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자본주의 대 기후
- 대등서명
- Changes everything
- 개인저자
- 나오미 클라인 지음 ; 이순희 옮김
- 발행사항
- 서울: 열린책들, 2016
- 형태사항
- 796 p. ; 24 cm
- ISBN
- 9788932917689
- 청구기호
- 539.913 클231ㅇ
- 일반주기
- 색인수록 원저자명: Naomi Klein
소장정보
위치 | 등록번호 | 청구기호 / 출력 | 상태 | 반납예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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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료실 | 00018654 | 대출가능 | - |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 00018654
- 상태/반납예정일
- 대출가능
- -
- 위치/청구기호(출력)
- 1자료실
책 소개
“책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우리는 지금 엄중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기후 혼란이 세계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도록 지켜만 볼 것인가, 아니면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 경제의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인가?”
인류 최대의 현안인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이제껏 잘해오고 있으리라 짐작했던 선진국들의 기후 대응의 현 주소가 드러났다. 기후 변화 문제가 국제 사회에 불거진 1988년부터 약 한 세대 동안 인류를 대표한다는 정치인과 기업인이 써내려간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노 로고』, 『쇼크 독트린』 두 권의 밀리언셀러 작가인 나오미 클라인이 기후 변화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역학을 치밀하게 파고든 문제작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가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2014년 UN 기후 변화 정상 회담에 맞춰 조직된 대규모 시민 기후 행진 일주일 전에 발간되도록 기획되었으며, 출간 직후엔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서라는 찬사를 받으며 ‘뉴욕 타임스’를 포함한 유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남편 아비 루이스가 연출하고 본인이 직접 내레이터로 참여한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상영 중이다. 5년간 진행한 방대한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 과학자와 경제인, 환경 운동가들의 인터뷰를 종합하여 결실을 맺은 이 책은, 오늘날 기후 위기의 본질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문제임을 역설한다.
방대한 자료 속에 녹아 있는 저자의 생각은 명료하다.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는 집단, 그 집단을 후원하며 녹색 경제로의 이행을 막고 있는 자본가들, 그리고 우리 안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채취주의 사고방식이다. 저자는 총 13장에 걸쳐 대중들 사이에 만연한 기후 변화 부정론의 근원, 대형 환경 단체와 채취 산업의 불편한 커넥션, 탄소 감축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던 탄소 거래제의 참담한 실패, 기후 변화를 물리적으로 막기 위한 지구 공학자들과 억만장자들의 엉뚱한 프로젝트, 세계 각지의 기후 전선에서 채취 산업에 대항하는 블로카디아 운동의 급속한 전개 상황 등을 종횡무진 추적한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짓는다. 자본주의가 바뀌지 않는 한 기후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구가 불타는 걸 이대로 지켜볼 것인가
우리는 지금 화석 연료를 태우기 시작한 이래 섭씨 0.8도 상승한 지구에 살고 있다. 이 책이 인용한 연구 자료에 따르며, 1970년대 세계 전역에서 가뭄과 홍수, 극단적인 기온 변화, 산불, 폭풍 등 656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자연재해는 무려 다섯 배나 많은 3,654건으로 급증했다. 30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우리나라가 전례 없는 폭염과 미세 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던 2016년 6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는 35년만의 대형 홍수가 발생했다. 불과 보름 전인 2016년 5월 19일,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 주의 팔로디 마을에선 수은주가 51도까지 올라가면서 인도 사상 최고 기온을 찍었다. 미국 해양 대기 관리처NOAA에 따르면 올해 4월은 137년 기상 관측 이래 4월 기온으론 가장 따뜻한 달을 기록했다).
0.8도가 이 정도인데 그 이상 올라가면 어떤 충격적인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세계은행은 2012년 보고서를 통해 <섭씨 2도에 도달하거나 이를 넘어서면 서남극 대륙 빙하가 녹아내려 급격한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거나, 아마존 밀림에서 대규모 고사가 진행되어 생태계와 강, 농업, 에너지 생산, 생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의 추세로 섭씨 2도의 임계점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년밖에 없다는 게 기후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 협약이 합의한 섭씨 2도라는 목표도 위험한 수준이거니와 이조차 선진 공업국이 현재의 탄소 배출량을 매년 8~10퍼센트 감축할 때 이뤄질 수 있는 목표다. 나오미 클라인은 이와 같은 도전에 직면할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묻는다.
