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 대등서명
- What's the matter with Kansas?
- 개인저자
- 토마스 프랭크 지음 ; 김병순 옮김
- 발행사항
- 서울 : 갈라파고스, 2012
- 형태사항
- 357 p. ; 23 cm
- ISBN
- 9788990809438
- 청구기호
- 340.942 F828w
- 일반주기
- 원저자명: Thomas Frank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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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용 불가 (1) | ||||
1자료실 | 00018065 | 대출중 | 2025.03.13 |
지금 이용 불가 (1)
- 등록번호
- 00018065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중
- 2025.03.13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 책 소개
왜 가난한 사람이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기업인들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에 몰두하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걸까?
“애국심에 불타는 건장한 공장노동자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암송하면서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른다. 가난한 소농들은 자신들을 땅에서 내쫓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표를 던진다. 가정에 헌신적인 가장은 자기 아이들이 대학교육이나 적절한 의료혜택을 결코 받을 수 없는 일에 조심스레 동조한다. 중서부 도시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자기가 사는 지역을 ‘몰락한 공업도시’로 만들며 그들과 같은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날릴 정책들을 남발하는 후보자에게 압승을 안겨주며 갈채를 보낸다. 그곳이 바로 캔자스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미국에서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은 민주당이다. 그러나 캔자스를 비롯한 낙후된 지역이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는 부자들의 정당 공화당을 지지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우파의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어온 정치조작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캔자스 주를 중심으로 정치가와 풀뿌리 운동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 이유를 하나하나 밝혀 나간다. 토마스 프랭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여러 풍경들을 면밀하게 파헤친다. 그리고 민중의 착란현상을 조장하는 보수 우파의 교묘하고 은밀한 집권 전략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 책은 2004년 미 대선을 앞두고 발간되었는데, 당시 토마스 프랭크가 걱정스럽게 짐작했던 부시의 승리도 적중했다. 이 책은 발간된 후 장기간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였으며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획기적으로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1장 두 개의 나라, 도대체 이해 못할 그들의 선택」에서 2000년 대선 결과로 나타난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분열된 두 개의 미국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두 개의 미국’ 담론을 통해 공화당으로 상징되는 빨간색 미국의 특성이 어떻게 조작되었고 그것이 결국 어떻게 부시의 손을 들어주었는지를 이야기한다.「2장 캔자스는 어쩌다 보수의 중심이 되었나?」에서는 캔자스 지역의 정치적 성향의 변화를 다룬다. 본래 캔자스는 미국 내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지역이었다.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도시가 있었고 미국에서 가장 큰 좌파 운동이었던 민중주의가 전역을 휩쓴 곳이기도 하다. 이런 지역이 보수의 중심으로 돌변한 과정을 돌아봄으로써 보수화로 치닫는 미국 정치의 단면을 짚어준다.「3장 하느님과 돈을 동시에 섬기다」는 기독교적 가치가 강조되면서 현실의 경제적 문제가 은폐되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수 정치가와 자본가는 기독교적 가치를 역설하면서 당면한 현안에 빗겨가는 전략을 취하는데, 이것이 민중들에게 그대로 먹혀들여간다는 것이다. 결국 민중들은 자신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규제 철폐와 민영화를 비롯한 여러 자유방임 정책에 속수무책이 되고 그로 인해 고통을 겪는다.「4장 두 명의 버넌, 자꾸만 오른쪽으로 가다」에서는 두 명의 버넌을 통해 캔자스의 지식인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우경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또 과거에는 자신들이 직면한 현안에 적극적으로 저항했지만, 이제는 친기업적으로 변해 기업의 편의를 온전하게 제공해주었고 막심한 피해를 입는 캔자스의 모습을 대비한다.「5장 공화당이 왜 민주당을 도왔을까?」에서는 캔자스의 공화당 내부에서 벌어진 복잡한 정치상황을 이야기한다. 캔자스 내 공화당은 공화당 안에서 ‘진보계열’이거나 ‘중도계열’이었는데, 격렬한 낙태 반대 운동을 기점으로 기독교 우파가 공화당의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한다. 공화당 중도파가 기독교 우파의 거센 도전에 맞서다가 민주당 후보가 주지사에 당선되는 일까지 발생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기업가들로 구성된 공화당 중도파는 기독교 우파의 적극적 활동―특히 친기업적 정책의지지―으로 인한 최대의 수혜자다. 