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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폭력과 시민다움: 반폭력의 정치를 위하여

대등서명
Gewalt : Violence et civilite
발행사항
서울 : 난장, 2012
형태사항
221 p. : 삽화 ; 22 cm
ISBN
9788994769059
청구기호
340.1 B186ㅍ
일반주기
색인수록 원저자명: Etienne Balibar
소장정보
위치등록번호청구기호 / 출력상태반납예정일
이용 가능 (1)
1자료실00019538대출가능-
이용 가능 (1)
  • 등록번호
    00019538
    상태/반납예정일
    대출가능
    -
    위치/청구기호(출력)
    1자료실
책 소개
오늘날 정치는 폭력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폭력의 경제가 전개되고 있는 동시에 주권과 대표(대의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국가를 문명화해야 할 필요성만이 아니라 혁명을 문명화해야 할 필요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폭력은 자명한 동시에 무기력한 문제가 되기 쉽다. 폭력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간주되기 때문에 ‘자명’하며, 폭력에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무기력한’ 문제가 된다. 폭력에 반대한다고 한 이상 대항폭력으로, 즉 폭력에 폭력으로 맞설 수는 없다. 사람들은 흔히 국가로 상징되는 ‘법’과 ‘공권력’으로 폭력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한 우리의 역사에서도 드러났듯이 국가 자체가 또 하나의 폭력이라면(국가폭력), 게다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보여줬듯이 경제 같은 일상의 ‘제도’ 자체가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폭력이라면(제도적 폭력) 어찌 할 것인가?
현존하는 최고의 맑스주의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의 폭력과 시민다움 은 맑스와 엥겔스에서부터 유래한 맑스주의적 전통(레닌, 베른슈타인, 룩셈부르크 등)뿐만 아니라 (벤야민과 아도르노에서부터 바디우와 아감벤에까지 이르는) 그 이후의 포스트맑스주의적.비판이론적 전통에서 폭력이 어떻게 사유되어 왔는지, 어떤 논리적.실천적 아포리아에 부딪혔는지 분석하며 반폭력의 정치를 대안으로 제안한다.
우선 발리바르는 독일어 ‘게발트’(Gewalt)에 주목한다. 상반된 두 의미, 즉 (불법적인) 폭력과 (적법한.정당화된) 권력/권위를 동시에 뜻하는 이 단어의 애매성에 착목해 폭력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형이상학적 관점이라고 비판한다. 맑스( 자본 )와 엥겔스(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 )의 지적처럼 “게발트는 새로운 사회를 잉태하고 있는 모든 낡은 사회에서 ‘산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게발트의 두 측면, 즉 기존 사회를 지키려고 하는 폭력(보수적 측면)과 권력/권위(혁명적 성격)를 언제든 정확히 분류하고 손쉽게 떼어놓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아포리아에 부딪히게 된다.
발리바르는 지금까지의 모든 폭력론이 이런 아포리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해왔다고 지적한다. 발리바르에 따르면 우리는 폭력을 결코 근절할 수도, 길들일 수도 없다. 다만 우리는 폭력의 잘못된 방향을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전도’(inversion)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다. 폭력의 힘은 늘 과잉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폭력의 과잉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요컨대 폭력 안에서 폭력에 맞서는 것, 그것이 바로 반폭력의 정치이다.
폭력은 자명한 동시에 무기력한 문제가 되기 쉽다.

|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도 않고, 폭력을 놔두지도 않고, 폭력을 넘어서기 |

시민다움의 정치는 비폭력과도, 폭력을 예방하거나 폭력에 저항하는 대항폭력과도 동일시되지 않는다. 또한 평화의 명령과도 (오직 또는 완전히 그것하고만) 합치될 수 없다. 시민다움의 정치는 정치적 갈등에 대해서도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