정부와 과학자들이 온실가스의 급격한 감축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올해의 행성>이라는 표제로 『타임』지 표지에 밧줄에 칭칭 감긴 지구가 실린 1988년이다. 1992년 각국 정부들은 리우에서 제1차 UN 지구 정상 회의를 열고, <UN 기후변화 협약UNFCCC>에 서명했고, 1997년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교토 의정서>가 채택되었다. 하지만 정부 간 협의체는 20년 동안 90회가 넘는 공식 회의를 하면서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2011년 더반에서 열린 UN 기후 회의에서 캐나다의 스물한 살 대학생이 각국 대표들을 향해 <당신들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협상만 하고 있다>고 돌직구를 날릴 정도였다. 기후 협약 논의가 한창이던 1990년을 기준으로, 2013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무려 61퍼센트나 늘어났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저자는 최근 25년간 경제와 환경 두 부문에서 진행된 자유 무역 협상과 기후 협약의 평행이론에 주목한다. 1992년 최초의 기후 협약이 체결되던 그해 공교롭게 북미 자유 무역 협정이 체결되었고, 1995년에는 세계 무역 기구가 출범했다. 이어 중국이 세계 무역 기구의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1980년대에 시작된 무역 및 투자 자유화의 흐름은 최고조를 맞았다. 하필, 경제의 세계화 흐름이 급속히 진행되는 시점에 지구 온난화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무역과 기후 협상이 이처럼 병렬적으로 전개되었지만, 각국 정부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과 무역 장벽 철폐라는 두 가지 약속이 정면충돌할 경우 어느 쪽을 우선시할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논의하지 않았다.> 심지어 1992년 리우 지구 정상 회의에서 채택된 기후 협약은 <기후 변화를 저지하는 방안으로 채택된 모든 수단은 (…) 국제 무역에 대한 제약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기후 문제가 불거진 이래로 기후 대 자본주의의 전쟁은 언제나 아이와 어른의 축구 시합이었다.
구세주는 없다
해리스 여론 조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석 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이 기후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믿는 미국인들의 비율은 2007년 71퍼센트에서 2009년 51퍼센트로 감소했고, 2011년 6월에는 44퍼센트로 나타났다. 전 세계 기후 과학자들의 97퍼센트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경고하는데도 왜 인류의 생존이 달린 사안이 대중들 사이에서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인식되고 있을까?
대중들이 기후 변화에 무관심한 데는 일종의 안이한 믿음도 깔려 있다. 갑자기 새로운 신기술이 나타나서, 또는 억만장자가 나타나서 우리를 구해 줄 거라는 것이다. 나오미 클라인은 이러한 믿음을 <주술적 사고>라고 명명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국의 버진 그룹 총수 리처드 브랜슨이 한 예다. 브랜슨은 『불편한 진실』의 저자 앨 고어를 만난 뒤 예수를 만나 회심한 바울처럼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거액을 투입하겠다고 담대한 계획을 제안한다. 향후 10년간 버진 항공과 철도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모든 수익(30억 달러)을 화석 연료를 대체할 생물 연료와 기타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또 하나는 버진 어스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기후 변화를 막는 기술을 발명하는 사람에게 <과학과 기술 분야 최고의 상금> 2,500만 달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빌 클린턴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고, 『뉴요커』지는 <이제껏 지구 온난화 대응책으로 제시된 것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약속>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10년이 다 되어 갈 때까지 브랜슨이 투입한 금액은 약속한 액수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고, 버진 어스 챌린지는 애초 취지가 무색하게 채취 산업을 상대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브랜슨의 자산은 2006년 28억 달러에서 2014년 51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빌 게이츠 역시 공식석상에서는 언제나 기후 변화에 우려를 표명해 왔지만, 2013년 게이츠 재단을 통해 대형 석유 기업인 BP사와 엑슨모빌 두 회사에 투자한 돈만 12억 달러가 넘는다. 그는 직접 투자자로 있는 테라파워를 통해 아직 개발 되지 않은 새로운 원자로에 관심을 쏟는 한편, 탄소 흡수 기계, 기후 조절 기술에 몰두한다. 빌 게이츠는 현재 실용성이 증명된 태양광 같은 에너지 해법을 <귀엽지만 비경제적>이라고 비판하지만, 나오미 클라인은 <그러나 이 귀여운 기술은 독일 전력의 25퍼센트를 공급하고 있다>고 조롱한다.