그리고 이런 역설적 상황은 보편화되었다는 것이다.「6장 박해받고, 힘없고, 눈먼」에서는 보수 반동의 ‘어떤 계급적 분노도 계급의식도 없는’ 계급투쟁을 비판한다. 보수 반동 세력은 스스로 박해받는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심화시키는 문화전쟁을 수행한다. 앨라배마의 십계명 비석 사건 등을 비롯한 그들의 문화전쟁은 성공할 가능성은 적은데, 그들은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눈에 띄게, 시끄럽게, 심지어 현란하게 화를 낸다. 그것은 선거의 승리를 위한 행위일 뿐이다.「7장 망할 놈의 러시아 이란 디스코」는 저자 토마스 프랭크의 자기고백적 이야기다. 저자는 보수주의에 심취했던 청소년 시절을 보냈으며 대학까지 열성 공화당원이었다. 여기서는 자신이 경험한 보수 반동 시대에 대한 회상을 담았으며 자신이 어떻게 좌파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8장 행복한(?) 공화당의 포로들」에서 저자는 맹렬하게 활동하는 풀뿌리 우파들을 만난다. 팀 골바와 케이 오코너와 같은 열성 공화당원들의 적극적 활동은 결국 자신들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세금이 줄고 규제가 철폐되고 골치 아픈 노동조합을 다루기 수월해지는 등 결과적으로 기업가가 주류를 이루는 공화당 중도파에게 유익을 준다는 점을 저자는 통렬하게 지적한다.「9장 캔자스가 당신의 죄를 대속하다」에서는 인종차별의 전통이 약했던 캔자스를 이야기한다. 캔자스의 인종적 관대함은 ‘피 흘리며 대속하는 캔자스’라는 신화적 이미지를 창출하기도 했다. 캔자스의 노예제 폐지운동은 교묘하게 낙태 반대 운동과 겹쳐지고 오늘날 낙태 반대의 전사들이 과거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한다는 식의 유추가 반복된다. 도저히 비교될 수 없는 상황이 유추되는 이런 현상도 문화전쟁의 한 단면이다.「10장 반지성주의의 물결」에서는 변종된 계급투쟁의 양상을 보여준다. 반지성주의는 보수 반동 세력을 거대하게 묶는 주제 중 하나로 우파의 문화전쟁에서 매우 강력하게 작동한다. 좌파와 관련된 전문지식에 대한 강한 의심에서 비롯되기도 하는 보수 반동의 반지성주의 전통은 역전된 계급투쟁의 양상으로 발전한다. 특히 진화론에 반대했던 문화전쟁은 지식인 세계에 대한 분노를 교묘하게 자극함으로써 민중들에게 사회계급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심어주고 그것을 강화하는 반지성주의의 훈련과정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활동의 내면을 보면 종교적이라기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11장 엉뚱한 곳에 분노하는 사람들」에서 토마스 프랭크는 보수 우파를 진정으로 신앙심 깊은 보통 민중과 기회주의자로 나눈다. 보수 우파에게 순교는 애국심과 동일 선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울러 보수 우파 지도자들의 명백한 위선적 언행에 대한 일반 보수주의자들의 무관심은 보수대반동이 보여주는 놀라운 문화적 현상이라는 점을 비판한다.
■ 책 내용
가난한 사람들의 선택, 미국은 붉게 물들었다
“보통 생각할 때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은 민주당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대초원의 서부 고지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시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다고 한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여태껏 남들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공화당 후보를 찍을 수 있지?’라고 말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하나같이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2000년 대선에서 부시가 승리함으로써 미국은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미국에 몰아친 보수 반동의 광풍은 부시의 승리로 귀결되었는데, 저자 토마스 프랭크가 초점을 맞춘 것은 단순히 부시와 공화당의 승리가 아니라 당시 공화당에 승리를 안겨준 빨간색 미국이다. 빨간색 미국은 특히 가난한 주가 많은 내륙 지역으로 민주당을 지지한 해안의 파란 미국과 대비된다. 어떻게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이 부자들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고 자신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공화당에 표를 던졌을까? 바로 이 지점이『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의식이다.
저자 토마스 프랭크는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2000년 선거결과를 분석하지 않고 자신의 고향이자 빨간색 미국을 대표하는 캔자스로 들어가 지역 정치인, 풀뿌리 시민단체, 주민들을 만나 보수 반동의 근원을 하나씩 찾아간다. 캔자스는 본래 미국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지역이었다. 사회주의자가 시장이 되기도 했고, 미국에서 가장 활기찬 좌파운동인 민중주의 열기가 전역을 휩쓸었던 지역이다. 토마스 프랭크는 그런 지역이 지금 현재 급격하게 우경화되었다는 점을 세세하게 파헤쳐들어가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의 캔자스를 보여주는 자료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국이 당면한 보수대반동의 실체를 생생하게 드러내는데, 캔자스라는 특정 지역의 풍경들은 결국 미국 전체의 풍경을 고스란히 반영해준다. 이 책은 2004년 대선 이전에 출간되었는데, 토마스 프랭크는 이 책이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조심스럽게 부시의 승리를 예측했고 그것은 그대로 적중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캔자스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을까?
