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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수학의 위로

대등서명
Geometry of grief
발행사항
서울: 디플롯 2022
형태사항
263 p. : 21cm
ISBN
9791197918117
청구기호
416.742 F813ㅅ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9535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9535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상실과 부재 속에서도 사랑하고, 살아가고, 기억하는 일
점과 선으로 그려낸 마음의 파편들이 세계를 새롭게 보는 문을 열게 한다
“상실을 경험한, 상실을 경험할 우리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허준이 교수

《수학의 위로》는 노년의 수학자가 점과 선으로 부서진 삶의 조각들을 헤아려본 이야기이다. 마이클 프레임은 세인트앨번스에서 예일대, 그리고 고양이가 기다리는 서재에 이르기까지 마주했던 비탄의 순간들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다. 은퇴한 예일대 교수이자 수학자인 프레임의 회고가 상실과 부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위로’다. 수학이 우리에게 어떤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평온함이 절실한 이가 이 책을 앞에 두고, 호기심과 낯섦 사이에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일 것이다. 숫자와 공식, 그래프에 압도되었던 경험은 수학을 우리 삶에서 밀어내고 그 사이에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을 쌓도록 만들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점과 선으로 이뤄진 공간에 놓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이 무너져내린 삶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한다”는 허준이 교수의 말이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모순으로 가득한 실제를 무모순의 세계에 비춰보았을 때 우리의 삶, 우리의 아픔은 그 안에서 재구성되고, 새로운 관점으로 세계를 해석할 힘을 얻게 된다. 지혜와 따뜻함을 두루 갖춘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고요함 속에 기억 속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학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 위로의 수학이다.

노이만, 망델브로 그리고 프레임

마이클 프레임의 개인사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프랙털(어떤 식으로든 간에 전체를 닮은 조각들로 이루어진 모양)’을 대중에게 알린 브누아 망델브로다. 프레임에게 예일대로 오라고 초청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망델브로는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천재 수학자, 존 폰 노이만과 함께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앨런 튜링 등 걸출한 학자들이 거쳐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는, 2022년 필즈상을 수상하며 국내에 널리 알려진 허준이 교수가 방문교수로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예일대에 정착한 프레임은 망델브로가 프랙털기하학에 관한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데 동참했다. 《수학의 위로》에서 노이만, 망델브로에 관한 짧고 흥미로운 일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프레임은 2016년 예일대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수학의 아름다움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던 훌륭한 교사다. 특별히 2013년에 그가 수상한 드베인 메달은 1966년부터 매년, 강의와 연구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보여준 교수에게 주어지는 것으로서, 예일대 학장을 지낸 윌리엄 클라이드 드베인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에 더해 맥크레디상, 딜런힉슨상 등을 수상한 그의 경력은 그가 뛰어난 교사이자 수학자로서 살아왔다는 걸 증명해준다.

비탄의 기하학


프레임은 먼저 기하학을 소개한다. 점·선·면의 학문이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그가 말하는 기하학은 조금 더 우아하고 본질적이다. 프레임은 기하학이 세계의 모습과 돌아가는 방식을 모형화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프랙털 관점에서 조금 더 일찍 현상들을 이해하려고 시도했었다면,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인류가 발전했을 것이라는 프레임의 생각에서 기하학에 대한 그의 애착을 느낄 수 있다. 해안선, 고사리잎, 허파, 신경계 등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프랙털은 ‘자기 유사성’을 띈다. 아주 복잡하게 보이는 구조나 체계도 그 안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프레임은 프랙털을 해체, 분석하는 법을 알게 되면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관점은 어떤 모양이나 현상에서 느꼈던 아름다움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잃게 만든다. 프레임은 이처럼 ‘다시 느끼지 못할’ 감각의 상실에 비통함을 느꼈다고 고백하며 비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비탄의 시작에서부터 그 너머의 삶과 이야기