저자는 억만장자들이 내놓은 터무니없는 계획들이 몇 년째 진지하게 취급되는 것은 우리 문화에서 가장 중독성 강한 서사의 힘, <기술이 우리 행동의 결과로부터 우리를 지켜 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류를 상대로 한 엘리트들의 도박
기후 변화의 해법으로 근래 종종 거론되는 기술적 해법이 있다. 급격히 진행되는 기후 변화를 세계적인 규모의 기술 개입을 동원해 역전시키려는 지구 공학이다. 2011년 영국 왕립 학회가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이 주제를 다뤘다. 놀라운 사실은 지구 공학에 대한 논의가 이젠 실행 주체를 따질 정도로 급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논의하는 지구 공학적 방법 중 유력한 것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열을 줄이기 위해 햇빛을 반사시켜 우주로 돌려보내는 방안이다. 전문 용어로는 <태양 복사 관리>라고 부르고,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의 이름을 따 <피나투보 옵션Pinatubo option>이라고도 한다.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 대개는 화산재와 가스가 대기층 하단에 유입되고, 이 대기층에서 형성된 황산 입자가 지구 표면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많은 양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곧장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이 이 경우였다. 이때는 황산 입자가 지구 표면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주 동안 성층권에 머물며 태양열이 지표면에 닿는 것을 차단한다.
그러나 피나투보 옵션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더 이상 맑은 하늘을 볼 수 없다는 점이나 바다로 흡수된 황산 때문에 해양 산성화가 극심해진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지구의 일부 지역, 예컨대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프리카의 광범위한 지역들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또한 한번 열린 판도라의 상자를 닫을 방법도 없고, 설령 닫을 수 있다고 해도 그사이 누적된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앙과 같은 현실에 마주할 수 있다. 억만장자들의 후원을 받은 과학자들이 밀실에서 전 인류를 대상으로 19세기 과학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위험한 프로젝트를 논의 중인 사실에 경악한 저자가 이들을 <지구 공학 패거리>라고 부르는 것도 당연하다.
자본주의로는 지구를 구할 수 없다
지구 온난화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그중 하나가 탄소 배출권 거래제이다. 유럽 연합의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2005년에 출범하여, 2010년까지 5천 억 달러가 넘는 탄소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 제도는 모든 공업국에 온실가스 배출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대신 탄소 배출권을 발행하여 사고팔 수 있게 하고, 삼림을 보존하거나 배출이 심한 공장을 개량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탄소 저감 실적권>을 인정해 자신이 내뿜은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기업들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파괴함으로써 제품 판매 수익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기도 하고, 삼림 통제를 위해 오랫동안 숲을 터전으로 생활해 온 원주민을 내쫒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한 유럽에 경제 위기가 닥쳐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자 배출권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그 결과 <2012년 영국의 전력에서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퍼센트 넘게 상승했고, 독일에서는 석탄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량이 급증했다.> 2012년 UN에서 직접 위촉하여 발간한 보고서는 이 체제가 <근본적으로 붕괴했다>고 쓰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탄소 시장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을 마치 또 다른 오염 물질을 배출하기 위한 화폐처럼 여기게 된다. 지리학자 브람 뷔스허르는 탄소 시장 메커니즘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표현하기 위해 <유동성 자연liquid nature>이라는 용어를 썼다. 나오미 클라인은 뷔스허르가 간파한 내용을 이렇게 정리한다. <나무와 초원과 산은 이 시스템에 들어오는 순간 땅에서 뿌리 뽑힌 상품이 된다. (…) 원시림은 겉보기에는 예전과 똑같이 무성함과 활력을 유지하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더러운 화력 발전소의 연장물로 둔갑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우리를 구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 중에 하나로 <희생 지대>를 지목한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희생 지대>를 필요로 한다. 희생 지대는 경제 성장의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돌볼 필요도 없고 오염물을 투입하거나 고갈시키거나 파괴해도 되는 장소를 말한다. 이 책은 나우루 섬의 비극적인 역사를 한 챕터로 다룬다. 1968년 호주 정부로부터 독립국으로 인정받은 인구 1만 명의 작은 섬 나우루는 70~80년대에 엄청난 부가 흘러넘치는 곳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섬에서 채취되는 인산칼슘 덕분이었다. 1985년 AP 통신은 <아랍 산유국보다 높은 세계 최고의 1인당 국민 총생산을 자랑>한다고 나우루를 소개했다. 