보수 반동의 문화전쟁, 본질을 빗겨간 고도의 물타기 전략
민중들을 착란 현상에 빠져들게 하다
“보수 반동의 지도자들이 말로는 그리스도를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행동은 기업을 위할 뿐이다. 가치는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보수파가 선거에서 이기는 순간 전통적 가치들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다. 이것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된 현상의 기본적 특징이다. … ‘레이건은 자신을 전통 가치의 수호자라고 자처했지만 … 그가 정말로 주목한 것은 20세기의 규제 받지 않는 자본주의의 부활, 뉴딜정책의 폐기였다.’”
2000년 미국에서 보수대반동을 일으켰던 공화당의 주도 세력은 과거 전통적인 미국의 보수 중도파와 달리 네오콘이라 부르는 기독교 우파였다. 이들은 중도파와 자유주의 성향의 보수파조차 민주당의 하수인으로 매도할 정도로 극우적 성향을 띤다. 보수대반동은 이런 기독교 우파들의 문화전쟁을 바탕으로 격렬하게 진행되는데, 그들의 문화전쟁은 낙태와 동성애, 진화론, 총기 소지 문제와 같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문화현상에 민중의 분노를 집중시킨다. 떠들썩한 그들의 주장 속에서 민중들의 삶과 지역의 피폐함이 경제구조와 그에 따른 계급문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은폐하게 만든다.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수많은 사람의 목을 조르는 규제 철폐와 노동 유연화를 비롯한 자유방임 정책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는 것이다.
기독교 우파의 문화전쟁은 격렬하게 진행되지만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연방대법원에 십계명 비석을 세운다거나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지 못하게 한다거나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사실 여기에 그들이 주도하는 문화전쟁의 핵심이 담겨 있다. 그건 가치의 실현이라기보다 민중의 도덕적, 종교적 감정을 정치적 분노로 만들어 선거에서 자유주의 세력을 공격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문화전쟁으로 얻은 것은 단지 보수 우파의 정치적 승리일 뿐이며 그것은 부자들에게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안겨줄 뿐이다.
캔자스의 문화전쟁에서 분수령을 이룬 것은 위치토에서 일어났던 낙태 반대 운동인 1991년 ‘자비의 여름Summer of Mercy’이었다. 이 운동이 성공을 거두면서 캔자스는 급격하게 우경화되고 보수 반동의 기운이 맹렬하게 힘을 갖게 된다. 보수 반동의 문화전쟁은 미국 내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인 낙태 문제에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낙태 반대를 제기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헤프닝들은 광기를 동반하기도 하면서 시끌법썩하게 진행되며 기독교 우파의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이런 운동을 주도하는 세력들이 반드시 부자들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게 부유하지 않지만 자신들의 많은 것을 내놓고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풀뿌리들이 많다. 이들의 적극적 활동은 결국 공화당의 승리로 귀결되지만 자신들이 비판했던 대부분 기업가인 공화당 중도파에게 실질적 이익을 안겨준다. 그리고 자신들에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역설적 상황을 토마스 프랭크는 통렬하게 지적한다.
토마스 프랭크는 문화전쟁의 또 다른 양상으로 반지성주의를 거론한다. 보수 반동 세력을 거대하게 하나로 묶는 주제들 가운데 하나인 반지성주의는 사실 1930년대로 거슬러올라간다. 그것은 루스벨트 대통령 재임기에 지식인들이 뉴딜정책을 설계하고 사회보장제도를 입안하는 많은 연구서를 만들어낼 때 기업가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생겨난 측면이 있다. 보수주의자들의 반지성주의는 모든 개혁 노력을 인간이 자유시장의 또 다른 이름인 하느님이 부여한 불변의 질서를 억누르고 자기 멋대로 바꾸려는 강제적 행위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또 자신들이 신앙이 빈약하고 오만한 전문가 집단의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반지성주의는 캔자스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수많은 불만들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계급투쟁의 변종이다. 즉 뒤집어진 계급투쟁을 수행하게 한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지지해왔던 민주당이 부자들의 정당이고 오히려 공화당이 자신들을 위한 당이라는 착란 현상을 초래한다.
토마스 프랭크가 보수의 교묘한 집권전략을 파헤치다
우파는 장기간에 걸친 정치조작에 성공했고, 민주당은 실패했다
“좌파들이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며 자신들이 잘났다고 만족해하는 동안 우파는 운동을 조직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고 매우 부지런히 그 일에 몰두했다. 보수주의 ‘운동문화’의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를 주목하라.… 위치토의 코크 일가가 운영하는 것과 같은 재단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돈은 최고 수준의 정치 투쟁에 흘러들어가고 자유시장 경제학을 가르치는 대학과 잡지, 그리고 버넌 L. 스미스와 같은 사상가들을 매수한다. 그리고 후버 연구소나 미국기업연구소 같은 싱크탱크들은 앤 쿨터나 디네시 드소우자 같은 우파 전문가 집단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그들이 계속해서 책을 쓰고 언론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또 그들을 지원하는 전문 로비스트 집단과 몇몇 잡지와 신문들, 그리고 출판사 한두 곳도 있다. 그리고 밑으로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이웃들을 조직하고 심지어 보수 반동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자기 집까지 저당 잡히는 마크 기첸과 팀 골바, 케이 오코너와 같은 헌신적인 풀뿌리 조직가들도 있다.”