‘비탄(Grief)’이란 무엇인가. 프레임은 자신이 사랑하고, “60년 동안 머릿속에서 밟고 다닌 길”이라 말한 기하학의 눈을 빌어 비탄을 정의한다. 슬픔(Sadness)과 유사한 감정적 반응이지만 비탄은 단순한 슬픔과 구분된다. 비탄은 돌이킬 수 없고, 엄청난 감정적 무게를 지니며, 초월적인 특성을 가진다. 그리고 자기 유사적이기도 하다. 프레임은 어머니의 죽음과 비 오는 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이 둘을 비교하며 비탄과 슬픔의 차이를 말한다. 맑은 날에 산책을 하고 공원 벤치에서 책을 읽으려 했던 계획이 비로 인해 무산될 수 있다. 아쉽고 슬플 수는 있으나 이런 감정적 반응을 비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앞서 프레임이 정의했던 비탄의 여러 특성 중에 들어맞는 것이 없다. 그저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 초월적이지도 않고 감정적 무게를 동반한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은 다르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건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비탄은 왜 존재하는가? 프레임은 존 아처, 바버라 킹, 랜돌프 네스 등의 저서를 토대로 비탄의 뿌리에 대해 들여다본다. 요컨대 비탄은 사랑과 결부되어 있으며,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이를 통해 프레임이 비탄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프레임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명확하게 밝힌다. 다만, 상실에 따른 고통을 줄이는 데 본인이 적용했던 방법을 넌지시 전해줄 뿐이다.

프레임은 본격적으로 기하학을 도구로 제시한다. 삶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x-y축으로 구성된 공간에 ‘투영’해보라고 제안한다. 이것이 ‘이야기 공간’이다. 예컨대 감정 상태는 두려움-편안함, 화남-차분함 등의 축으로 나타낼 수 있다. 프레임은 직관만 있다면 복잡한 수학적 정의를 동원하지 않고서도 이야기 공간의 점과 선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독자를 안심시킨다. 서로 만나지 않도록 그려진 점 혹은 선으로 불가역성, 도약 등의 의미를 전달한다. 프레임은 엄마가 있는 세계와 엄마가 없는 세계를, 사랑하는 반려묘 스크러피와 함께했던 놀이와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했던 놀이를 비교하며 자신의 삶을 ‘재조정’한 실마리를 이 공간에서 찾아냈다. 그리고 독자들을 이곳으로 초대한다.

프레임은 꼭 기하학이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가 기하학을 이용한 것은 “친숙해서다”. 독자의 하루가 노래들로 이어진다면, 음악을 가지고도 프레임 자신이 도달한 곳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소설, 영화, 체스, 요리, 춤 등 가장 친근한 것으로 접근해보라고 전한다. 비탄의 폭력이 잦아들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비탄은 우리에게 대담한 걸음을 뗄 힘을 줄 수 있다

기하학이 비탄의 칼끝을 무디게 할 수 있다는 걸 살펴본 후, 프레임은 ‘행동’을 투영해보라고 제안한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새겨진 작업장이 문을 열 수 없게 되었을 때, 프레임은 감정에서 행동으로 시점의 전환을 시도했다. 아버지와 함께 행동했던 일들, 이웃의 잔디깎기를 수리하거나 아이들에게 조각 그림 퍼즐과 나무 장난감 자동차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은 일들이 다른 이웃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프레임은 아버지께서 보여주셨던 행동, ‘이웃을 돕는 이웃’을 이야기 공간에 투영함으로써 비탄을 완화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비탄은 타인을 도울 수 있는 행동으로 자신의 삶을 내어줄 기회를 제공한다. 비탄의 뿌리를 살펴보면서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이가 무엇을 하고 싶었을지, 그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그의 선의가 닿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세계를 닫아버린다. 틈새로 비친 이전의 세계를 희미하게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게 하는 문을 연다. “몇몇 선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우리를 이끌곤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죽음뿐만 아니라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이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이다. 닿지 못한, 앞으로 닿지 못할 순간을 흘려보내야만 하는 필연에 우리는 또다시 쓰러지고 힘겨워할 것이다. 상실이 전하는 감각들에 익숙해지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프레임이 쓴 것처럼 “고통에 대한 최선의 해답은 이것일 수도 있다. 비탄은 우리에게 대담한 걸음을 뗄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상실에 맞서 자신의 삶을 오롯이 들여다본 한 사람의 믿음이, 어둡고 차가운 시간을 지나고 있을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목차

프롤로그

1 기하학
2 비탄
3 아름다움
4 이야기
5 프랙털
6 너머

부록: 간단한 수학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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