하지만 쉬운 돈벌이에 매달려 왔던 수십 년 세월은 나우루 주민들의 생활과 문화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음주 운전이 사망 원인 1위였으며, <지구 상에서 비만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오명까지 안았다. 1990년대 말에 이르러 나우루는 추적과 감독을 피해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유령 은행들의 <근거지>가 되었고, 2001년부터는 부족한 국고를 채우기 위해 호주 정부에 역외 난민 수용소 부지를 제공하는 데 동의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 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출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2011년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 당시 나우루 대통령 마커스 스티븐은 이렇게 말했다. <나우루는 선택권을 잃어버린 나라가 어떤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 세계는 석탄과 석유를 거리낌 없이 태우면서 나우루와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역사가 문을 두드릴 때 우리는 답을 했는가
전작 『쇼크 독트린』에서 제시된 <재난 자본주의>는 바로 기후 변화와도 연결된다. 갑자기 거대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자본주의의 정점에 위치한 소수의 엘리층들이 그 위기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나오미 클라인은 앞으로 펼쳐질 기후 재앙에 대비해 우리가 반드시 깨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채취 산업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현상에서 희망의 단초를 발견한다. 바로 블로카디아Blockadia다. 이것은 지도에 표시된 특정 장소를 가리키는 지명이 아니다. 노천 채광이나 가스 채취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국경을 초월한 충돌의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제껏 채취 산업은 나우루 섬과 같은 해외의 벽지나 정치적으로 무력한 지역에 터를 잡고 채취 활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채취 기술의 발달로 이젠 미국 본토에서도 대량의 화석 연료 채취가 가능해졌다. 그 결과 미국에서 석유를 운반하는 철도 차량의 수는 2008년 9,500대에서 2013년 40만 대로 5년 사이에 4,111퍼센트나 급증했다. 2013년 철도 사고로 인한 석유 유출량이 지난 40년간의 유출량을 훨씬 앞지른다. 이런 현실 속에서 수백, 수천 개의 마을과 도시들은 <석유 폭탄>을 실어 나르는 화물 열차들의 수송 경로에 자신들 또한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불시에 깨닫는다.
나오미 클라인은 <이제 금단의 지역은 없다>고 말한다. 프래킹 설비는 미국과 캐나다의 중산층 지대를 넘보며 엄청나게 넓은 땅을 뒤덮기 시작했다. 2013년 「월스트리트 저널」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미국인 1,500만 명 이상은 프래킹이 진행되는 유정에서 2.5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심지어 2014년 2월에는 거대 석유 기업 엑슨의 최고 경영자 렉스 틸러슨이 자택 인근에서 진행되는 프래킹 관련 행위에 대해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이유에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콜로라도 주 민주당 하원 의원 재러드 폴리스는 이렇게 빈정거렸다. <렉스의 《시추 행위에 포위되어 격분한 시민들의 모임》 가입을 공식적으로 환영한다. (…)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오랫동안 사유 재산의 가치 및 공동체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싸워 왔다. 시시각각 팽창하는 우리 대열에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국제적인 기업의 최고 경영자까지 합세했으니 감개가 무량할 따름이다.>
이제는 죽은 것들이 쉴 수 있도록 놔두어야 한다
장 폴 사르트르는 화석 연료를 <다른 생명체들이 인류에게 남겨 준 자본>이라고 했다. 우리는 <하필이면>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시대에 태어난 우리 세대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화석 연료를 적으로 돌리기 쉽다. 기상 이변으로 인명과 재산이 희생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석 연료는 문자 그대로 오래전에 죽은 생명체들이 부패하면서 남긴 잔존물이다. 이런 물질들이 본질적으로 유해한 것은 아니다. 호주의 기후 과학자 팀 플래너리가 말하듯, <석탄은 일종의 천연 스펀지처럼 우라늄, 카드뮴, 수은 등 지하수에 녹아 있는 여러 가지 물질들을 흡수한다.> 화석 연료가 있어야 할 곳은 땅속이며, 그곳에서 대기 중에 배출했던 탄소를 비롯하여 각종 독성 물질을 지하에 격리시키는 막중한 생태학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 점에서 지구 온난화의 해법은 더없이 단순하다. <이제는 죽은 것들이 쉴 수 있도록 놔두어야 할 때다.>
나오미 클라인은 기후 변화가 문명의 경종이며, 산불과 홍수, 폭풍, 가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주장한다. 우리 앞에 놓은 도전은 만만치 않다. 시간이 없고, 넘어야 할 장벽은 높다. 하지만 저자는 <지구 온난화는 위기이자 곧 기회>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이전부터 존재해 온 물질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화석 연료의 채취를 기반으로 한 무한 팽창주의에서 평등주의와 공동체주의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임을 역설한다. 저자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확신한다. <기후 변화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그것 말고는 그 어떤 것도 필연이 아니다.>
—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우리는 지금 엄중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기후 혼란이 세계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도록 지켜만 볼 것인가, 아니면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 경제의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인가?”
