중심으로 공간에 남아 있는 역사적 기억과 현재의 모습을 살핀다. 일제강점기 ‘한적한 북촌’ 대 ‘북적이는 남촌’의 대비에서 시작해 일제시기 일본인의 정착지이자 식민지배의 표상이었던 남촌에 새겨진 100년의 역사를 찾으며 그 현재적 의미를 읽어내는 이 글은 상처와 환희, 굴욕과 영광이 어우러진 남촌의 역사를 어떻게 마주하고 남촌의 장소성을 현재에 어떻게 되살려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우리에게 제기한다.
신수정의 「노인에 대하여 말할 때 우리가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들」은 탑골공원에서 종묘공원으로 이어지는 ‘실버 벨트’에서 발견하는 노년 세대의 모습을 통해 우리 시대 타자화된 노인의 일상과 사랑을 말한다. 노년의 생을 그린 여러 텍스트에 대한 검토를 통해, 노년 세대가 보여주는 ‘경이로운 활기’와 ‘생의 의지’를 애써 외면하고 그들을 경계선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도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가 그어놓은 그 경계선이 되레 우리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필자의 문제제기는 현대에 필요한 공존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조연정의 「이 멋진 도시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는 노량진과 고시원으로 상징되는 청년세대의 ‘유예된 삶’의 모습으로부터 우리 사회 청년 세대가 직면한 빈곤과 절망의 현실을 논의하며, 최근 젊은 세대의 소설을 통해 서울로부터 ‘거절’당한 이들이 현실에 대한 체념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정조를 바탕으로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나름의 방식으로 상상하고 소유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읽어낸다. 우리 시대의 청년 문제가 개인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와 시대 전체의 문제임을 강조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최윤영의 「새로운 이방인 서울사람들」은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서울의 현실을 고찰하면서, 특히 종래의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자 집단과는 달리 높은 한국어 구사력, 다양한 이주동기, 자발적인 한국 문화 적응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개별화된 새로운 이주자들의 출현에 주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한국인’과 ‘저들 다문화인’이라는 대립구도 속에서 이방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지적하며, 이주자들에 대해 열린 연대감이 세계화시대의 한국에 요청됨을 강조한다.
변미리의 「서울의 핫 플레이스 혹은 ‘뜨는 거리’」는 홍대앞,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서울의 이른바 ‘핫’한 장소들의 정체성이 변화되어온 흐름을 살피면서,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가 공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장소성 자체를 변질시키는 아이러니에 주목한다. 다른 장소와 구별되는 문화적 독특성을 지녔던 장소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면서 오로지 소비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되어 개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이러한 ‘핫 플레이스’의 역설은 곧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과시적 소비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지적이다.
정수진의 「청계천, 서울의 빛나는 신전」은 청계천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이어진 서울의 공간 디자인을 둘러싼 ‘서울의 꿈’, 혹은 ‘권력에의 의지’를 해부한다. 모더니티를 향한 꿈이 빚어낸 청계천 복개공사와 기능적 도시계획은 그 이면에 좁은 뒷골목으로 이루어진 모더니티의 그림자를 낳았으며,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꾸며 이루어진 청계천 복원은 익히 알려진 대로 많은 논란을 낳았다. 뒤를 이어 지어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청계천의 21세기적 변주곡인 동시에 미완성으로 남겨진 실패작’이라는 지적 역시 통렬하다.
김성홍의 「땅과 용적률의 인문학」은 공간과 건축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용적률’이라는 개념에 주목해, 이를 둘러싸고 벌어져온 서울의 ‘용적률 게임’에 담긴 땅과 자본의 역학관계를 분석한다. 서울을 초고밀도의 도시로 만들어온 이제까지의 도시개발이 최근 ‘개발’에서 ‘재생’으로의 전환을 맞으며 용적률 게임의 균열을 낳고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건축의 ‘크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조절장치를 새로이 모색해야 할 때라는 필자의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정홍수의 「보행 공간의 확장과 자발성의 공간 실천」은 서울성곽길, 북한산둘레길 등 보행 공간의 확장이라는 현상에서 ‘걷기’의 의미를 다시 사고하며 자발성의 공간적 실천을 모색한다. 압축적 근대의 ‘질주’와 소진되는 삶에 대한 반성으로서 걷기의 부상이 사유와 친밀성의 확인, 공간의 새로운 발견을 가져오며 자발성에 기초한 자유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통찰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재발견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서우석의 「‘강남스타일’이 노래한 강남」은 ‘강남’에 일약 세계적인 유명세를 가져다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통해 강남의 정체성이 변화해온 궤적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강남 키드가 문화생산의 주인공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읽어낸다. 이와 더불어 강남의 문화적 부상이라는 현상에서 강남이 지닌 이중적인 면모를 짚어내고, 강남의 에토스가 지닌 철저한 타자지향성을 발견하는 분석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김명환의 「‘대치동’,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의 소용돌이」는 한국 사교육 시장의 중심이라 할 대치동의 일상에 대한 소묘를 통해 대치동의 과도한 교육열, 과잉 개발된 주변 환경, 영어 광풍,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 아파트와 연립주택을 가르는 배제의 논리 등의 현상을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의 생존전략으로 해석한다. 결국 이는 대치동만의 현상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의 삶이 지닌 비정상적인 모습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다가온다.
이성백의 「공동체사회론의 철학적 재성찰」은 서구사회에서 시도되었던 공동체 이론을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사유한다. 19세기 후반 현대사회의 부정성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제기된 공동체사회의 이념이 개인의 자유의 문제를 경시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실패한 경험을 되돌아보며, 개인의 자유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공동체사회의 이념을 모색하는 시도는 오늘날 서울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는 도시공동체운동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목차
[책머리에] 서울시민의 ‘내면’을 추적하다 / 조세형
광장의 꿈, 혹은 권력의 광장에서 대화의 광장으로 / 류보선
‘서울 남촌’, 100년의 역사를 걷는다 / 염복규
노인에 대하여 말할 때 우리가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들 / 신수정
이 멋진 도시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 조연정
새로운 이방인 서울사람들 / 최윤영
서울의 핫 플레이스 혹은 ‘뜨는 거리’ / 변미리
청계천, 서울의 빛나는 신전 / 정수진
땅과 용적률의 인문학 / 김성홍
보행 공간의 확장과 자발성의 공간 실천 / 정홍수
「강남스타일」이 노래한 강남 / 서우석
‘대치동’,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의 소용돌이 / 김명환
공동체사회론의 철학적 재성찰 / 이성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