미국사회는 단시간에 지금처럼 보수화되지 않았다. 원래 뉴딜 정책 이후 미국에서 보수 우파의 입지는 좁아졌는데 대중의 지지를 잃고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된 보수 우파가 다시 권력을 되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뉴딜 이후 잃어버린 대중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그들은 1960년대부터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치밀하게 계획을 짰다.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를 장악하고 보수 기독교와 ‘가치의 연합’을 구축하는 데 적어도 한 세대의 시간을 보냈다. 공화당은 보수 교회의 가치에 편승해 기독교 신자를 공화당 유권자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독교 보수세력을 끌어들인 것은 보수의 큰 소득이었다. 최근 보수대반동 상황의 문화전쟁이 효과적으로 수행되어 구호만 난무한 가치의 문제가 전면으로 이슈화되고 현안이 되어야 할 보다 실질적인 경제 문제가 뒤로 처지게 되어 보수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선거결과가 발생했다. 2000년 대선의 승리는 실로 그들이 갈망했던 뉴딜의 완전한 폐기가 가까워지고, 장기간에 걸친 노력이 제대로 성과를 맺는 사건이었다.
토마스 프랭크는 이러한 보수 우파의 집요한 노력에 비해 민주당은 여러 면에서 안이했고 실책을 범했다는 점을 비판한다. 토마스 프랭크는 특히 1996년 중간선거 패배 이후 클린턴이 선택한 ‘삼각화 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 전략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동자, 농민, 서민층을 버리고 일부 중도 성향의 보수파와 지식인들을 포섭하려고 했다. 삼각화 전략은 오히려 민주당이 스스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자신들의 가장 든든한 지지층은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부자들에게 유리한 경제노선으로 돌아서고 자신들조차 경제 문제를 정치 의제화하지 못한 것은 크나큰 오류였다. 토마스 프랭크는 민주당이 비록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그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았으며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지적한다. 토마스 프랭크의 지적대로 민주당의 오판은 2000년, 2004년 대선의 패배로 이어졌다.
캔자스와 빨간 미국, 한국의 정치를 돌아보게 한다
토마스 프랭크는 캔자스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어떻게 보수 우파가 민심을 장악해갔는지를 잘 그려냈다. 공화당의 기독교 우파는 갈 길 잃은 민중들의 분노를 문화 영역으로 돌리며 자신들이 바로 노동자, 농민을 위한 정당이라며 그들 나름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에 성공하였고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토마스 프랭크는 보수 세력의 정치 조작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잘 보여주면서 동시에 민주당 선거전략의 실패를 잘 지적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2012년 4월 11일 국회의원 총선거의 결과와 관련해서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번 총선거는 2008년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현 집권 여당인 보수의 경제 정책 실패와 각종 비리 때문에 야당의 승리를 점쳤다. 게다가 야당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재야 시민운동 세력과 통합도 하고 일부 진보정당과 연대하여 후보 단일화도 이루어냈다. 그러나 결과는 야당의 참패였고 올 12월 대선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2012년 한국의 총선 지도는 2000년 미국의 대선지도처럼 붉게 변해버렸다. 토마스 프랭크가 분석한 미국적 상황과 온전한 비교가 가능할 수 없을 테지만 보수의 교묘하고 집요한 정치 조작술이라는 측면에서 여러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핵심적 현안은 뒤로 물러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지엽적 문제가 전면으로 부상하여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한다거나, 삽시간에 당명까지 바꾸어 탈바꿈하는 보수의 놀라운 힘에서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또 미국의 낙후된 지역에서 보수정당인 공화당에 더 많은 표를 던지듯 한국사회의 저소득층이 보수정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저자의 탁월한 분석력 때문에 이 책은 출간된 후 지난 8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올바른 선거를 치르는 데 정치인과 언론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유권자는 어떻게 정당과 정치인을 평가해야 하는지 각성하는 데 참고서 역할을 해왔다. 토마스 프랭크는 정치란 결국 민심의 마음을 어떻게 얻는가가 관건이라는 점을 냉정하게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보수정당의 뛰어난 정치 조작술과 자기 계급적 이해와 상관없는 투표행위와 관련해서 우리의 정치적 현상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시해준다.
왜 가난한 사람이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기업인들의 이익을 늘리는 정책에 몰두하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걸까?