인류 최대의 현안인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이제껏 잘해오고 있으리라 짐작했던 선진국들의 기후 대응의 현 주소가 드러났다. 기후 변화 문제가 국제 사회에 불거진 1988년부터 약 한 세대 동안 인류를 대표한다는 정치인과 기업인이 써내려간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노 로고』, 『쇼크 독트린』 두 권의 밀리언셀러 작가인 나오미 클라인이 기후 변화를 둘러싼 정치‧경제적 역학을 치밀하게 파고든 문제작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가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2014년 UN 기후 변화 정상 회담에 맞춰 조직된 대규모 시민 기후 행진 일주일 전에 발간되도록 기획되었으며, 출간 직후엔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서라는 찬사를 받으며 ‘뉴욕 타임스’를 포함한 유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남편 아비 루이스가 연출하고 본인이 직접 내레이터로 참여한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상영 중이다. 5년간 진행한 방대한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 과학자와 경제인, 환경 운동가들의 인터뷰를 종합하여 결실을 맺은 이 책은, 오늘날 기후 위기의 본질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의 문제임을 역설한다.
방대한 자료 속에 녹아 있는 저자의 생각은 명료하다. 문제는 탄소가 아니라 자본주의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는 집단, 그 집단을 후원하며 녹색 경제로의 이행을 막고 있는 자본가들, 그리고 우리 안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채취주의 사고방식이다. 저자는 총 13장에 걸쳐 대중들 사이에 만연한 기후 변화 부정론의 근원, 대형 환경 단체와 채취 산업의 불편한 커넥션, 탄소 감축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던 탄소 거래제의 참담한 실패, 기후 변화를 물리적으로 막기 위한 지구 공학자들과 억만장자들의 엉뚱한 프로젝트, 세계 각지의 기후 전선에서 채취 산업에 대항하는 블로카디아 운동의 급속한 전개 상황 등을 종횡무진 추적한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짓는다. 자본주의가 바뀌지 않는 한 기후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구가 불타는 걸 이대로 지켜볼 것인가
우리는 지금 화석 연료를 태우기 시작한 이래 섭씨 0.8도 상승한 지구에 살고 있다. 이 책이 인용한 연구 자료에 따르며, 1970년대 세계 전역에서 가뭄과 홍수, 극단적인 기온 변화, 산불, 폭풍 등 656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자연재해는 무려 다섯 배나 많은 3,654건으로 급증했다. 30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다(우리나라가 전례 없는 폭염과 미세 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던 2016년 6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는 35년만의 대형 홍수가 발생했다. 불과 보름 전인 2016년 5월 19일,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 주의 팔로디 마을에선 수은주가 51도까지 올라가면서 인도 사상 최고 기온을 찍었다. 미국 해양 대기 관리처NOAA에 따르면 올해 4월은 137년 기상 관측 이래 4월 기온으론 가장 따뜻한 달을 기록했다).
0.8도가 이 정도인데 그 이상 올라가면 어떤 충격적인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세계은행은 2012년 보고서를 통해 <섭씨 2도에 도달하거나 이를 넘어서면 서남극 대륙 빙하가 녹아내려 급격한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거나, 아마존 밀림에서 대규모 고사가 진행되어 생태계와 강, 농업, 에너지 생산, 생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의 추세로 섭씨 2도의 임계점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년밖에 없다는 게 기후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 협약이 합의한 섭씨 2도라는 목표도 위험한 수준이거니와 이조차 선진 공업국이 현재의 탄소 배출량을 매년 8~10퍼센트 감축할 때 이뤄질 수 있는 목표다. 나오미 클라인은 이와 같은 도전에 직면할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묻는다.
