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세탁기의 배신: 왜 가전제품은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키지 못했는가
- 개인저자
- 김덕호 지음
- 발행사항
- 서울 :,뿌리와이파리,,2020
- 형태사항
- 376 p. ; 22 cm
- ISBN
- 9788964621370
- 청구기호
- 337.1 김223ㅅ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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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8391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8391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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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엄마는 왜 항상 부엌에 있는가
-가사기술은 여성들을, 주부들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는가
2018년 10월,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가사노동을 시장가격으로 환산하려는 최초의 공식적인 시도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통계청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2014년 기준 연봉으로 계산할 경우 ‘무급’ 가사노동의 1인당 시장가격은 710만 8000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전체 국민으로 계산하면 360조 7300억 원이었다(여성은 272조 4650억 원, 남성은 88조 2650억 원).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4.3퍼센트에 해당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림자노동으로서의 가사노동의 성격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여전히 결혼은 공평하지 않다”
아침을 준비하면서 토스터나 전기밥솥을 사용하고, 요리를 할 때는 가스레인지를 여러 번 켜고 끈다. 냉장고를 하루 종일 이런저런 이유로 수십 번은 열고 닫으며, 설거지를 할 때는 식기세척기를 이용할지도 모른다. 하물며 청소기나 세탁기는 어떠한가. 이제 그녀의 일상에 가전제품이 없다면, 즉 가사기술을 이용할 수 없다면 그녀들은 어떻게 하루의 일상을 꾸려갈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가전제품은 주부들에게 편리함, 편안함, 효율성을 준 대신 더 많은 일을 만들어주었다. 빨래는 세탁기가, 청소는 청소기가, 음식은 레인지가 한다고 생각하며 당연한 듯이 더 많은 빨랫감을 내놓고, 다양한 음식을 요구하며, 위생과 청결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했다.
결국 가전제품은 여성을 해방시키기는커녕, 결과적으로 주부들에게 또 다른 일거리를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가사노동의 강도를 줄인 대가로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지겨운 일과가 되어 여전히 여성들을, 주부들을 해방시키지 못한다.
지옥 같은 세상, 천국 같은 가정
어머니는 부엌 개수대의 수채 구멍이 막혀도, 남편이 다림질하지 않은 옷을 입고 출근해도, 갓난아이 때 몸무게가 늘지 않아도, 아이가 학교 가기 전 아침을 충분히 못 먹어도 혹은 학교에 깨끗한 옷을 입고 가지 않아도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오롯이 어머니이자 주부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이었다. 그야말로 집안 도처에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낄 만한 지뢰들이 가득했다. 따라서 1920년대와 30년대에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키우면서 청결의 미덕과 위생 숭배가 당연시되었던 시대에 가전제품 광고들이 기본적으로 주부들에게 호소한 주요한 목표 중 하나는, 주부들의 죄책감이었다. 아무리 해도, 어떻게 해도 완벽할 수 없는 주부들의 집안일을 자기 회사의 가전제품이 기꺼이 도와주어 완벽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광고는 속삭이고 있었다.
저자는 특히 1920년대 미국 소비자본주의의 첨병에 선 광고 사진들을 통해 당시 가전제품의 광고 메시지가 소비자인 주부의 욕망을 어떻게 충족시키면서 설득시켰는지를 보여준다. 구체적인 상품 광고의 이미지들과 메시지를 통해 표현된 가사기술의 능력과 당시의 이상적인 여성상은 ‘지옥 같은 세상’에서 남편이 고군분투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는 집을 ‘천국 같은 안식처’로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법에 다름 아니었다.