“애국심에 불타는 건장한 공장노동자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암송하면서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른다. 가난한 소농들은 자신들을 땅에서 내쫓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표를 던진다. 가정에 헌신적인 가장은 자기 아이들이 대학교육이나 적절한 의료혜택을 결코 받을 수 없는 일에 조심스레 동조한다. 중서부 도시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자기가 사는 지역을 ‘몰락한 공업도시’로 만들며 그들과 같은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날릴 정책들을 남발하는 후보자에게 압승을 안겨주며 갈채를 보낸다. 그곳이 바로 캔자스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미국에서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은 민주당이다. 그러나 캔자스를 비롯한 낙후된 지역이 자신의 이익과 상관없는 부자들의 정당 공화당을 지지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우파의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어온 정치조작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캔자스 주를 중심으로 정치가와 풀뿌리 운동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그 이유를 하나하나 밝혀 나간다. 토마스 프랭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여러 풍경들을 면밀하게 파헤친다. 그리고 민중의 착란현상을 조장하는 보수 우파의 교묘하고 은밀한 집권 전략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 책은 2004년 미 대선을 앞두고 발간되었는데, 당시 토마스 프랭크가 걱정스럽게 짐작했던 부시의 승리도 적중했다. 이 책은 발간된 후 장기간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였으며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획기적으로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1장 두 개의 나라, 도대체 이해 못할 그들의 선택」에서 2000년 대선 결과로 나타난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분열된 두 개의 미국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두 개의 미국’ 담론을 통해 공화당으로 상징되는 빨간색 미국의 특성이 어떻게 조작되었고 그것이 결국 어떻게 부시의 손을 들어주었는지를 이야기한다.「2장 캔자스는 어쩌다 보수의 중심이 되었나?」에서는 캔자스 지역의 정치적 성향의 변화를 다룬다. 본래 캔자스는 미국 내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지역이었다.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도시가 있었고 미국에서 가장 큰 좌파 운동이었던 민중주의가 전역을 휩쓴 곳이기도 하다. 이런 지역이 보수의 중심으로 돌변한 과정을 돌아봄으로써 보수화로 치닫는 미국 정치의 단면을 짚어준다.「3장 하느님과 돈을 동시에 섬기다」는 기독교적 가치가 강조되면서 현실의 경제적 문제가 은폐되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수 정치가와 자본가는 기독교적 가치를 역설하면서 당면한 현안에 빗겨가는 전략을 취하는데, 이것이 민중들에게 그대로 먹혀들여간다는 것이다. 결국 민중들은 자신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규제 철폐와 민영화를 비롯한 여러 자유방임 정책에 속수무책이 되고 그로 인해 고통을 겪는다.「4장 두 명의 버넌, 자꾸만 오른쪽으로 가다」에서는 두 명의 버넌을 통해 캔자스의 지식인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우경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또 과거에는 자신들이 직면한 현안에 적극적으로 저항했지만, 이제는 친기업적으로 변해 기업의 편의를 온전하게 제공해주었고 막심한 피해를 입는 캔자스의 모습을 대비한다.「5장 공화당이 왜 민주당을 도왔을까?」에서는 캔자스의 공화당 내부에서 벌어진 복잡한 정치상황을 이야기한다. 캔자스 내 공화당은 공화당 안에서 ‘진보계열’이거나 ‘중도계열’이었는데, 격렬한 낙태 반대 운동을 기점으로 기독교 우파가 공화당의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한다. 공화당 중도파가 기독교 우파의 거센 도전에 맞서다가 민주당 후보가 주지사에 당선되는 일까지 발생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기업가들로 구성된 공화당 중도파는 기독교 우파의 적극적 활동―특히 친기업적 정책의지지―으로 인한 최대의 수혜자다. 그리고 이런 역설적 상황은 보편화되었다는 것이다.「6장 박해받고, 힘없고, 눈먼」에서는 보수 반동의 ‘어떤 계급적 분노도 계급의식도 없는’ 계급투쟁을 비판한다. 보수 반동 세력은 스스로 박해받는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심화시키는 문화전쟁을 수행한다. 앨라배마의 십계명 비석 사건 등을 비롯한 그들의 문화전쟁은 성공할 가능성은 적은데, 그들은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눈에 띄게, 시끄럽게, 심지어 현란하게 화를 낸다. 그것은 선거의 승리를 위한 행위일 뿐이다.「7장 망할 놈의 러시아 이란 디스코」는 저자 토마스 프랭크의 자기고백적 이야기다. 저자는 보수주의에 심취했던 청소년 시절을 보냈으며 대학까지 열성 공화당원이었다. 여기서는 자신이 경험한 보수 반동 시대에 대한 회상을 담았으며 자신이 어떻게 좌파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8장 행복한(?) 