정부와 과학자들이 온실가스의 급격한 감축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올해의 행성>이라는 표제로 『타임』지 표지에 밧줄에 칭칭 감긴 지구가 실린 1988년이다. 1992년 각국 정부들은 리우에서 제1차 UN 지구 정상 회의를 열고, <UN 기후변화 협약UNFCCC>에 서명했고, 1997년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교토 의정서>가 채택되었다. 하지만 정부 간 협의체는 20년 동안 90회가 넘는 공식 회의를 하면서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2011년 더반에서 열린 UN 기후 회의에서 캐나다의 스물한 살 대학생이 각국 대표들을 향해 <당신들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협상만 하고 있다>고 돌직구를 날릴 정도였다. 기후 협약 논의가 한창이던 1990년을 기준으로, 2013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무려 61퍼센트나 늘어났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저자는 최근 25년간 경제와 환경 두 부문에서 진행된 자유 무역 협상과 기후 협약의 평행이론에 주목한다. 1992년 최초의 기후 협약이 체결되던 그해 공교롭게 북미 자유 무역 협정이 체결되었고, 1995년에는 세계 무역 기구가 출범했다. 이어 중국이 세계 무역 기구의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1980년대에 시작된 무역 및 투자 자유화의 흐름은 최고조를 맞았다. 하필, 경제의 세계화 흐름이 급속히 진행되는 시점에 지구 온난화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무역과 기후 협상이 이처럼 병렬적으로 전개되었지만, 각국 정부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과 무역 장벽 철폐라는 두 가지 약속이 정면충돌할 경우 어느 쪽을 우선시할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논의하지 않았다.> 심지어 1992년 리우 지구 정상 회의에서 채택된 기후 협약은 <기후 변화를 저지하는 방안으로 채택된 모든 수단은 (…) 국제 무역에 대한 제약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기후 문제가 불거진 이래로 기후 대 자본주의의 전쟁은 언제나 아이와 어른의 축구 시합이었다.
구세주는 없다
해리스 여론 조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석 연료의 지속적인 사용이 기후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믿는 미국인들의 비율은 2007년 71퍼센트에서 2009년 51퍼센트로 감소했고, 2011년 6월에는 44퍼센트로 나타났다. 전 세계 기후 과학자들의 97퍼센트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경고하는데도 왜 인류의 생존이 달린 사안이 대중들 사이에서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인식되고 있을까?
대중들이 기후 변화에 무관심한 데는 일종의 안이한 믿음도 깔려 있다. 갑자기 새로운 신기술이 나타나서, 또는 억만장자가 나타나서 우리를 구해 줄 거라는 것이다. 나오미 클라인은 이러한 믿음을 <주술적 사고>라고 명명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영국의 버진 그룹 총수 리처드 브랜슨이 한 예다. 브랜슨은 『불편한 진실』의 저자 앨 고어를 만난 뒤 예수를 만나 회심한 바울처럼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거액을 투입하겠다고 담대한 계획을 제안한다. 향후 10년간 버진 항공과 철도 부문에서 벌어들이는 모든 수익(30억 달러)을 화석 연료를 대체할 생물 연료와 기타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또 하나는 버진 어스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기후 변화를 막는 기술을 발명하는 사람에게 <과학과 기술 분야 최고의 상금> 2,500만 달러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빌 클린턴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고, 『뉴요커』지는 <이제껏 지구 온난화 대응책으로 제시된 것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약속>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10년이 다 되어 갈 때까지 브랜슨이 투입한 금액은 약속한 액수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고, 버진 어스 챌린지는 애초 취지가 무색하게 채취 산업을 상대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그 기간 동안 브랜슨의 자산은 2006년 28억 달러에서 2014년 51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빌 게이츠 역시 공식석상에서는 언제나 기후 변화에 우려를 표명해 왔지만, 2013년 게이츠 재단을 통해 대형 석유 기업인 BP사와 엑슨모빌 두 회사에 투자한 돈만 12억 달러가 넘는다. 그는 직접 투자자로 있는 테라파워를 통해 아직 개발 되지 않은 새로운 원자로에 관심을 쏟는 한편, 탄소 흡수 기계, 기후 조절 기술에 몰두한다. 빌 게이츠는 현재 실용성이 증명된 태양광 같은 에너지 해법을 <귀엽지만 비경제적>이라고 비판하지만, 나오미 클라인은 <그러나 이 귀여운 기술은 독일 전력의 25퍼센트를 공급하고 있다>고 조롱한다.
저자는 억만장자들이 내놓은 터무니없는 계획들이 몇 년째 진지하게 취급되는 것은 우리 문화에서 가장 중독성 강한 서사의 힘, <기술이 우리 행동의 결과로부터 우리를 지켜 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류를 상대로 한 엘리트들의 도박
기후 변화의 해법으로 근래 종종 거론되는 기술적 해법이 있다. 급격히 진행되는 기후 변화를 세계적인 규모의 기술 개입을 동원해 역전시키려는 지구 공학이다. 2011년 영국 왕립 학회가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이 주제를 다뤘다. 놀라운 사실은 지구 공학에 대한 논의가 이젠 실행 주체를 따질 정도로 급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논의하는 지구 공학적 방법 중 유력한 것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열을 줄이기 위해 햇빛을 반사시켜 우주로 돌려보내는 방안이다. 전문 용어로는 <태양 복사 관리>라고 부르고,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의 이름을 따 <피나투보 옵션Pinatubo option>이라고도 한다.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 대개는 화산재와 가스가 대기층 하단에 유입되고, 이 대기층에서 형성된 황산 입자가 지구 표면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많은 양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곧장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이 이 경우였다. 이때는 황산 입자가 지구 표면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주 동안 성층권에 머물며 태양열이 지표면에 닿는 것을 차단한다.