그림 같은 집의 기이한 패러독스
저자는 이반 일리치, 루스 코완, 수전 스트레서, 매릴린 옐롬 등 여성과 가사노동, 가사기술에 대한 연구를 망라하고, 서구 페미니즘의 역사가 가사기술에 끼친 영향을 개괄하며, 당시 미국 중심의 시대별 인구센서스와 잡지 광고를 통해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트렌드를 훑어낸다. 특히 당시 미국 가정의 경우, 노동절약적이고도 시간절약적인 가전제품들이 20세기 전반을 통해 줄줄이 도입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여성들의 가사노동시간이 여전하거나 오히려 더 늘어났는지에 대해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소비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앞으로 많은 가전제품들이 출현한다손 치더라도, 가사노동이 구조적으로 그림자노동을 벗어날 수 없다면, 또한 대부분 주부만의 몫이라면, 역사학자 루스 코완이 제기한 ‘기이한 패러독스’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가전제품은 가사노동의 강도를 줄여주었지만, 집안일은 할머니 세대, 어머니 세대와 비슷했다. 그렇다면 노동절약을 목표로 한 가사기술은 가정주부의 힘든 일은 줄여주었을지라도 가사노동시간은 줄여주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하여
오늘날 미국 사회건 한국 사회건 가부장제가 많이 부식되었지만, 여전히 아내와 주부는 끊임없이 감정을 소비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가정을 유지하는 데, 아이를 돌보는 데 사용하고 있다. 만약 가사노동이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최소한이라도 공평하게 분배되고, 여기에 자녀들이 자발적으로 가사노동에서 할 수 있는 자신의 일을 찾아서 부모를 돕는다면 ‘코완의 패러독스’는 상당 부분 해결될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가정에서 계속적으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거나, 더 많이 구입하거나, 더 크게 집을 넓힌다면 가사노동시간의 감소로 인한 여가시간의 증가 혹은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는 여유로운 삶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그것은 미국뿐 아니라 이 땅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나라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이 OECD에서 최하위인 지금의 현실을 비추어볼 때 더욱 그러하다.
-가사기술은 여성들을, 주부들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켰는가
2018년 10월,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가사노동을 시장가격으로 환산하려는 최초의 공식적인 시도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통계청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2014년 기준 연봉으로 계산할 경우 ‘무급’ 가사노동의 1인당 시장가격은 710만 8000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전체 국민으로 계산하면 360조 7300억 원이었다(여성은 272조 4650억 원, 남성은 88조 2650억 원).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4.3퍼센트에 해당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림자노동으로서의 가사노동의 성격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여전히 결혼은 공평하지 않다”
아침을 준비하면서 토스터나 전기밥솥을 사용하고, 요리를 할 때는 가스레인지를 여러 번 켜고 끈다. 냉장고를 하루 종일 이런저런 이유로 수십 번은 열고 닫으며, 설거지를 할 때는 식기세척기를 이용할지도 모른다. 하물며 청소기나 세탁기는 어떠한가. 이제 그녀의 일상에 가전제품이 없다면, 즉 가사기술을 이용할 수 없다면 그녀들은 어떻게 하루의 일상을 꾸려갈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가전제품은 주부들에게 편리함, 편안함, 효율성을 준 대신 더 많은 일을 만들어주었다. 빨래는 세탁기가, 청소는 청소기가, 음식은 레인지가 한다고 생각하며 당연한 듯이 더 많은 빨랫감을 내놓고, 다양한 음식을 요구하며, 위생과 청결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했다.
결국 가전제품은 여성을 해방시키기는커녕, 결과적으로 주부들에게 또 다른 일거리를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가사노동의 강도를 줄인 대가로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지겨운 일과가 되어 여전히 여성들을, 주부들을 해방시키지 못한다.
지옥 같은 세상, 천국 같은 가정
어머니는 부엌 개수대의 수채 구멍이 막혀도, 남편이 다림질하지 않은 옷을 입고 출근해도, 갓난아이 때 몸무게가 늘지 않아도, 아이가 학교 가기 전 아침을 충분히 못 먹어도 혹은 학교에 깨끗한 옷을 입고 가지 않아도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오롯이 어머니이자 주부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이었다. 그야말로 집안 도처에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낄 만한 지뢰들이 가득했다. 따라서 1920년대와 30년대에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키우면서 청결의 미덕과 위생 숭배가 당연시되었던 시대에 가전제품 광고들이 기본적으로 주부들에게 호소한 주요한 목표 중 하나는, 주부들의 죄책감이었다. 아무리 해도, 어떻게 해도 완벽할 수 없는 주부들의 집안일을 자기 회사의 가전제품이 기꺼이 도와주어 완벽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광고는 속삭이고 있었다.