공화당의 포로들」에서 저자는 맹렬하게 활동하는 풀뿌리 우파들을 만난다. 팀 골바와 케이 오코너와 같은 열성 공화당원들의 적극적 활동은 결국 자신들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세금이 줄고 규제가 철폐되고 골치 아픈 노동조합을 다루기 수월해지는 등 결과적으로 기업가가 주류를 이루는 공화당 중도파에게 유익을 준다는 점을 저자는 통렬하게 지적한다.「9장 캔자스가 당신의 죄를 대속하다」에서는 인종차별의 전통이 약했던 캔자스를 이야기한다. 캔자스의 인종적 관대함은 ‘피 흘리며 대속하는 캔자스’라는 신화적 이미지를 창출하기도 했다. 캔자스의 노예제 폐지운동은 교묘하게 낙태 반대 운동과 겹쳐지고 오늘날 낙태 반대의 전사들이 과거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한다는 식의 유추가 반복된다. 도저히 비교될 수 없는 상황이 유추되는 이런 현상도 문화전쟁의 한 단면이다.「10장 반지성주의의 물결」에서는 변종된 계급투쟁의 양상을 보여준다. 반지성주의는 보수 반동 세력을 거대하게 묶는 주제 중 하나로 우파의 문화전쟁에서 매우 강력하게 작동한다. 좌파와 관련된 전문지식에 대한 강한 의심에서 비롯되기도 하는 보수 반동의 반지성주의 전통은 역전된 계급투쟁의 양상으로 발전한다. 특히 진화론에 반대했던 문화전쟁은 지식인 세계에 대한 분노를 교묘하게 자극함으로써 민중들에게 사회계급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심어주고 그것을 강화하는 반지성주의의 훈련과정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활동의 내면을 보면 종교적이라기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11장 엉뚱한 곳에 분노하는 사람들」에서 토마스 프랭크는 보수 우파를 진정으로 신앙심 깊은 보통 민중과 기회주의자로 나눈다. 보수 우파에게 순교는 애국심과 동일 선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울러 보수 우파 지도자들의 명백한 위선적 언행에 대한 일반 보수주의자들의 무관심은 보수대반동이 보여주는 놀라운 문화적 현상이라는 점을 비판한다.
■ 책 내용
가난한 사람들의 선택, 미국은 붉게 물들었다
“보통 생각할 때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은 민주당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대초원의 서부 고지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시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했다고 한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녀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여태껏 남들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공화당 후보를 찍을 수 있지?’라고 말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하나같이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2000년 대선에서 부시가 승리함으로써 미국은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미국에 몰아친 보수 반동의 광풍은 부시의 승리로 귀결되었는데, 저자 토마스 프랭크가 초점을 맞춘 것은 단순히 부시와 공화당의 승리가 아니라 당시 공화당에 승리를 안겨준 빨간색 미국이다. 빨간색 미국은 특히 가난한 주가 많은 내륙 지역으로 민주당을 지지한 해안의 파란 미국과 대비된다. 어떻게 가난한 지역의 사람들이 부자들에 유리한 정책을 펼치고 자신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공화당에 표를 던졌을까? 바로 이 지점이『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의식이다.
저자 토마스 프랭크는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2000년 선거결과를 분석하지 않고 자신의 고향이자 빨간색 미국을 대표하는 캔자스로 들어가 지역 정치인, 풀뿌리 시민단체, 주민들을 만나 보수 반동의 근원을 하나씩 찾아간다. 캔자스는 본래 미국에서 가장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지역이었다. 사회주의자가 시장이 되기도 했고, 미국에서 가장 활기찬 좌파운동인 민중주의 열기가 전역을 휩쓸었던 지역이다. 토마스 프랭크는 그런 지역이 지금 현재 급격하게 우경화되었다는 점을 세세하게 파헤쳐들어가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의 캔자스를 보여주는 자료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국이 당면한 보수대반동의 실체를 생생하게 드러내는데, 캔자스라는 특정 지역의 풍경들은 결국 미국 전체의 풍경을 고스란히 반영해준다. 이 책은 2004년 대선 이전에 출간되었는데, 토마스 프랭크는 이 책이 만들어지는 시점에서 조심스럽게 부시의 승리를 예측했고 그것은 그대로 적중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캔자스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을까?
보수 반동의 문화전쟁, 본질을 빗겨간 고도의 물타기 전략
민중들을 착란 현상에 빠져들게 하다
“보수 반동의 지도자들이 말로는 그리스도를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행동은 기업을 위할 뿐이다. 가치는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보수파가 선거에서 이기는 순간 전통적 가치들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다. 이것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된 현상의 기본적 특징이다. … ‘레이건은 자신을 전통 가치의 수호자라고 자처했지만 … 그가 정말로 주목한 것은 20세기의 규제 받지 않는 자본주의의 부활, 뉴딜정책의 폐기였다.’”