그러나 피나투보 옵션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더 이상 맑은 하늘을 볼 수 없다는 점이나 바다로 흡수된 황산 때문에 해양 산성화가 극심해진다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지구의 일부 지역, 예컨대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프리카의 광범위한 지역들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또한 한번 열린 판도라의 상자를 닫을 방법도 없고, 설령 닫을 수 있다고 해도 그사이 누적된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앙과 같은 현실에 마주할 수 있다. 억만장자들의 후원을 받은 과학자들이 밀실에서 전 인류를 대상으로 19세기 과학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위험한 프로젝트를 논의 중인 사실에 경악한 저자가 이들을 <지구 공학 패거리>라고 부르는 것도 당연하다.
자본주의로는 지구를 구할 수 없다
지구 온난화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그중 하나가 탄소 배출권 거래제이다. 유럽 연합의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2005년에 출범하여, 2010년까지 5천 억 달러가 넘는 탄소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 제도는 모든 공업국에 온실가스 배출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대신 탄소 배출권을 발행하여 사고팔 수 있게 하고, 삼림을 보존하거나 배출이 심한 공장을 개량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탄소 저감 실적권>을 인정해 자신이 내뿜은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기업들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파괴함으로써 제품 판매 수익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기도 하고, 삼림 통제를 위해 오랫동안 숲을 터전으로 생활해 온 원주민을 내쫒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한 유럽에 경제 위기가 닥쳐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자 배출권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그 결과 <2012년 영국의 전력에서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퍼센트 넘게 상승했고, 독일에서는 석탄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량이 급증했다.> 2012년 UN에서 직접 위촉하여 발간한 보고서는 이 체제가 <근본적으로 붕괴했다>고 쓰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탄소 시장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을 마치 또 다른 오염 물질을 배출하기 위한 화폐처럼 여기게 된다. 지리학자 브람 뷔스허르는 탄소 시장 메커니즘이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표현하기 위해 <유동성 자연liquid nature>이라는 용어를 썼다. 나오미 클라인은 뷔스허르가 간파한 내용을 이렇게 정리한다. <나무와 초원과 산은 이 시스템에 들어오는 순간 땅에서 뿌리 뽑힌 상품이 된다. (…) 원시림은 겉보기에는 예전과 똑같이 무성함과 활력을 유지하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더러운 화력 발전소의 연장물로 둔갑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우리를 구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 중에 하나로 <희생 지대>를 지목한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희생 지대>를 필요로 한다. 희생 지대는 경제 성장의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돌볼 필요도 없고 오염물을 투입하거나 고갈시키거나 파괴해도 되는 장소를 말한다. 이 책은 나우루 섬의 비극적인 역사를 한 챕터로 다룬다. 1968년 호주 정부로부터 독립국으로 인정받은 인구 1만 명의 작은 섬 나우루는 70~80년대에 엄청난 부가 흘러넘치는 곳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섬에서 채취되는 인산칼슘 덕분이었다. 1985년 AP 통신은 <아랍 산유국보다 높은 세계 최고의 1인당 국민 총생산을 자랑>한다고 나우루를 소개했다. 하지만 쉬운 돈벌이에 매달려 왔던 수십 년 세월은 나우루 주민들의 생활과 문화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음주 운전이 사망 원인 1위였으며, <지구 상에서 비만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오명까지 안았다. 1990년대 말에 이르러 나우루는 추적과 감독을 피해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유령 은행들의 <근거지>가 되었고, 2001년부터는 부족한 국고를 채우기 위해 호주 정부에 역외 난민 수용소 부지를 제공하는 데 동의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 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출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2011년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 당시 나우루 대통령 마커스 스티븐은 이렇게 말했다. <나우루는 선택권을 잃어버린 나라가 어떤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 세계는 석탄과 석유를 거리낌 없이 태우면서 나우루와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역사가 문을 두드릴 때 우리는 답을 했는가
전작 『쇼크 독트린』에서 제시된 <재난 자본주의>는 바로 기후 변화와도 연결된다. 갑자기 거대한 재난이 일어났을 때, 자본주의의 정점에 위치한 소수의 엘리층들이 그 위기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나오미 클라인은 앞으로 펼쳐질 기후 재앙에 대비해 우리가 반드시 깨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채취 산업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현상에서 희망의 단초를 발견한다. 바로 블로카디아Blockadia다. 이것은 지도에 표시된 특정 장소를 가리키는 지명이 아니다. 노천 채광이나 가스 채취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국경을 초월한 충돌의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지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제껏 채취 산업은 나우루 섬과 같은 해외의 벽지나 정치적으로 무력한 지역에 터를 잡고 채취 활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채취 기술의 발달로 이젠 미국 본토에서도 대량의 화석 연료 채취가 가능해졌다. 그 결과 미국에서 석유를 운반하는 철도 차량의 수는 2008년 9,500대에서 2013년 40만 대로 5년 사이에 4,111퍼센트나 급증했다. 2013년 철도 사고로 인한 석유 유출량이 지난 40년간의 유출량을 훨씬 앞지른다. 이런 현실 속에서 수백, 수천 개의 마을과 도시들은 <석유 폭탄>을 실어 나르는 화물 열차들의 수송 경로에 자신들 또한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불시에 깨닫는다.