저자는 특히 1920년대 미국 소비자본주의의 첨병에 선 광고 사진들을 통해 당시 가전제품의 광고 메시지가 소비자인 주부의 욕망을 어떻게 충족시키면서 설득시켰는지를 보여준다. 구체적인 상품 광고의 이미지들과 메시지를 통해 표현된 가사기술의 능력과 당시의 이상적인 여성상은 ‘지옥 같은 세상’에서 남편이 고군분투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는 집을 ‘천국 같은 안식처’로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수사법에 다름 아니었다.
그림 같은 집의 기이한 패러독스
저자는 이반 일리치, 루스 코완, 수전 스트레서, 매릴린 옐롬 등 여성과 가사노동, 가사기술에 대한 연구를 망라하고, 서구 페미니즘의 역사가 가사기술에 끼친 영향을 개괄하며, 당시 미국 중심의 시대별 인구센서스와 잡지 광고를 통해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트렌드를 훑어낸다. 특히 당시 미국 가정의 경우, 노동절약적이고도 시간절약적인 가전제품들이 20세기 전반을 통해 줄줄이 도입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여성들의 가사노동시간이 여전하거나 오히려 더 늘어났는지에 대해 세탁기, 청소기, 냉장고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소비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앞으로 많은 가전제품들이 출현한다손 치더라도, 가사노동이 구조적으로 그림자노동을 벗어날 수 없다면, 또한 대부분 주부만의 몫이라면, 역사학자 루스 코완이 제기한 ‘기이한 패러독스’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가전제품은 가사노동의 강도를 줄여주었지만, 집안일은 할머니 세대, 어머니 세대와 비슷했다. 그렇다면 노동절약을 목표로 한 가사기술은 가정주부의 힘든 일은 줄여주었을지라도 가사노동시간은 줄여주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하여
오늘날 미국 사회건 한국 사회건 가부장제가 많이 부식되었지만, 여전히 아내와 주부는 끊임없이 감정을 소비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가정을 유지하는 데, 아이를 돌보는 데 사용하고 있다. 만약 가사노동이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 최소한이라도 공평하게 분배되고, 여기에 자녀들이 자발적으로 가사노동에서 할 수 있는 자신의 일을 찾아서 부모를 돕는다면 ‘코완의 패러독스’는 상당 부분 해결될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가정에서 계속적으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거나, 더 많이 구입하거나, 더 크게 집을 넓힌다면 가사노동시간의 감소로 인한 여가시간의 증가 혹은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는 여유로운 삶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그것은 미국뿐 아니라 이 땅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나라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이 OECD에서 최하위인 지금의 현실을 비추어볼 때 더욱 그러하다.
목차
서론
제1장 ‘그림자노동’으로서의 가사노동
1. 가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가
2. 숭배된 ‘진정한 여성성’이란?
제2장 ‘가정(경제)학’의 탄생
1. 엘런 리처즈, 가정을 과학으로 포장하다
2. 가정에서의 ‘관리 혁명’을 꿈꾸다
3. ‘부엌 없는 가정’의 벽
제3장 가내하인에서 전기하인으로
1. 기술변화는 사회변화를 가져왔을까
2. 중산층과 가내하인
3. 가전제품의 출현과 확산
제4장 가전제품의 시대적 배경과 광고
제5장 세탁하기: 다리미와 세탁기
1. 세탁기는 여성을 해방시켰는가
2. 일상의 필수품이 된 전기다리미
3. ‘우울한 월요일’의 세탁
제6장 청소하기: 진공청소기
제7장 음식하기: 가스/전기레인지와 냉장고
1. 가스/전기레인지의 경쟁
2. 냉장고로 달라진 일상생활
3. 냉장고 광고가 주는 메시지들
제8장 가사기술은 가사노동의 해방을 가져왔는가
1.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 ‘어떻게’, ‘얼마나’
2. ‘코완의 패러독스’
3. 가사노동시간 측정에 대한 역사적 접근
4. 왜 여성들의 가사노동시간은 여전할까?
제9장: 소비정치를 통해서 본 가사노동과 가사기술
1. 미국과 구소련의 ‘부엌 논쟁’
2. 다시 가사노동과 가사기술, 그 미완결의 문제로
에필로그: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감사의 글
미주
참고문헌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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