2000년 미국에서 보수대반동을 일으켰던 공화당의 주도 세력은 과거 전통적인 미국의 보수 중도파와 달리 네오콘이라 부르는 기독교 우파였다. 이들은 중도파와 자유주의 성향의 보수파조차 민주당의 하수인으로 매도할 정도로 극우적 성향을 띤다. 보수대반동은 이런 기독교 우파들의 문화전쟁을 바탕으로 격렬하게 진행되는데, 그들의 문화전쟁은 낙태와 동성애, 진화론, 총기 소지 문제와 같은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문화현상에 민중의 분노를 집중시킨다. 떠들썩한 그들의 주장 속에서 민중들의 삶과 지역의 피폐함이 경제구조와 그에 따른 계급문제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은폐하게 만든다.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수많은 사람의 목을 조르는 규제 철폐와 노동 유연화를 비롯한 자유방임 정책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는 것이다.
기독교 우파의 문화전쟁은 격렬하게 진행되지만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연방대법원에 십계명 비석을 세운다거나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지 못하게 한다거나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사실 여기에 그들이 주도하는 문화전쟁의 핵심이 담겨 있다. 그건 가치의 실현이라기보다 민중의 도덕적, 종교적 감정을 정치적 분노로 만들어 선거에서 자유주의 세력을 공격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문화전쟁으로 얻은 것은 단지 보수 우파의 정치적 승리일 뿐이며 그것은 부자들에게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안겨줄 뿐이다.
캔자스의 문화전쟁에서 분수령을 이룬 것은 위치토에서 일어났던 낙태 반대 운동인 1991년 ‘자비의 여름Summer of Mercy’이었다. 이 운동이 성공을 거두면서 캔자스는 급격하게 우경화되고 보수 반동의 기운이 맹렬하게 힘을 갖게 된다. 보수 반동의 문화전쟁은 미국 내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인 낙태 문제에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낙태 반대를 제기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헤프닝들은 광기를 동반하기도 하면서 시끌법썩하게 진행되며 기독교 우파의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이런 운동을 주도하는 세력들이 반드시 부자들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게 부유하지 않지만 자신들의 많은 것을 내놓고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풀뿌리들이 많다. 이들의 적극적 활동은 결국 공화당의 승리로 귀결되지만 자신들이 비판했던 대부분 기업가인 공화당 중도파에게 실질적 이익을 안겨준다. 그리고 자신들에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들이 만들어지는 역설적 상황을 토마스 프랭크는 통렬하게 지적한다.
토마스 프랭크는 문화전쟁의 또 다른 양상으로 반지성주의를 거론한다. 보수 반동 세력을 거대하게 하나로 묶는 주제들 가운데 하나인 반지성주의는 사실 1930년대로 거슬러올라간다. 그것은 루스벨트 대통령 재임기에 지식인들이 뉴딜정책을 설계하고 사회보장제도를 입안하는 많은 연구서를 만들어낼 때 기업가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생겨난 측면이 있다. 보수주의자들의 반지성주의는 모든 개혁 노력을 인간이 자유시장의 또 다른 이름인 하느님이 부여한 불변의 질서를 억누르고 자기 멋대로 바꾸려는 강제적 행위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또 자신들이 신앙이 빈약하고 오만한 전문가 집단의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반지성주의는 캔자스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수많은 불만들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계급투쟁의 변종이다. 즉 뒤집어진 계급투쟁을 수행하게 한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지지해왔던 민주당이 부자들의 정당이고 오히려 공화당이 자신들을 위한 당이라는 착란 현상을 초래한다.
토마스 프랭크가 보수의 교묘한 집권전략을 파헤치다
우파는 장기간에 걸친 정치조작에 성공했고, 민주당은 실패했다
“좌파들이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며 자신들이 잘났다고 만족해하는 동안 우파는 운동을 조직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고 매우 부지런히 그 일에 몰두했다. 보수주의 ‘운동문화’의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를 주목하라.… 위치토의 코크 일가가 운영하는 것과 같은 재단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돈은 최고 수준의 정치 투쟁에 흘러들어가고 자유시장 경제학을 가르치는 대학과 잡지, 그리고 버넌 L. 스미스와 같은 사상가들을 매수한다. 그리고 후버 연구소나 미국기업연구소 같은 싱크탱크들은 앤 쿨터나 디네시 드소우자 같은 우파 전문가 집단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그들이 계속해서 책을 쓰고 언론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또 그들을 지원하는 전문 로비스트 집단과 몇몇 잡지와 신문들, 그리고 출판사 한두 곳도 있다. 그리고 밑으로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이웃들을 조직하고 심지어 보수 반동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자기 집까지 저당 잡히는 마크 기첸과 팀 골바, 케이 오코너와 같은 헌신적인 풀뿌리 조직가들도 있다.”