나오미 클라인은 <이제 금단의 지역은 없다>고 말한다. 프래킹 설비는 미국과 캐나다의 중산층 지대를 넘보며 엄청나게 넓은 땅을 뒤덮기 시작했다. 2013년 「월스트리트 저널」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미국인 1,500만 명 이상은 프래킹이 진행되는 유정에서 2.5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심지어 2014년 2월에는 거대 석유 기업 엑슨의 최고 경영자 렉스 틸러슨이 자택 인근에서 진행되는 프래킹 관련 행위에 대해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이유에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콜로라도 주 민주당 하원 의원 재러드 폴리스는 이렇게 빈정거렸다. <렉스의 《시추 행위에 포위되어 격분한 시민들의 모임》 가입을 공식적으로 환영한다. (…)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이 모임은 오랫동안 사유 재산의 가치 및 공동체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싸워 왔다. 시시각각 팽창하는 우리 대열에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국제적인 기업의 최고 경영자까지 합세했으니 감개가 무량할 따름이다.>
이제는 죽은 것들이 쉴 수 있도록 놔두어야 한다
장 폴 사르트르는 화석 연료를 <다른 생명체들이 인류에게 남겨 준 자본>이라고 했다. 우리는 <하필이면>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시대에 태어난 우리 세대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화석 연료를 적으로 돌리기 쉽다. 기상 이변으로 인명과 재산이 희생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석 연료는 문자 그대로 오래전에 죽은 생명체들이 부패하면서 남긴 잔존물이다. 이런 물질들이 본질적으로 유해한 것은 아니다. 호주의 기후 과학자 팀 플래너리가 말하듯, <석탄은 일종의 천연 스펀지처럼 우라늄, 카드뮴, 수은 등 지하수에 녹아 있는 여러 가지 물질들을 흡수한다.> 화석 연료가 있어야 할 곳은 땅속이며, 그곳에서 대기 중에 배출했던 탄소를 비롯하여 각종 독성 물질을 지하에 격리시키는 막중한 생태학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 점에서 지구 온난화의 해법은 더없이 단순하다. <이제는 죽은 것들이 쉴 수 있도록 놔두어야 할 때다.>
나오미 클라인은 기후 변화가 문명의 경종이며, 산불과 홍수, 폭풍, 가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주장한다. 우리 앞에 놓은 도전은 만만치 않다. 시간이 없고, 넘어야 할 장벽은 높다. 하지만 저자는 <지구 온난화는 위기이자 곧 기회>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이전부터 존재해 온 물질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화석 연료의 채취를 기반으로 한 무한 팽창주의에서 평등주의와 공동체주의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임을 역설한다. 저자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확신한다. <기후 변화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그것 말고는 그 어떤 것도 필연이 아니다.>
목차
추천의 말
서문 어쨌든, 모든 것은 변한다
1부 하필 이런 때
1장 우파가 옳다
2장 세계화 경제와 온난화
3장 공공 부문의 재건과 오염자 부담 원칙
4장 과감한 계획과 적극적인 봉쇄
5장 채취주의를 넘어서
2부 주술적 사고
6장 뿌리는 캐내지 않고 열매만 따 먹기
7장 구세주는 없다
8장 햇빛을 차단하라
3부 어쨌든 시작하자
9장 블로카디아
10장 사랑으로 지구를 살리자
11장 군대라도 가지고 있나?
12장 하늘은 모두의 것
13장 재생산의 권리
결론 도약의 순간들: 위기가 곧 기회다
주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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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