발리바르가 폭력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냉전의 해체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본격화된 전지구적 전쟁과 내전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유럽의 통합이라는 정세에서 불거진 폭력의 일상화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는 시민들의 개인화.개성화를 가능케 했던 모든 사회적.물질적 조건(가령 사회적 보장책)을 박탈하는 동시에 자본주의적 상품화를 극단화.전면화시킴으로써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소유자’인 자본주의적 주체를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이 상품 자체인 존재’로 전환시켜버렸다.
발리바르에 따르면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폭력(물리력의 행사)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고유한 이런 폭력이야말로 정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정치, 특히 해방의 정치가 가능하려면 (프롤레타리아트이든, 민중이든, 시민이든) 그것을 수행할 수 있는 정치적 주체가 존재해야 한다. 발리바르는 폭력, 특히 자신이 ‘극단적 폭력’이라고 부르는 폭력은 바로 이런 정치적 주체의 가능성을 잠식하고, 더 나아가 파괴한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적 주체를 성립불가능하게 만드는 폭력을 제거.감축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지 않은 가운데 해방의 정치나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효력이 없는 공문구에 그치기 십상이다.
발리바르가 반폭력의 정치를 새로운 시민권의 정치, 더 나아가 시민다움(civilite)의 정치와 연결해 사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대다수의 현대 철학자들이 폭력의 아포리아를 반(反)국가적 혹은 반(反)제도적 관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데 반해 발리바르는 폭력의 퇴치라는 문제를 시민권 제도의 쇄신 내지 재발명의 문제와 결부시켜 사유한다. 이것은 (그 어떤 문제를 안고 있든 간에) 시민권 제도야말로 폴리테이아, 곧 ‘정치적인 것’의 본질을 이루며, 정치적 주체화의 핵심 메커니즘을 구성한다는 발리바르의 이론적 신념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요컨대 국적 여부에 따라 그 범위와 효력이 한정되는 근대의 시민권을 어떻게 ‘보편적 권리’로서의 시민권으로 확장시킬 것인가(‘인간적인 것’이 실현되는 시민공동체의 발명), 어떻게 이런 공동체가 또 다른 배타적 공동체로 굳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답할 수 있어야만 우리는 폭력의 아포리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발리바르의 주장이다.
물론 발리바르가 주장하는 새로운 시민권, 새로운 시민다움의 (재)발명은 그 자체로 힘든 과제이다. 게다가 이런 과제의 해결은 (반폭력의 정치가 인민 대중 자신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폭력의 정치를 위한 조건일 뿐 그 자체로 폭력/권력의 과잉이라는 문제에 관한 완전한 답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맑스주의로부터 시작된 해방의 정치의 가능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 폭력 안에서 폭력에 맞서는 반폭력의 정치를 통해 폭력 대 대항폭력/비폭력이라는 기존의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이항대립을 넘어서려는 발리바르의 사유는 오늘날 폭력을 근본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탁월한 준거 중 하나이다.
발리바르뿐만 아니라 발리바르가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로 정평이 나 있는 진태원 교수의 꼼꼼한 번역이 돋보이는 이 책 폭력과 시민다움 에는 (발리바르가 본문에서 길게 분석하고 있는 논문으로) 국내 최초로 번역된 엥겔스의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 이 발췌되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폭력과 시민다움 에 수록된 이 세 편의 논문들은 그동안 국내에서도 여러번의 촛불시위를 통해 드러났듯이, 자명한 동시에 무기력한 문제로 귀착되기 십상인 게발트, 즉 폭력/권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결국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경제의 폭력, 더 나아가 폭력 일반의 경제에 맞서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들이다.
목차

1. ‘게발트’ 맑스주의 이론사에서 본 폭력과 권력
1.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 : 변증법적 체계화의 시도
2. 맑스: 극단적 폭력의 역사적 계기와 구조
맑스의 혁명적 파국주의가 지니는 의미 | 경제의 폭력, 폭력의 경제 |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정치가 지닌 아포리아
3. 게발트와 시민다움 사이의 맑스주의와 포스트맑스주의
반자본주의적 순환과 제도적 폭력 | 반제국주의적 순환과 ‘현실적 파국’

2. 폭력과 시민다움 정치적 인간학의 한계에 대하여
극단적 폭력의 현상학 | 극단적 폭력의 인간학 | 비극적인 것의 정치

| 부록 |
역사에서 게발트가 행한 역할(프리드리히 엥겔스)[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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