미국사회는 단시간에 지금처럼 보수화되지 않았다. 원래 뉴딜 정책 이후 미국에서 보수 우파의 입지는 좁아졌는데 대중의 지지를 잃고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된 보수 우파가 다시 권력을 되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뉴딜 이후 잃어버린 대중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그들은 1960년대부터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치밀하게 계획을 짰다.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를 장악하고 보수 기독교와 ‘가치의 연합’을 구축하는 데 적어도 한 세대의 시간을 보냈다. 공화당은 보수 교회의 가치에 편승해 기독교 신자를 공화당 유권자로 편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독교 보수세력을 끌어들인 것은 보수의 큰 소득이었다. 최근 보수대반동 상황의 문화전쟁이 효과적으로 수행되어 구호만 난무한 가치의 문제가 전면으로 이슈화되고 현안이 되어야 할 보다 실질적인 경제 문제가 뒤로 처지게 되어 보수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선거결과가 발생했다. 2000년 대선의 승리는 실로 그들이 갈망했던 뉴딜의 완전한 폐기가 가까워지고, 장기간에 걸친 노력이 제대로 성과를 맺는 사건이었다.
토마스 프랭크는 이러한 보수 우파의 집요한 노력에 비해 민주당은 여러 면에서 안이했고 실책을 범했다는 점을 비판한다. 토마스 프랭크는 특히 1996년 중간선거 패배 이후 클린턴이 선택한 ‘삼각화 전략’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 전략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노동자, 농민, 서민층을 버리고 일부 중도 성향의 보수파와 지식인들을 포섭하려고 했다. 삼각화 전략은 오히려 민주당이 스스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자신들의 가장 든든한 지지층은 어디로 가야 할지 헤매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부자들에게 유리한 경제노선으로 돌아서고 자신들조차 경제 문제를 정치 의제화하지 못한 것은 크나큰 오류였다. 토마스 프랭크는 민주당이 비록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그것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았으며 어리석은 결정이었다고 지적한다. 토마스 프랭크의 지적대로 민주당의 오판은 2000년, 2004년 대선의 패배로 이어졌다.
캔자스와 빨간 미국, 한국의 정치를 돌아보게 한다
토마스 프랭크는 캔자스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어떻게 보수 우파가 민심을 장악해갔는지를 잘 그려냈다. 공화당의 기독교 우파는 갈 길 잃은 민중들의 분노를 문화 영역으로 돌리며 자신들이 바로 노동자, 농민을 위한 정당이라며 그들 나름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에 성공하였고 선거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토마스 프랭크는 보수 세력의 정치 조작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잘 보여주면서 동시에 민주당 선거전략의 실패를 잘 지적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2012년 4월 11일 국회의원 총선거의 결과와 관련해서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번 총선거는 2008년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현 집권 여당인 보수의 경제 정책 실패와 각종 비리 때문에 야당의 승리를 점쳤다. 게다가 야당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재야 시민운동 세력과 통합도 하고 일부 진보정당과 연대하여 후보 단일화도 이루어냈다. 그러나 결과는 야당의 참패였고 올 12월 대선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2012년 한국의 총선 지도는 2000년 미국의 대선지도처럼 붉게 변해버렸다. 토마스 프랭크가 분석한 미국적 상황과 온전한 비교가 가능할 수 없을 테지만 보수의 교묘하고 집요한 정치 조작술이라는 측면에서 여러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핵심적 현안은 뒤로 물러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지엽적 문제가 전면으로 부상하여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한다거나, 삽시간에 당명까지 바꾸어 탈바꿈하는 보수의 놀라운 힘에서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또 미국의 낙후된 지역에서 보수정당인 공화당에 더 많은 표를 던지듯 한국사회의 저소득층이 보수정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저자의 탁월한 분석력 때문에 이 책은 출간된 후 지난 8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올바른 선거를 치르는 데 정치인과 언론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유권자는 어떻게 정당과 정치인을 평가해야 하는지 각성하는 데 참고서 역할을 해왔다. 토마스 프랭크는 정치란 결국 민심의 마음을 어떻게 얻는가가 관건이라는 점을 냉정하게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보수정당의 뛰어난 정치 조작술과 자기 계급적 이해와 상관없는 투표행위와 관련해서 우리의 정치적 현상을 분석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시해준다.
목차
서문: 미국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1부 대초원의 수수께끼
1장 두 개의 나라, 도대체 이해 못할 그들의 선택
2장 캔자스는 어쩌다 보수의 중심이 되었나?
3장 하느님과 돈을 동시에 섬기다
4장 두 명의 버넌, 자꾸만 오른쪽으로 가다
5장 공화당이 왜 민주당을 도왔을까?
2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분노
6장 박해받고, 힘없고, 눈먼
7장 망할 놈의 러시아 이란 디스코
8장 행복한(?) 공화당의 포로들
9장 캔자스가 당신의 죄를 대속하다
10장 반지성주의의 물결
11장 엉뚱한 곳에 분노하는 사람들
에필로그: 세상의 정원에서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추천사: 왜 가난한 사람들은 자해선거를 하는가·장행훈(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인터뷰한 사람 /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